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인회 (3) >
뉴저지에서 뉴욕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는 만큼 멀진 않았지만, 마차나 자동차를 타고 가기엔 살짝 무리였다.
그렇기에 록펠러와 나는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하하하- 하하-하하-
일등석에 앉아서 가는 동안, 우리는 한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록펠러는 기분이 아주 좋은지, 연신 웃음꽃을 만개하며 입을 열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제 조카와 단둘이 계시던데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 나누셨습니까?”
그는 내게로 허리를 살짝 구부리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나는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록펠러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
“자선사업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자선사업과 예술이요?”
“예.”
“왕자님께서 자선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습니다만, 예술 쪽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실 줄은 이 늙은이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이거, 따로 메모해 두어야겠군요.”
진짜로 몰랐을까?
이 영감탱이.
의외로 엉큼한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간 미술품 경매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이것저것 많이 사들였는데 말이야.’
록펠러 정도 되는 위인이라면.
나의 행적은 몇 다리만 거치면 다 알아낼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록펠러는 결혼 동맹에 눈이 돌아간 상태이기에, 그가 하는 모든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나는 반쯤 걸러 들으며 에델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마저 록펠러에게 알렸다.
“조카분께서 중세, 근대 미술품 쪽에 깊은 조예가 있더군요. 평소 그 분야에 관심이 좀 있어 몇 마디 거든다는 것이 그만······.”
착-
록펠러는 손뼉을 한번 치며 내 말에 반응했다.
“아이고. 이리 취미까지 딱 맞다니······ 하나님께서 왕자님과 우리 조카를 맺어 주려고 아주 작정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하하- 하하-”
나는 록펠러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에, 록펠러가 웃음을 멈추고 내게 당부했다.
“조카의 나이가 나이다 보니, 적어도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갈 때까지는 제게 귀띔을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나는 잠시 에델 록펠러의 얼굴을 떠올렸다.
‘반려자감으로 나쁘진 않지.’
그러고 보니, 나 또한 결혼할 때가 되긴 했네.
올해, 만 나이로 서른하고도 하나가 되었으니까.
‘초혼이면 남자라도 이미 혼기가 콱 찬 나이다.’
한 번 갔다 왔기에.
그리고 내 결혼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부모님이 미국에 없기에.
압박감은 덜한 상태.
하지만 문제는 내가 왕족이라는 거다.
내 뒤를 이을 공식 후계자가 없다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될 일.
가까이에서 나를 보좌하는 이들이 하나씩 이 문제를 거론하며 나를 슬슬 압박하고 있기에, 마냥 독신 생활을 즐길 수 없긴 했다.
‘외국인과의 결혼이라······.’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피부색이 다른 이를 반려자로 맞기는 쉽지 않다.
당장 록펠러만 하더라도, 내게 조카를 소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교민들이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최근에 교민과 백인 여성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 둘은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일부가 아니꼬운 눈길로 이를 바라보았지만, 다수는 이를 축복해 주었기에 괜찮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일개 교민과 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뭐하지만.
“그나저나······.”
록펠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음흉한 표정을 지어 댔다.
이 늙은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리 뜸을 들이는 것일까?
“이 왕자님께서는 지아니니 은행장과 친분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우린 대지진의 화마 속에서 함께 성장했으니까요.”
“하긴, 어려울 때 보인 모습이야말로 진짜 모습이지요. 그때의 인연을 잘 이어 가십시오.”
록펠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 내게 소개해 준 조카의 부친, 그러니까 그의 동생인 윌리엄 록펠러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러니까 그의 동생도 부자란 말이지?’
윌리엄 록펠러 역시 그의 형인 존 록펠러처럼 탁월한 사업가였으니까.
부자일 수밖에 없겠네.
“제 동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윌리엄 록펠러는 그 역시도 정유 사업에 진출한 다음 제 형의 회사와 합병을 했다고 한다.
거대한 스탠다드 오일의 초석을 함께 닦은 셈이니, 가지고 있는 지분이 상당하겠네.
록펠러는 윌리엄이 에델에게 얼마의 지분을 상속할지를 내게 설명하며, 에델이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자감인지 틈이 날 때마다 내게 홍보를 해댔다.
‘이 영감이······.’
방심할 때마다 훅훅 밀고 들어오네.
“아······ 갑자기 동생 이야기가 나와서 주제가 많이 벗어났군요. 아까 왕자님께 제가 무엇을 물어봤지요?”
“지아니니 은행장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랬지요. 아! 지아니니가 은행장으로 있는 뱅크 오브 이탈리아에 모건의 사람들이 파트너 이사로 들어갔다던데 말입니다.”
“사실입니다. 지난 금융위기 때 지아니니 은행장이 모건 대표의 경영 방식을 전수하기 위해 이를 요청했습니다. 그 자리에 저 또한 있었습니다.”
“아!”
록펠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내가 모르는 꿍꿍이가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혹시 제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지아니니 그자에게 한 말씀 전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마냥 J.P.모건을 믿지는 말라고, 왕자님께서 살짝 귀띔해 주시지요.”
“······어째서 그런 말을 제게 하시는 것입니까?”
“이 왕자님. 모건은 욕심이 많은 자입니다. 이는 왕자님께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록펠러는 침까지 튀기며, 모건이 그의 회사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를 내게 설명했다.
“모건은 식탐이 많은 아귀 같은 자입니다.”
카네기가 경영하던 US 스틸을, 모건이 어떻게 홀라당 먹어 치웠는지 그 일화부터.
자신의 스탠다드 오일 회사를 모건이 탐내고 있다는 사실까지.
록펠러의 사심이 가득 섞인 비화를 나는 한동안 들어야 했다.
‘같이 있을 때는 사이 좋아 보이더니······ 조금 친해지니 뒷이야기를 술술 늘어놓는구나.’
록펠러가 자신의 경쟁자인 모건을 의식하여 내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이를 마냥 무시하진 않았다.
나 역시 21세기 박병준으로 살며, 한 번쯤은 들었던 모건의 일화였으니까.
“모건은 끝없이 기업을 먹어 치우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그의 아들놈은 제 아비보다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은 더 하지요.”
알고 있다.
그래서 모건 주니어를 지아니니에게 소개해 줄 때, 이에 대한 대비책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
“듣자 하니 뱅크 오브 이탈리아는 소액의 주주가 모여 있는 집단이라던데 말입니다.”
록펠러는 뒷말을 마저 하지 않고 삼켰다.
하지만 나는 록펠러가 무슨 뜻으로 내게 그런 조언을 했는지 금방 눈치챘다.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지분 구조를 마지막에 살짝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했습니다. 내 지아니니 은행장께 경고하겠습니다.”
“예.”
여섯 세력 간의 역학관계는 참으로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였다.
겉에서 보면 서로 으쌰으쌰 협력하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다들 등 뒤에 칼을 숨기고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로스차일드 남작과 폴 와버그, 둘 사이를 잘 지켜보십시오.”
“둘은 서로 친하지 않습니까?”
“글쎄요. 둘은 하나의 세력 같지만 실상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뿌리가 로스차일드라고 해서 다 같은 로스차일드는 아니까요.”
여섯 세력은 크게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냐 유럽에 거점을 두고 있냐로 그 뿌리가 나뉘게 된다.
로스차일드 남작과 폴 와버그는 둘 다 국외에 기반을 둔 세력.
‘남작은 방계. 폴 와버그는 로스차일드 본가의 대리인이라고 했던가?’
로스차일드는 영국에.
폴 와버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요즘 들어 서로의 이익이 충돌할 때가 잦다고 했다.
‘뭐, 비단 세계대전만 해도 그렇지. 겉절이들을 다 쳐 낸다면, 결국 영국과 독일의 싸움이었지?’
록펠러는 여태껏 소개받았던 이들과 달리 내가 에델에게 마음을 줬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 * *
“구제금융 기금에 관한 중간 정산 내용입니다. 한번 살펴보십시오.”
7인이 전부 모인 가운데, J.P.모건은 그동안 운영했던 구제금융 기금에 관한 보고서를 회의 참석자에게 건넸다.
“생각 외로 수익이 높군요.”
“그럼요. 제가 누구입니까?”
미국 경제는 완벽하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했다.
다우지수 100을 돌파했고, 실업률은 다시금 안정되고 있었다.
‘버린 돈이라 생각하고 내놓았는데, 두 배가 되어서 돌아왔네.’
구제금융 기금으로 천만 달러.
아메리칸 신탁을 비롯한 뉴욕의 금융회사를 사들이느라 천만 달러.
도합 2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말이다.
기대도 안 했는데, 훌쩍 불어나서 4천만 달러가 되었다.
“수익 분배에서 앞서 몇 가지 주제를 두고 이 자리에서 논하고 싶습니다.”
뜻하지 않은 수익으로 모두의 얼굴이 밝아진 가운데, 모건이 7인회 맴버를 앞에 두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근원적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똑같은 일이 다시금 반복될 것입니다.”
“나도 모건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외다. 알다시피 뉴욕증시는 1903년에도 금융위기가 한번 오지 않았습니까?”
“본인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7인회 맴버 중 제일 머리가 좋다고 알려진 야곱 쉬프가 지난날의 위기를 다시 한번 거론했다.
이에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두고 있던 와버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입니다. 본인은 연방준비은행이 이제 슬슬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옆에 앉아 있던 록펠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모건에게 물었다.
“누구의 주도로 연방준비제도를 세우겠다는 것입니까?”
“당연히 우리 주도지요.”
모건은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큰 콧구멍으로 연신 뜨거운 바람을 내뿜었다.
“누가 이 위기를 극복했습니까? 무능한 루스벨트 연방 정부가 이를 극복했답니까?”
정확히는 우리 돈으로 한 것이지만, 모건은 자신이 이 위기를 해결했다고 믿고 있었다.
뭐, 7인회 자리였기에 그리 티를 내고 있진 않았지만.
“미국의 새로운 중앙은행은 반드시 우리가 만들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착-
모건의 테이블 위에 미국 지도를 하나 피며 7인회 구성원들을 보았다.
“미국을 15개 구역으로 나누어 지역마다 연방은행을 설립하고, 열다섯의 은행장 중 일곱을 이사회 이사로 삼아 두 달마다 회의합시다.”
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은 모두가 관리하되, 각자 두 구역씩 맡아서 관리하자는 이야기도 J.P.모건의 입에서 나왔다.
나는 원 역사의 원안과 비교하며 이를 재기 시작했다.
‘원 역사와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입법 과정에서 내용물이 바뀔 수도 있겠고.
내가 끼어들어서 제도가 살짝 변경되었을 수도 있겠지.
어찌 되었든, 모건의 말을 해석하자면.
9명의 연방은행 이사 중 적어도 1명은 내 사람을 앉힐 수 있다는 말이 되겠네.
‘의사회에서 내 목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천지 차이지.’
이대로만 간다면 나야 땡큐다.
“각 연방은행은 정부가 아닌 우리 민간이 주가 되어 지분을 출자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한 은행당 한 점포만을 유지해야 하는 단일은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조만간 전국의 은행에 지점은행 제도가 도입될 예정인데.
지점은행 제도가 도입되기 전, 그 과도기에 연방은행 지분 배분이 일어날 것 같다.
‘지점은행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다들 지방거점 은행들을 인수하던데······ 모두 다 이 때문이었군.’
모건은 7인회 구성원들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각자가 맡은 구역의 지역거점 은행들을 빠르게 인수하라고.
배정받지 않은 다른 구역에서는 적어도 연방은행을 설립할 때까지, 주요 은행들을 인수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약속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우리끼리 나눠 먹을 건데, 남의 영역에 숟가락 올리지 말라는 뜻이다.
“중간 정산 배분에 앞서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일부 지방은행들이 이번 구제금융을 받았으니까요.”
뉴욕에 있는 은행들 말고.
지역거점 은행들도 구제금융을 받았다.
숨통을 풀어주는 대가로 보통 대주주에서 지분을 양도받았는데.
모건은 이를 이번에 7인회 구성원들에게 배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초를 치긴 좀 그렇지만······ 연방은행 설립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는군.”
나는 모건을 바라보며 그간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나를 제외한 여섯 구성원의 시선이 급히 내게로 쏠렸다.
로스차일드 남작이 대표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이 왕자님.”
“남작. 지난달에 루스벨트가 선언하지 않았소? 다음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오겠다고 말입니다.”
“······.”
“······.”
“루스벨트가 과연 민간 주도로 연방은행을 설립하게 내버려 둘 것 같소?”
로스차일드는 모건을 쏘아보며 경위를 물었다.
“당내 분위기는 어떻길래 이 왕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요? 모건 대표.”
“······.”
모건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가운데 록펠러가 대신 답을 했다.
“안타깝게도 루스벨트를 견제할 마땅한 인재가 없습니다. 남작.”
“태프트가 있잖소?”
“내 듣자 하니 태프트는 루스벨트에 넘어간 것 같더군.”
록펠러에 이어 내가 대신 남작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루스벨트가 그에게 대법관 자리를 약속했단 이야기가 있소.”
“대, 대법원장 자리를 말입니까?”
“그래. 나 또한 최근에야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네. 다들 알다시피 태프트는 그간 대법원장 자리를 탐내지 않았던가?”
“······.”
“······.”
조용하다.
싸늘하다.
나의 한마디에 일동이 침묵했다.
“루스벨트가 당선되면 적어도 세 번째 임기 초반, 그러니까 앞으로 2년간은 계속 숙이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와버그의 말에 야곱 쉬프가 동의했다.
“그렇다면 연방은행 이야기를 꺼낼 수조차 없겠군요.”
제임스 힐이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민주당은 좀 그런데······.”
7인회 맴버들이 다들 부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목화 농장이나 하는 놈들이 뭘 안다고.”
“맞습니다. 더욱이 이번에도 윌리엄 제닝이 또 민주당 후보로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전에 루스벨트 상대로 나왔던, 그 기독교 원리주의자를 말하는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이쿠.”
윌리엄 제닝은 기독교 원리주의자였다.
시장을 향한 가치관 또한 진보주의에 가까운 인사였기에, 루스벨트와 도긴개긴 한 자다.
“그자는 절대 안 됩니다. 민주당도 그렇고요.”
“맞습니다. 더욱이 여기 이 왕자님을 생각해서라도 민주당은 절대 집권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7인회 구성원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록펠러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읊조렸다.
“이거, 곰탱이는 몰라도 그다음으로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될지 내가 바짝 신경 써야겠군. 적어도 연방 정부 건물에 편히 들락날락하려면 말이야.”
이 시대 민주당 새끼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화장실도 백인 전용 화장실, 비백인 전용 화장실을 만들 만큼 악랄한 자식들.
나는 이를 언급하며 7인회 맴버들에게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일단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하도록 합시다.”
모건은 서둘러 침울해진 분위기를 수습했다.
그리고는 제임스 힐을 한번 노려보았다.
괜히 힐이 민주당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 사달이 났기 때문이다.
여긴 나 말고도 로스차일드 남작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는 상황.
목화 농장이나 경영하던 민주당 놈들은 흑인도 혐오했지만.
동양인 그리고 유대인도 혐오했는데, 그 대상자가 버젓이 이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남작과 협의가 안 되었나 보네. 민주당 관련 건은······.’
회의장을 나가려고 할 때, 모건이 내게 작게 속삭였다.
“왕자님.”
모건은 내게 따로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눈빛이었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그를 바라보았다.
< 7인회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