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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N <수의형사> 꽃을 단 토끼 대활약!]
[29일 밤10시에 방영된 OSN <수의형사> 3화에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여름에 종영된 <보컬리스트 시즌3>의 ‘꽃을 단 토끼’팀이 그 주인공들.
<보컬리스트 시즌3>에서 감성적이거나 청량한 모습을 선보였던 두 소년은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지닌 차남석은 3화 에피소드에서 학교폭력가해자이자 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 역을 맡았다. 자칫 아티스트 본인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역할이었으나, 그는 몸소 그런 우려를 뛰어넘고, 오히려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한율은 차남석을 응원하기 위해 <수의형사> 카메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오는 1월 SBC에서 방영예정인 <하울링>에 캐스팅되었던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수의형사> 현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한율은 죽은 수의사 역을 맡은 배우 이희우의 섬뜩한 시선을 바로 앞에 두고도 NG를 한 번도 내지 않아······.]
차남석이 깊은 한숨을 쉬며 한율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이 기사 백퍼 회사에서 낸 거다. 너무 칭찬일색이야···. 이러면 무조건 NO를 외치는 놈들만 몰려드는데.”
곧 11월이라 그런지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한율은 교복 위에 가벼이 걸칠 후드집업 재킷이나 바람막이가 있던가 생각하며, 기사에 삽입된 스틸 컷만 대충 훑은 후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럼 회사에서 또 악플은 가차 없이 법적 대응한다고 입장문 내놓겠죠.”
“이번에 너희 부모님은 어쩌시겠대? 합의하신대?”
“잡았대요?”
“어. 우리 한창 보컬 나올 때 악플 달던 놈들이 이제야 경찰 조사받았다더라. 몇 명은 변호사 통해서 선처해달라고 회사로 뭐 보냈다고 하던데. 나도 어제 할아버지 전화 받고 알았어.”
한율은 예전에 자신의 인성논란이 인터넷에 떴을 때, 격분하여 회사보다 먼저 법적대응을 하려던 부모를 떠올렸다.
“합의는 아마 안 할 것 같아요.”
“천만 원 제시해도?”
“마음이 흔들릴 것 같은 액수네요.”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정민솔이 불쑥 끼어들었다.
“악플러 잡았단 얘기. 너도 악플단 거 있으면 미리 자수해. 한 번은 합의해줄 테니까.”
“차남, 넌 날 아직도 그렇게 모르겠냐? 난 앞에서 까지 뒤에선 안 까. 그럴 시간도 없고.”
“까고 있네.”
차남석이 비웃음과 함께 영 말을 곱지 않게 내뱉는데도, 정민솔은 불쾌해하는 기색 없이 가볍게 웃었다.
악플 달렸냐?
‘아니, 10대들 사이에서 대화에 비속어나 쌍욕이 없는 게 더 이상한 나라였지.’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대로로 나오자 데뷔조의 미성년자 멤버들은 두 무리로 갈라졌다. 박가람과 정민솔, 라이언과 강보배가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정류장으로 향했다. 박가람과 정민솔이 같은 학교, 라이언과 강보배는 다른 학교였지만 방향이 같은 까닭이었다.
휙, 휙.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맞은편에 선 박가람과 의미 불명의 수신호를 주고받던 길우성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건우 형 나가니까 우리 팀에 어른이 유호 형 한 명뿐이네. 외롭겠다.”
“외로울 짬이 있겠냐. 다시 작곡에 매진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우웅. 차남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할아버지.”
차남석이 전화를 받으며 정류장 뒤쪽으로 갔다. 한율은 핸드폰으로 헤드라인 뉴스를 훑다, 옆에서 정신 산만하게 들썩거리는 길우성에게 눈총을 던졌다.
이제 보니 길우성은 박가람과 릴레이 안무를 추고 있었다. 한 사람이 안무를 추면, 맞은편의 사람이 해당 안무의 곡을 맞춰서 이어서 추는 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든가 말든가 아랑곳없이.
“······.”
한율은 길우성과 같은 일행이 아닌 것처럼 성큼 거리를 벌렸다. 저 멀리 버스가 보였다.
“형, 버스 왔어요.”
정류장 뒤쪽에 있는 차남석을 불렀다. 심각한 얼굴로 통화하던 차남석이 손을 저었다.
“먼저 가.”
그리고 아예 정류장에서 떨어지며 통화를 잇는다.
무슨 일이 있나?
끼익. 버스가 앞에 섰다. 한율은 차남석에게서 의아한 시선을 거두고, 동물원의 원숭이 꼴이 된 길우성을 잡아 버스에 올랐다.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한율은 교실에 가방만 두고 어딘가로 향했다.
바로 화단. 그 중 허브 화분이 옹기종기 모인 곳으로 가 쭈그리고 앉았다. 화단 흙에 빼곡하게 피어난 꽃과 달리, 허브는 모두 작고 둥근 화분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으음···.’
한율은 화분 하나를 들어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보다가 향을 맡았다. 그리고 손끝으로 잎사귀를 톡톡 건드렸다.
“저거 서한율 아냐? 저기서 뭐하는 거지?”
“풀에 관심 있나 보지.”
지나가던 학생들이 그런 한율의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한율은 신중한 얼굴로 다른 허브도 살폈다.
그러기를 한참.
조례시간 예비 종소리를 들으며 한율은 두 개의 화분을 나란히 놓았다.
찰칵.
아기자기하게 이름이 써진 팻말이 잘 찍혔는지 확인한 후에야, 한율은 화분을 원위치로 돌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방과 후. 차남석을 끌고 나타난 박현우가 온화한 얼굴로 두 팔을 벌렸다.
“후배들아. 우리, 출근하기 전에 함께 쇼핑이나 하러 가지 않으련?”
“갑자기 웬 쇼핑?”
“드라마 출연료가 일부 들어왔도다.”
“오오!”
“새우튀김김밥 콜?”
“콜!”
“중간고사도 지나갔고 월평도 끝났고, 시험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쇼핑과 먹는 걸로 푸는 게 최고지! 가즈아!”
“가즈아!”
박현우와 길우성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텐션으로 멀어졌다. 한율은 두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꼭 같이 가야 돼요?”
아침에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하던 때완 달리, 차남석이 여상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 혼자 저놈들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
“그럼 같이 빠지죠.”
“비싼 거 쏜다잖아.”
“······.”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적당히 많은 거리에 내린 그들은, 저녁을 사기로 한 박현우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TV에 나온 인사라 하더라도, 얼굴을 감추기보다 당당하게 내놓고 다니면 오히려 이목을 덜 끄는 법이다. 간혹 그들을 알아보고 돌아보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섣불리 다가와 붙잡진 않았다.
박현우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말했다.
“간만에 나온 기념으로 잠깐 놀다가 갈까? 아직 4시 30분이니까 여유도 있고.”
“뭐 하면서?”
“코노?”
“······.”
“남석, 이젠 눈으로도 욕할 줄 아냐? 농담이야, 농담. 저기부터 가자.”
박현우가 가리킨 곳은 유명한 H&B스토어였다.
“뭐 사게?”
“팩이랑 이것저것.”
교복을 걸친 남학생 넷이 어슬렁어슬렁 핑크빛 가게로 들어갔다. 여성손님비율이 높은 가게라 그런지 직원들과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박혔다가, 그대로 멈췄다.
“···꽃토끼, 꽃토끼!”
“누군데?”
“있어, 아이돌 연습생.”
“교복도 예쁘당.”
진열대 사이의 폭은 좁고 손님은 많았다. 그들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조심조심 이동했다. 반사적으로 예의바르게 웃으며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그들은 자연스레 각자 시선이 가는 곳을 따라 흩어졌다. 눈으로 가게 내부를 크게 훑은 한율은 곧장 디퓨저 진열대로 향했다.
‘우선 이거라도 하나 놔둘까?’
좁은 집에 무려 8명의 남자가 산다. 거기에 날씨도 점점 쌀쌀해져, 밤에는 창을 열어놓고 잘 수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그러다 보니 슬슬 공기 질이 나빠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냄새가.
한율은 무수히 많은 샘플을 하나씩 들어 향을 맡았다.
찰칵.
“······?”
난데없이 들리는 셔터 소리. 바로 근처에 있던 여학생 셋이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아이라이너 이걸로 바꿀까? 강렬한 레드!”
“귀신 분장하게?”
“존웃각.”
한율은 다시 샘플의 향을 맡다가 그나마 무난한 제품을 집었다. 은은하게 싱그러운 향이 나는 제품이었다.
‘창가에 두면 괜찮겠지.’
찰칵!
“미친년아, 소리 너무 크잖아···!”
탁탁. 이젠 소곤소곤 타박하며 팔을 때린다.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자, 한율의 눈치를 살피려던 여학생이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덜컥 굳었다.
한율은 매장 한쪽에 부착된 경고 문구를 가리켰다.
[매장 내 촬영금지]
“매장 안에선 촬영 금지예요.”
“아···, 네, 죄송합니당.”
한율은 슥 미소를 지어주곤 자리를 옮겼다. 뒤에서 여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웃는 거 봤어? 씨발, 존나 예뻐···.”
“피부도 진짜 좋다···. 쟤 보다가 거울 보니까 내 피부 존나 썩어 보임.”
정말 요즘 애들은 말에 비속어를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는 건가. 소소한 데에 의아해하며 한율은 립케어 진열대 앞에 서있는 길우성에게 갔다. 길우성이 기다렸다는 듯 한쪽을 가리켰다.
“써한, 현우 형 봐봐.”
착착. 박현우가 바구니에 마스크 팩을 종류별로 쓸어 담고 있었다. 그 옆에선 차남석이 질린 얼굴로 박현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사재기할 게 없어서 팩을 사재기하냐?”
“뭘 모르네. 촬영 들어가면 1일1팩은 상식이야. 촬영이 없어도 이틀에 한 번은 해줘야 한다고. 너희들 지금부터 모공 관리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메이크업 두껍게 해도 우둘투둘 숭숭 뚫린 거 적나라하게 다 보인다? 요즘 TV 화질이 얼마나 좋은데.”
“그래, 돈 많이 벌어서 피부 관리하는 데에 다 써라.”
“후···. 이 형님이 네 것도 하나 사줄까?”
“형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필요 없어.”
“현우 형님.”
길우성이 슥 끼어들어 불렀다.
“그래, 아우야.”
박현우가 너그러이 웃으며 손을 우아하게 움직였다.
“이 중에서 하나 골라 보아라. 개인적으로 1+1행사제품을 추천하고 싶구나.”
“감사합니다, 형님.”
괜히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여학생들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래,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재밌을 때지.’
한율은 일행이 아닌 척 그들과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려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어······.”
한 무리와 함께 이쪽으로 오던 남학생이 한율과 마주치자 멈칫했다. 그리고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길우성과 박현우, 차남석을 찾았다.
마침 고개를 돌렸던 차남석이 그를 알아보았다.
“빡고?”
“어? 박고영?”
뒤늦게 박현우와 길우성도 돌아보았다.
박고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형들 오랜만. 하하···.”
“누구? 아는 형들?”
“너 있었던 회사 연습생들? 쩐다, 거기 진짜 외모만 보고 뽑았나 보다, 너 빼고.”
“오, 연예인! 연예인!”
박고영과 함께 있던 아이들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다들 박고영과 비슷한 중학생으로 보였지만 제각기 다른 교복 혹은 사복을 걸쳤다. 머리카락은 형형색색. 피어싱이나 화장도 성인 못지않게 화려했다.
“빙시야, 연예인 아니고 아직 연습생!”
그리고 행실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박고영이 당혹스러워하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아, 입 좀!”
그러곤 그들을 반대쪽으로 밀며 외쳤다.
“그럼 형들, 다음에 봐···!”
기약 없는 약속을 뱉으며 박고영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길우성이 벙벙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체 뭐지···.”
“이상한 학원가서 이상한 놈들이랑 어울린다더니···, 어휴.”
박현우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남석은 미간을 구긴 채 아무 말 않다가 한율의 손에 들린 걸 보며 물었다.
“그건 뭐야?”
“디퓨저요.”
“아, 그 향기 나는 막대기?”
길우성이 아는 척 끼어들자 박현우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묘사가 참 수수하구나, 아우야. 팩이나 고르렴.”
“네, 형님.”
* * *
오늘도 데뷔조 멤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새벽 1시까지 자율연습을 한 후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여기엔 전에는 기껏해야 자정까지만 연습했던 정민솔도 끼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별 다른 잡음을 일으키지 않고.
“한율아, 저거.”
사과패드를 반납하고 핸드폰을 챙길 때, 현장전이 책상 옆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
“낮에 어머니 왔다 가셨어. 너한테 저것 좀 전해달라고.”
“어머니가요? 혼자 오셨어요?”
“응.”
괜찮았을까. 낯선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을 혼자 방문하다니.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모친으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필요한 것 좀 넣어서 회사에 두고 가^^ 서한율, 오늘도 수고했어!]
참 자식사랑이 각별한 사람이었다.
한율은 내일 아침 일찍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상자를 들었다. 묵직했다.
숙소로 들어온 후에야 상자를 개봉하자, 안에는 옷과 신발이 상자나 백에 담겨진 채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레몬생강청과 새 텀블러, 여러 종류의 기초화장품과 핸드크림까지.
“오, 오오···!”
“역시 있는 집 자식!”
테이프를 뜯을 때부터 괜히 옆에서 서성거리던 박가람과 길우성이 탄성을 질렀다.
“다 새 거야?”
“아니.”
옷은 집에 있던 것 반, 포장지를 뜯지 않은 새 제품이 반이었다. 신발 두 켤레는 모두 새 제품. 새 제품은 사이즈가 안 맞을 것에 대비해, 교환이 가능하도록 영수증도 첨부해놓았다.
한율은 옷부터 하나씩 꺼내 옷걸이에 걸어 정리했다. 눈으로만 구경하던 박가람이 옆에서 알짱거렸다.
“그 옷 진짜 예쁘다. 형 한 번 걸쳐 봐도 돼?”
“아니요.”
“······.”
“자요.”
“···흐흐.”
박가람이 이상한 웃음을 흘리며 바람막이를 덥석 받았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옷을 걸치더니 온갖 포즈를 취하는 것도 모자라, 모자나 팔찌, 반지까지 끼고 셀카를 찍었다.
“요 맨~, 왓썹 매엔~.”
“······.”
다음 날 아침.
답답한 사람이 직접 나선다고, 한율은 오늘도 숙소의 모든 창을 다 열어놓고 청소기부터 돌렸다. 그 뒤로 강보배가 걸레슬리퍼를 신고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따라왔다.
“역시 구석진 곳까진 이걸론 힘드네.”
청소를 마치자 강보배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걸레슬리퍼를 빨러 갔다. 탁탁. 한율은 청소기 먼지통을 휴지통에다 비웠다. 발코니에서 본인의 이불을 털고 들어오던 정민솔이 옆을 지나쳤다.
“집이 좀 사나 봐?”
“······?”
한율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
정민솔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부럽다고.”
* * *
[<가미난무> 웹드라마 캐스팅 라인업]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사극액션 웹툰 <가미난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웹드라마의 캐스팅이 모두 확정되었다.
주인공 윤가미 역에는 스타믹스의 지헌, 백자 역에는 신인배우 임상조, 원작엔 없는 새로운 인물 김돌 역에는 핑크팝의···.]
식판 옆에 핸드폰을 두고 인터넷기사를 훑던 길우성이 말했다.
“한동안 시끄럽고 또 잠잠하더라니, 결국 민준 선배님 빠졌네.”
한율은 <가미난무> 웹드라마 캐스팅 소란이 있었던 이후, 종종 연예 뉴스란에 올라오던 그들의 동향을 떠올렸다.
“민준 선배님 팬들이 출연 강행시키면 굿즈를 비롯해서 모든 콘텐츠 보이콧하겠다고 시위 벌였잖아. 국내 팬들 뿐만이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가세해서.”
만약 자신도 그 정도로 인기가 많은 상태에서 그 역을 하겠다고 알렸다면···. 한율은 상상하다말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괜찮아도, 대다수의 팬이 안 된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배웠다.
“역시 팬들의 힘은 대단해. 그런데 그렇게 백자 역이 안 좋은 건가? 웹툰은 재밌었는데.”
“‘온더로즈’의 영아 선배님이 첫 연기 데뷔로.”
차남석이 대답했다.
“사극에서 머리 다 풀어헤치고 작두 타는 역할 한다고 생각해봐.”
온더로즈는 현재 K-POP의 정상에 있는 걸그룹이었다. 그 중 영아는 별명이 여신일 정도로 엄청난 미인.
“히익···!”
“백자는 무당이 아닌데요.”
“팬들한텐 그 정도로 충격적이게 와 닿는단 소리야. 솔직히 제작을 맡은 곳도 아직 신생이고 작아서 못미덥잖아. 걱정도 많이 되는 거지. 열에 아홉은 촬영 환경이 열악할 게 뻔하니까.”
냐옹. 길우성의 핸드폰에 SNS 새 댓글 알림이 떴다.
[길우성, 나 기억나? ㄷㅈ초 3학년···.]
덥석. 길우성이 잽싸게 핸드폰을 집었다.
맞은편에 있어 액정에 잠깐 뜬 메시지를 보지 못한 차남석이 물었다.
“왜? 악플 달렸냐?”
“네? 아아니요오? 저한테 악플이라뇨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던 정민솔이 끼어들었다.
“표정 잠깐 썩어보였는데?”
“그러얼리가요오?”
“짜증나니까 말 늘이지 말고.”
“이응.”
“확 씨.”
반응이 수상쩍은데.
한율은 빠르게 길우성의 SNS로 들어갔다. 주요감시 대상이므로.
-길우성, 나 기억나? ㄷㅈ초 3학년 1반... 네 앞에 앉았던 ㅂ수1ㅋ 이거 보면 DM주라
입은 재앙의 문이다
댓글을 단 이의 계정을 눌러보니 제주에 사는 17살 고교생이었다. 높은 확률로 길우성의 옛 지인.
‘반응을 보니 썩 반가운 연락은 아닌 모양인데.’
“서한율. 너 요즘도 민준 선배님이랑 연락해?”
“연락이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는데.”
한율은 민준과의 톡방을 띄워서 차남석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이랑 나눠먹으라고 자꾸 이런 걸.”
[블블 민준선배 님이 파리빵집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셨습니다.]
[블블 민준선배 님이 도레미피자 교환권을 보내셨습니다.]
[블블 민준선배 님이 베스트아이스크림 상품권을 보내셨습니다.]
-[연습도 많이 먹고 체력 보충해가면서 해야 돼^^ 안 그럼 나중에 뼈 시려]
-[이거 경험당ㅇㅇ]
-[담ㅇㅇ]
[아뇨, 이제 그만 보내셔도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괜찮아! 이거 거저 주는 거 아니야 투자야ㅎ]
[블블 민준선배 님이 너네보쌈 교환권을 보내셨습니다.]
“······.”
차남석을 비롯해 고개를 빼들고 함께 본 길우성과 정민솔의 표정이 황당하게 변했다.
“야, 써한! 이런 걸 받았으면 말을 해야지! 너 혼자 다 처먹으려고 꿍쳐두고 있었냐?!”
“기회 봐서 다 거절하려고.”
버럭 소리를 질렀던 길우성이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그러지 마, 선배님 상처받겠다. 지난번의 그 난리로 입은 마음의 상처도 다 아물지 않았을 텐데, 후배까지 매몰차게 거절하면 그 분은 어쩌냐.”
그러면서도 길우성의 시선은 톡방에 뜬 보쌈사진에 박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율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민준 선배님은 왜요?”
“아, 내 보쌈···!”
차남석이 여상한 얼굴로 대답했다.
“확인 차. 그 정도면 회사에서 시켜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네.”
“아아.”
“블블 선배님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좋지.”
정민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친한 사이에 적절한 조언을 던지듯, 아주 자연스럽게.
“그럼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도 이런저런 노하우나 고급 정보도 알려주실 거 아냐.”
그러나 조금만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해서 떠벌리는 타입이란 걸 겪었기에, 한율도 가벼이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까진 생각 못했네요. 그럼 선물은 거절하지 않는 걸로.”
길우성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쓰!”
잠시 후 한율이 다시 길우성의 SNS를 확인했을 때, 해당 댓글은 삭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