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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12화 (112/294)

< 대가 >

샌프란시스코에 떠 있던 해가 막 중천을 지나 내려오고 있을 때, 일본 하늘은 막 동이 트고 있었다.

“록슨 대사.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가쓰라 다로는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국의 노신사를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하며 눈알을 상하좌우로 굴려댔다.

외교 밥을 제법 먹은 록슨이 이리 결례를 무릅쓰고 새벽에 가쓰라를 찾아왔다는 것은 정말로 일이 심각하다는 말이었으니까.

그랬기에 가쓰라는 열심히 영국 대사의 표정과 제스쳐를 살피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분석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터졌나 봅니다? 이리 이른 새벽에 저를 다 찾아오시고.”

록슨은 다리를 꼬며 허리를 뒤로 굽히며, 동시에 팔짱을 꼈다.

‘갑’인자의 특권.

편안한 자세를 취한 거다.

“총리.”

“말씀하시지요. 록슨 대사.”

“혹시 그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가쓰라도 정치인이다.

가진 패를 일찍 까면 깔수록 손해라는 것을 알기에, 일단은 모르쇠 반응으로 일관하며 대사의 반응을 살필 생각이었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이강 관련 소식이요.”

“우리의 보호국인 조선의 둘째 왕자, 그자 말입니까?”

“예. 그 조만간 결혼하는, 미국에 있는 왕족 말입니다. 오늘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인에게 암살당할뻔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 진짜로 못 들으셨습니까?”

“아...”

가쓰라는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이 일을 깎아내렸다.

“들었지요. 무도한 모리배들이 둘째 왕자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다면서요?”

제길.

가쓰라는 속으로 욕을 수십 번 하며 최대한 이강을 위하는 척 연기를 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무사하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다행입니다.”

가쓰라의 멋쩍은 웃음에 록슨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대응했다.

“총리께서는 마치 3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시는군요. 이 일에 일본 정부는 티끌만큼도 관여치 않았다는 뜻입니까?”

“그럼요.”

거짓말 때문일까?

가쓰라는 평소보다도 더 과장된 표정과 제스쳐를 보였다.

“우리가 어찌 그런 무도한 일을 기획하고 실행했겠습니까? 그것도 정부 차원에서 말입니다.”

록슨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자못 무례할지도 모르는 대답을 했다.

“...모르지요.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로, 록슨 대사.”

이 늙은이가...

뭘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제법 강하게 나온다.

가쓰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일본이 영국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각인시켰다.

“아국은 세계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대영제국과 무려 동맹까지 맺은 문명국입니다.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고요.”

“...”

“그런 아국이 이런 무도한 일을 벌였겠습니까? 잘 생각해보십시오.”

가쓰라의 말은 이렇다.

외교관으로서 실상 파악보단 자국과 동맹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

가쓰라의 답변에 록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쓰라의 옹이눈을 한참 노려보았다.

“하긴 일본 관료들은 합리적이니까, 그런 머저리 같은 짓은 하지 않았겠지요.”

머저리?

가쓰라는 살짝 울컥했지만, 이런 도발에 걸려들 정도로 무식하진 않았다.

록슨은 그런 가쓰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턱수염을 만졌다.

“저야 그렇다 치지만, 문제는... 상당수가 총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 아침이라 피곤한데... 밀크티 한 잔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황한 탓일까?

아니면 새벽에 방문했기 때문일까?

일본의 관리들은 제대로 된 의전을 수행하지 못했다.

록슨이 도착한 지 이십여 분이 지났는데도 차 한 잔 내오지 않은 걸 보라.

“여기 있습니다.”

록슨이 이를 지적하자, 가쓰라의 비서들이 헐레벌떡 차와 다과를 내왔다.

록슨은 밀크티를 홀짝이며 잠을 쫓고자 했다.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가쓰라가 아까 했던 말을 이어서 했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독일의 카이저를 두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끄덕끄덕-

록슨이 말없이 고개만 흔들자, 가쓰라가 성을 내며 빌헬름을 욕하기 시작했다.

“설마 대사께서는 그 망상증에 걸린 미친 황제의 헛소리를 믿는 것은 아니겠지요?”

일본 총리가 독일의 황제를 강하게 힐난한다.

록슨은 빙그레 속으로 웃으며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떠오르고 있는 경쟁국, 독일.

그들과 일본 사이를 다시 한번 벌려놓았다는 데 만족하며, 록슨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카이저만 그리 생각한다면 문젯거리가 될 리 없지요. 하지만 그게 미국이라면... 정말로 문제가 커집니다.”

영국에게 독일은 떠오르고 있는 잠재적 적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오랜 동맹이자 바다 건너에 있는 사업파트너였다.

일본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였기에, 점점 거세지고 있는 워싱턴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

“...”

일본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동맹에도 중요도가 있지 않나?

그랬기에 가쓰라는 말없이 침묵하며 영국 대사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았다.

“총리.”

“말씀하십시오. 록슨 대사.”

“이번 사건에 피해자 중 우리 측 인사가 하나 포함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로스차일드 남작의 아들이 현장에 있었다 합니다.”

가쓰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이 말은, 영국이 이번 사건을 미국만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자의 증언이 이미 다우닝가에 흘러 들어갔습니다.”

“...”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우리는 아직- 일본을 중요 파트너로 보고 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일본은 러시아를 견제할 아주 중요한 패다.

영국의 제1 경쟁국이 러시아에서 서서히 독일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러시아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기에 영국은 일본이 꼭 필요했다.

“다만 자꾸 거짓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신다면 동맹국으로서 아주 크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

“압니다. 총리께서는 억울하시겠지요. 생각 없는 무뢰배들이 이 일을 벌여 사건이 커지지 않았습니까?”

영국 대사는 가쓰라가 원하는 대로 이 일을 일본 정부 차원이 개인적 일로 치부해줬다.

“우리야 이해하지만 현재 미국 여론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아주 큰불이 되어 우리 사이의 동맹 다리를 모조리 태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둘러 이를 잠재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요.”

“동맹국으로서 언제나 일본 정부를 지지하고 있을 테니, 준비해 놓은 보상책이나 공유해주십시오.”

록슨의 말은.

빙빙 둘러대는 것은 그만두고, 가지고 있는 대응책이나 까보라는 뜻이다.

중재자로서 적당히 감싸줄 테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말.

가쓰라는 살짝 굴욕감을 느끼며 제안하기 시작했다.

“일단 미국이 지난번에 원했던 이민 쿼터 설정을 그들에게 전권 위임할 것입니다.”

“그리고요?”

“피해자인 이강에게는 의왕 작위를 복권해줄 생각이고요.”

“다음은요?”

“...”

가쓰라는 여기까지만 말하고 싶었다.

원래대로 이강이 죽고 다른 거물들이 연관되지 않았다면, 이선에서 마무리할 생각이었으니까.

미국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다면 자국에 있는 연관자 일부를 송환할 예정이었다.

“더 없습니까?”

“...예. 일단은 이 정도입니다.”

록슨은 잠시 가쓰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외교권을 다시 대한제국에 돌려주는, 특단의 조처를 기대치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리 가볍게 넘어갈 일도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총리.”

“말씀하십시오. 록슨 대사.”

“이 제안들... 턱도 없다는 거, 총리께서도 잘 아시지요?”

가쓰라가 주먹을 꽉 쥐며 록슨을 바라보았다.

“미국은 영국에 뭘 요구하고 있습니까?”

“읽어보시지요.”

록슨 대사가 품 안에서 잠자고 있던 서류 하나를 꺼냈다.

가쓰라가 가장 위에 있는 앞머리 글을 보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영일동맹을 개정하자는 말입니까?”

“예. 미국은 아국과 귀국이 손을 잡고 그들과 전쟁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맹조약 중 한 조항 때문에, 자칫하면 양면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쓰라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국과 귀국이 어찌 미국과 전쟁을 벌인단 말입니까?”

“그러게요. 본인 또한 이전까지는 그리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록슨이 빠르게 다음 말을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총리. 개인의 일탈이 국제분쟁으로 비화하여 확산하는 일은 아주 허다합니다.”

가쓰라는 재빨리 록슨이 건넨 문서를 읽었다.

역시.

예상대로 그 조항이 쓰여 있다.

“양국 중 한쪽이 제3국과 교전하게 된다면, 동맹국은 참전하여 공동작전을 편다. 여기서 제3국 항목에 예외조항을 두자는 말입니까?”

“예. 미국을 제외하는 문구를 삽입할 생각입니다.”

“다우닝가에서는 뭐라 합니까?”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

“처음에는 그리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바뀐 모양입니다.”

최고의 파트너에서 한 단계 내려온 셈이 되었다.

더불어 영국만 믿고 미국과 만주 지역 이권 싸움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크다.

일본으로서는 썩 기분 좋지 않은 문구 삽입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동맹 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 숙고해보겠습니다.”

가쓰라는 일단 시간을 끌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록슨 대사는 강경했다.

“아니 됩니다. 즉시 체결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을 달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힘이 들어간 록슨의 대답에 결국 가쓰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 아까 미국 측에 이민 쿼터 설정을 위임하겠다 했지요.”

“예.”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지요. 한인들의 해외 이민을 막지 마십시오.”

이건 아마도...

미국에 있는 모건을 달래기 위함인 것 같다.

모건이 파나마 운하를 지을 때, 한인 노동자들을 선호한다는 말이 세간에 떠돌고 있으니까.

이 정도 선은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 생각했기에 가쓰라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암살 대상이었던 이강 왕자에게는 의왕 작위를 복권 말고도 다른 것을 추가로 줘야 할 것입니다.”

가쓰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

“대사. 의왕의 작위를 복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대사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무슨 뜻이겠어.

만국평화회의에서 이강이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일본 정부의 체면을 깎는 동시에, 일본의 한반도 영유권 문제에도 힘을 빼는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추가로 뭘 더 얹어주라고요?”

가쓰라는 반발했지만, 영국 대사는 여전히 강경했다.

“총리.”

“말씀하십시오 록슨 대사.”

“일본 또한 우리 영국과 같이 입헌군주국이지요?”

“그렇지요.”

“총리께서도 잘 아시겠습니다.”

“뭘 말입니까?”

“왕족들의 특징 말입니다. 로열패밀리들이요.”

록슨이 자국 왕실의 일원들을 떠올리며 예를 들었다.

“그들은 말입니다. 탯줄을 끊고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고결함을 타고난 이들입니다.”

록슨이 이강의 작위를 언급했다.

“의왕이라는 타이틀은 본래부터 그자의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이강은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빼앗았던 것을 다시금 돌려준다면 과연 이강은 기뻐할까요?”

“...”

“아닐 겁니다. 오히려 성을 내겠지요. 당연한 걸 되찾았는데 이걸 돌려주며 생색내는 셈이니까요.”

영국은 그동안 이강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다.

그랬기에 이 정도 보상책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럼 이강 왕자에게는 뭘 건네주면 됩니까?”

“글쎄요.”

록슨은 점점 식어가는 밀크티를 다시금 마시며 카페인을 충전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는데, 마치 네 일인데 왜 내가 고민해야 하느냐는 표정을 지어댔다.

“이, 일본에 있는 테러 주모자들을 넘기면 됩니까?”

“...”

“우리가 넘기고자 하는 이들은 록슨 대사가 생각하는 평범한 범죄인들이 아닙니다. 이자들은 예전에 여우 사냥을 주도했던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을 넘기는 것이 얼마나 이강에게 의미가 되는 일인지 가쓰라가 설명했다.

“이강에게는 뜻깊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이강의 법적 어머니를 해한 자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복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만약 일본만 없었다면.

이강의 왕위 계승은 더욱더 공고해졌을 거다.

중전 민씨를 죽인 일본의 낭인들을 이강이 처단한 셈이니까.

당연하게도 조선에서 그의 인기는 올라갈 거다.

중전 민씨를 다들 싫어하긴 하나, 그를 죽인 일본 낭인들은 조선 신민들로서는 국모를 죽인 원수니까.

“글쎄. 이걸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록슨 대사는 멍청하지 않았다.

이미 후계가 결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법적 어머니 살해자들을 넘겨받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거에 더하여... 이것까지 함께 하지요.”

최근 이강은 광물 탐사 기술자 후버를 보내, 한반도 및 남만주 일대의 광산을 탐색하게 명령했다.

사과 선물은 명색이 받는 이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법.

그렇기에 록슨과 다우닝가는 이강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 하나를 넘길 생각이었다.

이강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고 있는 영국다운 결정이다.

“예? 간도 지역의 광산채굴권과 임업권을 이강에게 넘기란 말입니까? 더불어 청에 건네받았던 무순 광산채굴권까지 함께 넘기라고요?”

“어차피 간도는 미국의 견제 때문에 귀국의 인력이 출입하지 못하는 빈 땅이 아닙니까? 이권 정도 넘겨준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록슨이 지난날 체결된 미·일 신사협정 내용을 언급했다.

‘아... 제길.’

신사협정은 구속력이 없는 협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를 명문화하면 구속력이 생겨버린다.

진짜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주춤하는 가쓰라를 보며, 록슨 대사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 혹시 간도를 두고 현재 청과 협상 중이어서 그런 것입니까?”

들어가지도 못하는 땅.

일본은 이 땅을 청에 양도하고 남만주 일대 각종 이권을 사들일 생각이었다.

록슨이 이를 언급했다.

“이 사태에 그 협정이 체결된다면... 상황이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은데.”

답 없는 재정 상황을 간도 협정으로 타결하려고 했는데.

제동이 걸렸다.

가쓰라는 잠시 눈을 꾹 감았다가 록슨을 바라보았다.

“이것을 수용한다면, 이쯤에서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사실상 백기를 들었던 것.

지금까지 록슨이 요구했던 사항을 모두 다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쎄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단 말입니까?”

여기서 또 뭘 요구하려고.

가쓰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록슨을 흘겨봤다.

이에 록슨이 어깨를 으쓱댔다.

“아직 하나가 남지 않았습니까?”

“뭐가 남았단 말입니까? 이 정도면 미국과 이강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지 않습니까?”

록슨이 콧방귀를 끼며 팔짱을 재차 꼈다.

“일본과 그들 사이에서 중재해준... 우리가, 우리가 남지 않았습니까?”

록슨 대사가 가쓰라를 빤히 보고 있지 않았다면, 가쓰라는 제 손을 이마에 딱 하고 쳤을 것이다.

‘빌어먹을 영국놈들.’

맞다.

원조 혐성국 ‘영국’이 남아 있다.

그들은 이번 사태를 중재하며 뽀찌를 달라고 일본을 겁박하고 있었다.

본래 중재자가 되면 뭔갈 하나 얻긴 하니까.

지난번 아편전쟁 때만 해도 그렇다.

러시아는 영국과 청나라 사이를 중재하며 그 넓은 연해주 땅을 날름 먹었지 않았던가?

록슨은 가쓰라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우린 ...을 원합니다.”

< 대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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