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혁명의 시대 3부-210화 (767/812)

3부 206화 북방의 맹세

극동공화국 부랴트 자치주 캬흐타.

캬흐타는 몽골-러시아의 국경도시로, 1727년 청제국과 러시아제국의 국경이 확정된 캬흐타 조약이 체결된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 약 2세기동안 국경무역으로 번영해 왔다.

캬흐타 일대는 몽골인의 일파인 부랴트인이 다수 거주했기에, 대몽골주의를 부르짖는 이들은 할하 및 차하르와 함께 반드시 통일해야 할 영토였다.

1921년 운게른은 소비에트 타도와 몽골제국의 재건을 운운하며 캬흐타를 침공했다. 운게른은 ‘빨갱이 부역자들’을 심판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잔혹행위를 일삼았고, 용병들로 구성된 군단은 약탈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부랴트인들 사이에선 운게른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고, 극동 인민혁명군이 운게른 부대를 격파하여 몽골 국경 너머까지 추격했다.

때마침 유럽 러시아를 강타한 대기근으로 인해, 극동의 확전을 우려한 소비에트 정부의 명령으로 추격은 정지되었다. 하지만 운게른은 언젠가 반드시 타도해야 할 ‘인민의 적’ 1순위가 되었다.

바로 이 도시에서, 마부와 인쇄공 경력이 있는 노동자 출신 군인 담딘 수흐바타르가 이끄는 몽골 인민유격대가 결성되었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인민유격대는 몽골 북부에서 운게른의 군대를 격퇴했고, 운게른의 통치에 반대하는 몽골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해방구’를 넓혀 나갔다.

1924년이 되면 몽골 북부 대부분이 인민유격대에 의해 해방되었고, 인민유격대는 몽골 인민혁명군으로 격상되어 ‘몽골 해방전쟁’을 선언했다.

운게른 역시 ‘성전’을 선포하며 북진을 준비함에 따라, 건곤일척의 승부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광활한 땅이군.”

캬흐타에 잠입한 대한제국 익문사 요원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수흐바타르와 인민혁명군 지휘부를 만나기 위해 몽골 북부의 초원을 돌아다녔으나, 신출귀몰한 유목민 기병의 특성상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국경 너머 캬흐타에서 기다리기로 한 판단이 옳았다. 인민혁명군의 군수보급은 캬흐타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기에, 수흐바타르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익문사 요원은 군수상인으로 위장하여 수흐바타르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중국 군벌들이 무기를 빼돌려 몽골이나 극동에 무기를 파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으므로, 큰 의심을 받지 않고 면담이 성사되었다.

“중국 상인이라고? 그래, 뭘 팔러 왔소? 소총? 기관총? 대포?”

“그보다 더 큰 걸 판매하려고 왔습니다.”

“아편이라도 팔 생각인가? 그건 총살감인데.”

“사냥감을 팔 생각입니다. 지금 몽골인들이 가장 사냥하고 싶어 하는.”

30대 초반,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인 수흐바타르는 자신보다 더 젊어 보이는 상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우리가 사냥하고 싶은 건 동물이 아니라, 미치광이 러시아 군벌인데.”

“바로 보셨습니다. 운게른을 말한 겁니다.”

순간 수흐바타르와 장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평범한 상인은 아니군. 정보원인가? 그럼 중국인은 아닐 테고, 만주인? 한국인? 일본인?”

“잠시 실례.”

익문사 요원은 장포 안에 꿰매어 숨겨 둔 종이를 꺼냈다. 순간 총인가 싶어 장교들이 권총집에 손을 댔지만, 수흐바타르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요원은 품에서 꺼낸 우르가 주재 영사 이태준이 몽골어로 작성한 소개장을 전달했다.

“정식으로 소개하지요. 대한제국 육군 정위 김원봉입니다.”

경남 밀양 사람 김원봉(金元鳳)은 광무 2년(1898)생으로, 광무 23년 육군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만주에 파병되어 복무하던 중 김원봉은 뜻밖에도 제국익문사 독리 이회영에게 발탁되어 정보원 훈련을 받았다.

김원봉은 정보원으로 탁월한 자질을 갖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무표정하고 과묵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달변이 될 수 있었다. 어떠한 역할도 능숙하게 잘 수행했고, 행동은 신출귀몰하여 거침이 없었다. 사격술이 뛰어나고 폭발물 제조에도 능했다.

정보원으로 발탁되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을 익힌 김원봉은 대륙 북방을 담당하는 요원이 되었다.

익문사 독리 이회영이 직접 관리하는 최상위 요원으로서, 김원봉은 연해주와 만몽(滿蒙)을 누볐다.

“한국 육군 장교가 운게른을 우리에게 팔고 싶다니, 이해가 안 되는군. 한국은 소비에트 연방의 적국이자 반혁명 백군의 우군으로 알고 있었는데.”

“때로는 적과 아군이 바뀌는 게 국제정치지요. 특히 운게른처럼 통제 불가능한 인물은 아군으로 둘 생각이 없습니다.”

“하하! 맞는 말이오.”

수하바타르의 태도는 한껏 우호적으로 변했다.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변 장교들을 물리치고 김원봉과 독대했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소. 운게른이 한국에 여러 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무시했다고 들었거든.”

최근 인민혁명군을 찾은 코민테른 요원은 운게른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의아하던 수흐바타르는 이제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몽골은 몽골인에 의해 다스려져야 합니다. 특히 애국심이 투철하고, 어떠한 나라에도 종속되지 않을 민족주의자가 몽골을 다스리길 바랍니다.”

“그 기준에선 운게른은 물론이고, 왕공 나리들도 제외되겠소만.”

“운게른은 여전히 중세를 살고 있다지만, 왕공들 역시 시대착오적인 봉건주의자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몽골 인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수흐바타르 사령관뿐이지요.”

“뜻밖에도 귀국이 나를 높이 평가해 주는 건 고마운데, 알다시피 우리는 소비에트 연방의 도움을 받고 있소. 우리가 몽골의 정권을 잡는 건, 만주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귀국에서도 싫어할 법한데? 설마 우리가 당신네 자본주의자에게 매수당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명백한 오산이오.”

수흐바타르는 한국이 자신을 매수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김원봉은 표정의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모든 걸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요. 우리가 원하는 건 거래입니다.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래.”

“계속해 보시오.”

“한국은 운게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고, 그의 몰락을 위한 공작에 나설 겁니다. 한 가지 확고한 확신만 생긴다면.”

“그 확신이란 무엇이오?”

“여러분이 몽골의 정권을 장악하면, 소비에트 러시아에 종속된 국가를 세울 겁니까?”

“가당치도 않은 소리! 몽골인은 독립적인 민족이오. 몽골은 해방을 도운 소비에트의 충실한 벗이 되겠지만, 종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소. 애초에 소비에트도 몽골을 그렇게 대하지 않을 거고.”

수하바타르는 정색했다. 젊은 군인인 수흐바타르는 사회주의 혁명가라기보다는 민족해방 투사에 더 가까웠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다.

몽골을 오랫동안 지배한 청국, 몽골 누대의 숙적 중국, 몽골을 장악한 러시아 백군에 맞서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에트와 손을 잡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 교육을 받고, 인민혁명군 지도부에 공산주의자들이 포진하기는 했으나, 최고지도자인 수흐바타르는 진보적 민족주의자에 더 가까웠다.

“사실 한국도 그랬습니다. 우리 황제 폐하께서는 40여 년 전 러시아제국에서 돌아온 이래, 러시아 스파이라는 부당한 음해를 퍼붓는 자들이 많았지요.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는 오직 철저히 한국의 국익만을 위해 노력해 왔지요. 보십시오. 강대국이었던 러시아제국은 멸망했지만, 약소국이었던 대한제국은 오늘날 신흥 열강으로 흥성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아시아의 개혁가들과 민족해방투사들이 이선을 롤 모델로 삼고 있었다.

조국의 독립과 변혁을 꿈꾸었던 수흐바타르도 한때 이선을 흠모하고 존경하였다.

한국이 백군과 손을 잡는 걸 보고 실망하여 소련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옛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외세와 손을 잡는 건, 조국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령관이 정권을 잡더라도, 소련과 한국 사이에서 몽골 스스로의 이익에 충실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오직 몽골 인민의 대의에만 충실할 뿐이오.”

닳고 닳은 정치가라면 본심을 숨기고 말을 빙빙 돌렸겠지만, 젊은 군인 수흐바타르는 확신을 담아 직설적으로 말했다. 애초에 몽골인 기질에 돌려 말하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은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충실합니다. 러시아혁명과 파리강화회의 이전부터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신해혁명 이후에 만주, 몽골, 신강, 티베트의 분리를 이끌어 낸 겁니다.”

“그건 그렇소만, 귀국이 만주에 강요한 조약은 제국주의 열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소?”

“만주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지요. 만약 한국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만주는 중국계 군벌들이 지배하는 구렁텅이가 되고 말았을 겁니다. 몽골이라고 안 그랬을까요? 아직도 중국의 범중화주의자들은 만주와 몽골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되었겠습니까?”

한국의 위선을 꼬집던 수흐바타르도 그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보장받은 1912년 조약이 아니었더라면, 만주-몽골-신강-티베트는 여전히 중국의 영역으로 남았을 터이다. 중국 본토에서 한참 떨어진 신강과 티베트는 어찌 독립을 유지하고 있을지 몰라도, 만주와 몽골은 중국의 지배를 면치 못했을 터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만주인들은 한국의 실질적 지배가 불만족스러우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중국의 직접 지배에 비하면 차악이었으므로.

수하바타르는 문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위, 총 좀 쏠 줄 아시오?”

“군인인데 당연히 알지요.”

“그럼 나가서 사격 좀 합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정리하기에 가장 좋소.”

수하바타르는 김원봉을 대동하고 사격훈련장에 갔다. 장교들이 수흐바타르를 뒤따랐다.

탕! 탕! 탕!

“오호, 명중입니다!”

수흐바타르는 트로츠키로부터 직접 받은 권총을 들고 원거리에서 표적물을 정확히 맞췄다. 장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뒤이어 김원봉이 이선으로부터 하사받은 권총을 들고 표적물을 겨냥했다.

탕! 탕! 탕!

“이야, 실력 대단하군!”

몽골 장교들은 깜짝 놀랐다. 김원봉이 쏜 총알은 모두 표적지의 정중앙만 꿰뚫은 것이다.

“사격 솜씨가 대단하구려.”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국군에는 아시아, 아니 세계 최고의 명사수가 있지요. 안중근 장군이라고.”

“아아, 올림픽에서 우승한! 몽골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소. 한국인들 사격실력이 대단하군그래.”

“예로부터 활로 유명한 나라였고, 지금은 사격이지요.”

“맞소. 몽골도 한때 기사(騎射)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수흐바타르는 마치 친구처럼 김원봉의 어깨를 잡더니 그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저 장교들이 환호하는 거 봤소? 당신은, 아니 한국은 지금 시험에 통과한 거요. 우리 몽골인은 강한 자가 아니면 설득력이 떨어지거든. 운게른도 그래서 좋다는 몽골인도 일부 있기는 한데. 그자가 폭정과 미친 짓만 하지 않았더라면, 꽤나 인기를 끌었을 거요. 애초에 미친놈이었으니 무의미하지만.”

“과연.”

“우린 한국인이라면 똑똑하지만 샌님 같다는 편견이 있소. 아무래도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의사선생이다 보니.”

몽골인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하고 몽골의 의료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한 이태준의 존재로 인해, 몽골의 대한(對韓) 감정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혁명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한국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이 정말로 부럽소. 한때 몽골은 세계를 정복했지만, 지금은 외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한국도 한때는 강대국들 사이에 치이는 약소국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유능한 지도자와 인민의 단결이 있다면.”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주독립부터 이룩해야겠지. 소비에트 연방은 몽골의 진정한 독립을 약속했소. 한국도 그럴 수 있겠소?”

“당연히 맹세합니다. 아, 물론, 국가 간의 약속을 결코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모든 국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이용하는 존재니까요.”

수흐바타르의 솔직한 태도에, 김원봉도 솔직하게 화답했다. 그러자 더욱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한 수 배웠구려. 러시아인들도 완전히 깨끗하고 완전무결하게 독립을 약속한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소. 그래도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소. 오직 소비에트 러시아만이 우리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었으니까.”

“이해합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어렵게 자주독립을 쟁취했기에, 아시아 여러 식민지 민족들의 처지를 진심으로 동정합니다. 단지 우리에게는 서양 열강을 제압하고 식민지를 해방시킬 힘이 부족하기에, 지금은 때를 기다리며 힘을 축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 아시아에 진정한 해방의 날이 올 겁니다.”

한국이 주변민족에 내세울 수 있는 이념은 결국 아시아주의였다. 한국은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만주에서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침탈을 드러내지 않고, ‘형제국가’ 운운하며 주권존중을 포장하는 것이었다.

아시아주의를 노골적으로 주창하면 서양과 갈등을 빚게 될 것이므로 재야세력의 이념에 더 가까웠지만, 박용만과 신채호로 대표되는 신대한당은 진지하게 아시아 민족의 해방을 외쳤다.

“더욱이 만주인과 몽골인은 우리 한국인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형제민족입니다. 운게른과 같은 미치광이 러시아인이 아니라, 몽골인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몽골의 재건을 이룩하길 바랍니다.”

더욱이 신대한당은 투란주의와 유라시아주의의 한국적 변형을 내세워 한국-만주-몽골-퉁구스-튀르크 제(諸)민족의 동맹을 외쳤기에, 해당 민족에서 솔깃해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좋소. 우린 올여름 안에 운게른을 격파하고 우르가로 진격해 몽골 독립을 선언할 겁니다.”

“우리는 운게른을 몰아넣기 위해 덫을 팔 겁니다. 사냥은 여러분이 직접 하십시오.”

“고맙소. 사양하지 않겠소.”

‘거래’에 수흐바타르는 화답했다.

“몽골이 진정한 독립을 얻으면, 소련과 중국, 한국 사이에서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국가를 건설하겠소.”

“단,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부랴트인이 할하인의 지배를 받기를 원치 않듯, 차하르인도 할하인의 지배를 받길 원치 않습니다.”

차하르, 즉 내몽골은 할하, 즉 외몽골의 지배를 받기를 원치 않으니 독자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미 수백 년 동안 떨어져 지내며 반목해 왔기에, 지난 10년간의 통합은 인위적으로 붙여 봤자 한계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수흐바타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 몽골에 합류할지, 아니면 스스로 통치할지는 차하르 인민의 뜻에 달렸소.”

“현명한 판단입니다. 몽골은 진정한 자주독립국이 될 겁니다. 몽골에서 시작된 민족자결의 대의가 동양 전역에 퍼져 나가게 되겠지요.”

수하바타르와 김원봉은 악수하며 다짐했다.

“우린 여기서 오늘 맹세한 거요. 국가 간의 약속은 맹신해서는 안 되지만, 당신들이 우리를 정말로 형제로 생각한다면, 형제간의 맹세는 영원하리라 믿고 싶소.”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형제로서 맹세하지요.”

1924년, 대한제국의 대외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했다.

몽골은 시범케이스였다. 1차 목표는 한국에 적대하지 않는 완충국 건설이고, 2차 목표는 훗날을 위한 포석을 깔아 두기 위함이었다.

새 몽골은 한국의 대승적인 양보로 만들어진 ‘민족자결주의에 따른 자주독립국가’였다.

대한제국은 언제까지나 서양 제국주의의 ‘헌병’ 노릇만 할 생각은 없었다.

때가 된다면,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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