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427)

* * *

한율에게 들어온 대본과 시나리오는 외부로 유출시켜선 안 되기에, 모두 매니지B팀이 사용하는 캐비닛에 들어가 있었다.

철컥. 오 팀장이 열쇠로 잠긴 캐비닛을 열어 녹색박스를 꺼냈다.

“이게 한율이 네가 아직 못 본 것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 팀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조용히 물었다.

“정말 무공공 걸 하고 싶다고?”

“무공공 게 아니라 부PD님 거요. 대본을 아무리 살펴봐도 무공공 프로덕션이란 말은 기재가 안 되어있더라고요.”

“그 사람 아직 거기 소속일 텐데…. 그래, 내가 연락해서 확인해볼게. 하지만 <가미난무> 때처럼 제작환경이 엉망인 것 같다 싶으면 우리가 컷할 거야.”

“네.”

한율은 박스를 들고 사무실 내 회의실로 들어갔다.

한눈에 봐도 별로인 작품은 빠르게 패스. 조금 흥미롭다 싶으면 천천히 살피던 와중,

‘이거구나.’

오늘 3학년 선배로부터 들은 작품을 발견했다. OSN 편성을 곧잘 따내는 프로덕션에서 준비 중인 드라마로, 장르는 코믹액션 수사물. 1화 대본 앞장에는 오 팀장이 따로 메모를 기재한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10월 촬영시작, 1월 방영목표! 주연 윤승권, 최가을 확정!]

한율에게 제안이 들어온 역은 주조연 급의 천재해커 소년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의 천재성과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환경에 실망만 거듭하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 돈을 벌고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범죄 집단과 결탁했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비공식 수사 인원이 된 삐딱한 소년.

‘설정이 너무 흔하지 않나?’

1화 대본으로 얼추 살펴본 스토리나 전개는… 여유가 있을 때 가볍게 보기 좋은 정도.

‘내 취향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본을 보고 재미없다고 여긴 <객귀, 해>가,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처럼 말이다.

한율은 해당 대본을 왼쪽 의자에 놓았다.

잠시 후, 한율은 오 팀장에게 검토한 대본과 시나리오를 넘겼다.

“이건 별로, 이건 괜찮은 거요.”

“검토가 빠르….”

한율이 괜찮다고 판단한 대본과 시나리오를 살피던 오 팀장이 말을 흐렸다. 그의 시선이 잠깐 멈춘 건, 30부작으로 기획된 사극드라마의 1화 대본.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 것도. 아무튼 수고했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진행할게.”

“네, 수고하세요.”

목요일. 지난주 한율이 게스트로, 크래의 채아가 스페셜MC로 나갔던 <목톡톡> 납량특집이 방영되는 날. 어스래빗 멤버들은 오래간만에 일찍 숙소로 들어와 TV가 있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한율도 따뜻한 레몬생강차를 탄 머그컵을 들고 멤버들 곁에 앉았다.

유호가 진지한 얼굴로 한율에게 물었다.

“오늘 방송 무서워?”

“아니요.”

“진짜지? 진짜 안 무섭지?”

“네.”

박가람이 안쓰러운 시선으로 유호를 바라보았다.

“형은 서한율 말을 믿어? 귀신의 집에서 비명 한번 안 지른 애 말을?”

“호 형 그거 안 봐서 모르는 듯.”

“아, 맞다. 일본에서 그거 같이 볼 때 중간에 도망갔었지?”

“도망이 아니라 케이크 가지러갔던 거야.”

“핑계는.”

부스럭. 이건우가 편의점 봉투에서 커다란 걸 꺼냈다.

“팝콘 드실 분?”

“나….”

“살 쪄. 먹지 마.”

“……!”

반색하면서 손을 들던 라이언이 충격 받은 얼굴로 유호를 쳐다보았다. 유호가 단호한 얼굴로 재차 말했다.

“살 쪄. 안 돼.”

“어차피 비활동기인데 뭐 어때.”

“그래도 나트륨 폭탄이라 밤엔 안 돼. 먹고 싶으면 아침이나 낮에 먹어. 그리고 2시간 빡세게 운동해.”

라이언이 손을 내리며 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안 머거.”

“빡센 운동은 라이언도 먹을 걸 거부하게 한다.”

“시작한다.”

<목톡톡>을 보며 레몬생강차를 한 모금, 두 모금.

한율은 어느새 빈 머그잔을 앞에 내려놓았다.

6시간 녹화 중 70분 분량만 뽑았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방송으로 보니 정말 많은 장면이 편집되었다. 그 중 이윤영의 분량은 실종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적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래도 이윤영의 섬뜩한 귀신 연기 재연은 편집되지 않고 생생히 살아, 유호를 방 안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 라이언도 도망쳤다.

[그럼 두 분께 물어볼게요. S본부의 그 드라마를 촬영할 때, 두 분은 괴이한 일 겪은 적 없었어요? 촬영장소가 섬이고, 대부분 밤 촬영이라 어둠에 잠긴 바다만 봐도 정말 으스스했을 것 같은데.]

TV 속 한율이 대답했다.

[저는 없었어요.]

[윤영 씨는요?]

[저는…, 있었어요.]

[헉, 어떤 일이요?]

저 이야기도 편집 안 됐구나.

첫 예능 출연이라 잔뜩 긴장한 이윤영이 MC를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사실은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하다… 해서 편집돼서 안 나간 장면이 있어요. 바로 제가 죽는 씬이었는데.]

TV 속 조명이 어둑해졌다. …꽈악. 옆의 박가람은 어느새 가져온 인형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러곤 한율에게 속닥거리며 물었다.

“무서워? 무서운 내용이야?”

<목톡톡> 시작 전, 유호가 했던 비슷한 질문.

한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땅에 묻혀서 정말 자갈처럼 생긴, 하지만 먹어도 되는 소품을 입에 잔뜩 물고 죽어가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제가 이렇게 눈을 까뒤집으려던 순간에.]

잔뜩 긴장해서 이윤영을 바라보는 MC들과 게스트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TV 속 한율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란 얼굴로 이윤영에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MC 정태현만 또 뭔가가 날아오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경계했다.

이윤영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누가 제 귓가에다, 꼭 웃는 목소리로.]

영상 하단에 시뻘건 색의 커다란 자막이 함께 나왔다.

[괴로워? 괴로워?]

[…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여자 목소리였어요.]

이윤영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채아의 울음소리 자막이 화면 중앙을 가로질렀다.

[흐아아앙…!]

덥석! 박가람이 한율의 팔을 세게 잡았다.

“안 무섭다며…!”

“지금 형 눈이 더 무서운데요.”

꼭 눈알 튀어나오겠네.

길우성이 키득거렸다.

“호 형한테는 써한 말 믿냐 그래놓곤, 형은 써한 말을 믿었어요?”

“으윽….”

박가람은 앓는 소리를 내다가 한율을 곁눈으로 보았다.

“그런데 넌 저 장면 촬영할 때 어디에 있었어? 같이 안 있었어?”

“숙소에서 자고 있었어요, 너무 피곤해서. 스태프들도 미성년자가 보기엔 잔인한 씬이니 오지 말라고 했고.”

“아아….”

박가람이 한율의 팔을 잡은 손에서 힘을 뺐다. 그러곤 다시 TV로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한율아, 쟤가 올해 스무 살이라 그랬나?”

이건우가 물었다.

“네.”

“드라마 봤을 땐 연기 정말 잘하던데. 진짜 성격은 어때? 괜찮아?”

<객귀, 해>가 방영될 때 어스래빗 멤버들은 일본에 있었지만, 귀국 후 각자 여러 경로로 챙겨봤다고 했다. 유호를 제외하고.

“글쎄요. 촬영할 때 외엔 얘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어서.”

“<목톡톡>까지 나왔으니.”

소파에 편히 앉아서 보던 차남석이 말했다.

“이대로 회사가 잘만 케어해주면 금세 주조연급 역할도 딸 것 같다.”

…과연.

한율은 이윤영의 사정을 떠올렸으나, 말을 아꼈다.

어느새 화면엔 이윤영 대신, 저승사자로 분장한 채아가 나와 발랄하게 귀신 경험담을 떠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에 어젯밤에 방송된 <목톡톡> 관련 기사가 여러 개 떴다.

[<목톡톡> 어스래빗 한율, 3초 만에 눈물연기 성공]

[배우 석명희, 신인을 보고 깜짝 놀란 사연 <목톡톡>]

[<목톡톡> 한율, 고운 피부의 비결은? 치킨 싫어해]

[납량특집 효과?! <목톡톡> 지난주보다 시청률 상승!]

[<삼투> 진바름, 촬영 중 기절할 뻔한 사연은?]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을 하던 한율은 아무 기사나 클릭했다.

[목요일 밤 11시마다 방송되는 KBC <목톡톡> 이번 주는 납량특집으로 꾸며졌다. 이 날 방송엔 스페셜MC로…(중략).

SBC <객귀, 해>에서 뛰어난 연기실력을 증명한 어스래빗의 한율은 스튜디오에서 즉석으로 3초 만에 슬픈 눈물연기를 선보였으며….]

-표정 진짜 아련하고 허망하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3초 만에 눈물 뚝뚝 연기가 가능한 거냐

-누군가 강제로 치킨을 먹인다는 상상

ㄴㅋㅋㅋㅋㅋㅋㅋ

-내 나이 30... 치킨 싫어하는 놈 처음 봤다

-고운 피부의 비결이 치킨을 싫어해서 그런 거라니...(말잇못)

ㄴ정확히는 싫다가 아니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싫다로 둔갑됨

ㄴ과학적으로도 일리 있는 말임ㅇㅇ 치킨 튀김옷이 흡수하는 어마어마한 기름을 떠올려보면

ㄴ치킨을 포기하느니 난 평생 더러운 피부를 끼고 살 테다ㅠㅠ

-율이 연기력에 미치고.. 작은 흠 하나 없는 백옥 피부에 더 미치고.. 나의 누울 자리는 여기구나... ㅇ<-<

-진해 배우 실제론 겁 1도 없구나ㅎ 가발 날아왔을 때도 혼자만 태연한 거 보고 빵터짐ㅋㅋ

ㄴ일본에서 젤 무섭다는 귀신의집 가서도 전혀 안 무서워하더라구요.. 완죤 대단..8ㅅ8

ㄴ진짜 연기도 잘하고

-어제 게스트들 얘기 다 무서웠음..ㄷㄷㄷ

-떠비 능력 좋네ㅋ 한 편에 소속사 두 명씩이나 내보내고ㅋㅋ

실검 말미에는 [이윤영]과 [객귀 해], [삼투 진바름]이 떴다. 한율의 이름은 [진해 서한율]로 중위권, 크래의 채아는 상위권에 올랐다. [채아 리조트귀신]으로.

“얘들아, 오늘 남석이 녹음하는 데에 따라 갈 사람? 두 명 선착순.”

언제 들어왔는지, 조유찬이 활짝 열린 방문 앞에 서서 물었다. 강보배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반문했다.

“몇 시에 가는데요…?”

“5시. 짧은 그라 촬영 겸.”

“아…, 전 5시에 댄스레슨….”

길우성이 침대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영어레슨을 째고, 제가 가겠습니다.”

“응, 우성이 넌 제외. 공부해.”

박가람이 말없이 손을 들었는지, 조유찬이 그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가람이. 한율이 넌 어때?”

한율은 오늘 일정을 떠올렸다. 9시 중국어, 10시 피아노레슨. 오후 2시엔 드라마제작사 ‘로얄스네이크’와 미팅약속.

“4시까지 상황보고 결정해도 될까요?”

“그래.”

오늘 한율과 미팅이 잡힌 로얄스네이크는 설립된 지 5년 밖에 안 됐지만, SBC 월화드라마 한 번, OSN에선 편성을 두 번 따내 모두 평타를 친 곳이었다. 오 팀장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배우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쁘지 않다고.

“정말 하루 종일 <객귀, 해>를 보고, <하울링> 1화의 그 장면은 클립이 나온 페이지를 즐찾까지 해놓고 보고, 또 보고. 여기에 <하울링> 오디션이 정말 쩔었다는 소문을 들어서, 이사문PD님에게 한번만 보여줄 수 없냐고 사정까지 했다니까요? 하하.”

한율에게 대본을 보낸 젊은 감독은 호쾌한 인상으로 한율과 오동식 팀장, 그리고 WB래빗 소속의 또 한 사람을 맞이했다.

“대본은 8화까지 다 나온 상태고, 촬영은 빠르면 10월 중순, 늦어도 11월 초부터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미 ‘tv Mu’ 1월 편성도 따낸 상태고요. 주연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제설 씨로 확정됐습니다. 출연계약서 도장 쾅.”

“함께 연기할 수 있다면 영광인 상대죠.”

오 팀장이 웃으며 대답하자 감독도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생각만 해도 그림이, 크으! 멋지지 않습니까? 연기구멍 하나 없는 명품 드라마! 정말이지… 한율이가 눈에 딱 들어오기 전까지 캐스팅디렉터가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거든요. 여기 한율이나.”

감독의 시선이 한율과 함께 온 또 다른 일행, 박현우를 가리켰다.

“현우처럼, 고등학생 나이 대에 이렇게 곱상하고 연기실력까지 좋은 친구가 너무 적어서 말이죠. 극중 배역 특성상 제설 씨 이미지랑 너무 떨어지면 곤란하다보니.”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한율과 박현우의 입가엔 멋쩍은 미소만 슥 번졌다.

미팅 겸 짧은 오디션을 마치고 나왔을 땐 어느덧 4시가 될 무렵이었다. 한율은 조유찬에게 곧 간다는 톡을 보냈다.

“오늘 둘 다 수고했다. 현우는 집까지 태워다 줄까?”

“아뇨, 저도 회사로 가려고요.”

“그래. 둘 다 차에 타.”

한율은 박현우와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박현우가 내내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팔랑팔랑 넘기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너랑 내가 이란성 쌍둥이 형제라니, 웃긴다. 장남은 또 이제설 선배님이야.”

그러곤 어깨를 으쓱였다.

“부모님이 누군지 묻고 싶어지지 않냐?”

쟨 뭐가 없을까?

차남석이 녹음을 진행할 스튜디오엔 해당 웹드라마의 OST제작을 맡은 회사관계자와 작곡가와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전에 허가를 받아 녹음실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양해까지 구한 터라 불편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스튜디오나 OST제작사 측은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홍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듯했다.

녹음실 부스 안에 들어간 차남석이 프로듀서에게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을 때, 박가람이 한율에게 속닥거렸다.

“남석이 노래 진짜 잘한다.”

한율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소곤소곤. 그러나 오디오에는 다 잡힐 터다.

“우리 팀 메보잖아요.”

“얼굴도 잘생겨, 노래도 잘해, 춤도 잘 춰…. 쟨 뭐가 없을까?”

“형이 가진 유머감각?”

“풋크큭.”

녹음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OK,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 사람은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게 꾸벅꾸벅 인사하곤 밖으로 나왔다.

그라 영상제작 프로덕션 스태프들이 안에 설치한 카메라를 떼는 걸 기다리는 동안, 박가람은 짐벌에 끼운 촬영용 핸드폰을 켰다. 차남석의 OST 참여 비하인드로 나갈 영상이었다.

“남석 씨! 노래를 굉장히 잘하던데, 비결이 있다면 사알짝 알려주시죠.”

마이크는 박가람이 챙겨온 어스래빗 임시 응원봉. 실제로 마이크 기능은 없지만 차남석은 태연하게 거기에다 대고 대답했다. 미소까지 곁들여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불러도 질리지 않는 노래에 대한 마음?”

“크으!”

이번엔 한율이 응원봉을 넘겨받았다.

“웹드라마 <한날한시 너와 나> OST에 참여한 소감은요?

“원작을 재밌게 본 팬의 입장으로서, 이번 OST에 참여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차남석은 뒤에서 박가람이 까불거리는 걸 완벽히 무시하며 준비한 소감을 읊었다. 소감 인터뷰를 딴 직후엔 마침 프로덕션 스태프들이 나왔다. 그들은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짧게 나가기로 한 거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박가람이 팔을 반쯤 든 괴이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자, 그들은 소리 내어 웃으면서 멀어졌다. 그들에게 묵례로 인사한 조유찬이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너희들 저녁 먹어야지. 회사로 가서 먹을래? 아니면 따로?”

“회….”

차남석이 대답하려던 찰나, 박가람이 차남석과 한율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먹고 들어가겠습니다!”

“형이 살 거예요?”

박가람이 씨익 웃었다.

“고럼! 아주 푸짐하게 먹여주지!”

그러나 박가람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식당이 아닌,

“야! 9, 9, 9! 이 멍충아!”

“텨텨텨! 궁! 궁!”

“…저녁 사주겠다는 장소가 여기예요?”

“응! 여기 메뉴 엄청나게 많아!”

“…….”

PC방이었다.

* * *

“허얼….”

“왜?”

막 안무연습을 위해 연습실로 들어가던 길우성은 황당한 소리를 냈다. 그러곤 의아하게 돌아보는 이건우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서한율과의 톡이었다.

[왜 안 와. 아직도 안 끝남?]

-[끝남.]

[오는 길?]

-[아니.]

[어딘데ㅡㅡ]

-[PC방.]

“뭐야. 셋이 피방에 간 거야?”

“그런 듯요. 지들끼리만 치사하게….”

“우성이 넌 주말에 다른 친구랑 가면 되잖아. 내일은 그라 촬영 있으니까…, 일요일?”

“…흐.”

꿍하게 중얼거렸던 길우성이 입을 꾹 다물고 웃었다. 반대로 이건우는 눈썹을 찡그렸다.

“너 설마 한율이말곤 친구가 없…?”

“큰형!”

쿵쾅쿵쾅. 길우성이 연습실에 먼저 와 있던 유호에게 촐싹거리며 달려갔다. 이건우를 삿대질하며.

“둘째 형이 나 괴롭혀!”

“뭐?”

“야!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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