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68화 (168/294)

< 씨 뿌리기 (2) >

차가 왜 이리도 막히나 고개를 갸웃했는데.

어휴-

거리에 사람이 가득해서였구나.

“이쯤에서 내리지.”

“예.”

혹시 모를 암살자에 대비하고자, 나는 평소에 사람 많은 곳에 들르면 내 정체를 필히 숨긴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안경까지 낀다.

겉모습을 아주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다.

“힐(이강). 이쪽일세.”

“그래.”

가명 또한 쓰며 우리 일행은 루스벨트가 있는 장소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기요. 석 달 뒤에 투표하실 거죠?”

“그때 꼭 루스벨트에게 투표하셔야 합니다.”

선거운동을 돕는 지지자들은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내게 들이밀며, 루스벨트를 찍을 것을 애원했다.

나는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었기에,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나온 루스벨트에게 투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갔다가는 한 대 칠 기세였기에, 당연하게도 루스벨트를 찍겠다고 말하며 사람이 가득한 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참으로 똑똑한 선거 구호로군.”

“그렇네요. 재치 있게 양면 전술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뉴욕주는 거대하다.

그 크기만 하더라도 남한의 1.5배 정도 된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곳의 선거구는 지역마다 정치 성향이 판이하게 나뉘어 있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루스벨트! 민주당의 루스벨트를 뽑아 주십시오.』

『루스벨트를 주 상원으로!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와-』

앞서 이동하며 들른, 민주당 초강세 지역에서 루스벨트는 당명을 앞세우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공화당 초강세 지역에서는 오직 루스벨트의 성만을 강조하며 유세 중이었다.

민주당 후보인 것은 몰래 숨긴 채.

『원 몰 루스벨트! 누가 뭐라고 해도 루스벨트만 한 인물은 없습니다.』

『원 몰 루스벨트! 원 몰 루스벨트!』

현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인기를 조금이라고 이용하고자 이런 선거 구호를 사용하는 것 같다.

어느 바보가 대통령과 성이 같다고 저놈을 찍겠어 하지만.

이 얄팍한 방법이 사실 제법 잘 먹히고 있었다.

3선에 성공한 시어도어의 후광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반짝였기 때문이다.

“제법 일 잘하는 선거 기획가를 고용했나 보군.”

미국에서는 2년마다 전국 단위의 거대 이벤트가 열린다.

이런 풍토는 선거 기획자라는 미국만의 독특한 직업을 양성했다.

로비스트와 그 결이 비슷하지만, 조금은 성격이 다른 자들.

‘윌슨도 그렇고, 루스벨트도 그렇고. 이번에 민주당이 아주 기를 쓰고 준비한 모양인데?’

누굴까?

누가 이번 중간 선거에서 이런 선거 기획을 짰을까?

원 역사에서도 많이 만나 보았기에, 나는 유명한 선거 기획자들 몇몇을 떠올려 보았다.

“하! 대중은 생각보다 멍청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략에 넘어가다니요.”

후버 역시 록펠러와 마찬가지로 초강경 골수 공화당원이었다.

그는 다른 당의 선전에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말조심하게.”

비정치인이었기에, 지금은 아무 말이나 막 하고 다녀도 되지만.

막말하는 행위가 습관이 되면, 나중에 크나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미리미리 후버의 안 좋은 습관을 잡아주며, 그에게 충고했다.

“대중은 생각보다 똑똑하네. 자네의 예상보다 더.”

“······.”

“무엇보다 기억력이 참으로 좋지. 물론, 선택적이지만 말이야.”

대중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끝까지 기억하는 성향이 있다.

정치인들의 비리나 막말은 강도가 점점 약해지지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다니는 것 또한 이 작용의 일환이다.

나는 이를 강조했다.

“죄송합니다.”

“자네의 잠재적인 적은 어디에나 있네. 기업인으로 살더라도 이 점은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일세. 나중에 뒤통수 맞기 싫으면.”

“조언 감사합니다. 마음속에 새겨듣겠습니다.”

어느새.

루스벨트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가 일했던 법률사무소 옆에 작게 차린 선거 캠프.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숨을 한 번 고른 후 후버를 바라보았다.

“자, 들어가세나.”

* * *

“이 왕자님. 어서 오십시오.”

간밤에 잠을 설쳤는지, 루스벨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의 방문에 맞춰 막 수염을 깎았는지, 얼굴 하관에는 면도날로 상처가 난 자국이 보였다.

“루스벨트 변호사. 아니지. 루스벨트 주 상원의원. 오랜만일세.”

“아직 당선도 안 된 일개 후보자일 뿐입니다. 방금 발언을 철회해 주십시오.”

“에이, 무슨 소리. 각종 여론조사는 그렇지 않다네. 오차 범위지만 조금씩 앞서 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공화당 초강세 지역에서 말이야. 아닌가?”

방금 한 말은 사실이다.

루스벨트는 공화당 초강세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오차 범위지만, 상대방보다 3~5%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

그가 정치신인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대단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선거는 막판까지 모릅니다. 더욱이 상대방 후보가 다시금 저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후원금’을 앞세워서요.”

분명 억양은 평범했는데 말이다.

거액의 ‘후원금’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울려 퍼졌다.

“뭐 하나, 인사하게.”

나는 루스벨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척하며, 옆에 멀대처럼 서 있던 후버의 옆구리를 쳤다.

“아! 이리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도 한 번 인사를 나눴는데 말입니다. 허버트 후버입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입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루스벨트는 잠시 후버를 바라보다가 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현재 루스벨트의 관심은 후버가 아닌 오직 나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이 왕자님. 혹시 가지고 오신 서류 좀 제가 주실 수 있습니까?”

“아, 선거운동으로 바쁜 자네를 두고, 내 잠시 넋 놓고 있었구먼. 여기 있네.”

나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관련 서류를 건넸다.

이를 하나하나 확인하던 루스벨트가 ‘이건 뭐지?’ 하는 표정을 지어 대며 편지 봉투를 열었다.

“이 왕자님.”

“말하게.”

“이 수표는 뭡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선물일세. 자네를 위한 정치후원금이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리 빨리, 그리고 지금 줄지는 몰랐겠지.

“헉! 십만 달러?”

생각보다 많은 거금이 후원금으로 들어오자 루스벨트의 눈이 재차 커졌다.

신인 정치인답게 표정 관리에 미숙함을 드러내며 제 감정을 있는 대로 분출했다.

“아니.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받아 두게.”

“선거 출마 전에도 사람을 보내어 제게 정치후원금을 건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도 첫 번째로 말입니다.”

에이.

알아보니까 안타깝게도 첫 후원자는 아니던데.

그나저나 이렇게 립서비스를 해 주는구나.

“그런데 이 거금을 제게 또 기부하신다고요?”

원 역사대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4연임에 성공하는 미국 대통령이다.

그렇게 크게 성공할 자에게 미리미리 기름칠해 놓아야지.

차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직 로비스트인 나는 이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절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전에 계약서를 검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나? 내 자네가 정치에 관심이 있어 보여서 이리 후원을 했네.”

“······.”

거금을 주었기에, 이런 입에 발린 말치레로는 프랭클린을 이해시키기 어렵다.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적당한 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섞어 가며, 그에게 후원금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은······ 내 민주당 쪽에도 쓸 만한 인연을 하나 만들어 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리 한 것이네. 공화당 쪽 의원은 많이 아는데, 민주당 쪽은 하나도 없어서 말이야.”

“아! 그렇군요.”

“너무 부담 갖지 말게나. 사업가는 무릇 정파를 따지면 안 되는 직업일세. 여기저기 보험을 드는 것은 제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지. 아니 그런가? 후버 대표.”

“그, 그렇지요.”

후버는 멍하니 선거 캠프를 둘러보다가 나의 물음에 어설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행동으로 봐선 내가 던진 질문을 못 들은 것 같은데 말이다.

선거 캠프 구경에 정신이 팔린 것 같다.

“자, 여기 계약서네. 얼른 확인해 주게나.”

시간이 없었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최선을 다하여 공증 절차를 마무리하였다.

후원자 목록 최상위에 이름을 올린, 십만 달러나 추가로 더 후원한 나의 부탁이었기에.

그는 두세 번 확인한 후에야 나에게 계약서를 다시 돌려주었다.

“확인 완료되었습니다. 문제 될 거리는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바쁜데 시간 내주어서 고맙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또다시 은혜만 입었습니다.”

나는 두 장의 서류 중 하나를 후버에게 넘긴 후, 다른 한 장은 내 재정담당관인 우현식에게 건넸다.

이후 루스벨트를 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가을까지 이곳 동부에 있을 예정이네. 당선되고 좀 한가해지면 주 상원 명함을 달고 내게 찾아오게.”

“예.”

루스벨트의 선거 캠프를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재빨리 후버의 어깨를 톡톡 쳤다.

“자네.”

“말씀하십시오. 이 왕자님.”

“혹시 시간 좀 있는가?”

“예? 무슨 일 때문입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어 보았다.

“백만장자가 되었는데 그냥 돌아가려고? 거액을 의뢰한 내게 한턱 내야지!”

* * *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고급 술집에서.

후버와 나는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아!

물론 오늘 술값은 후버가 낸다.

그렇기에 나는 아주 비싼 술을 시켜 댔다.

“아까 루스벨트의 변호사 사무실을 다녀온 후부터, 얼굴에 그늘이 한가득 져 있구먼.”

“······.”

“거참 답답하군.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아닙니다.”

후버가 왜 이리 반응하는지 나는 이를 잘 안다.

기업가로 계속 살아가거나 정치인이 되거나.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지금 그가 서 있기 때문이겠지.

‘어떤 선택을 할까? 원 역사처럼 정계로 가겠지?’

대충 결말이 보이지만, 이를 애써 모른 척했다.

나는 후버를 살살 달래며 그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분위기를 만들었다.

“내게 속 시원하게 말하게. 우리 둘 사이,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나만 홀로 그리 여겼는가?”

후버 입장에서 나는.

돈을 호구처럼 써 대는 중요 클라이언트다.

그랬기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고심하고 있는 현 주제를 내게 살짝 밝혔다.

“아까 루스벨트 변호사 말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피곤함에 찌든 모습이었지만, 무척이나 기뻐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주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거에서 이기고 있지 않나?”

“······.”

“여론조사에서 조금이나마 앞서고 있으니까, 저런 것이겠지. 반대였다면 초상집 분위기였을 것일세.”

“그, 그런가요?”

“그래.”

로비스트는 재계에서도 많이 활동하지만, 주요 무대는 아무래도 워싱턴이다.

숱하게 의원실을 들락날락했고, 옆에서 그들이 어떻게 선거를 치르는 지도 관찰했기에.

나는 현 루스벨트의 상황을 설명하며 그가 왜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는지 설명했다.

“더욱이 시기적절하게 자금도 수혈하지 않았나? 나의 정치후원금이 루스벨트에게 있어선 단비가 될 것이네. 모자랐던 퍼즐 한 부분을 채운 셈이니까.”

“그렇지요.”

예나 지금이나 돈이 최고다.

특히나 선거는 더더욱 그렇다.

누가 더 후원금을 많이 모으냐가 해당 예비후보의 지지도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였다.

“정치 신인에, 불리한 지역구를 가지고 있어서 후원금 모으기가 조금 어려웠을 것일세. 내가 숨구멍을 틔워 줬으니 이제 비상할 일만 남았지.”

뉴욕주는 공화당의 아성이 아주 강한 주다.

이 시대.

펜실베이니아주나 일리노이주보다는 못 하지만, 그다음 2순위 정도는 될 정도다.

공화당 후보로 나왔다면야 이리 어려운 고난의 행군을 하지 않았겠지만.

고놈의 당 색이 문제였기에, 루스벨트는 이기는 중임에도 혹시나 역전될까 끙끙댔다.

하지만 돈줄이 확보됨으로써 루스벨트는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금 공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이어 나갈 수 있으니까.

“저울추를 확실하게 자신의 쪽으로 기울게 만들려고, 그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네. 아마도 이대로라면 루스벨트가 이기겠지. 아, 물론 투표함은 까 봐야지 아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네.”

“동의합니다.”

후버의 눈이 반짝인다.

너무도 티가 나는 반응에 나는 콧방귀를 뀌며 그를 떠보았다.

“왜? 자네도 정치에 관심이 있는가?”

“예.”

단박에 긍정한다.

결심이 선 모양이다.

“중서부 촌뜨기로 태어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무엇인가?”

“미국은 축복받은 땅이다. 더하여, 미국은 곧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것이다.”

와!

후버는 탐사꾼인 만큼 분석을 잘한다.

지금 그가 뱉는 말은 그저 치기 어린 말이나 국뽕에 사로잡힌 청년이 하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미국을 내 손에 쥐고 싶다.”

“······.”

꿈은 원대하게 꾸라고 했다.

역시.

예전부터 대통령직에 관심이 있었구먼.

이 자식.

“예. 동부가 아닌 중서부에서 태어난 촌놈이지만, 꿈 하나만큼은 크지 않습니까? 하하하-”

마지막에 너스레까지.

완벽하게 이거.

“그럼 손에 쥐게.”

“예? 그게 무슨······.”

“손에 쥐란 말일세.”

이리 나온다면 나 역시도 속 시원하게 반응해 줘야 하지 않을까?

꾸밈없이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해 댔다.

“왜?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고아는 미국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적혀 있던가?”

“······.”

“미 헌법에 그런 구절이 있나?”

“아, 아닙니다.”

후버의 눈매가 달라졌다.

술을 진탕 마셔 댔지만, 하나도 취하지 않은 눈빛이었다.

“도와주실 것입니까?”

“······.”

“제게 이런 격려를 해 주시는 것을 보면, 분명 숨은 의도가 있으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계속하여 침묵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나 우선 경청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합니다. 가장 첫 후원자가 되신다는 것은 이 모든 고난을 함께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

그렇지.

자칫하면 투자비 회수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사람 투자다.

“그런데도 도와주실 것입니까?”

“물론이지.”

나는 나 나름대로 생각해 두었던 이유를 꺼냈다.

“첫 후원자만큼이나 정치인에게 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이는 없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다고,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친단 말인가?”

“헛물을 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 돈 많네. 나 이강일세.”

“······.”

어느새.

이강이라는 단어는 고유명사가 되어갔다.

“악수하기에 앞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저는 미국의 국익에 반대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왕자님께서 칼을 들고 협박한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큼은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칼 말고.

돈을 들고 협박한다면?

‘마음가짐이 좋네.’

누군 없는 나라도 팔아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피식 웃으며 후버의 선언에 답했다.

“어느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는 짓을 한단 말인가? 더불어 나는 그런 무모한 부탁을 그대에게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네.”

후버가 이에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바로 붙잡았다.

“계약은 체결되었군.”

끈적하고 축축하다.

하지만 이보다 기분 좋은 악수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후버를 바라보며 이자를 어떻게 키워 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 씨 뿌리기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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