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늘도 올까?”
3월 3일 일요일. 더순한화장품 봄 스페셜에디션 출시기념 브랜드 팬 미팅이 있는 날. 운전석에 앉은 조유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개나리 오빠.”
남들이 세트 열 몇 개를 사서 팬 미팅 응모에 겨우 당첨되는 동안, 고작 한두 세트만 사고도 매번 당첨됐던 남학생.
“글쎄요. 그런데 오늘 안 오면 조금 허전할 것 같아요.”
더순한화장품과의 전속계약은 2년으로, 올해 8월로 끝날 예정. 애초부터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브랜드인데다 한율의 몸값도 올라간 터라, 재계약 가능성은 작았다.
“계약이 끝나기 전에 팬 미팅을 한 번 더 하게 될지도 미지수고.”
“단골 같은 느낌이었으니. 어쨌든 이번에도 오면 나 정말 걔한테 사인받을 거야. 하늘이 내려준 행운아!”
“하늘이 준 운을 고작 팬 미팅 당첨에다 허투루 써버린 불운아일지도 몰라요.”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광고 모델님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팬 미팅 장소는 늘 왔던 종합쇼핑몰.
한율은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팬 미팅 시작 5분 전에 관계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관리 사무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사무실 내 휴게공간. 퍼플아워의 진은수가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만날 때마다 들뜬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짓던 작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
“네, 안녕하세요.”
“지난번 백호영화제 신인남우상 타신 거 축하드려요. 영화도 재밌게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날 축하 무대 잘 봤어요.”
진은수는 입가에 번지는 수줍은 미소를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이다, 빠르게 매니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진은수의 매니저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릴 뿐,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한율은 클라이언트와 팬 미팅 진행업체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나눴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슬슬 이동하실까요?”
“네.”
팬 미팅은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한율을 찾은 사람 중 열에 다섯이 고양이를 언급한 걸 제외하곤.
“저도 오빠들 본받아서,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이랑 봉사활동 다니려고요.”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보호소 대부분은 외진 곳에 있으니 오갈 때 조심, 또 조심해야 해요. 먼지도 많고 방호복은 환기도 잘 안 되니까 호흡기나 피부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주의도 기울이고요.”
“네. 헤헷. 달냥이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이것도!”
그리고 몇 명은 이처럼 달냥을 위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요.”
여학생이 떠나고, 그 뒤에 서 있던 시커먼 그림자가 스윽 다가왔다.
“하이요.”
귀에 익은 목소리. 한율은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었고, ‘개나리 오빠’는 미간을 구겼다.
“아, 반갑다는 듯 웃지 말라고요….”
“아니, 한번은 여동생분이 직접 오실 법도 한데, 매번 대신 와 주는 게 무척 반갑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래서요.”
“개나리가 핏줄 앞에서만 강해지는 이상한 녀석이거든요. 오늘은 ‘안녕, 개나리야? 오빠 지갑 좀 작작 털어라’라고 적어주세요.”
한율은 포토 엽서 뒷면에다가 그의 요구 메시지를 적당히 다듬어서 적었다. 그때 한율의 뒤에 잠자코 서 있던 조유찬이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개나리 오빠분?”
“네.”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무사히 팬 미팅이 끝났다. 스태프들이 한율이 받은 선물을 차까지 옮겨주는 동안, 한율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관리 사무실로 들어왔다.
“한율 씨.”
더순한화장품 직원이 한율에게 익숙한 로고가 그려진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내일부터 드디어 대학생이 되시잖아요. 그래서 우리 모델분의 대입을 축하하는 의미로, 회사 측에서 선물을 마련해보았습니다.”
“이번에 신제품도 잔뜩 보내주셨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개강한 대학생, 파이팅입니다!”
‘개강’과 ‘개 강하다’를 섞은 말장난. 한율은 본인이 내뱉고도 쑥스러워하는 더순한화장품 직원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네, 파이팅하겠습니다.”
진은수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대학 입학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은수 씨도 내일부터 고3이죠? 서로 파이팅해요.”
진은수가 살짝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한율은 홀로 자신의 차에 탔다.
‘나도 길우성처럼 사이버 대학에 입학할 걸 그랬나…. 어차피 4월부턴 투어로 바빠져서 시험은커녕 강의도 제대로 못 들을 텐데.’
본래 차남석도 한율과 같은 대학의 연극영화과지만, 그는 바빠져서 등록금만 날릴 것 같다며 휴학계를 냈다.
한율은 한숨을 쉬며 시동을 걸었다.
우웅. 거치대에 둔 핸드폰에 톡 알림이 떴다. 발신인은 배우 윤상진.
-[오늘 약속 안 잊었지? 뭐 먹을까?]
오늘은 한율이 작년에 특별출연한 KBC 드라마 <장인(匠人)>의 1화가 방송되는 날이었다. 윤상진은 한율의 백호영화제 신인남우상 수상 축하도 겸하여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고기요.]
-[ㅇㅋㅇㅋ!]
잠시 후 대학에 도착. 예대 건물의 강의실로 가는 동안, 한율은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서한율, 서한율.”
“얼굴 진짜 작다…. 비율 봐.”
그러나 이곳은 일하러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처럼 별반 표정 없이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제야 대외적인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1교시로 들을 강의는 연영과 전공기초 과목. 함께 강의를 들을 학생 대부분이 같은 학과 동기인 까닭이었다.
한율과 눈이 마주친 학생들이 신기하거나 호기심, 혹은 반사적으로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한율은 적당히 널찍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방에서 교재와 사과패드, 노트를 꺼냈다. 사과패드는 본래 사용하던 게 아닌, 바로 어제 더순한화장품에서 준 최신 모델 기종이었다.
“저기….”
진한 화장이 어색한 여학생이 다가와 물었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한율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뒷자리에 앉은 다른 여학생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공했다! 라는 듯이.
“저기….”
그러곤 한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혹시 오늘 차남석 선배님이랑 같이 등교하셨어요?”
“아니요. 남석이 형이 휴학해서 혼자 왔어요.”
“아,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점심 같이 먹을 사람….”
“서한율!”
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한율의 주의를 끌었다. 대한예고 연영과에 재학했던 고재영이었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한율의 옆에 털썩 앉았다.
“여기에서 만나니까 진짜 반갑다, 야. 왜 OT 땐 안 왔어?”
마주칠 때마다 친한 척하는 건 여전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아하. 기사 보니까 너희 정말 바빠 보이기는 하더라. 광고 섭외가 막 쏟아진다며? 그 와중에 고양이들도 키우고. 고양이 사진 있어? 봐도 돼? 나도 고양이 진짜 좋아하거든.”
“안 돼. 유출되면 안 되는 사진이랑 섞여 있거든.”
헉. 고재영이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어깨를 움츠리면서 속닥속닥 물었다.
“어떤 사진인데?”
“일이랑 관련된 거. 광고 콘티나 무대 세트 구상도.”
“아….”
고재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방에서 교재와 노트를 꺼냈다.
“아 참, 신인남우상 받은 거 축하한다.”
“고마워.”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도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상 받으신 거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양쪽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질문과 제안.
“그런데 피부 관리 어떻게 하세요?”
“야, 이따가 점심 같이 먹을래?”
“…….”
한율이 누구에게 먼저 대답해야 하나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이번엔 고재영과 여학생이 서로를 살피며 물었다.
“친구분이세요?”
“잘 아는 분이셔?”
“…….”
다행히 두 사람은 강의가 시작되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개강 첫날부터 풀로 잡힌 강의를 모두 듣고 나왔을 땐 해가 진 저녁이었다. 한율은 곧바로 윤상진과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향했다.
“한율아, 여기.”
테이블마다 파티션이 설치된 고깃집. 장편 사극 촬영이 힘들기는 힘든지, 윤상진은 작년에 봤을 때보다 살이 빠지고 얼굴도 조금 탄 상태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님. 그리고 오늘 첫 방송 축하드려요.”
“고마워.”
한율은 맞은 편에 앉으며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촬영은 어때요? 잘 돼가요?”
“말도 마. 이제야 날이 좀 풀리기 시작하니까 그나마 살 것 같아. 한율이 넌 절대 겨울에 사극 찍지 마. 추워서 동작도 굼떠지고, 얼굴도 얼어서 표정 연기도 힘들어져. 뭐 먹을래? 일단 갈비 초벌 해달라고 주문해놓기는 했는데.”
한율은 윤상진과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한율이 겪은 대학의 첫인상부터 시작해서, 두 달 전 다녀온 스위스 여행, 그리고 사극과 현대극 촬영의 차이에 대해서 등등.
“그나저나 정말 기대되네요. 사극을 찍은 건 처음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그때 감독님이랑 스태프들, 나까지 만족시켜놓고 왜 그래. 넌 이제 겸손하지 않아도 돼, 신인남우상.”
한율은 조용히 웃다가 물었다.
“그분은 어때요? 내 몇 년 후의 모습을 연기하시는 분.”
소소하게 한율을 놀리던 윤상진의 입가가 살짝 굳었다.
“아…. 강대 형?”
“네. 같은 배역을 두고도 각자 캐릭터 해석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러니 제가 먼저 그린 소년 시절의 ‘곽종무’를 그분이 어떻게 이어갔는지 궁금해서요. 필모그래피 보니 아주 화려하시던데. <백호영화제>에 후보로 올랐을 정도면 연기도 아주 잘하시는 것 같고.”
“…음, 잘… 하시긴 하지.”
윤상진의 반응이 썩 개운치가 않다. 한율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도토리묵을 난도질하던 젓가락을 내려놓곤 작게 한숨 쉬었다.
“왜요, 선배님? 무슨 문제라도?”
“그게… 지금은 괜찮긴 한데.”
윤상진이 파티션으로 막힌 주변을 살피더니 상체를 슬쩍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초반엔 좀 시끄러웠거든.”
“……?”
“감독님이 강대 형이 연기하는 곽종무를 보자마자, 해석을 머리로만 했냐,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머리가 가벼운 인물이라고 배우까지 그 인물의 서사와 사고를 가볍게 취급하면 되느냐, 어떻게 연기 2년 배운 후배보다 눈빛 연기를 못하냐고 강대 형을 구박했거든.”
누가 미스 캐스팅이었던 거지?
윤상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못한다는 말 듣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당하는 게 더 아프잖아. 자존감도 깎이고. 그래서 한동안 형이 많이 힘들어했어. 배역에 대한 본인의 해석이 잘못됐나 흔들리고, 거기에 따라 자신감도 없어지니 NG도 여러 번 나고, 다시 혼나고.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음. 아직도 감독님이랑 조금 그래.”
“그럼 저에 대한 감정이 별로 안 좋으시겠네요.”
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나한테 한율이 너 정말 연기 잘한다고, 인연이 되면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고 했거든. 하지만… 그냥 눈치 없는 척 ‘그러시구나’하고 말았어. 그 형한테 지인을 소개할 만큼 따로 친한 것도 아니고.”
설레설레. 윤상진이 고개를 흔들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곤 조금 전 본인이 젓가락으로 난도질한 도토리묵을 뜬다.
“한율이 너도 그렇게 소개받는 거 부담스럽잖아.”
“안 친해요? 5개월 동안 같이 촬영했잖아요.”
“그 형이 일할 땐 괜찮은데, 사적으로 친해지기엔 좀….”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한율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의아한 얼굴로 윤상진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 험담하곤 싶진 않은데….”
윤상진이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이 바닥 좁기도 하고,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지 모르니까 말해줄게. 왜, 사람이 술에 취하면 열에 아홉은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잖아. 그런데 그 형이,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한테 막말하는 경향이 있더라고. 그래서”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버릇 나쁜 사람과는 거리 두는 게 좋죠.”
그날 밤 10시. KBC 사극드라마 <장인(匠人)> 1화가 방송되었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WB래빗에서 서한율이 특별 출연으로 나온다며 홍보하고, 한율 또한 SNS에 촬영 당시 찍었던 사진을 올리며 본방 사수를 부탁한 터라 <장인> 톡창엔 이프림이 속속 접속했다.
-서한율 언제 나와영?
-서한율 나오면 알려주세요
-한율인 특별출연으로 잠깐 나오는 겁니다. 너무 언급하면 한율이만 드라마 팬 분들에게 욕 먹으니 자제해요 우리ㅜㅜ
1화는 선공감(繕工監)에서 벌어진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어 평화로운 마을. 건축물을 보면 그 설계가 머릿속에 환히 그려진다는 설정의 주인공이 앳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상진 님이다ㅎ
소년 시절의 ‘곽종무’는 중반에 접어들 무렵 나왔다.
새카만 흑립을 쓰고 어두운 자색 도포에다 한껏 멋을 낸 한율이 활을 쏘며 등장하자, 톡창은 난리가 났다.
-율톢♡사극♡율톢♡사극♡율톢♡사극♡율톢♡사극♡
-???? 고양이 주인이 왜 나옴?
-율아 거기엔 엑스텐을 맞춰도 피자 사줄 정태현 씨가 없어
-왜 형이 여기에서 나와?
-특기 활용 잘하네ㅋㅋㅋ
-상진 님이 특별 출연해줄 수 있냐 부탁했대요ㅎㅎ 참고로 두 사람은 하울링이란 드라마에서도 친구 사이로 나왔습니다ㅎㅎ
-위에 고양이 주인 뭔데ㅋㅋㅋㅋㅋㅋ
-놀라서 화살 빗맞혔써
-삐끗
거지 같은 몰골로 튀어나온 윤상진과 그를 쫓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한율이 놀란 얼굴로 목격, 윤상진이 그 무리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터덜터덜 길을 걷는 씬으로 이어졌다.
잠시 후, 이번엔 ‘곽종무’의 집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조금 전 도망칠 때 윤상진은 한율을 보지 못했지만, 한율이 연기하는 ‘곽종무’는 활쏘기를 연습한 사실이 그의 입에서 나오진 않을까 내심 초조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티를 내지 않고자 허세를 부렸다.
툭. 한율이 윤상진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그 앞에 패물 하나를 던졌다.
[이거나 갖고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하나, 조금 전 날 보았단 사실을 떠들어댔다간 그땐 내가 널 잡아, 과녁으로 써주겠다.]
[어…, 아니, 그,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도련님. 전 도련님을 뵌 적도 없고 구걸이나 그런 걸 하려고 그런 게….]
다가오는 윤상진을 피해 한율이 사뿐,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곤 턱을 살며시 든 채 거만한 시선을 내리깐다.
[세 치 혀가 길구나.]
썩어들어가는 윤상진의 표정, 그리고 몸에 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한율.
-주인공 표정ㅋㅋ
-고운데 재수 없어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서한율 이런 연기도 찰떡이었고ㅋㅋㅋㅋ
-벌써 케미 기대된다ㅋㅋㅋㅋ
-아니 왜 1화만 출연인 건데ㅜㅜ
1화가 끝난 후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에는 한율의 <장인> 특별 출연을 다룬 기사가 떴다.
[어스래빗 한율, KBC 새 드라마 <장인(匠人)> 특별 출연!]
[어스래빗 멤버이자 배우 서한율이 KBC 새 월화드라마 <장인(匠人)>에 특별 출연하며 윤상진과의 의리를 과시했다.
오늘 첫 방송 된 <장인(匠人)>에서 서한율은 선공감(繕工監) 부정(副正)의 아들 ‘곽종무’의 소년 시절을 연기했다.
‘곽종무’는 부모의 뜻에 따라 문과를 준비 중이지만 사실은 무과시험을 보고 싶어서 몰래 무예를 연마하는 인물로, 서한율은 겉으론 똑똑한 척하며 허세를 부리지만 속으론 부모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갈등하는 ‘곽종무’의 내면을 그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연기로 표현…(중략).]
-부모랑 대화 나누는 짧고 평범한 씬에서도 감정 연기를 잘하는 게 저런 거구나 딱 느껴지더라. 사극 발성 하나 어색하지 않고.
-얘는 ‘나 이런 연기한다! 이런 설정이다!’ 시청자들한테 막 강제 주입하는 게 아니라 스무스하게 와 닿아서 좋음ㅇㅇ
-님들 2화부턴 나이 든 곽종무 나옴. 서한율 안 나옴.
ㄴ나이 든ㅋㅋㅋ 틀린 말은 아닌데 어감이 좀 그러타ㅎ;
ㄴ2화부턴 배우 이강대 님이 나오십니다ㅎㅎ
드라마 첫 방송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윤상진이 맡은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는 천재란 설정에다, 그동안 사극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선공감을 배경으로 하여 호기심을 자아낸 까닭이었다. 전개도 적당히 빠른 편인데다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도 있고.
한율은 <장인> 촬영 당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윤상진과 함께 흙길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아 꽃받침을 하고 찍은 사진, 혀끝을 비뚜름하게 살짝 내민 채 한쪽 눈을 윙크하는 셀카 등.
[KBC <장인> 잘 보셨나요? 비록 제가 연기한 소년 곽종무는 1화로 끝이지만, 정말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이강대 선배님이 연기하는 곽종무에게도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KBC드라마장인대박나세요 #소년곽종무 #세치혀가길구나]
-어허 이 무슨 경망하고 경건한 셀카란 말이냐 고맙다
-서한율 미쳤나봐 가만히 있던 사람의 심장에 훅을 날려?
-진정해라... 고3 때 찍은 셀카다... 진정해라... 난 변태가 아니다...
-사랑한다 진짜 네 덕에 내가 살아 그냥 지금처럼만 계속 빛나줘 사랑해ㅜㅜ
-어스래빗 다음 앨범은 동양풍 컨셉으로.... 방구석에서 기도하던 이프림 하나 말라죽어요...... 제발.......
다음 날 <장인(匠人)> 2화 말미. 5년의 세월을 건너뛴 이강대의 ‘곽종무’가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종무야..? 5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아니 그 귀여운 허세 속에도 남 모를 갈등을 품고 있던 샤방샤방 양반집 도령은 어디 가고 웬 한없이 가벼운 날티나는 한량이..?
-애가 1화에 비해 너무 가벼워진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지?
-5년 동안 종무가 겪은 다른 비하인드가 있겠죠. 안달은 ㄴㄴ
-서한율 님도 연기를 무척 잘하지만, 이강대 배우님도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을 찍은 실력파 배우입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봅시다! :D
다시 한 주 뒤 <장인(匠人)> 3화.
누군가 프로그램 톡창에 장문의 톡을 올렸다.
-1화에서 윤상진과 서한율이 마주친 그 짧은 씬에서 두 사람이 찐친 케미를 발산하는 미래까지 환히 그리며 기대했던 저는 이제 없습니다.. 슬프지만 서한율의 곽종무는 잊겠습니다..
드라마 리뷰 기사 댓글.
-이강대도 연기 못하는 건 아닌데, 1화에서 서한율이 부모랑 대화하는 씬, 독백하는 씬, 들킬까 봐 몰래 무예 연습하는 씬에서 그 나이 특유의 사고 속 갈등을 세심하게 그리면서, 보는 사람들 맴도 간질간질 만들어 놓아 인물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짐. 그래서 ‘고민? 그게 뭐였죠? 아, 저 힘숨찐임’<단순무식 허세만 쩌는 한량으로 자란 지금의 곽종무가 확 와 닿지 않는 거ㅇㅇ 중간에 그렇게 갈등과 고민이 날아가게 된 서사를 짧게라도 넣지 않는 한
ㄴ서한율이 잘못했네
ㄴ서한율이 잘못22222
ㄴ이강대의 곽종무가 진짜 곽종무입니다. 서한율은 단순 특별출연으로 가볍게 나와서 ‘소년 곽종무’를 자기대로 해석한 걸 보이고 간 것에 불과합니다. 감독이 직접 이강대를 곽종무 역으로 캐스팅했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본 리딩하면서 구체적으로 만든 게 지금의 곽종무라고요.
ㄴ서한율 잘못3333
-윤상진이랑 서한율 호흡 잘 맞던데, 윤상진이랑 이강대는 좀 붕 뜬 느낌.
-주인공도 아니고 주조연 급 캐릭터 하나에 불타는 건 처음 보네. 그것도 사극에서ㅋㅋ
-자, 누가 미스 캐스팅이었던 거지?
* * *
3월 12일 화요일.
오랫동안 뮤닷 <락뮤닷>의 MC를 맡았던 스카이러너의 용맹, 원카운트의 찬형이 떠나고, 새 MC로 발탁된 원제로의 임승준, V12의 김찬이 신고식으로 특별 무대로 꾸몄다.
“왜 내가 다 뿌듯하고 대견스럽냐.”
어스래빗 연습실. 멤버들은 같은 WB래빗 식구인 임승준의 첫 MC 도전을 보자며 TV를 켰다.
“드디어 떠비의 연습벌레가 빛을 보는구나.”
“승준, 벌레야?”
“사람에게 그냥 벌레라고 하면 욕처럼 들리지만, 앞에 ‘연습’이란 단어를 붙이면 성실하게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란 뜻이야.”
이건우가 친절히 설명해주자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승준이 형 텐션 너무 높은 거 아냐? 저 형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봐.”
“팬들이 좋아하겠다. 승준이 찐웃음 나왔다고.”
지난번, 정민솔이 다른 멤버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시끄러웠던 건, 원제로 멤버들이 직접 라이브 방송으로 오해라고 해명하자 잠잠해졌다.
정민솔의 개인 팬들도 전보다 얌전해졌다.
정민솔이 ‘걱정해주는 건 감사하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닌 일로 나 때문에 비난받는 멤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라고 라방에서 눈물을 보인 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아, 나 승준이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새 MC들의 신고식 무대가 끝나고 첫 번째 출연 팀이 나왔다. 유호가 리모컨으로 TV 전원을 껐다.
“원제로도 6월 런칭 프로그램에 나갈 거래.”
“역시.”
차남석이 말했다.
“블루액션도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블루액션도?”
“네. 안세현한테 들었어요.”
박가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첫 녹화 전까진 다른 섭외 팀 비밀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래서 인맥에서 나오는 정보력 무시 못 한다니까.”
“자, 그만 놀고 연습하자, 연습.”
“네엡.”
“우리도 연습벌레 되는 거야?”
“응.”
“연습벌레 하자, 하뉼. 일어나.”
“…….”
바닥에 널브러져서 쉬고 있던 한율은 라이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사흘 후인 15일엔 강보배와 라이언이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하고, 드림래빗의 보람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트레리안’의 첫 디지털 싱글 앨범 [갈래]가 발매되었다. 세 사람은 한 주 동안 <락뮤닷>, <뮤직센터>, 를 돌았다.
“형들 곡 좋더라.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는 남겨진 소꿉친구들의 노래. 알고 보니 진짜 떠난 게 아니라, 잘못된 길로 단단히 엇나간 친구를 겨냥한 노래였고?”
어스래빗의 유닛이지만, 평소 어스래빗이 보이던 곡과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곡.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 보배 랩 잘한다, 귀에 가사가 쏙쏙 잘 들어온다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 곡 들으니까 막 내가 얘 팬인 게 자랑스럽다ㅜㅜ
-울 엄빠 아들한테 들려줬더니 아이돌치곤 엇박 좀 타네? 이런다ㅋㅋㅋㅋ 그래서 얼굴로 보여줬더니 ㅆㅂ왜잘생겼어 완전 띠꺼워하더라ㅋㅋㅋ
-가사가 PTSD를 자극해서 심장 덜컥.. 했지만 듣다 보니 중학생 때 친했던 친구를 잃었던 당시의 허탈감이 살아나서 울컥했다..ㅜㅜ
-라욘 어릴 때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가사라니까 좀 더 슬프게 와 닿았던 것 같기도 하고
ㄴ우리나라야 엇나가봤자 돈 뺏고 때리는 일진이지만, 그 동넨 총이랑 칼 든 갱..ㄷㄷㄷ
한율은 대학과 회사 연습실, 숙소를 오가는 나날을 보냈다.
대학에서는 말로만 듣던 조별 과제 몇 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숟가락만 얹으려는 조원들을 만났다.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시고 참여율도 낮으니 이름 뺄게요.”
“나 알바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고 몇 번을 말해! 넌 돈이 많아서 모르겠지만…! 야, 사람 말 좀 들어!”
“죄송해요. 어떤 분이 약속한 걸 제대로 안 해오셔서 그걸 대신 채우느라 새벽 5시에 잤더니… 집중력이 떨어지네요. 아무튼 뺄게요, 선배님.”
“야, 서한율! …제발, 야!”
이 과정에서 불성실한 자들이 되레 학교 대나무 숲에다 한율의 험담을 하고 다녔으나, 동조해주는 이는 비슷한 부류들 뿐으로 적었다.
-무슨 배짱으로 S한테 찍힐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바본가?
-연예인이니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알아서 호구 짓 해줄 거라 착각한 멍청이들.
-처음엔 나도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거 보고 조금 놀랐는데ㅋ 옆에서 아부하면서 빌붙으려는 애들 보니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바로 이해되더라ㅇㅇ
-나 S가 웃으면서 ‘너 조별 멤버 제외.’라고 상큼하게 말하는 거 봤는데 완전 쌤통이었음ㅋㅋㅋㅋ 가슴이 뻥 뚫림
ㄴ맞음ㅋㅋㅋㅋ 지만 바쁘고 힘드냐고ㅋ S도 월드투어 공연 연습하느라 완전 바빠 보이던데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4월.
어스래빗은 월드투어 ‘The Tour’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스캔들 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
[제목: 어스래빗 공연 일정]
[04/05 – 미국 LA.
04/07 – 미국 댈러스.
04/14 – 한국 서울(데뷔2주년팬콘).
04/19 – 미국 시카고.
04/21 – 미국 애틀랜타.
04/26 – 미국 올랜도.
04/28 – 미국 뉴욕.
05/03 – 영국 런던.
05/05 – 프랑스 파리.
05/10 – 포르투갈 리스본.
05/12 – 독일 베를린.
05/17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05/19 – 스웨덴 스톡홀롬.
05/24 – 이탈리아 밀라노.
05/26 – 러시아 모스크바.
05/31 – 호주 시드니.]
-일정 어질어질하다;
-ㄱㅅㄱㅅ
-중간에 데뷔 2주년 팬콘ㅜㅜ 팬콘이랑 투어공연 세트 다르게 준비하느라 더 고생했을 텐데
-부디 어디 다치지 말고 건강히만 돌아와라
이번 북미와 유럽, 호주 투어를 떠나기 전, 어스래빗 멤버들은 사실 걱정이 많았다.
티켓이 다 안 팔리면 어떡하지? 그래서 콘서트가 취소되면 어떡하지?
작년 8월 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공항에서 열렬하게 환영해준 팬들을 만났다. 이후 그린라이브 어스래빗 채널 외국인 구독자와 너튜브 조회수가 부쩍 오르고, 최근 앨범은 사과튠즈 K-POP 앨범 차트 1위를 찍었다.
하지만 당시 비싼 VVIP 티켓을 구매, 어스래빗 팬 미팅까지 찾아온 사람 대부분은 팬심이 아닌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뉴욕에서도 그랬고 LA에서도 그랬다.
그로부터 고작 8개월.
아무리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수치를 들이밀어도 통 실감이 나지 않는 건 당연지사. 그 인기가 당장 피부로 와 닿지 않은 까닭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오동식 팀장이 말했다.
“LA와 댈러스, 뉴욕 콘서트 티켓은 오픈 이틀 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미국의 다른 세 도시도 속도는 느렸지만 다 팔렸고요.”
한율을 제외한 어스래빗 멤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이후 인천에서 직항을 타고 약 12시간을 날아 도착한 LA국제공항. 작년처럼 기껏해야 십수 명만 반겨주겠거니 하며 입국장으로 향할 때였다.
“전원 정지.”
다급히 다가온 공항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오 팀장이 멤버들에게 손바닥을 세웠다.
“우리는 다른 출구로 나갑니다.”
“왜죠.”
“입국장 앞이 평소보다 혼잡해서 위험하다네요.”
무슨 일이 있나? 어스래빗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언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느 누가 총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곳이야. 늘 조심해야 해.”
“으헉.”
그렇게 어스래빗 일행은 보통 국제선 입국장으로 사용하는 터미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빙 돌아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호텔로 가는 버스 안.
한율은 부모와의 단톡방에 LA에 잘 도착했다는 톡을 올렸다. 모친이 이내 달냥의 사진을 올렸다.
-[비행기 타느라 수고했어. 달냥이도 애들이랑 안 싸우고 잘 놀아^^]
달냥은 며칠에 걸쳐 집으로 데려가 적응 기간을 갖게 한 후 그곳에 맡겼다. 동물보호소에 있을 때도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얼마 전에도 파랑과 흑당과 함께 지냈었기에 합사 스트레스는 덜 받는 듯했다.
멋대로 한율의 핸드폰 속 달냥을 보며 길우성이 물었다.
“달냥인 잘 있대?”
“어.”
“이제 달냥이도 퓨마처럼 토실토실 살찌겠구먼?”
그때 모친이 인터넷 기사 링크를 띄웠다.
[영화 <고양이 난로>, OTT 플랫폼 공개 하루 만에]
[보이그룹 어스래빗 멤버이자 배우 서한율 주연의 영화 <고양이 난로>가 4월 1일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을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되었다.
<고양이 난로>는 공개 하루 만에 한국 TOP10에 들었으며, 일본, 터키, 말레이시아, 칠레, 프랑스 등 12개국에서 5위 안에 들었다. 미국에서는…(중략).]
한편 서한율이 출연한 드라마 <별☆일없는 집>은 한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어스래빗 팬+냥덕의 합작.
ㄴ냥덕의 수가 더 많지 않을까?
-영화 제작비 얼마 안 들었다고 하던데ㅋ 서한율 아주 돈을 쓸어 담는구나
ㄴOTT는 대부분 판권 계약이라 1위를 찍듯 뭘 하듯 플랫폼으로부터 러닝개런티 같은 추가 수익 못 받아요ㅇㅇ
ㄴ대신 배우들은 눈도장도 찍고 몸값도 올라감. 배우 이제설도 이런저런 작품 죄다 OTT 풀리고 1위 찍고 하니까 지금, OTT 제작 드라마 캐스팅돼서 회당 출연료 3억씩 받고 있음.
ㄴ미친;
ㄴ어쩐지 요즘 TV에 잘 안 보이더라니
ㄴ인기 많은 실력파 배우들이 죄다 OTT로 빠지는 이유
-다큐 말고 고양이가 직접 연기하는 고양이 장편영화가 드문 까닭에 냥덕들이 죄다 본 듯
ㄴ서한율이랑 못난이들 같이 찍은 고양이 사료 CF 풀버전+비하인드 영상도 해외 너튜브 조회수 장난 아님ㅋㅋ
ㄴ간만에 만났는데도 서한율 알아보고 막 애교 부리는 거 진짜 졸귀ㅜㅜ 울 부모님이 키우는 냥아치는 한 달만 나 안 봐도 너 누구냐고 하악질하는데..
“나 이거 물어봐도 되나 모르겠는데.”
함께 댓글까지 보던 길우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써한 넌 돈 번 거 어디에 쓸 거야? 주식? 부동산? 사업?”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 안 해봤는데. 왜?”
“어제 엄마랑 통화하는데, 엄마가 그러더라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랑 친해지든, 그 사람이 어느 날 ‘나 이런 사업하는데 돈이 잘 벌려.’ 이러면서 은근히 투자 권유하면 바로 그 사람이랑 거리 두라고. 그러니까 미리.”
길우성이 악센트로 주의를 끌었다. 건너편에 앉은 차남석이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길우성이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한테 통장 보내래.”
“…….”
“정말 그래야 하는 걸까? 아직 정산받으려면 멀었는데?”
차남석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 넌 어머니한테 맡겨.”
“왜죠.”
“넌 사람 한번 믿으면 뒤통수 맞고 자빠지기 전까지 믿는 타입이니까.”
“이것은 칭찬인가 호구 낙인인가!”
“후자.”
“에에잇!”
앞자리에 앉은 박가람이 길우성을 돌아보았다.
“돈 관리 제대로 할 자신 없으면 부모님께 맡기는 것도 방법이야. 돈 빌려달라느니, 투자해달라느니 하는 사람들한테도 ‘제 돈 부모님이 관리하셔서요.’라고 거절 핑곗거리 만들기도 좋고. 단, 부모님이 귀가 얇지 않다는 전제하에.”
이건우도 끼어들었다.
“통장만 맡기되,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는 거지. 가족도 너무 믿으면 안 돼.”
“그 말 나중에 건우 형네 부모님께….”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 내가 맡긴 세뱃돈을 멋대로 써버린 순간부터 신뢰감이 깨졌어.”
“저런. 그 돈이 형의 대학 등록금 일부가 되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
“어쨌든 그럼 통장 맡기는 의미가 없지 않아? 통장이야 재발급받으면 끝인데.”
‘정산금은 어떻게, 누가 관리하는 게 좋은가’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다.
“나는 제1금융권 은행에다 내 명의로 저금해놓고 청약이랑 적금 차곡차곡 붓는 게 최고인 것 같아. 부동산 투기니, 주식 같은 건 계속 그쪽으로 신경 쓰이게 돼서 본업까지 소홀해질 것 같거든. 돈에 욕심이 생기는 순간부터 내가 변하진 않을까 무섭기도 하고.”
“나도 보배처럼 청약이랑 적금. 하지만 큰돈은 엄마한테 맡기려고.”
“난 집이랑 목장 살래. 산양 키우고 싶어.”
“산양 목장…? 아니, 이 무슨 스케일.”
“라이언이 요즘 임실에서 나는 치즈랑 요거트에 꽂혔거든.”
“그거 비싸지 않아?”
“전에 음방 돌 때 보람이가 잔뜩 들고 왔었어. 큰집에서 보내줬다고.”
강보배를 바라보던 길우성의 어깨가 살짝 처졌다.
“같이 곡 작업하면서 친해졌나 봐…?”
강보배가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웃었다.
“스캔들 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 아니니? 맞아, 어, …음.”
“어느 쪽이냐.”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던 오 팀장이 멤버들에게 고했다.
“이동 중이라 위험하니 다들 똑바로 앉으세요.”
“네엡.”
한율은 빨개지는 길우성의 귀를 보다가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은보람은 3년 전, 회사에서 연기와 중국어 레슨을 받을 때마다 길우성이 유독 의식하며, 시선만 받아도 지금처럼 귀가 빨개지던 상대였다.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오랫동안 마주치지 않게 돼서 마음을 접었나 했는데, 아직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니.’
호텔에 도착한 후, 어스래빗 멤버들은 시차 적응 및 컨디션을 위해 사부작거리다가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엔 무대 설치 작업 중인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회사에서 대관한 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그린라이브에 올릴 영상 콘텐츠나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화보도 찍고. LA 콘서트 전날엔 공연장에서 리허설로 하루를 보냈다.
이 모든 건 첫 북미·유럽·호주 투어 비하인드 영상 촬영 카메라에 담겼다.
“드디어 내일 첫 번째 도시, LA에서 단독 콘서트를 합니다.”
자기 전, 한율은 셀캠을 들어 영상을 촬영했다. 이 또한 이번 투어 비하인드 혹은 그린라이브 콘텐츠에 담길 예정.
“작년 아시아 투어 때도 그랬지만, 다른 나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먼 곳에서 우리를 먼저 알아봐 준 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 거잖아요.”
한율은 잠시 할 말을 고르다가 미소 지었다.
“그래서 정말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