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427)

* * *

토요일 아침. 한율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한 빌라 앞에 섰다.

처음 2층이란 소리를 듣고 사내놈이 8명인데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공동현관 위에는 여봐란 듯이 CCTV도 설치되어 있고.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나름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안 올라오고 뭐 하냐아!”

2층 창문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활짝 열린 창에서 박가람이 한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옆으로 길우성이 불쑥 나타났다. 

“어서 와, 숙소는 처음이지~?”

한율은 사전에 들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번 차남석과 단기간 머물렀던 임시 숙소와 달리, 이번엔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지내게 될 지도 모르는 새로운 장소로. 

“···좁아.”

201호로 들어가자마자 한율은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길우성이 킬킬 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집 전체 면적이 너희 집 거실보다 작을 걸?”

“한율이네 집이 그렇게 넓어?”

박가람이 놀라 되물었다. 

“적어도 60평은 되어 보이던데요. 화장실도 세 개나 되었고.”

“히익···! 뭐해, 서한율! 얼른 다시 집으로 돌아가! 그런 넓은 곳에서 살다가 이런 코딱지만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겠냐?”

“이렇게 한 명 내쫓으려는 수작인가!”

“쳇, 들켰나?”

한율은 두 사람의 장단에 맞춰줘야 하나 0.5초 정도 고민하다가 거실을 가로질렀다. 네 걸음 만에 나란히 있는 두 방 앞에 도착했다. 방마다 양쪽에 2층 침대가 한 대씩 설치되어 있었다.

매트리스 비닐을 벗기던 차남석이 한율을 돌아보았다. 

“왔냐?”

“방은 어떻게 정해요?”

“사람들 다 오면 그때 같이 정해야지. 참고로 건우 형은 무슨 일 있어도 피해라. 그 형 코 심하게 곤다더라.”

한율은 캐리어를 구석에 세워놓고 다른 곳을 살폈다.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건물인지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화장실로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엔 건식 세면대가, 화장실 안에는 불투명한 샤워부스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이 하나뿐이니, 아침마다 전쟁이겠네.’

거실 옆에는 동녘 햇살이 들어오는 발코니, 반대편의 오픈형 주방 바로 옆에는 보일러와 세탁기가 설치된 기다란 다용도실이 있었다. 숙소 구경은 이걸로 끝. 

소파에 널브러진 길우성과 박가람이 중얼거리듯 대화를 나눴다. 

“원래 이삿날엔 중식을 먹어줘야 한댔는데.”

“돈이 없네.”

그때 문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이건우와 라이언, 유호가 들어왔다. 

“오, 새 집 냄새!”

“TV 크다!”

“이제 보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어? 보배 전화 왔다. ···어, 보배쓰. 언제 올··· 응? 어딘지 모르겠다고? 거기 가만히 있어! —나 보배 좀 데리고 올게!”

박가람이 부리나케 숙소를 나섰다. 

강보배가 들어온 지 며칠. 강보배는 보컬과 안무 트레이닝을 처음 받아보는 터라 가끔 데뷔조 멤버들과 떨어져서 다니는데, 박가람은 그런 강보배가 되도록 혼자 다니지 않도록 은근히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친해진 속도도 가장 빨랐다. 

10여 분 후. 강보배가 도착하고 드디어 데뷔조 멤버 8인 전원이 숙소에 모였다. 

“자, 다들 모였으니 방부터 정할까?”

유호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먼저, ‘솔직히 나 잠버릇 나쁘다’ 손?”

같은 구조에 크기가 비슷한 두 방이 나란히 남향으로 창이 나있으므로, 같은 방을 쓰기 껄끄러운 사람만 피하면 된다.

“제보도 받습니까? 건우 형 코 심하게 곤다는 제보가 있던데요.”

“라이언 잠꼬대합니다. 꼭 진짜 말하는 것처럼 하는데 뭔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겠어서 더 답답해요.”

“우성이 가끔 침 흘리면서 잡니다.”

“아니, 침 흘리는 건 남한테 피해가 가는 게 아니잖아요! 내 베개만 더러워질 뿐이지!”

“냄새 나, 인마!”

차남석이 이건우와 라이언, 길우성을 둥글게 가리켰다. 

“잠버릇 나쁜 이 셋을 우선 한 방에 몰아넣는다에 한 표 던집니다.”

차남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명이 항의했다. 

“우리가 무슨 가축이냐, 몰아넣게?”

“시러!”

“우우! 차남석, 우우!”

박가람이 쯧쯧 혀를 찼다. 

“바보야, 그러다 네가 그 방 마지막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

“······!”

“그럼 공평하게 운으로 뽑을까?”

“어떻게요?”

“요즘은 이런 거 뽑아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이 많아.”

유호가 큼지막한 사과패드를 꺼내 한 앱을 실행했다. 그리고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씩 다 적은 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화면을 돌렸다. 

“왼쪽 방은 1번, 오른쪽 방은 2번. 여기 결과 버튼을 누르면 바로 각자 몇 번인지 랜덤으로 나올 거야.”

“좋아요! 괜히 번복하기 없음! 한 번에 끝!”

“제가 눌러도 돼요?”

“좋아.”

“그럼 누를게요.”

강보배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액정에 손가락을 가까이 댔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됐다. 툭. 가벼운 터치와 동시에 8명의 이름 아래로 1, 2가 정해졌다. 

룸메이트를 확인한 멤버들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후, 다행이다.”

“오, 안 돼! 한 번 더 해!”

“번복은 없다고 했지?”

“아, 대체 왜 하필···!”

라이언과 차남석이 동시에 괴로워하는 사이, 한율은 캐리어를 챙겨 2번방으로 들어갔다. 곧 강보배도 커다란 배낭을 들고 왔다. 

“침대 자리도 정해야겠네요.”

“네 명이니까 편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되겠다.”

뒤에서 박가람이 끼어들었고, 잠버릇 나쁜 두 사람을 피해 다행이라는 얼굴로 길우성이 들어오며 한 마디 보탰다. 

“난 아무데나 좋아요.”

“저도 아무데나 괜찮으니 형들이 먼저 정해요.”

“오오, 동생들하고 있으니 이런 점이 좋은데? 그럼 난 오른쪽 아래!”

그렇게 대충 자리가 정해진 뒤에는 각자 짐정리에 들어갔다. 

한율은 캐리어에서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하던 커다란 유리병을 꺼냈다. 행거에 옷을 걸던 길우성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니, 그것은! 어머님이 직접 담그신 레몬생강청?!”

“허락 없이 훔쳐 먹으면 가만 안 둔다.”

“으윽···.”

2중으로 된 행거는 사람마다 사용구역을 나눠놓았다. 거기에 옷을 차곡차곡 걸어놓고, 매트리스엔 준비된 시트와 이불을 새로 깔았다. 침대 사이 창문아래 서랍장 위에는 각자의 화장품이 놓였다. 

“같은 브랜드가 있어서 헷갈릴 지도 모르니까 이름표 붙여놔. 자.”

강보배가 의문을 표했다. 

“왜 셋이 같은 화장품 써요? 서울에선 이게 유행인가?”

“전에 남석이랑 한율이가 화장품 CF 찍었었거든. 그 회사에서 쫙 돌렸던 거야. 회사가면 여분 남는 거 있는지 한 번 물어볼까?”

화장품 CF란 말에 강보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심히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한율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피부가 좋더라니···.”

“진짜 신기한 건 그게 아니에요, 형. 나 얘랑 매일 밤늦게까지 안무 연습한 게 반년이 되어 가는데, 그렇게 땀을 흘리는데도 피부트러블 하나 일어나는 걸 본 적이 없다니까?”

“서울 애라서 피부가 좋은 거 아냐?”

“아니야, 그건 아니야.”

입으로 떠들면서도 그들은 박가람이 나눠준 이름표에다 자신의 이름을 적어 화장품에 붙였다. 

“서울 공기가 얼마나 더러운데.”

“제주에서 서울로 막 왔을 때, 나 하늘 뿌연 거 보고 처음엔 안갠 줄 알았잖아요.”

“크, 맞아. 안개가 아닌 스모그였지.”

삑삑삑삑. ···덜컹.

“······?”

숙소 안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며 들어왔다. 데뷔조 관리를 맡은 매니지먼트 B팀 오동식 팀장이었다. 

“다들 정리 잘하고 있어요?”

멤버들 모두 거실로 나왔다.

“네!”

오동식은 숙소 안을 슥 훑은 뒤 유호에게 돌돌 말린 종이를 내밀었다. 

“숙소에서 지켜야 할 규칙입니다. 이쪽 벽에다 붙이면 될 것 같다.”

“테이프가···.”

이건우가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던 노란색 테이프를 들고 왔고, 유호가 규칙안내서를 인터폰 바로 옆에다 붙였다. 

[WB래빗 데뷔조 숙소 규칙]

1. 소음 유발하지 않기. (노래, 댄스연습 절대금지)

2. 밤 9시 이후 외출 금지(스케줄 제외)

3. 누구든 초대 금지. 

4. 서로 간에 예의 지키기.

5. 청소 깨끗이 하기.

6. 음악은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듣기. 

7. 본인 일 다른 멤버에게 미루지 않기. 

8. 다른 멤버 물건 허락 없이 손대지 않기. 

9. 음주, 흡연 절대금지. 

10. 

“10번은 왜 비어있어요?”

“여러분들이 함께 지내면서 꼭 만들어야겠다는 규칙이 생기면 직접 적으라고요.”

“아아.”

“지금이 11시니까··· 각자 다음 레슨스케줄에 늦지 않게 회사로 와요. 한율이 넌 1시까지 사무실로 오고.”

“네.”

“팀장님, 저 이따가 3시에 오디션 보러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건우가 작게 손을 들며 말하자 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이너 쌤에겐 말씀드렸으니, 걱정 말고 잘 보고 와. 그럼 다들 오늘 하루도 수고해요. 긴장 놓지 말고.”

“팀장님은 왜 존댓말이랑 반말을 이상하게 섞어 쓰는 걸까?”

“나야 모르지. 그것보다 규칙 조금 이상하지 않냐? 우리 레슨 토요일 빼고 다 11시 넘어야 끝나잖아. 토요일도 10시까지 있고. 그런데 9시 이후로 외출이 금지야.”

“그러게? 뭐지?”

숙소 이사 건으로 오늘 오전 레슨은 취소되었지만, 정리가 다 끝났을 땐 점심시간과 맞물려 그들은 어슬렁어슬렁 회사로 향했다. 숙소 입주 기념으로 돈을 모아 중식을 시켜먹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과반수에 따라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는 것으로 정해졌다. 

“오늘 점심 뭐래?”

“제육볶음에 달걀찜.”

“크, 환상의 조합이지.”

“그런데 우리 맵고 짠 거 먹어도 되나?”

“아직은 괜찮지 않아요?”

오동식 팀장이 데뷔조 관리에 대해 설명할 때, 그 중엔 식단 관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밖에서까진 감시할 수 없으나, 적어도 회사 내에서는 탄산은 물론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과도하게 포함된 간식은 절대 금지라고. 

『지금이야 다들 군살이 별로 없으니 괜찮지만··· 나중에 적정 몸무게에서 오버되면 더욱 심도 높은 관리를 받게 되니, 미리미리 조심합시다?』

회사까지 멀지 않아 금세 도착했다. 그리고 회사 맞은편 편의점 야외테이블에 앉아있는 소녀들을 발견한 순간, 그 중 후드를 뒤집어쓴 소녀가 활짝 웃으면서 일어났다. 두 팔 가득 묵직해 보이는 종이가방을 안은 채. 

“율이 오빠! 남석 오빠!”

“오, 꽃토끼 팬 분이다.”

“안녕하세요!”

지난 몇 달 동안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가끔 회사 앞에서 기다리던 얼굴이기에, 두 사람은 반갑게 소녀를 맞이했다. 

“이거 있잖아요, 오빠들 주려고 제가 엄마랑 같이 만든 생강배도라지청인데, 이게 그렇게 목에 좋대요. 전부 국내산으로 만든 거니까 안심하고, 3개월 정도 있다가 먹으면 돼요!”

불쑥 내미는 종이가방을 엉겁결에 받은 차남석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재료값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고.”

“그냥 씻고 뭉텅뭉텅 썰어서 넣기만 했는걸요, 뭐.”

“그래도 돈도 많이 들고 무겁잖아. 마음은 고맙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선물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아.”

한율의 말에 후드소녀가 허리에 양손을 짚고 당돌하게 외쳤다. 

“싫은데! 내 만족인데!”

“하하···.”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을 응원해주는 팬은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되도록 특정 팬을 편애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터라, 한율과 차남석은 아직 날이 더우니 몸조심하라는 말이나,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로 대화를 매듭지었다. 그리고 기웃거리며 다가온 다른 팬들에게도 그렇게 몇 마디 건네거나 사진 요청을 받아준 뒤에야 회사로 들어갔다. 

로비에는 길우성과 박가람, 강보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셋은 먼저 구내식당으로 향한 모양. 

“둘만 먹을 거 아니지?”

차남석이 딱 잘라 말했다. 

“둘만 먹을 건데요.”

“오빠, 실물이 더 잘생겼어요! ···크, 그 분들한테 차남석이 일요일 새벽마다 성당에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차남석은 박가람을 무시하고 한율에게 말했다. 

“연습실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까, 나중에 먼저 숙소 들어가는 사람이 챙기기로.”

“네.”

그의 연기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한율은 2층 사무실로 가서 오동식을 찾았다. 그는 한율에게 <가미난무> 1화 대본을 내밀었고, 한율은 사무실 내 회의실에 홀로 앉아 천천히 훑었다. 

원작인 웹툰에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데다, 스토리도 중반을 치달아가고 있어 당연히 궤를 달리하여 각색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아씨’를 위해 무과를 포기하고 돌아가다가 의문의 괴한들에게 습격당한 윤가미. 그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백자에게 도움을 받으며 함께 괴한들의 정체를 파헤치고, 그게 아씨와 자신의 가문이 얽힌 일이란 걸 알게 된다.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와 액션, 그리고 중간 중간 들어간 개그가 어우러져, 로맨스 비율은 윤가미와 아씨와의 회상 씬이 전부일 정도로 굉장히 적었다. 

그러나 무공공 프로덕션 대표가 직접 각색한 대본에서는 원작엔 없던 윤가미의 어린 시절 친구가 나온다. 윤가미와 어린 시절 함께 뛰놀다 어느 날 돌연 사라졌던 친구 ‘김돌’. 

어릴 땐 모종의 이유로 남자 행세를 하다가, 다시 윤가미 앞에 남장을 하고 나타나는 캐릭터로, 1화 대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김돌을 중심으로 윤가미와 백자,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아씨까지 사각관계를 형성할 거라는 걸. 

‘그래도 나름 음모의 진실에 관해 키를 쥔 캐릭터로 설정한 것 같지만··· 원작 팬들이 무척 반발하겠는데.’

김돌의 행동에 따라 주장르가 아예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묘사, 대사도 대폭 수정되었고. 이러면 캐릭터와 배경 설정만 빌려온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또 다른 문제. 저예산에, 웹드의 주 소비층을 생각해보면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보다는 이슈몰이와 비용을 중점을 두고 캐스팅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이 될 수도 있지만, 한율은 슬금슬금 올라오는 불안을 느꼈다.

경쟁률이 높은 오디션을 뚫거나 필모가 탄탄한 연기자들, 그리고 베테랑 제작진들이 있어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하울링>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펼쳐질 지도. 

하물며 사극 배경이다. 현실과 동 떨어진 어투일수록 대사 전달력과 연기실력에 따라 시청자의 몰입도가 쉽게 깨질 터. 

“대본은 다 훑었어? 어때? 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후, 오동식 팀장이 들어오며 물었다. 

“네. 그런데 팀장님, 같이 캐스팅된 배우가 누군지는 들으셨어요?”

“확정된 건 주인공 윤가미 역 뿐이야. 스타믹스의 지헌. 알지?”

그게 누군데. 

“아.”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한율은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역은 아직?”

“김돌 역으로 핑크팝의 리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 핑크팝 소속사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들어보니, 그쪽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 하더라. 원작인 웹툰 인기가 많기도 하고.”

그건 또 누구야. 하지만 그룹과 이름을 들으니 아이돌인 건 분명했다. 한율은 나중에 검색해봐야겠다 생각하면서 끄덕였다. 

“제가 하겠다고 해도 바로 결정되는 건 아니죠?”

“그렇지. 거기서도 추천을 받아 일단 제안한 것뿐이지, 아직 네가 배역에 맞는지 직접 확인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 사람들이 말을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무래도 그 역으로 제안을 한 게 한율이 너 혼자만이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제작사의 OK를 받아도, 투자자가 모이지 않거나 투자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교체되거나 판이 뒤집힐 수도 있는 게 이 바닥이다.

‘일단 투자자는 있는 모양이지만.’

프로덕션 대표와 주요 스태프들 이름, 연락처가 나열된 대본 첫 장. 가장 아래에 어디선가 본 듯한 기업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어쨌든 여기에서 우리끼리 얘기해봤자 결정되는 건 없으니까, 일단 나갈 준비해.”

“······?”

오동식이 직접 대본을 수습하며 고했다. 

“무공공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어떤 곳인지 우리도 직접 가서 파악할 필요가 있거든. 원작 인기랑 대본만 보고 결정해선 안 되잖아. 빠릿빠릿한 인상도 심어줄 겸, 일단 바로 미팅약속 잡아놨으니 갔다 오자.”

* * *

무공공 프로덕션 대표 유용진은 대학 졸업 후 눈길 프로덕션에 입사, 이사문 PD 밑에서 5년 간 경험을 쌓은 뒤, 대학 동기와 함께 무공공 프로덕션을 만들고 대표 자리에 오른 젊은 감독이었다. 

그리고 작년, 직접 기획부터 각본, 연출까지 맡은 웹드라마 <마법의 달력>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다음 작품도 잘 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왜 발연기를 해도 팬덤있는 아이돌을 기용하나 했더니, 하하.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더라. 다들 자기네 오빠 기죽지 말라고 기꺼이 지갑 열어주고 좋아요도 눌러주고, 여기저기 홍보까지 대신 해준다니까? 간식차나 밥차까지 보내줘!”

대표실 의자에 편히 앉은 유용진은,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을 살피며 통화 상대를 향해 떠들었다. 

“접대? 아니, 뭐 그런 걸 받아. 아직은 그런 거 받을 짬도 안 되네요. 그래도···.”

유용진은 밖으로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주의하면서 말을 이었다. 

“여자애들이 감독님, 감독님 하면서 따르는 게 얼마나 귀엽고 좋은데. ···하하, 걔넨 어차피 몰라. 어차피 이 바닥에 널리고 널린 게 배우 지망생인데 무슨. ···어? 아, 지금은 안 돼. 미팅 잡혔거든. 하, 애석하게도 남자다. 그것도 이희우 추천.”

유용진은 벽에 걸린 둥그런 시계를 보았다. WB래빗 엔터테인먼트의 서한율과 미팅하기로 한 약속시간 5분 전.

“···그건 아닐걸? 나이 차가 얼만데. 걔가 또라이 같긴 해도 미자한테 그럴 정도로 쓰레기는 아냐. 꼴에 배우 보는 눈도 얼마나 까다로운데. 그리고 이PD님도 썼던 애라니까 뭐···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그때 사무실에 두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유용진은 의자에 편히 묻었던 몸을 급히 일으켰다. 

“아, 왔다.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안녕하세요, 서한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WB래빗의 오동식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용진이라고 합니다. 일부러 여기까지 와주시고··· 하하, 감사합니다. 자, 이쪽으로.”

유용진 대표가 두 사람을 대표실로 안내했다. 한율은 아담한 사무실 내부를 빠르게 눈에 담았다.

<마법의 달력>이 첫작이자 유일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소소한 광고 영상물도 적잖이 찍은 모양이었다. 사무실 곳곳에 작업했던 작품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마법의 달력> 관련 기사나 대표 사진이 나온 인터뷰 기사 액자도. 

좁은 사무실 가득, 조금이라도 자랑거리가 될 만한 걸 죄다 꺼내놓은 느낌이라 좀 산만했다. 

“이건 빈손으로 오기가 좀 그래서.”

“하하,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오동식이 오는 길에 사온 에너지음료 박스를 내밀자 유용진이 기뻐하며 넙죽 받았다. 

“마실 건 뭐로 드릴까요? 이번에 캡슐 커피머신이란 걸 사봤는데 이게 맛이 좋더라구요. 원하시는 커피 종류 있으세요? 에스프레소부터 시작해서 카푸치노, 마끼아또 기타 등등 다 있습니다.”

젊은 대표는 한율이 겪었던 다른 연출가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아직 일에 임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들보단 가식의 냄새가 퍽 진했다. 

“아메면 괜찮습니다.”

“우리 배우 분은?”

“저도 아메요.”

“입맛이 어른이네.”

회의용 테이블에 각자 마실 커피가 놓이고 난 뒤에도 그들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유 대표가 <마법의 달력> 촬영 당시 아이돌을 주연으로 기용하면서 받았던 비난을 줄줄이 풀어놓은 까닭이었다. 

“아이돌 전문기획사에서 나오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요즘 아이돌들이 그냥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만 추도록 트레이닝 받진 않잖아요? 하지만 젊은 신인배우들 놔두고 아이돌 쓴다고, 시작도 전부터 어찌나 난리를 피우는지··· 어후.”

한율은 쓰디 쓴 커피를 음미하며 생각했다. 

‘공개가 된 이후에도 발연기에 오글거려 못 봐주겠다는 평이 많지 않았나? 언어 문제로 연기력에도 너그러워진 해외에서 그나마 잘 팔려서 다행인 케이스던데.’

“그렇죠. 요즘 연기 안 배우는 연습생이 어디 있다고. 비싼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학원에서 배우기도 하고, 우리 회사는 전문 선생님을 모셔서 거의 1:1로 지도하고 있거든요. 특히 우리 한율이 같은 경우엔 직접 수많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되었는데, 아직 연기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TV출연 덕에 자리 받았다고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후우.”

한율은 잔을 내려놓으며 오 팀장을 흘끔 살폈다. 

유 대표와 비슷한 어법에 한숨까지. 일부러 인가?

똑똑. 그때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남자가 대표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유용진 대표가 반색하며 일어났다. 

“오, 우리 부대표가 왔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리 무공공 프로덕션 부대표인 부윤방 PD입니다.”

한율과 오동식도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 등장한 부PD와 인사를 나눴다. 자리에 앉자마자 유 대표가 또 길게 떠들었다.

“사실 여기 부PD가 배우 이희우 씨와 고교동창이거든요. 지금도 종종 연락하는 여사친, 남사친 관계. 아무튼 그렇게 배우 분 얘기를 듣고, 이사문 PD님이 직접 뽑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눈길 친구들에게도 연기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그리고 아주 잠깐 말을 멈췄을 때, 부윤방이 교묘히 끼어들었다.

“1화 대본은 다 봤어요?”

쩝. 뭐라 더 말하려던 유 대표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네.”

“오늘 아침에야 퀵으로 보냈는데, 당일에 미팅까지 잡아 부담을 준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괜찮습니다. 제안을 주신 그날, 원작을 다 봤거든요.”

“부담스럽거나 불쾌하진 않았어요? 웹툰에선 매력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라고 해도, 그래도 백정 역할인데.”

“아뇨, 그냥 재밌어보였어요.”

겸손하게 대답하는 한율의 모습에 부PD는 잠시 입가를 올리곤 한율에게 넘긴 것과 같은 대본을 펼쳤다. 

“그럼, 12페이지 첫 번째 단락 대사 한 번 편하게 해줄 수 있어요?”

[[백자] 뼈와 내장을 발라도 적잖은 고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양반님을 살려준 거잖소. 그러니 그 값을 치러야지.

[윤가미] (다친 부위를 보이며) 멍들고 상했잖아! 깎아줘!

[백자] (윤가미에게 칼을 들이대며) 알겠소, 지금 그 상한 부위부터 들어내 주지.]

[윤가미] 농은 농으로 받아들여 이 백정 놈···, (싹싹 빌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우님!]

한율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순간, 웹툰에 나온 백자의 어린 시절과, 나오지 않은 과거를 유추하고 상상했다. 웹툰에서는 좀처럼 백자의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기에. 

백자는 노비보다도 천한 백정이라, 어릴 적부터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아비와 단둘이서만 살다보니 말과 행동이 무척 거칠었다. 그러나 마음속엔 신분차별에 대한 설움과 지식을 갈망하는 욕구가 자리 잡고 있어, 종종 서당 툇마루 아래에 웅크리고 숨어 도둑 청강을 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자이기는 해도, 늘 고자세로 깔아보던 여느 양인과 다른 윤가미를 이상하게 여기고 치료까지 해주며 마음을 열게 되지만···, 극중에선 이제 막 만난 사이.’

“······.”

“한율아?”

한율이 대답 없이 천천히 눈을 내리깔자 세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율이 다시 시선을 드는 순간, 한율에게 손을 대려던 오동식이 동작을 멈췄다. 

‘눈빛이 변했어.’

기절한 줄 알았던 윤가미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것에 순간 놀랐다곤 해도, 백자는 엄연히 저보다 높은 신분을 때리는 강상죄를 저질렀다. 백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 관아로 끌려가 짐승보다 더 비참하게 죽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본 자가 없으니, 지금 이 자를 죽이면.’

죄는 묻힌다. 

그러나, 백자는 윤가미의 몸에 있는 상처들을 보며 또 생각한다. 

‘정말 아무도 안 봤을까?’

백자는 지금껏 도축과 수렵을 하고, 어쩔 때는 양인들에게 두들겨 맞는 아비를 보거나, 직접 발에 채이기도, 돌을 맞기도 하며 상처에 대해서도 잘 아는 인물이기도 했다. 

윤가미의 몸에 낙상 외에 예리한 날붙이에 당한 창상이 생생하니, 앞서 이 양인을 공격한 ‘다수’가 그 모습을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단 살려둔다. 이 양인을 죽이려 했던 자들이 관아까지 달려가 자신의 강상죄를 고발할 것 같진 않지만, 혹시 모르므로.

‘어차피 다리도 부러졌으니, 여차하면 바로 목을 따 죽이면 그만.’

고귀하신 양인이 천하디 천한 백정인 자신을 용서해줄리 만무하므로. 

한율의 눈에 음험한 살기가 어렸다. 

“뼈와 내장을 발라도 적잖은 고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양반님을 살려준 거잖소. 그러니 그 값을 치러야지.”

“······.”

부윤방은 대본을 잡은 채 굳었다. 한율이 저를 윤가미로 보는 까닭이었다. 

윤가미는 굉장히 눈치가 둔하고, 한없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품이라 ‘멍들고 상했잖아! 깎아줘!’라고 외쳤지만, 부윤방은 윤가미가 아니었다. 쉽게 사람을 죽고 죽이는 시대가 아닌 현대의 평범한 사람이라, 여차하면 정말 목을 따버리겠다는 살의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담당이 되었다

‘대사를, 쳐줘야······.’

부윤방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움직이려 했다. 그때 한율의 눈빛이 다시 변했다.

[멍들고 상했잖아! 깎아줘!]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하는 눈으로. 

그러다 사선으로 시선을 내렸다.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윤가미의 반응에, 어쩌면 머리를 부딪쳐 자신에게 맞은 기억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떠올린 까닭. 

한율은 살의를 한풀 꺾으며 찻잔을 들었다. 

“알겠소, 지금 그 상한 부위부터 들어내 주지.”

맞은 본인이 기억을 못해도 죄는 묻힐 테니. 

“···살려주세요.”

“······?”

한율의 연기에 빨려 들어가던 부윤방과 오동식이 고개를 돌렸다. 어? 실없이 소리를 내뱉은 유용진이 되레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마주보았다. 

달칵. 한율은 흉기처럼 쥐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거칠게 긁었던 톤도 본래대로 되돌렸다. 

“안 죽여요.”

“···어?”

“네?”

“아···.”

유용진이 붉어지는 얼굴을 감추듯 고개를 내리며 웃었다. 

“하하··· 연기 잘 하네요. 음. 정말 윤방이 죽이려는 줄.”

“정말 순간 쫄··· 아니, 놀랐어요. 하하. 윤가미 대사를 쳐줬어야 했는데.”

부윤방이 한율에게 감탄했다. 김이 새기는 했지만 어쨌든 유용진 덕에 정신을 차렸다. 

“솔직히 얼굴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은, 연기를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그 얼굴이 되레 그 사람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넘네. 아니, 그런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내요?”

한율은 칭찬에 쑥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한율의 생생한 연기를 눈앞에서 처음 봐, 잠시 멍해졌던 오동식도 정신을 차리고 활짝 웃었다. 우리 애가 이 정도다, 라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어떻게, 다른 씬 연기도 보시겠어요?”

“물론이죠! 음···.”

“여기, 여기 어때요?”

이번엔 유 대표가 대본을 펼쳐 펜 끝으로 가리켰다. 처음 겉으로만 반가워하던 가식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눈은 연기를 더 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백자가 김돌을 보자마자, 윤가미를 공격하고 쫓아온 무리 중 한 명인 줄 알고 다짜고짜···.”

한율의 즉석 오디션 및 미팅은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끝났다. 그것도 보다 못한 부윤방이 ‘대본을 통째로 읊게 할 생각이냐’고 대표에게 눈치를 주고 나서야. 

무공공 프로덕션을 나오며 오 팀장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저 사람들, 이제 다른 사람의 백자는 웬만하면 눈에 차지도 않을 거다. 잘했어, 한율아.”

“될까요?”

“글쎄. 늦어도 사흘 안에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니 일단 기다려봐야지. 아직 작은 곳이니 투자자 쪽 눈치를 많이 볼 거야. 우리도 여기에 대해 더 알아봐야 하고.”

“유찬이 형은 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요.”

차 키를 꺼내며 오 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네 뛰어난 연기력을 얼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긴 하더라, 유찬 씨가. 하지만···.”

삐빅. 오동식이 차 문을 열며 말을 이었다. 

“한율이 너도 들었지? 유 대표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들.”

“아이돌을 주연으로 기용했더니 비난부터 받았단 이야기요?”

“그래. 그러면서 끝내 주연으로 썼던 아이돌에 대한 칭찬은 한 마디도 없었지.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고, 이번에도 그럴 거란 의도를 은근슬쩍 드러낸 거야.”

한율은 수긍하며 차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에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된 두 인물도 아이돌이었다. 

“그러니 만약에 안 되겠다는 통보가 돌아와도 너무 상심하지 마. 그건 네가 부족해서 떨어진 게 아니라, 무공공이 부족해서 널 떨어뜨린 거니까. 반대로, 저쪽에서 OK를 해도 우리가 영 아니다 싶으면 컷할 거야.”

‘괜히 팀장 직을 단 게 아니네.’

오동식은 무조건 받은 제안을 승낙하고 역을 따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마따나 정말 무공공 프로덕션이란 회사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미팅까지 진행한 것이었다.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무공공이 아직은 작은 프로덕션이라도, 언제 다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좁은 바닥이니.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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