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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혁명의 시대 3부-128화 (712/812)

3부 124화 황성 스캔들

“태자 전하, 아시다시피 전 남편이 있는 몸입니다.”

이서아는 정중한 어조의 프랑스어로 답했으나, 기대와 달리 에드워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게 뭐 어떻습니까? 일부일처제라는 건 기독교적 위선, 부르주아적 허례허식일 뿐이지요.”

마치 급진주의자라도 된 것마냥 하는 말에 이서아는 점점 더 어이가 없어졌다.

“영국 국교회의 수호자가 되실 분이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내 부왕이 예외지, 역대 영국 국왕들도 실상은 다 정부(情婦)가 있지 않았습니까? 하물며 동양 왕실에는 아예 후궁제도가 있는데.”

“한국은 후궁제도가 사라졌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도 서양식으로 정부가 있지요.”

“웨일스 공 전하!”

황제를 운운하는 말에 마침내 정색했다.

“그만하시지요. 많이 취하셨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내 정신은 멀쩡합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도 진심이고요!”

“지금까지는 취해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서 쉬시지요.”

“내 사랑을 받아 주십시오! 단 하룻밤이라도 좋습니다. 단 하루라도 사랑을 허락해 준다면, 나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열렬한 로맨스로 포장했지만, 에드워드의 속내로 말할 것 같으면, 자신이 본 최고의 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피차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입만 봉하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원숙한 여인, 특히 기혼여성을 좋아했다. 하물며 동양 왕족의 부인은 최고의 스릴을 줄 수 있었다.

“저는 남편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상기시켜 드릴까요?”

“누가 결혼이라도 하자고 했습니까? 피차 외로운 사람들끼리 하루만이라도 솔직한 시간을 갖자는 말이지요.”

“절대 안 됩니다, 전하. 전 남편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 왕실의 갑갑한 삶을 견뎌 내려면, 때로는 변화도 필요한 법입니다. 하물며 이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동양 왕실에, 점잖기만 한 친왕에게 만족하십니까? 당신은 여전히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데, 청춘이 아깝습니다.”

골수 인종주의자인 에드워드는, ‘황인 남자는 절대로 백인 여자를 육체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리라고 멋대로 판단했다.

‘정말로 따귀 때릴까······.’

명백한 오판이었다. 은근히 남편과 자신을 모욕하는 말에, 이서아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남편의 입장을 고려해 한 번 더 참기로 했다.

이서아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에드워드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가 기대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줄을 잡아당기면 벨이 울리고, 집사와 고용인들이 올 겁니다. 아, 전하의 경호원도 오겠군요. 그리고 만취한 전하를 모시고 영국대사관으로 돌아갈 겁니다.”

“허,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이렇게 손님을 쫓아내도 되는 겁니까?”

“물론 전하는 귀한 손님입니다만, 취하신 분을 계속 붙잡아 두는 실례를 저지를 수는 없지요.”

이서아의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에, 에드워드는 더욱 흥미를 느꼈다.

대영제국 황태자라는 후광, 미혼의 젊고 잘생긴 외모, 뛰어난 화술(話術). 특히 시대를 앞선 패션 감각으로 당대 가장 많이 사진에 찍힌 연예인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대전쟁에 솔선수범하여 참전하였고, 역사상 처음으로 대영제국 전역과 세계를 돌며 웨일스 공의 의무를 수행했다. 어딜 가나 인기폭발이었고, ‘제국의 아폴로(Apollo)’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사이에 벌어지는 ‘일탈’은 에드워드 개인에게 보너스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유혹을 마다한 여인은 거의 없었고, 그는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고 다녔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여인은 간만이었다. 에드워드는 정숙한 여인에게서 항복을 받아내고 말겠다는, 기이한 정복욕을 느꼈다.

“그 줄을 당기면, 피차 민망해질 겁니다. 내 경호원이든 여기 고용인이든, 내가 그리 취하지 않고 멀쩡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그럼 친왕비가 웨일스 공을 축객(逐客)한다는 말인데, 대체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고 말하렵니까? 증거는 있고요? 친왕 전하의 고귀한 명예는 어찌 된답니까? 양국 관계는 또 어찌하고요?”

이서아는 에드워드의 유들유들한 태도가 밉상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미 열 번이라도 따귀 때려 쫓아내고 싶었지만, 대영제국 황태자라는 신분 때문에 쉽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그걸 내세워서 물러서지 않고 압박하니, 대한제국 친왕비로서 택할 대응책이 제한적이었다.

‘이 진상을 어떻게 쫓아내지?’

이서아가 모두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생각하는 동안, 에드워드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집시다. 지금까지 나와 사랑을 나눈 여인들은 모두 만족했어요. 아마 당신에게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될 겁니다.”

에드워드가 줄을 잡은 여인의 왼손을 잡아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이서아를 억누르고 있던 본능이 폭발했다.

“정신 좀 차려, 이 철부지 망나니야!”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여인의 오른손에 대영제국 황태자의 따귀가 돌아갔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에드워드는 자신도 모르게 여인을 붙잡던 손을 놓고 얼얼한 뺨을 매만졌다.

‘감히 대영제국 황태자에게 따귀를 때려? 나,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물론 그런 상투적인 대사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어떻게 대응할지 얼이 빠져 있는 동안, 이서아는 엄한 어조로 꾸짖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전하는 지금 나와 내 남편뿐만 아니라, 대한제국과 대영제국의 동맹까지 모욕하고 있는 겁니다!”

그 순간, 에드워드가 놓고 있던 이성의 끈이 다시 연결됐다.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 객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제가 술에 취해서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친왕비 전하.”

에드워드는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청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술의 탓으로 돌렸지만, 어찌 됐건 사과는 사과였다.

“역시 취하셨군요. 그럼 고용인들을 불러 전하를 영국대사관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이서아도 언제 뺨을 때렸다는 듯, 다시 정중한 어조로 화답했다.

“예. 오늘 일은 제가 취해서 저지른 실수이니, 아무쪼록 용서해 주십시오. 부디 잊어 주시고, 아는 사람이 없도록······.”

“부끄러워서 어디 말하지 못하겠네요. 전하께서도 앞으로 조심하십시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드워드는 웨일스 공의 체면 같은 건 던져 버리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줄을 당겨 벨이 울리자, 아래층에 있던 집사와 에드워드의 경호원이 응접실로 올라왔다.

“태자 전하께서 많이 취하셨습니다. 대사관으로 모셔 드리세요.”

경호원은 붉게 물든 에드워드의 뺨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나 짐작했지만, 왕실의 고용인답게 입을 다물고 에드워드를 부축하였다.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친왕 전하께 인사 없이 가서 죄송하단 말씀 전해 주십시오.”

“제가 전하께 말씀 잘 드릴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안녕히 가십시오.”

영친왕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 달란 뜻이었고, 이서아도 동의를 표했다.

마침내 ‘취객’이 떠나자, 이서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아침, 이영은 심한 숙취를 느끼면서 깼다.

“아우, 머리야. 역시 독주는 나와 안 맞는군. 웨일스 공 전하께서는 잘 돌아가셨소?”

“예, 머지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주인이 되어 빈객을 끝까지 모시지 못하다니, 송구할 따름이군. 부인, 노고가 많았소.”

아무 일도 모르는 이영은 미안함을 느꼈다.

“웨일스 공 전하께 사과도 드릴 겸 영국대사관을 인사드리러 가야겠소.”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서아는 남편이 사과한다는 말에 황당함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니요?”

“지금 웨일스 공께서도 숙취로 고생하고 계실걸요. 그분은 부군보다 더 많이 취하셨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오늘은 안부 전화만 하고 찾아뵙지 않는 게 좋겠군.”

이영은 순순히 납득하고 아내의 말을 따랐다.

이영이 궁내부에 입궐해 있는 동안, 이서아는 어제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말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자신의 명예, 남편의 심정, 웨일스 공의 체면, 한영관계를 생각하면 입을 다무는 편이 좋았다. 아무리 이영이 사려 깊고 점잖은 사람이어도, 자신의 아내에게 추파를 보낸 자를 용납하기 어려울 터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가려던 이서아는, 퇴궐 후 결국 진실을 말하게 되었다.

“부인, 어제 무슨 일이 있었소?”

“예?”

“오늘 아침부터 당신 어투나 표정이 평소와 달라요. 특히 웨일스 공 이야기를 할 때, 당신 표정에 수심과 놀라움이 가득하더군요.”

“······.”

“우리가 부부로 산 지가 10년인데, 내가 모를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 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영이 겉보기에는 둔감해 보여도, 어릴 적부터 늘 처신을 조심히 해야 했기에 눈치가 빨랐다. 그는 아내의 표정과 말투를 읽고, 본능적으로 그녀와 에드워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 일은, 이영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뭐, 뭐라고? 태자가 당신을 희롱했다고?! 왜 내게 바로 말하지 않았어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굴욕감을 느꼈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 입을 다무는 게 낫다고 생각을 했어요. 전하는 접반사를 맡고 있으니.”

“부인······.”

이영은 아내의 단호함과 사려 깊음에 감명을 받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려웠다.

“내가 그자에게 그리 지극정성으로 대했는데, 감히 부인을 희롱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소!”

점잖은 이영이 화를 내는 일 자체가 드문 일이라, 이서아가 오히려 그를 만류했다.

“전하, 그래도 참으셔야 합니다.”

“물론 이 일이 밖으로 새면,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곤란한 일이지요······.”

당연히 비난받고 위신이 실추하는 건 에드워드지만, 그리되면 웨일스 공 방한을 통해 한영관계를 강화한다는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임무가 헛고생이 된 건 둘째치고, 아내에게도 화살이 돌아갈 수 있었다.

‘가뜩이나 아나스타샤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보수적인 황실 종친들이, 에드워드가 아닌 아내의 탓으로 돌리면 어쩐단 말인가?’

남녀 간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여자의 처신 탓으로 돌리던 반동적인 시대상이 아직도 잔존(殘存)해 있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이영은, 문득 이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웨일스 공이 방한 중에 있었던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모두 내게 보고하라.」

‘그래, 황형께 보고하자. 현명하신 황형이라면, 해결책을 마련하실 거야.’

그날 밤, 이영은 급히 경운궁에 입궐하여 알현을 청했다.

* * *

광무 22년 6월 18일 오전, 경운궁.

갑작스럽게 호출을 받은 주한영국대사 마일스 램프슨(Miles Lampson) 남작, 특사 어니스트 사토우, 특사 존 조던 경, 해군 대위 루이 마운트배튼 경은 영문을 몰랐다.

“한국 황제께서 갑자기 우릴 왜 부른답니까? 대사는 이유를 아십니까?”

“글쎄요, 루이 마운트배튼 경이 포함된 걸 보니 마리야 공주와의 혼인 문제 때문일까요?”

“그런 일에 왜 우리까지 부른단 말입니까?”

“아니면 루이 경이 주한대사관에 주재무관으로 오길 바란다고 청하시려고?”

“거 참, 이해가 안 되는군요.”

외교관들뿐만 아니라 루이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왕가와 가깝다고는 하지만, 외교관과 동급으로 참여할 지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형태로 드러나고 말았다.

의례적인 인사조차 생략한 이선은, 분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짐은 그동안 동맹국 영국과의 우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오. 웨일스 공의 방한도 최상의 예우로 맞이했소.”

“예, 웨일스 공 전하와 저희 모두 황제 폐하와 한국민의 우의에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

이선은 냉소를 터뜨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를 느낀다는 자가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이오! 영친왕, 그저께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도록 하라!”

영친왕 이영은 거듭 머뭇거리다, 이선의 채근을 받자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날 밤’의 일에 대해 말했다.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입을 떼는 이영의 얼굴에는 굴욕감과 분노가 가득했다.

4명의 영국인은, 너나 할 것 없이 충격으로 입을 딱 벌리고야 말았다.

“짐이 베푼 호의의 대가가 겨우 이런 것이란 말인가! 대체 웨일스 공은 우리나라와 우리 황실, 짐을 얼마나 능멸하고 있으면 이런 뻔뻔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이오? 경들, 입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폐, 폐하. 진정하시옵소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닐지요?”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 모두 웨일스 공의 성적 방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분별력이 없을 줄은 몰랐다.

“오해? 오해라고? 그럼 영친왕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웨일스 공을 모략한다는 거요?”

“그, 그런 뜻이 아니오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짐의 제수씨이자 친왕비를 희롱하다니! 감히 어찌 그리도 무례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친왕만을 모욕한 게 아니라, 짐과 대한제국 황실 전체를 모욕한 거요!”

이선의 진노는 전례 없었다. 영국 외교관, 특히 동양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던 사토우와 조던은 상황의 심각성에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명예와 법도를 중시하는 유교 국가에서 평범한 여인네를 희롱했어도 큰일이 날 터인데, 하필 황제의 제수이자 친왕비를 희롱하다니······.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언제나 냉철하던 황형이 분노를 폭발하자, 오히려 이영이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폐, 폐하! 진노를 거두시옵소서. 애초에 신이 어리석어, 태자의 본심을 꿰뚫지 못하였으니······.”

“그게 왜 네 잘못이란 말이냐? 제수씨나 너나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 오직 그 음탕한 호색한의 잘못이란 말이다! 이게 짐과 대한을 능멸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냐? 내 당장 그놈을 불러 요절을 내고 말겠다!”

“폐하,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런 일로 20년 동맹이 타격을 입는다면······.”

자신 때문에 한영관계가 어긋난다고 생각한 이영은, 애가 타는 듯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동맹은 무슨 동맹! 내 단교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무례함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 내고야 말겠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토우가 조심스럽게 형제의 대화를 영어로 통역했다. 딱히 통역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이선은 거듭 분노를 표명했지만, 속으로는 환희의 축포를 터트리고 있었다.

‘역시! 사고 칠 줄 알았어!!’

전날 밤. 이선은 탕아 에드워드가 여자 문제로 뭔가 사고를 치리라 예상하고 약점을 잡으려 했었다지만, 자신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행태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국 사절단을 초치(招致)하고, 영국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다. 너 역시 입궐하라.”

“폐, 폐하! 저는 일을 크게 만들려고 아뢴 것이 아닙니다!”

“이런 무례를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단단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우리가 영국을 상대로 이 정도로 우위를 잡을 일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다시 없을 기회다.’

그 뻔뻔한 영국을 상대로 압박할 수 있는 최상의 패를 가지게 된 이선은, 명예가 실추된 동양의 가장이자 황제를 연기하며 전례 없는 분노를 터뜨렸다.

“대한의 황제로서, 황실의 가장으로서, 내 아우의 형으로서! 짐은 이러한 모욕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오!”

작가의 말

??? : 크킹이다 크킹!!

크루세이더 킹즈라는 게임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상대방의 약점으로 ‘구실’을 잡는 책략이 있습니다. 보통 기이한(?) 사생활 같은 걸로 약점을 잡죠.

그런데 그건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건데, 20세기에 먹힌다니... 모두가 빅토리아-HOI 하고 있을 때 혼자 크킹하는 로맨스가이 윈저공니뮤ㅠㅠ

이제 구실을 잡은 이선이 영국에게 무엇을 얻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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