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5월 5일 어린이날 오전.
한율은 한복 입은 구미호 인형 두 개를 정성껏 포장했다.
지난달, 한네모가 SNS에 한율의 선물 인증샷을 올렸다. 바로 다음 날 방송된 <달리는 예능>에서도 한율이 한네모의 딸 생일 선물로 구미호 인형을 주기로 약속한 게 나왔다.
그 뒤 외숙인 최은후로부터 연락이 왔다.
쌍둥이들이 그 방송과 한네모의 SNS에 올라온 사진, 기사를 보고 ‘한율 오빠 언제 만나?’, ‘우리 생일 앞당기면 안 돼?’ 이렇게 물으면서 매일 구미호 인형 노래를 부른다고.
그래서 오늘 어린이날을 기념해 만나기로 했다. 쌍둥이 생일이 있는 10월엔 투어를 떠나 못 만날 가능성이 커서, 미리 사과도 할 겸.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율이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물건을 안고 나오자, 거실에 있던 멤버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디 가?”
“사촌 동생들 만나러요.”
“어린이날이라서? 애들 몇 살인데?”
“아홉 살 쌍둥이 자매예요.”
강보배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귀엽겠다. 조심히 다녀와.”
“네. 이따가 연습실에서 봐요.”
한율은 지하실과 차고로 이어지는 계단 문을 열고 내려갔다. 계단 끝은 지하실과 차고로 갈라져 있는데, 차고와 연결된 문에는 도어락을 설치했다. 차가 외부와 드나들 때 누군가 그 틈을 노리고 집 안까지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차고로 들어가자 천장의 센서 등이 켜졌다. 삐릭. 등 뒤에서 도어락이 자동으로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차에다 인형을 실었다.
우웅.
“……?”
조유찬으로부터 톡.
-[한율아 너 왜 사람을 놀라게 해ㅜㅜ 다음에 기부할 땐 예고 좀 해주라..]
[네, 다음엔 예고 할게요ㅎㅎ]
-[인터뷰는 어떻게 할까? 아주 간단하게만 해도 돼.]
[패스할게요. :)]
-[ㅇㅇ!]
외숙 가족과는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레스토랑엔 아이 동반 손님이 많아 무척 소란스러웠다.
“옵빠아!”
맑고 큰 목소리가 소란을 뚫고 한율에게 닿았다. 한율은 저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드는 쌍둥이들을 가볍게 안아주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녕, 잘 지냈어?”
“응!”
쌍둥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더니 눈을 반짝거리며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오빠, 꼬리 어디 갔어?”
“오빠, 진짜 구미호 아니지?”
“오빠, 구미호 인형은?”
“오빠, 나 안 보고 싶었어?”
“오빠, 진짜 아이돌이야?”
“오빠, 나 친구한테 자랑해도 돼?”
“그만해, 오빠도 자리에 앉아야지.”
“네가 먼저 했잖아아. 오빠, 나랑 같이 앉자.”
“오빠는 나랑 앉을 건데? 오빠, 가운데에 앉아.”
삐악삐악 우는 병아리들 같아 귀엽다. 한율은 둘을 달래며 함께 자리에 앉고 나서야 외숙과 외숙모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우리야 늘 잘 지내지.”
“많이 바쁠 텐데, 애들한테 귀한 시간 내어줘서 정말 고마워.”
“두 분께 항상 도움받고 있는데 이 정도 시간은 내어드려야죠.”
한율은 자신을 이리저리 살피는 쌍둥이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구미호 인형은 이따가 밥 먹고 나서 줄게.”
쌍둥이들이 활짝 웃었다.
“네에!”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란.
[어스래빗 서한율, 어린이날 맞이해 2억 통 큰 기부]
[작년 어스래빗 팬덤 ‘이프림’의 이름으로 ○○어린이재단과 ○○대학병원 어린이병원에 각각 1억씩, 총 2억을 기부했던 서한율이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 ○○어린이재단과 미혼모 보호시설에 각각 기부금 1억씩, 총 2억을 쾌척했다.
(사진=WB래빗 엔터테인먼트)
서한율의 소속사인 WB래빗 엔터 관계자는 아티스트 개인의 선행이라 미리 알지 못했으며, 기부 관련 인터뷰는 아티스트 본인이 거절하여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서한율이 속한 인기 보이그룹 어스래빗은 6월 컴백 예정이다.]
-서한율 님 감사합니다! :D
-서한율 흥해라
-얜 대체 현금이 얼마나 있는 거임ㄷㄷ
ㄴ서울 구미호 출연료만 해도 몇억은 받았을걸요?
-기부하려면 진짜 어려운 사람들한테 직접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단체에다 내면 중간에 누가 어떤 명목으로 떼먹는지 어떻게 알아
ㄴ본인도 잘 알걸. 그런데 어떻게 일일이 찾아서 주냐? 세금 문제도 있는데
ㄴ기부해도 질알
ㄴ그냥 칭찬하고 말면 되는 걸, 꼭 이래라저래라 훈수하는 애가 있더라
-훈훈한 기사 좋다.
-어린 친구가 멋있네요!
-어이, 젊은 친구. 임대료도 좀 깎아줘...
ㄴ응 안 돼. 돌아가^^
-조금 전엔 학대 의심 아동 기사 봤는데... 마음이 복잡해지네요ㅜㅜ
또 다른 기사.
[어스래빗 서한율, 아파트 매각으로 5억 시세 차익]
-이거 판 돈으로 기부했구나!
ㄴㅋㅋㅋㅋㅋㅋㅋㅋ
“징글징글하다, 정말.”
WB래빗 엔터 크리스탈 래빗 연습실.
쉬는 시간,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면서 ‘우리 후배 대단하다!’ 감탄하던 채아가 돌연 미간을 구기며 불쾌감을 표했다.
“왜? 악플 때문에 그래, 언니?”
다른 크래 멤버들이 의아한 얼굴로 채아를 바라보았다. 채아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아예 핸드폰 전원을 껐다.
“또 한율이 소개해달라는 톡 왔어. 으, 속 보여.”
“소개해달라는 데에서 그치면 그나마 양반이지.”
미랑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걔한테 누구를 소개할 만큼 친분도 없고, 만약 친했어도 그런 연결은 피곤해서 안 한다고 하니까 ‘네가 노려서 안 된다는 건 아니고?’ 이렇게 비꼬는 애도 있었다?”
“아이돌?”
“죄다 아이돌이지, 뭐.”
“미쳤나 봐. 같은 아이돌이니까 지금 스캔들 터지면 아주 치명적이란 거 잘 알 텐데.”
라나도 입을 열었다.
“일단 따로 만나게만 해주면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 …이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하는 말일까? 얘들아.”
“언니한테도 소개 부탁 들어왔어?”
“한율이 뿐이겠니.”
라나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어스 애들 이름 한 번씩은 다 들은 것 같아.”
미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슬쩍 다가갔다.
“우성이도?”
“응, 우성이도.”
“취향 참 특이하네.”
“우성이 상처받겠다, 랑아….”
“그래도 어쩌겠어. 늘 그렇듯.”
채아가 두 팔을 벌리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선에서 잘라야지. 반대로, 동생들도 우리를 향한 수작질을 차단해주는데.”
“그런데 우리야 연차가 있으니 거절해도 꼬투리 잡는 애들이 별로 없지만.”
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드림래빗 애들은 괜찮을까?”
그날 밤.
외숙 가족과 점심을 먹고 난 뒤 회사로 출근, 안무와 보컬 연습, 외국어 공부, 대학 과제를 하던 한율은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자정이었다.
‘내일 잡지 화보 촬영도 있고. 그만 숙소로 들어갈까.’
한율은 회의실 테이블에 널려놓았던 교재와 노트, 노트북과 필기구를 가방에 넣어 정리했다. 그곳을 나오며 어스래빗 단톡방을 확인해보니, 아직 이건우와 차남석이 회사에 남아있었다.
톡, 토독.
-저도 이만 퇴ㄱ
여기까지 톡을 썼을 때였다.
“……?”
한율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시야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의 형상을 본 것 같아서.
그러곤 저도 모르게 움찔 놀랐다.
비상등만 켜진 어둑한 반대쪽 복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진열된 작은 책장 앞,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여자애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게 없었다면 누가 봐도 귀신으로 착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귀신이 토끼 모양 케이스를 끼운 폰을 가지고 있을 린 없으니까.
“박세은?”
조용히 이름을 부르자, 우두커니 서 있던 박세은이 어깨를 흠칫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서 혼자 뭐 해?”
“어….”
슥슥. 박세은이 치렁치렁 내려온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돈하며 시선을 피했다.
“괜찮은 책이 있나… 잠깐 보고 있었어.”
“이 시간에?”
“내일 이동할 때 읽으려고.”
“그래….”
“한율아, 저기….”
“……?”
박세은이 머뭇거리다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앞으로 모은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뭐가?”
“나 때문에… 이상한 소문 난 거.”
이상한 소문? 한율이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박세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천천히 설명했다.
“예전에 내가 사무실에서 쓰러졌을 때, 네가 업어서 로비까지 내려갔었잖아. 그런데 그 일이… 너랑 내가 사귀었었다는 둥 이상한 소문으로 떠돈다고 해서….”
“그걸 왜 네가 사과해. 그때 멋대로 나서서 행동한 건 나고, 이상한 식으로 퍼뜨린 사람들도 따로 있는데.”
박세은이 고개를 들어 한율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가를 올렸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히려 나 때문에 피해 보는 건 너 아니야? 이성과 엮인 소문은 남돌보단 여돌에게 더 지저분한 방향으로 와전돼서 돌잖아.”
“괜찮아. 우리 회사, 떠비잖아. 법적 대응이 취미인 회사.”
농담처럼 웃으며 말하지만, 박세은의 얼굴에선 채 감추지 못한 불안과 걱정이 엿보였다. 하지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굳이 캐고 싶진 않아,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 짖는 소리는 무시해. 신경 낭비야.”
박세은이 더 환한 척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시간 늦었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서 쉬어.”
“응. 한율이 너도 조심히 들어가.”
“어.”
한율은 가볍게 손을 들곤 몸을 돌렸다. 멀어지는 거리에서 박세은이 드림래빗 연습실로 들어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조용한 복도에 문을 여닫는 소리가 울렸다.
한율은 조금 전 단톡방에다 올리려던 톡을 마저 써서 올렸다.
[저도 이만 퇴근합니다.]
곧 이건우와 차남석의 톡이 올라왔다.
-[나 금방 정리함.]
-[지금 로비로 간다.]
걔 느낌 별로야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율의 차 운전대를 잡은 차남석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새로 뽑은 매니저 다섯 중 두 명이 그만뒀대요.”
“벌써?”
지난달 20일. WB래빗에 새로운 매니저 5명이 출근했다. 그들은 크리스탈 래빗과 드림래빗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당시 드림래빗은 컴백을 앞둔 시점이라 웹예능이나 MBS K <주말아이돌>과 같은 홍보성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크래는 몇몇 멤버의 고정 프로그램 스케줄을.
“지난주에 드림래빗이 컴백했잖아요. 음방 활동이 시작되니까, 도저히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음방 스케줄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데다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회사는 한두 명으로 나눠서 음방 하나씩 소화하게 했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이렇게.
그런데 음방 활동 시작 일주일째인 오늘, 한 명이 힘들다며 사직서를 썼다. 다른 한 명은 왜 신입이라고 무조건 로드부터 돌아야 하느냐, 이는 회사의 갑질이다! 내근직만 할 수 없냐고 요구하다가 갑자기 집에 우환이 생겼다며 그만두었다고.
차남석의 설명을 들은 이건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현장을 모르는 매니저가 어떻게 내근해. 애초부터 로드매니저로 시작하는 일이란 걸 알고 지원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편한 일 안 시켜준다고 갑질이라니.”
“관련 학과나 학원 나온 사람들로 뽑았다고 들었는데,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리고 드림래빗 애들이 자기 말에 건성으로 대답한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고 불평했대요. 드림래빗 애들은 쉬고 싶은데 자꾸 잡담 나누려고 해서 부담스럽다고 하고.”
“편하게 일하면서 애들이랑 대화하려고 지원한 건가?”
“믿을 만한 매니저를 고용하는 게 참 힘드네요.”
“그래서… 이건 내 예상인데, 새 남돌 그룹이 런칭되면 매니지 팀에도 큰 변동이 생길 것 같아.”
“그래도 왠지 유찬이 형은, 비단 우리 팀이 아니더라도 한율이 개인 스케줄을 계속 담당하게 될 것 같다.”
“동감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차남석은 글러브박스에 있던 차고 문 리모컨을 꺼내 눌렀다. 셔터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들은 차고 안으로 들어온 뒤, 셔터가 도로 닫히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
이건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차고까지 따라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다음 날, 한 커뮤니티 사이트.
[제목: 복지 좋다는 연예기획사 ㅆ개구라^^]
[취미가 법적 대응이니, 한번 채용되면 그만두는 사람이 없어서 채용공고 게시물 최근 날짜가 작년이니 하는 연예기획사 매니저로 입사함. 그런데 실상은ㅗ
일단 고인물들은 의심 ㅈㄴ많아서 돌 숙소 절대 못 들어가게 하고 차에서 대기시킴. 그리고 돌한테 말 붙이지 말래 애들 피곤하다고ㅋㅋ
평소에 얼마나 상전으로 모시고 살았는지 여돌은 갑질 기본 장착돼서 개싸가지 없고 무슨 말만 하면 표정 굳고 사람 무시하는데 진짜 기분 더러움. 그리고 지들 성공하려고 일하는 거잖아? 돈 존나 벌잖아? 그런데 힘든 티 내고 징징대는데 진짜 마음 같아선…(중략).
얼마나 사람을 개 같이 굴리면 매니저를 5명씩이나 한꺼번에 뽑았겠냐고ㅋㅋㅋ 그런데 정작 버티니까 지들도 당황했는지 은근히 알아서 관두라고 눈치 줘서 더러워서 나왔다ㅅㅂ
무슨 비밀 지켜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더 말은 못 하겠는데,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ㅈ소는 가는 거 아니다.
(개ㅈ1ㄹ하는 ㅂㅅ들 때문에 욕설 지웠다.)]
-어디임
-알 거 같다
-???: 아 나도 여돌 숙소 들어가고 싶었다고
ㄴ변태ㅅㄲ야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무슨 갑질 당했냐
-쓰니 조심해라. 몇 달 뒤 출석통지서 날아온다.
-한 줄 요약: 여돌 숙소 못 들어가게 하고 말도 못 붙이게 해서 그만둠 ㅈ소ㅗ
ㄴ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네
WB래빗 엔터테인먼트 회의실.
홍보팀장이 쯧쯧 혀를 찼다.
“진작 그만둔 게 천만다행이네요. 이런 사람이 더 오래 일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아서 그런지, 어제 그만둔 신입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스스로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캡처본이 여기저기 퍼졌다.
입을 다문 채 글을 살핀 오동식 팀장이 A팀의 유 팀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 누른 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면접에선 말 없고 우직한 척은 다 하더니….”
“X 밟았다고 생각하죠. 괜찮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아요.”
“하아…. 업무보다는 부하직원 관리하는 게 더 힘드네요.”
토닥토닥. 홍보팀장이 그 고충을 잘 알겠다는 듯 조용히 유 팀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홍보팀에선 작년 12월, 소속 아이돌의 항공 스케줄이나 호텔 정보 등을 돈을 받고 상습 유출 시킨 직원을 찾아내 해고한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뜩이나 빽빽한 스케줄로 한창 예민하고 힘든 시긴데.”
“다음부터 새로운 매니저를 채용하면 우리 팀이 먼저 데리고 다니겠습니다. 드림래빗엔 성격이 조심스럽거나 낯을 가리는 아이들이 많아서, 불쾌한 일을 당해도 조용히 참는 버릇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어스래빗 애들은…?”
오 팀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우리 애들은 이상하다 싶으면 대놓고 말합니다. 눈치 빠른 애도 있고, 담담하게, 혹은 웃으면서 팩폭도 곧잘 날리니, 이상한 놈도 사전에 잘 잡아낼 겁니다.”
“하하하….”
“어쨌든 다음 주부터 예능 스케줄이 잡혀 있으니, 한두 명씩 데려가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