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RMMA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땐 새벽 2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1부 무대에 오른 것 외엔 내내 자리에 앉아 박수만 치다 온 멤버들은, 서로 수고했단 인사만 하곤 각자 객실로 들어갔다.
“써한.”
“왜.”
객실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널브러진 길우성이 웅얼거리듯 물었다.
“신인상 못 받은 거 아쉽지 않냐? 블루액션한테 진 거잖아.”
화장대 앞에 앉아 클렌징 티슈를 꺼내던 한율은 거울을 통해 길우성을 힐끗했다.
“객관적 성적에다가 타인의 주관적 판단까지 들어간 걸 어쩌라고. 가서 따져?”
그리고 딱히 다른 팀에 관심을 두지 않아 잘 못 느꼈을 뿐이지, 블루액션도 어스래빗 못지않게 이것저것 활동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고충도 적잖이 겪었을 테고.
길우성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렀다.
“그게 그 말이 아니잖아아.”
“메이크업이나 지워. 나중에 트러블 생겼다고 징징대지 말고.”
“클렌징워터 깜빡하고 안 챙겨왔는데에.”
“내 거 쓰든가.”
길우성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앗싸아. 비싼 거 쓴다아.”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을 말린 한율은 곧장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평소엔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이나 SNS를 훑었었지만, 몇 시간 후에 있을 미니라이브 겸 하이터치회를 대비하여 그대로 잠을 청했다.
아침. 미니라이브와 하이터치회가 열릴 쇼핑몰로 향하는 리무진 안. 붓기를 빼기 위해 얼굴에 새하얀 마스크 팩을 붙인 유호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팬 분들, 뮤닷에다 정식으로 피드백 요구할 거라고 하더라.”
“우리 신인상 못 받은 것 때문에?”
“정확히는.”
차남석이 유호 대신 설명했다. 길우성과 한율을 돌아보며.
“뮤닷이 이번 RMMA에서 블루액션에게 무대 시간을 더 주고 신인상까지 준 이유가, 그 팀에 공영방송국 국장 아들이 있어서 그런 거라는 소문이 퍼져서.”
“아니, 국장 아들은….”
길우성이 눈을 끔뻑거리며 한율을 쳐다보았다.
한율은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 국장 아들이 전데요?”
“……?!”
사실을 알고 있었던 길우성과 차남석을 제외한 멤버들이 놀란 얼굴로 한율을 쳐다보았다.
“…뭐?”
“…허얼.”
“정말?”
길우성이 한율의 팔을 툭 쳤다.
“야, 써한. 넌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듯 말하냐? 사람 김빠지게. 적어도 임팩트 있게….”
“어차피 내일이면 알려질 거였는데 뭘.”
“진짜? 너희 아버지가 방송국 국장이라고?! 어디?”
순간 안전벨트를 맸다는 사실을 잊었는지 박가람이 크게 들썩거렸다. 앞자리에 앉은 회사 직원들도 작게 수군거렸으나, 덤덤하게 있는 오 팀장의 눈치를 살피곤 입을 다물었다.
“KBC요.”
“KBC면….”
“단독 대기실의 비밀이 풀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그거 아버지 청탁 아니에요.”
“그럼?”
“거기 예능국장님이 먼저 저 알아보고 지시한 거래요.”
“와, 그래도 대박이다…. 아니, 어떻게 같은 팀에 방송국 높은 분의 자제가 있을 수 있지?”
이건우가 신기하단 얼굴로 한율을 살폈다. 그때 박가람이 손을 쭉 뻗어 한율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환하게 웃었다.
“우리 더 친하게 지내자, 막내야.”
찰싹. 그 손을 길우성이 쳐냈다.
“우리 팀 귀염둥이 막내는 나잖아요, 박다람 씨! 나 이러면 정말 섭섭해!”
“잠깐만, 잠깐만. 그럼….”
유호가 마스크 팩을 떼면서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이프림이 지금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거잖아…? 안 돼, 말려야 돼. 지금 막지 않으면 다 같이 망신이라고! 팀장님!”
유호가 소리 높여 부르자, 오 팀장이 통로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가 콧잔등 아래로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고쳐 쓰면서 말했다.
“이미 팬 매니저에게 전달했습니다. 최소 내일 정오까진 기다려 달라고.”
“그런데 우리 이프림이 그렇게 오해할 정도면… 고동 쪽에서도 그 소문 들었을 거 아냐.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지금 거기 티스트 선배님이랑 라움 선배님 열애설 터진 것 때문에 난리잖아. 실검이랑 기사도 전부 그 얘기뿐이고. 그러니 그런 소문까지 일일이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거겠지. 아직 하루 밖에 안 지나기도 했고.”
“더불어, 신인상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우리 팬들의 주장도 그 이슈에 묻히고 있지.”
“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이지.”
“그런데 왜 내일이야? 혹시 국장님이 직접 발표하는 거야? 내가 율톢 아빠다.”
그때 내내 멍하니 있던 강보배가 아 하며 외쳤다.
“그거구나? 전에 나랑 우성이가 너희 집에서 촬영한 거!”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내일 방송에 나가요.”
“아아. …음?”
말을 하던 강보배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거 방송사가….”
“너희들 그때 한율이 없는 한율이네 집에 고양이 보러간 거 아니었어? 뭔데, 뭘 찍고 온 건데?”
궁금해 하는 멤버들을 향해 길우성이 씩 웃었다.
“내일 아침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 * *
12월 10일 일요일 아침, SBC 채널에서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수프로그램, <선데이 동물>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여러분들 혹시 지난 주 방송에 나갔던 똑순이 기억나세요?]
여느 때처럼 여러 가지 동물들의 사연으로 이루어진 방송이 끝나기 10여 분 전. 메인MC의 물음에 다른 두 MC가 안타까운 얼굴로 대답했다.
[네, 당연히 기억나죠. 임신했을 때부터 배 속에 있는 자기 새끼들을 위해서 미용실에 가서 뻔뻔하게 밥을 달라고 했을 정도로 똑 부러지던 아이였는데, 안타깝게 교통사고를 당했었잖아요.]
[다행히 새끼들까지 구조는 됐지만, 똑순이나 새끼들이나 당분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힘든 처지가 되었다고….]
[네, 그런데 다행히도.]
메인 MC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지난 주 방송이 나간 직후, 똑순이 가족을 임시로 보호해주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와, 정말요?]
[어머, 다행이에요…!]
MC의 말에, <선데이 동물> 실시간 톡창도 시끌벅적해졌다.
-오오
-진짜 다행이다ㅜㅜ 지난 주 방송 보는 내내 울컥했었는데..
-임시 보호면 그냥 잠깐 아님?
-임보도 어디에요ㅠㅠㅠㅠㅠㅠ
-어차피 병원비는 방송국이 내주지 않음?
-똑순이 뒷다리가 다 아작이 나서 당장 수술비만 방송국이 내주고 나머지는 거둔 사람 몫임
-똑순이 아파서 새끼들한테 젖 물리는 거 위험하다고 했잖음
-임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새끼 고양이들까지 한꺼번에 거둬주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나
[자, 그럼 똑순이 가족이 잘 지내고 있는지, 우리 다 같이 볼까요? 선데이!]
[동물!]
방송화면이 스튜디오에서 한 고급아파트 외관으로 전환되었다.
[2017. 12. 04. 서초구의 모 아파트]
멀리 한강이 보이는 널찍하면서도 깨끗한 거실. 거실 한곳에 설치된 거대한 캣타워에 늘어져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나왔다. 먼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침을 질질 흘리며 자는 새카만 고양이.
[퓨마(1)]
이어서 제일 높은 자리에 누워 저 멀리 한강을 멍하니 보는 갈색 줄무늬 고양이.
[호랑이(1), 퓨마와 형제]
-이 집에 사는 고양이들인가 보다
-원래 고양이 키우던 분이 거두신 거면 땡큐지
-침 흘리면서 자는 거 졸귘ㅋㅋㅋㅋㅋㅋㅋ
-와... 한강뷰 보소
-때깔 보니 ㅈㄴ부잣집인 듯
[안녕하세요.]
그때 화면이 돌아가면서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새끼고양이가 크게 잡혔다. 새끼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소년의 하관도.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를 키운 18년차 집사이자, 오늘 하루 똑순이 가족을 돌보러 온 이 집 아들의 친한 형입니다.]
-??? 아들의 친한 형? 이런 영상엔 보통 보호자가 나오지 않나?
-오오 18년차 집사
-똑순이 새끼다ㅠㅠ... 그때 그 점박이!!!!
-왠지 잘생겼을 것 같다
-얼굴 좀 제대로 보여줘요8ㅅ8
-아깽이 졸귀ㅜㅜㅜㅜㅜㅜ
-어? 잠깐
-방금 잡혔던 가족사진에서 낯익은 얼굴을 본 것 같은데??
왜 다들 아버지 얘기만 해
푹신하고 넓은 쿠션 위, 넥카라를 하고 뒷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운 똑순이가 나왔다.
자막.
[한눈에 봐도 상태가 많이 호전된 똑순이]
-똑순이 상태 많이 좋아졌다ㅜㅜ
-애 눈 말똥말똥한 거 봐
-피부랑 털도 깨끗해졌어
그리고 배변 패드가 깔린 바닥과 고운 모래를 가득 채운 화장실, 탑처럼 쌓인 새끼고양이 전용 분유통과 온갖 사료와 영양제, 똑순이를 위한 의료용품이 잔뜩 갖춰진, 그야말로 똑순이 가족을 위해 꾸며진 방이 비춰졌다.
-미쳤다;
-한강이 보이는 방 하나를 통째로 내주는 플렉스
-난 고양이보다 못한 집에 살고 있구나..
-난 햇빛도 안 드는 반지하에서 사는데 고양이는 한강뷰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그 방에서 두 명의 소년이 새끼고양이들을 돌보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사람처럼 눕혀서 먹이면 분유가 기도로 들어가서 위험해지거든. 그러니 꼭 이렇게 배가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먹이고. 그렇다고 고개가 너무 젖혀지지 않게 각도는 이 정도.]
[아아.]
밝은 갈색머리에 피어싱을 한 소년의 뒤통수와, 시선을 새끼고양이를 향해 내리깐 채 설명하는 다른 소년의 눈매가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얘 조금 전에 분유 먹였었잖아? 먹자마자 바로 하면 토하거든. 그러니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살살.]
팔찌를 낀 커다란 손이 앞서 분유를 먹은 새끼고양이의 등과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트림을 유도했다. 갈색머리 소년이 감탄했다.
[역시 태어날 때부터 집사였던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갈색머리가 이 집 아들인가?
-아깽이를 만지는 손길에서 느껴지는 프로의 냄새
-애들 좀 날티난다
-아깽이들은 언제나 옳다
-배 엄청 빵빵해ㅋㅋㅋㅋㅋ
-얼마나 잘 먹였으면 굴러다닐 것 같냐
영상은 곧 실컷 먹고 잠이 든 새끼고양이 4마리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두 소년이 조심조심, 새끼고양이들을 어미인 똑순이 근처로 옮기자, 가만히 지켜보던 똑순이가 앞다리를 부들거리면서 상체만 들곤 새끼들을 정성껏 핥았다.
-아ㅠㅠㅠㅠㅠ
-똑순이 모성ㅜㅜ...
-길고양이는 자기 새끼한테 사람 냄새 묻으면 새끼 버린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실은 안 그런 경우가 더 많다고 함ㅇㅇ 고양이 모성애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수의사 쌤이 말씀하심ㅇㅇ
그때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자막과 함께 나왔다.
[와줘서 정말 고마워, 얘들아.]
[아니에요, 어머님.]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아깽이들한테 분유를 먹여보겠어요…!]
[나중에 또 얘네 보러 와도 될까요?]
-???
-둘 다 이 집 아들이 아니었??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그리고 이 아깽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입양을 보내게 될 땐.]
덥석. 카메라를 잡는 소리와 함께, 앵글에 두 소년의 얼굴이 온전히 잡혔다.
[저희가 책임지고, 좋은 집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약속!]
-오 잘생겼다ㅎ
-?!?!?!?!?!?!?
-뭐지
-어째 연예인 포슨데
-ㅁㅊ;;;
-와
-와
-고양이들 이름 퓨마랑 호랑이 나왓을 때부터 설마 내 망상이겟지 했ㅅ는데
-아
-침대에 늘어져서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보배야 우성앜ㅋㄱㅋㅋ 너희가 왜 여기서 나왘ㅋㅋㅋㄱ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빵터졌넼ㅋㅋㅋㅋ
-선동에 지구톢 나온 거 실화냐
-ㅋㄱㅋ나 갑자기 소리 지르니까 울 엄마가 나 도른자처럼 쳐다봄
-누구? 유명한 애들임?
-율톢네 집이었어!!!! SNS에 몇 번 나왔는데 왜 몰랐지
-저 두 아이는 ‘어스래빗’이라는 보이그룹의 멤버 우성과 보배입니다.
-18년차 집사=보배, 갈색머리=우성
<선데이 동물> 방송이 끝난 직후. 여전히 블블의 티스트와 히아신스의 라움으로 채워진 실검 말미엔 [선데이동물 똑순이]와 [선데이동물 아이돌], [선데이동물 똑순이임보집]이 슬그머니 등장했다.
방송화면을 캡처한 리뷰 기사도 하나 둘 연예뉴스란에 올라왔다.
[<선데이 동물> 똑순이가족, 임보처는 아이돌의 집?!]
[선동 똑순이가족, 어스래빗 서한율이 거둬]
[어스래빗 서한율, <선데이 동물>에서 집 공개!]
[어스래빗, SBC <선데이 동물> 깜짝 출연!]
정오가 될 무렵엔, 굉장히 노골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도 올라왔다.
[어스래빗 서한율, KBC 시사교양국장의 아들이었다!]
[10일 아침 방송된 <선데이 동물>에, 보이그룹 어스래빗 멤버이자 배우인 서한율의 집과 아버지의 정체가 공개되었다.
<선데이 동물> 오늘 방송에서는 지난 주 방송에서 안타깝게 교통사고를 당한 ‘똑순이’와…(중략).
어스래빗 멤버인 보배와 우성은 똑순이의 새끼들이 건강하게 자라 입양을 보낼 때가 되면 좋은 집으로 보내겠다고 시청자들과 약속했다.
한편 방송 중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에서 과거 KBC 간판 아나운서였던 현 KBC 시사교양국의 서석진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잡혀 본지 확인 결과, 서한율과 서석진 국장이 부자지간임이 밝혀졌다.
[방송 화면=SBC <선데이 동물>]
서 국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아들자랑을 하고 싶어도 안 좋은 오해를 사서 오히려 아들에게 해가 될까 참았었는데, 이렇게 밝혀지니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며 “똑순이는 꾸준한 케어가 필요한 아이라서 입양을 보내지 않고 우리가 계속 키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정쳌ㅋㅋㅋㅋ 나만 여기에서 터졌낰ㅋ
-워;;; 방송국 국장 아들ㄷㄷㄷ
-방송에 진짜 잠깐 휙 잡힌 건데 알아본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ㄷㄷㄷ
ㄴ아조씨들이 많이 알아봄. 대표예=울아빠
-신인아이돌 중에 국장 아들이 있다더니 얘였구나;
-이제 쟤 건들면 ㅈ되는 거? ㅋㅋㅋㅋㅋ
ㄴKBC 출연정지
ㄴ출연ㅋㅋㅋ정짘ㅋㅋㅋㅋㅋㅋ
ㄴ시사교양국은 가수랑 상관없지 않나? 누가 보면 KBC 사장 아들인 줄? ㅋㅋㅋㅋ
ㄴ윗댓의 멍청한 아이야. 국장이면 자사 다른 국장은 물론이고 다른 방송국 임원들하고도 인맥이 화려하단다
-왜 다들 아버지 얘기만 해요 똑순이 계속 키워준다는 게 넘 고맙다ㅜ
-돈 많으면 사람을 도와야지 도둑고양이나 돌보냐 ㅅㅂ
ㄴ뭐래 거진가
ㄴ가진 사람 마음이지
ㄴ적어도 게을러터지고 남탓만 하는 백수 돕는 것보단 훨 나음ㅇㅇ
-똑순이네랑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하루 종일 케어 잘 할 자신 있습니다, 아버님.
-그런데 왜 다들 SBC 방송에서 KBC 국장이 밝혀진 것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ㅅㅎㅇ 이미지 띄우려고 똑순이 가족 맡은 거 가튼데
ㄴ한율이네가 원래 키우던 퓨마랑 호랑이도 보호소 출신입니다.
ㄴ암튼 좋은 일을 해도 뭐든 꼬아보는 방구석 열폭러가 있음ㅋㅋㅋㅋ 사람들이 다 지랑 같은 수준인 줄 알아
-율톢 어째 태생부터 귀티가 흐를 것 같더라니♡
-만약 ㅅㅎㅇ 노래랑 연기 그저 그랬으면 까는 댓글 많았을 것 같다ㅋ 캐스팅엔 입김이 작용할 수 있어도 젤 중요한 연기력은 아빠 빽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
ㄴ그 캐스팅되는 것만도 엄청 큰 혜택 아님?
ㄴ이런 오해살까봐 지금까지 비밀로 했다잖아 난독이냐?
-이제 저 바닥 사람들 죄다 ㅅㅎㅇ 눈치 보겠네ㅎㅎ
“하….”
앗싸일보 연예부 소속 김 기자는, 기사를 세 번이나 정독하고 나서야 헛웃음을 흘렸다.
‘그땐 인터뷰 거리도 안 된다면서 딱 잘라 거절하더니….’
사람들 눈에는 방송에 가족사진이 우연히 잡혀 서한율과 서 국장이 부자지간이란 사실이 드러난 걸로 보이겠지만, 김 기자는 이게 다 서 국장이 짠 시나리오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기가 너무 공교롭잖은가.
신인아이돌 중에 국장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은연히 퍼질 때 즈음, 다른 곳도 아니고 훈훈한 동물 프로그램을 통해 슬쩍 드러나다니. 그것도 최은희에 대해선 기사 한 줄 나가지 않게 말이다.
‘어쨌든 서한율에 대한 기사를 올리긴 해야 하는데.’
이제 슬슬 아림 엔터와 고동 엔터 측에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터. 고동 엔터의 김 실장이 공식입장을 내놓기 전 연락을 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 말만 믿고 가만히 있을 멍청한 기자는 없었다.
김 기자는 옆자리의 후배를 툭 쳤다.
“후배야, 너 서한율 사진 좀 찍어와.”
어차피 WB래빗은 소속 아티스트의 사적인 부분을 파고들 법한 인터뷰는 모조리 거절할 터다. 그렇다고 가만히 놔 둘 수도 없는 노릇.
“걔 언제 귀국하는데요?”
“기자가 그걸 물어보면 어떡하냐? 홈마나 광팬들 SNS라도 뒤져. 그럼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점심 메뉴로 뭘 골랐는지 실시간으로 다 나올 거다.”
“어차피 귀국하면 곧장 드라마 촬영장으로 갈 텐데….”
“다른 놈들이랑 사이좋게 취재하고 사이좋게 기사 올릴 거야? 빨리 가!”
“넵….”
포털사이트 실검엔 [서한율 KBC국장]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한율이 KBC 국장의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커뮤니티사이트의 어스래빗 게시판에서도 난리가 났다. 특히 블루액션에 국장 아들이 있어 신인상을 받았다는 엉뚱한 소문만 믿고 뮤닷으로 돌격할 뻔했던 팬들은, 머쓱한 웃음 의성어로 게시판을 도배했다.
-선동에서 퓨마랑 호랑이 나왔을 때 ‘어? 율톢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랑 이름도 똑같고 생긴 것도 똑같네?’ 했는데 진짜였음ㅋㅋㅋㅋㅋㅋㅋ
-보배랑 우성이 나왔을 때 레알 심장 철렁
-왁! 머야!!!! 라고 소리 질렀다가 엄빠 둘째 딸한테 시끄럽다고 걷어차였어ㅅ1ㅂㅋㅋㅋㅋㅋ
-율톢이 아버님도 잘생기심ㅎㅅㅎ
ㄴ제 시아버님 외모가 좀 남다르십니다. (뿌듯)
ㄴㅡㅡ
ㄴ어무니 사진은 빛 반사얼룩 때문에 잘 안 보였는데 어무니도 목소리 들어봤을 때 상당한 미인이실 것 같음
ㄴ예전에 라방에서 엄마 아빠 중 누구 닮았냐는 질문 나왔을 때 보배랑 우성이가 한율이보고 얜 엄마 닮음ㅇㅇ이라고 한 적 있어욥
-난 정말 다행인 게... 우리 애들 적어도 방송국에서 갑질 안 당할 것 같다는 데서 마음이 놓임ㅜㅜ
ㄴ222222ㅠㅠ
ㄴ333333
ㄴ그 반대로 애들도 행동 조심해야겠지만, 뭐 워낙 착하고 개념이 잘 잡힌 아이들이니 별 걱정은 안 됨ㅇㅅㅇ
한편, 다른 보이그룹 게시판에서는 어스래빗이랑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오고 갔다. 어스래빗이 출연했던 KBC 예능 프로그램 리스트를 일부러 띄운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봤자 음방을 제외하곤 딱 두 번 뿐이라서 섭외 청탁으론 쉽사리 몰지 못했지만.
-확신하는데, 지금 이 순간 적어도 뮤뮤PD는 ㅇㅅㄹㅂ한테 뭐 잘못한 거 없었나 하나하나 기억 더듬고 짱구 굴리느라 정신없을 거다.
ㄴ신인 ㅈㄴ쌩무시하고 여돌만 예뻐한다고 소문났던데ㅋ 고건 좀 쌤통이네ㅎ
* * *
“와, 써한이 실검 3위 찍었어.”
어제부로 짧았던 일본 활동이 끝났다. 이로써 다음 주 <락뮤닷> 크리스마스 특집방송까지 한가해졌으나, 어스래빗 멤버들은 귀국하기 위해 리무진에 탑승했다. 바로 내일부터 다시 학교 혹은 드라마 촬영장으로 복귀해야하는 까닭이었다.
길우성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인터넷 반응을 살폈다.
“예상보다 반응이 큰데…?”
“한강뷰 고급아파트 금수저 서한율…. 아니, 남의 집 재산얘기는 왜 제목에다가 다는 거야? 이러면 댓글에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잖아.”
“서한율, 데뷔 초부터 팬들 선물 거절한 이유.”
“기자님들 단체로 심심하신가 보다. 너도 나도 어그로성 제목 달고 기사를 올리네.”
“아림이랑 고동 공식입장 나오기 전까지 대기타는 게 엄청 지루한가 보지.”
한율은 좌석에 편히 몸을 기댄 채 SNS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에 올렸던 게시글엔 <선데이 동물>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의 댓글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댓글이 많았다. 개중엔 아픈 고양이나 딱한 처지의 고양이를 도와줄 수 없겠냐는 호소도 있었다. 노골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무례한 사람도 종종 보이고.
우웅. 그때 핸드폰이 짧게 울리면서 블블 민준으로부터 톡이 왔다.
-[아깽이 두 마리 입양예약ㅎㅎㅎㅎ]
[선배님 내년에 군대 간다면서요. 고양이 키울 수 있겠어요?]
-[나 말고 우리 팀 산우가 입양하고 싶대ㅎ 걔 곧 독립하거든]
군대 얘기를 부정하지 않는 걸로 보아, 예전에 SNS에 달았던 댓글이 빈 말은 아니었던 모양.
한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갔다 오기만 해도, 군에서 쌓은 경험이 조금이나마 생존에 도움이 될 터다. 만약 복무 중에 게이트가 열리면 가장 처음 사지로 던져지는 희생양이 될 테고.
[혼자 사는 아이돌 분에게 보내기는 불안한데요.]
톡은 보내자마자 읽음 표시가 떴지만, 답장은 1분 정도가 지나서야 왔다.
-[듣고 보니 일리 있어서 내가 까고 왓어ㅎ]
잠시 후, 해가 일찍 저물어 사위가 어둑해졌을 때. 어스래빗 멤버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엔 대체 어디에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입국장 앞에는 어스래빗 슬로건을 든 팬들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번처럼 물건이 날아오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소란스러운 건 여전했지만.
여기에 질세라, 이쪽을 봐 달라, RMMA 출연소감을 말해 달라 악을 쓰는 기자들까지.
그 중 한 사람의 질문이 한율의 귀에 들어왔다.
“서한율 씨! 방송국 갑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못생겼지만 귀여운 고양이
어스래빗 멤버들을 모두 태운 리무진 안. 차가 긴 신호에 잡혀 멈추자 오 팀장이 일어나 멤버들에게 말했다.
“일본 활동하느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의 의미로 대표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라고 하셨는데….”
한율은 손을 들었다.
“그래, 한율아.”
“저는 바로 집으로 가고 싶은데요. 부모님과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고, 플리마켓에 내놓을 물건도 미리 정리할 겸.”
“그래. 그럼 한율이 넌 아파트 앞까지 태워다줄게. 짐은 우리가 숙소로 대신 가져다 놓고.”
“네, 감사합니다.”
“드디어 너도 똑순이랑 아깽이들을 만나는구나.”
길우성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만나면 꼭 동영상 찍어서 톡으로 보내.”
“SNS에 올려야지. 오늘 나간 방송이 화요일에 촬영된 거잖아. 그러니 며칠 사이에 똑순이 상태가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새끼들은 또 얼마나 컸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유호의 조언에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 후.
먀아앙, 먕.
“…….”
한율은 빽빽거리면서 제게 다가오는 새끼고양이들을 보았다. 사람한테 퍽 길들여져, 먹을 걸 주는 줄 알고 반기는 듯했다.
살도 토실토실 올라 살짝만 툭 쳐도 굴러다닐 것 같은 생김새. 어미고양이인 똑순이는 방송 캡처화면에 나온 것처럼 쿠션 위에 드러누운 채 ‘누구냐, 넌?’ 이런 시선으로 한율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기고양이들 너무 귀엽지?”
“그러네요.”
못생겼지만 귀여웠다. 나중에 지구가 난장판이 되면 어떻게 될까 걱정될 만큼.
모친이 기분 좋은 얼굴로 한율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일단 씻고 와. 얘기는 저녁 먹으면서 하자.”
한율은 부모와 저녁을 먹으면서 그간의 안부와, 앞으로 방송이나 인터뷰 등에서 가족 얘기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도.
“다른 곳에 안 보내고 놔둔 보람이 있네.”
저녁식사가 끝난 후. 모친은 수익금 전액기부 플리마켓에 내놓을 물건이 필요하단 이야기에 함께 물건을 정리해주었다. 이젠 사이즈가 맞지 않아 못 입는 옷 위주로.
고양이 동영상이나 사진까지 잔뜩 찍고 숙소 앞으로 돌아왔을 땐 밤 11시가 될 무렵이었다. 차로 태워다 준 부친이 진지함이 묻은 얼굴로 말했다.
“괜히 시비 거는 사람들 있으면 아버지한테 바로 전화해라. 그럼 내가 가서 확.”
한율은 공항 입국장에서 받은 질문을 떠올렸다. 방송국 갑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그 질문을 듣는 순간, 한율은 자신이 그쪽을 돌아보게 만들기 위한 질문이란 걸 알았다. 기자라면 어스래빗 멤버들이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니.
‘정면 샷을 찍고 싶어 이쪽을 봐 달라 외치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인 질문이었지.’
그러나 이런 자잘한 걸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 목소리도 확실히 기억해뒀는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커흠. 그래.”
숙소엔 유호와 길우성을 제외한 멤버들이 있었다. 소파에 편히 널브러져 있던 박가람이 한율이 잔뜩 들고 온 여러 쇼핑백을 보며 물었다.
“그건 뭐야? 설마하니 플리마켓에 내놓을 걸 여기로, 그것도 벌써 가져온 건 아닐 테고.”
“당연히 아니죠. 겨울옷이에요.”
“후.”
박가람이 웃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뒤집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정돈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럼 어디 한번, 얼마나 예쁜 옷을 챙겨왔는지 봐볼까?”
“형이 왜요?”
“대리만족?”
“길우성은 회사에 있어요?”
“엉. 자율연습 좀 하고 오겠대. 며칠 동안 스케줄 때문에 못 했다고. 참 보기보다 성실한 놈이야.”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박가람이 졸졸 쫓아 들어왔다. 그리고 쇼핑백에서 옷을 하나 둘 꺼내 정리하는 한율의 옆에서 알짱거렸다.
“와, 이 코트 진짜 예쁘다! 형 한번만 걸쳐 봐도 돼?!”
“아서라, 박가람.”
옆방에서 이건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키가 작아서 슬픈 핏만 보게 될 거다.”
“뭐래! 그래도 나 비율은 좋거든?!”
“푸하핫!”
“싸우자, 이건우!”
다음 날. 한율은 새벽에 일어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엔 어제 집에서 찍은 똑순이 가족의 동영상과 사진을 SNS에다 올렸다.
[어젯밤, 집에서 찍었습니다. 다들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네요. :) #똑순이가족, #못생겼지만귀여운고양이]
플리마켓에 내놓으려고 정리한 물건들을 찍은 사진 게시글도 따로.
[12월 24일, 수익금 전액 기부예정 플리마켓에 내놓을 물건들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
촬영장에 도착한 후엔 언제나처럼 큰소리로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반응은 평상시와 달랐다.
“왔어요, 한율 씨?”
“안녕하세요!”
“해외 스케줄하고 오느라 수고했어요.”
“RMMA 나온 거 잘 봤습니다.”
어색한 웃음이 동반된 살가운 반응들.
현재 FJ그룹 계열사의 tv Mu 드라마를 제작하곤 있지만, 언제 KBC 일을 맡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듯했다. 원체 이 바닥이 좁기도 하고.
“왔어?”
먼저 와 있던 스타믹스의 지헌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지난주 RMMA에선 정신없어서 말 못했는데, 너희 신인상 못 받은 거 내가 다 아쉽더라.”
지헌의 태도는 딱히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쩔 수 없죠. 다른 시상식을 노리는 수밖에.”
그때 다른 차를 타고 왔던 박현우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다가왔다.
“여어! 국장님 아드님, 오셨습니까?!”
“…놀리는 거예요?”
“어!”
“…….”
“네 아버지 빽 믿고 갑질하고 버릇없이 굴기만 해 봐. 아주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테다.”
“…큭.”
아주 여봐란 듯이 놀리는 박현우의 말에, 지헌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율은 박현우를 보며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딴 치졸한 짓을 왜 해요, 내가.”
잠시 후,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 한율의 이름이 붙은 기사 두 건이 올라왔다.
[어스래빗 한율, SNS로 똑순이가족 근황 전해]
한율이 SNS에 올린 똑순이 가족 동영상 캡쳐 이미지와 사진을 고스란히 가져와, 내용만 한 두 줄 살짝 첨가한 기사였다. 네티즌들이 기자가 날로 먹는다며 욕하는 그런 종류의 기사였으나, 댓글란에는 기자를 욕하는 댓글보단 똑순이 가족을 반가워하는 댓글이 많았다.
-서한율 SNS 가서 직접 영상보세요 귀여워주금ㅜㅜ
-아깽이가 밥 주는 줄 알고 손가락 덥석 잡고 끌어당기는 거 보고 심장저격당함ㅋ...크흑...
ㄴ미래가 보인다... 돼냥이의 미래가...
-똑순이 어제 방송에 나왔을 때보다 많이 나아졌네요ㅜㅜ
-애들 은근 다리 짧다
-똑순이네 근황 자주 보여주세요^^
-입양문의하고 싶은데 어디로 연락하면 되나요. 선동 게시판엔 아무리 올려도 안 보는 것 같던데
ㄴ입양 보낼 시기 되면 다른 잘사는 연예인 친구들한테 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댕댕이도 좀 챙겨줘라 이것드라ㅠㅠ
또 다른 기사.
[어스래빗 서한율, 플렉스 넘치는 플리마켓 기부물품 대공개!]
이 기사 역시 다른 기사처럼 한율의 SNS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으나, 여기에서도 댓글은 사진 속 내용물을 향한 관심으로 가득했다.
-저저저저ㅓ저저저거 전에 어떤 초딩한테 그냥 줬던 백만 원짜리 항공모함 프라모델!!!!!!!!
ㄴ저거 직접 해외매장까지 가거나 구매 대행해야 살 수 있는 건데 두 개 더 있었네.... 뭐하는 놈이지 대체...ㅡ.ㅡ
ㄴ놈이라뇨ㅡㅡ
-와씨; 방송국 국장이 이렇게 돈 많이 버는 줄 몰랐네;
-죄다 몇 백, 몇 천 만 원짜리는 아닌데, 그래도 한 벌 당 수십만 원짜리 옷이 잔뜩 쌓인 거 보니까 내 안의 열등감이 폭발할라 그래
-아빠가 국장이기 이전에, 원래부터 돈이 많은 집이란 얘기가 있음ㅇㅇ
-저기 구석에 있는 플○ 박스는 아예 개봉 스티커조차 안 뜯었는데...?
-딱보니 애가 프라모델이나 게임 같은 거에 별 관심이 없네ㅋ 저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는 걸 보니
-간다 저기 무조건 간다 ㅅㅍㄹ 한정판 재킷만 보고 간다ㅅㅂ!!!!
ㄴ빠순이들한테 입구컷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
ㄴ바로 조금 전 얘 소속사에서 공지 올렸는데, 저기 플리마켓 온라인으로 사전 추첨된 사람만 입장가능하다 함
-님들 저 사진 속에 검은 실루엣 하나 숨어있음
ㄴ머여 무섭게
ㄴ...?
ㄴ나 찾음ㅋㅋ
ㄴ오른쪽 옷 박스 아래 그림자ㅋㅋㅋ 검은고양이 궁뎅이ㅋㅋㅋㅋㅋ
ㄴ앜ㅋㅋㅋ
ㄴ고양이도 기부하는 거? ㅋㅋㅋㅋ
“…….”
드라마 촬영 중 잠깐의 휴식시간 겸 점심시간.
한율은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퓨마가 찍혔었구나. 전혀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