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8화 (118/427)

* * *

지난주 아스대 예선 녹화 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았던 커뮤니티 사이트의 원제로 게시판은 그 이후로 잠잠했다. 타 팬덤과 분란을 조장하는 글은 즉시 삭제한다는 공지 때문이었다.

[제목: 승준이 아깽이 시절 아는 애 있어?]

[오늘 아스대에서 회사 동생한테 업힌 거 보고 급궁금해짐. 원래 친한 사이인 것 같기도 하고? ㅇㅅㄹㅂ 애들한테 썰 좀 풀어달라고 하면 실례겠지?]

-떠비 골수팬들이 잘 알지 않을까?

-떠비가 남연을 꽁꽁 숨겼던 터라 그닥 없을걸?

-근데 토끼애들 민소리한텐 장난 안 치던데 나만 느낌?

ㄴ인사만 하고 쌩

ㄴ공지 선 아슬아슬하다

ㄴ그쪽 리더랑 웃으면서 얘기하는 거 봤음

-승주니 아깽 시절 개궁금

-내 친구가 떠비에 있었는데 ㅇㅅㅈ 융통성 열라 없는 꼰머에다가 ㅊㄴㅅ 꼬봉이었다고 하던데

ㄴ???

ㄴㅈㅁㅅ도 ㅊㄴㅅ 앞에선 쫄아서 입꾹다물고 얌전히 짜져있었다고했음

ㄴ뭔 개소리야

ㄴ진짠데

ㄴ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ㄴㅋㅋㅋㅋㅋㅋ 믿기 싫음 말고ㅋㅋㅋㅋ

ㄴ그런데 이거 하나만 말해주고 감ㅇㅇ

ㄴㅈㅁㅅ 인성거지임ㅎㅎㅎ

-병먹금

원제로 게시판엔 곧바로 원제로 멤버들을 음해하는 댓글에 휘둘리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제로가 큰 주목을 받아 데뷔하는 동안 정말 많은 악플러들과 안티들의 공격을 받았던 까닭이었다. 위의 댓글 또한 그런 거라고, 팬들은 무시하며 넘겼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 WB래빗 엔터테인먼트 출입증 인증 게시글을 올리기 전까진.

[제목: 나 ㄸㅂ 예전 연습생ㅎ]

[(이미지) 이건 반납 전에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찍은 거. 사진이랑 발급날짜는 나 누군지 들통나니까 가렸음ㅎ.

(이미지) 이 댓글 올린 거 내 친구 맞음.

난 바쁜 도시 남자니까 내가 들은 ㅈㅁㅅ 발언만 간단히 적어줌^^

너무슨빽있냐? 씨발나도누가하드캐리해줬으면좋겠다(ㅅ)

저거지같은검머외새끼는왜뽑은거야?존나찝찝하네씨발(ㄹ)

네얼굴로아이돌? 빽댄서나햌ㅋㅋㅋ(ㄱ)

이게 ㅇㅅㄹㅂ이 ㅈㅁㅅ만 피하는 이유임 ㅇㅋ?]

한두 번 당해보냐

해당 게시글은 관리자에 의해 곧바로 삭제됐지만, 캡처본이 온갖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ㅇㅈㄹ ㅈㅁㅅ 인성폭로. 판단은 각자]

-진짜 실물 출입증도 아니고 사진이면 누가 믿냐ㅋㅋ 잠깐 지인 거 몰래 찍은거다에 내 단풍이야기 계정 건다

-저거 괄호 성 씨임?

-너무슨빽있냐?(ㅅㅎㅇ) 저거지같은검머외새끼(ㄹㅇㅇ) 빽댄서나해(ㄱㅇㅅ) ??

ㄴㅅㅎㅇ은 빽 있는 거 맞지 않냐? ㅋㅋㅋㅋ 무려 국장님 아드님인데

ㄴ맞말했는데 왜 난리임

ㄴ검머외는 광역 저격으로도 들리는데

-오히려 지들이 따 시켜서 데뷔조에서 떨어뜨려놓고 들킬까 허위 선빵 날린 거 아님? 따돌리고 쳐낸 애가 이젠 지들보다 인기 많아질 것 같으니까 열폭^^

ㄴ이게맞다.

ㄴ맞긴 뭐가 맞앜ㅋㅋ 수십억 아파트 턱하니 선물 받는 국장 아들이 걔한테 열폭할 일이 뭐가 있냐? 심지어 ㄹㅇㅇ이랑 ㄱㅇㅅ은 래퍼랑 댄서 포지션이라 겹치지도 않는구만

-나 이새ㄲ 너무 착한 척하는 거 좀 그랬는데

-팩트. ㅇㅅㄹㅂ도 출입증 갖고 있다.

-사실이면 이중인격 싸패 수준

ㄴ능지 수준 실화냐; ㅈㅁㅅ 인성이 진짜 저랬으면 ㅇㅅㅈ이랑 ㅂㅈㅇ이 가만히 있었겠음?

-아니 왜 임승주니가 ㅊㄴㅅ 꼬봉이었다는 거엔 왜 암말도 안 하냐?

ㄴ잘생겨서?

ㄴ???? 뭔 논리임

매주 을 챙겨보며 꼬박꼬박 투표하고 주변에 영업할 정도로, 정민솔의 팬이었던 사람 중 일부는 모함을 당했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혔다. WB래빗에다 항의를 한 사람도 있었다. 회사 출입증을 인증했다면 분명히 관계자일 텐데, 왜 게시글을 올린 사람을 찾지 않고 방관하냐고.

어스래빗 팬들도 슬슬 꿈틀거렸다.

-우리 갤주들 아스대 끝나자마자 쪽잠 자고 일본으로 날아가서 열심히 엔화 벌고 있는데 이 무슨

-그 글이 사실이면 우리 애들이 언어폭력 피해잔데 되레 욕먹고 있는 이 상황은 뭐지?

-ㅇㅈㄹ가 아니라 한 사람 악개들만 나대는 거라 무시하면 그만이긴 한데, 슬슬 짜증나긴 한다ㅎ

-우리 애들은 세상 바르고 착하게 활동 열심히 하는데, 가만히 보면 늘 딴 녀석들이 먼저 시비 걸고 불을 지른단 말이지?

-먹이금지. 먹이금지. 먹이금지.

-우리는 짱쎈 이프림. 공식 입장 나오기 전까진 동작 그만. 한두 번 당해보냐

논란은 원제로의 소속사가 허위사실 유포는 강력히 대응하겠다 나서고, 원제로 팬덤도 악의적인 게시글과 댓글에 휘둘리지 말자며 정민솔 개인 팬덤에게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서야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러나 ‘인성거지’라고 폭로 당한 당사자의 가슴은 놀라 펄쩍 뛴 채 쿵쿵 뛰었다.

“야, 임승준.”

데뷔가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연습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핸드폰을 반납하는 터라, 원제로 멤버들은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조금 전 매니저에게 불려가, 이게 사실이냐며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 퍼진 글을 본 정민솔을 제외하고.

“왜.”

임승준은 구석에 대충 던져두었던 자신의 수건을 집었다. 정민솔이 임승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잠깐 이리 와 봐.”

“뭔데.”

주변을 살핀 정민솔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혹시 요즘 빡고랑 연락한 적 있냐?”

“빡고? 박고영?”

“어.”

“아니? 왜?”

“없으면 됐어.”

정민솔은 눈동자를 굴리며 마주친 시선을 피했다. 그러곤 이번엔 변지욱에게 갔다.

임승준은 미간을 찡그린 채 이마와 목의 땀을 닦았다.

‘왜 저래? 못된 짓 하다가 들킨 새끼처럼.’

그때 매니저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잠깐 다들 주목.”

각자 떨어져 연습하던 원제로 멤버들이 그 앞에 모였다. 정민솔은 불안한 티를 최대한 감추며 쭈뼛쭈뼛 걸음을 옮기다 멈췄다.

매니저가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앞으로 3주밖에 안 남았잖아요? 그래서 당분간 핸드폰 사용을 하루 한 번, 가족과 통화할 때만 허가합니다.”

“네?”

“이렇게 갑자기…요?”

“다들 먼저 데뷔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들어봤겠지만, 어. 유지도 막 데뷔했을 때 핸드폰 못 썼었잖아. 그렇지?”

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1년 동안은….”

“이게 다 여러분이 연습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여러분을 시기하는 나쁜 말들로부터 보호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니까 너무하다고 생각하진 말아요. 대답.”

원제로 멤버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곤 입을 열었다. 싫다고 거부해봤자 본인만 불리해진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네….”

“네!”

정민솔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 * *

어스래빗 멤버들이 이 일을 알게 된 건 26일 밤, 삿포로 쇼케이스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후였다.

정민솔 인성 폭로가 터진 어제는 오사카 쇼케이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26일 이른 아침에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곧장 씻고 잠든 까닭이었다.

삿포로에 도착한 뒤엔 매니저들이 핸드폰을 압수했다. 너희들 오늘따라 너무 산만하다며, 집중하라고.

“이것 때문에 핸드폰 압수한 거였어요?”

우리가 그렇게 산만했나? 어리둥절하며 순순히 핸드폰을 반납했던 멤버들은, 오 팀장이 문제의 게시글 캡처본을 보여주고 나서야 이해했다.

“산만해서 압수하는 게 아니라 산만해질까 봐 압수하는 거라고 왜 말을 못 해영.”

“그럼 또 무슨 일인지 신경 쓰이잖습니까.”

“그래서, 이게 왜요?”

한율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스래빗 일부 팬들이 정민솔에게 이 캡처본의 내용이 사실이냐, SNS로 해명을 요구하는 해시태그 공세를 펼치긴 했으나 점점 기세가 약해지는 단계였다.

하루가 지나도록 어스래빗 측이 잠잠한데다, 폭로치곤 약하다는 대중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었다. 두 팬덤 사이에서도 섣불리 개싸움으론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고.

그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원제로 팬덤은 ‘그나마 아스대에서 어스래빗이 애들 챙겨주더라’, 어스래빗 팬덤은 원제로에 WB래빗 소속인 임승준과 변지욱, 그리고 한율을 롤모델로 꼽은 현강희가 있어 서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던 까닭이었다.

“회사나 우리가 해명하거나 공식 입장을 내놓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다들 민솔이 형을 음해하려는 누군가의 장난질이라 생각하는 눈치고.”

“이때다 싶어 또 헛소문 퍼뜨리고 악플다는 애들이야, 고소한 과자를 먹여주면 되는 거고.”

그럼 그럼. 이건우의 말에 라이언을 제외한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온갖 말도 안 되는 루머와 악플을 받았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인생의 진리. 두 귀 꽉 막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 욕하고 싶어서 욕하는 사람과는 법적인 소통 외의 대화는 시도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 낭비였다.

“네, 당연히 악플러들에겐 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그런데 방금 원제로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뭐라고요?”

오 팀장이 한율과 라이언, 길우성 세 사람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정민솔과 불화 따윈 없었다, 이 한마디만 해달라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언이 인상을 찡그렸다.

“싫어. 아니, 싫어요.”

“라이언, 단호박인 줄?”

한율도 대답했다.

“전 안 할래요.”

“여기에도 단호박이?”

“그…러엄 나도.”

길우성이 편승했다.

오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이만 방으로 들어가서 쉬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객실을 나오며 유호가 말했다.

“내 방에서 오늘 공연 모니터링하고 가.”

“네엥.”

“씻고 나서 하면 안 돼?”

“나른해져서 바로 잠 쏟아질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일단 클렌징티슈로 닦긴 했잖아.”

그들은 우르르 유호의 객실로 들어갔다.

“나 오늘 라방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들어오며 박가람이 말했다.

“분위기 보니까 오늘은 안 하는 게 낫겠지?”

박가람이 조연으로 출연한 웹드라마 첫 방송이 내일이었다. 그리고 방송 한 시간 전 라이브로 진행되는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할 예정. 그래서 내일 도쿄의 한류 전문 위성채널 K-POP 소개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MBS <뮤직센터> MC 미팅이 잡힌 유호와 둘만 귀국하기로 했다.

“내일 첫 방송 끝나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야겠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실수한 점을 찾고 반성하는 동안, 그들은 정민솔과 관련된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마치고 일어났을 땐 라이언이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으나, 같은 객실을 쓰는 유호가 잘 살필 터다.

정말 캡쳐본에 적힌 악담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민솔에게 가장 많이 당한 게 라이언이란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이놈 전화 안 받네.”

한율과 함께 객실로 들어온 차남석이 귓가에서 핸드폰을 뗐다.

“톡에도 답 없고.

“연습 중인 거 아닐까요?”

“아냐, 뭔가 이상해. 평소라면 이놈이 먼저 연락해서 알려줬을 거야. 지난주처럼.”

“그럼 잠깐 핸드폰이 압수됐나 보죠. 알아봤자 팀 분위기만 이상해질 내용이잖아요.”

“그런가….”

미간을 찡그린 채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차남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다는 얼굴로.

“그런데, 네가 보기에도 임승준이 내 꼬봉 같았냐?”

“전혀요.”

“하지만 뭔가 반응을 해야 할 것 같단 말이지…. 이런 오해는 초장에 잘라내지 않으면 부풀려지기 마련이라.”

풀썩. 차남석은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한율은 화장대 앞에 앉아 클렌징티슈로 대충 지웠던 메이크업을 다시 꼼꼼하게 지웠다.

객실에 들어온 후 내내 멀뚱히 서 있던 길우성이 입을 열었다.

“남석 씨. 고민은 남석 씨 방에 가서 하지? 너무 당당히 들어와 앉아서 내가 객실 잘못 들어온 줄?”

잠시 후.

“써한. 그 출입증 인증한 사람, 네가 생각해도 빡고 같지?”

침대에 대자로 누운 채 사과패드를 보던 길우성이 물었다. 막 씻고 나온 한율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었다.

“아마도. 내가 민솔이 형한테 그 말 들었을 때 박고영도 같이 있었거든.”

“그런데 생각할수록 말이야.”

툭. 길우성이 사과패드를 내려놓으며 몸을 돌렸다. 사과패드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새끼 고양이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민솔이 형은 정말 라욘 형한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 같아. 솔직히 내가 들은 말이야, 미의 기준은 제각각이니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데, 라욘 형한테 한 말은 도가 너무 지나쳐.”

한율은 캡처본에 적혔던 말을 떠올렸다.

[저거지같은검머외새끼는왜뽑은거야?존나찝찝하네씨발]

“라이언만이 아니라, 외국인 아이돌 멤버를 싸잡아 비하했다고도 볼 수 있었지.”

“라욘 형이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 전까진 나도 민솔이 형이랑 웃으면서 대화할 자신 없어. 생각할수록 화가 나. 너무 심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착한 형을 소문 하나만 듣고…. 아!”

씩씩거리던 길우성이 벌떡 일어났다.

“그것 때문인가?”

“……?”

“빡고 말이야. 물건 훔치려다 라욘 형한테 들켰을 때, 아버지한테 알려지면 맞아 죽는다고 사정해서 라욘 형이 비밀 지켜줬던 거잖아. 그래서 이번에 민솔이 형에 대해서 떠든 거 아닐까? 평소에 라욘 형을 두고 심하게 악담했던 사람이, TV에 세상 착한 사람으로 나와서? 헉, 그럼….”

“…….”

“빡고 이 녀석, 민솔이 형에 대해 더 심하게 폭로하는 거 아냐? 사람들이 안 믿어줘서?! 거기에 오기가 생겨서?!”

길우성이 혼자 경악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한율은 조용히 물었다.

“너 꼭 그러길 바라는 것 같다?”

길우성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손으로 입을 가렸다.

“헉, 들킴…?!”

“…….”

“아니, 그런데….”

하아. 길우성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승준이 형이랑 지욱이 생각하면….”

길우성의 예측과 소소한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이번엔 원제로 게시판이 아닌, 아이돌 게시판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 ㅇㅈㄹ 게시판 차단당해서 이쪽으로 옴ㅎ]

[출입증 사진만으론 약하다고 해서 이거 가져옴.

(이미지) WB래빗 연습실에서 J님과 함께 찍은 사진^^

내 얼굴은 오늘 날짜 적은 포스트잇으로 가렸다.

왜냐? J님의 악개들이 쌍욕이라도 하면 모욕죄랑 명훼로 신고하고 싶단 생각이 새록새록 들 것 같아서ㅎ

그리고 이번엔 ㅇㅅㄹㅂ 멤버들이 당한 말이 아닌, 내가 J님에게 직접 들었던 폭언을 나열해줄게. 잘 봐^^]

순서가 있어

[“덜 떨어진XX야” 원제로 정민솔 추가폭로 나와]

[27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제로 정민솔에 대한 추가 폭로 글이 올라왔다.

앞서 25일 정민솔이 WB래빗 엔터에 있었을 당시 같은 연습생이자 현재 어스래빗 멤버인 ‘ㅅ’와 ‘ㄹ’, ‘ㄱ’에게 언어폭력을 했다고 폭로한 네티즌은, 이번엔 정민솔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본인이 직접 당한 폭언 내용을 밝혔다.

(중략)

한편 원제로 측은 아티스트를 음해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갓 연습생으로 들어온 12살 애한테 ‘덜떨어진 ㅅ끼야 이따위로 밖에 못 할 거면 그냥 집에 가’ 웃으며 말한 16살의 그...

-니네 엄빤 학원비로 헛돈을 쓸 게 아니라 네 옷 좀 사줘야 하는 거 아니냐/내가 네 친구면 같이 다니기 쪽팔릴 듯ㅋㅋㅋ <이거 아동 정서학대 수준인데;

-형들이랑 ㅊㄴㅅ 있을 때만 착한 척하고 동생들이랑만 있으면 센 척하고 쌍욕하고 비아냥ㅋㅋ

ㄴㅊㄴㅅ은 뭐 일진이었음? 왜 쫄아?

ㄴ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방송에도 나왔었고 빼박 될놈이라서 알아서 기었겠죠

ㄴ학교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다는 게 ㅊㄴㅅ 유초중고 동창들 피셜

-J님이 항상 웃으면서 말해서, 울거나 반박하면 어린애라고 무시당할까 봐 쿨한 척 나도 웃고 넘겼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분명 상처를 입었음. 그랬던 J님이 방송에서 다른 사람들을 다정하게 잘 챙기고 울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당한 건 뭐였나 싶더라. <<폭로자가 한 말.

ㄴ웃으면서 막말하는 ㅅㄲ들이 사람 더 빡치게 하지. 정색하면 장난인데 왜 화내냐고 되레 피해자를 쿨하지 못한 예민한 자로 만듦.

-소속사야 ‘허위사실’로 고소 한 번 때려봐라ㅋㅋㅋㅋㅋ 사실적시로 때리면 안 된다^^

-이 글 직접 봤는데, 폭로자가 들은 말과 상황이 단순히 지어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구체적임

-잘 가라, 멀리 안 나간다.

-픽미 챙겨보면서 항상 응원하고 투표했었는데.. 각목으로 통수 후려 맞았네요ㅜㅜ..

-이 기사랑 폭로글 보고 다시 어제자 방송 보니까 속 울렁거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이 선동하기 쉬운 개돼지들아. 저게 사실이었으면 WB래빗 소속인 임승준이랑 변지욱이 정민솔을 가만히 뒀겠냐고. ㅇㅅㄹㅂ도 웃으면서 데뷔 축하한다고 악수 했겠냐?

ㄴ카메라 앞이니까 싫어도 웃은 거죠

-사실이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탈퇴했으면 좋겠네요.. 간신히 데뷔 기회 잡은 다른 멤버들은 무슨 잘못인가요ㅠㅠ

-정민솔 탈퇴해.

-님들 너튜브에 뜬 어제자 방송 미방영분 보세요. ㄹㅇㅇ이 정민솔한테 하는 말 듣고 레알 소름 돋음ㄷㄷㄷ

25일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로만 나돌던 정민솔 폭로 이슈는, 27일 추가폭로에 관한 내용이 기사로 나오면서 포털사이트 실검을 장악했다.

[정민솔 인성폭로], [정민솔 어스래빗], [정민솔 라이언].

여기에 너튜브에 공개된 원제로 데뷔 리얼리티 미방영분 영상. 같은 WB래빗 소속사인 임승준과 변지욱, 서한율이 롤모델이라고 밝혔던 현강희를 위주로 촬영된 영상이었으나, 거기엔 어스래빗 멤버들이 정민솔에게 데뷔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민솔, 넌 솔직한 게 매력이야. 그러니 참지 마, 병나.” 이게 그런 뜻인 줄 몰랐다...ㄷㄷㄷ

-어젯밤에 이 영상 챙겨봤을 땐 그냥 훈훈하다 넘겼는데, 새벽에 뜬 인성 폭로 정리글 보고 다시 보니까 소름이네

-어쩐지 승준이랑 지욱이랑은 포옹도 하고 장난도 치던 어스 애들이 누구한테만큼은 형식적으로 웃으면서 인사만 하더라니

-뮤닷은 절대 이 영상 내리지 마라

-평소 개인 SNS랑 라방 활발하게 했던 어스래빗 멤버들도 지금 한 명도 정민솔 그런 애 아니라고 한마디도 안 함. 바르게 살았으면 한 명이라도 실드쳐줄 법도 한데;

ㄴ그게 어스 멤버들이랑 연습생들이 ㅈㅁㅅ 따돌렸단 증거죠. 임승준이랑 변지욱이 프로그램 내내 가만히 있었던 것만 봐도.

ㄴ따돌리긴 뭘 따돌려; 허위사실 유포하지 마세요.

-민솔아, 정말 떳떳하면 네가 직접 나와서 해명해라.

“점점 일이 커지네.”

어스래빗은 첫 비행기를 타고 도쿄에 도착. 한류 전문 위성채널 K-POP 소개 프로그램 녹화를 마쳤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와 방송 미팅 건으로 유호와 박가람이 공항으로 출발하고 난 뒤, 다른 멤버들은 잠시 자유시간을 가지며 쉬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글 올린 게 박고영이란 애면….”

핸드폰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며 강보배가 미간을 찡그렸다.

“걔도 그렇게 떳떳한 입장은 아니지 않아?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그만둔 거라며. 사람들 물건도 훔치고, 라이언이 자기 대신 누명 쓰는 거 보고도 모른 척하기도 했고.”

“빡고는 자기가 저질렀던 짓이 다 들통났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닐까? 남석, 그때 빡고네 집에 연락 안 했었지?”

“네. 그 녀석 폰 번호도 바뀌었고 ‘네 친구 SNS에서 동일 모델 물건이 있는 거 봤다’라고 추궁하기에도 증거가 약하잖아요. 우연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고. 호 형도 그냥 넘겼을걸요.”

길우성이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였다.

“폭로전으로 가면 빡고가 불리해지긴 하겠네영.”

“고영이가 올해 몇 살이었지?”

“열여섯이요.”

“걔가 벌써 중3이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중1 꼬마였는데.”

호텔로 향하는 리무진 안에 멤버들의 한숨 소리가 퍼졌다.

“나.”

그때,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 외엔 내내 조용히 있던 라이언이 운을 뗐다.

“솔직히 다 말하고 싶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응?”

라이언이 저를 바라보는 멤버들과 매니저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보배 말처럼 고영도 나쁜 짓 했어. 그러니 고영에 대해 알려지면 사람들은 분명 욕먹을 만했다고 등 돌릴 거야. 그래서 지금은 말 안 해. 얼러… 얼라? 얼러두웅?”

“얼렁뚱땅?”

“응. 내가 정민솔한테 들었던 말도 함께 얼렁뚱땅 넘어갈 테니까.”

차남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번 사태가 흐지부지되면 나중에 기회 봐서 확실히 보내버리겠다?”

“다른 순서도 있어.”

“……?”

의아해하는 멤버들을 보며 라이언이 재차 말했다.

“순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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