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6화 (186/427)

* * *

“이상해.”

“뭐가?”

‘스타믹스’ 종이가 붙은 천막 대기실.

가방을 챙기면서도 JE는 연신 찝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 돔구장에 가까이 왔을 때, 안으로 들어와 무대 준비를 하고, 무대에 선 내내 느낀 불쾌감과 위화감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찝찝했다.

‘내가 무속인도 아니고, 촉이 아주 좋다고 자부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영 찜찜하단 말이지.’

“아니야. 그냥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그래. 여기 기분 나빠.”

“그래?”

“스타믹스 여러분.”

매니저가 그들에게 소리 높여 고했다.

“주차장 가는 통로에 <달리는 예능> 설문 패널이 세워졌대요. 촬영도 되는 거니까, 잠깐 시간 내서 참여해주세요.”

“네.”

설문 패널과 카메라가 설치된 곳엔 이미 다른 출연자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스타믹스 멤버들은 히아신스 멤버들 뒤에 줄을 섰다.

“그런데 무슨 설문이지?”

에이플이 옆걸음으로 슬쩍슬쩍 이동해서 설문 패널을 살폈다.

“다시 태어났을 때 ‘우리 부모님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멤버…. 오, 어려운 질문인데?”

“일단 유기원 선배님은 잔소리가 많으실 것 같아.”

“김중구 선배님은… 너무 엄할 것 같고. 주말마다 헬스장이나 산으로 끌려갈 것 같지 않아?”

“난 무조건 송혜지 님.”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무슨 설문이에요?”

그때 어스래빗 멤버들도 설문 패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달리는 예능>에서 쓸 건가 봐. 누가 우리 부모님이었으면 좋겠냐, 누가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냐는 설문이야.”

“오호?”

길우성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타닥, 타닥. 발에 리듬을 실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그 순간이었다.

“……?!”

JE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길우성을 보았다.

살랑. 길우성에게서 바로 어제, 퍼플아워 진은수에게서 났던 그 좋은 향기가 희미하게 난 까닭이었다.

“야.”

덥석.

“응? 왜요, 형님?”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 JE는 미간을 깊게 찡그린 채 길우성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았다.

“뭐야…. 왜 그래요, 형님….”

길우성이 상처받은 얼굴로 휙 떨어졌다.

“나 무슨 냄새 나…?”

“…아니, 미안.”

JE는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선 말을 돌렸다.

“아무것도 아냐. 서한율은 어디 갔어?”

“잠깐 방송국 분이 불러서 이야기 중…인데 왜 그래요, 지은 형님. 표정 무서워….”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스타믹스 리더 지헌이 슬쩍 웃으며 끼어들었다.

“지은이가 어제부터 몸살 기운 때문에 좀 예민한 상태야. 이해해주라.”

“저런. 내일 스케줄 없으면 푹 쉬어, 형.”

“어.”

한편, 설문 패널과 카메라를 설치하러 왔던 <달리는 예능> 제작진과 짧게 이야기를 나눈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얘기해볼게요.”

“감사합니다. 한율 씨만 믿을게요!”

드라마 <서울 구미호> 첫 방송이 한 달 정도 남았다. 그래서 그때에 맞춰 <서울 구미호> 주연들을 섭외하고 싶은데, 이제설이 출연을 사양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너무 믿으셔도 곤란한데. 선이 분명한 분이라서요.”

“하하, 그래도 믿습니다!”

한율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곤 몸을 돌렸다. 옆을 지키던 조유찬이 조용히 웃었다.

“보통은 홍보 때문에 드라마 쪽에서 배우들을 예능에 내보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어째 반대네.”

“제설 선배님, 지난번 OTT 드라마가 해외에서 대박 났었잖아요. 그래서 제설 선배님 출연으로 <달리는 예능> 홍보 효과가 더 크게 날 거란 계산 때문 아닐까요? 평소 예능에서 거의 볼 수 없기도 하고.”

“물어본 적 있어? 왜 예능에 출연 안 하는지?”

“네. ‘그들이 예능에서 보고자 하는 내 모습이 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던데요.”

“으음.”

“어? 안녕하세요!”

그때 모퉁이에서 퍼플아워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우르르 나왔다. 개중엔 진은수와 CF를 촬영할 때마다 만났던 매니저 장미소도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쪽에선 주차장으로 향하는 통로가 여기뿐이라, 한율과 조유찬은 그들에게 꾸벅 인사하곤 앞서 걸었다. 그리고 주제를 바꿔 대화했다.

“그런데 무슨 설문일까요?”

“너무 곤란한 질문만 아니면 좋을 텐데.”

그 순간이었다.

그그긍….

“…….”

다시 또 위에서 들리는 이상하고 불쾌한 낮은 울림.

“왜 그래, 한율아?”

한율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자, 퍼플아워 일행과 조유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율을 바라보았다.

딱 한 사람.

“왜 그래, 은수야?”

진은수를 제외하곤.

한율처럼 위를 본 진은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요…. 못 들었어요, 언니…?”

앞으로 1년 6개월

‘특정한 소리가 소수의 사람에게만 들린다?’

바깥은 어느새 바람이 잦아들어 비만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훈훈한 공기가 도는 차 안에서 한율은 서서히 멀어지는 돔구장을 보았다. 살며시 창을 열자 차가운 비 냄새가 들어왔다.

‘기준이 뭘까. 유난히 청력이 발달한 사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새벽에 다시 와서 확인해봐야겠어.’

“춥다. 문 닫아라, 한율아.”

“네.”

우웅. 한율은 창을 도로 닫고선 핸드폰을 꺼냈다.

스타믹스 JE로부터 톡.

-[조용히 통화 가능할 때 톡 주라.]

“……?”

2시간 후. 회사에서 오늘 방송 모니터링 및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숙소로 귀가, 말끔하게 씻은 한율은 머리카락도 말리지 않고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스타믹스 숙소로 향했다.

도착해서 JE에게 전화하자, 그가 곧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나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냥 전화로 해도 되는데 여기까지 왔냐, 수고스럽게.”

“바람도 쐴 겸 해서요. 내일 스케줄 있어요?”

“오후에 연습 빼곤 없어. 뭐 마실 거 없냐?”

“편의점? 카페?”

“간단하게 편의점 가자. 그리고 이거. 지헌이 형이 너 주라더라.”

JE가 종이봉투를 한율에게 넘겼다. 안에는 올해 여름 개봉했던 지헌 주연의 공포영화, <입>의 블루레이 한정판 세트가 담겨 있었다.

“예전부터 줘야지, 줘야지 생각만 하다가 잊어버렸었대.”

“난 생각도 못 했는데.”

한율은 지헌에게 고맙다는 톡을 보냈다. 곧 답톡이 왔다.

-[손지은 드라마 카메오 출연시켜줘서, 리더로서 고맙다ㅎㅎ]

JE에게 보여주자 그는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낯간지럽게 뭔 이런 말을.”

“사이 좋은데요?”

하아. JE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한율 대신 종이가방을 집어서 뒷좌석으로 넘겨주었다.

“스타믹스 계약이 5개월밖에 안 남았잖아.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나 봐. 더구나 형은 내년이면 스물여덟이니, 슬슬 입대 준비도 해야 하고.”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 편의점으로 차를 몰았다. 음료는 편의점 앞에 잠깐 차를 세웠을 때 JE가 아주 빠른 속도로 사 왔다. 꿀 유자차 두 병, 그리고 호빵 두 개도 함께.

“전화로 하려던 얘기는 뭐예요?”

근처 공원 주차장. 벽과 마주 보게끔 차를 세워둔 채 호빵을 먹으며 물었다.

“내가 어제랑 오늘 좀 이상한 일을 겪었는데, 왠지 너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제 뒤에 보인다는 거랑 관련된 것 같아요?”

“그건 아닌데….”

JE는 음료를 마시며 뜸을 들였다. 그래서 한율이 먼저 물었다.

“선배님, 혹시 오늘 공연장에서 이상한 소리 들은 적 없어요?”

“무슨 이상한 소리?”

“거대하고 육중한 뭔가가 그긍거리며 뒤틀리는 소리요. 4시 10분쯤에 한 번, 아이허니 무대 때 또 한 번, 8시 20분쯤에 다시 한번. 이렇게, 건물 위쪽에서 났었거든요.”

JE는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서서히 미간을 구기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공연장에 도착한 게 4시 20분쯤이긴 한데… 그런 소리는 못 들은 것 같아. 그런데 그건 왜?”

“분명히 제 귀에 세 번이나 들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못 들었다고 해서요. 그래서 혹시 귀신의 장난인가 싶어서.”

JE는 재차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난 별다른 소리 못 들었어. 멤버들도 이상한 소리 들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혹시 공연장 천장이나 음향 장비에 문제 있었던 거 아냐? 네가 아주 예민해서 그걸 알아챈 거고?”

JE는 못 들었다….

‘하긴. 소리의 원인이 마나 현상과 관련되어 있었다면, 소리뿐만이 아니라 그 특유의 기운이 짙게 풍겼겠지.’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선배님이 겪었다던 이상한 일은 뭐예요?”

“아…. 막상 말로 하려니까 내가 더 이상한 놈 같은데.”

머뭇거리던 JE가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는 퍼플아워 진은수에게, 오늘은 길우성에게서 한순간 같은 향기가 났다가 사라졌다고.

한율은 살며시 미간을 찡그렸다.

“은수 씨한테서요?”

“어.”

하아. JE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그것 때문에 오해를 산 거라니까? 친하지도 않은 남자 선배가 지나가다가 대뜸 ‘무슨 향수 써요?’라고 물어보면 작업 거는 것 같잖아. 그래서 선을 긋고 말한다는 게 과해서… 은수 씨로선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식으로 느껴졌을 거야.”

“아….”

진은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충분히 상처받을 법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고개를 갸웃했다. 진은수도 돔구장에서 한율과 같은 소리를 들었으므로.

JE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뒤 재차 한숨을 쉬었다.

“나도 평소였으면 ‘아, 좋은 향수 쓰나 보다.’ 이러고 그냥 지나가는데, 한 번도 맡아본 적 없을 정도로 정말… 뭐라고 표현을 잘 못 하겠는데 진짜 좋았거든. 가던 길 멈추고 묻고 싶었을 정도로.”

“그 향이 길우성한테도 났다는 거죠?”

“그래서 더 이상하다니까? 둘이 뭐 공통점도 없고, 네 등 뒤의 파충류 눈알처럼 이상한 게 붙어있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튼 은수 씨한테 사과해야 하는데…. 혹시 번호나 톡 ID 알아?”

“아니요.”

한율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나도 지금 진은수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잠시 후, JE를 숙소 앞에다 데려다준 한율은 다시 돔구장으로 향했다.

몇 시간 전까지 화려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 몇만 명의 관객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던 돔구장엔 적막만이 감돌았다.

사아. 한율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몸에 환영 마법과 바람의 마나를 두른 채 돔구장 위로 올라갔다.

“하….”

거대한 돔구장 지붕에 발을 디딘 한율은 고개를 들었다. 비 냄새를 잔뜩 품은 차가운 겨울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가 뱉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온몸에 휘감고 있던 마나 일부를 사방으로 흘려보냈다.

살며시 열리는 한율의 눈이 은은한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아무 이상도 없어. 마나의 농도나 흐름도 서울 여느 곳과 전혀 다를 바 없고.’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어느새 그쳐, 도심 소음 외엔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돔구장 안도 마찬가지. 천장의 철골 구조물을 비롯해 내부까지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무수한 가능성을 떠올리던 한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톡을 보냈다.

[지금 만날 수 있을까?]

바로 답장이 왔다.

-[물론이죠!]

* * *

[어스래빗 서한율, WB래빗 플리마켓 판매 물품 대공개!]

[오늘 31일, 어스래빗 서한율이 올해도 판매수익금을 ○○어린이 복지재단에 기부하는 ‘설맞이 WB래빗 플리마켓’에 내놓을 개인 물품을 공개했다.

(사진=서한율 개인 SNS)

명품 코트부터 패딩, 시계 등 올해도 다양한…(중략).]

“그렇게 좋아? 핸드폰 받아서?”

깜짝. 기사를 보던 진은수는 화들짝 놀라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언제 들어온 건지, 루아가 침대 옆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네, 뭐….”

엎드려 누워있던 진은수는 핸드폰 홈 버튼을 누르며 일어났다.

바로 어제 있었던 아림 엔터테인먼트 송년회. 아림 대표는 올해 퍼플아워가 이뤄낸 성과를 칭찬하며 퍼플아워 멤버들에게 핸드폰 사용을 허락했다. 데뷔한 지 1년 반만이었다.

리더인 루아는 데뷔 전부터 유일하게 핸드폰 사용을 허락받았지만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도둑맞아서 내용이 털릴지 모르니까, 지문이나 아주 복잡한 패턴으로 잠그는 거 잊지 마. 혹시 모르니 연애하려면 서브 폰 쓰고. 물론, 다른 사람 명의로.”

진은수는 고개와 손을 함께 저었다.

“연애라뇨. 전 그런 거 할 생각 전혀 없어요.”

“핸드폰이 있을 때와 없을 때랑은 드는 생각이 아주 달라, 은수야.”

풀썩. 루아가 옆에 앉더니 다정한 얼굴로 진은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전에는 따로 연락할 방법이 까다로워서 반강제로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생각날걸?”

“아뇨, 정말 연애할 생각 없어요.”

“아까까지 서한율 기사 보고 있었으면서?”

“팬심이에요!”

진은수는 지금껏 여러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스래빗 서한율 좋아한다며? 사실이야?』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연애 감정이 아니라, 팬심이에요.”

“정말?”

“언니도 한율 선배님 연기, 정말 소름 끼치게 잘한다고 했었잖아요. 같이 CF 찍고, 화보 찍는 동안 옆에서 본 저는 오죽했겠어요?”

그러곤 믿어달라는 미소.

…흐.

“너 그렇게 바보같이 웃지 말라고 했지? 예쁜 얼굴 막 쓸래?”

“…죄송합니다.”

“아냐. 아무튼, 연애하고 싶으면 다른 회사 애 말고 되도록 같은 회사에서 찾아. 사람 일 모르는 법이니까, 유호나 이해원하고 자주 연락하는 것도 피하고.”

“네.”

“그럼 난 간다. 잘 자.”

루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로 용건이나 다른 속셈이 있어서 온 거 아닌가? 진은수는 의아한 얼굴로 따라 일어났다가, 돌연 휙 돌아보는 루아의 행동에 놀라 움찔 떨었다.

“아, 이 얘길 한다는 걸 깜빡했어.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뭔데요?”

“은수 너.”

루아가 활짝 웃었다.

“기혁 오빠랑 따로 연락하면 죽여버린다?”

“…….”

타악.

루아가 문을 닫으며 나갔다.

“…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고. 진은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머리를 흔들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그럼 그렇지.’

뒹굴, 몸을 돌려서 핸드폰을 집었다. 홈 버튼을 누르자 조금 전 보던 기사가 고스란히 떴다. 어스래빗 정규 1집 앨범 [Great Time]에 실린 서한율의 재킷 이미지도.

‘루아 언니 말이 맞을지도 몰라. 선배님이랑 같이 광고 모델 했을 때 나한테 핸드폰이 있었다면… 내 마음이랑 감정을 더 주체하지 못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멍하니 핸드폰 속 서한율을 바라볼 때였다.

우웅.

‘깜짝이야.’

갑자기 울리는 진동에 놀라, 진은수는 어깨를 떨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톡이 들어왔다.

-[은수야, 안녕?]

진은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톡을 보낸 이의 프사가, 서한율의 고양이인 달냥과 아주 똑같이 생긴 고양이 사진인 까닭.

그리고 곧이어 올라오는 톡에, 이번엔 정말로 놀라 핸드폰을 베개에다 던지고 말았다.

-[나 서한율이야.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