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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혁명의 시대 3부-133화 (717/812)

3부 129화 첫 순방, 마지막 휴가

“올랴! 어서 와!”

“왜 이제 오는 거야? 너무 늦어!”

노비나에 먼저 와 있던 마리야와 아나스타샤가 반갑게 언니를 맞이했다.

“나스챠. 너희는 기차와 배 타고 바로 왔지만, 우리는 함흥에서부터 말을 타고 왔잖아.”

현시점에서 청진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경원선을 타고 원산으로 간 뒤에 배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함경선 보수공사로 인해서, 함흥-경성(鏡城) 구간의 운행이 일시중단되어 있었다.

연해주와 한반도를 잇는 교량 역할인 함경선은 ‘연해주 특수군사작전’ 이후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나섰다.

“어서 오십시오, 여대공 전하. 육로로 오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예, 재미있는 여정이었어요. 제가 모르던 한국의 풍경도 볼 수 있었고.”

마리야와 아나스타샤를 수행한 이는 정친왕 이안과 이라 공주였다.

“저 말괄량이들 데려오느라 친왕께서 더 고생하셨겠죠.”

“별말씀을. 마리야 여대공께서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인데요. 완연히 원숙하십니다.”

영국 특사단이 떠나기 전, 마리야와 루이 마운트배튼은 정식으로 약혼을 했다.

루이가 한국에 주재무관으로 부임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마리야는 당분간 한국에 계속 체류할 예정이었다. 영국 해군부에서 젊은 대위를 주재무관으로 파견할 가능성은 적었으므로, 출국도 준비해 두고 있었다.

“타냐와 황태자 전하는 지금 어디에 계시지요?”

“함흥에 머물고 계십니다. 순행 일정을 마치고 청진으로 오실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알료샤의 건강은 괜찮다던가요?”

“무탈하십니다.”

이진과 타티야나 부부, 알렉세이는 함께 함경도 일대를 순행 중이었다.

광무 26년 7월, 함경남도 함흥부.

“오신다!”

“대한국 만세!”

“황태자 전하 천세!”

황태자 부처(夫妻)가 탄 황실 특별열차가 함흥역에 도착하자, 도열해 있던 군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친애하는 함흥 주민 여러분! 나는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무 26년 여름 관북 순행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금년은 우리 태조 고황제(이성계)께서 하늘의 명을 받들어 왕조를 개창한 지 꼭 53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함흥은 태조 고황제의 고향이니, 실로 우리 왕조의 흥왕지지(興王之地)이자 풍패지향(豐沛之鄕)입니다! 뜻깊은 해에 이곳 함흥에 오니, 실로 내 고향에 온 것 같은 큰 기쁨을 느낍니다.”

이진의 짤막한 연설에 군중은 열렬히 환호를 보냈다.

“대한국 만세!”

“황태자 전하 천세!”

태조 이성계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이징옥의 난과 이시애의 난 이후 ‘반역향’으로 찍혀 오랫동안 차별받았던 관북(關北) 함경도.

똑같이 차별받더라도 평양과 평안도는 단군 이래의 고도(古都)이자 요충지 대접이라도 받았지, 함경도 출신들은 변방의 반(半)여진족이라고 멸시받기 일쑤였다.

농토가 척박한 산악지대에 동북방에 치우쳐 있어 농업국 조선의 경제에도 큰 영향은 없었지만, 근래에 이르러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풍부한 지하자원, 천혜의 항구, 만주와 연해주에 밀접한 지리적 위치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함흥, 원산, 청진, 경성 등은 동해의 물류 중심지이자 신흥공업지대로 급속히 성장했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함흥 일대에 중공업 섹터가 형성되었고, 급속한 산업화의 수혜자가 되었다.

특히 함경도의 정치적·전략적 가치는 만주와 연해주에 모두 인접해 있다는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출신과 상관없이 능력으로 진급하는 군부에는 함경도 출신이 대거 출세의 사다리를 탔고, 군무대신 이동휘 대장이 그 정점에 있었다. 군부 내에서 관북 파벌은 관서 파벌과 함께 양대 산맥이었다.

서북파(관서+관북)는 ‘지난 500년간 권력을 독점한’ 기호파에 맞서 단결했지만, 그들 내부에서도 갈등은 있었다.

관서 파벌이 역사적·지리적 특성상 고구려의 재건과 만주 진출을 부르짖었다면, 관북 파벌은 발해의 재건과 연해주 진출을 내세웠다.

「고구려의 강역은 만주에 그쳤지만, 대발해의 강역은 연해주를 넘어 흑룡강(아무르)까지 이르렀다!」

「대한은 대발해의 계승자이니, 마땅히 두만강을 넘어 흑룡강까지 북진해야 한다!」

관북인들의 주장은 단순히 역사적 망상에 근거한 게 아니었다. 함경도는 지리적 특성상 연해주와 밀접했고, 러시아와의 무역이 중요했다. 연해주에 거주하는 고려인 대부분은 함경도 출신이었다.

이들에게 있어 연해주는 남의 땅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아라사 적색분자’에 맞서 당연히 지켜야 할 조상의 고토이자 ‘이익선’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연해주 특수군사작전’을 열렬히 지지했고, 한국과 러시아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 이진과 타티야나의 국혼도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지지도가 높았다.

바로 그렇기에, 이선은 이진 부부의 국혼 후 첫 순행으로 함경도 순방을 맡긴 것이었다.

“황태자비 전하이시다!”

“황태자비 전하 천세!”

양장을 입은 타티야나가 동양식으로 조심스레 예를 표하자, 주민들은 태자 못지않은 열렬한 환호로 맞이했다.

“정말 아름다우시군!”

“아아, 정말로 선남선녀가 아닌가.”

“애초에 대국의 공주가 아니신가? 대한의 황태자비로서 손색이 없으시네.”

주민들은 타티야나의 자태에 찬사를 보냈다. 함경도는 러시아와 관계가 깊었고, 그 어느 지역보다 러시아인 거주자도 많았다. 이들은 러시아인을 그렇게 생경하게 느끼지 않았다.

타티야나에 이어 알렉세이가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병색이 완연한 중에도, 알렉세이는 한국인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그 모습은 타티야나와는 다른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저리 아파 보이는데도, 참으로 의젓하시군.”

“원래대로라면 저분이 아라사의 황제가 되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아, 불측한 적색분자들이 왕위를 찬탈하지 않았다면 말이지.”

“하지만 연해주만큼은 대한이 보호하고 있지! 절사(絶嗣)한 근린의 사직을 다시 계승하게 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제 알렉세이는 황태자의 처남이자, 대한제국 황실의 일원이나 다름없었다.

전 러시아 황태자라는 고귀한 신분, 병약한 몸, 대한제국 황실의 일원이라는 현재가 알렉세이에게 동정심과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연해주 현지의 실력자들은 대부분 공화주의자로 로마노프 제정복고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한국인들은 알렉세이의 계승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광무 26년 여름 순방에서 황태자 부처의 방문 장소도 상징적이었다.

원산에서는 이진이 직접 3년 전 노동쟁의의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노동자 권리의 향상을 약속했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광무 23년 8월의 참극과도 같은 일은 없으리라고 다짐합니다. 근로대중(勤勞大衆)은 대한의 산업역군이자, 제국의 근간입니다. 대한은 일시동인(一視同仁)이니, 제군은 결코 황은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입니다. 근로대중 제군! 그대들은 황제 폐하의 적자(赤子)이니, 곧 나의 형제와도 같습니다.”

노동자들은 황태자가 구사하는 고풍스러운 언어를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형제라는 말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원산 학살이 황태자 모르게 진행되었고, 오히려 황태자가 직접 바로잡으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미 감격한 터였다.

“장차 보위를 계승하실 태자께서 우리를 형제라고 말씀하시다니! 감격일세!”

“참으로 황제 폐하 못지않게 신민을 아끼시는 분이야.”

“아, 이 한목숨을 다해 충성하리!”

이진 자신은 아직도 군주가 ‘백성과 눈높이를 함께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부황이 바라는 이상적인 입헌군주의 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여직공 여러분, 그대들은 나의 자매와도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랍니다. 만약 부당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복궁으로 알리세요. 나는 그대들의 고충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서양식 입헌군주제라면 타티야나가 더 조예가 깊었다. 그녀는 노동계급의 혁명으로 왕조가 무너졌던 걸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었다. 모후 알렉산드라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타티야나는 국민에게 헌신적인 황태자비의 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감동이야!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하신 황태자비께서 우리 같은 천것들을 향해 자매라고 말씀해 주시다니.”

“천것이라니? 태자비께서도 자매라고 말씀하시는데, 감히 감독관 따위가 우리를 천대하면 안 되겠지!”

황태자 부처의 첫 순방지인 원산 방문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국영 언론, 민영 언론을 가리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황태자 부처의 동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찬사를 보냈다.

함흥에서도 황태자 부처의 행보는 계속되었다.

원산과 함흥 사이에 있는, 태조 이성계가 태어난 생가인 영흥본궁(永興本宮)을 참배하여 태조의 신위를 모신 준원전(濬源殿)에서 제사를 올렸다.

황태자 부처는 함흥에서도 태조의 즉위 전 잠저(潛邸)이자, 왕자의 난으로 선위한 후에 머물러 ‘함흥차사’의 유래가 되었던 함흥본궁(咸興本宮)을 방문했다.

그리고 태조와 직계 추존 4대조의 신위를 모신 이안전(移安殿)에서 제사를 올렸다.

태조의 어진과 신위 앞에서 황태자비 이진이 절을 올리고, 이어 황태자비 타티야나도 미리 배운 대로 절을 올렸다.

“대한국 황태자, 소손 진은 태조 고황제의 신위 앞에 삼가 고하나이다. ······”

왕조의 의례에 익숙한 이진뿐만 아니라, 서양인 황태자비가 전통 유교 의례를 끝까지 충실히 다해 내는 데 사람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보수적인 유학자들도, ‘왕화의 덕으로 서양인조차 교화시킨’ 사례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터였다.

“고생 많았습니다, 부인.”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할 의무를 수행한 것입니다.”

제사가 끝난 후, 이진은 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리 왕조의 창시자이신 태조의 영령께서, 부인의 아름다운 덕을 흡족히 받아들이셨을 겁니다. 태조께서 굽어살펴 주실 것입니다.”

여전히 내면으로는 정교회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타티야나는, ‘신위’니 ‘영령’이니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선을 계승한 대한제국의 황태자비로서 충실히 의무를 다했다.

“자, 그럼 이제 청진으로 갈까요. 부인의 가족들이 기다리겠습니다.”

“예, 고대하고 있습니다.”

황태자비 부처의 다음 목적지는 청진이었다.

처가 식구들과 함께하는, 현대적 의미의 ‘신혼여행’이었다.

* * *

황태자 부처가 청진에서 순행을 이어 가는 동안, 알렉세이는 먼저 노비나에 도착했다.

“알료샤! 몸은 괜찮니?”

“응, 여러 사람의 배려로 건강해.”

알렉세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도착하자, 자매들은 모두 기뻐하며 축하 파티를 열었다.

한창 즐겁게 파티가 이어지는 동안, 올가는 조용히 사람들을 지켜보던 이안에게로 향했다.

“이제 우리 남매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어쩌면 마지막이겠네요.”

마리야는 언제가 되었든 영국에서 살게 될 운명이고, 타티야나는 평생 한국에서 살다 뼈를 묻어야 할 운명이었다.

올가는 차르의 장녀로서 러시아, 즉 연해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알렉세이는 올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 러시아의 황태자로서 누이를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우울한 기분이 들던 올가는, 일부러 화제를 전환했다.

“영국으로는 언제 떠나세요?”

“8월 중순에 출발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숙부님처럼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예정이에요.”

얼마 전 만 20세를 맞이한 이안은, 영친왕 이영의 전례를 따라 영국 유학이 결정되었다.

“마샤보다 먼저 가게 되겠네요. 마샤도 친왕께서 영국에 가게 되어 기뻐하고 있어요.”

“예, 저도 기쁩니다.”

“다만 나스챠가 아쉬워하겠지요. 그 아이도 영국으로 따라가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올가는 마리야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타냐는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께서 잘 대해 주실 터이니 걱정하지 않겠어요. 다만 나스챠는 정친왕께서······.”

올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아나스타샤가 이안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황태자에 이어 친왕까지 로마노프 자매와 결혼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제가 한국에 있는 한, 특별히 신경 써서 모시겠습니다. 만약 아나스타샤 여대공이 마리야 여대공을 따라 영국으로 오신다면, 친구로서 기쁠 겁니다.”

이안은 올가의 말을 짐작했다. 하지만 그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대한을 떠나게 되었구나. 내게도 마지막 여름휴가인 셈이군. 군주의 차남, 더욱이 서자로 태어난 이상 정해진 운명이었지. 오히려 잘됐어. 유럽이 내게 훨씬 자유로운 삶을 부여할 거야. 다만 어머니와 누이가······.’

이안은 로마노프 공주들과 어울리며 웃고 있는 여동생 이라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라는 어릴 때부터 친오라비를 잘 따랐다. 황실에 단 둘뿐인 혼혈이었으니,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용모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안아, 영국으로 가게 되어 축하한다. 너도 알다시피 케임브리지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이자, 네 숙부가 학업에 전념한 곳이기도 하다. 네가 이곳에서 공부하면, 장차 대한과 네 삶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친왕의 영국 유학이 결정된 이후, 이선은 정동 저택을 방문하여 차남을 격려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최선을 다해 부황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숙였다.

진작부터 열망하던 해외 유학이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진의 국혼 직후에 유학이 결정되었다.

이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종친들은 다르게 해석했다.

“드디어 저 혼혈아가 황실에서 사라지는군.”

“국혼으로 소조의 지위가 더없이 튼튼해졌으니, 서자는 알아서 자리를 비켜 줘야지.”

“15년 전, 영친왕이 스스로 헤아려서 멀어졌듯이 말이야. 아마 성상께서도 그걸 염두에 두신 거겠지.”

“자기도 알아서 처신하겠지. 영친왕처럼 한 10년은 돌아오지 않고 떠돌아다닐 거야.”

“성상도 하나를 얻었으면 하나를 내주신 게지. 전례 없이 서양인 황태자비를 모시게 되었으니, 서양 혼혈아 서자는 사라져 줘야지.”

“속이 후련하군. 혼혈아에게 친왕이랍시고 조아리는 꼴도 더는 안 보겠구만.”

종친들은 황제가 알게 되면 크게 경을 칠 말을 속닥거렸다. 이선은 차남을 혼혈아랍시고 멸시하는 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종친들도 그걸 알기에, 내심 불만을 품으면서도 은밀히 속닥거릴 뿐이었다.

이선이 이안을 영국으로 유학 보내는 건, 결코 태자를 의식해 왕위계승권에서 멀어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만 20세 성년을 맞이하여, 보수적인 황실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라는 뜻에서였다.

‘안이 영처럼 학문을 익히고, 인맥을 넓혀 장차 대한의 황실 외교를 맡는다면 좋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그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해도 좋다. 안이 대학 졸업 후에도 학문을 계속해 학계로 나가도 좋고, 사업가의 길을 걸어도 좋고, 예술의 세계에 들어가도 좋다.’

마르가리타도 이선의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안아. 왕자라는 운명에 얽매이지 말고, 네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길 바란다. 네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든, 네 선택에 달린 문제야. 나는 네가 평범한 젊은이들처럼 공부하고, 노동하고, 사랑하고,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구나. 한국, 영국, 폴란드, 미국 어디가 됐건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어미의 노후는 걱정하지 말고. 내겐 라가 있고, 또 황제 폐하도 있잖니.”

어머니의 격려에 이안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어머니, 성인이 되어서도 그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었지만, 이제는 새장을 떠나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날개를 뻗을 때였다.

“올랴! 왕자님하고 둘이서 뭐라고 속닥거려? 어서 이리로 와!”

“그래, 오라버니! 다 같이 어울려!”

그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아나스타샤와 이라의 부름에, 올가와 이안은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아름다운 여름, 그들이 함께 모이는 마지막 여름 휴가였다.

작가의 말

업로드가 지연되서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예약을 잘못 걸어서ㅠ 다른 플랫폼은 정상적으로 6시에 업로드 됐는데 문피아만 늦어졌습니다. 사과드립니다.

당분간 황실 가족들의 이야기로 훈훈하게 전개되었습니다만, 다음화부터는 다시 냉정한 국제정치의 장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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