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8화 (208/427)

* * *

“오늘은 여기까지.”

“아이고, 힘들다….”

“수고하셨습니다.”

뮤닷 프로젝트 그룹 원제로의 연습실. 안무 트레이너의 말에 원제로 멤버들은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거나 벽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

“다들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땀부터 닦아.”

“네엡.”

현강희는 수건도 집지 않고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그러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변지욱이 물었다.

“뭐야, 현강? 기다리던 연락 있었어?”

“응. 오늘 참깨 수술이 잡혔었거든.”

“수술? 무슨 수술?”

“비만세포종 제거 수술. 조직 검사 결과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하지만, 어쨌든 수술 잘 끝나서 지금 집에서 쉬는 중이래.”

현강희가 톡으로 온 사진을 보여주자 변지욱이 놀란 소리를 냈다.

“히익. 이렇게 많이 째고 꿰맸어? 진짜 아팠겠다….”

라일이 물었다.

“참깨가 한율이랑 같이 보호소 갔다가 데려온 고양이지?”

“네. 그날 당일 데려온 건 아니지만.”

“한율이랑은 자주 연락해?”

“일주일에 한두 번? 선배님이 드라마 촬영으로 바빴잖아요.”

“이젠 드라마 끝나니까 무슨 인터뷰에, 예능에, CF에, 컴백이랑 투어 준비로 매일 바쁜 것 같더라. 아, 그러고 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던 변지욱이 문득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스래빗, 이번 주에 간대.”

“어디로?”

“작년 우승으로 뮤닷 리얼리티 프로그램 찍기로 했잖아. 그거 촬영하러 영국 갈 거래.”

“영국?! 부럽다….”

“만약 지금 리디스 나가면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한 멤버가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라일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만큼 어스래빗도 성장해서 이기긴 힘들걸. 그런데 강희야. 넌 언제 떠비로 옮기는 거야?”

“4월 1일이요.”

“오오. 가면 크래 선배님들 사인 좀.”

“승준이 형이랑 지욱이도 못 받는 걸 제가 어떻게 받아오겠어요, 형.”

“전에 음방 겹쳤을 때 형이 직접 사인받지 그랬어.”

“쑥스럽게 어떻게 그래. 그리고 남들 눈엔 수작질로 보일 거 아냐.”

“응? 전에 크래 선배님들이랑 교환한 앨범에 친필 사인 있지 않았어?”

임승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포카에다가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누구 포카?”

“채…, 읍.”

라일이 임승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변지욱의 입까진 막지 못했다.

“채아 누나.”

“같은 아이돌끼리 특정 걸그룹 멤버한테만 사인받으려는 거, 그 자체로 아주 위험한데 이거?”

다른 멤버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한편, 정민솔은 그들이 떠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리더인 유지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형.”

“어. 수고했어, 민솔아.”

정민솔은 눈이 마주친 멤버들에게만 가볍게 손을 들곤 연습실을 나왔다.

잠시 후, 콩콩 엔터테인먼트.

“호 선배님, 작곡가로 만나니까 진짜 멋있더라. 무대에서랑 MC 볼 때랑은 또 다르게.”

“난 호 선배님이 그렇게 엄할 줄 몰랐다….”

“그만큼 꼼꼼하게 잘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던데?”

“나중에 우리 회사 안에도 그렇게 녹음실 만들었으면…. 어, 왔어?”

“하이, 민솔.”

연습실 앞 복도에서 정민솔과 ACCOM 멤버들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정민솔은 무뚝뚝하게 인사하곤 보컬 연습실로 들어갔다.

타악.

“…….”

ACCOM 멤버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안무 연습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메인 댄서 이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놈은 이제 예의상 웃지도 않네.”

“이래저래 바빠서 피곤한가 보지.”

“우리한테 싸가지 없이 구는 건 상관없지만, 요즘 형수 형 은근 무시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인기 많다고 유세 부리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선택해서 이 회사로 들어와 놓고선.”

“형수 형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난리야.”

“괜찮아, 이재.”

김형수는 웃으며 이재의 팔을 가볍게 툭 쳤다.

“어떻게 사람이 늘 활기차고, 어떻게 늘 다른 사람이랑 사이가 좋을 수 있겠냐? 안무 연습이나 하자. 시간 없다.”

김형수의 말마따나 그들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ACCOM은 6월 컴백 예정이었는데, 회사에서 유호가 보낸 곡을 듣자마자 타이틀곡을 그걸로 교체하기로 한 까닭이었다. 급히 안무를 의뢰하고, 이미 만들어진 콘셉트 일부를 수정하는 등 일이 바쁘게 돌아갔다.

이는 회사에서도 ACCOM이 올해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며, 다른 곡보다 유호의 곡이 그들에게 더욱더 어울리는 좋은 곡이라 판단했단 뜻이었다.

멤버들도 자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그만큼 연습 시간을 늘렸다. 평소보다 몸 관리에도 신경 쓰고.

“수고하셨습니다.”

새벽 1시. 단체 안무 연습이 끝났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하던 멤버가 김형수를 보며 물었다.

“형수 형, 더 하려고?”

“내가 안무 익히는 속도가 더디잖아. 30분만 더하다가 갈게.”

“봐줄까?”

“괜찮아.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

혼자 조용히 집중하고 싶은 것 같아, 멤버들은 눈치껏 하나둘 연습실을 나갔다. 김형수 덕분에 좋은 곡을 받게 된 것이기도 하고.

“진짜 30분만 하고 와. 그 이상 하면 몸 상해.”

“알았어. 들어가.”

곧 연습실엔 김형수만 남았다.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더는 희망이 없어.’

그는 혼자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춰본 뒤 녹화된 모습을 확인, 잘 안 되는 부분을 음악 없이 반복 연습했다. 그러다 30분은 옛적에 지났다는 멤버의 전화를 받고서야 마무리했다.

김형수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진작 이렇게 매일 열심히 연습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란 걸 깨닫곤 다른 데로 신경을 돌렸다. 이럴 시간에 얼른 정리해서 숙소로 돌아가 쉬는 게 더 나았다.

‘체중을 5kg 정도 감량해야겠어. 춤 선이나 핏이 더 좋아 보이도록. 하지만 회사에서 소개한 헬스장은 원장님이 조금…. 건우한테 물어볼까? 걔 번호 그대론가?’

생각에 잠긴 채 연습실 정리를 마친 김형수는 조명을 모두 끄고 나왔다. 복도 조명도 비상구 불빛을 제외하곤 모두 꺼진 상태라 굉장히 어두워, 핸드폰 조명 기능을 켠 채 걸었다.

새벽 2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라 직원들은 물론이고 연습생도 모두 퇴근한 모양이었다. 건물 안엔 적막감만 감돌았다.

김형수는 걷는 속도를 높였다.

‘괜히 혼자 남았나. 조금 무섭….’

그 순간이었다.

[아아….]

깜짝. 보컬 연습실에서 난데없이 높은 가성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화들짝 놀란 김형수는 쿵쿵 크게 뛰는 가슴팍을 꾹 누른 채 진정했다.

‘민솔이구나…. 그런데… 아직도 연습해? 새벽 2시가 지났는데?’

매일 스케줄과 연습으로 바빠서 이렇게 늦게까지 연습하면 몸이 상할 텐데.

김형수는 노크하려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렸다.

조금 전처럼 우연히 마주쳤을 때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따로 대화를 나눈 게 언제였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큼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지 오래였다.

싸우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시기로 따지자면 작년 초부터 정민솔이 선을 긋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형수도 ACCOM이 제자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에, 이전처럼 정민솔을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 회사로 와서 케어를 잘 못 받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제 몸 관리 잘하는 녀석이니, 괜찮겠지.’

김형수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비상구 불빛만 켜진 어둑한 복도엔 보컬 연습실에서 새어 나오는 노랫소리만 희미하게 맴돌았다.

다음 날,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

[[단독] 원제로 정민솔, 과로로 입원]

-헐.. 휴식기에도 애들 콘텐츠 촬영이다 뭐다 계속 쉴 새 없이 굴리는 거 보고 조마조마했는데 결국ㅜㅜ

-안 돼 민솔아ㅠㅠ

-애 과로로 쓰러질 때까지 소속사는 대체 뭐 한 거냐

-멤버가 열 명이나 되는데 고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민솔이 뿐이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것 같네요

-새벽까지 연습했다고? 다른 멤버들은?

ㄴ원제로 연습실이 아니라 본래 소속사인 콩콩에서 따로 혼자 연습하다가 쓰러진 거래요

ㄴ아니 같은 숙소에서 지내잖아요. 애가 새벽 늦게까지 안 들어오는데 아무도 안 찾았다는 거 아님?

ㄴ개너무해

ㄴ얘 아직도 팀에서 따 당함?

ㄴ어떤 멍청이들이 메보를 따 시켜요ㅋㅋㅋㅋㅋ 다 같이 망할 일 있나

-정민솔 건강이 최우선이야 아프지 마ㅠㅠ

“이 형님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무리하게 연습하는 사람이 아닌데.”

WB래빗 엔터테인먼트, 어스래빗 연습실.

기사를 본 길우성이 고개를 기울였다.

“별일이네.”

길에다 버리라고 해

이건우가 한율을 돌아보았다.

“한율이 너도 조심해. 아니, 당장 스트레칭하고 쉬어. 이따가 <뮤직마켓> 스케줄 있잖아.”

“저 온 지 5분밖에 안 됐는데요, 형.”

“아, 그런가?”

“한 시간만 하고 갈게요.”

“그래.”

그날 오후, tv Mu <뮤직마켓> 게스트 대기실.

이제설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오늘 녹화 끝나면 한동안 못 보겠네.”

“나중에 저희 콘서트 할 때 오실래요?”

“아이돌 공연 티켓은 예매부터가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하지 않아? 내가 자리 뺏어도 돼?”

“초대 손님용 좌석이 따로 있어서 괜찮아요. 온더로즈 콘서트 가신 적 없으세요?”

이제설의 연인이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온더로즈의 멤버 영아였다.

“응. 영아는 오라고 했는데, 괜히 방해될 것 같아서 안 갔어. 온더로즈 팬들 보기 무섭기도 하고. 전에, 온더로즈 해외 팬한테서 협박 DM 받았었다?”

“저런.”

이제설이 가볍게 웃었다.

“정말 협박이 무서운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의 연인이 공연장까지 오면 팬들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잖아. 기껏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콘서트가, 나 하나 때문에 이 얘기 저 얘기로 얼룩지는 것도 싫고.”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어요.”

“그나마 온더로즈는 과격한 팬이 적지만…. 너희는 정말 조심해야겠더라. 낮에 뜬 기사만 봐도.”

“무슨 기사요?”

이제설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한율에게 내밀었다.

“이거.”

[신인배우 김은혜, 아이돌 극성팬에게 봉변당해]

[신인배우 김은혜가 초코톡 웹드라마를 함께 촬영 중인 상대 배우, 보이그룹 원카운트 멤버 나기혁의 극성팬 A씨에게 봉변을 당했다.

A씨는 지난 29일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은혜에게 접근해…(중략).]

한편 김은혜는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드라마 촬영 휴식 시간 중 찍힌 동영상이 올라오며 나기혁의 다른 극성팬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나기혁이 불편한 티 팍팍 내는데도 틈만 나면 눈웃음치면서 친한 척하더니ㅉㅉ

-아이돌한테 스캔들은 치명적이니 거리 좀 둬달라고 말한 거 가지고, 지금 협박하는 거냐 스토커로 몰아가면서 비명 지르고 도망치다 스스로 자빠져놓고 봉변ㅋㅋㅋ

-둘 다 누군지 모르겠다

-인기 많은 남돌에게 들이대는 그 용기만은 높이 산다

-순진한 애한테 수작 부리지 마라 듣보ㄴ아

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진? 나기혁이?

“그 기사 보니까, 너희는 좋아하는 애가 생겨도 섣불리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칫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잖아. 본인도 상처받고.”

한율은 이제설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글쎄요. 다들 그렇게 신중한 건 아니라서요. 겉모습과 달리 생각 없이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래?”

“네. 저랑 우리 팀은 제외하고요.”

이제설이 소리 없이 웃었다.

“너희 팀 애들 착한 거야 나도 잘 알지. 그런데 ‘아이들’이라니. 너도 아직 아이야, 한율아.”

“…….”

“그나저나 너희 이사 가니까 조금 허전하더라. 산책로나 아파트 헬스장에서 종종 마주칠 때마다 반갑고 좋았는데.”

똑똑.

“네.”

조유찬이 문을 열었다. <뮤직마켓> 조연출이 안쪽에 대고 고했다.

“30분 후에 녹화 들어갈게요.”

* * *

“아니, 그게 내 잘못이냐고!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지, 왜 그딴 짓을 해서 사람을 실검에 오르게 만들어. 아무튼 골 빈 사생 년들, 진짜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돼.”

나기혁이 손으로 눈을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술 당긴다….”

“…….”

저 사람은 나도 대기실에 있다는 걸 잊은 건가.

고은훤은 시끄럽게 통화하는 나기혁을 힐끗하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며칠 전, 나기혁의 극성팬이 여자 주인공 김은혜를 찾아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직접적인 해는 입지 않았지만, 김은혜는 이전부터 나기혁의 팬들에게 무수한 악플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하던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엔 극성팬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결국 김은혜는 며칠 쉬기로 했고, 드라마 촬영장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윗선에선 여주 교체 얘기도 나왔다. 이미 찍은 걸 갈아엎고 새로 찍기엔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까우니 차라리 스토리를 바꾸자고. 어차피 이 드라마 제작비가, 나기혁만 보고 모인 투자금에서 나온 까닭이었다.

‘은혜도 웃으면서 말 몇 마디 건넨 게 이렇게 크게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인기 많은 아이돌 팬덤이 정말 무섭긴 무섭구나….’

우웅. 귀에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 스트리밍 앱을 실행하려는데, ‘에휴ㅡㅡ’라고 이름을 저장한 이해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기사 봤어. 현장 분위기 괜찮아?]

이해원은 지난번 폭로 이후 핸드폰 번호를 바꿨다. 기자 혹은 무서운 사람들의 감시가 닿지 않는 타인 명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듯했다.

[숨 막힌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밥은?]

[김밥 한 줄.]

-[그것밖에 안 줘?]

[더 먹기엔 눈치 보여서ㅋ]

-[그래도 잘 챙겨 먹어야지. 우리 엄마가 너 피죽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것처럼 비쩍 말랐다고 걱정하시더라.]

고은훤은 ‘ㅋㅋㅋ’를 쓰기 위해 액정을 툭툭툭 두드렸다.

그때였다. 통화를 마쳤는지, 나기혁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고은훤 옆에 털썩 앉았다.

“누구랑 연락해요?”

웬일로 휴식시간에 말을 걸까.

고은훤은 의아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기혁과는 드라마에서 친한 친구 사이로 나오지만, 따로 잡담을 나눈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서로 친해지려 다가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친구요.”

나기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해원? 둘이 친했었잖아요.”

“걘 아닌데요.”

“그럼 여자친구?”

“용건 있으세요?”

“그냥.”

나기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촬영도 공친 것 같고, 시간 괜찮으면 술이나 한잔하자고요. 은훤 씨 빠른 생일이라, 친구들이 다 나랑 같은 스물네 살이라면서요?”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외식해도 될 만큼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단다.

고은훤은 속마음을 감추며 대답했다.

“아, 제가 오늘은….”

“내가 살게요. 회에 소주 어때요?”

거절하려는 낌새를 눈치 못 채진 않았을 텐데, 나기혁은 아무렇지 않게 중간에 말을 자르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요즘엔 참돔이 고소해서 맛있다던가? 그거랑 참치회도 같이. 다른 게 좋으면 다른 거 시켜도 되고.”

“…….”

고은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데뷔 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 몇 달간 지켜본 바로는 조금 싸가지가 없는 것 같지만, 지인들에게 딱히 안 좋은 평을 들은 적도 없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 찍는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하고, 더구나 비싼 걸 사준다는데.

“콜.”

그날 밤, 어스래빗 숙소.

막 잘 준비를 하던 차남석은 고은훤의 연락을 받았다.

“누구요?”

-[워언카운트 나기혁…. 무슨 배터리 꺼진 사람처럼 완전히 잠들었는데… 폰이 잠겨 있어서 매니저한테도 연락 못 하겠어…. 혹시 원카운트 멤버 번호 알아?]

“잠깐만요. 알만한 사람한테 물어보고, 바로 연락할게요.”

-[응.]

차남석은 2층으로 올라가 라이언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이 없어 문을 열고 확인했더니 아무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아직 회사냐?”

-[어. 왜?]

차남석은 고은훤의 사정을 간단히 전했다.

-[기다려. 찬형한테 전화한다.]

잠시 후.

-[찬형 폰 꺼져 있어. 그냥 길에다 버리라고 해.]

“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일단 끊어.”

이번엔 고은훤에게 전화했다.

-[…응, 남석아.]

“나기혁, 아직도 안 깨어났어요?”

-[응….]

“지금 연락되는 원카 멤버 폰이 꺼져 있어서요. 일단 형네 집으로 데려가는 건 어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에….]

고은훤이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술값 너무 많이 나와써…. 7만 원 부족해….]

고은훤은 지갑 사정이 어려웠다. 더구나 목소리 상태로 보아, 그 역시 적잖이 취한 듯했다.

“제가 금방 갈게요. 톡으로 위치 보내주세요.”

차남석은 외투를 챙겨 거실로 나왔다. 삐릭. 그때 마침 문이 열리더니 한율이 들어왔다.

“이제 오냐?”

한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에 어디 가요?”

“은훤이 형이랑 나기혁이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값을 내기로 한 나기혁이 뻗었단다. 은훤이 형도 많이 취한 것 같아서 내가 가서 수습하려고. 아, 너 혹시 원카운트 멤버 번호 아냐? 찬형 빼고.”

“아니요. 저도 같이 가요.”

“스케줄 다녀와서 피곤하잖아. 숙소에 있어.”

“술 취한 남자 둘을 혼자 챙길 수 있겠어요? 기다려요, 키 가져올게요.”

잠시 후, 한율이 차남석과 일식당에서 도착했을 땐 고은훤도 잠든 상태였다. 테이블에는 청주 한 병, 소주 다섯 병이 빈 상태로 세워져 있었다.

“친구들이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여기 테이블 계산할게요.”

한율은 식당 직원과 사장에게 사과하곤 카드를 건넸다. 차남석은 고은훤부터 깨웠다.

“형, 일어나봐요.”

고은훤이 비몽사몽 눈을 뜨더니 반갑게 웃었다.

“어? 남서억, 하이. 웬일이야?”

“웬일은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그럼, 일어날 수 있….”

털썩.

한율은 직원에게 카드와 영수증을 받아 챙겼다. 그러곤 나기혁을 흔들어 깨웠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라 웅얼거리기는 하는데, 최소한 몇 시간은 지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이렇게 마셔댄 건지.’

결국 한율은 나기혁을 업고, 차남석은 고은훤을 부축한 채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하필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무리와 마주쳤다.

“어? 방금 서한율 아니었어?”

“서울 구미호 형호다!”

“술 취한 애들도 다 아이돌 같은데?”

“미친, 실물 존잘.”

“와, 비율들 보소….”

찰칵, 찰칵.

주차장까지는 또 왜 이렇게 먼 건지.

둘은 일단 나기혁부터 차 안쪽에다 밀어 넣곤 옆에다 고은훤을 태웠다. 차남석도 뒷자리에 탔다.

“은훤이 형 집으로 갈까?”

“거기는 골목이 좁고 복잡해서 차로 들어가기가 힘든데.”

철컥. 운전석에 탄 한율은 안전띠부터 맸다.

“둘 다 숙소로 데려가죠.”

다음 날 아침.

“…….”

한율의 침대에 널브러져 자던 나기혁이 멍하니 두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

머리맡에 앉아서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달냥도 펄쩍 뛰었다. 므얅?!

“워씨, 깜짝이야…. 아,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고양아.”

“일어났어요, 선배님?”

“……?”

나기혁이 벙벙한 얼굴로 한율을 돌아보았다. 네가 왜 여기 있냐는 표정. 그리고 여기는 어디냐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으로.

한율은 그에게 생수를 내밀었다.

“어제 은훤이 형이랑 술 마신 건 기억나요?”

“어. 그런데 내가 왜….”

“선배님이 잠들어서, 저희 숙소로 두 분 다 데려왔어요.”

“중간 과정을 너무 생략해서 알아듣기가 힘든데. 그러면 여기… 어스래빗 숙소야?”

“네.”

“아….”

나기혁은 천천히 생수를 마시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고맙다. 내 핸드폰은?”

한율은 의자에 걸쳐놓은 그의 외투를 가리켰다.

“여기 주머니에 있어요.”

“혹시 새벽에 전화 오진 않았어?”

“얼핏 진동 소리를 들은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요. 저도 피곤해서 잠들었거든요.”

“아, 그래…. 아무튼 고맙다.”

술과 잠이 덜 깬 상태라 그런지 평소보다 어리바리하다. 고맙다는 말도 두 번이나 하고.

“그럼 천천히 나와요.”

“…야, 그런데.”

나가려던 한율은 의아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나기혁이 엉망이 된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빗질하며 물었다.

“나 혹시 주정이나 잠꼬대로 이상한 말 같은 거 하진 않았지?”

했다.

하지만 한율은 시치미를 뚝 뗐다.

“네. 전혀요.”

소속사가 어디야

[제목: 어젯밤에 술 취한 아이돌들 봄ㅋㅋㅋ]

[(이미지)

(이미지)

업고 가는 건 어스래빗 서한율이고 업힌 건 원카운트 나기혁ㅋㅋㅋ 차남석이 챙긴 애는 이름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넷 다 개잘생김. 서한율이 운전하는 거 보니까 둘이 꽐라 댄 거 챙겨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차남석 옆은 고은훤이라고 예전에 보컬3에 같이 나왔던 애임. 그때 친해져서 종종 SNS에 같이 찍은 사진 올라왔었음

-원카운트랑 어스래빗은 그리 친해 보이지 않았는데, 연예계는 진짜 겉만 봐선 모르는 거구나

-원카를 왜 어스가 챙김ㅋㅋ

ㄴ고은훤 챙기러 왔다가 덤으로 챙긴 듯?

ㄴㅋㅋㅋ그게 더 웃기다

-나기혁 어제 터진 ㄱㅇㅎ 사건 때문에 본인도 욕먹어서 술 처먹었나 그 사건으로 당분간 촬영도 중단됐다던데

ㄴ무개념 짓은 무개념 팬들이 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그 오빠가 받음ㅋㅋ

ㄴ무개념 팬을 양산하고 방치한 죄

“아주 자알 하는 짓이다. 밖에서 인사불성 될 때까지 술이나 퍼먹고.”

원카운트 숙소. 나기혁은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실장과 대면했다.

“죄송합니다.”

“그나마 같이 술 먹은 친구가 어스래빗에 연락하고, 걔네가 너까지 잘 챙겨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연예뉴스 메인 장식할 뻔했어? 인기 남자 아이돌그룹 원카운트 멤버 나기혁, 만취 상태로 식당에서 발견. 응?”

“…….”

“기혁이 너 김은혜랑 뭐 있었던 건 아니지? 그래서 속상해서 술 퍼먹은 건….”

“절대 아닙니다. 연락처도 모릅니다.”

단호한 나기혁의 대답에, 실장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믿는다. 어쨌든 드라마 쪽은 김은혜를 자연스럽게 하차시키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수정하기로 했어. 그래서 당분간은 촬영도 없으니까, 이참에 조금 쉬어.”

“네.”

“술도 작작 마시고. 너흰 몸이 재산이란 거 잊지 마.”

“네. 들어가세요, 실장님.”

나기혁은 문밖까지 실장을 배웅하고 나서 돌아왔다. 조용히 지켜보던 리더가 쯧쯧 혀를 찼다.

“너 다음에 술 마시러 갈 땐 어디에서 누구랑 마시는지 꼭 나한테 보고해. 이게 뭔 망신이냐? 커뮤랑 SNS에 너 서한율한테 업혀 가는 사진 쫙 퍼진 건 아냐?”

“…머리 아프다. 들어가서 좀 잘게요, 형.”

“약은 먹었냐? 밥은.”

리더의 잔소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기혁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어스래빗 숙소에서 먹고 왔어요.”

“아주 자알했다, 그래!”

“북엇국까지 끓여주는데 어떡해요, 먹고 와야지. 아무튼 좀 잘게요.”

쿵. 나기혁의 방문이 닫혔다.

쯧쯧. 리더는 재차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취해서 루아를 안 부른 게 다행인가.’

후우. 방으로 들어온 나기혁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약효가 들어서 그런지, 어스래빗 숙소에서 막 눈을 떴을 때보단 이성이 또렷해졌다. 그와 비례해 현타도 찾아왔다.

‘다른 어스래빗 멤버들하고 안 마주친 게 천만다행이지. 특히 라이언.’

마주쳤다면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날 못마땅하게 보는 녀석이니.’

라이언이 아림에 있었을 땐 서로 무관심에 가까운 사이였다.

아림은 연습생 수가 많았다. 거기에 받는 수업 레벨, 나이도 두 살이나 차이 나다 보니 자주 얽힐 일도 없어, 라이언에 대한 소문을 들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진짜면 회사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방송국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나기혁을 바라보는 라이언의 시선엔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아마 찬형 때문이겠지만, <뮤직뮤직>의 사용하지 않는 대기실 앞에서 마주친 뒤론 더 심해졌다.

‘그러고 보니….’

서한율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작년 RMMA 속 작은 코너 <나의 친구를 찾아서>를 찍을 때, 서한율은 나기혁에게 사탕 세 개는 필요하지 않냐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즈음부터 드림래빗의 박세은이 대놓고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SBC 연말 특집 무대 때 서한율이 했던 말.

『한번 바람피운 사람은 절대 한 번으로 그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찔러본 거예요.』

‘그 녀석도 날 안 좋게 보고 있을 텐데, 왜 날 자기 방에 재우면서까지 챙겨준 거지? 나 정말 이상한 말 지껄인 적 없는 거 맞나?’

혹시 몰라 핸드폰을 천천히 살펴봤지만, 별거 없었다. 애초부터 루아를 포함해 사적인 연락 용도로 사용하는 세컨폰은 숙소에 두고 나갔으므로.

나기혁은 침대에 앉아 어젯밤의 기억을 차분히 더듬었다.

‘차라리 라이언처럼 대놓고 싫은 티라도 내면 모를까, 서한율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 은근 더 무섭단 말이지….’

한편 그 시각, 어스래빗 숙소.

라이언이 못마땅한 눈으로 차남석을 바라보았다.

“뭐가 예쁘다고 밥까지 먹여. 길에다 버리라고 했잖아.”

라이언은 어젯밤 고은훤과 나기혁을 1층 방에서 재우고 난 뒤에야 귀가, 두 사람이 돌아간 후인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은훤이 형 챙기는 김에 같이 챙긴 것뿐이야.”

“그런데 형, 국 진짜 맛있게 잘 끓였다. 술도 안 마셨는데 뜨끈 시원하게 해장하는 느낌이야.”

후룩. 칭찬을 늘어놓은 길우성이 북엇국을 들이마셨다. 박가람도 어슬렁어슬렁 와서 국그릇에다 북엇국을 펐다.

“이거 할부지한테 배운 거야?”

“인터넷 레시피 따라 한 거예요.”

“오오. 기본 요리 실력이 있어서 맛있게 나온 건가? 그런데 우리 숙소에 북어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아침에 형이 일부러 나가서 사 온 거야?”

“아니? 냉장고에 있던데.”

“우리 중에 차남석 말고 요리재료를 사다 놓는 사람이 있었나?”

“리더랑 건우?”

“써한, 이불 빨려고?”

한율이 방에서 이불과 시트, 베갯잇 따위를 한가득 안고 나오자 길우성이 큰소리로 물었다.

“어. 술 냄새나서.”

“직접 빨래방 가게?”

“아니. 세탁 서비스 부르려고.”

한율은 이불 뭉치를 거실 중문 옆에다 놓았다. 졸졸 따라오던 달냥이 그 위로 폴짝 올라가 웅크렸다.

“어차피 모레면 영국으로 갈 건데, 이불은 햇볕에만 잠깐 말렸다가 이모님한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듣고 보니. 한율은 달냥을 들어 소파로 옮겼다. 그러곤 이불만 챙겨 3층 옥상으로 향했다.

까악.

대형 빨래 건조대에다가 이불을 너는데, 난간에 앉아있던 까마귀 하나가 걸걸한 울음소리를 냈다. 한율이 훈련한 개체 중 하나였다.

“조용히 해.”

…….

까마귀가 부리를 꼭 다물었다. 그 모습이 조금 기죽은 것처럼 보여, 한율은 이불을 널고 나서 말했다.

“잠깐 기다려.”

그러곤 까마귀를 위해 사두었던 땅콩을 챙겨 다시 옥상으로 올라와 난간 아래에 뿌렸다.

“이불 근처엔 오면 안 된다.”

까마귀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율이 뿌린 땅콩을 콕콕 쪼아먹었다. 한율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후, WB래빗 엔터테인먼트 로비.

원제로의 현강희가 어스래빗 멤버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오늘부로 WB래빗 소속이 된 현강희라고 합니다!”

현강희가 WB래빗으로 소속사를 옮기는 건 몇 달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멤버들은 반갑게 현강희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오, 하이하이.”

“어서 와, 강희야.”

“드디어 왔구나.”

한율은 4년 전 WB래빗 출입증을 처음 받은 날, 직원에게 들었던 말을 비슷하게 읊었다.

“우리 식구가 된 걸 환영해.”

현강희가 활짝 웃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점심은 먹었어?”

“네. 조금 전에 지욱이랑 승준이 형이랑 여기 구내식당에서 먹었어요. 굉장히 맛있던데요?”

“너무 맛있어서 살찔 수 있으니 조심해.”

멤버들은 현강희를 어스래빗 연습실로 안내했다.

“어서 와, 어스래빗 연습실은 처음이지?”

“와, 영상으로 본 거랑 똑같아…. 어? 저게 선물 받은 구미호 인형이에요?”

현강희는 잔뜩 들뜬 얼굴로 연습실을 구경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유호가 따뜻한 율무차를 그에게 내밀었다.

“민솔이는 좀 어때? 어제 과로로 입원했다며.”

“이따가 오후에 퇴원해서,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병원엔 가 봤어?”

“아니요. 쉬는 데에 방해된다고, 회사에서 가지 말래요. 당분간 목도 조심해야 하니 웬만하면 통화도 자제하라더라고요.”

“저런.”

“너희도 걱정이 많겠다.”

“네.”

현강희가 율무차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팀에서 중요한 메인 보컬인데… 부담만 잔뜩 지워놓고선 신경을 제대로 못 써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요.”

“나도 기사 보고 놀랐어. 민솔이 형, 여기에 있을 때부터 평소에 목 관리 엄청 신경 쓰고, 컨디션 조절도 알아서 잘했었거든. 그런 사람이 과로로 쓰러지다닝.”

“정민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소속사가 어디야?”

“콩콩 엔터.”

“형수 형 있는 데잖아.”

“아니.”

라이언이 뚱한 얼굴로 물었다.

“거기랑 전속 계약 도장 찍었어? 은 연습생 신분으로 나간 거잖아.”

“응? 찍지… 않았을까?”

“프로젝트그룹이 해산되어도 거기에 그대로 남을 거란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아니, 댓글이었나?”

멤버들의 시선이 현강희를 향했다. 현강희도 긴가민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 말로는… 스케일 엔터의 계약 제의를 거절했다고 했어요. 지금 소속사 덕분에 픽미돌에 나올 수 있었던 거라, 등지고 싶지 않다고요. 그러니 지금 소속사랑 전속 계약… 하지 않았을까요?”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확실하진 않다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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