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써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날, 길우성이 진지한 얼굴로 한율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 5만원을 꺼내 한율의 손에 쥐어주었다.
“뉴욕에서 부디 나에게 어울리는 지갑을 사와 주시게, 친구. 선물 겸 더 보태어 비싼 걸 사주면 정말 그 은혜, 두고두고 잊지 않음세.”
“······.”
“뉴욕에 가면 그렇게 멋진 옷들이 많단다. 엄청 비싼 명품도 중고로 싸게 많이 나와 있고. 나는 10만원까지 지출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좋은 거 하나 골라 와 봐. 마음에 들면 살게.”
“난 그냥 공항 면세점에서 정품 인증서 붙은 손목 보호대면 돼.”
“형, 저는 미국 메로나요.”
한 사람이 시작하니 줄줄이 요구가 이어진다. 처음 듣는 난해한 브랜드를 읊는 연습생도 있었다. 한율은 다 듣고 나서야 길우성이 준 5만원을 지갑에 넣었다.
“이걸로 병원비 중 5만원 차감.”
“아니다, 이 악마얏! 이건 빚 갚는 게 아니라···! 아, 내 피 같은 한 달 용돈이···!”
“뭐야? 길우성 너 서한율한테 빚졌냐?”
“어휴, 한심한 놈. 쯧쯧.”
그러면서도 몇몇 연습생들은 진담이었다는 듯, WB래빗 남연 단톡방을 통해 한율에게 슬그머니 상품 사진과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율아 나 부탁이 있눈뎅..ㅜㅜ]
-[미쿡 가면..ㅠㅠ..]
“······.”
일주일에 한두 번 메시지를 보내던 박세은까지.
한율은 결국 메신저 프로필에 처음으로 상태메시지를 적었다.
[쇼핑 심부름 안합니다.]
* * *
로건 워커의 몸으로 떠났던 미국. 5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서한율의 몸으로 다시 돌아온 소감은 ‘지구의 세상은 참 빨리 변하는 구나’였다. 이전에 한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직항 노선이 없어 경유하느라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엔 13시간 만에 도착하다니.
‘뉴욕은 처음이지만.’
공항을 가득 채운 외국인의 물결이 낯설지가 않다. 근육이 단단하게 잡힌 커다란 체격의 군인들 모습은 로건 워커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부상당한 장병들과 함께 커다란 배에 몸을 실어 기나긴 항해를 했던 기억도.
자연스레 흐른 기억은 유쾌하기 그지없었던 로건 워커의 대가족과, 약혼녀였던 크리스티나에게 이르렀다.
“······.”
그들의 현재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전쟁에서 완전히 사람이 달라져 돌아온 약혼자를 지극히 보살폈지만, 끝내 울면서 떠난 크리스티나. 그녀가 몇 년 후 ‘짐’이라는 이름의 보안관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뉴욕 양아치가 되었다(1)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 피곤하지? 시차 적응이 되면 조금 나아질 거야.”
한율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자 피곤해서 그렇다 여겼는지, 조유찬이 한율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서도 한 손에 든 핸드폰을 수시로 보았다. 공항에서 렌트카를 찾을 때 사용할 영어 회화 예문이 적혀 있었다.
드라마 제작진 측에선 예약된 숙소 주소와 촬영장 주소만 달랑 보내주었을 뿐 마중은 없었다.
“숙소에다 짐 풀고 바로 촬영장으로 가요?”
“응. 네 촬영은 내일부터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도착했으니 일단 가서 인사부터 해야지. 신인이잖아.”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약된 숙소는 촬영장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퀸즈의 한 호텔이었다. 체크인을 한 후 바로 방문한 촬영장은 퀸즈 외곽에 위치한 주택가.
“컷. 5분 쉬고 촬영 들어갈게요.”
“안녕하세요.”
방해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촬영장에 들어온 한율은 이사문PD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인사했다. PD는 잠시 한율을 가만히 보더니 활짝 웃었다. 오디션을 봤을 때 내내 무표정이었던 때와는 인상이 전혀 달랐다.
“어, 은호 왔구나?”
은호는 한율의 극 중 이름이었다.
“네, 김은호 역의 서한율입니다.”
“그래, 그래, 은호야. 이제 온 거야? 짐은 풀었고?”
“네.”
“그럼 호텔에서 쉬고 있지 왜 왔어. 은호는 촬영 내일부터 아닌가? 컨디션 관리해야지.”
“인사도 드릴 겸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나 보고 싶어서요.”
PD가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한율의 팔을 두드렸다.
“그래, 편한 대로 해. ···아, 거기! 10도 우측으로!”
자연스럽게 인사가 끝났다. 한율과 조유찬은 다른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 뒤 촬영을 구경했다. 받은 건 1화 대본뿐이었지만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는 들었다.
부모의 여러 욕심에 등 떠밀려 어릴 적 홀로 뉴욕으로 건너 온 주인공. 이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점점 삐딱하게 성장하던 그는 어느 날 커다란 사건에 휘말린다.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았다는 두려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에 발을 들였다는 죄책감. 그로 인해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몇 년이 지나 성인이 되도록 별 탈이 없자 그는 서서히 안심하게 된다.
그런 때에 과거 자신과 얽힌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여주인공과 우연히 만나고, 그 사건을 되짚고 추적해온 범죄 집단과도 다시 얽히는. <하울링(가제)>는 범죄스릴러와 로맨스, 액션이 뒤섞인 드라마였다.
“···한율아.”
“네, 형.”
“저기······.”
얼마나 촬영을 지켜보았을까. 나란히 서서 보던 조유찬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내 눈에만··· 윤상진 연기 못하는 걸로 보이는 거 아니지?”
“NG! 다시 갈게요! 감정 더 자연스럽게! 너무 과잉됐어요!”
조유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2번째 NG가 터져 나왔다.
현지 로케이션은 드라마의 시간 순이 아닌, 촬영 허가를 받은 날짜와 시간에 따라 최소 소모비용을 우선으로 두고 진행된다. 그러나 이사문PD는 리허설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지휘하기로 유명했다. 거기에 윤상진의 거듭된 NG 탓에 촬영은 지난하게 흐르고 있었다. 같은 장면, 그것도 같은 카메라 구도에서.
동일 씬을 다각도로 반복 촬영해야 하는 촬영진 입장에선 속 터지는 일인지, 스태프들 사이에선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끄는데···.”
“오디션 봤을 때 잘 본 거 맞아? 카메라 테스트도 같이 하지 않았나?”
“PD님이 직접 하셨고, 캐스팅한 후에도 자주 만나서 연기 봐주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엄청 잘했다고 하던데···, 왜 저러지? 아직 긴장이 덜 풀렸나?”
“어째 오래 걸릴 것 같다···.”
현재 윤상진이 찍고 있는 씬은 이모 가족과의 갈등으로 혼자 분노를 삭이는 장면이었다. 윤상진의 속을 긁는 데에 한 몫 하는 사촌동생 역 강진아는 멀찍이서 초조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반면 못된 이모 역을 맡은 배우 석명희는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본인 대본에 집중하고 있었다.
“도준아.”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사문PD가 자리에서 일어나 윤상진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토닥거리며 무어라 말을 해주는데, 한율이 있는 위치에선 잘 들리지 않았다.
조유찬이 한율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는 게 좋겠다. 가서 인사할 분위기도 아니고.”
촬영장에 왔을 때부터 윤상진은 내내 촬영 중이었기에 그에게만 인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촬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NG내는 걸 구경한다 생각하고 기분상할 지도 모르잖아.”
어차피 더 구경하는 재미도 없겠다 싶어,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상진의 매니저에게 인사를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는 뜻을 대신 남기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후 조용히 촬영장을 나왔다.
다음 날, 한율과 조유찬은 약속된 촬영장에 한 시간 일찍 나왔다. 한율이 가장 처음 등장하는 장소는 한 낡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아지트’였다. 이른 새벽 시간이었지만 촬영장에는 잠은 잤는지 모를 스태프들이 부산하게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율은 고개를 바짝 젖혔다. 누가 그린 건지는 몰라도, 정성이 가득 담긴 낙서가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게 그 유명한 뉴욕의 길거리 낙선가? 할 때, 한 스태프가 다가와 넌지시 말했다.
“미술팀 직원들의 작품입니다.”
“원래 여기에 그려져 있던 게 아니라요?”
살짝 놀라워하는 한율의 표정에 스태프가 뿌듯한 얼굴로 끄덕였다.
“네, 현지 아티스트의 도움을 조금 받긴 했지만요.”
그러면서 스태프는 핸드폰으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무 것도 없는 깨끗한 잿빛 창고 내부 사진이었다. 한율은 그걸 보고 나서야 녹슨 소품이나 낡은 소파 밑의 먼지까지 모두 제작팀의 손을 거친 거라는 걸 새삼 깨쳤다.
“대단하네요.”
“하핫.”
“야, 막내! 양동이가 왜 아직도 저기 있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뿌듯하게 웃던 스태프는 선배의 호령에 사색이 되어 후다닥 달려갔다. 그와 교대하듯 의상팀 스태프가 한율에게 다가왔다.
“아직 이르기는 한데, 다른 배우 분들 오기 전에 먼저 옷 갈아입으실래요?”
분장실은 촬영이 진행될 창고의 바로 옆 창고였다. 휴게실도 겸해서 쓰기로 했는지 이쪽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율은 그곳에서 간이의자에 앉아있는 윤상진을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싼 채 멍하니 있던 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움찔거렸던 그의 입가가 한 박자 늦게 호선을 그렸다.
“아,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네, 잠도 안 오고해서···. 어제 촬영장에 오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인사를 못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촬영하느라 바쁘셨는데요.”
포털사이트에 윤상진을 검색했을 때 나온 그의 나이는 스무 살. 세 살이나 위였지만 윤상진은 여전히 한율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그 사이 의상팀 스태프가 ‘김은호’라는 종이 태그가 붙은 옷과 신발, 손목 보호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태그를 직접 떼어주며 하나씩 내밀었다.
“저기에서 갈아입고, 바로 오른쪽 하늘색 커튼 뒤로 오세요.”
“네. ···그럼 잠시.”
꾸벅 인사를 하자 윤상진도 웃으면서 고개를 가벼이 끄덕였다.
주인공이 삐딱선을 타고 있는 만큼 그 친구인 김은호 역도 비슷했다. 김은호 역에 대해선 주인공과 어울려 다니는 친구1 외에 자세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많지 않은 대화로 말미암아 어떤 캐릭터인지 유추가 가능했다.
부모를 향한 원망과 구박하는 이모의 가족들 틈에서 사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분노와 반항으로, ‘무리’에서도 송곳처럼 튀어나가려는 주인공의 언행을 말리는 걸로 봐선 ‘생각’은 있지만, 그럼에도 철부지 10대. 학교 내 범죄조직에 반쯤 발을 담근 채, 종종 무리와 함께 노숙자를 폭행하거나 길거리 소매치기, 혹은 장난삼아 가게 창을 부수는 악동이다.
그리고 한국말과 영어 둘 다 정확히 구사하지만, 주인공에게 주로 한국말을 쓰는 걸 봐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캐릭터.
‘작가는 내 텍사스 억양을 터치하지 않겠다고 했어. 텍사스 주로 유학을 보내놓고 굳이 도중에 뉴욕의 그저 그런 학교로 옮기진 않았을 테니, 유학이 아닌 이민.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이사를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할 거고.’
대사가 고작 열 줄 안팎인 조연의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곳까지 온 이상 대충 하고 갈 생각은 없다. 그래봤자 시간만 딜레이될 뿐.
‘빨리 끝내고 빨리 돌아가자.’
한율은 옷을 갈아입은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보았던 흔한 10대들보다 조금 촌스러웠다. 배경이 지금보다 10년 전이라 그럴까.
조금 후줄근해 보이지만, 아껴 입은 것처럼 등의 로고가 깨끗한 새카만 후드 재킷, 안에는 상당히 비싼 티셔츠를 걸쳤다. 김은호라면 훔친 돈으로 산 것일 터다. 로고가 화려하게 박힌, 본래 발사이즈보다 더 큰 운동화도 그렇고.
터벅터벅. 한율은 느긋하게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피팅룸을 나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조유찬이 그런 한율을 보곤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허세 쩌는 중2병 양아치 같다, 한율아. 안 어울려.”
“그렇죠? 좀 험상궂게 생겼으면 더 나았을 텐데.”
“아니, 그건 아니고.”
조유찬이 정색하며 바로 손을 저었다.
“너님 아이돌이세요. 험상궂게 생기면 안 되죠, 꽃토끼 씨.”
“···하. 제 생각엔 김은호가 이 외모면 괜히 무시 안 당하려고 더 거칠게 허세 부렸을 것 같은데··· 오버할 필욘 없겠죠?”
“남석이를 떠올리는 건 어때? 걔 화났을 때 목소리 쫙 깔면서 말하는 거 보면 좀 카리스마 있어 보이잖아.”
“인정 못하겠는데요.”
“어, 그래···.”
하늘색 커튼으로 둘러진 안쪽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분장팀 스태프가 빈 의자를 가리켰다.
“기초만 바르고 온 거 맞죠?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 이런 얼굴에 흉터 만들려니 너무 아깝다···.”
그러면서도 스태프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입술 오른쪽엔 오래 전에 맞은 듯한 흉터가 만들어졌다. 왼쪽 눈가 아래에도 사라지기 직전인 멍의 얼룩이 새겨지고.
스태프가 한율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턱.
“······?”
반사적으로 손을 준 한율은 잠시 강아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손에도 주먹싸움을 했던 흔적이 하나 둘 만들어지는 걸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마법 같았다. 그러는 동안 다른 스태프는 한율의 머리 세팅을 끝냈다. 앞머리를 무심히 쓸어 넘긴 듯 올리고, 다른 부분은 가르마 없이 엉망으로 뻗치게 만들었다.
“피어싱하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이너커프라도 하면···.”
한율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피어싱은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김은호라면 한편으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전형적인 미국 남자의 생각에 물들었을 테니, 타투는 몰라도 피어싱은 피할 것 같았다.
“으음··· 그렇겠죠? 하긴, 그것까지 하면 주인공보다 시선이 더 갈 테니.”
해선 안 되는 이유가 한율의 생각과는 달랐지만 한율은 굳이 피력하지 않았다.
“예쁘게 잘 붙여졌다. 괜찮죠?”
손의 분장을 넘어, 한율의 팔에다 레터링 타투 스티커를 붙인 스태프가 만족스런 얼굴로 물었다. 팔의 안쪽 경계선에 라틴어 문장이 길게 새겨졌다.
“괜찮네요. 정말 허세에 찌든 학생 같아서. 이거 나중엔 어떻게 지워요?”
“쉬워요. 오일이나 클렌징크림으로 문지르고 물로 씻기만 하면 되거든요. 정 급하면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도 되지만, 피부가 상할 수 있어서 그 방법은 비추에요.”
“네, 감사합니다.”
분장이 다 끝나자 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이 분장실을 나오는데, 등 뒤에서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진짜 아이돌은 아이돌이네요. 다른 애들 만질 때랑 느낌이 달라요. 얼굴도 작고, 이목구비도 예쁘고.”
“아이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 나중에 저 머리가 막 형형색색으로 탈색될 거 생각하니까 가슴 아프다. 머릿결 정말 좋던데.”
“그런데 솔직히 카메라에 담기면 주인공보다 더 튈 것 같지 않아요?”
윤상진은 여전히 조금 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대신 손에는 종이컵 대신 너덜너덜해진 대본이 들렸다. 주변이 소란스러운데도 굉장히 집중한 모습이라, 한율은 그 사이 도착한 다른 배우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조유찬이 핸드폰을 들었다.
“한율아, 사진 찍자, 사진. 자, 먼저 꽃토끼 포즈!”
“···왜 하필 그걸. 평범하겐 안 돼요?”
“응, 안 돼. 네 소식 기다리는 팬 분들에게 서비스로 나갈 거야.”
“후······.”
어쩐지 ‘그날’이 올 때까진 종종 해야 할 것 같은 예감.
한율은 깊은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두 손을 토끼 귀처럼 올리며 생긋 미소 지었다.
“어이구, 예쁘다.”
찰칵.
조금 전 인사했던 다른 배우들과 지나가던 스태프들의 시선이 콕콕 박히는 게 느껴졌다.
“······.”
그 시선의 주인 중엔 대본에 집중하던 윤상진도 끼어있었다.
뉴욕 양아치가 되었다(2)
윤상진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다시 대본으로 눈을 깔았다. 그러나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제 매니저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넌 서한율 좋게 보는 모양인데, 상진아. 내가 아는 스태프한테 들어보니까, 원래 강도준 역에 서한율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다더라. 하지만 작가님이 억양이 걸린다고 해서 네가 된 거라고. ···이거 봐봐.』
어떻게 구했는지, 매니저는 서한율의 오디션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서한율은 정말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사람처럼 생생했다. 분노와 증오, 설움으로 떨리는 손끝마디까지.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던 사람처럼 모든 게 구체적이었으며, 가해자들이 현장에 함께 있는 듯했다.
그러나 윤상진을 충격에 빠뜨린 건 그 너머의 다른 것이었다.
서한율의 연기엔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걱정,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커녕 그래야 한다는 생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캐릭터가 되고, 그 상황에 녹아들어 보여줄 뿐이었다. 계산된 시선처리나 호흡까지도.
그래서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연기를 배운지 5년. 윤상진은 이게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어지간히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거나, 혹은 집중력과 몰입도가 굉장히 높지 않는 한 힘든 일이었다.
‘고작 열일곱 살짜리가.’
한 씬 뿐이었다면 우연히 잘 할 수 있는 씬이 얻어걸렸다고 볼 수 있건만, 이어진 평범한 씬 역시 감정표현이 자연스러웠다. 발성과 딕션도 좋았다.
“이번엔 진짜 중2병 컨셉으로 찍어볼까?”
“내 팔에 봉인된 흑염소 메에 어쩌고요?”
“흑염소 아니고 흑염룡.”
꾸욱.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율을 바라본 윤상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니 너 지금 혼자서 부담감에 긴장하고 그럴 때가 아니야. PD님이 눈에 띄는 서한율을 조연도 안 되는 역으로 굳이 캐스팅까지 해가면서 붙잡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놓치기 아까워서야. 1화 주인공인 널 두고, 지금 조연도 안 되는 애한테 미련을 갖고 있는 거라고. 분하지 않아?』
분했다. 상대보다 실력을 인정받아 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작은 흠으로 인해 낙점되었다는 사실이. 질투도 났다. 연기를 배운지 고작 몇 달 밖에 안 된 아이돌 연습생이, 장르 드라마의 대가라는 이사문PD의 눈에 들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런 이사문PD의 속마음을 스태프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지금껏 단역을 많이 해 본 윤상진의 눈엔 서한율을 대하는 스태프들의 태도가 다른 단역배우들을 대할 때와는 다른 게 훤히 보였다.
멀리 갈 것 없이, 조금 전 의상분장팀 스태프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스태프는 어제 김주원에겐 옷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손만 까딱거리며 옷 받으러 안 오고 뭐하냐고 했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만약 서한율이 아닌 다른 아역배우가, 조연도 안 되는 적은 분량의 아역배우가 촬영 전에 한가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그럴 수도 있지’하며 그냥 지나쳤을까?
아니다. 분명 누군가 한 소리했을 것이다.
실제로 어제 강진아는 휴식시간 때 셀카를 찍다가 매니저 겸 어머니가 있는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인터넷이든 어디든 올리려면 우리한테 먼저 허락부터 받으셔야 하는 거 알죠?’ 굉장히 퉁명스런 목소리로.
“이만하면 되지 않았어요? 이제 그만 대본 좀 보고 싶은데.”
“그래, 그래.”
해사하던 미소를 거두고 서한율이 뚱한 얼굴로 매니저의 핸드폰을 밀어냈다. 그제야 윤상진도 서한율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하······.”
그리고 자신의 못난 감정이 행여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을까, 주변을 살핀 후 다시 대본으로 눈을 내렸다.
* * *
한국시간으로 한밤 중, <보컬리스트 시즌3>가 끝난 후 한동안 잠잠했던 WB래빗 엔터테인먼트 공식 SNS 계정에 간만에 서한율의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한 장은 ‘꽃을 단 토끼’ 공식 인사 포즈를 취한 채 부드럽게 웃는 사진, 또 다른 한 장은 누가 봐도 허세에 찌든 거만한 표정이었다.
[#뉴욕양아치가된꽃토끼, #서한율, #하울링(가제)촬영중_많은기대부탁♡]
-대박!!! 앞머리 까도 잘생쁨ㅠㅠ♡
-오구오구 울한율 뉴욕 가서 쎈척하고 있쪄요? 그래 울한율이 세상서 젤 짱쎄다!//ㅅ///
-뉴욕에 저렇게 생긴 양아치가 있다고?!! 당장 저 양아치를 구속시켜라! 장소는 우리 집 지하시ㄹ(읍읍)
-얼마면 되니, 얼마 줄까ㅠㅠ... 차라리 내 지갑을 가져가!!!
-얼굴에 상처 분장 맞죠?
ㄴ당연하죠. 분장 아니면 (자체검열) 해버릴 거임.
-하.. 개실망이다 서한율.... 진짜.. 서한율 넌 네 개인 날 버려두고 뉴욕엘 갔지.. 하... 멍멍...
ㄴ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ㄴ주접 금지.
ㄴKrrrrr...
-나쟤가광고한화장품쓰는데왜이렇게피부차이가나는거냐
ㄴ피부는타고나야함ㅅㄱ
“음. 써한 이 녀석, 미국 가서도 열일하는 구만. 기특하기도 하지.”
댄스 자율연습 중 잠깐 쉴 겸 앉은 길우성은 SNS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인터넷기사와는 달리, SNS는 대부분 관심 있는 팬들이 팔로워한 경우가 많아 악플은 보이지 않았다.
“걔는 월평 어떻게 하기로 했대?”
거칠어진 호흡을 억누르며 땀을 닦던 임승준이 길우성에게 물었다.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8월 월말평가가 머지않은 시점이라, 연습실에는 평소보다 연습생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유찬이 형 폰으로 따로 촬영해서 보내기로 했대요.”
“그럼 말일까진 못 들어온단 소리네?”
“그런가 봐요. 음, 이대로 생일도 타국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선물 값도 굳고 좋죠 뭐.”
임승준이 놀란 눈을 했다.
“너희 진짜 친하긴 친하구나. 생일까지 아는 거 보니.”
“하하하하.”
길우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사실은 서한율의 집에서 지냈을 때, 돌사진 액자에 찍힌 날짜를 보고 무심코 물었다가 알게 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형은 드라마 촬영 다 끝났어요? 왜 여기 있지?”
“참 빨리도 묻는다. 좀 문제가 생겨서 제작이 중단됐어.”
“헉. 무슨 문제요?”
호기심 가득한 길우성의 표정에, 임승준은 입을 꾹 다물고 길우성을 노려보다가 대답했다.
“너님 문제요. 너 서한율한테 너 응원한다는 SNS라도 올려달라고 하는 게 좋지 않겠냐? 그렇게라도 주목을 받아야 한 표라도 더 받을 거 아냐.”
길우성의 표정이 멍청하게 변했다.
“그런 방법이!”
“···이제야 깨달았냐.”
현재 길우성은 MBS가 기획하는 댄스 오디션 포맷 프로그램의 2차 예선을 보는 중이었다. 1차는 서류와 영상으로 제작진이 합격 여부를 결정했지만, 2차 예선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간 영상을 시청자가 직접 보고 투표하여 3차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형, 큰 문제가 있어요. 써한은 SNS를 안 해요.”
“이참에 만들라 그래.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친구면 당연히 해주겠지.”
친구면 당연히.
길우성은 ‘같이데뷔하자곤했지만과연서한율이날친구로생각하긴하고있을까아오글거려으으윽’ 생각하며,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서한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리허설처럼만 합시다!”
13시간의 시차를 건너 뜬금없이 날아온 길우성의 메시지를, 한율은 보지 못했다.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부터 핸드폰을 일찌감치 무음 상태로 돌려놓고 조유찬의 가방에 넣은 까닭이었다.
한율은 리허설 때처럼 낡은 소파 한쪽에 편히 몸을 묻고 다리 한쪽을 올렸다. 그리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손에 든 낡은 핸드폰을 조작했다.
외국인 소년배우 두 명은 조금 전처럼 소파 끝자락에 엉덩이만 걸친 채 테이블에 널려놓은 종이와 잎사귀에 집중했다. 창고에 세워진 고물차 옆엔 한 명이 쭈그리고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카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껄렁한 모습들이었다.
“액션.”
쾅. 사인이 들어가자마자 윤상진이 거칠게 창고 문을 열면서 들어왔다.
[마틴 어디 있어?]
간밤에 누군가에게 굉장히 두들겨 맞은 듯 엉망에다 심기가 무척 불편해 보이는 모습.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헤이, 도준! 네가 어젯밤 재클린 남친 통수를 후려갈겼다며?]
[훠우! 상남자!]
[명예의 상처에 박수!]
한율만이 환호에 동조하지 않은 채 소파 위로 올렸던 다리를 내렸다. 윤상진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질렀다.
[마틴 어딨냐고, 새끼들아!]
그제야 환호성을 지르던 세 사람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왜 저래? 몰라?
그러나 당장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 눈빛과 제스처로 의견을 교환할 뿐이었다.
왜 화내면서 들어온 놈한테 고분고분 대답해줘야 하지? 우리가 아랫사람인가?
그때 한율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윤상진의 팔을 툭 치고 밖으로 나오라고 턱짓했다.
“컷, 눈빛 좋고. 다시 한 번 갈게요.”
카메라 구도를 바꾸며 동일 씬을 서너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다음 씬으로 넘어갔다.
한율에 의해 창고 밖으로 끌려나온 윤상진이 거칠게 한율의 손을 뿌리쳤다.
[마틴 그 새끼가 꼰지른 게 틀림없어! —빌어먹을 개만도 못한 새끼···.]
한국에서 했던 대본리딩 때와는 호흡과 발성이 살짝 달라졌다. 그러나 행동과 더불어 더욱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어제 그가 연달아 NG를 내는 걸 보며 오늘도 그러진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한율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진정해, 강도준. ···저 새끼들 다 듣고 있다고.”
[내 앞에서 한국말하지 말랬지?! —아악! 씨발! 씨발!]
—쾅, 덜그럭.
대본과 리허설 때와는 달리 윤상진이 크게 흥분하여 창고 앞에 놓여있던 카페인트 통을 걷어찼다. NG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한율은 그런 윤상진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 당겼다.
[미친 새꺄, 그만 하라고!]
본래라면 거칠게 벽을 친 뒤 윤상진의 팔을 잡아당겨 말려야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바꾼 건, 그냥 이러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였다.
‘김은호’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툭하면 한국말로 말해, 언뜻 보면 가장 친한 친구 사이로 보인다. 같은 나라 출신은 서로 각별할 거라는 흔한 착각까지 더해져.
그러나 애초에 정말 친한 친구사이였다면, ‘강도준’이 억울해하며 나타난 뒤에야 이렇게 말리는 시늉을 할까?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그 전에 이미 사실을 알고 다른 행동을 취하지, 강도준이 나타나기 전까지 한가하게 아지트에 널브러져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진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고작 그런 관계인 김은호가 왜 혼자 흥분해서 날뛰는 강도준 때문에 애꿎은 벽을 친단 말인가? 본인 손만 아프게?
한율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무리’를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총 맞고 뒈지고 싶냐?]
윤상진을 노려보는 눈빛엔 ‘네가 이러면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잖아’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상대방 또한 친구로서 걱정되어 하는 소리가 아니란 걸 눈치 채곤 한율을 노려보았다.
모든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의 대치를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이사문PD가 멀리 서있는 성인배우에게 손짓했다.
“아가들아아! 너희들 한국인 맞지이?”
흠칫. 낯선 목소리가 두 사람의 대치를 깼다.
조금 전까지 서로 싸웠어도 어른 앞에선 뭉치는 게 아이들의 특성. 하물며 종종 도를 넘는 짓을 저지르는 소년들임에야, 위로 연결된 갱단 소속이 아닌 낯선 어른은 당연히 경계대상이었다.
[뭐야, 저 꼰대새낀?]
한율은 자연스레 잡고 있던 윤상진의 멱살을 놓았고, 윤상진도 경계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내가 이 동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한데에.”
“무시해, 상대하지 마.”
그러나 윤상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율은 윤상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고, 그냥!]
[씨발, 내가 왜 피해야 되는데?! 놔, 텍사스 촌놈.]
한율의 손을 뿌리치며 윤상진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텍사스 촌놈이라니. 그런 말은 대본에 없지 않았나?’
발끈. 한율은 욱한 그대로 그를 불렀다.
“야, 강도준! ···강도준!”
그러나 더 이상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제 멋대로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지긋지긋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으며, 들으라는 듯 뒤통수에다 대고 말했다.
[미친 새끼, 한 번 뒈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리고 창고가 아닌 다른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 한 번, 마지막으로 남자와 윤상진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건 대본대로였다.
만약 남자가 경찰관계자거나 다른 갱단 관계자라면 사방이 막힌 창고로 다시 들어가는 건 어리석은 짓일 테니, 그냥 자리를 피해버리는 것이다. 안에 있는 무리에게 언질조차 주지 않고.
이 행동 또한 김은호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사문PD가 만족스런 얼굴로 외쳤다.
“컷! 느낌 좋고! 이대로 다시 한 번 더 갈게요!”
SNS는 올리기 전 매니저에게 검사받았습니다
왜 리허설대로, 대본대로 하지 않았냐는 이사문PD의 질문에 한율은 덤덤히 대답했다. 대본으로 유추한 ‘김은호’에 대한 해석대로, 얘라면 이렇게 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한 거라고.
이사문PD는 한국에 있는 작가와 통화로 회의를 하다가 이 이야기를 전했다. 작가는 잠시 아무 말도 않다가 대답했다.
-[오디션 볼 때도 느꼈지만, 나이에 비해 사람과 사건을 많이 겪어본 아이 같네요. 얼굴이 선한 인상에 예쁘장해서 ‘강도준’이랑 안 어울릴 것 같아 패스했는데··· 스스로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언제는 억양 때문에 걸린다면서요, 윤 작가님. 내가 작은 역을 맡기기엔 아깝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PD님이 다음 작품에 좋은 역으로 콕 집으시면 되죠. 그런데 PD님···.]
머뭇거리던 작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서석진 국장이라고···, 아세요?]
“그게 누군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