< 아메리칸 기레기 (3) >
팔만이나 되는 교민을 다시 한데 모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일단은 가능한 인원만이라도 최대한 집결시키라고 안창호에게 명했다.
‘시간을 너무 적게 주면 사람이 너무 안 모일 테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주면 자칫 스티븐슨이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어. 내가 교민들에게 경고하기 전에 말이야.’
그렇기에, 나는 나흘이란 시간을 도산에게 주었다.
많이 양보했다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만 따지면 촉박한 일정이었기에, 이번만큼은 도산도 애를 꽤 많이 먹을 것 같다.
‘그동안 나는 허스트와 논의했던 일을 하자.’
일단 집무실 캐비넷 한편에 보관되어 있던 서류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헤이그를 다녀온 직후, 적이 될 수도 있는 세력들의 자료를 수집했거든.
당연하게도 일본 정부와 관련된 자료가 그 안에 수두룩했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허스트에게 관련 자료를 바로 송부할 수 있었다.
[본지 단독 입수]
일본의 비밀스러운 풍류, ‘와카 슈도’란 무엇인가?
동아시아에 있는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근대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들의 문화는 아직도 미개한 중세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그들이 선진적인 서구 문화를 잘 수용했다고 선전했지만······.
허스트는 내 기대에 부응했다.
근 하루 만에 일본의 남색 문화를 타블로이드지에 실어, 미국 전역으로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이다.
자극적인 기사가 1면에 떡 하니 찍혀서 그런지 몰라도, 허스트가 발행한 신문 판매는 평소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 왕자님, 덕분에 감사합니다. 또 다른 기삿거리는 없습니까?』
이에 허스트는 내게 사람을 보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판매 부수 증가는 곧 그의 신문사 수익 증대와도 직결되니까.
더욱이 그가 소유한 언론기관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실리는 광고 단가 역시 덩달아 뛴다.
제 주머니가 무거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허스트는 더욱더 열성적으로 나를 위해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네.’
일본 정부는 전전긍긍했다.
그간의 좋았던 이미지가 다 사라질까 봐 조마조마한 거다.
쯧쯧.
이를 어쩌나?
후속 기사가 내일 또 나오는데.
서일본의 요상한 성 문화인 ‘요바이’에 관한 기사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나이가 차면 부모를 뒷산에다가 버리는 ‘일본장’역시 봉인된 상태로 허스트의 서랍장에서 대기 중이며.
일본판 기생인 ‘게이샤’ 역시 곧 진실이 밝혀질 거다.
‘서양인들 사이에선 예술인으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게이샤는 한낱 매춘부에 불과하지.’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치인들에 관한 비리 정보 역시도 내 손 안에 있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이었던 익문사 요원 정성모가 최근 이위종과 운 좋게 연락이 닿았던 것.
지난 5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정성모는 꽤 쓸모 있는 자료를 이위종에게 건넸다.
‘사이온지 내각의 비리만 해도 한가득 있지.’
교차 검증해 본 결과, 건네받은 자료의 신빙성은 꽤 높았다.
이에, 나는 이것을 들고 있다가 가장 좋은 타이밍.
그러니까, 일본의 선거가 다가올 때쯤에 터트릴 생각이었다.
“구당(유길준).”
“예. 전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일본영사관에 이를 잘 전달했는가?”
“예, 전하. 조만간 답이 올 것 같습니다.”
“답신이 온다면, 곧바로 내게 알리게.”
“예.”
일본 공사관에 앞으로 실을 기삿거리들을 던져주며, ‘이래도 싸울래?’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조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그게 베스트니까.
시간을 끌수록 둘 다 상처만 입을 거다.
물론 나보다 일본이 더 타격이 크겠지만, 나 역시도 일본의 모략 때문에 그동안 쌓아 왔던 좋은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었다.
‘내 패가 이 정도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도 섣불리 나와 교민들을 향한 추가 공격을 하지 못할 거다.’
일본 정부 인사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선거 여부다.
나는 계속 왕자였지만, 그들은 선거를 통해 대중들에게 심판을 받는다.
그러니, 내가 던져 주는 기사는 반대파의 좋은 공격 거리가 될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은 나의 공격을 장기간 버텨 낼 수 없을 거다.
“전하. 데일리 캘리포니아 사주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얼마에 신문사를 팔겠다고 말하던가?”
“삼십만 달러를 제안했습니다.”
“삼십만 달러?”
“예.”
“냉큼 사들이게.”
“예.”
그리고 당근과 채찍은 병행해야 한다.
탈출구는 열어 놓았지만, 그래도 계속 일본을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데이비드 역시 매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는 일본 정부를 공격하며, 기존에 일본의 편이었던 친일 기자들 하나씩 매수하고 있었다.
어제의 적이었지만, 데이비드는 이제부터 내 사람으로서 내가 홍보하고자 하는 일의 나팔수가 될 거다.
‘단순히 돈을 밝히는 자들이 오히려 더 편하단 말이야.’
물론 나의 돈으로도 매수되지 않는 자들 역시 존재했다.
와패니즈 사상에 상당히 젖어 있던 스티븐슨이 내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거든.
뭐, 예상된 일이지만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전하. 스, 스티븐슨이 기자회견을 열었답니다.”
이 역시 예상한 일이었다.
내가 일본 고위 관계였더라도 그리 행동했을 테니까.
스티븐슨이 안 좋은 기사를 쏟아 내도록 하여, 교민들의 분노를 더더욱 부추겼을 거다.
그래야 일본 정부가 원하는 대로 캘리포니아에 피바람이 불 것이 아닌가?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최현우를 찾았다.
“이위종과 이준이 지금 스티븐슨을 감시하고 있던가?”
“예. 혹시 모르는 일에 대비하라 전하께서 일러 두시지 않으셨나이까?”
익문사 요원들은 스티븐슨 몰래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자 또 다른 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도산은?”
“내일 소집될 합성협회 임시 총회 준비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머무는 중입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수의 교민을 불러 모으라고 전하게.”
“예.”
추가로 어떤 대책을 세울까 서류를 뒤적이고 있을 때.
“전하. 전하.”
최현우가 재차 나를 찾았다.
“기, 기자회견장에서 나, 난동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최현우를 일단 진정시켰다.
“천천히, 있는 그대로 보고하게.”
“분노한 한인들이 스티븐슨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스티븐슨을 구타했다고 합니다.”
“이위종과 이준은?”
“다행히도, 제때 그들을 막아 세웠다고 합니다. 덕분에 스티븐슨은 이마에 아주 조금 찰과상만 입었고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폭행에 가담한 교민들의 차후 처리 문제에 관해 물었다.
“경찰은 출동했는가? 체포된 한인의 수는 몇이나 되고?”
“그게······ 넷이나 연루되어 경찰에 의해 심문을 당했다고 합니다.”
“저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티븐슨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요청하여서 경찰들이 한인들을 그냥 풀어줬답니다.”
스티븐슨은 잔뜩 겁먹었는지 경찰의 호위를 받을 채 호텔 방에 홀로 있다고 한다.
쯧쯧.
그리 겁이 많으면서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빨리 만나야겠어.’
그전에.
한인들에게 한번 크게 주의를 시켜야겠다.
이대로 있다가는 지금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성난 교민들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며, 나는 내일 있을 총회를 준비했다.
* * *
‘많이들 왔군.’
다들 생업을 이어 가느라 바쁠 텐데.
이천여 명에 가까운 교민들이 내 명령에 이리 모였다.
‘대단하군.’
나에 대한 교민들의 신망이 높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지만, 안창호의 능력이 출중한 게 크겠지.
나는 다시 한번 안창호를 높게 사며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도산.”
“전하. 방금 도착하셨습니까?”
“그래. 짧은 시간 동안 일을 마무리하느라 수고가 많았네.”
“아닙니다.”
회의장에 입장하자마자, 교민들 다수가 두 손을 모으고 벌떡 일어섰다.
그 후, 공손한 자세로 날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왕 전하.”
“자네 오랜만이군.”
“이쪽이옵니다.”
“그래.”
나는 안에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시선을 교환하며 연단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급하게 임시 총회를 소집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와 주었군. 내 고맙다는 말부터 그대들에게 하고 싶네. 하던 일을 제쳐 두고 이 자리에 참석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자리에 멈춰선 후, 교민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교민들은 나의 인사말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닙니다, 전하.”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동안 전하께서 저희를 얼마나 챙겨 주셨습니까?”
“겨우 하루 쉬는 것일 뿐입니다. 이 정도 손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난 급했다.
언제 어떻게 스티븐슨이 우리 교민들에 의해 급습당할지 모르니까.
그렇기에.
나는 이천여 명이나 모인 회의장에서 재빨리 입을 열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예상했을 거야. 내가 왜 임시 총회를 소집했는지 말이야.”
“전하. 지난날 언론에 보도된 기사 때문입니까?”
왼쪽 구석에서 한 남성이 내 의도를 추측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시선을 교환했다.
“맞네. 그 일 때문에 그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네. 자네 이름이 뭔가?”
“장인환이라고 합니다.”
“그래?”
“예. 저, 전하. 전하께서도 혹시 그 기사를 보셨나이까?”
장인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이지. 나는 꼬박꼬박 지역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네.”
“전하. 스티븐슨이라는 육시랄 놈이, 전하와 우리 교민들을 욕보였습니다.”
알고 있다.
나는 계속 말해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특히나 전하를 향한 괴담을 캘리포니아 전역에 유포하고 있습니다. 전하, 전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어째, 모욕받은 것은 분명 나인데 말이다.
교민들이 더 분노하는 것 같다.
“화가 나지. 나 또한 사람인데.”
“그렇다면 어제 일을 들으시고 통쾌하셨겠군요. 우리 교민 중 일부가 스티븐슨을 아주 혼쭐 내줬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저 또한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지방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오른손을 꽉 쥐며 그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발언권을 얻고 말하라는 무언의 손짓이었다.
“전하. 스티븐슨은 아직도 정정 기사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유길준이 씩씩대며 내게 알렸다.
그 옆에 있던 박용만 역시 분한지, 연신 뜨거운 콧김을 내뱉었다.
그때였다.
“그 쌍놈 새끼의 목을 제가 따오겠습니다. 전하.”
급기야 살인 예고까지 회의장에서 터져 나왔다.
우려했던 일이 생겨난 거다.
“저 또한 자신이 있습니다. 제게 그 일을 맡겨 주십시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장인환 역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자넨 아까 장인환이라고 말했고, 자네 이름은 뭔가?”
“전명운이라 합니다.”
나는 조용히 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 했던 말, 진심인가?”
“예. 빈말이 아닙니다. 그놈을 제거하기 위해 어제 권총까지 사들였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권총까지 샀다고 했으니, 진짜로 빈말은 아닐 터.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 둘에게 물었다.
“자네들. 지금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가?”
“미, 미합중국에 살고 있습니다.”
전명운이 조용히 내게 답하자,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우린 지금 대한제국이 아닌 미합중국에 살고 있네. 그렇다면 하나 더 묻겠네. 자네가 사는 미합중국의 근간은 무엇인가?”
“······.”
장인환은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내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대신 답하지. 미합중국의 근간은 크게 세 가지네. 하나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네. 또 하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며 기업의 생산활동을 장려하는 자본주의고.”
손가락 두 개를 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후 오른손 약지를 마저 펴며 내 물음에 자문자답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상이 있네.”
“뭐, 뭡니까?”
“법치주의네.”
“버, 법치주의요?”
“그래.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을 법치주의라고 하지. 이 사상이 바로 이 나라의 세 번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네.”
진시황의 법가가 법치주의인가?
장인환이 혼자 속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에 나는 침묵했다.
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기에 동의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던 거다.
나는 반걸음 전명운에게 다가가며 그에게 충고했다.
“자네들은 그것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네. 분명 스티븐슨은 우리에게 잘못을 했네. 거짓된 기사로 우리를 모욕하고, 다른 미국인들을 선동하고 있지.”
“······.”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우리들의 손에 죽임을 당해서는 아니 되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처리되어야 할 것일세. 여느 미국인처럼 말이야.”
전명운과 장인환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존경하긴 했기에, 일단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나는 재빨리 교민들을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들 명심하게. 여긴, 대한제국이 아닐세. 더욱이 전쟁터는 더더욱 아니지.”
나는 둘에게 친밀감을 주기 위해 그들의 오른손을 모은 후, 둘의 손을 꼭 잡았다.
이후, 교민들을 바라보며 추가로 당부했다.
“여기 미국은 우리 한인들의 마지막 보루일세. 독립을 위한 마지막 보루.”
“······.”
“······.”
“미국인들은 우리를 위해 기꺼이 그들의 장막을 열었네. 지난해 청나라 사람들을 이주를 영구히 불허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문호를 열고 있단 말일세.”
숨을 한번 들이마신 후, 하던 말을 계속 이어 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문을 스스로 걷어차려고 해. 일본 제국에 맞서서 우리 동포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방주를 스스로 부수고 있단 말이지.”
나는 내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부디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이곳은 타지야. 우리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단 말이네.”
“······.”
“······.”
“쫓겨날 빌미를 제공하지 말게나. 영악한 일본 놈들이 가장 바라는 바가 바로 그것이니까.”
나는 다시금 연단으로 돌아와 교민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분한가?”
“······.”
“분하냐고 묻고 있네.”
“예.”
“분합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나는.
“그렇다면 성공하게.”
“예?”
“이 미국에서 나만큼, 아니지. 나를 뛰어넘으라는 말일세.”
“그게 무슨······.”
“스티븐슨은 우리가 일본의 치하에 있어야지만, 이 거친 풍파를 견뎌 낼 수 있다고 기고했네.”
“그, 그랬지요.”
“그놈의 주장을 우리가 보기 좋게 깨부수세나. 보란 듯이 이곳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여, 대한의 진정한 독립에 초석이 되자는 말일세.”
그리된다면, 스티븐슨의 코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스티븐슨이 쓴 기사,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네. 내 책임지고 정정 기사를 받아 오겠네. 그러니 흥분하여 일을 그르치지 말게. 주변에······ 그런 자가 있으면 꼭 만류하도록 하고.”
연단에서 내려온 후, 나는 다시 한번 두 사내를 쳐다보았다.
“전하.”
“송구하옵니다.”
“아닐세. 자네들의 뜨거운 애국심은 조만간 빛을 보게 될 것이네.”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다만, 스티븐슨 그자는 아니 되네.”
전명운과 장인환은 무언가 내 숨은 뜻을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아······.”
“미국인과 유럽인은 아니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아, 알겠습니다.”
“행동거지를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뭐지.
이 눈빛은?
일단은 넘어갔다.
나는 둘을 회의장에 남겨 두고 재빨리 건물을 나왔다.
“저 둘을 잘 감시하게.”
“예. 그런데 전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스티븐슨, 그자가 어느 호텔에 머물고 있다 했던가?”
“센트럴 호텔에 머물고 있다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현우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 행선지는 센트럴 호텔일세. 그리로 가세나.”
< 아메리칸 기레기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