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19/427)

* * *

호텔에 체크인한 멤버들은 무대 메이크업부터 지우고 샤워한 뒤 다시 모였다.

“각자 지인을 통해 수집한 도쿄 맛집, 갈 만한 곳을 꺼내 보시죠.”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 터지기는 했으나, 이번 일에 관해선 침묵하기로 암묵적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 볼 이유도 없었다. 그들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팬들을 위해서도.

“그런데 일본어 제일 잘하는 두 사람이 빠졌잖아. 우리끼리 나가도 괜찮을까?”

“걱정하지 마. 우리에겐 오 팀장님이 있다.”

“승우 형도 일본어 잘하더라.”

그들은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맛집이나 관광 명소, 특이한 쇼핑몰을 다니며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었다. 그린라이브에 올라갈 게 아니라서 조금 더 편하게.

그동안 인터넷엔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정민솔이 아닌, 박고영을 겨냥한.

[ACCOM 김형수, SNS에 의미심장한 글 “네 잘못은 생각 안 하니?”]

[보이그룹 ACCOM의 멤버인 김형수가 본인의 SNS에 원제로 정민솔, 얼굴을 모자이크로 가린 한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과 자필 편지를 올렸다.

아래는 김형수의 SNS에 올라온 편지 전문.

「보다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적는다, 막내야.

…그래, 민솔이가 종종 말을 거칠게 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며 엇나가는 널 가장 걱정했던 것도 민솔이었잖아.

네가 우리에게 아무런 인사 없이 갑자기 그만뒀을 때도, 우리가 함께 있었을 때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사건이 네 짓이란 걸 뒤늦게 알았을 때도, 민솔인 우리 막내가 나쁜 짓을 했을 리 없다고, 끝까지 네가 저지른 짓이 아닐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잘 지내는 다른 아이들을 언급하면서 네가 이러는 건지,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네게 피해를 본 다른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네가 한 잘못은 생각 안 하니?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하고 반성했으면 좋겠다.

…건강해라.」

김형수는 ACCOM으로 데뷔 전, WB래빗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었다.]

여기에 [정민솔 폭로자, 촉법소년 악용해 절도 무혐의 과거]란 기사와 [정민솔, 폭로자 주장 ‘허위과장된 내용 많아’]라는 공식 입장 기사까지.

여론은 다시 바뀌었다.

-솔직히 아이돌도 실상은 평범한 10댄데, 쌍욕을 입에 달고 살았겠지ㅋ 여기에 거짓말이랑 과장 섞으니 인성 개차반이 된 거ㅋㅋ

-폭로자는 일진이랑 어울리면서 올리브땡 같은 곳에서 물건 훔치다 걸렸던 아이입니다. 중학교에서도 아이돌 연습생이었다고, 얼굴 반반하고 춤노래 잘해서 유명했었다네요. 담배 냄새도 쩔었고, 어떤 날은 술 냄새도 났다는 게 동급생들 피셜.

-일진절도범이 깐죽거리는 욕쟁이한테 인성 운운하면서 입 털었던 거? ㅋㅋㅋㅋ개웃기네

-정민솔 고교 동창이 한 말 “같은 학교인 가람이 형이 민솔이 걱정해서 자주 찾아왔었다.” <진짜 정민솔이 인성 파탄이었으면 걱정된다고 일부러 찾아왔겠냐고;

-어스래빗이랑 떠비는 다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조용함?

ㄴ어스래빗 주말 내내 도쿄, 오사카, 삿포로 쇼케이스 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을걸요;

-그럼 ㅅㅎㅇ이랑 ㄱㅇㅅ, ㄹㅇㅇ이 정민솔한테 들었다는 말은 뭔데? 그것도 거짓말이냐?

ㄴ일진ㅆㄹㄱ의 폭로를 믿음? ㅋㅋㅋㅋ

-역대급 반전이네

-민솔이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ㅜㅜ

-세상에 별...

-어스래빗 라이언이 정민솔에게 한 말 “민솔, 넌 솔직한 게 매력이야. 그러니 참지 마, 병나.”

ㄴ진짜 솔직한 게 매력인가 보죠ㅎㅎㅎㅎ

ㄴ틱틱거리면서 깐죽거리던 아이가 얌전한 척 바르고 고운 말 쓰니 놀리려고 한 말 아닐까요ㅎ

-구체적이라면서 일방적인 폭로글만 믿고 정민솔 탈퇴하라고 떠들고 욕하던 것들 다 어디 갔냐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사태.

폭로의 폭로, 집요한 네티즌들과 팬들의 추적으로 신상이 밝혀져 부담을 느꼈는지 박고영은 추가폭로 게시글을 삭제했다.

한율은 박고영의 절도 건이나, 질이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렸다는 정보가 정민솔의 입을 통해 소속사의 여론몰이로 이용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호 형 반지랑 남석 씨 스피커 훔친 범인이 빡고란 거 밝혀졌을 때 형수 형은 없었는데. 민솔이 형이 말했나?”

“그랬겠지. 둘이 친하잖아. 민솔이도 형수 형 따라 콩콩으로 옮기기도 했고.”

“어? 가람이 형 SNS 올렸다. 제작발표회 봐주신 분들 감사, 본방 사수도 꼭 해주세요.”

“이제 막 드라마 제작발표회 다 끝났겠구나.”

그들은 저녁을 먹고 난 후 근처 디저트 카페에서 후식을 먹는 중이었다. 한율은 파르페에 꽂혀있던 막대 과자를 우물거리며 한 손으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율아, 아까부터 뭘 그렇게 봐?”

“테마파크 놀이기구요. 뭐가 있나 궁금해서.”

모레인 29일. 어스래빗은 치바에 있는 유명한 테마파크에 놀러 가기로 했다. 그린라이브 콘텐츠도 촬영할 겸.

이건우가 픽 웃었다.

“전생에 대체 뭐였기에 이렇게 놀이기구를 좋아해.”

“…….”

‘전생’이란 단어에, 잠깐 손가락이 멈췄던 한율은 고개를 들어 마주 웃었다.

“글쎄요.”

“나도 써한따라 놀이기구 타야지~.”

길우성의 말에 차남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지난번부터 느꼈는데, 너희.”

이건우가 한율과 길우성, 차남석을 손가락으로 빙 둘러 가리켰다.

“너무 너희들끼리만 다니는 거 아냐? 보배랑 라이언 섭섭하게.”

“얘네 둘도 자기들끼리 앨범 내잖아요.”

그때 강보배가 살짝 손을 들었다.

“나 보고 싶은 영화 있는데. 내일 극장 같이 갈 사람?”

“여기에서요?”

“응. 국내 개봉이 될지 어떨지 모르는 작품이라서. 그리고 언어는 자막 없이 직접 부딪쳐야 빨리 는다잖아.”

“무슨 영환데요?”

강보배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공포.”

라이언이 정색했다.

“난 싫어.”

이건우와 차남석이 손을 들었다.

“같이 가자.”

“나도 갈게.”

우웅. 그때 한율의 핸드폰에 톡이 떴다.

블블의 민준이었다.

-[민솔이란 애. 한율이 너한테 그런 말 한 거 사실이야?ㅡㅡ]

기부 스케일 보소

뮤닷 <락뮤닷> MC 대기실.

“와….”

찬형의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던 스카이러너 용맹이 고개를 들었다.

“찬형, 네가 보기엔 뭐가 진실 같아?”

찬형은 대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도긴개긴 같던데.”

“라이언한테 뭐 들은 거 있어? 정말 걔한테 이런 심한 말 들었대?”

은 다른 기획사의 사정, 레슨 수준이나 연습생들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어 현역 아이돌 사이에서도 큰 화젯거리였다. 그리고 회차가 갈수록 높아졌던 프로그램의 인기.

특히 상위 순위권 출연자들은 거대한 팬덤도 형성되어, 방송사에선 그들을 섭외하기 위한 물밑전쟁이 벌어졌다. 몇몇 기획사는 원제로의 데뷔와 겹치지 않도록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을 미뤘을 정도.

그런 원제로에서 인성 폭로 이슈가 터졌다. 지목된 이는 뛰어난 보컬 실력을 지니고, 다른 출연자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천사’란 별명이 붙은 정민솔.

파급은 컸다. 어제 내내 실검에 그의 이름이 떴을 정도로.

“아직 안 물어봤어. 또 라이언은 먼저 다른 사람 얘기, 특히 뒷담 같은 거 잘 안 하거든.”

으음. 용맹은 미간을 구긴 채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찬형은 고개를 들었다.

“애들한테 물어보려고?”

“어. 진짜면 정민솔이란 애 걸러야지. 미국에서 만났을 땐 프로그램에서 본 인상 때문에 괜찮아 보였었는데…. 한율이랑 우성이한테 한 말 보니까, 평소 사람을 비꼬는 태도가 몸에 밴 것 같아. 그리고 백댄서나 해라? 이건 백업 댄서 직업 자체를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한 말 같아서 더 그래.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찬형은 어깨를 으쓱였다.

“도긴개긴 같다고 그랬잖아.”

용맹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한율과 길우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율과 길우성은 용맹의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 강보배와 이건우, 차남석이 어제 계획한 대로 공포 영화를 보는 동안, 두 사람은 라이언과 함께 다른 영화를 보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대박 무서웠어.”

두 영화의 상영시간과 러닝타임이 비슷해, 그들은 비슷하게 상영관을 나와 로비에서 만났다.

이건우가 진저리나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고 싶어서 집중하면서 봤더니, 어후.”

“그래요? 전 CG가 너무 어색하고 등장인물 행동도 이해가 안 가서 조금 별로였는데. 효과음으로 사람을 깜짝깜짝 억지로 놀라게 하는 것도.”

같은 영화를 보고도 덤덤히 부정하는 차남석. 강보배가 두 사람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내 선택 미스였어. 예고만 봤을 땐 괜찮아 보였는데… 예고가 전부였을 줄이야.”

“아. 나만 무서웠구나? 너희가 본 건 괜찮았어?”

“그럭저럭이요.”

“난 재밌었어.”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눈은 즐거웠음요. 그런데 오른쪽에 일본어 자막이 같이 나오니까 머릿속에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 이 세 가지 언어가 막 팽팽 돌아가면서 외국어 습득 속도가 빨라지는 기분을 느낌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그들은 슬슬 자리를 옮겼다.

“역시 외국어 공부는 직접 부딪치면서, 스스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해야 빨리 느는 것 같아.”

“호 형이랑 가람이 형, 몇 시 비행기로 온댔지?”

“지금쯤 나리타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이건우가 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어디야?”

다른 멤버들도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한율도 영화를 보느라 무음으로 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가, 용맹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J란 애한테 정말 그런 얘기 들었어?]

어제 블블 민준에게도 들었던 질문.

민준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회사 소속이자 가끔 톡을 주고받는 박세은을 비롯해 MOHE의 이해원, 블루액션의 안세현, 풀썸의 효운, 스타믹스의 지헌에게서도 연락이 왔었다. 정말 정민솔에게 그런 말을 들었냐고. 지금은 괜찮냐고.

한율은 용맹에게도 솔직한 답변을 보냈다.

[예전에 사과받았어요. 걱정 감사합니다. :)]

『그동안 내 태도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하다. 풀어.』

진심이라곤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말뿐인 사과였지만, 받은 건 사실이므로.

곧 답장이 왔다.

-[ㅇㅇ 언제 귀국해?]

[빠르면 19일이요.]

-[엇갈리네ㅜㅜ]

-[아시아 팬콘 투어 홧팅해! 나중에 시간 맞으면 밥 먹자ㅎ]

[감사합니다, 선배님. 수고하세요. :)]

“맹 형이 한가해지면 밥 먹자는데?”

길우성도 용맹과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눈 모양.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잠시 후, 8명의 어스래빗 멤버들이 호텔에 모였다.

“웬일이야? 형이 이런 걸 다 챙기고?”

“캐리어 하나를 나트륨으로 채우셨네요.”

유호가 한국에서 챙기고 온 캐리어엔 즉석밥, 고추참치, 김, 소량으로 포장된 김치, 고추장, 라면 등이 가득했다.

“우리 빨라도 19일에나 한국 들어가잖아. 해외 생활이 길어지면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니까 이것저것 샀지. 그리고 여덟 명이 20일 동안 나눠 먹을 거니까, 이 정돈 간에 기별도 안 갈 거야.”

“그래도 이대론 무거우니 각자 짐에다 조금씩 나눠서 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역시 한율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라니까.”

“가람이 넌 뭐 안 챙겨왔냐?”

“초코파이?”

“…….”

그들은 캐리어를 둘러싸고 쭈그려 앉아 물건을 나눴다.

“형은 드라마 마지막쯤에 엄청 웃기게 나오더라. 연기는 어색한데 노래는 왜 또 쓸데없이 잘해.”

“쓸데없이라닛!”

“그런데 웹드라마가, 너튜브랑 그린라이브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좋긴 하더라.”

“형은 MC 미팅 어땠어요?”

“아 참. 호 형 음방 MC 미팅 봤댔지? 어땠어? 될 것 같아?”

유호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늦어도 월요일에 알려준다는데, 모르겠다. 아무리 미팅 분위기가 좋아도, 출연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게 이 바닥이잖아. 아, 그래도.”

유호의 시선이 한율을 향했다. 손이 많으니 금세 캐리어가 텅 비었다.

“여자 MC는 은수 씨가 될 것 같더라.”

“네.”

“사람들이 정민솔이나 폭로자에 대해선 안 물어봐? 어제 내내 실검에 떠서 시끄러웠었잖아.”

스윽. 모두의 시선이 유호를 향했을 때, 한율의 앞에 쌓인 즉석밥을 힐끗거리며 보던 라이언이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한율은 말없이 라이언의 손등을 가볍게 툭 치곤, 직접 집어서 손에 쥐여주었다.

“…….”

라이언의 표정이 멍해졌다.

“당연히 물어보지. 그런데 잘 모르겠다고 했어.”

박가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애들이 정말 민솔이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어.”

“그럼… 의혹의 여지가 남는 거 아냐?”

“그렇다고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맞다, 아니다, 딱 잘라 말할 순 없잖아. 그렇지, 라이언?”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즉석밥을 만지작거리던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 * *

정민솔의 인성 폭로 이슈는, 폭로자의 부도덕한 과거 행실이 드러나자 대중들의 관심이 멀어져 흐지부지되었다.

-뭐야, 싱겁게.

-정민솔이 나쁜 놈 아니었어?

ㄴ흔한 강약약강의 찌질한 놈? 이것도 확실하진 않음.

ㄴ끌어내리기엔 약하네ㅋ

몇몇 네티즌들은 집요하게 어스래빗과 정민솔의 관계를 파헤치려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불화설에 관해선 침묵하여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의혹은 남았다.

-ㅇㅅㄹㅂ 쇼케이스 스케줄 끝나고 일본에서 한가하게 놀러 다니는 거 찍혔는데, 왜 아직도 ㅈㅁㅅ 실드가 한 줄 없냐? ㅋㅋㅋㅋ

-ㅈㅁㅅ 팬들이 ㅇㅅㄹㅂ SNS에다 제발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사정하는 댓글 봄ㅋㅋㅋㅋ

ㄴ사이가 안 좋은 건 사실인 듯

-애들 다 착하다고 소문난 ㅇㅅㄹㅂ이 이렇게 중립 박고 입 다물고 있는 거 보면 ㅈㅁㅅ 좀 쎄한 구석이 있긴 있는 듯?

원제로 숙소.

“민솔아, 잠깐.”

원제로의 리더를 맡은 유지가 정민솔을 조용히 방으로 불렀다.

“내가 아까 폰 받았을 때 동생이랑 통화하면서 들었는데…. 너 WB래빗에 있었을 때 애들한테 심하게 말했었다는 게 사실이야?”

“……!”

정민솔은 놀라 펄쩍 뛴 가슴을 속으로 진정시키며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전…혀요. 웃고 장난치면서 한 말이 과장되게 각색된 거예요. 설마 형도 저 싸패라고 의심하는 거 아니죠?”

유지는 미안한 얼굴로 웃었다.

“미안. 내가 하도 사람들한테 당한 게 많아서.”

정민솔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이해해요, 형. 그럴 수 있죠.”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툭툭. 유지가 정민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민솔은 미소에 농도를 더하며 웃었다.

“아니에요, 형. 그럼 쉬세요.”

“응.”

정민솔은 고개를 꾸벅인 뒤 몸을 돌렸다. 문을 열면 누구와 바로 마주칠지 모르는 좁은 숙소. 절로 구겨지려는 낯을 활짝 편 채 유지의 방을 나갔다.

‘씨발.’

툭.

“…….”

문이 닫히자, 방에 혼자 남겨진 유지의 얼굴에서 미안한 표정이 사라졌다.

철컥. 유지는 문을 잠가놓고 침대 시트 아래에 숨겨놓은 세컨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톡을 보냈다.

[본인한테 물어보니, 웃고 장난치면서 한 말이 과장된 거라고 하는데?]

무음모드로 해놓은 터라 답변은 조용히 떴다.

[찬형][개소리입니다. 절대 믿지 마세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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