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96화 (96/294)

< 거물과 거물의 만남 (4) >

“아,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저, 저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라고 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살짝 말을 더듬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곤 어리숙한 표정으로 한 박자 늦게 위아래로 흔들어 댔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내가 알던 4선의 노련한 정치지가 않았다.

흠.

그가 왜 이리 떠는지 현 상황을 곰곰이 분석하다가 곧 이해했다.

‘나는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다.’

로펌 대표가 직접 나와 직원들을 일일이 소개할 정도로 거물급 인사.

그에 반해, 현재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그저 풋내기일 뿐이었다.

내가 아는 노련한 정치인이 되려면 한 20년은 더 단련되어야 했다.

“마,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나 또한 그렇네.”

그렇기에 루스벨트는 나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대했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그날로 해고당할 수도 있으니까.

“이 왕자님. 정확히 무슨 일 때문에 저희 로펌에 들르신 것입니까?”

레드야드 대표가 나와 루스벨트 사이로 들어오며 대화를 주도했다.

“록펠러 지사장님을 통해 간략히 전해 듣긴 했습니다. 다만 왕자님께 직접 듣는 것과는 다를 수 있기에,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쭙고 싶습니다.”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후버와 테일러를 슬쩍 본 후,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한번 툭툭 쳤다.

“여기 두 사람과 체결해야 할 계약서가 있는데 말이야.”

“아, 예.”

“최종 사인 전에 독소조항이 있는지 좀 검토하고 싶군. 계약서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으니까, 검토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걸세.”

“예.”

그다음, 나는 앞에 있는 두 대표를 보며 그들에게 기대감을 심어 줬다.

“일을 잘 처리한다면 추가로 자네들에게 일거리를 더 맡길지도 모르네.”

“정확히, 어떤 일거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동부에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가 여럿 있지 않은가? 아메리카 신탁부터 리&라이트 비행기 공장까지······ 꽤 많은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그곳에서 필요한 법률 자문을 전부 일임하고 싶군.”

입이 떡 벌어진 두 대표를 향해, 현재 파트너 험담을 좀 했다.

“기존 변호사들이 요새 영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해서 말이야.”

내 전속 변호사만 해도 그래.

요즘 빠졌는지, 필요할 때 휴업 중이지 않던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그건 그놈 사정이고.

나는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아메리칸 신탁에서 법률 자문을 해 주고 있던 이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놈들일세. 지금까지는 일을 잘해서 그냥 두긴 했는데 말이야. 나와 친분이 있는 실력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슬슬 갈아치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 그렇죠.”

“지당하신 말입니다.”

마지막에 했던 말 때문일까?

두 대표의 눈빛이 좀 더 전투적으로 확 바뀌었다.

‘그럴 만도 하지.’

방금 거론한 아메리카 신탁.

이 금융기관은 동부에서 한 손에 드는 금융회사다.

매년 지급하는 수수료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그런 회사의 거래처를 바꿀 수도 있다고 넌지시 흘리니, 저리 눈이 돌아갈 수밖에.

‘경쟁자의 위기는 곧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지.’

현대에도 그렇지만, 미국의 법률시장은 진짜 개싸움 판이다.

손님이 좋은 서비스를 찾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일이 다반사.

이를 묶어 두기 위해선 월등한 실력이나 인맥으로 커버해야 한다.

‘그런 시장에 내가 짠- 하고 나타났지.’

저들로서는 생각지도 않던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니, 저리 열의를 보이는 것이겠지.

‘어휴. 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좀 보소.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네.’

마치 록펠러나 모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꼭 필요할 때 옆에 없곤 하는 게 요즘 변호사들이죠.”

“하지만 저희 로펌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에서 한 손 안에 드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언제나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카터 레드야드 & 밀번 법률회사는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을 고객으로 맞으며 사세를 한번 껑충 키웠다.

나를 전속 고객으로 둔다면 또 한 번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숨쉴 틈도 없이 내게 어필했다.

“더욱이 저희 카터 레드야드 & 밀번 사는 고객 맞춤형 로펌입니다.”

“맞습니다. 혹시 마음에 드신 변호사가 있다면 저희에게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담당 변호사로 바로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한 변호사 앞에 섰다.

“그렇다면 이자가 날 맡아 주었으면 하는군.”

“담당 변호사로 프, 프랭클린 루스벨트 변호사를 지정하신 것입니까?”

“그렇다네.”

“이 왕자님, 이자는 신입입니다. 이자보다는······.”

두 대표 중 밀번이 내 요구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곧 카터 레드야드에게 저지당했다.

고객의 선택에 토를 달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카터 레드야드 & 밀번의 영업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레드야드의 이름이 앞에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보군.’

대표 변호사 중 하나였던 밀번은 실력 하나는 끝내주지만, 경영자적 마인드는 갖추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에 반해 레드야드는 밀번과는 다르게 눈치 하나는 끝내주는 모양이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 왕자님.”

레드야드는 밀번에게 무언의 눈 신호를 준 후, 내게 반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신임 변호사만큼 열정 넘치고 꼼꼼하게 계약서를 검토하는 이도 없지요. 여기 루스벨트 변호사는 실력 또한 출중하여 왕자님을 잘 자문할 것입니다.”

“제, 제가요?”

“그럼.”

계약서 법률 자문은 기초 중 기초.

꼼꼼하기만 하면, 개나 소나 할 수 있다.

레드야드는 연신 굽신거리며 루스벨트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저와 여기 밀번 변호사가 한 번 더 확인하여 계약이 올바르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렇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맥이 최고지.

‘저자가 루스벨트를 이 좋은 로펌에 왜 취직시켰겠어.’

레드야드는 내가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이렇게 해석했겠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은 현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조카지. 내가 워싱턴과 잘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여 이자를 선택했다고 믿고 있구먼.’

비슷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시어도어와의 관계 개선도 좋지만, 나는 사실 프랭클린과 개인적인 인연을 만들고 싶거든.

“고맙네.”

뭐, 상대가 오해하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다.

나야 계약검토를 완료한 다음,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 가면 끝.

“흠흠.”

나는 계속 여기서 서 있어야 하냐는 눈빛으로 두 대표를 쳐다보았다.

이에 두 대표는 루스벨트에게 눈을 흘기며 뭐하냐고 돌려 말했다.

“루스벨트 변호사. 뭐 하는가? 어서 왕자님을 안으로 안내해 드려야지.”

“아, 예. 레드야드 대표님.”

갓 신입인 루스벨트는 살짝 어벙하게 반응한 후,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려고 했다.

“루스벨트 변호사.”

“예?”

“자네 사무실 말고, 대회의실로 가야지.”

“예?”

“왕자님과 그 비좁은 곳에서 대접하려고 하는가?”

“아아, 그렇지요. 와, 왕자님. 이, 이쪽입니다.”

루스벨트는 나의 뜬금없는 선택에 영혼이 쏙 빠져나가기라도 했는지, 한동안 사무실을 헤매며 허둥지둥하였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지난날 과거를 회상했다.

마치 내가 막 증권 브로커로 뉴욕에서 일할 때 그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으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면이군.’

능수능란한 후버도 대공황의 파멸에서 미국을 구해 내진 못했다.

하지만 내 앞에서 저리 허둥지둥 감도 못 잡는 루스벨트는 미국을 시궁창에서 구해 내며 전무후무하게 4선 대통령이 된다.

원 역사를 아는 나만이 이 상황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 * *

“이쪽입니다. 이쪽이 상석이나 이쪽에 앉으십시오.”

루스벨트는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대회의실로 안내한 후부터 허둥지둥하는 것을 멈췄다.

그는 내가 건넨 계약서를 검토하며 미간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왕자님. 이 계약서, 이 왕자님께서 직접 작성하셨습니까?”

“아닐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내 전속 변호사가 이를 맡아서 작성했네.”

“아하, 그랬군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계약서가 엉성한가?”

“아닙니다. 누가 봐도 변호사가 이를 작성한 듯해서 이 왕자님께 여쭈어본 것입니다.”

“그래?”

“예. 심각하게 문제 될 만한 문구는 없습니다. 다만, 이 항목은 좀 수정했으면 하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루스벨트는 몇몇 문구를 지적하며 나와 후버, 그리고 테일러에게 이 조항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기 쉽게 풀어 설명했다.

“대충 이 정도면 깔끔하게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스벨트의 확신에 찬 발언.

정확히는 두 대표의 검토를 한 번 더 거쳐야 하겠지만.

대충 끝났다는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데리고 온 두 동업자를 바라보았다.

“어떤가? 정 불안하면 자네들이 변호사를 다시 한번 구해서 이 계약서를 한 번 더 검토하게나.”

나의 제안에 후버와 테일러가 동시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조건이 너무 후해서 마음이 바뀌실까 걱정이 되는군요.”

“저도 바로 사인하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대한제국으로 돌아가 광산을 탐사하고 채굴권 인수를 마무리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대회의장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다음 일정을 물었다.

“그럼 대충할 일도 끝났는데, 술이라도 한잔하겠는가?”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회식 문화가 없다고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정기적인 회식 문화는 없다.

하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클라이언트가 식사나 술자리를 제안하면 응당 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저는 조, 좋습니다.”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선약이 있어서 말입니다. 다만, 내일이나 모레 시간이 있으시다면 따로 뵙고 술 한잔하고 싶습니다.”

“그래. 모레 보도록 하지.”

“예.”

물론, 무조건 수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후버처럼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 있다면, 저리 피할 수도 있었다.

“자네도 시간 좀 있는가? 앞으로 내 일을 좀 맡으려면 의뢰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지.”

“아, 예. 그렇지요.”

후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루스벨트는 내 깜짝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나름대로 야심이 있었기에, 급히 벗어 두었던 양복 상의를 챙기며 나를 따라 나왔다.

* * *

술을 마셨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에, 테일러에게 연거푸 잔을 권했다.

“자넨 혹시 나중에 뭐가 되고 싶나? 한 십 년이나 이십 년 뒤에 말이야.”

“아, 아시아에 있는 모든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광산 기업의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오!”

잔챙이인 줄 알았는데, 야심이 좀 있는 남자였네.

나는 재차 술을 권했다.

그러자, 술잔을 비운 테일러가 탁자를 쾅-하고 쳤다.

“저를 좀 키워 주십시오. 집안도 한미하고 생긴 것도 별 볼 일 없지만,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 처리합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써 주십시오.”

테일러는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촛불처럼 그리 불타오르더니.

쿵-

하고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술에 취해 뻗은 거다.

“자넨? 자네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함께 온 일행들이 테일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옆 테이블로 데리고 간 사이.

나는 루스벨트와 단둘이 술을 마시며 아까 했던 질문을 루스벨트에게도 던졌다.

“일단은······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꿈입니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

“예.”

“시어도어 루스벨트처럼 말인가?”

“······.”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일까?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쯧쯧. 아직 표정 관리도 못 하네.’

그 대단한 루스벨트라 해도, 아직 풋내기는 풋내기란 말인가?

나는 속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그리 평가하며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 보았다.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동의한다는 뜻이겠군. 그렇다면 자네 역시도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고 해석해도 되겠나?”

“······.”

이번에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침묵으로 내 질문에 답을 했다.

나는 혀를 차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겠구먼. 젊었을 때 개처럼 일해야 할 것이야.”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갑자기 자신 앞에 있던 잔을 든 후, 단번에 안에 있던 술을 비웠다.

그러곤 다시금 이를 따른 후, 내게 질문했다.

“듣자 하니 왕자님께선 공화당 정치인들과 아주 친하시다 들었습니다.”

“뭐, 그렇지.”

“파디 주지사에게 엄청난 기부금을 내셨다지요?”

“맞네. 그가 당선되는 것이 내게 큰 이익을 안겨 주니까.”

루스벨트는 다시금 잔을 비운 후, 큰 한숨을 늘어놓았다.

“저도 왕자님 같은 큰손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군요.”

“그래? 정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네.”

나의 대답에 루스벨트는 손사래를 쳤다.

“안타깝게도 저는 민주당원입니다.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정치인들처럼 당적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보통 자신의 아버지가 공화당이면 계속 공화당원을 유지하며.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면, 계속 민주당 당적을 가진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시어도어와 친척이지만, 당적은 달랐다.

그랬기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내 제안을 거절했다.

“민주당원이라······.”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뭐?”

“예?”

“자네가 민주당원이어서 뭐 어쨌단 말인가?”

나의 답변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 양반이 제정신인가?

라고 속으로 큰 소리를 외쳐 대는 것 같기도 했다.

“다들 오해를 하는군. 나는 아직 어느 당에도 가입하지 않았네. 그 말은 즉, 중도파라는 거지.”

“······.”

“왜? 내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은가? 자네, 유색인종이면 모두 다 공화당에 환장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에 필요한 정치인들일세.”

“그, 그렇지요.”

“다만 인종차별을 공공연히 외치는 놈들은 좀 빠졌으면 좋겠군. 개인적으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부류라서.”

나의 단호한 대답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다시 한번 손사래를 쳤다.

“와, 왕자님께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흑백 분리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뭐, 그리 주장하니 믿겠네.”

“진짜입니다.”

“알겠다니까!”

나는 비었던 내 잔을 채우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루스벨트에게 말했다.

“나는 민주당 계열 인사와도 친해지고 싶네. 모건 대표처럼 말이야.”

술잔을 비우며,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한번 슬쩍 보았다.

이후에 몸을 뒤로 젖히며 손깍지를 꼈다.

“그대처럼 깨어 있는 인사라면 내 언제든 후원할 수 있지.”

“······.”

“왜? 내가 허언을 하는 것 같나?”

“아, 아닙니다.”

나는 곧 있을 약혼식을 언급했다.

“내 조만간 약혼식이 있네. 그때 자네도 참석하게나. 자네 정치 인생에도 도움이 되면 될 것이지, 해는 되지 않을 것일세.”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이 세상 미덕이지 않겠나?”

원 역사처럼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4선 대통령과 찐친이 될 수 있다면 그야 말로 날개를 다는 셈이다.

루스벨트가 나의 약혼식에 참석하겠다 확언했으니 오늘 목표는 끝.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옆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이만 돌아가야겠군. 같이 온 테일러 대표가 뻗어 버려서 더는 술을 마시기 곤란하니까. 그만 일어나세나.”

< 거물과 거물의 만남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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