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증상자로 알려진 인기 아이돌그룹 원카운트의 멤버이자 배우 나기혁이 일본에서 입국 거부당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다. (중략) 한편 일본 측은 나기혁의 건강을 염려해 격리 및 검사를 제안했으나 본인이 이를 거부하고 돌아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건강염려ㅋㅋㅋㅋㅋㅋ
-건강염려는 무슨. 증상자 많이 모이면 게이트 열린다는 루머 믿고 차단한 거지
-1130 증상자가 전염병 보균자냐고
ㄴ병균 취급당한 최초 아이돌ㅋㅋㅋㅋㅋ
ㄴ다른 의미로 병균은 맞긴 하지. 엔화 털이범이자나ㅋㅋㅋ
-명단 공유 안 하길 잘했다.
-그래도 연예인이라 기사도 뜨네. 일주일 전에도 ‘님 1130 증상자예요?’란 질문에 순진하게 ㅇㅇ했다가 입국 거부당한 사람 있던데
-까리하게 생겼네
-지금 일본 원카운트 팬들 단체로 빡쳐서 난리치는 중
ㄴ나 얘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데 일본에서 인기 많음?
ㄴ얼마 전에 돔 단독 콘서트 전석 매진.
ㄴ퍼플아워도 곧 일본에서 활동할 예정이라 진은수 입국 못 할까 봐 긴장타는 중ㅇㅇ
-증상자 일정 인원 모이면 게이트 열린다는 루머, 미국 한적한 섬에 게이트 열린 거로 깨졌는데 무슨
ㄴ원래 열리려고 예정된 거랑 별개로 또 다른 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우기는 중임
-얘가 누구냐면 ㅍㅍㅇㅇ ㄹㅇ랑 ㅇㅇㅎㄴ ㅇㄹ이랑 양다리 걸친 거 까발려졌다가 1130 증상자 이슈로 묻힌 행운아
ㄴ우린 한 명도 만나기 힘든데 존나 부럽다
“그럼 한율이랑 우성이도 일본에 입국하려면 일주일 격리 기간 거쳐야 하는 거야?”
녹음과 자체 콘텐츠 촬영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길우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해외에서도 일본이 1130 증상자 입국 거부했다고 뉴스로 다루고 난리 나니까, 나기혁한테 최근 국내 대학병원에서 검진받은 기록 있으면 하루 이틀 격리 후 입국 가능하다고 말 바꿨대.”
“게이트에 대한 정보가 적으니 여러 가능성을 두고 조심하는 거야 나쁜 건 아니지만…. 일본 증상자들은?”
“증상자 오프라인 모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더라. 지역 이동할 땐 담당 공무원한테도 알려야 한대.”
“헐.”
“그래서 아예 자진 신고 안 하고 감추는 사람도 많을걸?”
쯧쯧. 박가람이 혀를 찼다.
“몇 달을 함께 지내도 이렇게 멀쩡한데 말이지.”
호텔에 도착, 한율은 애니 크루즈에게 메일을 보냈다. 민원 뺑뺑이를 겪다가 미스터리 홀 특별조사위원회에 알렸던 내용을 담아서. 사실 그리 쓸모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소소하게나마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니.
한 시간 후, 애니로부터 답장이 왔다.
[놀랍네요. 11월 30일 이전에 회색 게이트로 표시된 자리에서 현 1130 증상자들만 심상치 않은 전조 증상을 겪었었다니. 좋은 정보 감사해요, 한율. :)]
한편 그 시각, WB래빗 엔터테인먼트 A&R팀은 어스래빗이 오늘 막 녹음한 노래 파일을 듣고 있었다.
직원이 진장현 팀장을 향해 물었다.
“정말로 이 노래론 활동 안 한대요? 노래 너무 좋은데?”
“다음 컴백 준비도 해야 하고, 애들도 좀 쉬어야 하잖아. 그래서 이번엔 활동 안 하기로 했대.”
“팬들이 아쉬워하겠네요. 무대에서 이 노래 부르는 모습 보고 싶을 텐데.”
진 팀장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6월 컴백 쇼케이스 때 부를 텐데 뭘.”
* * *
3월 23일 늦은 오후. 어스래빗은 약 한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조유찬이 직접 차를 몰고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정말 수고 많았어, 얘들아.”
“유찬이 형 지난번보다 얼굴이 폈엉. 살도 좀 찐 것 같은데?”
조유찬이 쑥스럽게 웃었다. 흐.
“내일 오후 2시에 응급 처치 교육 있으니까, 다들 적어도 10분 전까진 회사로 출근 부탁드립니다. 출근할 땐 매니저 호출하시고요.”
“네엡!”
숙소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 한율은 짐 정리를 후딱 끝낸 뒤 외출 채비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캐리어를 현관 옆에 둔 채 소파에 늘어져 있던 길우성이 물었다.
“어디 가냐?”
“부모님 집. 내일 올 거야.”
길우성이 눈동자를 크게 굴리더니 끔뻑거렸다.
“…그럼 달냥이도 내일 올 때 데려오는 거지?”
“어.”
“엉. 운전 조심히 해라.”
어쩐지 딴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한율은 길우성의 태도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어.”
한율은 본가로 가기 전, 스타믹스 JE의 집부터 들렀다. JE의 집에선 이해원이 나와 한율을 반겼다. JE는 스케줄로 자리를 비운 상태.
“어서 와, 한율아. 미국 투어는 어땠어?”
“그럭저럭 열심히 했어요. 이건 형이랑 JE 선배님 주려고 산 선물.”
“고마워.”
끼웅. 구동이 한율의 발등 위로 올라와 바지를 잡았다. 한율은 구동을 품에 안아 잔뜩 쓰다듬어주었다.
“그동안 별일 없었어요?”
“있었으면 한율이 너한테 바로 연락했지.”
한율은 이해원의 마나 유동과 마력 상태를 확인했다. 그동안 수련을 열심히 했는지, 계나리의 말처럼 곧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계나리가 학교에 다니며 일상을 보내는 시간 동안 점점 격차가 좁혀진 거지만.
“자주 봐줄 수 없어서 마음에 걸렸는데, 처음 배운 그대로 정말 잘하셨네요. 이대로만 가면… 여름이 오기 전에 마나 응용 기술 한두 가지 정돈 익힐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응. 더 열심히 수련에 매진할게.”
“그 후로 정 기자한테서 연락 오거나 한 적은 없어요?”
“응. 그런데 정말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네. 정 기자에겐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한동안은 죄책감으로 조용히 지낼 거예요. 본인 때문에 우리가 이우그룹에 꼬리가 밟혔단 생각이 들 테니,”
한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정 기자한텐 나중에 제가 잘 설명할게요. 그 사람이 나쁜 속셈으로 우리를 찾았던 것도 아니고.”
“내 생각엔… 솔직히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유는요?”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상황을 만들고 입을 막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해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히 말했다.
“네 사고방식을 의심하고 널 더 경계할지도 몰라. 그 사람은 네가 미래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까 더더욱.”
“아….”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의견 고마워요, 형.”
이해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뭘.”
“형은 오늘 여기에서 자고 갈 거예요?”
“아니. 구동이 조금만 더 봐주다가 고은훤 집에 가려고. 그 녀석 얼굴 본 지도 오래됐고, 그 얘기도 해줄 겸.”
“네. 그럼 다음에 시간 나면 또 봐요.”
“그래. 조심히 가.”
“네.”
본가에 도착했을 땐 늦은 밤이었다. 모친은 한율을 따뜻하게 안아준 뒤 맛있는 밥을 차려주었다.
“이사 날짜는 4월 10일로 정했어.”
“그날 시간 비울게요.”
“괜찮아. 한림이가 도와주기로 했거든. 너한테 비싸고 좋은 선물 받아서 보답해야 한다더라.”
“그래도 고양이들 챙기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게 좋잖아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스트레스도 받을 테고.”
“응. 그래서 애들이 쓰던 캣타워랑 방석 몇 개는 그 집에다 미리 가져다 놓으려고.”
한율은 소유 중인 건물에 대해서도 모친과 이야기를 나눴다. 7월 게이트 대란을 대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계약 해지를 고민하는 임차인이 느는 추세였다. 주변 시세가 낮아지고 있으니 임대료를 내려달라는 사람도 많고.
“일단 한율이 네 말대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람은 군말 없이 해주고 있어. 임대료도 인하하고.”
“건물 안전 점검은 다 받은 거죠?”
사실 안전 등급이 우수한 상태라도 무지막지한 힘을 지닌 괴물이 들이받거나 공격하면 무너질 테지만.
모친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소방 설비도 신경 써서 잘 갖춰놨는데? 한율이 넌?”
한율은 모친을 따라 미소 지었다.
“저도 당연히.”
부친은 무릎에 앉은 고양이, 호랑이의 두 앞발을 잡아 들어 올렸다.
“므야오옹.”
한편 이해원은 친구인 배우 고은훤의 집을 찾았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더니 좋은 섬유유연제 향이 그를 반겼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에 조연으로 뽑혔다더니. 깔끔한 인상을 주려고 신경 쓰는구나.’
그러나 향기만 좋을 뿐이었다. 좁은 원룸은 그야말로 옷과 신발, 팬들에게 받은 걸로 추정되는 인형으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예전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었다.
고은훤은 아직 촬영이 끝나지 않아 미귀가 상태. 이해원은 오는 길에 산 맥주를 냉장고에 집어넣곤 낡은 매트리스에 앉았다.
“늦어서 미안하다. 자꾸 NG가 나서 촬영이 지연되는 바람에.”
고은훤이 온 건 자정 무렵이었다. 그새 편히 누워서 TV를 보던 이해원은 상체를 일으켰다.
“미안하긴. 대신에 치킨은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시켰다. 내일 촬영 없는 거 맞지?”
“어, 고맙다. 나 좀 씻을게.”
“어.”
잠시 후. 고은훤은 용케도 작은 상을 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치킨, 이해원이 사 온 맥주를 올려놓았다.
“…크으! 역시 치킨엔 맥주지!”
“그렇게 좋냐?”
“당연히 좋지. 화면에 조금이라도 부어서 나올까 봐, 내가 이 좋은 걸 석 달간 참았다. 그런데 넌….”
가만히 이해원을 바라보던 고은훤이 인상 썼다.
“피부 왜 이렇게 좋아졌냐? 몸도 좀 좋아진 것 같고?”
“새벽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산책하고, 운동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저절로 관리되던데? 너도 쉬는 날 되면 놀러 와.”
이해원은 고은훤에게 양평 집 주소를 톡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오늘 그를 찾은 용건을 말했다.
“7월 게이트 대란이 벌어졌을 때, 네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야.”
막 닭다리를 뜯으려던 고은훤이 눈을 끔뻑거렸다.
“…뭐?”
다음 날인 24일. WB래빗 엔터에선 회사 직원들과 소속 연예인을 대상으로 응급 처치 교육이 진행되었다.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교육받기엔 공간도 협소하고 개개인의 교육이 미흡할 수 있어, 많게는 스무 명씩 묶어서 따로.
어스래빗 멤버들은 후배 그룹인 SPRabbit 멤버들과 함께 받았다.
“너튜브에 ‘응급 처치’만 검색해도 다양한 영상이 나오지만,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 정말 급박한 상황엔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활용하는 게 가장 빠르잖아요? 그러니 집중해서 잘 봐주세요. 이따가 한 분씩 직접 해보고, 가장 잘하시는 분껜 소정의 선물을 드릴게요.”
“오오!”
인공호흡부터 시작해 심폐소생술, 지혈하고 붕대를 매듭짓는 방법 등등. 특강은 한율이 강사가 준비한 선물을 받으며 끝났다.
길우성이 척 엄지를 세웠다.
“바느질은 못 하는데 붕대는 기가 막히게 잘 감고 묶더라.”
“여기에서 바느질이 왜 나와.”
“선배님 심폐소생술도 정말 멋있었어요.”
“고마워, 강희야.”
선물은 생활 방수 기능이 있는 충전식 손전등이었다. 한율은 제품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현강희에게 내밀었다.
“줄게.”
“정말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변지욱이 게걸음으로 슥슥 다가왔다.
“율 형. 율 형은 붕대도 정말 척척 멋있게 감더라.”
“야, 그건 아까 내가 한 말이잖아.”
길우성이 황당한 시선으로 변지욱을 보았으나, 변지욱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율을 바라보았다.
“빨리 나도 선물.”
“넌 다음에.”
“흐.”
어스래빗 멤버들은 특강을 받았던 연습실을 나와, 자신들의 전용 연습실로 향했다. 그리고 느긋하게 몸을 풀었다.
우웅.
“……?”
막 연습용 신발로 갈아신던 한율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블블 민준의 톡.
-[우성이 혹시 이상한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니?]
-[(사진)]
사진을 확대한 한율은 길우성을 돌아봤다.
“야.”
일자로 다리를 벌린 뒤 옆으로 상체와 팔을 기울이던 길우성이 대답했다.
“엉?”
“너 어젯밤에 누구 만났어, 호구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