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듣기만 할게요
회사를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인사부로 복귀를 했다.
날 무척이나 기다렸다는 듯 정 대리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이세요?”
“왜요?”
“아까 나가셨잖아요. 벌써 두 시간 넘게 밖에 계셨던 거 아니에요?”
“대충 그랬겠네요.”
“괜찮으세요?”
“뭐가요?”
파티션 너머로 HRD 박종근 과장의 상태를 조심히 살핀 후 정 대리가 내게 말했다.
“아까 화 많이 내시는 거 같던데, 혹시 그거 때문에 머리 식힐 겸 밖에 나가 계셨던 거예요?”
“아까? 아… 박 과장님?”
“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니에요, 그런 거. 나는 진짜 화가 났잖아요? 그럼 날 화나게 만든 사람을 아예 상대조차 안 해 버려요. 아까처럼 그렇게 흥분을 했다는 건 상대할 가치가 있다는 뜻인 거고.”
“그럼 두 시간 넘게 밖에서 뭐 하셨던 건데요?”
“그렇게 궁금했으면 전화를 하든지. 나는 아무 연락이 없길래, 그냥 내 볼일을 좀 봐도 되나 싶어서 자리를 비웠던 거지.”
갑자기 정 대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또 근무 시간에 밖에 나가셨던 거예요?”
“우와, 이젠 아예 상사 노릇까지 하려고 드네. 밖은 무슨. 그냥 회사 한 바퀴 둘러보다 온 거예요.”
“회사요?”
“네, 부서별 사무실도 좀 익힐 겸, 아까 정 대리가 준 퇴사 희망자들 찾아가서 개별적인 상담도 추가로 해 보고.”
“…….”
“퇴사 사유가 확실한 직원 같은 경우야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몇몇은 퇴사 희망 신청서에 적힌 사유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더군요. 직접 만나서 같이 커피도 한 잔씩 하고, 그러면서 솔직한 이유를 좀 물어봤어요.”
“그럼 차준영 씨처럼 마음을 돌릴 거 같은….”
“아뇨. 그런 사람은 없었고, 그냥 부서별로 신입 직원의 경우 근무 환경에 어떠한 애로 사항이 있는지, 다른 직원은 그런 애로 사항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거 같은지… 그런 것들 위주로 물어보고 왔어요. 내일은 신입 사원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그간 인사 채용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파악해 볼 생각입니다.”
“내일이요?”
“네, 지금은 퇴근 시간 다 됐잖아요. 굳이 내일 해도 될 일을 퇴근 시간 다 되어서 새로 붙잡을 이유는 없을 거 같고….”
“아뇨, 그게 아니라 내일 토요일입니다, 과장님.”
나도 알고 있다.
스마트폰만 켜면 뜨는 게 현재 시간이고 날짜, 요일인데 그 정도도 모를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근을 하시겠다고요?”
“그럼 토요일인데 당연히 출근을 해야지, 일요일처럼 집에서 쉽니까?”
“당연히 집에서 쉬어야죠.”
“네?”
이 친구가 또 지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야?
“일요일도 아니고, 토요일인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할 수가 있습니까?”
오히려 나보다 더 답답하다는 듯 정 대리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아니, 과장님. 옛날 일들은 조금씩이라도 기억을 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옛날 일들이요?”
“아니, 저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놀토였습니다.”
“초등학교? 그리고 놀토는 뭡니까?”
“초등학교요, 초등학교.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6년 동안 다니는 초등학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달리 불리고 있단 말?
“그럼 놀토는요?”
“노는 토요일. 과장님은 저처럼 놀토 개념도 없이 바로 주 5일 등교가 당연할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셨을 거예요.”
“학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직장들도 다 주 5일이란 말입니까?”
“네, 당연하죠.”
“아니, 일주일이 7일밖에 안 되는데, 그중 토, 일 이틀이나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해 버리면 회사는 어떻게 굴러갑니까?”
“잘요?”
“네?”
“잘 굴러갑니다. 지금까지 다들 잘만 굴러가고 있었어요.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 6일 하던 시절엔 태어나지도 않으셨을 과장님께서 꼭 그 시절을 살아 봤던 사람처럼 말을 하십니까?”
회사 출근을 주 5일만 한다고?
그러니까 일요일뿐 아니라 토요일까지 출근을 안 한다고?
“아까 교육 자료 받으신 거 집에 가져가셔서 주말 동안 천천히 보시면 되겠네요. 마땅히 하실 것도 없잖아요.”
뭐지?
정 대리 이 녀석이 날 놀리고 있는 거 같은 이 찜찜한 느낌은?”
“아! 6시.”
짝! 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릴 정도로 크게 박수를 친 정 대리.
“이렇게 또 열심히 살았던 한 주가 가는군요. 과장님, 그럼 저희 이만 퇴근해 봐도 되겠습니까?”
“…네, 뭐… 퇴근 시간 됐으니까 더 할 거 없으면 퇴근해야죠.”
정 대리의 선동으로 HRM팀 직원들 모두가 퇴근 준비를 시작했고, 내 옆자리에서 가방을 싸고 있던 정 대리는 갑자기 싼 가방을 책상 위로 내려놓더니 날 쳐다봤다.
“과장님은 퇴근 준비 안 하십니까?”
“고민 중입니다.”
“무슨 고민이요?”
“저는 내일도 당연히 출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면… 정 대리 말처럼 필요할 것 같은 자료를 좀 뽑아서 퇴근을 할까 싶어서요.”
“필요할 것 같은 자료요? 무슨 자료요?”
“갑자기 내일 출근을 안 한다고 하니까 저도 지금 무슨 자료부터 챙겨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그냥 월요일에 출근해서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건 마치 정 대리가 과장이 아닌 부하 직원을 대하는 느낌이잖아!
“이번 주 내내 일이 많으셨잖아요.”
하긴.
그 말을 듣고 보니, 그건 또 그렇다.
“과장님, 혹시 오늘 마치고 다른 약속 있으십니까?”
“약속이요?”
“없으시죠?”
놀리는 거 맞네.
참… 내가 만든 회사 대리한테 내가 놀림을 다 당하고… 얼른 원래 내 자리로 올라가든지 해야지 원….
“없으시면 오늘 저랑 같이 간단하게 술 한잔 안 하시겠습니까?”
“술이요?”
따뜻한 미소로 날 쳐다보며 정 대리가 말했다.
“요 며칠 퇴근하고 집에 갈 때마다 과장님이 신경 쓰였습니다.”
“내가? 왜요?”
“과장님 현재 상태를 아니까요. 혼자 퇴근하고 집에 가면 마땅히 할 것도 없으실 건데, 이것저것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밥은 제대로 잘 챙겨 드시는지, 그런 것도 좀 신경이 쓰였고요. 저도 제 코가 석 자고, 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다 보니, 마음은 쓰이면서도 제대로 챙겨 드리지를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퇴근하고 집에 가면 혼자 있을까 봐, 그걸 걱정해 준다는 건가?
갑자기 술 이야기를 들으니까, 살짝 혀끝이 간질간질해지는 거 같기도 한데….
“마침 내일 쉬는 날이니까요. 그동안 불금 같은 거 최대한 멀리했는데 오늘은 과장님하고 술 한잔 같이하고 싶기도 하고… 좀 그렇네요.”
* * *
“이 집은 진짜 확실한 맛집이 맞습니까?”
“네, 제가 보장을 하는 집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 따라왔던 집이거든요. 거의 20년 넘게 이곳 한자리에서만 장사를 하는 곳이고, 먹방 유튜버들이 공짜로 홍보를 해 주겠다고 해도 사장님이 그런 거 하면 손님만 더 많아진다고 거절을 할 만큼 맛 하나는 확실한 집입니다.”
“제발 이번엔 맛집이 맞았음 좋겠네요.”
“그런데 진짜 이런 거 드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런 거라니요? 순대국이 뭐가 어때서?”
“저는 과장님은 이런 음식 안 드실 줄 알았는데….”
‘약수 순댓국’이라는 간판 아래였다.
20분째 가게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중.
줄은 얼마든지 설 수 있는데, 제발 맛만 있었음 좋겠다.
지난 며칠 정 대리에게 배운 맛집 어플 검색으로 퇴근 후 순댓국밥집 몇 군데를 가 봤다.
그런데 하나같이 내 입엔 별로였다.
“안 먹긴요. 나는 국에 말아 먹는 밥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님 비비거나.”
“그러세요?”
“네.”
젊었을 때부터 몸에 익어 버린 식습관이다.
피난길엔 옥수수죽도 먹기가 힘들었고, 지리산에서 벌목할 때엔 참이 수십 인분씩 대야에 담겨서 나왔는데, 그걸 한 숟가락이라도 더 내 입에 넣기 위해선 물이나 국 같은 데 보리밥을 말아야만 했다.
그리고 포목점에서 처음 원단 만지는 일을 배울 당시부터 내겐 뭘 먹는 시간만큼 아까운 게 없었다.
그러한 습관은 내 포목점을 열고, 사업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점점 심해졌다.
비비거나, 말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주먹밥을 만들어 다닐 정도였다.
물론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부턴 안 사람이 그런 부분에 관한 참견을 귀찮을 정도로 해서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식성은 육개장, 갈비탕, 순댓국, 여름이면 내 고향의 향수를 맡을 수 있는 냉면이나, 콩국수가 딱이다.
“지난 며칠 동안 정 대리가 알려 준 맛집 어플로 검색을 해서 국밥집 몇 군데를 가 봤는데, 요즘 국밥들은 꾸덕한 맛이 많이 사라진 거 같아요.”
“꾸덕한 맛이요?”
“분명 맛은 좋은데, 인위적으로 고기 잡내를 다 잡아 버리는 느낌이랄까? 나는 고기 누린내도 조금 나는 그런 순댓국을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틀림없이 좋아하실 겁니다. 이 집은 진짜 설명이 필요 없는 집입니다.”
그 후로도 10분 이상 더 줄을 서서 밖에서 기다리다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순댓국 두 그릇에 수육 한 접시,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소주도 내가 정훈이 놈의 몸에 들어온 첫날 태화장에서 마셨을 때와는 달리, 몇 번 더 먹다 보니까 이 맛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국물을 한 숟갈 떠 봤는데,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내가 찾던 맛은 아니었지만 분명 정 대리가 자신 있게 소개를 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맛은 되었다.
괜찮았다.
수육도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이 있고.
그런데 소주를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였는데, 기시감 같은 게 들기 시작했다.
가게 한쪽 벽에 소주병을 들고 있는 여자 연예인의 소주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낯이 익는 얼굴이었다.
내가 이 시대에 활동을 하고 있는 여자 연예인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마치 꼭 안면이 있는, 그것도 실제로 봤던 사람 같은 그런 기시감이 들고 있었다.
“예쁘죠?”
내가 그 소주 광고 포스터를 너무 대놓고 봤던 걸까?
정 대리가 내 잔을 채워 주며 장난을 걸었다.
“네, 뭐… 그럭저럭 봐 줄 만하네요.”
“푸하하하….”
“왜 그렇게 웃어요?”
“그럭저럭이요? 히야… 우리 과장님 은근히 내숭이 있으시네. 제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아예 넋을 놓고 보셔 놓고, 그럭저럭이요?”
“그런 거 아닙니다. 이상하게 안면이 있는 거 같아서 어디서 봤나… 그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보긴요. 뭐 티비 광고 같은 데서 보셨겠죠.”
“유명한 연예인이에요?”
“소주 광고 메인 모델이라는 말은 일단 핫한 연예인이라고 봐야 하고, 한 소주 브랜드의 메인 모델을 3년 이상 하고 있다는 건 톱급이라고 봐야죠.”
“저 여자 연예인에 대해 잘 아는 모양입니다?”
그 말을 딱 끝내고 소주잔을 들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듯 번쩍하는 기분이 들었다.
“……!”
난 다시 눈을 몇 차례 깜빡거린 후 소주 광고 포스터를 좀 더 유심히 살폈다.
맞다.
그 여자가 맞다!
정훈이의 몸에 처음 들어갔던 날, 그곳 호텔방.
지금 저 소주병을 들고 있는 여자 연예인은, 그날 검은 모자에 선글라스, 거기에 검은 마스크까지 쓰고서 먼저 그 방을 나갔던 여자다!
“채서린이요? 대한민국에 채서린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 여동생 아니었습니까?”
“국민 여동생?”
“비너스라고 한때 여자 아이돌, 걸 그룹으로 데뷔를 하자마자 가요계 정점을 찍었던 그룹이 있어요. 거기 막내였거든요, 채서린이.”
“가수예요?”
“가수였죠. 지금은 배우고. 비너스가 해체되고 솔로로 잠시 활동을 하다가 연기 쪽으로 전향을 했는데, 그런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채서린처럼 잘 풀린 케이스가 많지는 않죠. 거기다 최근 몇 년째 CF계에서는 거의 톱 대우를 받고 있어요.”
도대체 정 대리 이 친구는 정체가 뭐지?
회사 일뿐 아니라, 이런 연예계 관련된 내용까지 자판기처럼 누르면 바로바로 답이 나온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냥 아는지만 물어봤는데, 사돈에 팔촌까지 줄줄이 다 꿸 기세라서요. 정 대리 정도면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채서린 전문가 수준인데요?”
뒷머리를 긁적이며 정 대리가 말했다.
“한때 제가 채서린한테 입덕을 심하게 해 있던 시절이 있었죠. 제가 군대 있을 때 비너스가 데뷔를 했거든요. 제 군 생활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하하하.”
“잠깐만. 정 대리 나이가 있는데, 정 대리가 군대에 있을 때 데뷔를 했다면 도대체 저 여자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분명 그날 호텔에서 정훈이 놈에게 오빠라고 했다.
“어립니다. 과장님보다도 어릴 겁니다. 데뷔를 15살 때 했어요.”
“아… 상당히 빨리했네요.”
“그렇죠. 요즘 나오는 걸 그룹과 비교를 해도 채서린은 데뷔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어요. 저도 계속 덕질을 하다가 빚투 논란 터졌을 때 손절을 했는데, 지금 생각을 해 보면 채서린한테 미안하단 생각도 들고 그래요.”
“빚투요? 그리고 정 대리가 뭘 어쨌다고 연예인한테 미안해합니까?”
“팬으로서 믿었어야 했는데, 함께 돌을 던졌거든요. 키보드로.”
“……?”
도대체 언제쯤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어휘를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나마 퇴근하고 혼자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확인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막히는 표현, 단어들이 많다.
“채서린 엄마가 딸이 국민 여동생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크게 뜨니까, 여기저기 딸 이름을 팔아서 돈놀이를 했던 거 같아요.”
“아이고….”
“그리고 빚도 좀 많이 만들었고.”
“에허이….”
“도대체 과장님 정체가 뭡니까? 이 리액션 이거 실화예요?”
“크흠… 조용히 듣기만 할게요.”
“그 논란이 터졌을 때 채서린은 자기는 자기이고, 엄마는 엄마인데 왜 자기가 같이 살지도 않고 있는 엄마의 빚을 대신 갚아 줘야 하느냐는 식으로 갚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버렸어요.”
“음….”
“…….”
“아니, 아니… 이건 리액션 아닌데? 그냥 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할 때 쓰는 음….”
“풉… 아무튼, 당시엔 여론이 많이 안 좋았죠. 채서린이라고 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엔 지금보다 더 국내 톱급 연예인이었고, 해외 진출까지 대박이 나서 돈도 잘 버는데 엄마가 만든 빚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그 정도도 대신 못 갚아 주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정 대리, 이 친구.
정말 찐팬이었구나.
놀랍다.
그리고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
“저도 거기에서 실망을 하고 탈덕을 했던 거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자세한 내막이 드러났는데, 채서린이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을 했더라고요.”
“아이고, 어렸을 때부터 마음고생, 몸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네. 가수 데뷔도 15살 때 했다면서요?”
“그렇죠. 거기다 채서린은 엄마가 아닌 아빠 손에 키워졌고, 채서린이 데뷔를 하고 크게 뜨기 전까지는 엄마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 한 통이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채서린이 빵! 하고 뜨고 나니까 그제야 연락을 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자기 딸 이름 팔아서 돈을 빌리고….”
“정말 채서린 박사시네요.”
“제가 3년만 더 젊었으면 다시 채서린 입덕을 했을 겁니다. 하하하. 아재들의 유일한 낙 아니겠습니까?”
“정 대리는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연예인 박사 생활 그만두고 장가갈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식사하시죠.”
“네?”
“남 아픈 곳 찌르지 마시고, 식사하자고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