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27화 (227/294)

< 휴즈의 전쟁관 (1) >

“무, 문을 열라. 내, 마마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왔도다.”

대한제국의 수도 한양.

도성 한복판에 자리한 덕수궁에, 한 여인이 입궁을 청했다.

“······.”

“······.”

“뭐 하는 게냐? 썩 문을 열지 않고.”

본래라면 궁궐을 지키는 문지기들은 별 의심 없이 그녀를 궐 안으로 들여야 했다.

지금은 뜸하지만, 예전에는 엄귀비와 자주 왕래를 한 사이였으니까.

“출입증!”

하지만.

삼 년 전부터 통감부가 대한제국 황족들을 꽁꽁 감시하면서, 궁 밖 바깥사람의 대궐 출입이 많이 어려워졌다.

통감부의 지시를 받는 일본 경비대 인력들이 문지기들과 함께 이중으로 대궐 문을 지키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그 절차마저 더더욱 까다로워져서, 웬만해서는 대궐 출입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여기 있네.”

“통과.”

“······.”

“······.”

“······뭐 하시오? 안 들어가오?”

통감부를 통해 간신히 출입증을 발급받은 여인.

혹시나 해서 건넸던 출입증을 다시금 되돌려 받을 수 있나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가 품은 작은 소망은 산산이 무너졌다.

경비대의 매의 눈을 피하여 여인은 급히 궐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마마, 마마!”

여인은 종종걸음으로 반쯤 뛰어가듯 걸으며 엄귀비를 애타게 찾았다.

밖에 있는 일본 경비대원 놈들이 혹여나 허가된 시간이 다 되었다고 그녀를 다시금 내쫓을까 봐, 서두른 것이다.

“마마, 안에 계시옵니까? 소녀, 금동이옵니다.”

“마마께서는 황태자 마마의 무사 귀환을 위해 잠시 기도 중이십니다.”

엄귀비를 바로 옆에서 모시고 있던 김 상궁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윗전께서 기도하는 데 방해되니.

큰 소리를 내지 말라고 김 상궁은 조심스럽게 금동이를 타일렀다.

“밖에 있는 군인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려워도 궐 안에 있는 이들을 강제적으로 내쫓지는 않으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잠시 옆 건물에서 숨 좀 돌리며 차라도 한잔 마십시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금동이라는 여성은 한성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신여성이었다.

출신은 천했지만, 그녀의 지아비는 엄비와 인척 관계.

비록 첩실이지만 이렇게 궁궐에 들락날락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수완이 제법 좋아서였다.

“어, 언제 오시지.”

평소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지금 없다.

오늘따라 부산한 표정을 지으며 덕수궁에서 차를 계속하여 홀짝였다.

“오래 기다렸는가?”

그때였다.

원 역사에서 고종의 마지막 여인이자 영왕의 친모로 알려진 엄귀비.

그녀가 반 시진이 지났을 때쯤에 금동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마!”

“이리 오게나. 내 자네 얼굴을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엄귀비는 금동이의 손을 꼭 잡으며 한 사내를 회상했다.

“일 년 만에 보는데도 이리 얼굴이 변했는데······ 지난 육 년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시는 황태자 마마께서는 얼마나 성장하셨을까?”

고귀한 신분답게 엄귀비는 시간 개념은 저쪽으로 날려 버린 여인이었다.

엄귀비는 품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며.

금동이라는 여인이 덕수궁에서 자신을 기다릴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황태자 마마와 고작 이따위 종이 쪼가리로만 안부를 묻곤 한다네.”

“······.”

“자네가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가 없지 않은가? 몹쓸 놈의 왜놈들이 갓 열 살이 넘은 전하를 그리 내게서 빼앗더니, 육 년 동안이나 이 어미 얼굴도 못 보게 귀국 길을 막고 있다네.”

설명이라기보다는 늙은 여인이 넋두리에 가까웠다.

“금수들도 천륜은 끊지 않는 법이거늘. 내 지금은 참고 있지만, 기회를 잡아서 마사다케 통감에게 찾아가 격하게 항의라도 한마디 해볼 생각이네.”

엄귀비는 그녀의 아들인 영왕을 몹시도 그리워했다.

2년 전인 1911년.

장티푸스로 생사를 헤맨 이후로는 더더욱 아들과 만나고 싶어 했다.

“으응? 자네. 표정이 왜 그런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

“나를 지킨다고, 마사다케 통감 앞에서도 당당했던 자네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불안한 표정을 보이는구먼.”

넋두리를 다 끝내자.

엄귀비는 비로소 제 앞에 있는 금동이의 심적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금동을 채근하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진짜로, 무슨 큰일이 생겼나 보군. 내게 말하게. 내 도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네.”

“마마.”

“그래. 듣고 있네.”

“의왕 쪽에서 사람이 찾아왔나이다.”

“의왕?”

엄귀비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떠난 의왕이······ 사람을 보내, 자네에게 접촉했단 말인가?”

“예.”

그 자식이 왜?

엄비의 이마에 있던 주름이 더욱더 깊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

“근래에 소녀의 행적을 추궁하였습니다. 귀비 마마와 만났는지, 최근에 실종된 최 상궁과 임 상궁과 접촉했는지를 물었으며······.”

쾅!

엄귀비는 도끼눈을 하며 탁자에 제 손을 쳐 댔다.

손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엄귀비는 금동이만을 째려보았다.

최근 그녀가 머무는 덕수궁에서 금기시되는 최 상궁과 엄 상궁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이리라.

“감히 대궐 안 일을, 의왕이 사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예.”

“그래서? 뭐라고 답변했는가?”

“저, 저는 모,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습니다.”

신변에 위협을 느꼈는지, 금동을 도톰하게 오른 볼살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시, 실제로······ 이에 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소, 소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엄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앞에 있는 금동이는 한 번 쓰고 버릴 패가 아니었다.

그녀의 쌈짓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이기도 했기에, 이전에 몰래 했던 일이 그녀와 연관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여 이 일에서 배제했다.

“그자들이 더는 캐묻지 않던가?”

“예. 다만······.”

“다만?”

“귀비 마마께 전하라고 했습니다.”

“뭐라고?”

“······.”

“······.”

감히 고하기 어려운지 금동이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머뭇거렸다.

이에 엄귀비는 괜찮다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하,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두,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하였나이다.”

“뭬야? 의왕이 감히 내게!”

엄귀비는 의왕에게 어머니 되는 사람이다.

그녀는 의왕에게 사랑을 베풀지는 못했지만, 미국에 정착하는 데 거금을 지원해 준(?) 이력이 있다.

“양이들과 무리 지어 살더니, 이곳의 예와 의는 죄다 잊어버린 모양이로군. 의왕이 제 어미 되는 내게 그런 몹쓸 말을 하다니.”

제 아들을 위해 엄귀비는 의왕의 귀국길을 막았다.

일본이 작금에 벌이고 있는 짓을 그 예전에 귀비가 한 거다.

하지만 이 사실은 모두 잊고.

후계 위를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의 비자금 일부를 넘긴 것만 기억하고 있다.

나아가 자기 합리화까지 하며 엄귀비는 자신이 부모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믿고 있었다.

“이런 불효 막심한 놈 같으니.”

그래서일까?

그녀는 애먼 금동이를 노려보며 이강을 욕했다.

“아무리 귀비 마마라도 왕손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

“······.”

“그 증거가 의왕 전하의 손에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분명.

증거는 모두 지워 버렸을 텐데.

귀비의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이 모든 것이 다 그놈 때문인 것을.’

대한제국 내에서 의왕의 인기는 정말이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당장 이강이 귀국한다면, 민중들은 영왕을 끌어내리고 의왕을 다음번 후계자로 세워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할 정도니까.

‘내 아들이 꼭 다음 보위에 올라야 해.’

이강은 미국물을 먹었다.

정치 또한 미국에서 배웠기에, 왕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실권이라도 잡으리라 엄비는 생각했다.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다.’

엄비는 의왕에게 몹쓸 짓을 했다.

그랬기에 이강이 반드시 그녀에게 복수하리라고 예상했다.

이전에 했던 약속대로 이강이 순종의 뒤를 잇지 않더라도, 고종의 다른 후계자를 대신 앉힐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의 화근을 제거하기 위해 일을 벌였는데.

그게 독이 되어 돌아온 것 같다.

‘필시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는 것일 테다. 내 증거는 확실히 없엤다. 장담할 수 있어.’

이를 금동이에게 언급하려고 했는데, 금동이가 먼저 이강의 다음 말을 전했다.

“조만간 수도와 지방 거점 도시들에 의원들이 파견될 것이라고 하옵니다.”

금동이의 입에서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왔다.

귀를 쫑긋 세우며 엄귀비가 이를 경청했다.

“미국에서 서양 의학을 공부한 이들이 다수 이곳에 파견된다고 하던데······ 궁궐 내에도 한동안 드나들 듯합니다.”

“통감부와 일본 내각 또한 이를 허락했는가?”

“예.”

일본은 생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서구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왕실이 존속한다.

지난번 이강 습격 사건으로 무도한 나라로 찍힌 상황.

조선에서 일어난.

예상치 못한 일에 휩쓸리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이강의 요구를 냉큼 허락했다.

물론 파견되는 의료진들을 향한 감시 인력을 배치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괜히 방해나 하지 말고 자중하라고 엄중 경고를 했나이다.”

* * *

본국으로 대규모 의료진이 파견된다.

대한제국의 영유아 사망률은 여기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여러 가지 요인이 중첩돼서일 테다.

낮은 교육 수준과 생활 수준.

위생개념의 부재.

무엇보다 개떡 같은 한반도 기후가 대한제국 신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수해가 닥치기라도 하면, 수인성 전염병이 돌아서 몇만이 한 번에 죽기도 한다.’

사시사철 평온한 캘리포니아와는 다르게,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대륙성 기후다.

무엇보다 여름철에 비가 쏟아지는데, 이 때문에 자주 전염병이 발병한다.

나는 이번 기회에 의료인력들을 대거 파견하여, 본국에 있는 이들의 위생 또한 서서히 챙겨 나가려고 생각했다.

‘인구가 적어.’

쑨원과 암묵적으로 합의한, 남만주까지 경영하려면 이 인력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부터라도 이렇게나마 의료진을 파견하여 아동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낮춰야 했다.

* * *

“이 왕자님. 이쪽입니다. 이쪽에 앉으십시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만국박람회는 성공리에 폐막했다.

대통령도 막 행사장에 들러서 이번 행사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고.

“주인공이신 휴즈 대통령께서는 지금 어디쯤 계신 것입니까?”

“어제 새크라멘토에서 주지사와 간담회를 나누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아! 지난 1907년 대지진 때,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려고 위령탑으로 향하셨답니다.”

“그렇다면 저녁 늦게나 돼서야 이곳에 오시겠군요.”

“그렇지요. 한창 바쁘시니까요.”

“유족들도 만나고, 그곳에서 사진 좀 찍으시겠군요.”

미국은 큰 사고가 나도 이를 쉽게 잊지 않는다.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고, 고위 공직자들이 유족들을 찾아뵈며 위로하는 일이 빈번했다.

휴즈 역시도 지난 1907년에 일어난 대지진 피해 장소를 방문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정신이 없었다.

“뭐, 내일모레 1면에 실린 기사를 위해서라도 그러셔야겠지요. 솔직히 우리와 함께 찍은 사진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으니까요.”

“하긴, 그렇네요. 이 왕자님 정도 나와야지 그나마 신문들이 팔리겠군요. 하하하.”

휴즈를 환영할 만찬회가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서 열린다.

지역 유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다들 오늘의 주인공이 언제 오나 기다리는 상황.

시간이 남는 동안 스몰토크나 하며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언뜻 내 이름이 근처에서 들려왔다.

‘본국의 일은 잘되어 가고 있으려나······.’

하지만 나는 최근에 벌이고 있는 대한제국 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 왕자님.”

“응?”

“무슨 근심 어린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래서일까?

잠시 한눈을 팔았는데.

옆에 있던 잭 마일로가 내 어깨를 치며 주의를 환기해 줬다.

“아! 내 잠시 딴생각하고 있었네.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요새 잠을 통 못 자서 말이야.”

살짝 얼굴을 굳히자, 여기저기서 서로 귀와 입을 대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자네 그 이야기 못 들었는가?”

“뭔?”

“그 대한제국에서 있었던 일.”

“아, 그 이야기!”

작게 속삭이는 것 같지만, 다 들린다.

가장 크게 귓속말하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흠칫 놀라며 내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최근 비극적인 일이 가정 내에 생겨나셨다지요?”

“그 심정 이해합니다.”

“맞습니다. 가족을 잃는 것은 어느 고통보다도 아프니까요.”

“비록 얼굴도 보지 못한, 반쪽짜리 동생일지라도······ 가족은 가족이니까요.”

안 좋은 나의 가정사가 오가서일까?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이 왕자님.”

“말하게.”

그때였다.

옆에 앉아 있던, 금광왕 잭 마일로가 다른 주제를 꺼내 들었다.

“듣자 하니, 요새 미주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 쪽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계신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루마니아와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쪽에 대거 자금을 투입하셨다지요?”

고개를 끄덕였다.

록펠러 그리고 네덜란드 왕실과 함께, 해외 유전 개발에 거금을 쏟아붓고 있는 사실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다른 미국의 유지들이라면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부의 부자들은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 관심이 많다.

잭 마일로는 한발 더 나아가 내 미래의 투자 계획까지 거론했다.

“더불어 왕자님의 고향에도 본격적으로 개발자금을 쏟아붓고 계신다는 소문이 돌던데 말입니다.”

“······.”

“철광, 탄광은 물론이고 발전소 부설 또한 생각하고 계신다면서요?”

에델과의 결혼식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낭인들이 나를 대놓고 암살하려고 작당했다.

그때 나는 다행히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고,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여 대한제국 각지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산 채굴권을 건네받게 되었다.

원 역사에서 대통령이 되었던 광산 탐사꾼 후버에게 나는 남아 있는 광산들의 채산성을 조사하게 명령했고.

그는 탐사 보고서를 내게 바쳤다.

그게 벌써 2년 전 이야기.

‘그 사건 때문은 아니지만, 결국 칼집에서 칼을 빼게 되었지.’

그동안 대한제국 본토에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자칫 나의 투자 행위가 일본 놈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니까.

‘2년간이나 심사숙고했지.’

기나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

본토에도 슬슬 투자하자는 거다.

‘단기적으로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더 이익이 될 것이다.’

일본제국으로부터 반쯤 빼앗긴 국권을 되찾아 올 국내 수복 시점은 둘 중 하나일 테다.

이르면 1차 세계대전 직후.

늦어도 원 역사대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이겠지.

‘현실적으로는 후자가 더 가능성이 크다.’

일본놈들이 집단 최면에 걸리지 않는 한 세계대전이 터지면 연합국에 설 테니까.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오스만까지 합세하는 동맹국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볼 때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속해있는 연합국보다 약하다.

그렇기에 투자를 망설였다.

지금 투자했다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라도 한다면, 일본에게 이를 전부 빼앗길 테니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랴?’

앞으로 5년 간은 호황이 닥칠 거다.

영국과 인도의 공장은 자국의 전쟁 수요를 납품하기도 빠듯하겠지.

중국 시장은 텅 비게 될 것인데, 국내에 면직공장 하나만 차려도 이를 뽑아 먹고도 남을 거다.

‘만약 1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하게 된다면. 지금 투자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어.’

그렇지 않고 1940년대에 독립하게 되더라도 내겐 이득일 것이다.

대공황이 오기전에.

대한제국에 투자한 인프라들을 서구 자본가들에게 팔아먹으면 될 테니까.

‘투자자금을 빼앗긴 그들은 더더욱 분노하며 일본을 적대시하겠지.’

1940년 이후 해방하게 되면, 남은 인프라들은 결국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그 사이.

그곳에서 일한 숙련공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덤.

“저희 쪽 전문가들도 의류 산업부터 철강, 화학 등 중공업 쪽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아시아 쪽 수요가 증가하리라 예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저희 또한 그 사업에 투자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눈빛을 번쩍인다.

나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사람을 풀어 조만간 런던과 뉴욕에서 이에 관해 투자설명회를 좀 할까 했었네. 뭐, 자네들이 그리 원하니, 내 그대들이 떠나기 전까지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물론 조건은 두 곳에서 열리는 설명회보다는 나을 것일세.”

“오오!”

환호성이 들리는 가운데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때였다.

“대통령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만찬회장에 발을 들였다.

< 휴즈의 전쟁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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