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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아요 (32/303)

할 말 많아요

지난 몇 주간 부서별 리크루팅 준비를 핑계로 거의 전 부서의 부서장과 만남을 가졌다.

재경모직 현주소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선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여전히 내가 손중길이었다면, 그냥 앉은 상태에서 관리자급 다 모이라고 한 다음 필요 내용만 쏙쏙 뽑아 확인하면 됐겠지만, 지금은… 에휴, 그냥 말을 말자.

어쨌든, 기업은 숫자가 아닌 조직력이다.

매출, 영업 이익, 기업 가치… 그런 수치는 그저 단순한 시험들의 성적일 뿐, 그게 기업의 실체가 될 수는 없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재경모직은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단단했고, 반대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부실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하게 운영이 되고 있다고 느꼈던 건, 각 부서장을 따로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현재 재경모직의 방향과 사업 실태를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에 모두가 공통적인 대답을 내게 줬다는 거다.

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만들어 제시해 놓고, 그 방향대로 직원들이 가도록 만들어 냈다는 부분은 충분히 인정해 줄 만했다.

어쨌든 지금의 재경모직은 30년 전에 비해 직원수가 두 배 이상 늘어 몸집이 커져 있는 조직이다.

이런 거대 조직 안에서 직원 모두가 일관된 방향을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거 자체가 남 사장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이 큰 조직이 부실하게 굴러가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던 건, 지금 당장 현상 유지는 하고 있지만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 놓은 뚜렷한 미래 상품이 없다는 거였다.

스마일 스쿨.

재경모직의 대표 사업부다.

교복 사업.

국내 교복 사업 시장 점유율 1위.

자그마치 70퍼센트나 확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시장 독점이라고 봐야겠지.

조금 의외였던 게, 다른 사업도 아닌 교복 사업에서 해외 매출이라는 게 잡혀 있길래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스마일 스쿨이 일본과 베트남, 싱가포르에 진출해서 꽤 괜찮은 반응을 올리고 있다는 거였다.

교복 브랜드를 수출할 수 있다는 게 내 상식에선 조금 의외였고, 또 신선하게 다가왔다.

교복을 제조를 해서 수출을 하는 건 아니었다.

일종의 메이커 판권, 요즘 말로 브랜드 로열티라고 하던데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그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복 사업은 1980년대 초반에 내가 처음 재경모직을 공장제로 키워 보기 위해 시도했던 사업이었고, 기반을 다 다져 놓았던 사업이다.

내가 없는 재경에서 누군가가 새로 만들어 낸 사업이 아니다.

물론 시장 점유율이나 제품의 질, 마케팅, 해외 진출,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 기업 총매출 기여도 부분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내며, 많은 발전을 시켜 놓은 건 사실인데 크게 기특한 구석은 없다.

오히려 지금 이 교복 사업만큼 사양 사업이 어디에 있겠냔 말이지.

한 학급에 50명, 60명 하던 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이젠 한 반에 25명, 20명이라고 하는데.

그나마 있던 학교도 줄줄이 폐교되고 한곳으로 통합 흡수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는데, 시장 점유율 1위, 전체 시장의 70퍼센트를 확보하고 있으면 뭐 하나.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한 수치가 아닌가.

그리고 1990년대 내가 눈을 감기 전까지 국내 신발,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아주 큰 인기를 끌었던 우리 재경모직의 두 브랜드 중 프로 월드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루카프는 3년 전 중국의 모 기업에게 팔렸다고 한다.

그걸 팔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성적은 무척 저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

많은 계열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그럼에도 아직 재경 그룹은 모직 말고도 항공과 식품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항공이라는 단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로 론칭한 브랜드를 수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겠지.

결국, 현재 재경모직은 교복 사업과 중저가의 남성복 정장 브랜드만이 유일한 자체 사업이고, 나머지는 죄다 해외 브랜드를 독점으로 수입해서 가지고 들어와 그걸 유통하는 걸로 전체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이 모직 사업이라는 게 애초에 제조와 유통을 같은 선상 위에 놓고 봐야 하는 사업이라 해외 브랜드 수입 사업을 이만큼 키워 놓은 부분에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는 있겠으나, 그 비중이 자체 제조 브랜드보다 높다는 건 위험한 거다.

어쨌든 수입이라는 건 환율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약점의 또 다른 말인데, 현재 재경모직은 교복 브랜드 말고는 수출이 가능한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서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약점에만 노출이 되는 사업 구조가 되어 버린 거다.

교복과 남성복 정장 브랜드 역시 원단은 수입을 해 올 거 아닌가.

정훈이 놈 몸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 지 거진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 달 조금 못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재경모직의 현주소를 아예 바닥부터 탈탈 털어내 파악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내가 현재 인사부 과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공채가 시작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만났던 부서장은 신상품 개발팀의 윤현정 팀장이었다.

개발부는 모직이라는 사업군 안에서만큼은 그 중요도를 견줄 곳이 없는 특수한 부서이기 때문에 개발부 부장 이외에도 지금처럼 산하 개발팀 팀장까지 일일이 다 개인적으로 만나 해당 개발팀의 상황을 확인했다.

특히 윤현정 팀장이 맡고 있는 신상품 개발팀은 재경모직 안에서 가장 많은 투자 개발비가 들어가는 부서이고, 직원들의 이직률과 신규 채용률이 가장 높은 부서여서 일부러 가장 마지막에 만남을 가졌다.

신상품 개발.

1990년대 모직에선 상상을 할 수 없는 자체 디자인을 지금의 재경모직은 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재경모직뿐 아니라 한국의 모직 기업들은 디자인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디자인 샘플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때는 샘플 디자인을 얼마나 부분적으로 잘 활용을 하느냐, 어떤 식으로 끼워 맞추느냐가 중요했지, 지금 이 시대처럼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시장이 용납을 못 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모직 사업은 너무 많은 게 변해 있었다.

개발부 부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신상품 개발팀의 윤현정 팀장.

우리 재경모직에 들어온 지도 2년밖에 안 된다.

2년 전 현재 국내 모직업계 1위를 하고 있는 KS 인터내셔널 신상품 개발팀 팀장으로 있던 그녀를 남필우 사장이 직접 스카우트를 해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연봉이 자그마치 1억 8천이다.

평사원 중에서는 부장급을 다 포함하더라도 가장 고연봉자이고, 받고 있는 연봉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을 못 올리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시기와 질투,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다.

다른 부서장들과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이 되었던 이름이 바로 윤현정 팀장이었다.

젊기도 젊다.

서른여섯.

박종근 과장보다 한 살이 어리다.

하지만 확실히 박종근 과장에겐 부족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직도 미혼이던데, 박종근 과장도 그렇지만 요즘은 서른 중반을 넘겨서도 혼자 사는 게 유행인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팀장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회사 2층의 소형 회의실이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땐 전혀 못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까 살짝 재미 교포의 느낌이 나는 여자였다.

그렇다고 재미 교포는 아니고, 대학 공부를 미국에서 하고 첫 직장 생활도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본사에서 했던 건 맞지만 부모님 두 분 다 한국분이시고, 국적도 한국인이다.

피부색도 살짝 검은 편에 속했고, 이목구비도 쌍꺼풀이 없이 작은 눈이었지만, 나머지 코와 입은 큼지막한 게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한, 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의 전형적인 관상이었다.

난 윤 팀장이 들어올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그녀가 먼저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하고 마주 보고 앉았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 달란 요청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뇨,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셨습니까?”

“너무 안 부르셔서 혹시 나는 그냥 건너뛰시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하던 중이었어요.”

“그럴 리가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부르셨어요? 다른 개발팀 팀장들은 다 지난주에 만나셨다면서요?”

강한 인상 뒤에 숨겨져 있는 순수함이라고 할까?

이걸 순수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순수함보다는 솔직함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윤 팀장은 꾸밈이 없었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싫은 걸 싫다고 정확하게 말을 해야만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 거 같았다.

그래서 나도 함께 솔직해져야만 더 많은 걸 윤 팀장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겠단 판단이 섰다.

“한 분, 한 분 만나면서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를 취합해 나가고 있었어요. 인사부 안에 있기만 해서는 확인하기 힘든 내용들 위주로요.”

“오호! 일종의 암행어사 같은 거요?”

“아뇨, 그럴 리가요. 인사부가 감사팀도 아닌데, 그런 걸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가요?”

“그럼요. 제 자리에서 해야 할 것도 제대로 다 못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역할까지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팀장님께 제일 늦게 만나자는 요청을 드렸던 이유는 어차피 신상품 개발팀은 공채하고는 큰 인연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서요?”

“좋은 의미에서요.”

내 말에 윤 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의미요?”

“네. 지난 2년간 윤 팀장님이 우리 회사에 오셔서 꾸린 팀을 확인해 봤는데, 중간에 퇴사하고 나가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지만, 또 팀장님이 알아서 그 빈자리 수급을 하셨더라고요.”

아무래도 디자인 관련된 팀이다 보니, 남 사장이 윤 팀장을 직접 KS 인터내셔널에서 스카우트를 해 온 것처럼, 윤 팀장 역시 자기 전공 분야 사람들을 알음알음 자기 인맥을 통해 스카우트를 해서 빈자리를 채워 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신상품 개발팀 퇴사자 기록을 확인해 보니까, 결국은 공채 신입이 나간 거던데 이번 하반기 공채 때는 신상품 개발팀 인원을 따로 뽑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 팀장님의 의견도 여쭤보고 싶고요.”

윤 팀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제가 직원 채용 내용으로 인사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눴던 몇 번 중, 오늘이 제일 사이다네요.”

“그런가요?”

“네, 사실 저도 오늘 과장님 만나면 그 부분을 이야기 나눠 보고 싶었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경청하겠습니다.”

난 다이어리를 펼쳐 윤 팀장의 생각을 받아 적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번 공채부터 부서별 리크루팅으로 바뀐다고 들었어요.”

“네. 결과만 좋게 나온다면 계속 유지가 될 수도 있고, 아니라면 또 바뀔 수도 있겠죠.”

“최소한 신상품 개발팀 입장에선 그 결과가 좋게 나올 거예요.”

난 필기를 잠시 멈춰 놓고 윤 팀장을 쳐다봤다.

“이번 공채 때 신상품 개발팀 신입도 함께 뽑자는 말씀이세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팀장님은 팀장님이 데리고 일하고 싶은 인원으로만 팀을 꾸리시는 거 같던데요?”

“그게 꼭 경력직이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꼭 경력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스타일만 저하고 맞는다면, 백지 상태의 신입도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아… 그럼 제가 뭔가 오해하고 있었던 거 같네요.”

“신입은 신입이라는 그 자체로도 팀에 기여하는 바가 엄청 크잖아요.”

완전 신세대 아메리카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랑도 말이 통하는 구석이 있다.

“팀을 고여 있지 않고 흐르게 만드니까요. 인사부에서 저에 대한 오해가 있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물론 있다.

특히 정 대리를 통해 신상품 개발팀은 신입들이 세 달을 못 버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그쪽에서 접수된 퇴사 희망 신청서만 봐도 윤 팀장이 신입을 얼마나 혹독하게 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제가 저랑 안 맞는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는 면이 커요. 저도 알고 있는데, 어쩔 수가 없어요. 친목 도모를 하라고 회사가 저한테 임원급 연봉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

“저는 제가 받고 있는 연봉만큼의 실적을 만들어 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가 후회를 남기지 않고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제 사람이 필요한 거거든요. 신상품 개발이라는 건 영업이나 인사처럼 관계 지향적인 영역이 아니에요. 그런데 인사부에서는 계속해서 그런 관계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신입들만 뽑아서 저희 쪽으로 보내 주는 거예요.”

“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고작 재경모직 2년 차밖에 안 되는데, 제가 아무리 사장님이 직접 스카우트를 해서 데리고 온 사람이라도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재경모직의 구조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걸 바꾸겠다고 하면 또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지셔야 하는 거니까.”

“제 말이요!”

뭐가 그리 좋은지 박수까지 쳐 가며 큰 소리로 윤 팀장이 말했다.

깜짝 놀랐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제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계속 신입을 보내요. 그런데 그 신입이 저랑 스타일이 맞으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지금까지 저한테 필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랬군요.”

“제가 오죽했으면 과장님이 부서별 리크루팅으로 바꾸자고 하기 전에 먼저 인사부 정현수 대리한테 우리 신상품 개발팀 신입만큼은 공채 때 내가 직접 뽑을 수 있게 방법을 만들어 달란 부탁까지 했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처겠어요.”

“당사자라면….”

“공채 통해서 저희 팀으로 들어온 신입들 말이에요.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잖아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왔고, 중간에 해외로 어학연수도 몇 번씩은 다녀온 사람들이니까 재경모직에 공채로 합격한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들한테 상처를 줘야 하는 거예요. 저희 팀에 필요한 인재상은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이 무슨 죄냐고요. 왜 그 사람들이 사회생활 처음 시작하면서 안 좋은 기억, 트라우마를 가져야 하는 거냐고요. 그것도 저를 통해서.”

“…….”

“저 역시 업계 인맥들 통해서 이 회사, 저 회사 눈치 봐 가며 스카우트해 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시겠죠.”

“저 이제 어쩌면 이쪽 국내 디자인 바닥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어요. 워낙 사람들을 많이 뽑아 가니까.”

윤 팀장.

내겐 호감이었다.

“현재 신상품 개발팀 총원이 11명이더군요.”

“네.”

“그 정도면 어떻습니까? 충분한 겁니까?”

“유지는 가능해요. 하지만 새로운 뭔가를 더 기획해 보기엔 역부족이겠죠.”

정말 마음에 드는 대답이다.

지금 이곳 재경모직에서 지금껏 내가 만나 본 부서장, 관리자급 인물 중 가장 날 기대하게 만드는 대답을 윤 팀장이 내놓았다.

“팀장님 제외하고 나머지 10명은 다 팀장님이 외부에서 끌어온 사람들입니까?”

“네, 제가 여기에서도 할 말 많아요.”

“어떤?”

“인사부에서는 자꾸 저희 쪽으로 퇴사율 퍼센티지가 가장 높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일방적으로 저한테 보낸 공채 신입을 빼면요, 저희 신상품 개발팀 퇴사율 안 높아요.”

“공채 신입 빼고도 퇴사율은 제법 되는 거 같던데요?”

“퇴사 처리율이 높은 거겠죠. 자진 퇴사율이 아니에요, 과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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