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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엔터 “정민솔에게 제안한 건 사실, 논의는 無”]
[뮤닷 프로젝트그룹 원제로의 정민솔이 FJ그룹 계열사인 스케일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논의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스케일 엔터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13일 스케일 엔터 관계자는 “정민솔과 만나 전속 계약을 제안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상 논의는 없었다”라며 전속 계약 논의 주장을 일축했다.
정민솔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고음을 소화하는 뛰어난 보컬 실력과 준수한 외모, 두터운 개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연예기획사가 러브콜을 보내는 상태다.]
-어디든 지금 소속사만 아니면 된다.
-콩콩 엔터 만행:ㅎㅅㅎ 학폭 루머 터졌을 때 수수방관/정민솔 인성과 팀 내 따돌림 루머 터졌을 때도 방관, 아티스트 이미지 실추하는 악개, 악플러 문제도 방관, 애가 과로로 쓰러질 때까지 컨디션 관리 하나 안 하고 방치.
ㄴ대체 뭐 하는 회사임
ㄴ정민솔 등골 빨아먹는 회사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도 거취 안 정한 거 보면 콩콩에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있는 듯
ㄴ지금 정민솔이 콩콩 먹여 살리고 있어서 그런 듯요. 그 회사 들어가자마자 픽미돌 나간 거라 딱히 도움받은 것도 없는데
-콩콩은 양심 있으면 정민솔 놔줘라
-친한 형 따라서 간 곳이 구질구질하게 발목 잡는 곳이었을 줄은 정민솔도 몰랐겠지
“논의가 없었다니….”
원제로 매니지 업무를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한영’의 대표실.
정민솔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한영의 대표를 바라보았다.
“그럼 지난 주말에 스케일 엔터로 가서 한 건 뭐였어요? 어떤 콘셉트로 앨범을 만들지 그 얘기까지 나왔었잖아요.”
“그게…. 스케일에서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자더라.”
정민솔은 어이가 없었다.
“상황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지금 소속사랑 작별하고 계약하자고… 스케일 쪽이랑 얘기가 다 되었다고 말씀하신 건 대표님이시잖아요!”
“스케일 대표가 반대했단다.”
“네…?”
한영 대표는 한숨을 푹 내쉬곤 이마를 긁적였다.
“그쪽 실장이 민솔이 널 데려오겠다고 했을 땐 그러라고 했던 양반이, 갑자기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자며 고개를 저었단다.”
“대체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 이유가 뭐래요? 혹시 콩콩 엔터에서….”
“콩콩 쪽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뀐 것 같진 않아. 그럴 만한 양반도 아니고.”
“그럼 왜요? 연습생 때 진 빚도 다 갚았고, 저 정도면 웬만한 신인보다는 바로 좋은 수입을 거둘 수 있는데? 최근엔 이상한 루머 같은 거 없이 조용했는데, 왜….”
정민솔을 스케일과 연결해주는 대가로 챙길 수 있던 용돈이 날아가서 그런 것일까. 크게 한숨 쉬는 대표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실장도 이유를 모르겠단다.”
“…하.”
정민솔은 헛웃음이 나왔다. 먼저 계약하자고 제안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콩콩에 대한 고마움이니, 뭐니 잘난 척 떠들지 말고 처음 제안받았을 때 그때 바로 계약했어야 했는데.’
더 나은 이미지를 챙기려 시간을 끌었다가 좋은 기회를 날린 것 같아 분통이 터졌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이미지를 챙기도록 만든 일들도 떠올라서 더더욱.
“어쨌든 네 팬들이 콩콩에 남는 건 안 된다고 여론을 만들고 압박하고 있으니, 다른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알아봐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정민솔은 드러났던 감정을 추스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한영 대표에게 따져봤자 소용없다. 같은 FJ 계열사라 하더라도 한영은 프로젝트그룹의 활동을 위해 급조된 곳이므로.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대표도 일어나 정민솔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너무 낙담하진 말고.”
“네. 그럼.”
정민솔이 대표실을 나갔다.
…후우. 문이 닫히자마자 한영 대표는 세 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스케일 엔터 실장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회사에 굉장히 감이 좋은 애가 있어요. 아시죠? 이 바닥에 종종 ‘그런’ 애들 있는 거. 그런데 걔가 정민솔을 보곤 느낌이 안 좋다더라고요. 그 얘기를 대표님께 전했더니…. 아무튼 미안하게 됐어요. 그런데 우리라고 왜 아쉽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한영 대표는 실장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었다. 차라리 그럴싸한 핑계라도 대주지.
그래서 정민솔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기사를 통해 먼저 계약이 불발된 걸 알게 되어 심란한데, 거기에 기름을 들이부을 순 없었다.
‘마지막 활동이 코앞이야. 메인 보컬 컨디션이 엉망이 되면 안 되지. 암, 원제로는 만들어졌을 때처럼 마무리도 화려하게 지어야 해.’
원제로 연습실.
“너 몇 달 전에 스케일에서 온 제안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어?”
정민솔이 들어오자마자 임승준이 물었다.
정민솔은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제안이 들어와서, 이번엔 직접 만나 거절한 게 기사로 뜬 거야. 됐냐?”
“…….”
“승준이 넌 뭘 그런 걸 묻냐. 민솔이도 그 기사 때문에 당황스러울 텐데.”
“진작 지금 소속사랑 계약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른 곳이랑 기사가 뜨니까 이상해서 물은 거죠.”
“그래, 걱정해줘서 참 고맙다.”
정민솔이 입가를 씩 올렸다가 내렸다. 그러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리더인 유지에게 물었다.
“오늘 연습도 세트리스트 순으로 가요?”
잠시 후, 단체 안무 연습이 끝난 뒤.
한 멤버가 유지에게 속닥거렸다.
“민솔이 말이야. 조금 이상하지 않아?”
“뭐가?”
“지난번에 강희가 그룹으로 할 건지 솔로로 할 건지 물어봤을 때 아직 논의 중이라고, 꼭 지금 소속사랑 전속 계약 맺었단 뉘앙스로 대답했었잖아.”
“그만. 다른 사람 계약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겠지.”
“그런가….”
유지는 멤버의 등을 토닥거리며 대화를 끝냈다.
“오늘도 수고했다.”
…슥. 가까이에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현강희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구석으로 가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밤 10시 45시. 곧 <런던래빗>이 첫 방송 된다.
털썩. 옆에 변지욱이 붙어 앉았다.
“현강, 갈 준비 안 하고 뭐 하냐?”
현강희는 다른 멤버들의 눈치를 살피며 작게 대답했다.
“<런던래빗> 보려고.”
“그걸 왜 폰으로 봐. 여기 TV로 보면 되는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안 될 건 뭔데? 우리가 어스래빗이랑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리얼리티 통해서 배워야 할 점이 은근히 보일 텐데? 형들, 여기 TV로 <런던래빗> 봐도 돼요?! 잘나가는 아이돌 보고 공부 좀 합시다!”
말릴 새도 없이 변지욱이 다른 멤버들에게 물었다. 멤버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난 상관없어.”
“나도.”
막 연습실을 나가려던 라일은 몸을 돌려 자신의 방석을 챙겼다.
“볼래!”
“…….”
머뭇거리던 정민솔도 자신의 방석을 챙겨 TV 앞에 자리 잡았다.
변지욱이 현강희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됐지? 폰으로 보지 마. 폰 오래 들여다보면 후천적 사시 될 수도 있다더라.”
현강희는 핸드폰 전원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어.”
밤 10시 50분. 어스래빗 단독 리얼리티 <런던래빗>이 첫 방송 되었다.
어스래빗의 지난 앨범 타이틀곡 과 함께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하이라이트 장면, 세련되면서도 힙하게 편집된 오프닝 영상이 짧게 흘러나온 뒤 시작.
자막.
[2020년 4월 3일 아침]
[어스래빗 숙소.]
어스래빗 멤버들이 방에서 짐을 챙기고 나온다. 금방 잠에서 깼는지, 까치집이 된 머리에다 잠옷을 입은 유호가 1층 거실에서 멤버들을 배웅했다. 길우성은 보이지 않았다.
[혼자 후줄근한 맏형]
유호가 멤버들에게 물었다.
[여권 다 잘 챙겼지?]
[당연하지. 우성인 안 깨워도 돼?]
[더 자게 두자.]
방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길우성의 모습. 길우성의 발이 움찔움찔 떨린다.
자막.
[메인댄서 막내는 꿈에서 무대 중]
무대에서 독무를 선보이는 길우성의 영상.
방송을 보던 원제로 멤버 몇 명이 동시에 감탄했다.
“우성이 춤 진짜 잘 춰.”
“강약 완급 조절이 예술이야. 춤 선도 그렇고.”
다시 고양이 캐릭터 잠옷에다, 고양이 캐릭터 바디필로우를 끌어안은 채 입을 헤 벌리고 자는 길우성의 모습.
프로그램 톡창.
-동일 인물 맞냐고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포ㅂ스 선정 갭 차이 최강 아이돌그룹 1위
-하필 제일 섹시하고 화려한 무대 영상에다가 순둥이처럼 입 벌리고 자는 본모습이
유호와 길우성을 두고 6명의 어스래빗 멤버들이 숙소를 나섰다.
[스케줄 잘하고.]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응, 금방 따라갈게.]
-현관 바로 앞이 대문? 아까 정원 보이지 않았음?
-달냥이 어디 갔지
-얘네 숙소는 건물이 정원을 둘러싼 형태예요. 그래서 밖에선 안이 전혀 안 보임
-달냥인 율톢 부모님께 미리 맡긴 듯하네요
영상이 빨리 흐르고, 이번엔 말끔해진 유호가 길우성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방에서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간다.
자막.
[조용해진 지구토끼 숙소]
여전히 잠든 길우성의 모습.
[…에 혼자 남겨진 막내 토끼]
-잘 잔다
-방 많은 것 같은데 리더랑 막내가 같은 방 써요?
-좀 깨워주고 가지ㅠㅠㅋㅋㅋ
-길톢 일어나면 놀라겠당ㅜ
-어스래빗 숙소는 집주인 제외하곤 제비뽑기로 방 정해요ㅎㅎ
-일어났다
[핸드폰 진동에 놀라서 깬 막내]
-누구랑 통화하닝
-웅얼웅얼
잠이 덜 깬 상태로 통화하던 길우성이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기지개 켜곤 일어났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가 방을 나와 어슬렁어슬렁 3층, 다시 2층, 1층을 돌아다닌다.
-오 저 액자
-누가 고양이 키우는 집 아니랄까 봐 곳곳에
-라방에선 어두워서 몰랐는데 집 되게 깔끔하고 예쁘고 넓고
-우성이 실내 슬리퍼 신고도 진짜 조용히 걷는다 아우 예뻐
-팬들이 준 선물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숙소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
서서히 잠에서 깬 길우성이 [건우 형]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와, 어떻게 나를 안 깨우고 그냥 가버릴 수가 있지? 어? 이 매정한 사람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히 돌아다니다가 급발진ㅋㅋㅋㅋㅋㅋ
-졸귀
-막내 먹으라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소고기미역국 끓인 차남석
-남석아 사랑한다
-고오맙다요 행님ㅋㅋㅋㅋ
-아니 안 깨우고 가놓고 왜 이렇게 시키는 게 많아ㅋㅋ
-라이언ㅋㅋㅋㅋ 리더 절대 잃어버리지 말래
“숙소에서 음식 해 먹는구나. 조금 부럽다.”
“왜. 나도 전에 김치볶음밥 해줬잖아.”
“그 뒤에 남은 재료, 다 어떻게 됐죠?”
“…다 썩어서 버렸지.”
“우리도 이모님이 주기적으로 청소해주시는데, 왜 이렇게 정리 정돈에 차이가 보일까?”
“호 형 <뮤직센터> 출근한다.”
변지욱이 뿌듯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MC 그만두기 전 모습 나오니까 감회가 새롭다.”
-은수 씨랑 키 차이ㄷㄷㄷ
-이젠 볼 수 없는 뮤센수호 남매ㅠㅠ
-진짜 환상 속 사이좋은 남매 보는 것 같다
-유호 출근하고 갈 거라니까 은수 대놓고 안심ㅎㅎ
방송에선 유호가 대기실에서 큐시트와 대본을 확인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해 곡 작업하는 모습도 짤막하게 나왔다. 방송이랍시고 꾸몄다고 보기엔 워낙 몸에 밴 듯 표정이나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짐은 다 쌌어?]
WB래빗 연습실에 있는 길우성과의 영상통화. 신나게 떠들던 길우성이 자신 있게 말한다.
[내가 아주 깜짝 놀랄 만한 안무를 만들어서 보여주겠엉.]
영국의 주택 거실로 추정되는 장소. 길우성의 춤추는 모습이 커다란 물음표로 가려진 채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어스래빗 멤버들이 빵하고 웃음을 터뜨리거나 멍하니 입을 벌린다.
자막.
[※스포 방지를 위해 음 소거했습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먼저 런던에 도착한 6명의 어스래빗 멤버들은 가고 싶은 장소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강보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영국에서 제일 무섭다는 흉가! 수십 년 전부터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기로 유명한 곳인데, 가끔은 심령사진도 찍혀서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객들이 많….]
[으아아아, 안 들린다아아아.]
박가람이 자신의 두 귀를 가볍게 두드리며 강보배의 의견을 막았다. 강보배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알았어. 나중에 혼자 가지, 뭐….]
[그런 데를 왜 혼자 가, 위험하게.]
[그럼 남석이 네가 같이 가 줄 거야?]
[아니.]
[가려거든.]
박가람이 앞에 앉은 서한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전하게 서한율 데려가.]
[……?]
-율톢이 귀신 퇴치 부적이냐곸ㅋㅋㅋㅋ
[그 흉가, 어디에 있는데?]
[에식스 주!]
[에식스 주…. 런던 바로 옆이네?]
이건우가 사과패드로 지도를 살피며, 따로 메모 앱에다 기재했다.
[보배-에식스 주 흉가]
으으. 이건우의 사과패드를 함께 들여다보며 박가람이 미간을 찡그리다가 폈다.
[난 셜록 홈스 박물관 가보고 싶당.]
[거기도 좋지. 시리즈 다 읽었어?]
[초등학생 때 다 뗐지. 그리고 영국 런던 하면, 역시 셜록 홈스잖아.]
[저는 벨파스트호에 가보고 싶어요.]
[거긴 뭐 하는 곳이야?]
서한율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군함을 개조한 박물관이에요. 한국전쟁에서도 활약했었다는데요?]
[와! 나도 갈래!]
-미필이 군 관련된 것에 열광하는 걸 보면 참ㅎㅎ..
-그래, 아직 한창 그런 거 좋아할 나이지ㅎㅎ
-항공모함 프라모델은 손 하나 대지도 않았으면서
[전 세인트 폴 대성당이요. 그리고 여러 갤러리도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어요.]
박가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다 가자. 흉가만 빼고.]
[…….]
-보배 시무룩
자막.
[보배의 오싹한 바람은 이뤄질까?]
[잠시 후]
을씨년스러운 건물 앞에 나란히 선 어스래빗 멤버 6명의 뒷모습이 잠깐 나왔다.
-헐
-결국 흉가 갔네
-ㅋㅋㅋㅋㅋㅋㅋ
-라욘이랑 박다람 한율이 옷 꽉 잡고 있엌ㅋㅋㅋ
동생들이 원하는 장소를 사과패드에다 입력한 이건우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정리해보자. 우선 한율이가 가고 싶은 곳이 템즈 강에 있는 벨파스트호, 남석이는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지도 위. 이건우의 목소리에 따라 각 멤버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부착되었다.
[그리고… 보배가 가고 싶다는 흉가.]
[런던 밖이잖아. 빼.]
[어차피 오늘은 느긋하게 돌아다닐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서한율이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침 호 형도 없으니까, 보배 형이 가고 싶은 곳부터 가는 게 어때요? 정말 무서운 사람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안무 연습이라도 하고.]
[흉가 앞에서 안무 연습하라고?]
-흉가 앞에서 안무 연습ㅋㅋㅋㅋ
-숨어있던 귀신도 구경 나오겠다 율앜ㅋㅋㅋㅋㅋ
-강보배 너 이런 걸로 감동한 표정 짓지 마라, 납치해버린다
[역시 한율이 밖에 없어.]
방송은 몇 시간 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유호와 길우성의 시점을 비췄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묵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체크인하는 6인. 관리인에게 여러 가지 안내 및 주의사항을 듣고, 인근 맛집이나 숨겨진 명소 등에 관해 거침없이 묻는다.
“와….”
방송을 보던 라일이 리모컨을 들어 볼륨을 높였다.
“쟤네 영어 발음 쩐다.”
“라이언은 원래 미국인이니 그렇다 쳐도, 한율이도 네거티브에 가까운데?”
“네거티브가 아니라 네이티브.”
“힝.”
자그마한 설명 자막.
[※어스래빗과 스태프 외 다른 투숙객은 없습니다.]
“게하 건물 통째로 빌렸나 봐. 짱이다.”
“촬영하려면 저게 낫지.”
“다른 멤버들도 영어 왜 이렇게 잘해?”
“매주 그라에서 하는 ‘깡충깡충 영어 극장’ 콘텐츠 때문일 거예요. 영어 잘하는 멤버가 다른 멤버랑 같이 여러 에피소드를 영어로 짧게 구연하는데, 그걸 3년 동안 했거든요. 그거 말고 따로 영어 공부도 하고.”
“아아.”
라일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지구정복을 하려면 일찌감치 영어 공부부터.”
“어스래빗 해외 팬 유입도 그 영어 극장 덕이 크지 않아?”
“그렇긴 해도, 애초부터 노래랑 무대, 실력이 별로였으면 성적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거야.”
리더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그건 그래. 다 잘하잖아.”
“…….”
옆에서 실시간 감상이 오가는 와중에도, 정민솔은 입을 다문 채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간단한 게임을 거쳐, 이긴 순으로 방을 골라 룸메이트를 기다리는 어스래빗 멤버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러는 넌 왜 이 방으로 와?]
먼저 방으로 들어와 커튼 뒤에 숨었던 차남석과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던 라이언이 마주쳤다.
[너 노란색 좋아하잖아. 왜 빨간색 팻말 방에 들어오냐고.]
싫은 티를 내는 차남석을 향해 라이언도 뚱한 얼굴로 솔직히 대답한다.
[너 없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데, 어지르지 마.]
[흐힛, 난 이쪽 침대 써야지~. 문 닫아, 남석.]
차남석이 순순히 문을 닫으며 잔소리한다.
[야, 밖에서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로 올라가냐? …말 좀 들어.]
자막.
[서로를 피하려다 룸메이트가 된]
[4년 지기 친구]
-친구라면서 왜 서로 말을 안 들어ㅋㅋㅋㅋ
-차남석 라이언 발로 가볍게 미는 거 보니 한두 번 했던 행동이 아닌 것 같은데
-언어 패치 받아서 비속어 걷어낸 고딩들 같다
-원래 친한 친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굳이 안 들어도 다 알거든.
다른 멤버들도 방을 정했다. 검은색 팻말이 걸린 방을 선택한 이건우와 서한율. 노란색 팻말 방은 박가람, 보라색 팻말 방은 강보배가 차지했다.
[내일 호 형이랑 우성이 오면 네 방 놓고 고르게 하자.]
[방마다 침대가 두 대뿐인데? 한방에 네 명이 지내게 될 수도 있어.]
[그래야 재밌지. 데뷔 초 때 생각도 나고 좋겠네.]
[이런 건 꼭 말한 사람이 걸리던데.]
서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박가람을 바라보았다. 돌연 박가람이 어깨를 높이 으쓱인 채 붕어처럼 볼을 부풀렸다. 가뜩이나 큰 눈도 동글동글.
우스꽝스러운 효과음과 자막.
[?!]
라이언의 말, 멤버들의 웃음소리도 작게 삽입되었다.
[가람 못생겼어]
[ㅋㅋㅋ]
무대에서 아련한 표정 연기와 함께 열창하는 박가람의 모습. 그리고 좌우 비교 샷.
[※동일 인물 맞습니다.]
-박다람(오타 아님)이 있어 행복하다.
-톢다람 포획하러 가실 분 (2/500)
-박가람이 좀 생겼다고 얼굴 막 쓰네
-무대 아래 이미지 그딴 거 모르겠단 마인드ㅋㅋㅋㅋ
짝짝. 강보배가 손뼉을 치며 멤버들의 주의를 끌었다.
[우리 빨리 나가자. 다들 해가 질 때 돌아오고 싶진 않잖아.]
박가람이 못난 얼굴 그대로 앞장섰다. 일부러 낮게 내는 목소리에 음률을 실으며.
[가자, 가자. 왜 가는지 모를 흉가로 가자아~.]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