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9화 (22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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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월드투어 중 출연 어스래빗, 아스대 녹화 위해 잠깐 귀국]

[(사진=앗싸일보)

월드투어 ‘The CARNIVAL’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나는 중인 인기 아이돌그룹 어스래빗이 뮤닷 스케줄에 이어서 MBS <2020 추석 특집 아이돌 스포츠 대회> 녹화를 위해 오늘 19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바쁘게 투어 중인 애들까지 불러들이는 아스대...

-진짜 무리하지 마라ㅜㅜ

-한창 콘서트로 외화 열심히 버는 애들은 대체 왜 부른 거??? 다치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애들이 알아서 몸 아끼고 잘하겠죠ㅎㅎㅎ

-그래, 어차피 저 팀에 있는 애는 KBC 국장 아들이라 이거지, MBS야?

ㄴㅋㅋㅋㅋㅋㅋ

ㄴ아 서한율이 깨뜨린 렌즈 값 뽑아야 한다고

-오늘 녹화해요?

ㄴㄴㄴ내일 예선 녹화. 컨디션 위해서 하루 일찍 들어온 듯요

ㄴ본선 녹화 때도 온다는 소리네..

19일 아침. 약 한 달 만에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은 짐을 거실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둔 채 소파에 널브러졌다.

“숙소다아.”

“아이고, 삭신이야….”

“…….”

길우성은 캐리어를 들고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함께 먼저 소파를 찾았을 길우성이 그러자, 박가람이 부스스 일어났다.

“우성이 무슨 일 있어? 아까 올 때도 보니까 왠지 말수가 없던데.”

“졸려서 그런 거 아냐?”

한율은 계단을 힐끗하고선 자신의 짐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길우성이 난생처음으로 친할머니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20년 동안 찾지 않다가 갑자기 만나고 싶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지.’

잠시 후, 길우성이 한율의 방을 찾아왔다.

“야, 써한. 나 괜찮냐…?”

한율은 길우성을 위아래로 훑곤 미간을 찡그렸다.

“어디 맞선 보러 가냐?”

가족부터 챙겨야지

“그렇게 이상해?”

“누가 보면 아버지 양복 훔쳐 입은 줄 알겠다.”

길우성이 시무룩한 얼굴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살폈다.

“태어나서 처음 뵙는 거니까,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입은 건데….”

“그냥 단정하게 입어. 스타일리스트 손길이 닿아야 사는 오버핏 정장은 너무 과해.”

“엉….”

“호텔까지 태워다 줘?”

“괜찮아. 아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

오랫동안 남남으로 살다가, 길우성이 아이돌로 성공하자 만나고 싶다며 나타난 사람이다.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 할머니와 만나는 자리엔 길우성의 부모도 함께하기로 했다.

“대화는 되도록 어머니를 우회해서 진행하고, 한 걸음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감정적으로 쉽게 휘둘리지 말라고.”

“엉.”

“네 가족 일이니까 네가 더 잘 알겠고, 또 선 넘는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길우성이 눈을 끔뻑거리며 한율을 바라보았다. 한율은 담담히 말했다.

“어찌 됐든 힘들었을 너희 가족을 외면하고 끊었던 사람이잖아. 어쩌면 그걸 넘어서 너희 어머니를 괴롭혔던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상대방이 아무리 연로하고 병환이 깊어 보여도 경계심을 늦추지 마.”

길우성의 얼굴이 복잡한 감정으로 얼룩졌다.

“엉. 조심할게….”

길우성이 숙소를 나가고 얼마 뒤, 한율은 유호, 박가람과 함께 명상 센터로 향했다. 센터에는 이해원과 계나리가 먼저 와 있었다.

“오래간만이다, 해원아. 잘 지냈어?”

“네. 오래간만이에요, 형.”

유호는 이해원과 가벼운 포옹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계나리와는 어색하게 첫인사.

“안녕하세요, 호 씨. 마법 학교에 오신 걸 환영해요.”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지은 씨는 오늘 광고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아침 일찍 구동이만 맡기고 갔어요.”

차박차박. 푹신한 방석에 누워 선선한 에어컨 바람을 쐬던 구동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한율은 구동을 안아 발톱을 살폈다. 나무를 탈 일이 적어져서 그런지 많이 길었다.

“잘 지냈어?”

뀽.

박가람은 미국에서 산 간식거리를 계나리와 이해원에게 넘겼다.

“이건 빈손으로 오기 조금 그래서.”

“감사합니다. 차랑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방으로 들어간 그들은 각자 자그마한 찻상을 앞에 놓고 원형으로 앉았다. 재앙에 관한 정보를 되짚고, 앞으로의 대책 및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어 시설을 마련 중이라고 했는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계나리는 사과패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유호에게 내밀었다. 유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펜션 아니에요?”

“네, 경기도 가평에 있는 펜션을 인수했어요. 약 40명. 추후 컨테이너 하우스까지 들이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거예요. 바로 앞에 강도 있어서 식수 보급에도 문제없고요. 그리고 재앙이 벌어졌을 시, 교장 쌤이 부지 일대에 보호 결계를 칠 거예요. 가족분들이 안전해야, 학생분들도 수련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

펜션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유호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 정도 대비를 해야 할 정도로 큰 재앙이 오는구나, 우리만 이렇게 안전한 거처를 마련해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호 씨 어머니 분이 의사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피부과 전문의세요.”

계나리의 표정이 환해졌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교장 쌤이나 저나, 회복 마법은 영 젬병이거든요.”

“하하….”

“일단,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은 미리 이사하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전조 현상이 더 발생하면 너도나도 아파트 떠나서 더 튼튼한 집을 찾으려 할 텐데, 그때가 되면 늦거든요. 이기적일지라도….”

계나리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소중한 가족부터 챙겨야죠.”

그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이해원과 박가람은 남아서 마나 유동을 하기로 하고, 한율은 집으로, 유호는 회사로 가기 위해 센터를 나왔다. 그리고 일단 숙소에 들렀는데, 거실 소파에 길우성이 볼품없이 늘어져 있었다.

“둘이 어디 갔다 와?”

찰칵. 유호가 핸드폰을 꺼내 길우성의 사진을 찍었다.

“잠깐 밖에. 우성이 넌 오래간만에 부모님 뵙고 온다더니 왜 실연당한 취객처럼 늘어져 있어. 부모님께 혼났어?”

“나처럼 착한 아들이 혼날 일이 뭐가 있다공…. 그냥 피곤해서 늘어졌엉. 배도 고프고….”

“다른 애들은?”

길우성이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몰라유…. 각자 알아서 잘살고 있겠지….”

얘 상태 왜 이래. 유호는 이런 얼굴로 길우성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뭐든 챙겨 먹어. 형은 이따가 회사 가야 하거든.”

“엉….”

유호가 2층 계단을 올랐다. 한율도 방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쿠션 사이로 저를 쳐다보는 길우성의 눈빛을 보곤 한숨을 쉬며 옆에 앉았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배고프다.”

“부모님 집에 가서 점심 먹을 생각인데. 같이 갈래?”

길우성이 벌떡 일어났다.

“갈 때 고양이 간식 사 가자!”

“집에 많아.”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길우성은 조금 전 할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머니가 길우성을 보자마자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며 다가왔는데, 어머니가 굉장히 냉소적인 얼굴로 손도 잡지 못하게 막았다고.

“우리 엄마의 그런 살벌한 모습을 본 건, 나 초등학생 때 괴롭힘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널 어떻게 알아본 거래? 지금까지 왕래가 전혀 없었다며.”

“우연히 TV에 내가 나오는 걸 봤는데, 첫눈에 당신 아들이랑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대. 그리고 내가 또 흔한 성 씨가 아니잖아. 그렇게 신경이 쓰여서 수소문했다가 알게 되셨다고 하더라.”

길우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시엔 내가 너무 모질었다, 여유가 없어서 너흴 외면했다, 나중에 찾았을 땐 이미 늦었었다…. 여러 가지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조금 착잡할 뿐 그 이상 뭔가 막 흔들리진 않더라. 솔직히… 곰순이에겐 별 관심 없어 보이시는 것도 조금 그렇고.”

“다른 이야기는?”

“친아버지 얘기 듣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주셨는데, 엄마가 바로 앞에서 가져갔어. 핏줄이라 한 번은 얼굴을 보여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만남에 응했지만, 이 이상 지금 내 인생에 비집고 들어올 생각 따윈 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더라.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니까… 두 분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한 후, 길우성은 한율의 모친과 포옹으로 인사를 한 뒤 고양이들과 놀았다. 찰칵, 찰칵. 제집 안방처럼 고양이 방에 편히 드러누워 셀카도 찍었다.

품에 안긴 퓨마가 앞발로 얼굴을 마구 밀어댔지만, 길우성은 실실 웃음을 그치질 않았다.

“크으, 이곳이 바로 냥덕의 천국이로다.”

와오옹.

한율은 점심을 차리는 모친을 도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전 뉴욕에 생겼던 미스터리 홀에 대해서도.

“참 무섭더라. 그 안에 공룡처럼 커다란 괴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돌고. 정말로 누가 장난친 거면 참 좋을 텐데….”

“그런 게 우리나라에도 나타나면 어떡하시겠어요?”

모친이 고양이들을 돌아보았다.

“당장 애들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지.”

“그렇게 되면 외가댁 근처가 좋을 것 같네요. 아버지도 은퇴하면 고향에 집 지어서 느긋하게 전원생활 즐기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달그락. 모친이 그릇을 꺼내다가 한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그런 얘길 너무 진지하게 하니까 무섭잖니.”

한율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 * *

8월 20일 새벽. MBS <2020 추석 특집 아이돌 스포츠 대회> 녹화가 진행될 경기도의 한 실내종합운동장.

아스대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아이돌그룹 수십 팀이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친한 이들끼리 모여 떠든다. 언제 데뷔했는지 모를 신인들은 약간 주눅이 든 채 다가와 큰 소리로 인사하곤, 도망치듯 빠르게 시야를 벗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드라마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투어 티켓 매진 축하드립니다!”

어느 정도 낯익은 후배들은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지만, 인사하러 온 다른 팀의 눈치를 보곤 슬쩍 빠지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반짝반짝 빛나는!”

“뮤즈가 되고픈 열 명의 소녀들!”

“IOMU입니다!”

개중엔 프로젝트그룹 IOMU도 있었다. 아직 정식 데뷔 전이지만, 방송이 나갈 땐 데뷔 후인데다 화제성까지 있어서 출연하게 된 모양이었다. 예전에 원제로가 그랬듯이.

“얼마 전 LA에서도 봤는데. 굳이 구호까진 안 해도 괜찮아요.”

“네, 선배님!”

“선배님, 저희가 데뷔앨범에….”

트레리안 호의 노래를 불렀던 IOMU 멤버들이 들뜬 얼굴로 말할 때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퍼플아워의 송의연이 낭랑한 목소리로 크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다른 퍼플아워 멤버들도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네, 안녕하세요.”

송의연이 친한 척 이건우를 향해 물었다.

“선배님들 이번 주 주말에 LA에서 콘서트 하시죠?”

“네.”

“그러고 나서 다음 주에 또 본선 녹화하러 여기로…. 많이 피곤하시겠다. 비행기 오래 타는 것도 힘들잖아요.”

애교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와 표정.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는지, 이건우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진은수가 송의연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계속 이야기 나누세요.”

“왜 잡아당기고 그래, 언니.”

“대화 중엔 끼어드는 거 아니야.”

“IOMU 후배분들하고 인사 나눠야지.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눈치를 살피던 IOMU 멤버들이 퍼플아워 멤버들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네, 반가워요!”

송의연이 다른 멤버들보다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김서우에게 다가갔다. 호감이 잔뜩 서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서우 씨 진짜 예쁘다. 연습생 때도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셨을 것 같아.”

“네. 크리스탈 래빗 선배님들, 드림래빗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셨어요.”

“그럼 이분들은 안 챙겨주셨다는…?”

IOMU의 다른 WB래빗 소속 멤버가 나서서 대신 대답했다. 뒤늦게나마 김서우와 서한율의 열애 의혹 이슈를 접했는지, 적당히 선을 그으려는 눈치였다.

“남자분들이랑은 건물 구조상 거의 마주칠 일이 없어서요.”

“그렇구나. 아, 서우 씨. 말 놔도 돼요? 내가 한 살 언니던데.”

“네, 편하게 놓으세요.”

“아까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요?”

따로 대화가 진행되자 유호가 조금 전 말이 끊겼던 IOMU 멤버에게 물었다.

“네, 저희가 데뷔앨범에 선배님들이 만드신 곡을 새로 녹음하게 되었거든요. 그 얘기 하려고 했어요.”

“아, 얘기 들었어요. 죄송해요. 저희가 투어가 있어서, 녹음엔 참여하지 못할 것 같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열심히 부르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

유호에 이어 강보배와 라이언도 IOMU 멤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IOMU 멤버들이 당황해하면서 마주 꾸벅거렸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님.”

“아니에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

멀뚱히 서 있던 박가람이 고개를 기울였다.

“님들 서로 뭐 하세요?”

장내에 스태프의 알림이 울렸다.

[곧 개막식이 있겠습니다. 출연자분들께서는 팀별로 모여주세요.]

개막식이 끝난 뒤, 유호가 멤버들에게 당부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야. 절대 다치면 안 돼. 우리 아직 만나야 할 해외 이프림이 많다.”

“네에.”

“승부욕도 발동 금지야. 특히 육상 뛰는 막내, 씨름 나가는 이건우.”

“알겠소, 큰형.”

“조심할게.”

유호의 당부대로 멤버들은 부상 위험이 있는 종목인 계주와 육상, 씨름에선 몸을 사렸다. 결국 계주와 씨름은 예선 탈락. 씨름에서 이건우와 붙었던 ACCOM의 김형수는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건우 너 실망이다. 그렇게 운동 열심히 해놓고선.”

“나 보기보다 연약해, 형. …박가람, 그 표정 뭐냐?”

별일 없어서 긴장감 좀 줘봤어

한 커뮤니티 사이트.

[제목: ㅇㅅㄹㅂ 실망인데]

[아스대 예선 녹화 방청 갔는데 엄청 설렁설렁하는 거 눈에 보이더라. 초심 어디 감?]

-초심을 왜 아스대에서 찾냐

-원래 실망할 팬심도 뭣도 없었으면서 초심ㅇㅈㄹ 저쪽 게시판은 방청 갔다가 2kg 찌고 왔다 이 말 나오던데

ㄴ대체 얼마나 먹이는 거임

ㄴ먹여서 입을 막는 거지

ㄴ그래 잘도 초심 잃어서 팬들이랑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푸딩도 나눠주고 잡담도 하고 안무 초간단 강의도 해주고 그러더라

ㄴㅆㅂ 사실이면 핵부러워

ㄴ진짜임?

ㄴㅇㅇ 그쪽 게시판에 인증샷 올라옴

ㄴ진짜면 팬싸보다 더 대박 아님? 앨범 수백 장 사서 가는 것보다 더 좋은데?

ㄴ학생 글 내려^^

ㄴ선생님 글 내리세요^^

-초심 잃었음. 데뷔 초만 하더라도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더 잡히려 열심히 뛰었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인기도 있고 돈도 벌어서 그런지 대충하더라.

ㄴ인기 많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알아서 잘 잡아주니까

-투어 중이라 몸 아끼는 게 당연함. 출연료 고작 몇만 원 받으면서 빡세게 뛰다가 억 단위 버는 투어 제대로 못 뛰는 게 더 ㅂㅅ짓이지 멍청이들아

-난 얘네 IOMU 애들이랑 계속 꾸벅꾸벅 인사하는 거 개웃기던뎈ㅋㅋ 대체 왜 서로 굽신거리냐

ㄴ거기는 작곡가랑 대박 날 팀 관계라. 작곡가들은 들어올 수입 생각이랑 홍보 효과 때문에 잘 부탁한다고 하고, 가수들은 상대가 선배니까 어쩔 줄 몰라 하는 거고

ㄴ이해완료

아스대 예선 녹화 다음 날 아침.

“가자, 가자, 다시 LA로 가자아.”

인천국제공항에는 어스래빗을 촬영하러 온 기자들과 팬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차에서 내린 멤버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포토 타임을 가졌다. 일렬로 서서 평범하게 손 인사 한 번, 손 구호를 한 채 한 번, 각자 애교 포즈로 한 번.

“잘 다녀오겠습니다!”

어차피 LA 콘서트를 하고 나면 다시 아스대 본선 녹화를 위해 돌아와야 하지만, 힘차게 인사하고 나서 공항 로비로 들어갔다.

차칵차칵! 남석아악! 얘들아 여기 봐봐! 우성아, 사랑해엑! 라욘아, 누나 봐! 라이언! 야! 나 좀 보라고! 나 기억 안 나?! 호야! 유호! 어스래빗 사랑해엑!

기자들과 극성팬들이 함께 움직이고, 멤버들은 매니저들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힘겹게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출국장 안에는 또 다른 팬들과 홈마들이 핸드폰과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팬이 아닌 사람들도 ‘연예인인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차칵차칵.

“배고프다.”

언제부턴가 이런 난리도 익숙해졌다. 이쪽을 향한 카메라나 사람들의 시선을 못 느끼는 사람처럼 라이언이 재차 중얼거렸다.

“배고파….”

“뭐 먹지? 뭐 먹을까?”

“아까 차에서 메뉴 미리 정하자고 했잖아.”

“막상 오면 마음이 바뀔 것 같아서 미루자고 했었지.”

묵묵히 걷던 박가람이 돌연 외쳤다.

“돈가스 먹자!”

“네.”

“그렇게 말하니 돈가스가 확 끌리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카메라 셔터 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당히 구겨져서 찍는 사람, 안까지 따라 들어와 주문한 음식을 앞에 두고 멤버들의 사진만 찍는 사람 등. 다양했다.

‘참 민폐네.’

식당 관계자로선 참 불편한 손님들일 것이다. 정성껏 조리한 음식은 방치하고, 다른 손님들까지 불쾌할 법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니.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

“난 더 먹다간 체할 듯.”

덩달아 멤버들도 본인들 탓인 것만 같은 죄송함에, 평소만큼 먹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어째 점점 인원이 늘고, 행동도 집요해지는 것 같지 않냐?”

“원래 인기가 많아질수록 그런 사람들도 같이 늘어난다잖아. 얼마 전엔 원카운트의 찬형? 그 친구 큰일 날 뻔했다면서.”

항공사 라운지로 들어오고 나서야 멤버들은 편히 앉아 커피를 마셨다. 여기까지 따라 들어온 팬들도 있었지만, 섣불리 거리를 좁히거나 말을 걸진 않았다.

차칵차칵. 촬영만 할 뿐.

“응. 해외에 화보 촬영 갔었는데, 촬영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 보니까 사생이 객실에 숨어있었대. 속옷이랑 옷도 공범한테 넘겨서 빼돌리고.”

“히익.”

“진짜 무서웠겠다….”

“아니, 속옷은 대체 왜 훔쳐 가는 거야?”

“세상은 넓고 변태는 많다….”

비행기에 탑승, 이륙 후엔 함께 비즈니스석에 탄 사생들이 다시 카메라와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찰칵. 한율은 그 소리를 깨끗하게 무시, 수면안대를 쓰고 담요를 덮은 채 잠을 청했다.

LA에 도착한 건 현지 시각으로 아침 10시경. 입국 신고를 마친 어스래빗 일행은 공항 측의 안내로 다른 통로를 통해 그곳을 빠져나왔다.

호텔로 가는 버스 안.

“우리가 하늘을 나는 동안 한국엔 무슨 일이 있었나아.”

길우성이 잠이 덜 깬 얼굴로 흥얼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어엉?!”

“왜.”

“깜짝이야.”

“왜 그래?”

멤버들이 길우성을 주목했다. 특히나 유호와 박가람은 좌석이 들썩일 정도로 그를 휙 돌아봤다.

흐. 길우성이 실없이 웃었다.

“그냥. 별일 없어서 긴장감 좀 줘봤어.”

“한율아, 걔 한 대 때려.”

퍽.

“…와, 진짜 아프게 때렸어!”

소리만 요란하지, 힘은 아주 약하게 줬는데 엄살은.

이렇게 길우성의 장난에 멤버들이 한숨을 쉬던 그 시각, 너튜브엔 한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상하이 앞바다 상공에 미스터리 홀 출현!]

그러나 해당 영상은 업로드 5분 만에 삭제되었다.

미국 날짜로 23일 오후 6시. 작년 처음 LA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을 때보다 더 넓은 공연장에서 ‘EarthRabbit 2020 WORLD TOUR [The CARNIVAL] in LA’가 시작되었다.

중간에 홍콩 콘서트가 취소되고 나 아스대 스케줄을 뛰었던 터라, 단독 콘서트는 싱가폴 이후로 2주 만이었다. 그래서일까. 멤버들은 평소보다 더 날뛰었다. 특히 유호와 박가람은 같은 멤버들조차 놀랄 정도로 에너지를 발산해 걱정을 샀다.

“둘이 왜 이렇게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힘을 쏟아. 도중에 탈진해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잖아.”

3시간이 넘는 공연 끝.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쓰고선 한참 동안 숨을 가다듬던 유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가 씨익 웃으며 호흡기를 뗐다.

“너희도 오늘 모두 미친놈처럼 날뛰더라. 수고했어.”

대기실 소파에 널브러진 박가람은 부들거리는 팔을 들었다가 힘없이 내렸다. 풀썩.

“누가 나 좀 호텔까지 데려다줬으면 좋겠다아….”

슥. 매니저 현장전이 박가람 앞에 쭈그려 앉았다.

“업혀.”

“엉? 아니, 농담이었는데….”

“업혀.”

“흐.”

박가람이 덥석 현장전에게 업혔다. 조유찬이 진지한 얼굴로 한율에게 말했다.

“나도 업어줄게, 한율아.”

한율은 눈물처럼 속눈썹까지 적신 땀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다음 날은 호텔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밤이 되자 한율과 같은 객실을 사용하던 이건우는 라이언, 길우성과 라방을 하기 위해 나갔다. 한율은 침대에 편히 앉은 채 계나리와 통화했다. 멤버들의 라방이 재생되는 사과패드를 옆에 세워둔 채.

-[중국 정부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엠바고를 내리기로 협의했나 봐요. 이미 알음알음 영상과 사진이 퍼지고 있는데도, 어떤 언론사에서도 미스터리 홀에 관해 내보내지 않네요. 올라와도 조작이라고 댓글 조작까지 하면서. 제가 직접 너튜브에 영상을 올려봤지만, 바로 삭제되고 IP도 차단당했어요.]

어쩐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도 조용하더라니.

“현지 상황은?”

-[여전히 해당 지역을 군으로 통제한 채 조사 중이에요. 그리고 왜 우리 예상보다 환영이 더 빨리 나타났는지, 그 이유를 알았어요.]

“선배님이 반지를 낀 채 마나 유동했던 것 때문이겠지.”

-[크으, 역시.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까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JE에게 건넸던 반지의 환영 마법은, 자연의 마나를 일정량 흡수했을 때 발동되게끔 설계했다. 그런데 JE가 해당 반지를 빼지 않은 채 마나 유동을 하자, 주변으로 모인 마나가 반지로 흡수됐을 터.

달리 생각하면, JE는 해외에 나가서도 마나 유동을 꾸준히 했다는 소리다.

“또 다른 환영도 예정보다 일찍 나타나겠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으니….”

똑똑.

누군가 객실 문을 두드렸다.

“……?”

한율은 아직도 진행 중인 라방을 힐끗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넵! 안녕히 주무세요!]

멤버들이나 스태프들은 객실을 찾아오기 전, 미리 전화나 톡으로 알리기로 약속했다. 하물며 같은 객실을 사용하는 이건우는 아직도 다른 방에서 라방 중.

“누구세요?”

어색한 영어로 된 대답이 돌아왔다.

[주문하신 룸서비스입니다.]

한율도 영어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방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네요.]

[음…. 이곳이 맞는데요. 어… 매니저분이 보내셨어요.]

누가 봐도 어설픈 수작. 다른 객실에서 이쪽으로 룸서비스를 보냈다면 프런트에서 미리 확인 연락을 줬을 것이다.

[호텔 매니저가요?]

[네? …네, 호텔 매니저요.]

[잠시만요. 옷 좀 입고요.]

[네…!]

한율은 오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상태로 프런트 데스크에다가도 연락했다. 잠시 후 복도가 소란스러워져 문을 열었을 땐, 여성 두 명이 비상계단에서 붙잡혀 악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어스래빗이 한국에서 출국할 때부터 쭉 따라온 사생들이었다.

다음 날, LA국제공항으로 가는 길.

멤버들은 간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떠들었다.

“그 노크가 사생이었구나. 나는 느낌이 조금 이상해서 그냥 무시했거든. 남석인 이어폰 낀 채 영화 보고 있었고.”

“이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경찰에 넘겼으니 한동안 고생 좀 하겠지.”

“이러고 또 비행기에서 마주치면 진짜 소름 돋을 것 같아.”

다행히 어젯밤 잡힌 두 사람은 공항에도, 비행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 팀장이 덤덤하게 말했다.

“LA 콘서트 후기가 호평으로 자자하고 기사까지 났는데, 괜히 자극적인 사생 스토커 얘기로 좋은 이슈를 얼룩지게 할 순 없죠. 어제 일은 나중에 쓸만할 때 풉시다.”

“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8월 26일 저녁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멤버 중 절반 이상은 회사가 예약한 병원으로 향했다. 치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로. 내일은 아스대 본선 녹화, 바로 또 다음날에 출국할 예정이라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다.

“한율이 너도 병원에서 영양제 수액이라도 맞자.”

“괜찮아요.”

결국 숙소로 돌아온 인원은 한율과 강보배. 둘 뿐이었다. 매니저들은 멤버들의 짐을 방까지 다 옮겨주고 난 뒤 내일 보자며 떠났다.

한율과 강보배는 나중에 들어올 멤버들이 먹을 음식까지 배달 앱으로 주문한 뒤, 본인들의 짐을 정리했다. 거실에 쌓인 선물 상자도.

“아, 이거 자카르타랑 싱가폴 콘서트 때 받은 선물이랑 편지들이구나.”

딩동.

“오, 배달 왔나 보다.”

한율은 자신과 강보배의 이름이 적힌 선물 상자를 우선 빼내며 고개를 돌렸다.

“인터폰부터 확인해요, 형.”

강보배가 인터폰을 확인,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꺄악! 숙소 앞에 모인 사생들의 소란이 들렸다. 곧 강보배가 다시 들어와, 묵직한 배달 음식 봉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하하. 그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영혼 없이 웃었다.

“난 배달 음식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뛰어. 이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러다 소중한 음식이 바닥에 처참하게 쏟아지면 어떡하지? 다행히 배달 기사님이 눈치채곤 교묘히 앞을 막아주시더라. 참 고마우신 분이셨어.”

래퍼 아니랄까 봐 이 와중에 말도 빠르고 딕션도 좋다.

“다음부턴 저도 같이 나가서 받을게요.”

다 잡아다 혼낼 수도 없고

어느새 밤이 깊었다. 그러나 어스래빗 숙소 앞에 모인 사생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 서한율과 강보배를 제외한 멤버들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

그중 셋은 다른 이들과 떨어져 낮게 떠들었다.

“그 미친년들 진짜. 돈 모아서 비즈니스석 끊어줬더니 병신같이 잡혀선.”

“한율이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 그것도 영어 잘하는 애한테 찾아가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룸서비스 왔다고 말하면 누가 순순히 열어주냐고. 얘네 이제 미국 못 가지?”

“글쎄? 아무튼 돈은 돌려받아야 할 듯. 같이 못 돌아왔으니까 그만큼 수확도 없을 거 아냐.”

“떠비 차, 떠비 차.”

다른 사생들이 웅성거리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들도 반사적으로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냈다.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새카만 밴이 천천히 다가와 대문 앞에 바짝 붙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 외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누구야? 누구야?!”

“…남석아! 손 한 번만 흔들어줘, 어?”

사생들이 차와 담 틈으로 얼굴과 핸드폰을 들이민다. 차남석은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열쇠로 대문을 열었다. 철컹. 라이언과 길우성, 박가람이 차남석을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쿵.

대문과 담이 상당히 크고 높아, 사생들은 미리 준비한 사다리에 올라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금세 다시 내려왔다. 세 사람이 어느새 현관 안으로 들어간 까닭이었다.

“안이 전혀 안 보이니까 개답답해.”

“이 숙소, 완전히 요새라니까?”

건물 자체가 가운데에 있는 정원을 둘러싼 형태인데다, 1층엔 바깥으로 난 창도 없었다. 그나마 안을 훔쳐볼 수 있는 주변 건물도 소위 회장님, 사장님들이 살 법한 주택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고급빌라뿐.

번쩍번쩍. 경광등 불빛을 내며 경찰차 한 대가 나타났다.

“아씨, 떴다.”

“어떤 꼰대가 또 신고한 거야? 비싼 동네에 사면 다냐, 진짜? 그냥 조용히 있었는데?”

숙소 안에선 강보배가 CCTV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해산하는구나. 경찰 아저씨, 감사합니다.”

“단독주택이라 이런 점은 참 안 좋네요. 아파트는 여러 방범 시스템으로 접근을 차단할 수 있었는데.”

길우성이 한율을 향해 씩 웃었다.

“단점을 직접 말해줘서 고마워, 집주인님아. 그래도 넓고 쾌적해서 좋단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서 살라고 하면 난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아.”

“그래. 여기가 좋은 점이 더 많아.”

차남석이 씻은 손을 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정원이나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노래 크게 부르면서 놀아도 항의받을 일도 없잖아.”

라이언이 뚱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내가 항의할 거야.”

“…….”

“신청 곡 받으시죠, 남석 씨. 아니,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자.”

“밥이나 먹어. 짐이랑 선물 정리하는 데도 한참 걸리겠다.”

한율은 CCTV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경찰이 떠나자 다시 슬금슬금 모이는 사생 스토커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우 형이랑 호 형은 늦는대요?”

“이건우는 치과랑 정형외과 두 군데 가느라 조금 늦는대. 호 형은 회사 작업실에서 잠깐 할 일이 있다고 그랬고. 그런데 우리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 하냐?”

“지난주처럼 새벽 4시에 일어나야지, 뭐.”

“우리대로 헤어랑 메이크업하면 안 돼?”

“결과적으론 망쳐서 시간만 더 낭비하게 되지 않을까.”

한편 그 시각, 이건우는 물리치료를 마치고 매니저 허진영이 기다리는 차에 탑승했다.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었을 텐데. 미안해요, 형.”

“아니야. 너희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케어하는 게 우리 일이잖아. 그리고 너희가 더 피곤하고 힘든 거 다 아는데.”

이건우는 씨익 웃으며 안전띠를 맸다. 철컥.

“우리 B팀으로 와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허진영은 머쓱하게 웃곤 시동을 걸었다.

잠시 후, 어스래빗 숙소 앞. 환한 헤드라이트가 앞에 모인 사생들을 비췄다. 허진영은 다른 매니저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를 대문 앞에 바짝 세웠다.

“그럼 쉬어.”

“네. 조심히 들어가세….”

그때였다.

“어…?”

차 앞에 서 있던 사생 하나가 크게 휘청거리더니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

허진영이 놀란 얼굴로 문손잡이를 덥석 잡았다. 이건우가 황급히 그를 불렀다.

“잠깐만요, 형!”

그러나 한발 늦었다.

철컥.

“…어?”

휙. 다른 사생 하나가 운전석 문을 잡아 활짝 열었다. 순식간에 안으로 상체와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그녀가 웃었다.

“건우야, 너 폰 하나 더 있지?!”

“뭐 하시는 거예요, 나가세요!”

당황한 허진영이 사생의 팔을 잡아 밀어냈다. 사생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털썩!

“아악!”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그 상황을 카메라로 촬영하던 또 다른 사생이 외쳤다.

“경찰 또 왔다!”

사생들이 완전히 물러났는지, 시간을 두고 다시 살피러 온 경찰차가 경광등 불빛을 반짝거리며 이쪽으로 슬슬 다가왔다.

“아….”

허진영은 얼음처럼 굳었고, 사생들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너도나도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중엔 조금 전 차 앞에서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진 척했던 이도 있었다.

이건우는 절로 나오려던 한숨을 간신히 삼켰다. 자신의 한숨 소리가 허진영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기에. 대신 침착한 목소리로 오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밖에서 한 사생의 외침이 들렸다.

“걱정하지 마, 건우야! 내가 저 미친년이 먼저 들이댔다고 증언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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