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427)

* * *

“오케이, 컷. 클라이맥스 전에 야식 좀 든든하게 먹고 갈까요?”

임미숙PD의 말에 스태프들이 반색을 표했다.

“네엡!”

후. 한율은 짧게 숨을 토하며 ‘윤진해’의 가면을 벗었다. 조유찬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더니 샌드위치 두 개를 내밀었다.

“베이컨 샌드위치랑 돈가스 샌드위치. 둘 중 뭐 먹을래?”

“베이컨…, 어?”

샌드위치에 아주 익숙한 로고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다. 일일이 ‘지구토끼 서한율 잘 부탁드립니다! ♡♡♡’ 라고 적은 스티커도 함께.

언제 나왔는지, 약을 먹고 잠든 연기를 하던 종조모 역할의 배우가 스태프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이런 건 어디서 가져온 거래?”

스태프가 웃으면서 한율을 가리켰다.

“주연배우 팬들이 마지막 배편에다 실어 보냈대요. 아이스박스 여러 개에 가득 담아서.”

공포 드라마 촬영 끝

서한율의 개인 SNS. 어스래빗 로고 스티커와 팬들의 메시지가 부착된 샌드위치 두 개를 들고 웃는 서한율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프림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촬영하는데 힘이 났어요! :D #아파보이는건분장탓]

-우리는우리의이쁘고사랑스러운지구톢이가어디에있는지힌트가없어도반드시찾아내서맛있는것을먹이고응원할것이다. -이프림.

그 아래론 ‘널 위해서라면 아무리 무서운 드라마라도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볼 수 있다’는 팬들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써한 드라마 촬영하는 곳에 이프림이 샌드위치 보냈나보다. 역시 우리 이프림 짱쎈듯.”

“서한율이 개인 팬 많지?”

WB래빗 구내식당. 길우성은 차남석과 박현우와 함께 밥을 먹으며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데뷔조였을 때는 회사로 출근하면 핸드폰을 반납해야했지만, 데뷔 후엔 그런 제약이 없어졌다.

“여기 있는 잘생긴 남석 씨랑 투톱을 달리고 있습죠. 그나저나 넉넉잡아 일주일 걸린다더니, 일주일 가득 채우고 올 것 같은 느낌인데.”

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공포물이 예상했던 촬영시일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어? 이거 별로 안 무서운데? 이 한 마디 나오면 다시 찍기 일쑤거든. 같이 찍는 배우 중 누구 하나라도 혼자 분위기가 따로 놀면 더더더 귀찮아지고.”

“그럼 형도 고생 많이 했겠네요.”

“흐.”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떡하냐.”

차남석이 박현우에게 말했다.

“우리, 너 영화 시사회 못 갈 것 같은데.”

박현우가 조연으로 출연한 공포영화의 개봉 날짜는 7월 14일. 시사회는 일주일 전인 7월 7일로 잡혔다. 두 날짜 모두 어스래빗이 막 일본에서 활동할 시기.

“괜찮아. 망하면 너희들이 안 도와줘서 그렇다고 탓할 거거든.”

“SNS로 홍보는 해드릴게, 형님.”

“아주 고오맙다, 동생아.”

먀옹먀옹먀먀옹.

길우성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오 팀장님]

“아, 진짜 이 동생놈. 벨소리 깨네.”

“네, 우성입니닷. …엉? 네, 옆에 있어요. …넵.”

짧은 통화를 끝낸 길우성이 의아한 얼굴로 차남석을 바라보았다.

“형 폰 꺼놨어?”

차남석이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팀장님이 이따 올라오래.”

“어.”

“2시 되기 전에.”

“어.”

“그 떡갈비는 나 주고.”

“꺼져.”

* * *

일요일 늦은 오후. <객귀, 해>의 결말까지 촬영이 끝났다. 이제 남은 씬은 이야기상 중후반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윤진해’가 혼자 배를 타고 섬으로 다시 돌아오는 동안에도 귀신에게 시달리는 씬.

“뭐 잊은 거 없지?”

촬영이 진행될수록 분량이 끝난 조연과 단역배우들이 순서대로 빠지며 널찍해지던 숙소 안은, 이제 모두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씬은 뭍의 여객선터미널에서 새벽부터 촬영해야하는 장면이라, 한율과 조유찬도 짐을 싸는 중이었다.

한율은 레몬생강청이 든 병의 뚜껑이 잘 닫혔는지 확인한 후, 깨지지 않도록 옷으로 돌돌 감싸 캐리어에 넣었다.

“네, 없는 것 같아요.”

스태프가 들어와 외쳤다.

“짐 무거우신 분들은 밖에 있는 차에다 실으세요!”

배우들은 선착장으로 가기 전, 스태프들과 일일이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촬영제작진은 촬영장비나 여러 뒤처리 문제가 있어 마지막 배로 나온다고 했다.

“한율 씨는 내일 새벽에 봐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한율도 임미숙PD를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후 캐리어를 끌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른 배우들과도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뵙겠습니다.”

종조부 역을 맡았던 배우 양무석은 한율에게 여유가 되면 연극 활동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유했다.

“이 카메라, 저 카메라 눈치 보느라 뚝뚝 끊기는 일 없이, 원 테이크로 연기의 흐름을 타고 놀 수 있는 곳이 바로 연극무대다. 한번 맛들이면 굉장히 재밌어서 쉽게 놓을 수 없을 걸?”

“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겠습니다, 선생님.”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네.”

그 외에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금세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에 오르고 나서야 한율은 배우들 중 한 사람이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윤영 선배님이 안 보이네요?”

여자들이 묵는 숙소는 남자들이 묵었던 민박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집이라,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연기할 때 외엔 워낙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희미하기도 하고.

소형 엄마 역을 맡았던 진송아가 한숨을 쉬었다.

“분장 지우는 데에 시간이 걸리니, 스태프들이랑 같이 마지막 배 타고 나올 거라고 하더라. …마음 같아서는 같이 있다가 오고 싶은데, 내가 일 때문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봐야 해서.”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며 진송아가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그래도 옆에 매니저도 있고, 주연이니 PD가 잘 챙기겠지….”

뭍에 도착하고 나선 방송국 측이 예약해준 호텔로 향했다. 객실은 두 개. 한율과 조유찬은 체크인을 하고 짐만 놔둔 후,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나란히 배정된 객실로 찢어지기 전, 조유찬이 한율에게 고했다.

“새벽 2시 기상, 자기 전에 마스크 팩 20분. 덮은 채로 잠들면 안 돼, 오히려 피부 수분 더 날아가.”

“네에.”

“아참, 그리고 오늘 남석이랑 보배 나오는 <동갑끼리> 방송하니까 채널 거기로 맞춰놓고 자. 시청률 조금이라도 오르게. 방송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VOD 다운받아서 보자.”

“네. 쉬세요, 형.”

한율은 조유찬의 잔소리가 더 길어질까,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새벽 2시. 한율은 핸드폰 알람소리를 듣고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핸드폰 알람을 끄다가 미간을 찡그렸다. 밤 10시 즈음, 조유찬이 톡을 보냈었다.

-[내일 촬영 캔슬! 푹 자!]

“……?”

왜?

의문이 떠올랐지만, 한율은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핸드폰을 엎어놓고 다시 잠들었다. 촬영을 하는 동안 제대로 취하지 못했던 수면의 여파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푹 자라곤 했지만… 진짜 푹 잤구나. 피부가 평소보다 더 반짝거린다, 한율아.”

“마스크 팩 효과 아닐까요.”

간밤에 조유찬이 한율의 객실 문에다가 DND카드를 걸어둔 덕분에, 한율은 정오가 다 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정말 푹 잤다.

“그런데 오늘 촬영은 왜 캔슬된 거예요?”

“참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주연배우님.”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서며 조유찬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제 윤영 씨랑 윤영 씨 매니저가 스태프들이랑 섬에 남았었잖아. 분장 지우는 데에 시간이 걸리니까 스태프들이랑 같이 마지막 배 타고 나온다고.”

“네.”

“그런데 어제 나오기 전에 의상팀 스태프랑 윤영 씨 매니저가 한바탕했단다. 촬영할 때 입어야 하는 옷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스태프가 뭐라 하니까, 윤영 씨 매니저가 트집 좀 그만 잡으라고 따지다 몸싸움으로 번졌고, 그렇게 둘이 싸우는 걸 윤영 씨가 말리다가 다쳤다고.”

“따졌다고요?”

한율은 이윤영의 매니저를 떠올렸다.

처음 섬에서 촬영했을 때 의상팀 스태프에게 구박을 받을 때에도 이윤영과 함께 기가 죽어 있다가, 나중에 이윤영이 강덕심에게 하소연할 땐 울었을 정도로 심약해 보이던 사람이었다.

촬영 내내 스태프들에게도 말 한 마디 잘 못하던 그런 사람이, 따지는 것도 모자라 몸싸움?

“한율이 너도 안 믿기지? 나도 안 믿긴다. 이 얘길 해준 사람이 조연출이거든. 신뢰가 안 가, 신뢰가. 지극히 편파적인 냄새가 나.”

“많이 다쳤대요?”

“발바닥에 상처가 나서 피가 철철. 그래서 뭍으로 오자마자 병원 응급실가서 처치 받았다고 하더라. 윤영 씨 소속사 대표까지 서울에서 급히 내려오고 난리도 아니었다나봐.”

이윤영이 연기하는 귀신은 발목부터 환히 드러나는 맨발차림이었다. 그러나 피가 날 정도로 상처가 생겼으니, 오늘 촬영이 캔슬된 것도 이해되었다.

“어쨌든 내일은 붕대로 감아 분장으로 가려서 촬영한다더라. 조연출 말로는 윤영 씨가 몇 씬 안 남았으니 할 수 있다 우겨서 촬영하는 거라는데…, 이 말도 왠지 방송국 놈들이 지들 편하자고 강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럼 지금 선배님은 어디 계세요?”

함께 드라마를 찍는 동료 배우가 다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괜찮은지 한번은 들여다봐야할 터.

조유찬이 고개를 흔들었다.

“호텔에서 쉬는 중인데, 윤영 씨 소속사 대표한테 찾아가도 되냐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지금 윤영 씨 마음이 심란해서 혼자 있고 싶다 그랬대.”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 날 새벽. 한율은 촬영이 진행될 여객선터미널 대합실에서 이윤영과, 이윤영이 속한 ‘별이날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불찰로 인해 촬영이 하루 지연된 것에 대해 한율에게 거듭 사과했다.

한율은 괜찮다는 얼굴로 조심스레 미소 지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한 걸요. 다치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찾아뵙지 못해서.”

“아니에요, 한율 씨. 제 부주의로 다친 거라….”

이윤영의 매니저는 보이지 않았다. 트러블이 있었다던 그 의상팀 스태프도.

“그런데 정말 다친 덴 괜찮으세요?”

아직 촬영에 들어가기 전이라 이윤영은 샌들을 신은 상태였다. 오른쪽 발에 칭칭 감긴 붕대는 그녀의 피부색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었다. 영상편집과정을 거치면 더욱 감쪽같아질 터.

이윤영이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네, 괜찮아요.”

한율은 진한 분장으로 덧대어진 이윤영의 창백한 안색과, 새하얗게 질린 채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손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러나 한율의 걱정과는 달리, 이윤영은 촬영 내내 흔들리지 않고 열연을 펼쳤다.

해무가 짙게 낀 새벽 바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3시간의 촬영 끝에, 섬을 향해 나아가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드디어 <객귀, 해> 촬영이 모두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한율은 PD와 스태프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한 후 이윤영에게도 다가갔다. 이윤영은 아직 몰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섬 쪽을 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이윤영이 한 박자 늦게 돌아보며 웃었다.

“…네, 수고하셨습니….”

휘청.

“……?!”

풀썩. 말을 하던 이윤영이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쓰러지는 걸, 한율이 반사적으로 안았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 축 늘어진 이윤영의 몸은 열로 펄펄 끓고 있었다.

* * *

“윤영 씨 발 다친 거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 부탁한단다.”

이윤영은 항구에서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고, 촬영제작진은 <객귀, 해> 에피소드 촬영이 끝났다는 후련함보다는 여러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율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조연출에게 전화를 받았던 조유찬이 툴툴거렸다.

“그러면서 나한테 혹시 의상팀 스태프랑 윤영 씨 분위기 안 좋은 거 느낀 적 있냐고 넌지시 묻는데…. 어후, 그거 들으니 확신 들더라. 분명히 의상팀 스태프가 말을 함부로 해서 싸움으로 번진 거라고. 얼마나 말을 심하게 했으면 그 어리바리하던 스무 살짜리 애가 빡쳐서 대들었겠냐고.”

그리고 이윤영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쾌유기원 선물을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어스래빗 숙소로 돌아왔을 땐 정오가 됐을 무렵.

“짐 정리하고, 씻고, 학교 갈 준비한 후에 전화해. 태워다줄게.”

“네.”

평일이라 숙소엔 아무도 없었다.

한율은 캐리어의 짐부터 정리한 후 발코니에 놔둔 허브 화분을 살폈다. 강보배가 관리를 잘 해줬는지 여전히 싱싱했다. 그 후엔 샤워 후 등교 준비.

막 가방 끈을 어깨에 걸치고 조유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였다.

“……?”

문 밖에서 웬 노랫소리가 웅웅 울리더니, 곧 누군가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숙소 문을 벌컥 열었다.

“당신의 삶 속에서어~, …어?!”

박가람이 소리를 지르며 한율에게 삿대질했다.

“서한율이다!”

“수업이 벌써 끝났어요?”

“오전 시험! 오후는 공강!”

타닥. 그러면서 신발을 내팽개치듯 벗고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달려오기에, 한율은 얘가 왜 이러나 하며 휙 피했다. 허공에서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멈춘 박가람이 분노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감히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형님의 포옹을 피하다니!”

“학교 다녀올게요.”

“어, 그래. 차 조심하고.”

박가람이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참 특이한 성격이야.

-[어, 한율아. 이미 숙소 앞이야. …여보세요? 한율아?]

한율은 조유찬에게 대답하며 숙소를 나섰다.

“지금 나갈게요.”

우리 회산 그런 거 없어

6월 14일 수요일. 포털사이트 실검과 연예뉴스란에 별안간 난리가 났다. 현재 K-POP 걸그룹 정상에 있는 ‘온더로즈’, 그중에서도 여신이라 찬양받던 ‘영아’의 열애 사실이 유명한 연예전문 언론사에 의해 낱낱이 알려진 까닭이었다.

상대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실력파 배우, 이제설이었다.

“미쳤네…, 미쳤어…….”

점심시간이 되자 한율과 같은 반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며 떠들었다.

“이탈리아에서 둘이 손잡고 데이트하는 사진, 온더로즈 숙소 지하주차장에 있는 이제설 차 사진, 이제설 집 지하주차장 통해서 둘이 들어가는 사진…에서 두 시간 후에 나오는 사진…. 두 시간이면 빼박인데?”

“빼박은 뭐가 빼박인데 빙시야. 아무튼 머릿속에 존나 더러운 것 밖에 없으니까 더러운 생각밖에 안 들지.”

“그건 더러운 행위가 아니야! 우리도 그렇게 태어났….”

“다물어, 변태색희야!”

“그런데 연애한다는 게 그렇게 큰일 날 일이야? 온더로즈 리더도 1년 넘게 만나는 남친 있잖아.”

“그 커플도 들켜서 공개연애로 전환된 거잖아.”

“그래도 스물여섯이면 충분히 남자 만나 연애할 수 있는 나이지. 아이돌이면 팬들 다 결혼할 때까지 독수공방해야 됨?”

“우리 엄빠 딸은 늙어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게 팬에 대한 예의라고 개소리 하던데.”

“너희 누나 누구 팬인데?”

“블블 민준 선배님.”

“민준 선배님 여자 있다던데?”

“이건 또 뭔 소리야.”

이처럼 교실은 소란스러웠지만, 한율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것처럼 교과서에 집중하며 펜을 움직였다. 수업 진도가 일주일씩이나 밀린데다 해야 할 숙제도 쌓였다.

“우성아,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옆에서 동급생 여자애가 길우성에게 말을 걸었다.

“뭔데?”

“보배 오빠 전번 좀. 초코톡 아이디라도.”

“죄송합니다, 호갱님. 나가는 분은 저쪽입니다.”

“한율아!”

한율은 교과서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미안.”

“…치.”

여자애는 툴툴거리면서 멀어졌다. 길우성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보고 있던 너튜브 영상을 뒤로 돌렸다.

“보배 형 은근히 인기가 많단 말이지. 비결이 뭘까? 보이는 이미지랑 전혀 다른 허술한 면?”

“…….”

“숙제 내 거 보여줄까?”

“필요 없어.”

수업이 다 끝나 하교할 때까지, 한율의 귀에는 내내 오늘 터진 열애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왔다. 이런 특종을 터뜨리기엔 시기가 굉장히 뜬금없다, 무언가 더 큰 이슈를 감추기 위해 언론사가 꿍쳐두었던 걸 연막으로 터뜨린 거 아니냐.

“연막 맞을 걸?”

마중을 나온 조유찬의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함께 차에 탄 박현우가 말했다.

“영아 선배님이랑 이제설 선배님 만나는 거 주변 사람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었대. 온더로즈 사생들 포함해서. 그러니 기자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 그냥 대중한테 알려지면 파장이 커질 법한 거라서 입 다물고 있었던 거야. 덮어야 하는 더 큰 이슈가 터지면 그걸로 딜하려고.”

“무슨 이슈요?”

박현우가 흘끔 조유찬의 눈치를 살피곤 목소리를 낮췄다.

“최근에 어떤 배우 생일파티에서 누가 술김에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놨더래. 그게 기자들 귀에 들어가고, 진위여부 확인에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그 얘기 덮으려고 이번에 열애설 터뜨린 것 같아.”

“그러니까 무슨 이슈.”

길우성에 이어 차남석도 답답하다는 얼굴로 묻자, 박현우가 머리를 모으라고 손짓했다. 딱히 관심이 없어 차창 밖을 멀뚱히 보는 한율을 제외한 세 사람의 머리가 모였다.

“아이돌 성접대. 여기에 뮤닷 PD랑 고동 엔터가 관련됐다는 이슈.”

“고동이요? 에이….”

“MOHE 소속사랑 헷갈린 거 아냐?”

“내 친구가 블루액션에 있잖아. 그래서 나도 진짜 안 믿기는데, 아무튼 그런 얘기가 나왔었대.”

“사실이면 끔찍하고 싫네요. 이런 얘기 나오면 괜히 우리까지 싸잡혀서 의심 받을 거 아냐. 엄빠가 걱정하는 거 싫은데….”

후우. 차 안에 세 사람의 깊은 한숨소리가 퍼졌다. 말없이 운전하던 조유찬이 룸미러로 그들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산 그런 거 없어.”

“네?”

“사업상 접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자리에 연습생이나 소속 아티스트 데려간 적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대표님이 그런 거 진짜 싫어하시거든.”

세 사람은 눈을 깜빡이다가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네.”

* * *

일요일 밤. 요리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여름소풍> 3화가 방영되었다. 메이저 채널은 아니었지만, MC인 원백두가 운영하는 요리 콘텐츠 너튜뷰 채널이 최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다가 어스래빗과 풀썸, MOHE의 팬들까지 시청하여 <여름소풍> 프로그램 톡창은 소소한 대화의 장이 되었다.

-한율이 손 다칠까봐 조마조마해서 못보겟당8ㅅ8

-어릴 때부터 어머니 돕느라 늘었다니.. 아직 한참 어린 것 같은데 기특하네요^^

-해원이 양상추 한 장씩 썰엌ㅋㅋㅋ

-아이고 속 터져 내가 대신 해주고 싶네

-결국 한율이가 대신 써컹써컹ㅇㅎㅎ

-효운, 해원, 한율. 제작진 ㅎㅇ로 노린 거???

-백두 쌤 설명 진짜 친절하게 잘 해주신당

-가을 씨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올 때 진짜 살벌했는데 여기선 그냥 동네누나 같네요ㅎㅎ

출연자들은 시험 삼아 만든 요리를 함께 시식하면서 내일 만날 아이들에 대한 소개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갖고 싶다던 선물을 준비하는 장면에 이어,

[TV에선 최초 공개!]

[풀썸과 MOHE, 어스래빗의 숙소를 공개합니다!]

내일 있을 소풍을 기대하며 아이돌들이 짐을 싸는 장면이 나왔다. 가장 먼저 풀썸의 효운이 나오고, 그 다음엔 MOHE의 해원이 나왔다.

[회사랑 숙소랑 거리가 조금 있고, 지금은 멤버들이 한창 열심히 연습하는 시간이라 숙소엔 아무도 없습니다.]

카메라가 빠르게 해원의 방을 360도로 훑었다. 효운이 나왔을 때 풀썸 팬들이 반응한 것처럼, 이번엔 MOHE의 팬들이 반응했다.

-침대 곰인형 시강!

-화장품 진짜 많다ㄷㄷㄷ

-한 방에 둘씩 지내는 구나

그 다음 한율이 나왔을 땐 어스래빗 팬들이 톡창을 점령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이 선물한 물건이 숙소 곳곳에 놓인 걸 보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남자아이돌 숙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화분을 보곤 의아해했다.

-아까 발코니에 있었던 것들 뭐예요?? 아시는 분???

-하나는 대형 로즈마리 같고, 또 하나는 레몬밤...... 맞나? 레몬밤치곤 잎사귀가 너무 컸는데;;; 그런데 정말 풍성하게 잘 키웠네요. 쉽지 않았을 텐데 :)

-울 토끼들 화분도 키우는 구나ㅎ

-...비상식량인가?!! (깨달

-비상싴ㅋ량ㅋㅋㅋㅋ

-아 현웃ㅋㅋㅋ 토끼들 비상식량ㅋㅋㅋㅋ

[그리고 이건, 제가 조금 전에 집에 잠깐 들러서 가져온 건데요.]

[와, 나 어릴 때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

영상 속에서 한율이 종이가방에 담겨있던 물건을 꺼내 보여주자 강보배의 놀란 얼굴이 잡혔다. 해당 물건은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초등학생 때 삼촌한테 선물 받았던 건데, 이대로 계속 집에 묵혀두기 아까워서 챙겨왔어요.]

한율이 상자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애들이 좋아하면 좋겠네요.]

-뭐야, 뭔데

-궁금하당

그 선물은 아이들을 만나 전해줄 때 공개되었다.

<여름소풍> 방송이 나간 직후,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에는 [요리와 힐링 둘 다 잡은 <여름소풍>] 비슷한 제목의 기사 몇 개와 클립영상이 올라왔다. 댓글란은 프로그램 톡창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출연자들의 팬들만이 재밌었다는 방송후기를 남겼다.

그러나 날이 밝고 월요일 아침.

<여름소풍> 클립영상 중 유독 한 영상 댓글란에 제삼의 무리가 등장했다.

-처음 만난 초등학생에게 백만 원에 달하는 항공모함 프라모델을 선물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니 저거 초딩들 못 다룬다고!!!!!!!!!! 설명서도 못 읽겠구만!!!!

-나나 주지 시발ㅜㅜ... 완전 잘 만들 자신 있는데.. 게이트자국 안 나게 아트나이프로 ㅈㄴ정성스럽게 자르고 사포도 최고급으로다가 슥삭슥삭, 장인의 마인드로 도색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칠해줄 수 잇는데ㅠㅠ..

-저거 개봉 3분도 안 가 뭐 하나 부러지고 부품 잃어버린다에 1표.. 아 상상만으로도 개빡딥빡 ㅇ<-<

-내가 다 속이 쓰린다... 아니 초딩한테 저걸 주는 정신 나간 ㅅㅋ가 어딨냐고

ㄴ여깄네ㅋㅋㅋ

-근데 얜 뭐하는 집안 아들인데 초딩 때 삼촌이 저걸 선물해줌???? 금수저임???

-어스래빗의 서한율 님, 저는 ㅇㅇ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했던 어른이인데요, 이 영상을 보고 너무 감격해서 VOD를 정식 다운받아 봣더니 집에 개봉 안 한 비슷한 거 두 개가 더 잇다고 하시던데,..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형아 >_<)♡

ㄴ재학‘했던’ 어른이ㅋㅋㅋㅋ

그러나 한율은 그들의 반응을 보지 못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일본 데뷔 앨범 재킷 촬영장으로 향한 까닭이었다.

어스래빗 멤버들은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헤어메이크업을 받았다.

“첫 해외여행인데 오자마자 일이라니…!”

“여행이란 단어 선택부터 잘못되었구나, 막내야. 우린 이곳에 일을 하러 온 것이란다.”

“그 말을 일본어로 해주시겠어요?”

“나는 일본어 담당이 아니란다.”

박가람의 덤덤한 선언에 유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람이 너 JLPT 시험보지 않았어? 2급 땄다며.”

박가람이 되레 유호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누가 시험본 내용을 그대로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어요? 시험공부로 채운 지식은 시험일이 지나면 ‘용건 끝났으면 바이바이!’ 하고 떠나는 게 진리고 순리인 걸.”

“뭔 헛소리세요.”

“형 수능은 대체 어떻게 본 거야?”

“쟤 수시합격.”

“엣헴.”

중간마다 주어진 휴식시간에도 멤버들은 잡담을 나누며 떠들었다. 그들 곁에는 현재 그들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가 돌고 있었다.

촬영이 다 끝난 후엔 스튜디오 앞에 대기 중이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일본에 온지 7시간 만에 호텔 앞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멤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야~!”

“남석!”

“토끼야~!”

“라이오온!”

또렷한 발음과 어설픈 발음이 중첩된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호텔 앞에는 거대한 카메라나 핸드폰, 어스래빗 슬로건을 든 팬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 슬슬 낯익기 시작하는 홈마들도 함께.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알은체하지 않고 대포 카메라 셔터만 눌렀다.

어스래빗 멤버들은 경호원들의 제지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일본어로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こんばんは!”

배정된 객실은 트윈룸 넷. 한율은 길우성과 같은 객실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어스래빗 멤버들을 포함한 스태프들과 함께 호텔 레스토랑에서 석식.

해외 스케줄이라 특별히 동행한 오동식 팀장이 멤버들에게 일렀다.

“룸서비스는 주문 금지, 필요한 게 있으면 나나 다른 매니저에게 먼저 전화하세요. 자기 전에 뭐 몰래 먹고 내일 얼굴 퉁퉁 부으면 후회하는 건 본인입니다. 그리고 내일도 일찍 나가야하니까 여권, 지갑, 노트북 등. 중요한 개인 물품도 같이 챙기고 나갈 수 있도록 미리 따로 빼둬요. …그리고 진짜 경고하는데.”

그가 눈을 부라렸다.

“몰래 자판기에서 맥주랑 담배 사는 거 들키면, 아주 혼납니다.”

성인인증 장치가 달린 길거리 자판기와 달리 호텔 내에 설치된 자판기엔 그런 기능이 없어, 구입에 제약이 없었다.

어스래빗 멤버들은 ‘우리 중에 스케줄 도중에 담배랑 술을 할 멤버가 있었나?’ 서로를 쳐다보다가 덤덤히 대답했다. 술은 몰라도 담배피우는 멤버는 한 명도 없었다.

“네에.”

객실로 돌아갈 땐 조유찬이 멤버들에게 변환 어댑터와 마스크 팩을 쥐어주었다.

“어댑터는 방 하나당 하나씩.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 충전 꼭 다 풀로 해놔.”

“네에.”

“서한율, 잠깐 이리로 와 봐.”

“……?”

객실로 들어가기 전, 바로 옆 객실 문 앞에서 박가람이 손짓했다. 의아한 얼굴로 가자,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박가람이 한율의 팔을 안으로 잡아당겼다. 그러곤 뒤를 휙.

덜컹. 뒤에선 박가람과 한 방을 쓰게 된 라이언이 미니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박가람은 아무 것도 없는 창가와 화장실, 욕실까지 살피더니 한율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음. 좋아, 이제 가도 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어…?”

SNS에서 ‘어스래빗’을 검색하고 놀던 이아름은, 굉장히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지구뿌수는토끼’란 사람의 계정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어스래빗 홈마의 팬 페이지였다.

[☆나의 심장은 지구토끼로 인해 8등분되었다☆ #어스래빗 #유호 #건우 #가람 #남석 #라이언 #보배 #우성 #한율]

[2차 가공 금지☆ 로고크롭 금지☆ HQ=♡]

여기에 가장 최근 올라온 영상.

[[♡]170619 종일 일하다 이제야 호텔 체크인하러 온 토끼들☆]

한자와 일본어가 보이는 거리. 버스에서 내리다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어스래빗 멤버들의 영상이었다. 영상 하단에는 계정 주인의 ID가 로고처럼 박혀 있었다.

‘분명히 공홈이나 SNS엔 일본 간다는 말이 없었는데….’

서한율과 차남석을 시작으로 아이돌 덕질 2년차. ‘홈마’라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어디에도 정보가 없는데도 찾아가서 영상과 사진을 찍다니.

조금 놀라우면서도 슬며시 거부감이 들었다. 일부러 알리지 않은 스케줄을 어떻게든 알아내고 쫓아가 사진을 찍는 것도 일종의 스토킹 아닌가란 생각에.

‘누가 그랬지. 사생과 홈마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슥슥. 스크롤을 내려 보니 공식 SNS계정이나 멤버들의 개인 계정, 그라 채널이나 인터넷기사 혹은 공식MD상품에선 보지 못했던 사진이 많았다. 개중에는 정말 회사에서 나온 포카 못지않게 굉장히 잘 나온 서한율의 사진도 있어, 이아름은 순간 크게 혹했다.

‘율이 오빠 눈빛! 이 내리깐 눈매와 깊은 사색에 잠긴 것 같은 시선…! SSS급 작품이야, 이건!’

이아름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흐으으, 턱 선이랑 목선은 왜 이렇게 예쁜 거야! 그리고 이 손! 율이 오빠 원래 손 크고 손가락도 길쭉길쭉한 건 알고 있었지만, 작년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

…헛. 너무 좋아 혼자 난리치던 이아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라, 이아름! 날짜를 자세히 봐! 이건 분명 최근에 율이 오빠가 드라마 촬영 갔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이렇게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면…, 오빠들도 카메라 없는 곳에서 편히 쉬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잖아….’

하지만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 안 보려고 해도 두근두근 마음이 동했다.

조금 더 게시글을 살펴보니 이 홈마, 어스래빗을 알리기 위해 사비로 카페를 빌려 이벤트까지 진행한 적이 있었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인쇄한 컵홀더에, 멤버들 사진으로 미니 전시회도 열고 포카도 나눠주고, 이벤트 참여 영수증 인증 RT를 추첨해서 조금 더 특별한 자체제작 굿즈 선물까지.

‘이런 일을 정말 팬심 하나만으로…?’

단순히 어스래빗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며 응원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누르고 스밍을 하고, 음방을 보러가고, 용돈을 모아 선물하는 것만이 팬심을 증명하는 거라 생각했건만.

‘유명한 영화대사처럼 묻고 더블로 가! …가 아니라 묻고 홍보까지 가?!’

그러나 다른 무수히 많은 게시글을 보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사람은… 지금 인생이 어스래빗 위주로 돌아가는 구나.’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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