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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금요일.
이날 생방송 <뮤직센터>에선 MC 중 한 명인 이해원이 개인 사정으로 쉬게 되었다는 안내가 이뤄졌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안인섭 탈퇴 사건과 SNS에 올린 폭로 예고, 이채현 이슈 때문이 아니냐 수군거렸다.
오후 6시. 이해원 개인 SNS에 친필로 적은 장문의 편지 이미지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MOHE 이해원입니다.’로 시작된 편지 내용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MOHE 이해원, “이채현에게 스폰 받았다” 충격 고백]
[MOHE 이해원, 정원그룹 정지호에게 ‘이채현에게서 떨어져라’ 협박받아]
[이해원 교통사고 유발 차량 소유주, 정원그룹 관계자였다]
[이해원, ‘MOHE는 스폰으로 성장한 그룹’ 충격 폭로!]
[VEL 엔터, “현재 이해원과 연락 두절… 법적 대응 할 것”]
..[이우그룹, “정말 부도덕한 관계라면 지인 파티에 데려오겠나” 이해원 주장 일축]
[이우그룹 측, “두 사람 사귀던 사이 맞다” 크게 다툰 게 과장]
[이채현 지인, “이채현 아직도 이해원 못 잊어 눈물”]
[정원그룹, 이해원에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 시사]
[정지호, 비서 통해 이해원에게 아파트 증여 시도 정황 드러나]
[[단독] 이해원 교통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 공개]
-이해원 교통사고 났을 때 익명 커뮤에 열애설 상대의 정혼자가 죽이려 한 거라는 음모론 나왔다가 작성자 IP 차단되는 사건 있었는데 진짜였네ㅋㅋㅋㅋ
ㄴ이ㅅㄲ들 찔리니까 족족 차단 먹인 거였고ㄷㄷㄷ
-더러워
-와... 어질어질하네
-정리하자면, 스폰 관계였던 이해원한테 이채현이 진짜로 넘어가니까 이채현 넘보던 정지호가 빡쳐서 이해원 죽이려다 진짜 사고 나니까 차주한테 뒤집어씌우고 ㅌㅌ했다는 거잖음. 죽다 살아난 이해원은 ‘더는 이렇게 쓰레기처럼 살기 싫다’ 정신 차려서 죄다 폭로하는 거고
ㄴ정리 감사.
ㄴ나 석 달 동안 아침드라마 끊어도 될 듯
ㄴ일 년은 안 봐도 될 듯
-팬 이용한 범죄에 마약에 스폰에.. 연예계 진짜 더럽다 더럽다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 더럽네
-아니 얼굴 보니까 스폰 같은 거 안 받아도 언젠가 대성할 만한 인물인데 왜....
ㄴ어머니 수술비가 급한 상황에, ‘너 지금 계약서 도장 찍으면 바로 억 단위 계약금 받을 수 있다’ 이 말에 혹해서 넘어간 게 여기까지 이어진 거예요..
ㄴ이유가 어쨌든 역겹긴 매한가지임. 우웩
ㄴ저렇게 큰 계약금을 그냥 불렀을 거로 생각하진 않았겠죠. 그런데 저 당시 이해원 나이가 스무 살이었음..
ㄴ스무 살이면 먹을 만큼 먹은 나이넼ㅋㅋㅋ 비슷한 상황에도 올바른 길 선택한 사람들은 다 머임? 얘네 엄마가 설마하니 아들한테 몸 팔라고 시켰겠음? 만약에 내 아들이 저러면 난 손잡고 한강이나 같이 가자 그럴 것 같은데?
ㄴ위의 ㅅㄲ 난독 있나ㅋ 내가 몸 팔아서 엄마 살려야지!< 이게 아니라 엄마 살릴 수 있는 계약금 받을 수 있다! 무섭기는 하지만 어쨌든 급하니 찍자! <이러고 나서야 몇 달 뒤에 이채현 만났다는 거잖아 ㅂㅅ아 이게 똑같냐 국평오ㅅㄲ야?
ㄴ그리고 계약 해지하려면 받았던 계약금의 몇 배는 토해내야 한다. 소속사 대표가 조폭 출신인데 너 같으면 ‘싫어욧! 안 할래욧!’ 이러고 순순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
-님들 더 무서운 게 뭔 줄 앎? 이해원이 폭로할 게 아직 더 남았다고 했음. 내용이 많아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ㄷㄷㄷ
ㄴ이쯤 되니 오히려 얘가 걱정되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 끌려가서 입막음 당하면 어떡하냐
ㄴ지금 팬들이고 소속사고 이우그룹이고 정원그룹이고 이해원 찾느라 난리 났음
ㄴMOHE랑 스폰으로 엮인 사람들도 죄다 눈에 불 켜고 찾고 있을 듯. 대표도 전직 조폭 출신이라며
ㄴ이 댓글 보니까 팬 아닌데도 괜히 걱정되네;;;;;
ㄴㄷㄷㄷ
-ㅈㅅ기획사에서 실력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데 갑자기 뜨거나 이상하게 띄워주면 스폰 혹은 접대 덕인 게 뻔하지ㅋㅋㅋ 너희 언니 오빠들은 안 그런 것 같지?
“서한율.”
“네, 형.”
밤 9시 10분. WB래빗 엔터테인먼트 어스래빗 연습실.
<서울 구미호>가 방영되는 시간이었으나, 종영까지 2화 앞두고 오늘과 내일은 특별편이 편성되었다. 그래서 한율은 본방 모니터링을 하는 대신 연습실에 남았다.
차남석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너 이해원하고 따로 연락하는 거 아니지?”
“그건 왜요?”
“왜냐니. 오늘 온종일 시끄러운 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아무리 한 사람하고만 오래 만났어도 스폰은 스폰이야. 불쾌하지 않아? 한 사람만 만났다는 말도 진짠지 거짓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마땅히 들 수 있는 생각과 의심이기에,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에 해가 될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그게 아니라….”
차남석이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아까 은훤이 형이랑 통화했는데, 형 집 근처에 수상한 놈들이 알짱거린다더라. 드라마 촬영 갔다 온 사이에 집에 누가 들어왔다 나간 흔적도 보이고.”
“무섭겠네요.”
“그러니까 행여, 이해원한테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와도 무시해. 괜히 얽혔다간 너까지 곤란해질 수 있어.”
“……!”
슬금슬금 다가와 대놓고 말을 엿들은 박가람이 제 입을 틀어막는다.
한율은 시치미를 뚝 뗀 채 대답했다.
“네.”
잠시 후. 개인 안무 연습까지 마친 뒤 퇴근 준비를 하는데, 박가람이 게걸음으로 슥슥 다가와 나란히 섰다.
“괜찮을까? 생각보다 선배님 노리는 위험한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핸드폰이랑 IP 위치 추적 막 쉽게 하잖아. 지금 그 학교에 있는 거 들키면 어떡해?”
“설마 그런 대비도 하나 안 했을까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사생이 뒤를 밟았을 수도 있고…. 평소에 선배님이 거기 드나드는 거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 선배님이 길 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마스크냐? 너무 잘생겼잖아.”
한율은 캐비닛에서 외투를 꺼내 걸치며 연습실을 둘러보았다. 조금 떨어진 구석에 강보배와 길우성이 앉아서 사과패드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 짧은 안무 커버 영상을 찍을 거라더니, 곡을 고르는 중인 듯했다. 다른 멤버들은 작업실 혹은 보컬 연습실로 흩어졌다.
“할 일 없으면 같이 퇴근이나 해요.”
“나 바쁜 남자야. 이거 왜 이래?”
그날 밤, 한율은 박가람에게 직접 마나 유동 훈련을 2시간이나 시켰다. 다음 날 아침엔 새 숙소 정원에다 앉혔다.
“이제 혼자 할 수 있죠? 전 해원이 형 좀 보고 올게요.”
“여기 추운데.”
“집중하면 안 추워요.”
“…….”
“갔다 올게요.”
고기와 채소가 잔뜩 든 보쌈 도시락을 사고 명상 센터에 갔을 때, 이해원은 혼자서 마나 유동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집중하는지, 누가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곧은 자세로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율은 살며시 그의 어깨에 손을 대서 제대로 하는지 살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잘하네. 집중력도 좋고.’
복잡한 순서도 헤매지 않고 구석구석 체내 마나를 움직인다. 계나리가 깔끔하고 꼼꼼하게 잘 가르친 모양이었다.
“…후.”
이해원은 한율이 손을 뗀 지 10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그는 로비로 나오다가, 다른 방에서 차를 마시는 한율을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왔어?”
“조금 전이요.”
한율은 이해원과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새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원이 아닌, 볕이 들어오는 따뜻한 다락방에 앉아있는 박가람을 발견했다.
“형.”
“응?”
박가람이 바로 반응하며 고개를 돌렸다.
“집중 안 하죠?”
“아니, 불러서 대답한 건데…?”
“…….”
“…뭐가 문제냐, 서한율아. 왜 ‘중대장은 너에게 실망했다.’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데.”
한율은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아니에요. 아침이나 먹으러 가죠.”
박가람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응. 뭐 사줄 거야?”
“삼각김밥이요.”
23일 월요일. 어스래빗 멤버들은 새벽부터 이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중요하거나 비싼 귀중품은 한율과 유호의 차에다 실어두고, 쓰레기도 봉투에다가 담아 정리했다.
달냥은 어제 미리 부모 집에 맡겨놓아,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여기로 이사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 여기에서 얼마나 지냈지?”
“재작년 2월 5일에 왔으니까… 그래도 2년은 넘게 살았다.”
“크으.”
“그런데 이 집에 온 뒤로 해외 스케줄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오래 지낸 것 같은 기분은 안 드네요.”
“다들 기억나? 첫 번째 숙소에서 이거 떼기 전에 다 같이 사진 찍었었잖아.”
강보배가 인터폰 옆에 붙은 [WB래빗 데뷔조 숙소 규칙] 종이를 가리켰다. ‘데뷔조’란 단어엔 두 줄이 죽죽 그어져 있고, 그 위에 ‘어스래빗’이 작게 적혀있었다. ‘밤 9시 이후 외출 금지’ 조항은 아예 빨간색으로 쭉 그어진 후 ‘삭제☆’ 표기가.
“오, 그럼 오늘도 찍어야지. 모여, 모여.”
찰칵.
“박가람, 오늘은 안 우냐?”
“드디어 내 방이 생기는 감격스러운 날인데, 울 리가.”
“나중에 짐 다 빼고 텅 비면 그때 운다에 5백 원 걸죠.”
“싸우자, 차남석.”
새 숙소는 방이 6개로, 멤버들은 이번에도 한율을 제외하고 제비뽑기로 방을 정했다.
1층 가장 넓은 방은 한율, 두 번째 방은 강보배와 차남석, 세 번째 방은 박가람. 2층 가장 넓은 방은 길우성과 유호, 나머지 두 방은 각각 이건우와 라이언.
“한율이 제외하고 6개월씩 방 바꾸기로 한 건 잊지 않았지?”
“귀찮게 꼭 그렇게 해야 해?”
박가람이 어깨를 으쓱이며 얄밉게 말하자 길우성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양반이, 어? 독방 쓰게 됐다고, 어?”
“흐.”
삐릭, 철컥.
오동식 팀장과 조유찬이 현관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다들 준비는 끝났어요?”
“넵!”
어스래빗 멤버들은 그들 뒤로 들어오는 포장이사 전문업체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늘 이사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다, 친구야
“어서 오십시오. 귀하께서 바로 어스래빗 숙소 최초! 첫! 외부 방문객이십니다.”
“…그러냐. 받아.”
스타믹스 JE는 현관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길우성에게 선물을 건넸다. 어스래빗의 새 숙소는 이삿짐 정리가 한창이라 어수선했다.
“뭔지는 몰라도 비싼 물건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먼요, 형님. 들어오시죵. …써한! 지은이 형 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형 왔어? 이제 점심 시킬 건데, 뭐 먹을래?”
“안녕하십니까.”
JE는 어스래빗 멤버들을 포함, 엉겁결에 이삿짐센터 직원들과도 꾸벅꾸벅 인사했다. 그러곤 이건우에게 물었다.
“너흰 뭐 먹을 건데?”
“이삿날엔 중식이라고 애들이 박박 우겨서 그쪽으로 시키려고.”
“그럼 난 새우볶음밥.”
“OK.”
이건우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멀어졌다.
“왔어요?”
뒤늦게 한율이 방에서 나왔다. JE는 또 다른 이사 선물을 한율에게 건넸다.
“지헌이 형이 가져다주라더라. 못 와서 미안하다고. 내가 갖고 온 선물은 저기 길우성이 열어보고 있고.”
지헌이 보낸 선물은 벽시계, JE가 준비한 선물은 그림 액자였다. 디자인을 보니 둘 다 센스가 엿보였다.
“감사합니다.”
“내가 어스래빗 숙소 첫 방문객이라던데. 그럼 다른 손님도 와?”
“네, 저녁에.”
JE는 고개를 끄덕였다. 2시 전엔 회사로 들어가야 하는 터라, 다른 손님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뭐 도와줄 건 없냐?”
“옷방 정리요. 이사한 김에 제대로 정리 좀 해보려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이전 집에 정리되었던 상태 그대로 옮겨놓기 때문에, 옷장 안 역시 평소 대충 정리한 모양새였다. 여기에 따로 빼두었던 비싼 액세서리나 시계 케이스도 드레스룸 여기저기에 널렸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신발이나 모자, 가방, 넥타이, 양말까지도.
“흠.”
JE는 한율의 드레스룸을 한눈에 훑고선 움직였다.
“새 박스는 일단 열어서 내용물 확인해. 한 번 이상 쓰겠다 싶은 물건은 꺼내고, 앞으로 영영 안 쓸 것 같다 싶은 물건은 한쪽에 모아뒀다가 팔거나 다른 사람한테 넘겨. 짐만 된다.”
“팬한테 선물 받은 건요?”
“팬이 준 선물이면 괴상한 거라도 일단 간직해야지.”
옷부터 계절과 종류, 색깔별로 착착 정리한 그는 액세서리와 선글라스, 모자, 가방, 시계, 신발까지 스타일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와….”
벌써 방 정리를 끝냈는지, 어느새 들어온 라이언이 감탄사를 냈다. 그는 알짱거리며 JE가 정리하는 걸 구경하다, 크게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선배님.”
“……?”
“제 옷장 정리도 도와주세요.”
거실에서 박가람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밥 먹어라아!”
“…밥 먹고 나서 도와주세요.”
JE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오 팀장, 조유찬이 돌아가고, 숙소에는 어스래빗 멤버들과 JE만 남았다. 그들은 거실에다 신문지를 펼치고 앉아 배달시킨 중식을 먹었다.
“짐이 적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물건 몇 개는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옮겨 놨었잖아.”
“이런 집은 얼마나 해?”
“100억이요.”
JE와 멤버들의 젓가락질이 멈췄다.
“…얼마?”
“농담이에요.”
“네가 말하니까 전혀 농담으로 안 들린다. 그런데 이런 단독주택은 위험하지 않아? 집 위치도 쉽게 노출되고, 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초인종 눌러대거나 골목에 모여서 이웃들한테 항의도 들어올 텐데. 우편이나 택배 테러 거르기도 힘들잖아.”
한율은 가볍게 웃었다.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죠.”
“웃는 거 수상해 보인다, 너.”
“그래요?”
이건우가 가운데에 티슈를 턱하니 놓았다.
“그 아파트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부모님이 해주신 거잖아.”
“팔까 생각 중이에요. 관리하는 것도 일인 것 같아서.”
“그 아파트는 얼만데?”
“샀을 땐 26억 정도였는데 지금은 더 올라서…. 선배님, 집값에 관심 많으시네요?”
“나도 슬슬 독립 생각 중이거든. 그런데 최소 26억이면 힘들겠다.”
유호가 넌지시 말했다.
“첫 독립이면 자가보다는 월세나 전세로 시작하는 게 나을 거예요. 본인이 혼자 살 때 어떤 스타일로 사는지 진단도 할 겸.”
“그렇겠죠?”
큭. 돌연 이건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둘이 서로 존댓말 쓰니까 뭔가 이상하다.”
길우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내 입장에선 둘 다 친한 형인데 정작 둘은 서먹하니까, 음. 묘하긴 하넹.”
“거기다 둘 다 동갑에 음방 MC야. 한 명은 KBC, 한 명은 MBS.”
“…….”
“…….”
어색한 시선 교환. 유호가 먼저 손을 들었다.
“반갑다, 친구야?”
“…어. 말 놓을까?”
“어, 그래.”
“어.”
“어쩔 거야, 이 어색한 분위기.”
조용히 대화를 듣던 차남석이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3층은 어떤 용도로 쓸까요? 호 형 작업실로 쓰기엔 층고가 낮아서 불편할 것 같은데.”
“컴이랑 만화책, 디지털 피아노, 기타 같은 거 놓고 편히 노닥거리는 공간으로 쓰자니까.”
“한율아, 운동기구 들이는 건 어떻게 생각해?”
“네, 좋아요.”
“예쓰!”
“으.”
잠시 후, 한율은 달냥을 데리러 가는 김에 JE를 회사까지 태워준다는 핑계로 그와 함께 나왔다.
“원하는 집 조건 정리해서 톡으로 보내주시면, 그대로 전달해드릴게요.”
“고맙다. 처음엔 엄마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했는데….”
“바쁘시대요?”
“아니. ‘기껏 열심히 알아봐 주고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 듣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바로 수긍했어. 엄마랑 나랑 취향이 안 맞거든.”
“아.”
스케일 엔터로 가는 동안 한율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티모 사건 이후 회사 분위기나 이번 주 마지막으로 서게 되는 <뮤직뮤직> MC 자리에 관한 이야기 등. 한 주 내내 연예계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넌지시 이해원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글쎄.”
JE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MC 일로 만났을 때 외엔 따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거든. 기사만 봤을 땐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걔도 오랫동안 잘못된 일을 방조한 공범이잖아. 지금껏 스폰서 힘으로 차지한 자리들이, 선의의 제삼자 자리를 뺏었단 것도 사실이고.”
“그렇죠.”
“그런데 이해원 보면 좀 우울한?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어. 지난번 교통사고 소식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잘못된 선택을 하려 했나?’ 이 생각부터 들었을 정도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그냥요.”
그래도 너무 부정적인 인상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앞으로 서로 돕는 동료가 될 테니.
“그런데 선배님. 제가 넘긴 시계는 안 끼세요?”
“그런 시계를 아무 스타일에나 낄 순 없잖아.”
“…음, 그렇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