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137/427)

* * *

[[단독]아이돌 S양, 마약 상습복용도 모자라 유포 파문]

[최근 1세대 아이돌 출신 배우 장원길과 관련하여 걸그룹 ‘락락’이 경찰 조사를 받는 데에 이어, 올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A의 멤버 S양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고 이를 유포한 행위가 발각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데뷔 전부터 마약을 복용한 S양은, 음악 작업을 하며 만난 아이돌 B군에게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이다.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라고 알약 세 정을 건넸다고 한다.

B군은 이 약을 또 다른 아이돌 C군에게 넘겼으며, C군 또한 단순한 우울증 약이라 생각하고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C군의 증상이 나빠지자 B군이 S양을 찾아가 ‘대체 나에게 뭘 준 거냐’ 따졌고 S양이 ‘증거 있냐’며 시치미를 떼자 B군이 경찰에 신고, S양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은 B군의 신고와 진술을 토대로 세 사람을 상대로 마약 검사를 진행했으며 S양과 C군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와…(중략).

한편 S양은 최근 조사를 받는 ‘락락’의 멤버와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졌다.]

-처도랏나 진짜

-아무리 마약인 걸 몰랐다고 해도 그렇지; 타인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받고 그걸 또 다른 사람한테 넘긴 거잖아

ㄴ그래도 바로 신고했잖아요.

ㄴ알고서 일부러 넘긴 것일지도 모르죠. 지가 먹긴 찝찝하기니까. 그러다 락락 터지니까 본인도 유포자로 몰릴까봐 선수친 거ㅇㅇ

ㄴ뇌는 장식이냐? 마약이란 거 알면서도 아무한테나 처넘기고, 상태 이상해지니까 직접 따지러 가?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하냐?

-S 진짜 타깃이 원래 B군이었단 소리네. ㅈㄴ 배신감도 들고 소름도 돋고 빡쳤을 것 같다.

ㄴC군한테도 정말 미안해서 자수한 듯ㅇㅇ

ㄴ자수(x), 신고(o)

ㄴ양심 똑바로 박혔으면 당연히 신고해야죠. 타인이 처방받은 약 특히 정신과 약은 받는 것도, 그걸 또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것도 불법인데

-이니셜 말고 똑바로 이름 밝혀라. 지금 애꿎은 다른 아이돌들 의심받는 거 안 보이냐?

코우가 신고하겠다고 한 날로부터 닷새.

크리스마스이브 아침부터 터진 기사에,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실검 1, 2위엔 [아이돌S양]과 [락락 S양]이 올라왔으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락락’과 친한 여자 아이돌 이름이 거론되었다.

-락락이랑 친하고, 남돌이랑 음악 작업한 애가 몇이나 되겠냐? 여기에 S가 진짜 이니셜이면ㅋㅋㅋ

-하루면 누군지 나오겠네

퍼스트라인과 V12 기획사에서도 난리가 났겠지만, 입단속을 철저히 하는지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 마약 범죄는 중범죄이므로 그만큼 조사를 받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어찌어찌 처벌을 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봐?”

“아무 것도 아냐.”

한율은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어느새 차는 학교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으그극. 길우성이 앓는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마지막 등교다으아으아.”

방학식은 27일이지만 그날은 스케줄이 잡혀, 사실상 오늘이 대한예고에서 마지막으로 수업받는 날.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며 조유찬이 말했다.

“친구들하고 인사 잘 나누고, 수업 잘 받아.”

“네엡.”

“나중에 봐요, 형.”

“써한.”

차에서 내리며 길우성이 물었다.

“마지막 수업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을까?”

“어차피 졸업식 때 또 올 텐데 뭐 하러.”

“졸업식 땐 멤버들이랑 이것저것 따로 촬영하느라 정신없을 거 아냐. 일단 교실에서 몇 컷 찍고, 현대무용 연습실에서도 찍고, 급식소에서도 찍자. SNS에도 올릴 겸.”

“전에 라방 때문에?”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라디오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짧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한 팬이 이런 톡을 올렸다.

-[우리 막냉이들 교복 입는 날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눈물난다ㅜㅜ]

박가람이 해당 톡을 소리 내어 읽자, 다른 팬들도 비슷한 내용의 톡을 우르르 달았다.

-[귀하디 귀한 막내즈의 교복샷]

-[율톢, 길톢 찐교복을 걸치는 날도 며칠 남지 않았구나]

-[막내즈 교복핏 이대로 물 흐르듯 시간 흐르듯 못 보내ㅜㅜ]

길우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엉.”

한율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흐흐.”

대학 입시가 끝난 고3의 교실은 그야말로 자유분방 그 자체. 왁자지껄한 교실로 들어가자, 한 학생이 씨익 웃으며 한율과 길우성을 반겼다.

“래빗즈 왔냐?”

“그래, 왔다.”

“너희 책상 좀 봐라.”

“……?”

두 사람의 책상에 크고 작은 선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책상 옆과 의자에까지.

“오늘 너희 마지막 수업이라고, 팬들이랑 후배들이 대신 전해달라고 막 맡기고 가더라.”

탈퇴한 건가?

한율은 데뷔 전부터 팬들에게 선물은 손편지만 받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어스래빗 멤버 전원이 공식 팬 서비스 시간 외에는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한 상태.

회사에서도 공홈과 팬카페 등을 통해 공지했다. 따로 아티스트를 찾아와 건네거나 택배로 보내는 선물은 반환 및 반송, 혹은 폐기된다고.

팬덤 내부에서도 멤버의 사적인 시간에 찾아가는 행위를 ‘사생 스토킹’이라 판단하고 제명처리, 활동에 불리한 제재를 가하는 등의 규칙을 세웠다.

상식을 가진 대다수 팬은 이와 같은 조치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음방의 ‘출근길’이나 팬 미팅, 팬 사인회, 하이터치나 콘서트 등 멤버들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가 많아진 까닭이었다. 여기엔 사생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도 한몫했다.

그런데도 간혹, 이렇게 우회적으로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소라면 반 아이들도 전달을 거절했겠으나, 두 사람의 고3 마지막 등교일이라 꼭 선물을 주고 싶다고 사정해서 마음이 약해진 건 아닐까. 그게 하나둘 모여서 이렇게 쌓이게 된 거고.

“하하, 이것 참. 후배들이 준 선물도 있다니….”

길우성이 머쓱한 얼굴로 웃었다.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냐. 그 전에, 수업은 어떻게 받냐….”

길우성의 의자엔 커다란 범고래 인형이 앉아있었다. 길우성이 범고래 인형 머리에 툭 손을 얹었다.

“네가 나 대신 수업 받을래?”

결국 한율과 길우성은 선물을 담을 만한 종이가방을 여러 개 빌려서 그 안에다 정리, 교무실에 맡겨놓았다.

점심시간엔 길우성의 바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팬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었다. 도중에 마주친 몇몇 후배들도 사진을 부탁해, 함께 찍기도 했다.

“<고양이 난로> 정말 재밌게 봤어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이번 앨범도 대박 나세요!”

“후배님들, 감사요!”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한율과 길우성은 선물을 잔뜩 들고 조유찬의 차에 탔다.

“마지막 수업 날이라고 친구들이 준 거야?”

“팬이 아이들 통해서 보낸 것도 있고, 후배들이 준 것도 있어요.”

“일단 섞이지 않도록 뒷좌석에 둬. 회사에서 확인한 후에 숙소로 옮길게.”

“넵.”

회사에 도착한 후엔 옷만 갈아입고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는 어스래빗 멤버들뿐만이 아닌, 크리스탈 래빗도 함께 있었다.

“안녕하세요.”

“학교 잘 다녀왔어?”

“네엡!”

“그럼 바로 연습 시작할게요~.”

내일 크리스마스 특집 <락뮤닷>에서 선보일 ‘하양토끼, 까망토끼’의 <루돌프와 산타토끼> 무대 연습. 안무 비중이 높지 않은 곡이었기에 연습은 두 시간 만에 끝났다.

“너희도 연말 특집 방송에서 따로 하는 거 있어?”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은영이 물었다. 박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 형이 <뮤직센터>에서 MC 스페셜 무대에 서고, 남석이가 SBC 연말 무대에서 김우재 선배님이랑 콜라보할 예정이요.”

“한율아, 고양이 블루레이는 언제 나와?”

“봄에 나온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시기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영화 보셨어요?”

“지난주에 미랑이랑 둘이 극장 가서.”

그때 남자 연습생들이 사용하는 연습실 문이 열리더니 인사 소리가 쩌렁 울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어스래빗과 크리스탈 래빗도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녁 먹었어요?”

“아, 아뇨! 지금 가려던 참입니다!”

“그럼 같이 가요.”

크래 멤버들이 손짓하자, 잔뜩 긴장한 연습생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잠시 후, 연습생과 소속 아이돌로 북적이는 구내식당. 박가람이 밥을 먹으며 태평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도 WB래빗은 평화롭다.”

“인터넷은 이런저런 사건으로 아주 시끄러운데 말이야.”

“참 이해가 안 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하는 걸까? 몇 년 고생한 걸 스스로 한 방에 박살 내는 행위란 걸, 정말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런데 있잖아.”

강보배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S나 락락 멤버가 그 소문 속 주인공일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류의 범죄자가 따로 또 있으면, 그땐 짜증을 넘어서 화가 날 것 같아. …남석이 넌 왜 이렇게 깨지락거려?”

“…….”

평소보다 음식을 적게 덜어서 온 차남석은, 그마저도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었다.

“둬. 아침부터 버거 맛있게 먹는 연습 한다고, 다섯 개나 먹었단다.”

“…밥이 넘어가기는 하니?”

“어쩐지 오늘따라 기분이 저조해 보이더라니. 콜레스트레스 조심해, 남석 씨.”

“우성아, 클레스트레스 아니고 콜레스테롤.”

“알아. 콜레스트롤 스트레스를 줄여서 콜레스트레스.”

“콜레스트롤 아니고 콜레스테롤.”

박가람의 말마따나 참 평화롭다. 한율은 멤버들의 잡담을 한 귀를 흘리며 핸드폰으로 연예뉴스란 기사를 훑었다.

[영화 <고양이 난로>, 손익분기점 훌쩍 넘어]

[부윤방 감독의 저예산 영화 <고양이 난로>가 개봉 열흘 만에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다. 남은 상영 기간을 감안하면 주연배우인 어스래빗의 서한율은 출연료와 별개로 억대의 러닝개런티를 받을 것으로 추정되며…(중략).

한편 <고양이 난로>는 내년 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난 아직도 윤우가 못난이 씻기다가 솜방망이 펀치 맞는 장면이 생생함ㅋㅋㅋ 야, (애엙오옹) 이씨, (얅) 너 더럽다고, 아. (왜오오옭)

ㄴ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ㅎㅎ

ㄴ그 와중에 발톱 안 드러내고 젤리 쿠션으로 퍽퍽퍽

ㄴ나도 맞고 싶다..

ㄴ그 장면 CG 1도 없는 진짜 쌩리얼이라 더 쩌는 듯

-이희우도 거의 주조연 비중이던데, 출연료가 감당되었나?

ㄴ희우 님 이 영화 찍을 때 식비랑 차비 정도만 받았대요. 그래도 손익분기 넘었으니 러닝 개런티로 적잖이 받지 않을까 예상됨ㅇㅇ

러닝 개런티라. 한율은 러닝 개런티를 받으면 뭘 할까 생각하며 다른 기사를 클릭했다.

멤버들에게 따로 말은 안 했지만, 사실 한율은 광고 계약금, <별☆일없는 집>과 <고양이 난로> 출연료로 연습생 때 진 빚을 모두 갚은 상태였다. 여기에 지난 아시아 투어 팬콘 수익까지 들어온다면, 통장에 적잖은 금액이 찍힐 터.

‘건축 자재를 더 튼튼한 걸로 주문해? 아니면….’

한율이 기사를 보며 돈 쓸 궁리를 하는 동안, 강보배가 유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내일 몇 시에 일어나?”

유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다섯 시간 후에.”

“……?!”

툭. 강보배의 젓가락에서 소고기 장조림이 힘없이 떨어졌다.

* * *

25일 새벽. 뮤닷 <락뮤닷> 원제로 단독 대기실.

라일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승준아, 나 사실… 크리스탈 래빗 팬이다?”

임승준은 광고 콘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조금 전 복도에서 우연히 라나 선배님 봤는데, 민낯인데도 정말 예쁘시더라. 웃는 모습도 굉장히 선하고.”

“네에.”

“혹시….”

“안 돼요.”

“아니, 뭔 줄 알고 무조건 안 된대. 사인 좀 대신 받아 줄 수 있냐고.”

“안 돼요.”

“치사.”

“저도 라나 선배님이랑 따로 대화 나눠본 적 없거든요.”

라일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얼굴로 작게 외쳤다.

“소속사 낭비!”

그제야 임승준은 라일을 쳐다보았다.

“…이봐요.”

“승준아.”

“네, 실장님.”

그때 실장이 다가와 옆에 앉았다. 그는 제각기 다른 일을 하는 원제로 멤버들을 살피곤 조용히 물었다.

“너 혹시 MC 일 관심 없니?”

“MC요…? 무슨 MC요?”

임승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옆에 앉은 라일은 이미 들어서 아는 내용이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실장이 미소 지었다.

“여기, <락뮤닷> MC.”

“……!”

“지금 용맹이랑 찬형이 2월까지만 하고 그만두기로 해서, 락뮤 제작진 측이 다음 MC 후보를 물색 중이거든. 그런데 원제로에서 산뜻하면서도, 돌발상황이 벌어져도 차분하게 잘 대처할 수 있는 멤버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제 유지랑 라일한테 물어봤는데, 둘 다 네 이름 말하더라.”

임승준은 놀란 표정 그대로 라일을 돌아보았다. 라일이 씨익 웃었다.

“사실 너랑 강희 두고 고민 좀 했었다.”

“둘 다 네가 성실하게 잘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나도 우리 회사 사람들, 너희 회사 쪽에도 물어봤는데….”

K-POP의 위상이 전보다 높아진 지금, 음악방송 MC는 대다수 아이돌이 탐내는 자리였다. 임승준은 자신에게 그런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실장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 열심히 해볼게요. 될 수 있도록.”

“그래. 어스래빗에 <뮤직센터> MC 하는 친구도 있잖아. 그 친구한테 노하우 가르쳐달라고 부탁도 좀 하고.”

임승준은 조금 더 또렷해진 눈빛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

꾸욱. 광고 콘티 대본을 쥐고 있던 정민솔의 손에 살며시 힘이 들어갔다.

“…….”

라일이 임승준에게 장난치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추천해줬으니까 라나 선배님 사인 좀.”

“…서한율한테 부탁하는 게 더 빠를 걸요, 형.”

그 시각, 어스래빗이 사용하는 공동 대기실.

한율은 초코톡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퍼스트라인의 코우 상태가 [?] 물음표로 바뀌어 있었다.

‘탈퇴한 건가?’

“써한, 남석 씨한테 줄 생일선물 준비했어?”

길우성이 다가오며 물었다. 한율은 핸드폰 전원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사녹 끝나고 사러 가려고.”

“뭐 살 건데?”

“글쎄. …형, 선물로 뭐 갖고 싶어요?”

잠시 생각에 잠긴 차남석이 대답했다.

“소화제?”

“그냥 내 마음대로 고를게요.”

차남석의 생일은 26일인 내일이었지만, 오늘 크리스마스 기념 라이브 방송을 하며 자정 즈음에 파티하기로 했다.

이건우가 유호에게 물었다.

“케이크는 언제 찾으러 가기로 했어? 방송 끝나고 찾으려면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은데.”

“나도 한율이랑 같이 사녹 끝나면 찾으러 가려고. 라방은 숙소에서 하는 게 낫겠지?”

“아무래도?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매니저 형들도 자야 하는데, 태워다 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하고.”

“우린 괜찮은데.”

한율은 살며시 손을 들어서 의견을 보탰다.

“숙소에서 해요. 편한 옷 입고.”

“그러자. 그럼 케이크는 숙소로 가져다 놓으면 되겠다. 연습실에 둔 파티용품도 옮겨 놓고. 같이 갈 사람?”

“저요.”

“나도.”

몇 시간에 걸쳐 두 번의 사녹을 끝내고 한율은 길우성, 유호, 강보배와 함께 방송국을 나섰다. 차 운전대는 매니저 윤승우가 잡았다.

“무대 메이크업하고 밖으로 나오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조금 부담스러워진다….”

“익숙하면서 뭘 그래. 얼굴에 손대지 마, 참아.”

한율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갔다. 그리고 ‘20대 남자 생일선물’을 검색하려는데 옆에 뜬 실검이 눈에 들어왔다. 실검 1, 2위에 소피아 한과 코우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혹시.’

연예뉴스란 메인.

[[단독]마약 파문 S양, 뉴온의 ‘소피아 한’으로 밝혀져 충격]

[마약 복용 및 유포 ‘소피아’ 신고자, 퍼스트라인의 코우였다!]

한율은 아래 기사를 클릭했다.

[(중략)…마지막으로 코우는 타인이 처방받은 약을 건네받고 그걸 다시 제삼자에게 건넨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약을 먹게 된 C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밝히며 퍼스트라인에서도 탈퇴한다는 의사를…(중략).]

-와씨 이거 대체 뭔 일이냐ㄷㄷ

-소피아란 거 밝혀지자마자;; 하긴 소피아랑 듀엣으로 노래 부른 게 코우뿐이긴 했다만ㅋ

-약을 받고 그걸 또 다른 사람한테 건넨 건 정말 잘못한 일인 건 맞음ㅇㅇ 그런데 마약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들자마자 가서 따지고 신고한 건, 어쩌면 더 크게 번질 수 있는 사건을 막은 거 아닌가? 당분간 자숙만 해도 될 것 같은데

-너도 약쟁이한테 당할 뻔한 피해잔데 탈퇴를 왜 해ㅜㅜ

-잘 가라. 다신 한국 땅에 발붙일 생각 1도 하지 말고^^

ㄴ이 사건 팩트: 한국계 미국인이 가해자

-코우 땜에 퍼라 팬 된 건데..8ㅅ8

-충분히 반성하고, 나중에 언제든 그리워지면 다시 돌아와. 항상 건강하고!

-C군이 누군지는 말해주고 가!!!!

ㄴ가해자를 파라, 피해자를 파지 말고

ㄴ우리나라 사람들 진짜 가해자보다 피해자한테 관심 많은 거 ㄹㅇ 알아줘야 함

ㄴ솔까 그게 온전한 피해자임? 타인이 처방받은 정신과 약이라 듣고도 받아 처먹은 것도 잘못임

ㄴ온전한 피해자ㅇㅈㄹ

그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기사 내용과 댓글을 보는 한율의 표정은 담담했다.

소피아 한이 드러나면 약을 처음 건네받은 사람이 코우란 사실이 밝혀질 것도, 그가 더는 한국에서 활동하기 힘들어질 거란 것도 충분히 예상한 바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어…?”

한율의 핸드폰을 본 길우성이 놀란 소리를 냈다.

“그 사건, 신고한 사람이 코우 형이었다고…?”

“그렇다고 하네.”

길우성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럼….”

돌연 심각해지는 얼굴. 코우에게 약을 건네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추측해보는 듯했다.

유호와 강보배가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왜? 무슨 일 있어?”

“실검 보세요.”

각자 핸드폰을 꺼내는 두 사람. 곧 그들도 길우성처럼 심각해졌다.

한참 동안 다른 기사와 댓글을 훑던 길우성이 고개를 들었다.

“써한, 너 혹시….”

그러나 유호와 강보배, 윤승우의 눈치를 살피곤 입을 다문다.

“…아니다.”

“…….”

한율은 재촉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조금 전에 검색하려다 만 것을 마저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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