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427)

* * *

“다음 주 토요일에 여러분이 할 라이브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댄스트레이너가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몸을 풀던 데뷔조 멤버들이 앞으로 모이자, 그녀는 입가를 올린 채 한 명, 한 명을 보았다. 정민솔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본 그녀가 말을 이었다. 

“라이브는 이 여덟 명이 한 팀이 아니고, 두 팀으로 나눠서 보기로 했어요.”

“두 팀으로요? 하지만 전체적인 호흡을 보려면···.”

“제 마음이에요.”

“······.”

“농담이고, 제가 그렇게 보도록 보컬 쌤이랑 대표님에게 말씀드렸어요. 여러분이 그룹 안무를 할 때 대개 어떤 스타일로 추는지, 제일 잘 아는 건 저니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군무는.”

댄스트레이너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떠났다. 창백한 안색이라 더 도드라진 퀭한 눈, 거기에 스모키 화장까지 한 탓에 평소보다 더 서늘하게 보였다. 

“지난 번 보배를 배려해 은근슬쩍 커버해줬을 때처럼, 한 사람쯤 자연스레 스며든 것 같은 착각을 부르기 쉽거든요. 저처럼 눈썰미 좋은 사람이 아닌 한.”

“······.”

정민솔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지난 번 월평 때 합이 전혀 안 맞는다고 화 섞인 평가를 당한 적이 있던 만큼, 지금 댄스트레이너의 말이 저를 겨냥한 것임을 바로 눈치 챈 모양. 

댄스트레이너가 생긋 미소 지었다. 

“그럼 팀을 정해줄게요.”

* * *

“어째 창가에 뭐가 점점 는다? 이건 뭐야?”

새벽. 숙소로 들어온 뒤 박가람이 창가에 나란히 놓인 세 개의 화분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허브요.”

“매사에 시크하고 메마르기 그지없는 너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풋풋한 마음이 있는 줄은 몰랐구나.”

“형 몰랐구나. 써한, 취미가 등산이에요.”

“왓?”

“어째 오늘 학교 끝나고 어디 들를 데가 있다고 하더니, 이거 사러 갔던 거였어?”

“어.”

본래 창가에 놓았던 디퓨저는 허브와 향이 섞이지 않도록 서랍장 위로 옮겼다.

한율은 무뚝뚝한 얼굴로 룸메이트들에게 고했다. 

“예민한 애들이니 절대 함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

최근엔 마력 쌓는 건 차치하고 마나 유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기에 흐르는 마나를 순식간에 응축시켜 동력으로 사용하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기에 흐르는 마나보다 농도가 갑자기 짙어지면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테니.’

한율은 자기 전마다 응축시킨 마나를 손 안에서 곱게 빻아 허브에 뿌렸다. 그리고 꽃집에서 들은 설명대로 햇볕을 쬐게 하거나 물을 적정량 주는 등, 기본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 

박가람과 얘기를 나누다 잠깐 방에 들어온 유호가 코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어째 너희 방에서만 좋은 향이 나는 것 같다?”

“한율이가 허브 키우고 있거든요. 디퓨저도 있고.”

“그럼 하나만 우리 방에 빌려주면···.”

길우성이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안 된다고 할 걸요? 저 풀 쪼가리가 예민하니 뭐니 하면서 우리도 절대 손 못 대게···.”

“가져가세요.”

“······?!”

한율은 세 개의 화분 중 하나를 집어 유호에게 건넸다. 그리고 살며시 미소 지으며 당부했다. 마침, 마법의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적당히 단련된 참이었다. 

“창가에 두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에 창을 살짝 열어놓으면 더 좋은 향이 날 거예요. 관리는 내가 할 테니까 따로 물 주진 마시고요.”

“응, 고마워.”

마법을 품은 허브의 효과는 바로 다음 날, 잔잔하게 나타났다. 

[나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

라이언이 불쑥 꺼내는 이야기에, 차남석이 돌아보았다.

“뭐?”

“···어?”

그러나 라이언은 되레 당혹스런 얼굴로 얼버무렸다. 

“아··· 암 말두 안해써.”

“······?”

허둥지둥 세면대로 향하는 라이언을 보며 차남석이 미간을 찡그렸다. 위이잉! 그러나 한율이 청소기를 돌리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피했다. 

한율은 세수를 하는 라이언을 흘끗했다. 

‘마법저항력이 굉장히 약하네.’

허브를 놓자마자 너도나도 본심을 100% 술술 털어놓으면 누가 봐도 이상한 일. 그렇기에 마법의 효과가 굉장히 약하게 발현되도록 신경 썼건만, 만 하루도 안 지나 아무도 묻지 않은 본심을 스스로 털어놓을 줄이야. 

한율은 청소기를 다 돌린 후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며 임시로 마법저항력을 높여주었다. 

“······?”

“머리카락이 묻어있어서요.”

차남석은 숙소를 나갈 때, 유호에겐 곡에 대해 묻는 척 팔을 잡으며 슬쩍. 

인간이란, 적당히 속내도 감추고 가식도 떨어야 시끄럽지 않은 법이다. 

다시 다음 날, 토요일. 

정민솔이 데뷔조에 들어온 지 엿새 째. 본인도 이전처럼 행동하면 이번에 데뷔할 수 없다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서 그런지, 정민솔은 나름 근질거리는 입을 잘 참는 듯 보였다. 

어제까지는. 

“라이언 너 그 버릇 많이 고친 것 같다?”

뭘 두고 나갔었는지, 먼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정민솔이 라이언에게 물었다. 

“혹시 상담 받아?”

“멀 받아?”

정민솔에게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이 있던 라이언이 반사적으로 경계하며 되물었다. 라이언의 두 손엔 조금 전 세탁기에서 꺼낸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 

정민솔이 손에 든 지갑을 가볍게 흔들었다. 

“도벽 상담.”

“······?”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라이언과 그 앞에서 실실 웃는 정민솔. 

한율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치졸한 놈이네.’

어쩌다보니 청소 담당이 되어 거의 마지막에 나가게 되는 한율과 강보배까지, 숙소엔 네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정민솔은 데뷔조로 들어온 후, 강보배가 라이언에 대한 소문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란 걸 파악했을 터. 

“고쳤으면 다행이고.”

정민솔이 라이언의 팔을 툭 치고 다시 숙소를 나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강보배의 표정을 힐끗 살피면서. 

“뭐라는 거야.”

라이언이 툴툴거리며 발코니로 향하자, 강보배가 놀란 얼굴로 한율을 쳐다보았다. 

“방금 민솔이가 한 얘기···.”

“흘려들어요. 확실한 거 아니니까.”

데뷔조에 남기 위해 언행에 주의하던 정민솔의 의지를, 솔직한 악의가 비집고 나와 깔아뭉개기 시작했다. 

그날 밤. 오늘도 고된 레슨과 연습을 마치고 데뷔조 멤버들이 숙소로 돌아왔다.

박가람이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이거 우리 방에서 나는 허브 향이지? 좋다, 들어오니까 좋은 향기가 나니까 좋다.”

떠들썩했던 것도 잠시. 멤버들은 평소처럼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한율은 냉장고에서 느긋하게 물을 꺼내 마시며, 슬쩍 왼쪽 방을 살폈다. 왼쪽 방 문은 회사를 가기 전에 일부러 닫아놓았다. 그리고 그 몇 시간 사이, 마법을 품은 허브 향의 농도가 퍽 짙어졌을 터. 

그런데 왼쪽 방 문이 열리자마자 효과가 약하게 흘러들어갔을 오른쪽 방에서, 길우성이 난데없이 외쳤다. 

“괴롭힐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친한 척이야···!”

“나, 나···? 내 존재가 널 괴롭혔어···?”

“보배 형 말고요. 있어요, 그런 나쁜 것들······.”

그때 왼쪽 방이 더욱 시끄러워졌다. 

“훔친 거 아냐!”

화가 난 라이언의 목소리. 정민솔이 비아냥거렸다. 

“너 이런 거 사먹을 돈 없잖아. 어째 잠잠하다 했다, 내가.”

“아냐! 어떤 애가 줘써!”

“정민솔, 너 갑자기 왜 그래? 왜 가만히 있는 애한테···.”

“얘 돈 없는 거 형도 뻔히 알잖아요. 손버릇 나쁜 것도.”

“뭐야? 무슨 일인데?”

갑자기 인 소란에 놀란 강보배와 박가람, 길우성이 거실로 튀어나왔다. 한율도 천천히 그곳으로 갔다.

“보배, 이거 봤지? 아까 굳럭25 앞에서···!”

라이언이 유명한 만화 캐릭터 스티커가 든 빵을 들고 강보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강보배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라이언이랑 우연히 골목에서 만나서 편의점에 같이 들어갔었는데, 라이언이 먼저 나가고 내가 나중에 나갔을 때 어떤 여자애가 저 빵 주고 있었어. 전에 한율이랑 같이 있는 거 봤었다고, WB래빗 연습생이냐면서 응원한다고.”

“거 봐!”

“······.”

정민솔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라이언이 억울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연달아 외쳤다.

“나 안 훔쳐!”

아직 한국말로 유창하게 설명하는 게 힘든지, 영어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여기에서 성공해서,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매달 대표님 도움으로 선생님이랑도 상담 받고 있고,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

한율은 순간 임시로 높여준 마법저항력이 본래대로 돌아간 게 아닌가 했지만, 라이언의 얼굴을 보고 자의로 뱉어낸 진심이란 걸 깨달았다. 

‘병적도벽(kleptomania)이 있긴 했구나.’

병적도벽. 돈이 되지도 않고 본인에게 필요 없는 물건임에도 충동적으로 훔치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 

그러나 함께 숙소에서 지내는 몇 달간, 누군가의 물건이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작해야 가끔 눈앞에 있는 차남석의 양말을 무심코 집는 수준. 

『저 새낀 꼭 내 곰발바닥 무늬 양말만 보면 갖지 못해 지랄하더라.』

지난 달, 뜬금없이 발코니에서 토끼인형을 가지고 나오던 라이언의 모습이 떠올랐다. 굉장히 당황해하던 얼굴도. 

‘병적도벽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본래 세상, 곰팡이가 슨 빵을 주머니에 넣던 병사가 머쓱해하며 말했다. 

『어릴 때 뭐 찢어지게 가난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제대로 된 음식이 있어도 저도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면 썩은 거라도 주머니에 넣고 있더라구요. 하하···. 가난했다고 다 저처럼 이러진 않으니, 제가 문제겠죠···.』

“하···!”

당황해하던 정민솔이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을 입가에 띤 채 멤버들을 둘러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들었지? 정말 도벽이 있고 상담까지 받고 있다는 거. 다들 어떻게 생각해? 여기에서나 손버릇이지 밖에 나가면 도둑새낀데, 이딴 새끼를 계속 데뷔조에 놔두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정민솔!”

유호의 목소리가 쩌렁 울렸다. 

“말 가려서 해. 그리고 그 전에 라이언 의심한 것부터 사과하고.”

“맏형이랍시고 착한 척 좀 그만 해요. 이 새끼 들어오고 나서 형 반지 잃어버렸을 때, 이 새끼가 그랬다 의심한 적 정말 한 번도 없어요? 아닌 것 같은데?”

“정민솔. 미쳤냐? 너야말로 며칠 얌전하다 했더니 왜 갑자기 지랄인데. 그만하지?”

“야, 차남석. 너야말로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떻게 저 새끼한테 두들겨 맞고도 한 팀으로 같이 지내? 그것도 도둑놈 새끼랑? 저 새끼가 나중에 방송국 물건 훔치면 어떻게 될 지 상상이 안 가? 아, 너도 집에 아무 것도 없는 처지라 동병상련이라도 느낀 거야?”

적당히 탔다

“이 새끼가···!”

“워워! 안 돼, 안 돼!”

정민솔의 멱살을 잡으려는 차남석을, 박가람이 가까스로 막았다. 유호가 거칠게 정민솔의 팔을 잡아 당겼다. 

“따라 와. 나가서 조용히 얘기 좀 하자.”

“왜요? 내가 뭐 없는 말 했어요?”

“떠들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오라고.”

의지대로 말에 실어 뱉어내는 악의는 그 자체가 전부일 수도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거침없이 솔직한 사람도 있는 법이니.

그러나 본인의 처신을 위해 속에 품은 악의에서 덜어내고 덜어내, 그나마 뱉어내는 게 그 정도인 경우가 다수. 

‘고작 하루. 아주 조금만 솔직해질 수 있는 농도인데도 이 정도라면 대체 속으론 얼마나—.’

한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쿵. 유호가 정민솔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다른 멤버들은 분을 삭이는 차남석과 라이언을 달랬다.

한율은 창문을 여는 척 슬쩍 허브를 어루만지며, 걸었던 마법의 일부를 회수했다. 보통 허브보다 향이 3배 정도만 짙은, 평범한 허브로 돌아가도록. 

‘언행 주의를 약속하고 들어왔으니, 이 정도 불씨면 충분하겠지.’

처음부터 아예 데뷔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만들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력도 아깝고. 

다만, 함께 데뷔하기가 싫을 뿐이었다. 

굉장히 긴 수명을 지녀 늘 지루한 시간과 싸워야 했던 용족은 거짓 인생으로 유희를 즐기며, 스트레스 요소도 하나의 묘미라 받아들였다곤 하지만 자신은 용족이 아니므로. 

다음 날, 숙소엔 멤버들 간에 어색하거나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마법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정민솔은 간밤에 자신이 솔직히 놀린 주둥이를 원망하는 듯 보였다.

내가 왜 그랬지, 지금껏 잘 참아와 놓고 어젯밤엔 왜 그렇게 나불댄 거지. 

“···서한율. 이리 줘, 내가 할게.”

한율이 습관처럼 청소기를 돌리려는데, 정민솔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한율은 기꺼이 넘겼다.

정민솔은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다른 멤버들의 눈치를 살폈다. 특히 유호와 차남석의 눈치를. 

새벽에 유호가 정민솔을 데리고 나갔을 때에도 정민솔은 바로 마법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더 털어놓으며 대들지 않았을까. 

“냉동실에 삼감깁밥 넣은 사람 누구야.”

유호가 냉동실 안쪽에서 삼각깁밥을 꺼냈다. 

“유통기한 한 달 지났네?”

“헉! 완전히 잊고 있었다!”

“박가람 너였냐···.”

라이언은 말없이 숙소를 나간 지 오래였고, 차남석은 정민솔을 아예 없는 사람인 것처럼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어제 화장실 청소당번 누구였냐? 세면대에 머리카락이 그대로야.”

유호에게 잔소리 폭격을 맞기 직전이던 박가람이 손을 들어 외쳤다. 

“호 형이요!”

“아··· 깜빡 했다. 이따가 회사가기 전에 할게.”

“예쓰!”

오늘 화장실 청소 당번이었던 박가람이 까불며 방으로 도망쳤다. 

회사에서도 정민솔과 데뷔조 멤버들의 공기는 어색했다. 결국 정민솔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댄스레슨 시간 직전, 멤버들이 다 있는 앞에서 라이언에게 큰소리로 사과했다. 

“어젠 내가 미안했다! 말이 너무 심했어.”

“꺼져.”

매몰차게 거부하는 라이언 다음으로 차남석에게도 가서 사과했지만, 차남석은 정민솔을 멀뚱히 보다가 한율을 불렀다. 

“서한율, 나 이어폰 좀 빌려주라. 없는 처지라 그런지, 망가졌는데도 새로 사기가 힘드네?”

“여기요.”

“···하.”

차남석이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대놓고 외면하자, 정민솔은 허공에다 한숨을 뱉어내곤 자리를 옮겼다. 

* * *

터덜터덜.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던 길우성이 버스정류장 기둥을 끌어안았다.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아···.”

“119 불러줘?”

“써한···.”

길우성이 맞은편 버스정류장 쪽 눈치를 살피더니 애원했다. 

“나랑 팀 바꾸자···.”

“꺼져.”

“남석 형님···.”

“꺼져.”

“매몰 찬 꽃토끼들···. 토끼는 어디에 꽃을 달았나, 머리에 달았··· 아팟!”

퍽. 길우성은 차남석에게 한 대 걷어차이고 나서야 정류장 기둥을 놓았다. 그러나 징징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어제 내내 진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적어도 가람이 형이나 유호 형 둘 중 한 명만이라도 있었으면 뭔가 이끌어주고 이런 게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막내인 나만 눈치 보이고 막 그렇다고오···.”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라이브 테스트. 댄스트레이너는 길우성과 강보배, 라이언, 정민솔을 한 팀으로 묶었다. 어디까지 알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남석이 피곤한 눈으로 길우성을 바라보았다. 

“넌 정민솔이 그딴 식으로 말을 싸질렀는데, 계속 데뷔조에 있을 수 있을 것 같냐?”

“···아!”

“오늘 학교 끝나면 대표님한테 말씀드릴 거야. 저 새끼 꼴 보기 싫다고. 그러고 보니 서한율.”

“······?”

“오늘 제유 컴백 날 아냐?”

* * *

오후 6시. 감성소녀 제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이면(the back)>의 타이틀곡과 M/V가 공개되었다. 

-다 모르겠고, 서한율 표정 보는데 뭔데 이거.. 맴찢...(*´;ェ;`*)

-쟤 원래 저랬나? 보컬 때랑은 이미지가 다른 것 같은데?? 

ㄴ그게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거ㅇㅇ 수의형사 때랑도 또 다름. 

ㄴ저 ㅅㅎㅇ이랑 1학기 때 같은 학교 다녔는데요, 걔랑 같은 반이었던 애들 다 놀라자빠지고 있어욬ㅋㅋㅋ ㄹㅇ 딴 사람같다고ㅋ

-감소 뮤비봤을 땐 솔까 별 생각 안 들었는데 여기에서 제대로 연기하는 거 보니까 미미 진짜 얄밉다.. 어떻게!! 어떻게 저러는데 맘을 몰라줘(p〒д〒q)!!

-어후; 제유보러 왔ㄴ는데 웬 빠순이 냄새;

ㄴ어후; 백수삼촌냄새;

ㄴ야잌ㅋㅋㅋㅋㅋㄱㅋㅋㅋ너무하잖아ㅜㅜ

ㄴㅌㄷㅌㄷ

제유의 신곡 M/V, 그 중 서한율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좌기훈 대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수의형사>와 제유 뮤비. 이렇게 얼굴을 비췄고··· 1월엔 한율이 <하울링> 1화 방영.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찍은 영상을 맛보기로 살짝 풀고···.’

좌기훈 대표는 내년도 탁상달력을 넘겼다. 

‘2월 중순부턴 데뷔 리얼리티 제작. 그리고 데뷔 쇼케이스에···.’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누군지 묻지도 않고 대답한 좌기훈 대표는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 의아함과 반가움이 공존했다. 

“어, 승준아. 무슨 일이야?”

연습생 수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좌기훈 대표는 연습생들의 레슨 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었다. 임승준은 WB래빗에 들어온 지 1년 반 정도 된 연습생으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실력은 조금 떨어져도 책임감은 강한 아이였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럼, 그럼. 여기 앉아.”

좌기훈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용 테이블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녁은 먹었고? 마실 것 좀 줄까?”

“네, 먹었어요. 마실 건 괜찮습니다.”

“그래.”

좌기훈 대표와 마주 앉은 임승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가만히 기다려주는 좌 대표의 눈치를 한 번 본 후에야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임승준이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일단 이것 좀 봐주세요.”

“······?”

핸드폰에는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디자인의 반지를 낀 손 사진이 떠있었다. 임승준이 액정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이번엔 중학생이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앳된 여자애들 사진. 

임승준이 한 부분을 확대했다. 

그제야 뭔가를 눈치 챈 좌 대표는 미간을 구겼다. 

“이건 설마···.”

“한 중학생 SNS에 올라온 사진이에요. ···사실은 예전에 도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혹시 몰라서 한동안 남석이랑 중고거래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뒤졌었거든요. 하지만 몇날며칠 기다려도 안 올라와서 포기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어제 현우가 그러더라구요.”

“뭐라 그랬는데?”

임승준이 망설이다 대답했다. 

“홍대 쪽에서 우연히 고영이 봤다고요. 그것도 질이 나빠 보이는 애들이랑 같이 있었다고.”

“······.”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영이 계정을 타고 들어가서 돌아다녔거든요? 그런데 고영이 친구가 호 형이 잃어버렸던 반지랑 같은 걸 끼고 있는 거예요.”

임승준이 액정을 밀자 다시 반지가 나온 사진으로 돌아갔다. 

좌기훈 대표는 미간을 꾹 누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굉장히 어려운 게, 호 형 반지는 예전에 형이 독일에 갔을 때 개인 공방에서 사 온 거라,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거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뒤져보니까 남석이 스피커랑 같은 디자인의 스피커도 이 친구 방 배경에서 보이고.”

“······.”

“그래서 호 형이랑 남석이한테 먼저 얘기할까 했는데, 전에 고영이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회사를 나간 걸 생각해보니까···.”

똑똑. 

노크소리가 임승준의 말을 잘랐다. 

“···네, 들어오세요.”

달칵. 열리는 문 틈 사이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 좌기훈 대표와 임승준의 머릿속에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안녕하세요, 대표님. 승준이도 있었네? 중요한 얘기 중이면 나중에 다시···.”

“아니야, 형.”

“아니야, 들어와. 여기 앉아.”

두 사람이 망설임 없이 손짓하자 유호가 얼떨떨한 얼굴로 들어왔다. 좌 대표는 임승준에게 지금 한 이야기를 유호에게도 들려주는 게 좋겠다 했고, 임승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던 유호의 얼굴은, 임승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와, 캡쳐된 이미지를 보며 점점 굳어졌다. 

“그래서···.”

“그래서 대표님이 뭔가 알고 계신 건 아닐까 해서, 먼저 알려드리려고 왔어요. 고영이가 아직 어려도, 하루 연락 두절되었다는 이유로 바로 내치는 건 조금 심하지 않나? 애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고, 또 뭔가 다른 게 있구나 생각도 들고··· 그랬거든요, 솔직히.”

“그랬겠지···. 고영이가 그만 두기 직전에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었으니.”

등짝이 처참하게 갈라진 채 발견된 야광 돼지저금통. 

좌기훈 대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때 고영이를 내보냈던 건 고영이 어머니의 뜻이었다. 괜히 회사에 폐를 끼친 게 미안하다시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고영이를 찾았는지 우리도 궁금하고, 또 하루 잘못으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설득했지만 아주 완강하시더구나. 그래서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거든.”

“그럼 저금통 사건은.”

“증거가 확실하지 않아서 말이다.”

좌기훈 대표는 말을 아꼈다. 

당시 저금통이 털린 시간을 위주로 CCTV를 통해 휴게실에 드나든 연습생들을 확인하긴 했지만, 그 중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강한 의심 상대가 될 수 있기에. 

“그래도 이것만 말해주세요, 대표님.”

유호가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 

“증거는 없지만 의심되는 사람 중에, 고영이가 있었나요?”

“확실하지 않은데 경솔하게 말 할 순···.”

“그저께 밤, 민솔이가 라이언에게 도둑놈 새끼라고 했어요.”

“······!”

놀라 눈을 부릅뜨는 좌기훈 대표를 보며, 유호가 말을 이었다. 

“다른 건은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래서 이전부터 라이언이 달고 온 소문에 오해가 덧대어져, 누군가에게는 제일 의심스러운 상대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표님도 방금 말씀하셨죠? 확실하지 않은데 경솔하게 말할 순 없다고. 민솔이가 그랬어요. 다른 애들이 다 있는 앞에서, 가만히 있던 라이언을 도둑으로 매도하고 비난했죠.”

“······.”

“말로 뱉어낸 그 악의적인 화살이, 라이언에게만 향할 것 같으세요?”

“···정말, 민솔이가?”

“네.”

임승준이 중얼거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 새끼 병신 아냐? 기껏 데뷔조에 들어가서? 그것도 하필 호 형 앞에서 지랄했다고? 돌았네.’

여전히 놀란 얼굴의 좌 대표를 보며, 유호는 차분히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저도 솔직히 놀랐어요. 애들이 민솔이에 대해 하는 말 듣고 성격에 조금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2년 동안 민솔이 보면서, 민솔이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저도 처음 들었거든요. 하지만··· 지난번처럼 언행부주의를 두고 반성한다고 해도, 내면에 품은 사고는 그대로일 텐데.”

유호는 결정적인 말을 던졌다. 

“전 그런 멤버 감당할 자신 없습니다, 대표님.”

* * *

레슨이 모두 끝나고 자율연습이 시작되는 11시.

한율이 있는 팀은 모이자마자 연습을 시작했다.

유호는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 보였고, 대표에게 정민솔에 대해 말하겠다던 차남석은 대표가 회의로 바쁘단 이유로 거절하자 불만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표정만 그럴 뿐 두 사람은 연습에 열심히 임했다. 

반면, 길우성과 강보배, 라이언이 앉은 곳은 조용했다. 

강보배가 연습실 시계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솔이가 왜 안 오지? 화장실 갔나?”

이 달 초부터 정민솔과 함께 연기레슨을 받던 길우성이 대답했다. 

“아까 레슨 끝나고 대표님이 호출하셔서 거기로 갔는뎅.”

“헉···, 혹시 전에 있었던 일 대표님 귀에 들어간 거야?”

“저야 모르죵.”

정민솔이야 오든가 말든가, 라이언이 사과패드에 한 너튜브 영상을 띄워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나 이 댄스 조아. 넣자.”

“잉? 갑자기요?”

째깍째깍.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자정. 

삘릴릴리.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습실 구석에 놓인 전화기를 향했다. 

“나 연습실 전화기 울리는 거 처음 들어···!”

랩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거 벨소리 엄청 촌스럽구나.”

“네, B연습실입니다. ···네, ···넵.”

대표로 전화를 받은 유호가 라이언과 차남석을 돌아보았다. 

“라이언, 차남석. 나랑 같이 대표실로.”

데뷔조 멤버들은 앞서 정민솔이 호출당한 이유를 확신했다. 

정말 지난 번 일 때문이구나. 

한율은 자신이 틔운 작은 불씨가 어떻게 번졌을까, 반쯤 기대하며 연습실을 나가는 세 사람의 모습을 일별했다. 

대표실로 호출된 이들이 돌아온 건 30여 분이 지난 후였다. 

유호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차남석은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긴 채. 라이언은 조금 진이 빠져 보였지만, 이들 중 상태가 제일 안 좋아 보이는 건 정민솔이었다. 

쌩하니 연습실을 가로지른 정민솔은 본인이 사용하던 캐비닛에서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겼다. 

콰앙.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연습실을 떠났다. 

“뭐야, 어떻게 된 건데?”

복도 저 멀리 정민솔의 기척이 사라지자 박가람이 유호를 붙잡고 물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유호가 연습실에 남았던 멤버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민솔이 데뷔조에서 나가기로 했어.”

“전의 일 때문에요?”

“약속을 어겼잖아.”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씨가 적절히 몸집을 키워 타긴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긴데···. 라이언이 우리 회사로 들어온 후에 종종 애들 물건이 없어진 적 있었지?”

“네.”

“내 반지랑 남석이 블루투스 스피커 훔친 거, 고영이였던 것 같아.”

“헐?!”

유호는 차근차근, 임승준이 들려준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전해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멤버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남석과 라이언을 향했다.

범인으로 의심하고 멱살을 잡은 사람, 비난을 듣고 화가 나서 주먹을 휘두른 사람. 

여전히 미간을 구기고 있던 차남석이 짜증스레 말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대표실에서 사과했으니까.”

라이언이 어이없는 얼굴로 되받아쳤다. 

“그딴 거 안 받아!”

“뭐라고 사과했는데?”

유호가 박가람의 팔을 툭 쳤다. 

“야, 미안했다.”

“···그걸로 끝?”

“우우! 차남석, 우우!”

“그때 똑바로 얘기 안 한 이놈 잘못도 있다고! 대체 왜 그때 빡고 봤다는 얘기를 안 해가지고···!”

“고영이를 봤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유호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차남석과 라이언을 떼어놓으며 대신 대답했다. 

“라이언이, 고영이 감쌌던 거야.”

라이언이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차남석이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한숨을 뱉었다. 

“내 스피커 없어진 날, 그때 빡고가 다른 사람 물건 훔치려다 이놈한테 들켰단다. 그런데 빡고가 아버지한테 알려지면 맞아죽는다고 사정하니까, 이 새낀 미련하게 그 말에 속아서 입 꾹 다문 거고. 완전 병신이야, 병신.”

“나 병신 아냐!”

“그 정도면 병신이지, 미친 새꺄. 감쌀 게 없어서 너한테 누명 씌우고 입 싹 닦은 새끼를 감싸냐?”

라이언이 버럭 외쳤다. 

“의심 싫으니까!”

“······.”

“······.”

라이언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비밀로 해 달라 사정하는 박고영을 보며, 라이언도 이전의 도난 사건이 박고영의 소행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심하고 싶지 않아, 그냥 혼자 삼켰단 소리. 

‘그 전부터 본인의 손버릇이 나쁘단 오해가 차곡차곡 쌓인 상태에서, 심지어 박고영이 나간 뒤로도 몇 달 내내 입을 꾹 다물다니. 이건 미련한 건지, 아니면···.’

“그리고······.”

그러나 라이언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었다. 

라이언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정폭력으로 입은 상처는···, 오래 가.]

“······!”

[설령 그게 체벌이라고 해도.]

“······뭐?”

아주 작게, 그것도 영어로 말한 터라 대부분의 멤버들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만 유호만이 얼굴을 굳혀, 한율은 그와 자신만 알아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려앉은 정적이 오래 머물자, 길우성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어쨌든 이제야 의문이 조금 해소된 듯한? 그런데 다른 사람 물건이라뇨? 형 스피커는?”

“스피커 먼저 챙긴 후에, 다른 사람 물건까지 손대려다 이놈한테 들킨 것 같아, 정황 상.”

일련의 이야기에 대해 잘 몰라, 잠자코 듣고만 있던 강보배가 입을 열었다. 

“이거, 그 박고영이란 애를 직접 불러서 물어봐야하는 거 아냐? 더 훔쳐간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순간 한율은 멤버들이 동시에 뭘 떠올렸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등짝이 갈라진 야광 돼지저금통. 그건 지금도 휴게실 구석에 놓여, 돈 대신 먼지를 수집하고 있었다. 

“저금통···. 대표님이 그거에 관해선 말씀 안 하셨어요?”

“증거가 확실치 않대.”

“으음. 아무튼 민솔이 형이 왜 나가게 되었는지 잘 알 것 같네요.”

“본인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입을 꾹 다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퍼부었으니.”

속된 말로 진짜 개새끼가 된 거다. 

속에 품은 의심을 진실인 것처럼 혓바닥에 올려놓고 놀린 대가로.

“일단 내일이 되면 다른 애들한테도 오늘 알게 된 일 전부 알려줄 거야. 지금까지 라이언이 억울하게 오해를 산 건 사실이니까.”

“호구 머저리 새끼.”

“호구 아냐!”

유호가 또 다시 싸우려는 둘을 떼어놓았다. 

한율은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 내놓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지 않나?

『매달 대표님 도움으로 선생님이랑도 상담 받고 있고,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표실에서 이것에 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왔었을 법한데. 

그러나 한율은 다른 걸 물었다. 

“그럼 건우 형이 다시 돌아오는 거예요?”

“어? 그건 안 물어봤는데···.”

“······.”

그제야 유호가 생각났다는 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차남석도 슥 시선을 피했고, 라이언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길우성이 키득거렸다. 

“거 다들 너무한 거 아니요?”

연습을 마치고 돌아간 숙소엔, 정민솔의 짐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 댄스트레이너가 멤버들에게 고했다. 

“민솔이가 나가기는 했지만 기껏 준비한 게 아까우니, 이번 주 토요일엔 예정대로 라이브를 볼게요.”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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