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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미호> 구미호 회담 별장, 실제 대기업이 소유한 곳]
[어제 7일 방송된 <서울 구미호> 12화에서 구미호 회담이 열린 별장이 실제 L그룹 소유 별장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tv Mu <서울 구미호> 중)
극 중에서 L백화점을 촬영 장소로 협찬 중인 L그룹은 촬영에 앞서 훼손 가능성이 있는 고가의 장식품 대부분을 미리 치웠으나, 회담이 열린 접객실의 수백억 원대 그림이나 고급 명품 가구는 그대로…(중략).]
-구미호 회담 씬은 같은 현실이면서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최근에 어두컴컴한 장면이 자주 나와서 잠시 쉬어가란 의미로 눈 호강시켜 준 건가?
-몇천만 원짜리 소파랑 조명 나오는 거 보면서 이거 세트 아니고 실제 장소 같다고 느꼈는데 진짜였고ㅋㅋㅋ
-내가 서구에서 우리 오빠들을 볼 줄이야
-회담 씬 그리 길진 않았는데, 정말 보는 내내 저런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다가 나오는 걸까 감탄 제대로 한 듯
-구미호들한테 귀랑 꼬리 CG 안 붙인 게 천만다행인 듯ㅋㅋㅋ 그랬으면 더 웃겼을 텐데
ㄴ전 아쉬워용
-서울 구미호 제작사는 빨리 구미호 회담 비하인드 영상을 내놓아라
-보통 별장처럼 사적인 공간 협찬은 잘 안 하는데 L그룹이 통 크게 쐈네
포털사이트 실검엔 [구미호회담]이 올라왔다. [서울구미호 L그룹별장]도. L백화점 측은 공식 홍보 SNS를 통해 드라마에 나온 L백화점 실제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백화점 ○○점으로 오시면 <서울 구미호> 슬호, 형호 실제 사이즈 입간판과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슬호와 형호가 찌그러뜨린 셔터는 깨끗하게 복구되었습니다! :D]
[민해솔 경장이 흑호와 마주친 엘리베이터 앞! 드라마와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죠?]
[구미호들이 어질러놓고 떨어뜨린 물건은 실제 판매 상품이 아니라 촬영용 소품이니, 안심하고 쇼핑을 즐겨주세요! :)]
팬들의 총공으로 실검에 [서울구미호 손지은]이 올라간 스타믹스 JE도 SNS에다 사진을 올렸다. 별장에서 서한율과 찍은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용맹과 차남석, 고은훤과 식당에서 찍은 사진.
[두 달 전에 찍은 건데 드디어 공개하네요ㅋㅋ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서울구미호 #일일구미호]
전 세계 팬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다. JE는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보다가 서한율에게 톡을 보냈다.
[다시 한번 감사.]
촬영 중인지 바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집에 사는 스타믹스 멤버들이나 가족, 지인들에게서 드라마 잘 봤다는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왜 오늘 자 방송에 나온다고 얘기 안 함?]
-[못 봤잖아ㅡㅡ]
개중엔 아이허니의 유린도 있었다.
이제 유린과 <뮤직뮤직> MC로 함께 일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JE는 오래간만에 답장을 보냈다.
[재방 봐ㅋ]
-[클립으로 볼 거다]
-[(이모티콘)]
-[(이모티콘)]
참 하는 행동을 보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
우웅. 그때 서한율에게서 톡이 왔다.
-[컴백 준비로 바쁘시죠?]
[그럭저럭.]
-[23일 안 바쁘면 새 숙소로 놀러 오세요.]
[이사했어?]
-[23일에 할 예정이요.]
…뭐지, 이 녀석? 이사를 도와달란 소린가?
JE는 순간 황당했지만, 일단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후 2시 이전이면 괜찮음.]
-[네, 그날 뵙겠습니다. :)]
[ㅇㅇ]
* * *
[종영까지 앞으로 4화… <서울 구미호> 관전 포인트]
[서한율, 10일 발매 日패션 잡지 표지 장식]
[이제설·현미나·서한율, <달리는 예능> 출연 논의 중!]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및 글로벌 OTT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드라마 <서울 구미호> 주연 이제설과 현미나, 서한율이 SBC <달리는 예능> 출연을 논의 중이다. tv Mu <뮤직마켓>도 이제설, 서한율의 출연을…(중략).]
-이제설이 달예에 나온다고???
-이제설이랑 현미나 예능 나오는 거 거의 처음 아님?
ㄴ맞아용
-원래 이제설 예능 섭외 단칼에 자르기로 유명한데.. 돈이 궁해졌나? 갑자기 왜?
ㄴ이제설 알려진 재산만 백억이 넘어요, 이 사람아ㅋㅋㅋㅋㅋ
-이제설 나오면 무조건 본방 사수한다
-달예는 게스트 나오면 재미없는데
-나 아는 사람이 서구 스태프로 알바 중인데, 이거 서한율이 같이 나가자고 꼬셔서 넘어간 거라고 함ㅎㅎ
ㄴ헐ㅋㅋㅋㅋ
ㄴ이희우 때도 그러지 않았나?
ㄴ카더라 거짓부렁^^
ㄴ거짓 아닐걸요? SBC 연말 특집방송에 달예 스태프가 설문 조사 패널 설치하러 와놓고선 서한율한테 이제설 출연 설득해달라고 부탁하는 거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님.
ㄴ고고하게 철벽 치다가 친한 동생 말에 훌러덩 넘어간 거? ㅋㅋㅋㅋ
ㄴ이래서 사람이 평소에 잘해야 해
12일 오후.
“OK, 컷! 한율 씨,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한율은 PD와 스태프, 배우들에게 힘찬 박수를 받았다. 조금 전 씬을 마지막으로, 한율의 <서울 구미호> 촬영이 모두 끝났다.
조연출이 소품 상자에 숨겨 두었던 꽃다발과 선물을 꺼내 한율에게 건넸다. 한율은 그들을 향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촬영장에는 이프림이 보낸 특별 굿즈 선물, 그리고 WB래빗에서 준비한 선물이 쌓여 있었다. 한율은 조유찬과 함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직접 선물을 나눠주며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현미나, 이제설과는 가볍게 포옹하고 악수했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요, 한율 씨.”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님께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럼 일요일에 보자. 수고했다.”
“네, 선배님도 남은 촬영 수고하세요.”
마지막으로 PD와도 인사를 나눈 뒤, 한율은 남은 촬영에 방해되지 않도록 먼저 촬영장을 떠났다.
천천히 차를 운전하며 조유찬이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한율아.”
“형도 137일 동안 수고하셨어요.”
“크으. 그걸 일일이 셌어?”
“이프림이 알려주던데요? 포털사이트 날짜 계산기로 계산했대요.”
“내 감동 돌려내.”
한율은 가볍게 웃으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곤 차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조유찬에게 건넸다.
“이건 형한테 따로 준비한 선물이에요. 곧 형 생일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어? 아니, 운전 중에 주면 어떡해. 리액션을 제대로 못 하잖아.”
“그래서 지금 드리는 건데.”
“너도 참. 어쨌든 고마워, 한율아. 그런데 이게 뭐….”
작은 종이상자를 열어본 조유찬이 그대로 굳었다.
“…….”
“형, 신호 풀리겠어요.”
“이거….”
조유찬은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뻐끔거리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신호가 풀리자마자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대로변에다 차를 세웠다.
끼익.
“이게 뭐야?!”
뒤늦게 버럭 놀란 소리. 잘그락. 작은 상자에서도 열쇠와 키홀더 토끼 장식이 부딪치며 소리 났다. 키홀더는 어스래빗 공식 굿즈였다.
“차 키요. 매니저 숙소 주차장에다 세워뒀어요.”
“…….”
조유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훌쩍. 그가 코를 삼키면서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내가 진짜… 이런 걸 바라고 매니저가 된 게 아닌데….”
“그럼 다시 돌려….”
“고맙다, 한율아!”
와락. 조유찬이 한율을 끌어안았다.
“내가 정말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너를 만났는지 정말…. 하핫!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할게!”
“네. 명의 이전은 내일 광고 촬영 일찍 끝나면 그때 해요.”
서울로 돌아온 차는 어스래빗 숙소가 아닌, 한율의 부모 집으로 향했다.
“내일 촬영 있으니까 오래간만의 집밥이라고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응. 사랑한다, 우리 연예인.”
평소에도 일 때문에 운전을 자주 해서 지긋지긋할 텐데, 그래도 개인 소유 차량이 생겨서 기쁜 걸까.
한율은 한껏 풀어진 조유찬의 얼굴을 보곤 당부했다.
“운전 조심히 해요.”
“응, 응. 그럼 들어가.”
그날 밤.
부모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한율은 거실 광경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5개월 동안 수고 많았어, 한율아.”
“수고했다, 서한율.”
축하와 수고 인사를 건네는 멤버들의 목소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벽에는 [♡서울 구미호 촬영 종료 축하 파티♡]를 적은 색종이가, 거실 중앙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운 널찍한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다.
“분명히 부모님과 저녁 먹고 온다고 말했는데요.”
박가람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도 내일 광고 촬영이라 많이 안 먹었을 거 아냐. 그래서 준비했어.”
“싸우자는 거죠?”
“크크큭.”
“걱정하지 마, 써한. 널 위한 음식은 따로 있어.”
길우성이 생글생글 웃으며 그릇 하나를 들었다. 먹기 좋게 다듬어진 양상추와 당근, 파프리카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
“한율아, 오늘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직원이 이거 줬다?”
말없이 채소를 바라보는데, 강보배가 한율이 표지를 장식한 일본 패션 잡지를 꺼냈다. 촤라락. 그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페이지로 넘기자, 박가람이 잡지를 쏙 빼더니 헛기침했다.
“커흠. 한율 씨는 어떤 연애를 꿈꾸세요? …저는 연애에 대한 꿈은 꾸지 않습니다. 제 상상대로 이뤄지는 연애가 진짜 연애일까요? 한율 씨는 나중에 결혼하면 어떤 남편이 되고 싶으세….”
휙.
“요홋?!”
한율이 잡지를 빼앗으려 하자 박가람이 뒤로 잡지를 감췄다. 그가 겅중겅중 소파를 밟으며 도망쳤다.
“저는 가족을, 든든히 지킬 수 있는, 따뜻하고 자상한… 어, 헛! 형님이 읽는데! 어딜….”
덥석.
“…으아아! 동생이 형 팬다…!”
그런 설정이구나?
연예계 폭로 이슈는, 제삼자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경우가 많다.
15일 일요일. 이제설의 집에서 온더로즈 영아와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 한율은 저녁 식사 초대 보답으로 줄 선물을 사러 나와 있었다.
“히익…. 야, 써한. 이것 좀 봐봐.”
평이 좋다는 와인샵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심심하다며 함께 따라온 길우성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그놈 얘기 같아.”
“……?”
한율은 시동을 끈 뒤 핸드폰을 받았다.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 메인에 올라온 기사.
[‘저는 안티로 가장했던 아이돌의 전 여친입니다’ 충격 폭로]
[15일 새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돌 A씨에 대한 충격적인 폭로가 등장했다.
익명의 글쓴이는 “난 A씨가 아이돌그룹 B로 데뷔하기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부터 그의 팬이었다. 그리고 A씨는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철저히 이용했다.”라며 “A씨는 내게 자신이 싫어하는 후배 아이돌그룹의 미니 팬미팅을 망치면 따로 만나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A씨는 자신에게 해가 될까 나를 A씨와 B의 안티로 위장시켰다.”라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당시 A씨 소속사 직원이 시키는 대로 B의 굿즈를 태웠던 사진 일부를 함께 올렸다. 그리고 “한 방송사에서 아이돌 사생 주제를 다루며 내 영상을 올렸다. 그걸 보고 불안해서 연락하자 A씨는 미안하다며 만남을 청했다. 그때 나는 그의 사과를 순순히 받아들였고, 이후로도 이어진 A씨의 호의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연인 관계로 발전해 2년 동안 몰래 만났다.”라고 털어놓았다.
충격적인 폭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글쓴이는 “A씨는 늘 손에서 담배를 떼어놓지 않았으며, 어쩔 땐 다른 여자 향수 냄새를 묻히고 왔다. 술에 취해 ‘멍청한 X’이라고 욕설도 퍼부었다. 하루는 해외 스케줄을 간 그를 대신해 게임 출석 체크를 하는데, 순간 내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그만하자고 했다. A씨는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과 PC에 남은 그동안의 흔적을 눈앞에서 모조리 지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A씨의 순진한 웃음에 속아 넘어가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업로드된 지 3분 만에 삭제됐으나…(중략).]
-A씨 2016년 데뷔한 그룹 M 멤버로 강력 추정. 데뷔 전에 뮤닷 프로그램에 나왔던 멤버가 3명이고, 2017년 11월 26일 자 편에서 ㅇㅅㄹㅂ 팬미팅 망쳤던 K양이 M 팬이었음.
ㄴ대박 소름ㄷㄷㄷ
ㄴ처음에 오빠가 분탕질 좀 치라고 해서 망쳤다고 떠들다가 나중엔 M 사생 스토커로 고소당할 처지라서 덮어씌우려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게 진짜로 시킨 거였다고?
-중요한 건 폭로자가 A랑 사귀었다는 증거도, 그 전에 시켰다는 증거도 하나도 없다는 거임.
ㄴ기사엔 안 나왔는데, 원본에 당시 A씨 회사 직원, 그리고 A씨랑 통화 했던 내역 있다고 밝혔음.
-기자야 너는 커뮤 글 그대로 퍼 와서 월급 따박따박 받아가서 좋겠다
-이게 사실이면 똑같은 것들끼리 붙어먹은 거 아님?
-난 뭘 폭로한 건지 모르겠다. 밖에선 순진하게 웃으면서 뒤로 개꼴초에 가끔 바람 의혹? 도 있기는 했는데 이건 확실하지 않고, 멍청한 ㄴ이라고 욕한 게 다 아님? 안티로 위장 당해서 욕 처먹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2년 동안 사귄 게 말이 더 안 되는데?
ㄴㄹㅇㅋㅋ
ㄴ결정적으로 둘이 사겼다는 증거가 1도 없음
ㄴ반대로 A씨가 협박받은 걸지도
-나도 가끔 남친한테 겜 출첵 맡길 때 있는데.. 그게 상대방 비참하게 만드는 짓인지 처음 아랏네..
ㄴ저두요..
ㄴ난 가끔 누나한테 부탁하는데
-위의 댓글들 제정신인가? 이별 통보를 글쓴이가 먼저 했어도, A씨가 처음부터 글쓴이 팬심 철저히 이용하고 버린 거잖아요.
ㄴ아무리 팬심이 넘쳐나도 그렇지, 만나 준다는 말에 혹해서 엉뚱한 아이돌 팬미팅을 깽판 쳐요? ㅋㅋㅋ
ㄴ그때 글쓴이도 잘못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교사범 A씨는 글쓴이가 경찰 조사받는 동안 모르쇠로 일관, 글쓴이에게 모든 잘못을 다 뒤집어씌우고 뻔뻔하게 연예계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피해 아이돌그룹에게도 난 모르는 일이다, 사생 짓이니 우리도 피해자다라며 넘어갔겠죠? 팬들을 기만한 것도 큰 잘못이고요.
ㄴ아..
ㄴ처음엔 고작 이런 걸로? 했는데 이 댓글 보니 정신이 확 드네;
-M 데뷔 전에 ㅂㅋ3에 나온 게 ㄱㅈㅁ, ㅇㅇㅅ, ㅇㅎㅇ 이 셋인데 ㅇㅎㅇ은 아닐 것 같음. 대기업 회장 손녀 만나면서 팬이랑도 양다리 걸치는 건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ㄴ이해원은 확실히 아님. 어스래빗 팬미팅 사건 다음 날이 되어서야 핸드폰 돌려받은 애가 어떻게 팬이랑 내통해
ㄴ그럼 ㅇㅇㅅ이랑 ㄱㅈㅁ 둘 중 하나네
ㄴ응 듣보 몰라
ㄴ음방 MC보고 듣보라고 하는 거 보니 선생님께선...
-다른 피해자 생길까 걱정된다면서 A씨 실명은 안 밝히는 것부터가 코미디네
ㄴ단서가 바로 정답을 가리키는데?
-증거가 너무 적어서 중립 기어 박는다.
-미치겠다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ㅇㅅㄹㅂ 멤버 SNS에 반야심경 올림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봐도 MOHE 안인섭 얘기 같지?”
철컥. 한율은 핸드폰을 돌려주곤 안전띠를 풀었다.
“어.”
“와, 정말 그때 일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팬한테 그런 짓을 시킬 수가 있지? 그때 자기 믿고 감싸준 다른 팬들한테도 전혀 미안하지 않은 건가? 대체 몇 명을 기만한 거냐고.”
길우성은 차에서 내린 뒤에도 본인 일처럼 씩씩거렸다.
“더구나 사귀는 사람한테 그딴 욕까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없는 거잖아.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기본적으로 말 함부로 하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랬어. 사소하게 보여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포함해서,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너 와인 마셔본 적 있냐?”
가게로 들어가며 말을 돌리자, 길우성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있겠냐? 차라리 제설 선배님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선배님 집에 선물로 들고 갈 와인을, 선배님한테 묻고 사라고?”
“취향 안 맞는 거 선물로 주느니, 오히려 그게 낫지 않아?”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매장은 처음이십니까?”
“네. 와인을 사는 것도 처음이에요.”
“네, 선물용이십니까? 아니면….”
잠시 후. 와인샵을 나와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데, 길우성이 우뚝 멈춰 섰다.
“여기 직원분 수완 장난 아니시다. 나까지 넘어가서 두 병을 샀어…!”
“네 귀가 얇은 거야.”
아이돌 A씨 폭로 이슈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파만파 커졌다. 주어진 단서가 명백히 MOHE를 가리키는 까닭이었다. 여기에 몇몇 멤버의 술집과 클럽 목격담, 지금껏 그들이 저지른 잘못과 실수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너튜버들의 영상까지.
이해원의 열애설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몇몇 언론사에서도 아예 MOHE라고 그룹 이름을 밝히는 바람에, 침묵하던 VEL 엔터는 사실 확인 중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한율은 이제설의 집에서 돌아온 뒤, 인터넷 상황을 살피고 나서 이해원에게 톡을 보냈다.
[형, 괜찮아요?]
-[응, 난 괜찮아. 그것보다]
-[안 좋은 일에 너희 팀 이름 오르내리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내일도 명상 센터 가요?]
-[ㅇㅇ]
[그럼 내일 거기서 봐요.]
-[괜찮겠어? 아직 크게 수상한 점은 없지만]
-[그래도 수상한 곳인데]
한율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내일 봐요.]
다음 날. 한율은 새 숙소에 들일 가구를 보러 가자는 핑계로 박가람을 꼬드겨 함께 나왔다. 그러곤 정말로 가구점을 둘러보고 난 뒤, 명상 센터가 있는 건물 주차장에다 차를 세웠다.
“응? 새 숙소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아? 편의점 들르려고?”
“여기에서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나도? 같이?”
“네.”
박가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3층에 있는 명상 센터 앞. 한율이 열쇠와 비밀번호로 두 자물쇠를 해제해 문을 열자, 박가람은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너희 집 부업으로 명상 센터도 운영해?”
“들어와요. 여기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실례합니다아.”
아직 이해원이 오기 전이라 센터 안은 캄캄했다. 계나리는 학교에 갔을 시간이고.
삐릭. 닫은 문이 저절로 잠겼다.
한율은 중문을 활짝 열어 로비 조명부터 켰다. 거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가자, 박가람도 따라서 신발을 갈아 신고 조심스레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어? 캣타워다. 고양인 어디 있어?”
삑. 한율은 냉난방기 전원을 켰다.
“출근 전이에요.”
“고양이도 출근해?”
“차 마실래요? 커피?”
“아무거나 막 마셔도 돼?”
“네.”
박가람은 율무차를 가리키곤 신기한 얼굴로 센터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한율이 커피와 율무차를 타서 방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따라왔다.
“이제 얘기 좀 해주시죠, 서한율 씨. 만날 사람이 있다더니 사람도 없고, 너는 네 집처럼 편하게 문 따고 들어와서 차나 타고. 지금 여기, 겉으론 멀쩡한 명상 센터처럼 보여도 사업 등록된 곳이란 증거가 어디에도 안 보이거든? 카드 리더기도 없고.”
은근히 예리하네.
한율은 대답 대신 말했다.
“방석 좀 깔아주세요.”
으음. 박가람은 유명한 탐정 만화 주인공처럼 턱에다 손을 댔다. 그 포즈 그대로 방석 두 장을 들고 와 바닥에 툭툭 깔았다.
“그렇다고 네가 따로 마련한 개인 휴식 공간이라 보기엔… 여러 사람을 위해 준비된 물품이 너무 많단 말이지? 혹시… 이상한 비밀 클럽이나 사이비 종교 단체는 아니겠지?!”
“저도 잘은 모르는데.”
한율은 박가람에게 율무차를 내밀곤 방석에 앉았다. 커피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신 뒤에야 말을 이었다.
“마법 학교래요.”
“…뭐?”
맞은편에 앉아서 차를 마시려던 박가람이 입에서 컵을 뗐다.
“뭔 학교?”
“마법 학교요.”
“…….”
박가람은 눈을 끔뻑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런 설정이구나?”
호록. 차를 한 모금 마신 박가람이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돼?”
아무래도 어스래빗 자체 콘텐츠 촬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카메라나 스태프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숨겨놨겠거니 여기며.
“형.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MP? 마력? 지팡이?”
종종 게임과 영화로 접한 개념이라 그런지 쉽게 대답이 나온다.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이죠. 그 마력을 모으려면 어떤 힘인지부터 알아야겠죠? 알아야 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음.”
“컵 내려놓고, 편한 포즈로 심호흡 천천히 하면서 눈 감으세요.”
“누워도 돼? 여기 따뜻하니까 등 좀 지지고 싶어지는데.”
“호떡 놀이는 나중에 하시고, 앉아서요.”
카메라를 찾는 건지, 박가람은 방 안을 크게 둘러본 뒤 컵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한율이 시키는 대로 심호흡하고 나서 눈을 감았다.
중얼.
“명상의 시간인가.”
살랑. 한율이 끌어온 주변의 마나가 미약한 바람을 일으키며 손끝에 모였다. 응축된 마나는 이내 박가람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향해 스르륵 들어갔다.
그 순간,
“앗, 차거!”
박가람이 화들짝 놀라며 감았던 눈을 떴다.
“뭐냐, 방금? 나한테 혹시 얼음 갖다 댔어? 뭔가 차가운 게 반지 쪽으로 스르륵 들어와서 소름처럼 확 퍼졌… 응?”
반지를 낀 손가락과 팔, 여기저기를 더듬거리던 박가람이 미간을 찡그렸다.
한율은 담담히 설명했다.
“방금 느낀 게 마력을 만드는 힘, 마나에요.”
내가 착한 형이라 속아준다
박가람이 벙벙한 얼굴로 되물었다.
“마나…?”
“네. 전에도 종종 느꼈을 거예요. 제가 그 반지를 세척하고 돌려준 뒤부터.”
“…….”
박가람은 멍한 얼굴로 눈을 끔뻑거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혼란스러운 듯했다.
“촬영…하는 거 아냐?”
“아닌데요.”
“…….”
긁적긁적. 박가람이 머리를 긁더니 율무차를 집었다. 호록, 호록. 마시면서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연신 갸웃거린다. 그러다가 컵을 내려놓고선 한율에게 손을 뻗었다.
툭. 뜨뜻한 손이 한율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저처럼 피부 좋아지는 기 수련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응, 어떻게 하면 돼?”
이젠 한율의 장난으로 여기려는 모양.
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처럼 허리 곧게 편 채로 앉아서, 두 손은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심호흡하세요.”
“에휴, 내가 착한 형이라 또 속아준다.”
박가람이 한숨을 푹 내쉬곤 컵을 내려놓았다. 아까처럼 심호흡하며 두 눈을 감는다.
“옷 속에 얼음 넣으면 안 돼.”
“네. 팀 반지는 일단 뺄게요.”
한율은 박가람의 손에서 직접 팀 반지를 뺐다.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고, 착용자가 마나를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이 걸려 있다. 그래서 마법사가 직접 마나 유동을 도울 때나 스스로 수련할 땐 오히려 방해된다.
처음부터 아이템에 의지하는 버릇을 들이면 좋지 않으므로.
“이번엔 서늘한 기운이 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 같아도 가만히 참으세요. 안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한율은 박가람의 어깨에 손을 댄 채 살며시 마력을 흘려보냈다. 한율의 눈이 은은한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움찔.
“어….”
“말하면 안 돼요.”
“…….”
한율은 자신의 마력으로 박가람의 체내 마나 유동을 도왔다.
한 바퀴, 두 바퀴.
“…흡.”
박가람이 호흡을 참으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제야 한율은 마력을 회수하며 손을 뗐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각일 테니, 더럭 겁이 나 불안해지는 건 당연하다.
“이제 됐어요.”
“후아!”
크게 숨을 몰아쉰 박가람이 벌떡 일어났다.
“뭐야, 너! 이거 뭐야! 너 서한율 아니지?! 귀신이… 냐…?”
스륵. 은은한 푸른빛으로 물들었던 한율의 눈 색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걸 본 박가람이 사색이 된 얼굴로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귀신이야…?”
“그럴 리가요. 그냥 평범한.”
한율은 안심하란 얼굴로 미소 지었다.
“초보 마법사예요.”
“……?!”
삑삑. …철컥.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박가람이 화들짝 놀라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권투 자세를 취했다.
곧 열린 미닫이문 사이로 이해원이 등장했다.
“먼저 와 있었네?”
“안녕하세요, 형.”
“안녕하세요, 가람 씨.”
“어…….”
이해원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꾸벅 인사했다. 박가람은 당황한 얼굴로 이해원과 한율을 번갈아 보다가, 슬며시 주먹 쥔 손을 내렸다.
꾸벅.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잠시 후. 한율은 포장한 도시락을 들고 명상 센터로 돌아왔다. 그러곤 여전히 따뜻한 방바닥에 호떡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박가람에게 말했다.
“점심 먹어요, 형.”
“너 같으면 그런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고 경험했는데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겠냐…?”
“전 걸음마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겪은 일인데요.”
“…….”
그제야 박가람이 부스스 일어났다.
“무슨 도시락이야?”
“함박스테이크요.”
“잘 사왔넹.”
세 사람은 다도 상에다 도시락을 올려놓고 먹었다.
“그런데 미래에 다가온다는 재앙이 대체 뭐야?”
박가람에게는 이해원이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 들려주었다. 팀 반지는 계나리가 주변의 마나를 흡수해 착용자가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을 걸었다 하고.
“대체 어느 정도로 큰 재앙이기에, 대기업까지 협박하면서 큰 방공시설을 두 군데나 짓냐고. 남북한 전쟁? 제3차 세계대전? 운석 충돌? 대규모 지진? 애초에 그 사람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외계인이야? 미래에서 왔대? 우리 막내 큰일 날 뻔한 거 구해준 사람이라니까 완전히 안 믿을 수도 없고 진짜 미치겠네….”
“확신하는 투로 얘기하고, 소질을 지닌 사람을 딱딱 집는 걸 보면.”
이해원이 한율의 말을 대신 이었다.
“미래에서 온 사람 같아요. 나리 씨도, 여기 교장이란 사람도.”
“으음….”
박가람은 미심쩍다는 얼굴로 스테이크를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렸다. 한율은 박가람 혼자 생각하도록 둔 채 이해원에게 물었다.
“어제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직도 실검에 떠 있던데.”
“아직도 난리야. 인섭이 형은 조금 친하게 지냈을 뿐 사귄 건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데, 그것부터가 처음부터 안티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단 뜻이잖아. 어쨌든 폭로자와 합의가 잘 안 되니까, 입대 생각하는 것 같아.”
“탈퇴는 하고 가라 그러세요.”
이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도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그러곤 고개를 돌리며 한숨.
“일단 인섭이 형 보내고 나서, 시간을 두고 리더 형이랑 정민이 형도 조용히 입대시키자고. 지금 팀 이미지가 아주 바닥을 치고 있어서 당장은 아무것도 못 하니까. 나도… MC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이야기 듣고 있고.”
“형도요?”
“응. 얼마 전 있었던 사고나, 어머니 아프신 것 때문인지 공격 수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형 생각은 어떤데요?”
이해원은 입가를 슥 올리곤 대답했다.
“그만두려고. MC 자리에 복귀하면서도 ‘나도 참 뻔뻔하다’라는 생각을 내내 떨치지 못했거든. 주변 사람들과 팬들을 기만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멤버들의 잘못을 알면서도 묵인했고, 어쩔 땐 공범이기도 했고… 그랬잖아.”
이미 마음의 정리가 끝난 얼굴이었다.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회사와의 계약,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게요.”
“아니야, 괜찮아. 전에 나리 씨가 그랬거든. 회사랑 계약 해지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주겠대.”
“무상으로요?”
“대신 수련 제대로 받을 것. 이런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번 일 계기로 나도 그동안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편으론 후련해.”
한율은 젓가락을 쥔 이해원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예전엔 수시로 씻고 닦은 탓에 피부가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깨끗했다.
“네. 응원할게요.”
“고마워.”
“…저기요, 두 분. 나도 여기 있는 거 까먹은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