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손정훈 과장이 기획안을 핑계로 자리를 비운 동안 사장실 안으로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돈독한 관계인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솔직히 내보이지 못했다.
남필우 사장은 손정훈 과장을 갓난아기일 때부터 가족으로 봐 왔다.
타고난 머리가 좋은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생각이 깊고 그 생각이 뻗어 나가는 방향이 넓은 재목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부족한 인성과 경솔함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고, 손 회장으로부터 손 과장을 모직에서 받아 교육을 잘 시켜 보란 지시를 받았을 땐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지경이었다.
그랬던 손정훈이가 이젠 바른 모습을 보여 주는 걸 떠나 회장님의 의중을 가볍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생각이 많아진 건 남필우 사장만이 아니었다.
노련하기로는 그룹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조동희 전무 역시 비현실적인 논리, 하지만 결국엔 그게 맞는 논리로 귀결이 되어 버리는 손정훈 과장의 언변과 행동력에 온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갈 정도였다.
지난 32년 세월 오로지 재경에만 몸을 담아 오며, 얼마나 많은 인재를 관리해 봤던가.
그 수많던 인재 중 단연 손정태 본사 상무는 손에 꼽히는 인재였고, 항공에서 그에게 경영의 기본을 가르칠 때는 실로 가르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온몸에 전율이 올라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손정훈 과장은 손정태 상무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그간 조동희 전무를 거쳐 갔던 수많은 인재 중 단연 최고다.
이건 그저 최고라고 말하기도 부족할 정도다.
최고라는 인정도 평가가 가능한 사람이나 내놓을 수 있는 표현인 것이지, 지금의 조동희 전무는 감히 자신이 손 과장의 역량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브랜드 론칭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던 손 회장의 진짜 의중이 손 과장에게 손 상무와 동일한 기회를 줘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말을 손 회장을 통해 들었을 땐,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손 과장을 통해, 그 진짜 의중은 자식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줘 보기 위함이 아니라, 손 과장이 만들어 올린 사업을 손 상무에게 맡기는 명분 쌓기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느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조동희 전무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이젠 나이를 먹었고, 그래서 슬슬 퇴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걸.
재경에서 32년 세월.
그중 손홍준 회장님의 곁에서 최측근으로 그를 보필해 온 세월만 25년이다.
그럼에도 손 과장이 손 회장의 진짜 의중을 알려 주기 전까지 조 전무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던 거다.
이건 조 전무의 경험상, 자신의 감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럼에도 조 전무는 손 과장으로 인해 이곳 재경에서 더 큰 욕심이 생겨나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비웃기 시작했다.
가장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욕심.
손정태 본사 상무가 스너프 인수 건을 어떻게 진행·성사시킬까보다 손정훈 과장이 재경모직을 어떻게 변화시켜 놓을지가 더 궁금해지는 조동희 전무였다.
잠시 후 손 과장이 다시 사장실을 찾았다.
그런 그를 맞이하는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의 얼굴엔 가지고 온 기획안을 통해 손 과장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겠다는 결연함마저 담겨 있었다.
“…….”
하지만 그런 결연함도 잠시, 똑같이 복사되어 온 기획안을 동시에 살핀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는 손 과장이 준비해 온 기획안의 치밀함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자체 브랜드를 론칭시키기 전에 현재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가 갖춰져 있는 브랜드를 먼저 매입부터 하자?”
허를 찔린 듯 남 사장은 기획안에서 눈을 떼지도 못한 채 손 과장에게 물었다.
“네, 거기 제가 미리 조사해 놓은 브랜드 ‘시니어즈’가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시니어즈는 현재 한일어패럴에서 접촉 중인 브랜드 아냐?”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접촉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죠.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태로.”
한일어패럴.
KS 인터내셔널 다음으로 국내 모직 업계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KS 인터내셔널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모직, 패션 쪽 사업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 기업이고, 몇 년 전까지는 자체 유아복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혹시 한일 쪽에서 접촉을 하고 있어서 시니어즈를 가져오자는 뜻이에요?”
조동희 전무가 손 과장의 생각을 읽어 보기 위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 봤다.
“그런 이유였으면 한일이 접촉 중인 브랜드가 아니라 KS 인터내셔널이 접촉 중인 브랜드를 선택했겠죠. 아닙니다, 그런 이유.”
자극할 거였음 업계 2위가 아닌 업계 1위를 바로 자극했을 거다?
언제부턴가 손 과장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섬뜩한 기분과 동시에 묘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는 조동희 전무였다.
“그럼 1년 넘게 한일어패럴 쪽에서 접촉 중인 이 브랜드를 생각한 이유는요?”
“우선은 무난합니다. 국내 여성복 중에선 프리미엄 라인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가격대가 있다 보니까, 백화점보다는 프리미엄 아웃렛의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게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 말인즉, 브랜드 이미지는 단단하다는 뜻이죠. 남성복 시니어즈 옴므 역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는 더 이상 손 과장의 말을 끊지 않았다.
“저도 이 기획안 준비하면서 시니어즈 옴므에서 셔츠를 몇 개 사서 착용을 해 봤습니다. 역시 소비자들 평가처럼 원단이 좋고, 핏을 잘 살립니다.”
재킷을 벗어, 현재 입고 있는 셔츠 역시 시니어즈 옴므 제품이라고 확인을 시켜 준 뒤 손 과장이 말을 이어 갔다.
“물론 이 정도 제품력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브랜드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즈가 매물로 시장에 나온 이유와, 지난 1년간 한일어패럴 쪽과의 매각 조건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관심 있게 살펴봤습니다.”
조동희 전무는 시니어즈 매입에 관한 내용보다 기획안 뒷장에 정리되어 있는 2차 프로젝트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눈으로는 기획안을 살피고 귀로만 손 과장의 설명을 들었다.
“시니어즈는 동명물산 자체 브랜드입니다. 현재 동명물산 윤정기 회장은 2년 전부터 차례대로 의류 사업을 정리 중에 있고, 의류 사업 정리로 만든 현금을 골프 리조트 사업 쪽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 뒷장을 한번 보시죠.”
남 사장이 기획안을 뒤로 넘기는 걸 확인한 뒤 손 과장이 말했다.
“이번 시니어즈에 관한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저도 동명물산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까 전국에 대형 골프 리조트만 6개나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재벌이더군요. 현재 제주도에 하나를 더 지을 계획 중인 거 같습니다. 확보된 토지가 어마어마하게 잡히더군요. 그런데도 공사는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시니어즈가 팔려야 그걸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단 소리겠군.”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윤정기 회장은 시니어즈를 한일어패럴 쪽으로 매각을 하면서 자신의 개인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받고 싶어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1년 이상 접촉만 이어지고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고요.”
“그걸 손 과장 네가 어떻게 알아?”
“지난 2년간 동명물산이 자신의 의류 브랜드들을 중국이나, 국내 다른 모직 기업 쪽으로 매각한 계약 스타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다들 큰 브랜드들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브랜드들을 매각하면서 윤정기 회장은 개인 지분을 많게는 10퍼센트, 적게는 5퍼센트까지 보장을 받아 냈습니다.”
“흠….”
“반면에 한일어패럴은 그러고 싶지가 않겠죠. 아니, 그렇게까지 해 주면서 업어 올 만큼 시니어즈가 매력적인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겠죠.”
고개를 끄덕이며 남 사장이 물었다.
“한일어패럴이 1년이나 넘게 저울질을 하고 있는 브랜드를 우리가 왜 남의 계약 과정 중간에 끼어들어 욕 얻어먹을 각오까지 하면서 가져와야 되지?”
순간 손정훈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너 한 번도 이런 계약 가져와 본 적 없지?” 하고 남필우 사장에게 물어볼 뻔했다.
“우린 한일어패럴이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한일어패럴은 어쨌거나 자체 브랜드가 네 개나 됩니다. 하지만 우리 재경모직은 교복 브랜드 스마일 스쿨을 제외하고는 자체 브랜드라는 게 없죠. 그리고 엄밀히 말해 스마일 스쿨은 패션 사업이 아닌 거고요. 제가 요즘 모바일 게임에 눈을 떴습니다.”
남 사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에서 말리면 안 된다.
최근 들어 손 과장과 이런 자리를 종종 가지고 있는데, 꼭 중요한 포인트를 거치기 전 지금처럼 화두를 다른 쪽으로 틀어서 자신의 정신을 쏙 빼놓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내용을 쏙쏙 빼 가고 있다.
이번만큼은 그런 손 과장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의 말을 가려듣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모바일 게임이 뭐 어쨌다는 거야?”
“궁금하더라고요. 다들 왜 그렇게 점심시간, 잠시 쉬는 시간만 되면 직원 휴게실, 심지어 사무실 안에서까지 폰을 들고 모바일 게임에 정신을 팔고 있는지.”
“…….”
“그게 궁금해서 저도 한번 배워 봤는데,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를 바로 알겠더라고요.”
“왜?”
“이 게임이라는 게 보상이 바로바로 올라옵니다.”
“보상?”
“네. 레벨도 바로바로 올라가고, 죽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만 하면 되고. 무엇보다 이겼을 때의 쾌감이 비록 작은 화면 안의 세상이지만, 좀처럼 누군가를 상대로 이기기가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대리 만족을 시켜 주더란 말이죠.”
“……?”
“뭐든 이기면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재미를 우리 재경모직 직원들은 아직 일에서 느껴 본 적이 없고요.”
“…….”
“항상 유지만 해 왔지, 여기에서 뭔가를 더 하거나, 새로 시작해 본 게 없지 않습니까. 시니어즈. 인지도가 갖춰진 브랜드입니다. 패션이라는 건 인지도가 다 해 주는 분야 아닙니까? 우리 직원들한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자는 식으로 브랜드 론칭을 주문할 게 아니라, 시니어즈 같은 쉬운 브랜드 하나 가지고 놀아 보라고 주면서 이기는 재미부터 느끼게 해 줘야 합니다.”
다시 한번 조 전무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맞는 거니까.
저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거니까.
“새 브랜드를 자체 론칭하는 건 그다음에 해도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윤정기 회장에게 10퍼센트는 너무 많고, 시니어즈 지분의 5퍼센트 정도는 확보하고 있게끔 배려를 해 주는 게 오히려 좋을 거라고 봅니다.”
“여유만 된다면 사업에 통인수보다 좋은 건 아무것도 없어.”
“아니죠. 여유가 충분히 된다고 해도 상대에 따라서는 일부 지분을 확보해 있게 만들고 우리 사업 확장을 자발적으로 돕게 만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동명물산이 우리 사업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도와?”
“제가 괜히 그다음 장에 자체 개발 브랜드를 골프 웨어로 가자고 한 게 아닙니다.”
조 전무는 아까부터 이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요즘 골프는 20대, 30대도 다 칩니다. 심지어 우리 회사 직원 복지 부분에 동호회 지원 부분도 있는데, 골프하고 산악 동호회 규모가 비슷합니다. 그리고 요즘 골프는 각종 SNS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이용되는 가장 흔한 아이템 중 하나고요. 실제로도 코로나로 모두가 불황이라고 할 때, 골프 업계만큼은 호황이었습니다.”
“…….”
“너무 많은 패션 브랜드가 있습니다. 굳이 레드 오션에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까? 만약 레드 오션에 뛰어든다면, 그건 우리가 지금보다 더 시장 점유율을 높여 놓은 뒤여야죠. 지금 당장은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골프 웨어 쪽이 쉽단 말이야?”
“어렵죠. 당연히 어렵겠죠. 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서는 론칭 전에 갖춰 놓을 수 있는 게 많겠죠.”
“론칭 전에 갖춰 놓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손 과장의 한마디에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는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었다.
“우리한테는 항공이 있지 않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남아 쪽으로 골프 투어를 나갑니까? 배 타고 갑니까? 비행기 타야죠. 국적 항공 중 재경의 동남아 노선 점유율은 80퍼센트가 넘습니다. 기내 쇼핑 카탈로그에만 다 실어도 그 노출력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동명물산이 가지고 있는 골프장은요? 이게 다 결국은 가장 효과적인 광고판이 될 수도 있는 건데, 지분 5퍼센트 정도 인정해 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입니까? 충분히 더 큰 걸 얻어 낼 수 있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잠시 후 손 과장이 배시시 웃으며 남필우 사장과 조동희 전무에게 말했다.
“저는 제가 준비한 걸 모두 보여 드렸으니, 지금부터는 사장님과 전무님의 능력을 좀 보여 주세요.”
“이걸 나와 전무님더러 직접 하란 말이야?”
“회사에 직원이 몇 명인데, 설마 판 다 깔아 놓고 설명서까지 첨부해 놓은 이걸 진행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
“없다고 해도 인사부 과장인 제가 이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성과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제가 바라는 건 우리 재경모직이 KS 인터내셔널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거뿐입니다.”
“흠….”
“아 참, 그리고 사장님.”
“왜?”
“저희 인사부 회식 찬조 좀 해 주십시오. 오늘 승진자들 축하 겸 회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뭐?”
“보상이요, 보상. 적절한 보상 좀 해 달라고요.”
“무슨 보상?”
“노조 터진 거 저희 인사부가 단 하루 만에 해산시켰습니다.”
“…….”
“어떻게 된 게 부장 통해서 수고했단 말씀 한마디 안 해 주십니까? 이래서 무슨 의욕이 생기겠냐고요.”
손 과장이 방긋이 장난을 섞어 말을 하자 조 전무가 피식하며 웃음을 흘렸다.
“지난달에는 전무님이 회식비 찬조해 주셨어요. 이번 달엔 사장님이 좀 해 주세요.”
그러자 옆에서 조 전무가 고자질을 하듯 남 사장에게 말했다.
“카드 주실 때 제한을 좀 두셔야 할 겁니다. 지난달에 카드 줬더니 회식비로 360을 썼습니다.”
“그 360만 원치 고기 먹고 노조 관련해서 그 큰일을 해낸 거 아닙니까. 360억 이상 날 손해를 360만 원으로 막았으면 남는 장사죠.”
그 말에 남 사장은 조 전무를 보며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선, 마지못해 꺼낸다는 식으로 한쪽 엉덩이를 소파에서 떼어 냈다.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 한 장을 손 과장에게 건넸다.
손 과장이 그 카드를 두 손으로 받으려고 할 때였다.
재빨리 카드를 자기 쪽으로 가져가며 남 사장이 말했다.
“그런데 이 기획안 이거 말이야.”
“네.”
“이건 언제 준비한 거야?”
“스너프 인수 관련 트래픽 비즈니스 폼 만든 뒤에요.”
손 과장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자, 이에 눈을 가늘게 뜨며 남 사장이 물었다.
“그 말은 이거 준비하는 데 일주일밖에 안 걸렸다는 소리야?”
“삼 일 정도 걸렸겠네요. 네. 삼 일 걸렸습니다.”
“이걸 혼자 준비한 거야?”
“그럴 리가요.”
“그럼? 누구랑 같이 준비했는데?”
조동희 전무 역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손 과장의 입을 주시했다.
“신상품 개발팀의 윤현정 팀장이요.”
“윤 팀장?”
“네, 사실 윤 팀장이 힌트를 많이 줬죠. 현재 우리 재경모직의 신상품 개발 수준이나, 여타 다른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다 설명까지 해 줘 가며. 그 모든 걸 취합해서 시니어즈를 먼저 인수해서 신상품 개발에 대한 감을 익혀 놓고, 골프 웨어 브랜드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런 스텝이라면 자기가 책임지고 프로젝트를 맡아 나갈 수 있겠다고 했어요.”
“흠….”
“윤 팀장. 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틀림없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