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2화 (202/427)

* * *

“언론에 제보한 게, 형이 아니라고요?”

한율은 회사로 가기 전, 명상 센터로 와서 이해원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조금 전에 기사 보고 놀랐어. 사장님이 나한테 전화하는 걸 직접 듣고 쓴 것 같아서.”

“회원제 술집에 있었으니, 이채현 씨와 형의 관계를 아는 누군가가 그걸 엿듣고 제보한 것 같네요.”

“내 생각도 그래.”

하아. 이해원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멋쩍게 웃었다.

“미안해. 아침부터 걱정하게 해서.”

“아니에요. 어머니한텐 연락했어요?”

“응, 조금 전에 통화했어. PD님이랑 호 형, 고은훤하고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변함없어. 순서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이해원의 시선이 노트북을 향했다. 노트북에는 [이우그룹 이채현, 이별한 前연인 아이돌 A씨 감금 및 협박 사실 드러나] 기사가 떠 있었다.

“이참에 사장님과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부터 밝힐 거야. 두 달 전 교통사고 직전, 정원그룹의 정지호가 내 진로를 고의로 방해하고선 다른 사람에게 그 잘못을 뒤집어씌운 일도.”

“정지호 일은 이미 경찰조사가 끝나 처벌까지 이뤄져서 뒤집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그 부분은 의혹의 여지만 뿌리려고. 사람들, 상대가 가진 사람일 경우엔 좋은 쪽보단 안 좋은 쪽으로 더 쉽게 의심하고 부풀리잖아.”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센터 밖으로 나가지 말아요. 나리 씨가 두 기업에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하더라도 따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VEL 엔터 대표도 원래 조폭 출신이었다면서요. 여기서 지내는 게 불편하겠지만….”

“괜찮아.”

한율이 센터 안을 둘러보자 이해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 웬만한 가정집처럼 필요한 게 다 있거든. 샤워 부스도 따로 있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난방이랑 인터넷도 잘 되고. 아, 전화기도 있더라?”

“다행이네요. 그래도 필요한 물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나리 씨한테 부탁해요. 그 사람이 학생들 케어도 담당하는 모양이니까.”

“응, 그럴게.”

“이것도 챙겨 먹고요.”

한율은 오면서 사 온 도시락을 톡톡 두드리며 일어났다. 이해원도 따라 일어났다.

“응. 그리고 고마워. 항상 도와줘서.”

“나중에 다 갚을 거잖아요. 그럼 편히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응. 오늘 하루도 수고해.”

“네.”

명상 센터를 나온 뒤, 한율은 계나리에게 톡을 보냈다. 오늘 아침에 뜬 이채현 기사 링크를 첨부해서.

[제보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봐.]

-[옙!]

3분 뒤 연락이 왔다.

-[누구패치의 정 기자였습니다!]

-[(이모티콘)]

토끼 캐릭터가 화들짝 놀라는 이모티콘 아래로 다시 톡.

-[중학생 때 이채현에게 심하게 괴롭힘당한 피해자 ID를 사용해서 보냈어요. 피해자와 정 기자는 동갑내기 사촌으로, 어릴 때부터 한집에서 같이 자랐고요.]

사촌지간? 이채현이 친한 사촌을 괴롭힌 학폭 가해자라서 집요하게 사생활을 캤던 건가?

무언가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한율에게 중요한 건 정 기자의 사정이 아니었다.

[고마워.]

[나중에 센터 갈 때 베개랑 먹을 것 좀 사 가고.]

-[넵! ㅎㅎ]

그날 오후. 포털사이트 실검에서 [이채현 이해원]이 내려가고 그 대신, [V12티모 탈퇴]와 [티모 마약]이 1, 2위로 올라왔다.

[[속보]V12 티모, 日활동 중 연인 통해 마약 구매 정황]

[늪에 빠진 티모, 피해자에서 범죄자로…]

[V12 티모, 마약 범죄 혐의로 경찰조사 중]

참 공교롭게도 어제 누구패치 정 기자에게 넘긴 기삿거리가, 오늘 아침에 터진 이채현과 이해원 이슈를 가리는 데에 사용된 모양이었다. 사회뉴스란과 연예뉴스란 메인이 온통 티모 기사로 도배되었다.

“뭐야, 이게…?”

WB래빗 엔터테인먼트 연습실. 온종일 안무 연습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갈 때였다. 뒤늦게 티모의 기사를 접한 길우성이 우뚝 서서 중얼거렸다.

“이 미친 새끼….”

[[종합] 마약 혐의 인정 티모, V12 탈퇴 및 스케일 엔터와 전속 계약 해지]

[인기 아이돌그룹 V12 前멤버 티모가 경찰조사에서 마약 혐의를 인정했다.

어제 16일, 본지로 티모의 마약 범죄 정황 증거를 제보받은 누구패치는 경찰에 그를 신고하고 V12 소속사인 스케일 엔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중략).

스케일 엔터는 오늘 17일 티모가 V12에서 탈퇴했으며 회사와의 전속 계약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범 A씨는 티모의 개인 홈마이자 연인 사이로 밝혀졌다.]

“이런….”

“…….”

함께 기사를 들여다본 멤버들은 뭐라 한마디 하려다, 길우성의 표정을 보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차남석이 길우성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일단 밥부터 먹어.”

“잠깐, 형. 나 지금 밥 먹을 그런….”

“먹고 생각해. 안무 연습으로 근육을 혹사했으면 채워서 복구해야지.”

“그래. 가자, 우성.”

“어….”

라이언이 길우성의 등을 감싸며 걸음을 옮겼다. 얼결에 함께 발을 움직이게 된 길우성은, 구내식당에 앉아서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가 우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주변엔…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번처럼 피해자 의혹도, 소문도 아니다. 정말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

“꼭꼭 씹어먹어, 우성아. 체하겠다.”

“응….”

“그나저나 그저께부터 난리다. MOHE에다 V12까지.”

“그러게. 오늘 아침엔 이해원도 실검에 오르지 않았어?”

“자, 자.”

유호가 작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했다.

“다들 식사에 집중해. 밥을 먹어야 힘내서 나머지 연습도 하지. 컴백까지 몇 달 남았지만, 그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거 다들 알잖아.”

“네엡.”

“그런데 온종일 비가 내리니까 몸이 축축 처진단 말이징….”

이건우가 창 쪽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따가 숙소 가서 파전에 막걸리나 할까?”

“형이 웬일이야? 술에 기름진 안주까지 먹겠다고?”

“가끔은 먹고 싶은 거 먹는 날도 있어야지.”

“이건우 꼭 아저씨 같지만, 오늘은 같이 아저씨처럼 놀아주마.”

“뭔 소리냐, 박가람.”

“같이 마시자는 소리다.”

“막걸리에 파전 좋아한다고 다 아저씨는 아니야. 얼른 사과해.”

“죄송합니당.”

한율은 힐끗 길우성을 살폈다. 계속 입을 우물거리곤 있지만, 식판의 음식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이 의아한 얼굴로 이건우에게 물었다.

“막걸리는 무슨 맛으로 먹어?”

“막걸리 종류에 따라, 섞어서 마시는 음료에 따라 참 다른데…. 이언이 넌 한 번도 안 마셔봤지?”

“응. 나 술 싫어하잖아.”

“가끔 호 형 작업실 들어가면, 오래 방치한 쌀 음료 페트병에서 냄새나잖아? 그거에서 더 발효된….”

짝짝. 유호가 재차 손뼉을 쳤다.

“조용히 밥이나 먹으라고, 이놈들아.”

밤 10시. 평소엔 곡 작업이나 개인 연습, 달라진 생활 패턴으로 한 두 시간씩 어긋났었으나, 오늘은 멤버 전원이 다 함께 연습실에서 퇴근했다.

“그럼 우린 포장 가지러 갈게요.”

“OK, 우린 막걸리랑 맥주 사고 들어간다.”

그들은 주차장에서 파전팀과 주류팀으로 나뉘었다. 한율의 차에는 차남석과 라이언이 탔다.

“형들도 술 마실 거예요?”

“내 주량 알잖아.”

“궁금하니까 한 모금? 하뉼은 막걸리 마셔봤어?”

“아뇨. 저도 막걸리는 한 번도 안 마셔봤어요.”

“다른 술은 마셨어?”

“부모님 집에 갔을 때 위스키랑 맥주, 소주. 각각 한 모금씩이요. 지난 일요일에는 이제설 선배님, 영아 선배님이랑 와인 마셨고.”

덥석. 라이언이 운전석을 잡더니 새삼 놀란 얼굴로 한율을 살폈다.

“하뉼도 이젠 어른이구나. 아직 동생 같은데.”

“앞으로도 동생 아니야?”

“아니, 애 같은데.”

“그 애가 운전하는 차를 2년째 타고 있다.”

“차남석 시끄러워.”

“뭐, 인마?”

곧 파전을 포장 주문한 가게 앞에 도착했다. 한율은 뒷자리에서 티격태격하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두 분, 싸우지 말고 같이 가서 받아오세요.”

“…나 혼자 갔다 올게.”

차남석이 훌쩍 차에서 내렸다. 내부가 환하게 보이는 가게 안에는 젊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손님 몇 명이 차남석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대로 굳는 게 보였다.

라이언이 고개를 흔들었다.

“차남석, 모자랑 마스크 다 안 쓰고 갔어. 일부러인가 봐.”

“그냥 빨리 내리려다 보니 깜빡한 것 같은데요.”

“쟤 사진 찍힌다.”

잠시 후, 숙소.

한율은 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방으로 들어와, 잠시 명상 센터 CCTV를 확인했다. 이해원과 계나리가 방에 편하게 앉아서 각자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별일은 없어 보였다.

한율은 영상을 끄곤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펼친 상에 파전과 막걸리, 여러 종류의 맥주와 과자 몇 봉지가 놓였다. 길우성이 빈 막걸리 페트병을 끌어안고 웃으며 흥얼거렸다.

“나느은, 우리 팀 멤버들이 너무으 좋아아. 다들 착해 빠져서 걱정되기는 하느은데에, 그래도 너무으, 흐, 좋아.”

“…….”

“누가 막내 좀 방에 데려가서 재워라.”

“안녕하세요? ‘누’ 입니다아!”

길우성이 손을 번쩍 들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가만히 있던 한율을 가리켰다.

“일어나라, 서 막내!”

“…….”

“나 막걸리 딱 한 잔 마시고 취하는 사람 처음 봤다.”

“나도.”

“일어나아.”

한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팔을 잡아당기는 길우성의 느슨한 힘에 저항하지 않고 일어나 주었다.

“오옳지, 착하다아.”

“…….”

길우성은 한율을 방에다 밀어 넣곤 문을 닫았다. 타악.

“막내 재웠다아.”

문 너머에서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성이 쟤 어떡하냐.”

“저놈 저거 취한 척 서한율한테 주정 부리는 것 같은데.”

“오늘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자.”

저놈 술버릇이 저랬나.

길우성이 술 마시는 모습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한율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곤 문을 열었다. 상 앞에 앉던 길우성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잤어, 서 막내?”

“어.”

“흐. 잘 잤대.”

유호가 길우성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래. 너도 그만 가서 자자, 우성아.”

“네에, 큰형.”

길우성은 유호에게 이끌려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호가 다시 나와서 자리에 앉았을 때, 방에서 불쑥 거실로 튀어나왔다. 팬에게 선물 받은 커다란 토끼 망토 담요를 뒤집어쓰고.

“막내 일어났다아!”

“밤에 소리 지르지 마, 이웃에 민폐야…!”

“헙.”

한율은 길우성과 단둘만 술 마시는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에 안 맞는 막걸리 대신 새 캔맥주 하나를 집었다.

이건우가 멤버들에게 손짓했다.

“이프림한테 보여줄 사진이나 찍자, 다들 모여.”

멤버들이 각자 술이나 젓가락을 내려놓곤 소파를 중심으로 모였다. 길우성은 소파 위에 서서 망토를 크게 펼쳤다.

“으히힛.”

찰칵.

“건우야, 사진은 며칠 지난 다음에 올리자.”

“왜, 형?”

“오늘은… 약 올리는 걸로 보일 수 있잖아.”

“아, OK.”

10분 뒤. 길우성은 이번엔 강보배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막걸리 두 잔째였다.

“나느은, 진짜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봐, 혀엉…. 다른 애들이랑 형들이 쟤 느낌 안 좋다… 이러면서 말렸는데도, 내가 겪은 안 좋은 일이랑 아주 조오그음 오버랩 된다고 혼자 착각해선…. 아니, 그런데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치? 그렇지?”

“맞아. 우성이 넌 잘못 없어.”

“그놈이 미친놈이지. 왜 그딴 짓으로 가족이랑 멤버들, 팬들을 배신해에…. 데뷔하려고 그렇게 여얼심히! 노력한 본인도 배신한 거잖아아….”

라이언은 더는 술 냄새를 맡기 싫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차남석도 한 잔 마시고는 비실비실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이건우와 유호는 다음 달, 뮤닷 리얼리티 촬영장소 후보지를 미리 둘러보자며 VOD를 뒤적거렸다.

“안주도 같이 먹어, 서한율.”

“괜찮아요.”

“먹어! 나만 부을 순 없다!”

“…….”

한율은 박가람과 대작하다가 캔맥주 두 개만 비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중하면 안 추워요

다음 날인 18일에도 인터넷은 온통 티모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V12가 대세 반열 경계에 선 그룹인데다, 티모가 2018년 소피아 마약 사건 당시 피해자였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았던 까닭이었다.

V12 팬덤 분위기는 굉장히 험악하면서도 우울해졌으며 언론은 티모를 예로 들며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제목: 진짜 같은 팀 멤버들이 몰랐을까?]

[후배 아이돌 두들겨 패고, 다른 아이돌도 ㅌㅁ랑 손절한 거 보고 나도 뭔가 있다고 느꼈는데?]

-후배 팬 것도 약쟁이라고 놀려서 그런 거라던데ㅋㅋㅋ

-강원도 K-POP 콘에서 어스래빗 길우성이 티모랑 얘기 중이었는데 차남석이 티모랑 놀지 말라는 식으로 티모 존나 째려보면서 둘이 떼어놓은 것도 유명함

ㄴ진짜임?

ㄴ와.. 그럼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ㄴ소피아 사건 때부터 돌들이 티모 피하긴 했음. 가까이 지내봤자 득 될 거 하나 없고 본인들 이미지에도 안 좋으니까

ㄴ그래도 뭔가 쎄하게 만든 근거가 있으니까 대놓고 그랬던 거겠지 괜히 그러진 않았을 것 같음ㅇㅇ

-중요한 사실 한 가지. V12 멤버들은 같은 팀 멤버 연애를 알고도 묵인한다. 이게 ㅅㅂ점이었던 거. 약은 몰라도 여자 만나는 건 절대 모를 리가 없지

ㄴㅅㄲ들아 상대가 홈마였잖아

ㄴ시발점을 왜 ㅅㅂ점이라고 쓰냐ㅋㅋㅋ

ㄴ홈마랑 아이돌은 공생 관계라서 잘 대해주거나 친할 수밖에 없어. 홈마들이 직찍이랑 비공굿 판 돈으로 몇백, 몇천만 원짜리 조공을 또 걔네한테 바치거나 홍보 이벤 크게 열거든ㅋ 그거 통해서 입덕하는 해외 팬도 많아서 소속사에서도 묵인하고

ㄴ공굿보다 퀄리티 ㅅㅌㅊ일 때도 종종 있음

ㄴ이건 ㅇㅈ

ㄴ홈마 중엔 오히려 그런 점 무기 삼아서 아이돌이랑 따로 만나는 경우도 있음. 실제로 홈마랑 그렇고 그런 관계인 애들, 캐보면 한둘 아닐걸?

ㄴ우리 애들 알리고 싶다는 순수한 일념과 팬심만으로 시간이랑 돈 갈아 넣는 홈마가 대부분입니다..ㅜㅜ 티모 홈마 같은 ㄴ은 개패고 싶다 진짜

핸드폰으로 인터넷 반응을 살피던 계나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터뜨리면 잠깐 떴다가 바로 묻히겠는데? 하루 이틀 상황 살피다가 잠잠해지면 터뜨려야겠다.’

정 기자가 이채현의 이슈를 덮을 티모 기사를 터뜨린 건 그리 놀랍지 않다. 상사나 다른 동료에게 소스가 흘러가서 그리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누구패치는 정 기자의 별장 신고 건으로 이우그룹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어. 그러니 이번 일로 이우그룹에 잘 보이려 나선 거겠지. 그나저나….’

계나리는 벽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앞으로 얼마 안 남았는데 다른 학생들은 언제 데려오시는 거지? 아니, 오빠도 다 생각이 있겠지만….’

쿵. 계나리는 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책상에다 이마를 댔다.

‘매일 이해원 씨랑 단둘이 있다 보니 내가 홀릴 것 같다고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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