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7화 (267/427)

-해커 집단 장난 아님?

-아 또 개무서운 일 일어날 것 같다

-지도 오른쪽 아래 최대로 확대해보면 영어로 이렇게 적혀있음. ‘미완성’

너 안 죽어

포털사이트 사회뉴스란 메인.

[미스터리 홀 표기 정체불명 지도 확산]

[오늘 13일 새벽 수천 개의 SNS 계정과 익명 커뮤니티에 미국과 태국에 나타났던 미스터리 홀을 표기한 세계 지도가 올라왔다.

(중략)

일부 네티즌들은 그나마 안전한 미스터리 홀을 파란색으로 표시한 게 아니냐 추측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빨간색과 회색 점이 서울에 나란히 찍혔다.]

-빨간색은 찐 위험한 미스터리 홀이 나타난다는 표시 같은데

-난 이 지도에 ‘미완성’이라고 적힌 게 더 소름 돋음

-RMMA에서 원카운트 나기혁, 어스래빗 길우성, 퍼플아워 진은수가 동시에 이상 증상 보인 거 기사로 안 떠서 우리나라는 금세 묻혔는데, 지금 일본은 이 지도 때문에 완전 개난리남.

ㄴㅇㅇ나고야에 미스터리 홀 비스름한 형체 떴을 때 11월 30일에 증상 나타났던 인근 지역 사람들도 얘네랑 똑같이 또 증상 겪었다고 함.

ㄴ진짜 미스터리 홀이랑 뭔 연관 있다니까

-미스터리 홀은 미국이 비밀리에 실험 중인 최첨단 무기

-이 지도 올린 사람, 이우그룹이랑 정원그룹 협박해서 방공시설 짓게 한 해커랑 동일범 같다고 정원그룹 사이버보안팀 직원이 말했다던데

ㄴ그 해커는 대체 정체가 뭐냐ㄷㄷ

-무식한 인간들ㅋㅋㅋ 음모론에 휘둘리면서 바들바들 떠는 거 개웃기네ㅋㅋㅋ 지금 21세기 맞냐?

ㄴ본인 TMI 잘 들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 자기네 목사가 계시받아서 만든 지도라고, 교회 열심히 나와서 기도하면 더 고급정보 준다던데 이거 사기 맞지?

ㄴㅇㅇ사이비

ㄴ지도 올린 사람 능력 쩌는 해커라던데 무슨ㅋㅋㅋ

ㄴ목사한테 정원그룹 홈피 해킹해보라고 하면 될 듯

ㄴ퍼뜨린 건 목사가 아니라 신도로 있는 해커라고 말하던데요?

ㄴ내 친구 1130 증상자라서 이번에 무당한테 갔거든? 그런데 무당이 하는 말이 상당히 안 좋은 게 붙었다고 굿해야 한다고 1억 요구함

ㄴ1억ㄷㄷㄷ;

“이건 또 뭐야….”

어스래빗 숙소. 길우성은 실검에 뜬 [미스터리홀 지도]를 보곤 멍해졌다.

그제와 어제. 미스터리 홀이 다시 가까이에 생기면, 그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질렸었다. 하지만 두려워만 한다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건 없기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불길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걱정을 잔뜩 안은 채 서울로 오는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멤버들과 즐겁게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건만.

‘이 지도가 정말 사람들 말처럼 미스터리 홀 지도라면….’

길우성의 시선이 서울에 표기된 빨간색과 회색 점에 박혔다.

‘나… 서울에 있으면 또 그렇게 되는 거야? 나한테만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들리고, 숨도 제대로 못 쉬다가….’

우웅.

흠칫. 불길한 상상의 늪에 빠지던 길우성은 핸드폰 진동에 어깨를 떨었다.

[써한]

길우성은 작게 심호흡한 후 전화를 받았다.

“…어. 왜?”

-[뭐하냐?]

“이제 막 숙소로 들어와서… 그냥 있어.”

서한율이 용건 없이 전화를 거는 성격은 아니기에, 길우성은 재차 물었다.

“왜?”

-[…….]

서한율이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너 안 죽으니까 쓸데없이 겁먹지 말라고.]

“…….”

-[한가하면 달냥이 옥상에 데려가서 일광욕 좀 시켜주고. 끊는다.]

뚝. 통화가 끊겼다.

“뭐여….”

그래도 친구랍시고 챙겨주는 건가? 인터넷에 뜬 미스터리 홀 지도를 보고 심란해하고 있을까 봐?

길우성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어슬렁어슬렁 방을 나갔다.

“달냥아아.”

3층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므앙?

경기도 양평에 있는 이해원의 거처.

한율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척 챙기는 것도 일이라 생각하며.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곤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전부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앞에서 사과패드를 들여다보던 이해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과패드에는 계나리가 만든 게이트 예측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만 두 개가 생기는 거야?”

마법 학교 학생들에게는 오늘 게이트 예측 지도가 나올 거란 걸 미리 알렸다. 계나리의 기억에 의존해 만든 거라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곳도 있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아니요, 세 개에요. 빨간색 점 두 개가 겹쳤거든요.”

“아….”

하나는 한율이 모의 훈련용으로 만들 가짜 게이트라 정확히는 두 개가 맞지만, 이해원은 그 계획을 모르므로.

이해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회색은 몇 년 동안 열리지 않는 게이트라 해도,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에만…. 피해가 크겠는데요?”

“그래서 마력을 쌓는 단계로 넘어간 해원 씨랑 가람 씨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 중 하나가 다른 게이트보다 더 빨리 열릴 거거든요.”

“네?! 언제요?”

“다음 주요.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일요일.”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당황한 걸까. 이해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달력을 확인했다.

“12월 20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어요. 거기에서 나온 괴물도 군이 출동해 잡을 수 있을 정도였고요. 하지만 도심이라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했던 걸로 기억해요.”

“다행히 나리 씨가 정확한 위치를 알아요. 그러니 형은 19일 밤, 그곳으로 와주세요.”

“어떻게 할 건데? 막을 방법이 있는 거야?”

계나리가 고개를 저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우선 보호 결계를 치려고 해요.”

처음부터 정부에 알려 도움을 청하지 않는 건, 믿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오히려 우리 일에 방해될 수 있기도 하고요.”

잠시 후. 이해원과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난 뒤, 한율은 갈 채비를 하며 말했다.

“나리 씨랑 이 근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기로 했는데. 형도 같이 가요. 가게에도 세 명이 갈 수 있다고 예약했거든요. 개별실이라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편히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어….”

이해원이 계나리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괜찮아.”

“왜요. 같이 가요, 해원 씨. 지난번처럼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여차하면 제가 커버해 드릴게요.”

“그래요, 형. 맛있는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어두는 게 좋잖아요. 주방 보니까 매일 찌개에 짠 반찬, 아니면 즉석식품만 먹는 것 같던데. 스테이크가 싫으면 다른 거 먹어도 괜찮고요.”

“아냐, 정말 난 괜찮아.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배도 별로 안 고프고. 두 분끼리 맛있게 드세요.”

웃으면서 단호히 거절한다.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응. 고마워, 한율아. 나리 씨도 오늘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봐요. 점심 맛있게 먹고.”

계나리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해원 씨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네, 다음에 봐요.”

“아 참.”

두 사람을 현관문 밖까지 배웅하며 이해원이 물었다.

“이우그룹 사람이 준 돈 가방은 어떡해?”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 재앙에 대비하는 데에만 쓰지 않으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나 마음대로 쓰라고? 족히 1억은 넘어 보였는데?”

정확히 얼만지도 세어보지 않은 걸까. 한율은 이해원처럼 고개를 기울였다.

“형이 받은 거잖아요. 납치 피해보상금으로.”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갈게요.”

“다음에 올 때도 맛있는 거 사 올게욥!”

“…네. 두 사람 다 조심히 돌아가요.”

이해원은 한율의 차가 출발하는 걸 본 뒤에야 집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혼자 남겨지자 긴 한숨이 나왔다. 소파에 힘없이 풀썩 앉았다.

‘앞으로 일주일. 조금이라도 도움 되려면 바로 마나 유동을 해야 하는데….’

심란했다. 정말로 재앙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생각에.

‘그나저나 한율인… 혹시 눈치를 못 챈 건가?’

사고가 부정적으로 흐를까, 이해원은 문득 계나리를 떠올렸다.

계나리가 한율의 팬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 가장 신경 써서 예쁘게 꾸민 것 같았다. 이해원에게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말한 한율은 별생각 없어 보였지만.

‘나리 씨, 마음고생 좀 하겠네.’

여기까지 생각하자 떠오르는 또 한 사람.

이해원은 사과패드로 [퍼플아워 진은수]를 검색했다. 지금도 한율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퍼플아워 진은수, 건강 문제로 <뮤직센터> MC 하차 논의 중]

“……!”

* * *

아림 엔터테인먼트. 원카운트 연습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

단체 안무 연습 시간이 끝나자 멤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찬형은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고선 바닥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연습실엔 리더와 다른 멤버 한 명. 이렇게 셋만 남았다.

“기혁이 형, 예정대로 컴백해도 괜찮을까?”

“음. 여차하면 기혁이 파트까지 나눠서 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해야겠지?”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멤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연습실에 찬형만 남은 걸 확인하곤, 성량도 낮추지 않은 채 말을 잇는다.

“원래 막 밝았던 형도 아니지만, 뭔가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아서.”

“1130 증상자들, 미스터리 홀이 다시 나타나면 그땐 자기들 죽는 거 아니냐고 다들 겁에 질렸잖아. 나기혁도 비슷한 생각이 든 거겠지. 은수도 본가로 갔다잖아. <뮤직센터> MC를 그만둔다는 말도 나오고.”

“정말로 두 사람… 잘못되는 거 아니겠지?”

덩달아 어두워지는 리더의 안색.

“…….”

“기혁이 형한텐 양다리 의혹 이슈 완전히 묻혀서 잘 됐다고 농담할 수도 없겠더라.”

“…넌 무슨 당연한 소릴 지껄이냐. 사회성이 부족하니?”

“그 사회성, 원카운트 내에서 배웠습니다만.”

“말을 말자. 하아…. 난 그 녀석한테 ‘넌 천벌 받을 거다’라고 얘기했었는데….”

“리더 형이 더 심했네. 가서 사과해.”

“그래야겠다.”

리더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찬형에게 물었다.

“넌 안 가? 그대로 있으면 감기 걸린다.”

“금방 가요.”

“어.”

두 사람이 나가고 연습실엔 찬형만 남았다. 찬형은 히아신스 호수와의 톡창으로 시선을 내렸다. 호수는 오늘 진은수, 아버지와 함께 이우그룹 도 대리란 사람과 만난다고 했다.

-[이우그룹 회장 손자인 이채환이란 사람이 왔는데]

-[뭔가 기분 나빠. 눈빛도 좀 이상하고.]

“……!”

찬형은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아림 엔터가 대형기획사고 히아신스 인지도가 높다 하더라도, 대기업 회장의 손자면 두 사람의 연예인 생명을 단번에 끊어버릴 수 있을 터. 이채환이 두 자매에게 허튼수작을 부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나오면 톡 줘요, 누나.]

‘아버지도 함께 갔으니, 최소한의 개념이라도 있다면 당장 선을 넘진 않겠지만….’

안절부절못하던 찬형은 [이우그룹 이채환]을 검색했다. 그러나 특별히 나오는 건 없었다.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나와, 곧바로 결혼해 애가 셋이란 것 외엔.

-누가 그러던데. 이채환은 이우그룹 회장 손자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릴 때부터 아싸 찐따라 맨날 처맞고 다녔을 거라고.

-공부 존나 못 해서 돈으로 학위 땄다던데ㅋㅋㅋ

-우리 형이 이채환 만난 적 있는데 좀 또라이 같다더라

-이채환 허구한 날 클럽 룸 잡아서 술 처먹기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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