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68화 위기는 곧 기회
슈티네스는 직접 마이어 무역회사를 찾아 함부르크로 갔다. 함부르크에도 그가 소유한 계열사들이 다수 있어서 겸사겸사 방문 목적도 있었다.
함부르크역에 내리자마자 곳곳에 휘날리는 붉은 깃발, ≪Proletarier aller Länder, vereinigt euch(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구호를 본 슈티네스는 혀를 끌끌 찼다.
“함부르크도 빨갱이 천국 다 됐군.”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 함부르크는 1918년 11월 혁명 이후 유난히 좌익세가 강한 곳이었다. 킬 군항의 봉기 이후 가장 먼저 혁명으로 넘어간 도시였고, 도시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만 노조는 급진 좌파가 지배했다.
함부르크뿐만 아니라, 하이퍼인플레이션 이후 베를린,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등 노동계급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에서는 사회민주당이 실추하고 공산당 지지세가 급등했다.
지방과 농촌에서는 극우가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대도시에서는 극좌의 영역이 커져 가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슈티네스 회장님. 루르에서 함부르크까지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마이어 무역회사의 2대 회장인 게르하르트 마이어는 초대 회장 하인리히의 장남이었다.
“반갑소. 함부르크 상황이 심각해 보이던데, 기업 경영할 만합니까?”
“무역업이야 아직 괜찮지요. 항만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큰일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노사합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함부르크 항이 막히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경제가 더 흔들릴 텐데.”
근래 정세의 격화는 자본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걱정이었다.
“함부르크에 공산당 세가 강해졌던데. 갈수록 공산당이 득세해서 걱정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결국 핵심은 경제 문제니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자연히 상황이 나아질 겁니다.”
슈티네스는 냉소를 지었다. 정치 안정을 위해서 인플레이션이 끝나야 했다. 하지만 그 자신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최대 수혜자였다. 단기간에 인플레이션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가정하에 도박과도 같은 기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었다.
“뭐 우리야 외화가 있어서 버틸 만합니다만. 귀사도 외화의 여유가 있나 봅니다? 이 불경기에 투자를 크게 늘리는 걸 보면.”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독일 산업계의 지배자인 회장님과 비교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죠.”
슈티네스의 견제에 마이어는 손사래를 쳤다.
“지극히 미미하다니요. 독일 최고의 조선소를 인수하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
최근 마이어 무역회사는 군항 킬(Kiel)의 대형 조선소를 보유한 호발트베르케 AG(Howaldtswerke AG)의 주식 대부분을 인수하여 대주주로 떠올랐다.
HAG는 독일제국 시절 핵심 조선소였다.
제국해군 (Kaiserliche Marine)의 자랑인 전함과, 연합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U-보트 잠수함을 다수 건조했던 조선소였다.
제국해군 최후의 전함인 SMS 바이에른의 건조도 HAG에서 이뤄졌다.
“아시다시피 최근 HAG가 파산 위기에 있었죠.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조선소가 파산하면 곤란한 일 아니겠습니까?”
전시 군수산업 호황은 패전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은 군함 보유의 제한을 받았고, 잠수함은 아예 금지였다.
제국해군의 총아였던 HAG는 막심한 타격을 입었다. 민간선박을 건조하여 위기를 타개해 보려 했지만, 패전과 경제위기로 독일의 해운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라 판매처가 난망했다.
조선소의 파산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신생 공화국 정부도 독일국영철도(Deutsche Reichsbahn)가 대주주로 자금을 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1923년 루르 점령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국철도 막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도저히 조선업을 운영할 여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무역회사가 조선업에 진출하셨다?”
“해운업과 조선업은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까. 어려울 때 같이 가야지요.”
기업청산 위기에 처한 HAG의 구원자로 떠오른 건 뜻밖에도 함부르크 마이어 무역회사였다. 마이어는 상당한 액수의 달러를 투입해 HAG를 인수했다.
“우리가 조선업의 큰 손이라는 건 알고 계실 터인데, 미리 귀띔이라도 하시지.”
“하하, 봐주시지요. 회장님이야 이미 유수의 조선소를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슈티네스 콘체른은 조선업에도 손을 뻗고 있었고, HAG의 경쟁 조선소도 보유했다. 하지만 최고 알짜배기는 킬의 HAG였고, 인수를 고려하던 차에 마이어가 선수를 친 것이었다.
“근데 저기 저 깃발과 동양식 갑옷은 뭡니까?”
슈티네스는 갑자기 회장 사무실에 걸려 있는 깃발과 갑옷에 대해 물었다.
“아, 한국의 옛 국기입니다. 지금과는 좀 모양이 다르죠. 제 부친께서 한국을 위해 오래 일하셨고, 명예총영사도 오래 재임하셨지요. 한국 황제께서 부친께 장군의 갑옷을 비롯하여 여러 귀중품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인리히 마이어는 1883년 조선에 최초로 진출한 서양 무역회사인 세창양행을 이끌었다.
조선의 첫 서양인 고문관인 독일인 묄렌도르프의 소개로, 마이어는 조선의 새 권력자로 떠오른 왕자 이선과 친분을 맺게 되었다.
이선과의 협력으로 세창양행은 동아시아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조선-대한제국의 함부르크 주재 명예 총영사로 임명되어 30년간 한국과의 관계를 두터이 했다.
“한때 한국이 독일을 배우겠다고 성화였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결국 적이 됐지만. 동양 군대에 키아우초우(교주만)를 점령당하는 치욕을 당했으니.”
“맞습니다. 대전쟁으로 동아시아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한국과의 오랜 관계도 끝이 났죠. 하지만 부친께는 오랜 추억이니까요.”
마이어는 한국과의 오랜 관계가 끝이 났음을 아쉬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한국 황제가 그렇게 돈이 많다면서요? 친척도 아닌 러시아 공주 결혼에 100만 달러인가 지참금을 줬다던데. 5남매에게 다 줬다든가? 햐, 500만 달러라. 지금 시국에 그만한 돈을 선물로 주다니.”
한국 황제 이선이 어마어마한 대부호라는 소문은 유럽에 자자했다.
“예, 뭐 유럽이야 전쟁으로 몰락했지만, 한국은 전쟁의 수혜자였으니.”
“황제 개인이 수완이 대단하다고 들었소. 어린 시절부터 투자 감각이 남달라서, 바쿠 유전을 지배한 브라노벨 초대 이사회의 일원이었다면서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근데 아시다시피 바쿠 유전은 소비에트의 치하에 들어갔잖습니까. 국유화 선언에 보상 한 푼 못 받고 철수했죠.”
“브라노벨 지분을 인수한 록펠러가 기절할 일이지.”
1921년 소비에트 러시아의 아제르바이잔 정복으로, 바쿠 유전은 국유화됐다. 브라노벨은 그 직전인 1920년 옛 경쟁자였던 미국 뉴저지의 스탠더드 오일에 모든 지분을 판매했다. 록펠러는 소비에트 정권이 백군에게 전복될 가능성에 배팅하여 도박을 했지만, 결과는 적군의 승리였다. 손실은 고스란히 스탠더드 오일의 몫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브라노벨은 스웨덴계 회사지. 노벨 가문과 함께 대표적인 스웨덴 재벌가라면 역시 발렌베리 가문 아니겠소?”
“그렇지요.”
“마이어 회장도 잘 알 게 아니오? HAG는 독일제국의 자랑이었소. 그런 조선소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 안 되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마이어는 천연덕스럽게 되물었지만, 슈티네스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쐐기를 박았다.
“당신네 회사의 대주주가 스웨덴 엔스킬다 은행(SEB)이라는 거, 이미 다 알고 왔소. 당신들은 바지사장이고, 실제 지배자는 발렌베리 아니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다 알고 왔으니까 부정하지 마시오. 좋소. 그럼 문의합시다. 난 HAG를 인수하고 싶은데, 마이어 회장에게 결정권이 있소?”
“그건…….”
마이어가 쉽게 대답을 못 하는 걸 보고, 슈티네스는 확신을 했다.
“그럼 결정권자와 대화를 해야겠군. 당신네 대주주하고 연결해 주시오. 심도 있는 대화를 해 보고 싶으니. 당분간 함부르크에 머물 계획이니 연락 주시오.”
* * *
며칠 뒤, 스웨덴에서 온 젊은 손님이 함부르크를 방문했다.
“발트해의 파도를 헤치고 부회장님이 직접 오셨군요.”
“하하, 스톡홀름에서 함부르크는 가까운데 자주 옵니다.”
청년은 발렌베리 가문의 3대 회장 마르쿠스 발렌베리(Marcus Wallenberg)의 장남 야콥(Jacob)이었다. 30대 초반인 야콥은 SEB의 부회장이었다.
발렌베리 가문의 영향력은 스웨덴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2대 회장 크누트(Knut)는 전시에 스웨덴 외무장관을 역임하며 엄정한 중립정책을 총괄했다. 한편으로는 전시에 중요한 광물인 철광석을 지배하며 연합국과 독일 양쪽에다 판매했다.
크누트가 외무장관을 맡으며 기업은 이복동생인 마르쿠스에게 계승되었고, 마르쿠스가 종전 이후 파리강화회의 스웨덴 대표와 국제연맹 재무위원장을 맡으면서 그 아들인 야콥에게 계승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마이어 무역회사의 대주주가 SEB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HAG는 독일 조선업의 선두이자, 제국해군의 자랑입니다. 지금이야 베르사유 조약에 묶여 있지만, 언젠가 독일이 조약을 탈피하게 되면 HAG는 다시 군함을 건조하게 될 겁니다. 이런 중요한 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건, 애국자로서 마음이 편하지 않군요. 슈티네스 Gmbh가 인수하겠습니다. 가격은 인수가보다 훨씬 좋게 쳐드리지요.”
슈티네스는 애국자 흉내를 내가며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조국이 독일이 아닌 자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들으면 비웃을 일이었다.
물론 발렌베리는 예의범절이 탁월했기에, 비웃지는 않았다.
“HAG를 인수한 마이어 무역회사는 독일 회사입니다. 설령 스웨덴 자본이 들어갔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요. 그렇게 따지면 슈티네스 Gmbh의 자본 상당수는 네덜란드계잖습니까?”
발렌베리는 슈티네스의 아픈 점을 찔렀다. 슈티네스는 독일 국세청의 조사를 피해 자산의 대부분을 네덜란드로 이전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난 독일인이오!”
“물론 전 스웨덴인이지요. 그런데 자본에 조국이 있습니까? 회장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애국자 흉내를 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확인한 슈티네스는, 사업가로 되돌아왔다.
“HAG를 인수한 이유가 뭡니까? 들어나 봅시다.”
“아시다시피 저뿐만 아니라 발렌베리 가문은 해군장교 출신이지요. 그 덕분에 해군에 대해서는 다른 기업 경영자보다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HAG는 굉장한 잠재력이 있지요. 그래서 인수한 겁니다.”
발렌베리 가문에는 후계자 원칙이 있었다.
반드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장교로 일정 기간 복무해야 하고, 집안 어른의 도움 없이 실무 경험을 쌓고 국제금융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그래요. HAG는 단순히 조선업이 아니라 군수업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외국 자본이 핵심 군수산업을 지배하는 걸 원치 않을 텐데? 핵심기술이 유출되면 어쩌려고?”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개인이 산업 전체를 지배하는 걸 더 원치 않을 겁니다. 이미 조선업 대부분을 한 사람이 지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 ‘특정 개인’인 슈티네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근 루르에서 철강업을 모두 독점하시려 한다지요? 독일 정부에서 그걸 승인하던가요?”
슈티네스는 루르의 광산과 철강업을 모두 자신의 지배하에 놓으려고 정부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었지만, 관계가 가까운 총리 슈트레제만조차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만큼 기간산업이 특정 기업에 독점된다는 건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루르를 프랑스에 빼앗길 거요. 차라리 독일인인 내가 관리하는 게 낫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발렌베리 가문도 스웨덴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회장님께서 정치의 힘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근래 독일 정세가 좀 심각합니까? 그 강대하던 독일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았던가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요. 그렇다면 부회장은 왜 하필 이 시기에 독일 산업에 진출하는 겁니까? 조사해보니 HAG 말고도 이곳저곳 인수했던데.”
젊은 발렌베리는 씩 웃었다.
“회장님하고 동기는 비슷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니까요. 난 독일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으리라는 데 걸고 있습니다. 지금의 하이퍼인플레이션도 오래 가지 않으리라 보고요.”
슈티네스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자신은 독일 산업의 지배자이고, 독일 내에서 발렌베리는 소규모 경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배팅해서 위험한 방식으로 자산을 긁어모으고 있는 슈티네스와 달리, 발렌베리는 유럽 유수의 은행인 SEB를 통해 넉넉한 자금을 갖고 있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끝나면, 슈티네스의 제국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었다.
스웨덴은 1911년 발렌베리의 입김으로 금산분리법도 사실상 해제되어,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도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어쩌면 스웨덴을 넘어 독일의 산업까지 지배하려는 거대한 야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슈티네스의 경계심이 증폭했다.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을 넘어 독일까지 지배하시겠다?”
“설마요. 우리에게 그런 야망은 없습니다.”
“그럼 발렌베리의 배후가 있단 말이로군? 그게 누굽니까?”
“그걸 제가 답해 드려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물론 의무는 없지. 하지만 난 독일인으로서, 독일 군수산업의 핵심을 빼내려는 인사가 누군지 알아야겠소! 부회장이 알려 주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든 알아낼 거요. 그리고 정부에 알리겠소. 외국인들이 독일의 핵심기술을 빼내려야 한다고!”
슈티네스의 위협에, 발렌베리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었다.
“정 그러시면, 말씀해 드리지요. 하지만 비밀은 확실히 지키셔야 합니다. 소문이 돈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물론이오. 내 입 무거운 거 잘 알 테니까.”
“SEB에 막대한 자산을 투자하고 계신 고귀한 분께서 HAG의 인수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자산관리인으로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지요. 그 고귀한 분은, 카이저…….”
카이저(황제)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슈티네스는 자신의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졌다고 생각해 외쳤다.
“혹시 한국 황제를 말하는 겁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발렌베리는 놀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한국 황제의 자산이 어마어마하고 들었소. 노벨 가문을 통해 스웨덴하고도 관계가 있고, 무엇보다 마이어 무역회사는 한국과 관계가 깊지 않소? 왜 하필 마이어가 바지사장이 됐는지 궁금했는데,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슈티네스의 추측에 발렌베리는 껄껄 웃었다.
“하하하, 재미있는 추측이시군요.”
“내 말이 맞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보셔야지요. 카이저 빌헬름의 아우이신 하인리히 대공이십니다.”
알베르트 빌헬름 하인리히 폰 프로이센(Albert Wilhelm Heinrich von Preussen), 하인리히 대공. 프리드리히 3세의 차남이자 빌헬름 2세의 동생.
독일 동아시아함대 사령관과 대양함대 총사령관을 역임한 독일 해군의 핵심인사.
패전 이후에는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조용히 은거하고 있어,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왜 하인리히 대공께서 킬 조선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되겠지요?”
“그럼 왜 하필 엔스킬다와 마이어에…….”
머리로는 패배를 납득하면서도, 여전히 감정적으로는 인정하지 못한 슈티네스가 중얼거렸다.
“마이어 무역회사와는 대공께서 동아시아 함대 사령관으로 근무하실 때부터 관계가 있지요. 제국이 무너진 후에 안전자산이 필요한 건 모든 황족의 고민이고, 안전한 건 중립국이라는 것도 설명해 드려야 할까요?”
슈티네스는 더 이상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발렌베리도 한 가지 기밀사항은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마이어지만, 그 배후에는 하인리히 대공과 발렌베리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알아낸 이도, 그 배후의 배후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건 파악하지 못할 터였다.
“자, 저는 기밀을 공유해 드렸습니다. 그럼 기밀을 알게 되셨으니, 역으로 제안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