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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별종이란 뜻입니까? (21/303)

새로운 별종이란 뜻입니까?

팀원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설명하기 전에 제가 먼저 몇 가지 물어봅시다. 이민혁 씨.”

“네, 과장님.”

“민혁 씨는 현재 입사 8개월 차죠?”

“네, 맞습니다.”

“회사 생활은 할 만합니까?”

나의 물음에 이민혁은 평소 보이던 활발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선배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해했다.

“만족스러워요?”

“어떤 회사든 좋은 부분이 있으면 아쉬운 부분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이거 진짜 중요한 부분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면 고맙겠어요.”

“네, 최대한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혁 씨가 봤을 때 8개월 정도 근무를 해 보니까 우리 재경모직의 어떤 점이 좋고, 또 어떤 점이 아쉽던가요?”

“이건 재경모직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서, 제가 하고 있는 인사 일에 관해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뭐든 괜찮습니다.”

모두가 이민혁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우선 좋은 점은… 대기업 인사부 소속이라는 소속감이겠죠. 아무래도 인사는 어느 기업이든, 기업의 근간일 수밖에 없는 부서이니까요.”

난 고개만 끄덕이며, 다음 내용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인사라는 건 어느 기업을 가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 역시 좋은 점인 거 같습니다. 타 지원 부서에 비해 급여 수준도 높고, 또 조직의 대외비를 알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고요. 하지만 반대로 인사부이기 때문에 시달려야 하는 감정 노동은 제가 입사를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고충인 거 같습니다.”

“인사부이기 때문에 시달려야 하는 감정 노동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우리 HRM 같은 경우, 회사 직원들에게 기를 빨려야 된다는 거죠. 바로 지난주에 영업2팀 차준영 책임 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직원들 개개인의 힘든 사정을 다 들어 줘야 하지 않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물며 친한 친구도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 시작한 뒤부터는 연락이 뜸해집니다. 그 뜸한 연락도 제게 어떤 에너지를 주는 친구냐로 나뉘게 되죠. 연락할 때마다 먹고살기 힘들다, 요즘 진짜 왜 이렇게 사는 게 팍팍하냐… 그런 힘 빠지는 소릴 하는 친구들은 멀리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HRM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그런 직원들의 개인 사정을 들어 주고, 대출이나 그 외 다른 지원 내역을 함께 알아봐 주는 일이다 보니 매사에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혹시 또 다른 건 없습니까?”

“아직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들은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고, 당장 제가 확실하게 구분을 지을 수 있는 건 그 정도인 거 같습니다.”

충분하다.

팀 막내에게 이 정도 솔직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30년 전 기업 문화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알겠습니다. 그럼 김은혜 씨.”

“네, 과장님. 저는….”

“아니, 아니. 은혜 씨한테는 다른 걸 좀 물어보려고. 이 회사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 혜택에는 뭐가 있을까요? 대표적인 거 몇 개만 좀 말해 주세요.”

“대표적인 복지 혜택이요? 아무래도 자녀들 학자금 지원을 가장 먼저 들 수 있겠죠. 장학 여부, 자녀 수, 4학기, 8학기 구분 없이 전 직원 자녀에 한해선 대학교 등록금을 100퍼센트 지원해 준다는 거. 그게 우선 가장 큰 복지 혜택이 될 거 같고요, 그다음으로는 전세 자금으로 1억 원까지는 무이자로 대출을 해 준다는 거, 그리고 입사 2년 미만의 직원의 경우 디딤돌 적금을 같이 넣어 준다는 게 있습니다.”

“디딤돌 적금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겁니까?”

“상품 종류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월 125,000원, 그리고 다른 하나는 165,000원. 입사 2년 미만의 직원이 신청할 경우, 신청일로부터 2년 동안은 개인이 125,000원을 넣으면 회사도 같은 금액만큼 지원해서 25만 원이 되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165,000원짜리 상품도 마찬가지이고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복지 혜택엔 뭐가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재경항공과 연관된 직원 마일리지 적립과 재경식품이 운영하고 있는 요식 브랜드들에선 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복지 혜택으로 들었다.

김은혜의 설명이 다 끝이 났을 때, 이번엔 내가 반대로 김은혜에게 물어봤다.

“김은혜 씨는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복지 혜택 중에 제대로 활용을 하고 있는 혜택이 뭐가 있습니까?”

“저… 요?”

“네, 은혜 씨요.”

“저야… 가끔씩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외식할 때마다 그룹 재경 산하 브랜드에서 식사를 하고 포인트도 적립을 하면서 할인 혜택을 받고 있고요, 또 아직은 적금을 부을 여유가 없어서 신청은 안 했지만, 2년이 되기 전에 디딤돌 적금도 신청을 해서 혜택을 받을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까는 내가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은혜 씨는 재경모직에 근무하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대표적으로 하나씩만 꼽으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

“저는…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에이, 이 자리에서 은혜 씨가 그렇게 말해 버리면 민혁 씨 입장이 뭐가 됩니까?”

내 말에 잠시였지만, 팀원들 사이에 웃음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 웃음 때문인지 김은혜가 큰마음을 먹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일 텐데요, 자기 계발을 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거?”

“으음….”

“사실 인사부가 그렇습니다. 직원들의 복지를 챙기고, 또 분기별로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되죠. 하지만 정작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면서도 우리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 말에도 모두가 공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HRM팀만큼 근무 시간이 탄력적인 부서도 없으니까요.”

“지금 은혜 씨가 표현한 근무 시간이 탄력적이란 건 다른 말로는 오버 타임이나 연장 근무가 많다는 뜻이겠죠?”

“네. 우리 퇴근 시간 땐 항상 변수가 등장을 하지 않습니까. 생산 라인 쪽에서 사고가 나기도 하고, 노조 문제가 터질 때도 있고, 직원 횡령 문제로 감사를 함께 준비해야 할 때도 있고… 그 모든 변수 해결의 중심엔 우리 인사가 있다 보니, 항상 긴장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죠.”

그다음으로 홍재희 주임에게 물었다.

“지난 상반기 공채 때 본사 신입 몇 명이 선발됐습니까?”

“총 78명 선발이 됐습니다.”

“그게 5개월 전이죠?”

“네.”

“그 78명 중에 지난 5개월 사이 퇴사한 직원은 몇 명이나 됩니까?”

“현재 퇴사 진행을 하고 있는 직원까지 다 포함하면 11명입니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작년보다 더 심해졌을 거라는 건 당연한 거고, 다른 기업들과 비교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정확하게 나와 있는 데이터가 아직은 없으니까, 뭐라고 대답을 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조기 퇴사는 우리 재경모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이 되는 추세이니까요.”

“그렇죠. 데이터가 부족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음… 그렇죠, 그렇네. 알겠습니다. 조윤우 책임?”

“네, 과장님.”

“조 책임은 원래 HRD였더군요.”

“네, 맞습니다.”

“그럼 직원들 교육 자료에 관해서는 좀 잘 알겠네요?”

“음… 네, 제가 직접 만들었던 자료들도 꽤 있으니까요.”

“그 자료들이 아직도 쓰이고 있습니까?”

“그렇죠. 보통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자료나 프로그램은 2년, 3년에 걸쳐 계속 쓰기도 하니까요.”

“그럼 지난 공채 기수가 썼던 신입 사원 교육 자료는 어떻습니까? 혹시 보셨습니까?”

“네, 봤죠. 중간에 바뀐 내용이 조금씩 눈에 보이긴 했는데, 전반적으로는 제가 입사했을 때 받았던 교육 자료 내용과도 거의 같은 자료였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지금 조윤우 책임이 입사 3년 차죠?”

“네, 영업2팀 차준영 책임이 제 입사 동기입니다.”

“신입 사원 교육 자료가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는 겁니까?”

“아무래도 바뀌지 말아야 되는 기업 철학이나, 회사 문화, 회사의 정신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런 내용을 다 포함을 시켜서 리뉴얼을 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분명 아예 새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 바꿔 말해서 조 책임이 봤을 때는 조 책임이 처음 입사를 했을 때와 지난 공채 기수 신입 사이에 세대 차이 같은 건 못 느끼고 있습니까?”

그 말에 조윤우는 HRM의 막내 이민혁을 잠시 쳐다보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많이 느끼죠.”

“꼭 이민혁 씨가 아니더라도, 분명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죠?”

“네, 맞습니다.”

“그러면 교육 자료도 그런 변화에 맞춰서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아, 이건 제가 지금 HRD가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조 책임이 거기에서 근무를 해 봤기 때문에 왜 신입 사원 교육 자료에는 지난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미팅만 한 시간 반에 걸쳐서 했다.

그 미팅을 끝내고 나서 고 부장을 찾아가 HRD의 박 과장과 함께 다음 달에 있을 공채 건으로 미팅을 할 수 있겠냐고 건의를 했다.

아마도 그동안 정훈이 놈이 이런 건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겠지?

잠시 생각을 하던 고 부장은 자신의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다음, 김원호 차장을 불렀고, 곧 HRD 박 과장에게 잠시 미팅을 할 수 있겠냐고 물은 다음 자리를 마련했다.

다시 또, 우리 HRM팀이 미팅을 했던 인사부 상담실이었다.

“다음 달 있을 공채 리크루팅 건으로 우리 손 과장님이 회의를 좀 하자고 하네요. 손 과장님.”

“네.”

“요청할 내용이 있으신 거 같은데, 시작하시죠.”

고 부장의 진행으로 미팅이 시작됐다.

“우선 다음 달에 있을 공채 리크루팅은, 기존에 해 오던 통합 리크루팅이 아닌 부서별 리크루팅으로 진행을 해 볼까 합니다.”

난 그 말을 먼저 던져 놓고, 고 부장부터 시작해 김 차장, 그리고 박 과장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김 차장이 분위기를 살피다 입을 열었다.

“위에서 그렇게 진행을 하라는 지시가 없었던 걸로 아는데요?”

“그래서 지금 제가 제안하는 겁니다. 저희 쪽에서 그런 식으로 준비를 해 보겠다고요.”

그 말에 박 과장은 미간 사이 주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고 부장 역시 통합 리크루팅이 아닌 부서별 리크루팅으로 진행을 하게 되면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지 견적을 뽑느라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부서별 리크루팅이라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고 부장의 말에 난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을 보여 줬다.

“그렇겠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걸리는 시간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리크루팅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서별 리크루팅이라는 건 보기에 따라선 공채의 성격이 아닌 상시 채용의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크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거 같은 게… 이미 회사 안에서 공채와 특채, 상시 채용에 관한 구분은 많이 희석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뜻일까요?”

“지난 자료를 보면, 이미 재경모직은 입사 2년 미만의 직원 퇴사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

“오히려 공채 출신보다는 상시 채용, 특채 직원의 근속 연수가 눈에 띄게 깁니다. 공채도 다 옛날 말이라는 거죠.”

“크흠….”

“그리고 회사가 고용을 일으키는데, 그게 공채면 어떻고 상시 채용이면 또 어떻습니까? 그런 부분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보이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역시나 이번엔 박 과장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회사에는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 그놈의 원칙. 네놈이 왜 또 그놈의 원칙 이야기를 안 하고 있나 궁금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재경모직은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공개 채용을 해 왔습니다. 특히 산업군별로 분류를 해도 모직, 패션 쪽은 오히려 호황인 상태인데, 계속해 오던 공채를 안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맞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공채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리크루팅 방식을 통합 리크루팅에서 부서별 리크루팅으로 변화를 줘 보겠단 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박 과장이 말했다.

“과장님.”

“네, 과장님.”

“부서별 리크루팅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 개념은 당연히 알고 있는 거고, 박 과장 네놈이 개념이 없는 놈이라는 것도 이젠 알겠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부서별 리크루팅을 하기 위해선 부서 관리자들이 리크루팅에 참여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부서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부서 관리자급, 즉 과장 이상급 직원들이 제대로 된 자기네 신입 사원 뽑는 데 2, 3일 정도도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닐까요?”

“그걸 그렇게까지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과장님.”

“아니죠. 쉬운 내용이니까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거죠. 지난 상반기 공채 때 78명을 뽑았는데, 지난 5개월 사이에 이미 퇴사를 했거나 퇴사 희망 신청서를 낸 직원이 벌써 11명이나 됩니다.”

“…….”

“일손이 부족해서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게 큰 문제일까요, 아니면 그 일손을 제대로 뽑기 위해 2, 3일 정도 부서 관리자급이 리크루팅에 참여를 해 주는 게 큰 문제일까요? 결정하기 너무 쉬운 내용 아닙니까? 이 쉬운 내용을 어떻게 하면 어렵게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게 더 어렵겠네.”

하지만 박 과장은 물러서지 않았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 리크루팅 방식을 바꾸는 건 우리 인사부 자체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위에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잘 만들어서 보여 주자는 겁니다.”

김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선택지요?”

“네, 선택지요. 지금 저도 부장님, 차장님, 그리고 박 과장님 앞에서 저희 HRM이 만들어 본 새로운 선택지를 소개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괜찮다 싶으면, 부장님께서 위로 그 선택지를 올려 보내 주시면 되는 거고요. 회사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게 과장 이상급, 부서 관리자들의 역할 아닙니까?”

그 말에 박 과장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내가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이 회사 사원들이 손에 꼽는 재경모직의 근무 메리트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근무 메리트요?”

“대기업이라는 거 빼고, 국내 패션 시장에선 그래도 순위권 안에 드는 유명 회사라는 점 빼고요. 그런 추상적인 내용들 말고, 직원들 피부에 와닿는 메리트요.”

“…….”

“제가 지난주부터 현재 인사부에 접수된 퇴사 희망 지원서를 확인하고, 또 그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대화해 보니까 저도 잘 모르겠는 겁니다. 도대체 이 회사의 메리트는 뭘까? 왜 이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저부터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말에 김 차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야 요즘 젊은 친구들이 조직 문화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잘 없어서 그런 겁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 어디 뭐 힘든 일을 하려고 합니까? 뻑하면 출근해서 워라밸이나 찾고, 걸핏하면 개인의 행복, 개인의 만족, 소확행… 그런 소리나 해 대지,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김 차장아.

네놈이 입사할 땐 네 선배들이 널 보며 요즘 것들이란 소릴 안 했을 거 같냐?

네 선배들 눈에 그때의 넌 네가 지금 말한 요즘 것들과 큰 차이가 있었을 거 같냐?

“그 말은 방금 차장님이 말씀하신 이 MZ세대라는 게 그간 없었던 완전 새로운 별종이란 뜻입니까?”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죠.”

“지난 수백, 수천 년간 기업이란 조직이 있어 왔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출현하지 않았던 이 별종이 지금 딱 이 시대에 들어와, 차장님이 한 조직에서 중간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만 툭 하고 튀어나왔단 말씀이세요?”

“그, 그야….”

“현재 고용 시장에 나와 있는 젊은 인력이 굉장히 특이하고, 기존에 없었던,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인격체의 집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인사부 사람들이 하게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도대체 누가 찾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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