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네들이 그렇게 돈 버는 게 억울해?
사무실 상황을 재빨리 확인했다.
그런 다음 채서린에게 지금 당장 통화가 가능하겠냐고 물어봤다.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가능해?
―가능해.
―10분 뒤에 전화할게.
우선 박종근 차장에게 30분 정도만 자리를 비우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차에 타서 채서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그 문자. 무슨 뜻이야?”
―뭐가?
짜증스런 말투로 귀찮다는 듯 채서린이 물었다.
“나한테는 아무런 피해가 안 가도록 만들어 놨다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오빠 얼굴 다 가렸잖아. 내가 룸 카드 챙길 때, 또 오빠가 차에 오를 때 찍힌 사진도 차종만 나오지 번호판 다 모자이크 처리됐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기억 상실 맞아? 배우 앞에서 연기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그건 또?”
―찌질한 건 여전하네. 설마 그쪽 기자가 오빠 존재 모르고 그런 기사를 냈겠어? 오히려 거기에 땡땡 그룹 차남 손모 씨… 하면서 몇 줄 더 붙이면 더 잘 팔리는 기사가 될 텐데. 오빠한테 아무 피해 안 가게 만들어 놨으니까 쫄지 마.
도대체 난 지금 채서린과 같은 내용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쫄지 마라니?
내가 지금 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나?
“너 설마 내가 지금 나한테 문제가 생길까 봐, 그게 걱정돼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잠시 뜸하다가 아니냐는 식의 채서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그날 내가 보자고 한 거잖아. 호텔방도 내가 잡았고. 그런데 이런 기사가 터져 버리니까, 괜히 나 때문에 너한테 문제가 생긴 거 같아서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 아냐.”
―…뭐?
“됐고. 그날이 벌써 세 달 전이야.”
―….
“기사가 날 거면 세 달 전에 났어야지, 이게 왜 지금 터져?”
―설마 진짜 날 걱정하고 있다고?
“걱정도 걱정인데, 일단 내가 만나자고 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폰 너머에선 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오빠만 아무렇지 않다면 신경 쓰지 마.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지?”
―오빠가 신경을 쓴다고 해 줄 수 있는 게 있어?
해 줄 수 있는 거?
이 말 자체가 지금 채서린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고 잃을 게 생겼다는 말 아닐까?
―차라리 잘됐어.
뭐가 잘됐다는 말일까?
“잘됐다니 뭐가?”
―그렇지 않아도 좀 쉬고 싶었어. 이참에 한 몇 달 외국 여행이나 다니면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너 연예인이야.”
―그래, 나 연예인이야. 그런데 내가 보통 연예인이야?
“…….”
―그리고 연예인은 뭐 사람 아냐?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내가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꼴랑 도킹 스캔들 하나 터졌다고 그걸로 연예인 생활까지 접을까. 나 채서린이야. 금방 복귀해. 그러니까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어울리지도 않는 남 걱정할 생각하지 말고.
묘한 확신이 생기고 있었다.
채서린이 해당 스캔들을 혼자 다 감당해 버리려고 한다는 확신.
“현재 하고 있는 광고들 이번 스캔들로 문제 생기지 않아?”
―아, 진짜 사람 피곤하게 왜 그래? 내가 괜찮다는데. 내가 생각해 봐도 꼬리가 너무 길었어. 그래서 밟힌 거고.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각오를 하고 오빠와 그런 만남을 가졌던 거야.
“네가 괜찮다고 하니까 일단 믿고 안심은 하겠는데, 그래도 이건 좀 물어보자.”
―또 뭐?
“왜 이게 이제 와 터지냐고. 기사에 실린 사진 이거 세 달 전 사진이야.”
결국, 채서린은 한숨 소리를 폰으로 불어 넣은 뒤 대답을 했다.
―거지 양아치 같은 새끼한테 걸렸어. 그런데 그런 새끼한테 걸린 게 오히려 다행이었고. 그 사진이 찍힌 다음 날 소속사 대표가 날 따로 부르더라. 그 사진을 찍은 기자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그럼 그 기자한테 기사를 막겠다고 네가 돈을 줬다… 혹시 그런 말이야?”
―지난주에 끝난 드라마. 그게 그땐 첫방까지 2주밖에 안 남은 상태였거든. 나도 나지만, 나 하나 보고 그 드라마에 큰돈 투자한 투자사는 무슨 죄고, 또 다른 배우, 촬영 스태프는 무슨 죄야?
“…….”
―그러니 다행이었지. 세상 모르는 초짜 신입 기자한테 걸렸으면 바로 다음 날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터졌을 거 아냐. 그랬으면 진짜 다 죽었어. 덕분에 좋은 시청률로 드라마 잘 끝났고, 오빠 존재도 노출 안 시킬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나름 남는 장사지. 안 그래?
“돈을 줬다며? 근데도 왜 기사를 터뜨려?”
―순진한 거야, 아님 모자란 거야? 연예 쪽 기자들이 어떤 놈들인데 돈 몇 푼 쥐여 주는 걸로 원금을 까겠어? 그냥 이자 조금 미리 낸 거야. 오빠 존재 비밀에 부치는 대가로 이율이 센 이자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나름 괜찮은 딜이기도 했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말들만 하고 있는 채서린이었다.
“그럼 그런 일이 있었다고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그 기자라는 놈한테 얼마 찔러 줬는데? 얼마야? 말해.”
―왜? 나한테 돈 주게?
돈이 문제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오로지 채서린 혼자서만 피해를 보게 만들기도 애매했다.
―아서. 이만한 기사에 놀라서 나한테 연락하는 걸 보니까, 기억 상실 그거 거짓말은 아닌 거 같네. 그걸로 충분해.
“충분해? 뭐가?”
―기억을 못 한다고 하니까 오빠 넌 모르겠지만, 우리 사이에 이 정도 의리는 있었다?
“의리?”
―그래, 의리. 우리가 나눴던 걸 사랑이라고 할 순 없는 거잖아. 그냥 의리 정도로 하자. 그거 지키는 데 쓴 돈이라 아깝지도 않고, 또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 통화로라도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고 그러네. 사실 그런 의심도 좀 했었거든.
“무슨 의심?”
―손정훈 이 인간 이게 괜히 나랑 가지는 관계가 부담스러워져서 이젠 삼류 드라마 소제로도 안 먹힐 기억 상실을 가지고 와서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야.
“…….”
―그랬더라도 내가 할 말은 없지. 애초에 내가 내건 조건이 있었으니까. 근데도 그런 의심이 들더라고. 의심을 하고 있자니 좀… 기분이 별로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통화로 이젠 모든 게 확실해졌다.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손정훈이 아니네. 이런 기사에 자기 몸 사리는 게 아니라 남 걱정을 먼저 할 줄도 알고.
“아마 내가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네 걱정을 제일 먼저 했을 거야.”
―퍽이나. 어후, 됐어. 그만하자. 나는 진짜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오빠에 관한 내용도 밝혀지는 게 없을 거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방송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무척 강하고, 또 거침이 없는 성격을 가진 여자였다.
―그냥 사람들이 잠시 즐길 수 있는 가십거리 하나 생긴 거라고 생각하고, 이번 스캔들 기사에 너무 많은 의미 부여하지 마. 그리고… 잘 지내고.
“하….”
―한숨은. 어쨌든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더는 연락하지 마. 오빠는 오빠 삶 살아. 지금도 그렇고, 그때 호텔방에서 보니까 본바탕은 나쁘지 않은 거 같던데. 그 본바탕 아깝게 쓰지 말고, 오빠가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아. 잘 지내고.
“…그래, 네가 괜찮다고 하니까 더는 걱정 안 할게.”
―그래. 기억을 못 한다니 유감이지만, 나 채서린이야. 그런 같잖은 걱정 백 트럭을 갖다줘도 난 사양해. 그러니까 하지 마. 그럴 체력 있으면 오빠 삶에 다 밀어 넣고. 나 조금 이따가 약속 있어. 준비해야 해. 대충 할 말 다 끝났음 전화 끊자.
채서린과의 통화를 끝내고 잠시 차에서 생각을 해 봤다.
이건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나로 인해 생긴 일.
그 일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되었다.
김원호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제가 조금 전에 박종근 차장한테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보고는 했는데, 자리가 좀 길어질 거 같습니다. 퇴근 전에는 들어올 건데, 두 시간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할 거 같아요.”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회사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많이 급한 일입니다.”
―그럼 들어올 때 사무실 직원들 간식이라도 좀 사서 오시죠?
“감사합니다.”
그길로 난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해당 특종을 가장 먼저 보도한 신문사로 향했다.
* * *
데일리 온 사옥.
비록 작은 꼬마 빌딩이었지만, 건물 전체를 사옥으로 사용할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신문사였다.
건물 1층 한쪽 벽면에 부별 사이니지가 붙어 있었고, 4층이 연예부라는 걸 확인한 뒤 그곳 경비에게 명함을 전달했다.
그 명함을 확인한 경비로부터 출입을 허락받은 뒤 연예부로 올라갔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날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채서린의 도킹 스캔들 기사를 터뜨린 정창호 기자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이딴 기사나 써 대는 놈들이 무슨 기자라고, 그걸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하나같이 목에 기자증을 달고 있었으니까.
난 그놈 앞으로 다가가서 목에 걸린 기자증으로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리고 상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차에 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놈인데,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건 당연한 거겠지.
“어떻게 오셨죠?”
“알면서 뭘 물어? 나 알지?”
“…….”
“여기에서 할까, 아니면 나가서 할래?”
주위 다른 기자들이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곁눈질을 해 가며 나와 정창호가 나누는 대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가죠.”
우린 5층으로 올라가는 비상 계단에서 마주 보고 섰다.
일부러 한 발 앞으로 다가가서 상대를 벽 쪽으로 가깝게 세워 놓고 말했다.
“기사 잘 봤어.”
존대를 해 줄 가치를 못 느꼈다.
“우리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킵시다. 보니까 나보다 한참 어린 거 같은데, 흥분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초면에 반말은 좀 아니지 않나?”
“한참 어린 거 같은데? 뭘 모르는 사람처럼 말을 해? 나 누군지 알잖아. 너희들 밥 먹고 하는 일이 남 뒷조사하는 거밖에 더 있어?”
“제가 그쪽에 대한 신상은 최대한 노출을 안 시키려고 모자이크 처리까지 다 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내가 무슨 범죄자야? 아니면 피해자야? 왜 남의 얼굴에 모자이크질을 해 놨어?”
“아, 그게 문제였어요? 그럼 다음 기사엔 모자이크를 싹 벗겨 놓을게요. 그럼 되죠?”
“자신 있어? 진짜 그렇게 할 수 있겠어?”
“…….”
“아주 용감하네? 진짜 그렇게 할 수 있음 내가 박수 쳐 줄게.”
내 말에 정창호는 피식하고 웃으며 날 빤히 쳐다봤다.
“내가 봤을 땐 그쪽이 훨씬 더 용감한 거 같은데? 아무리 재벌 3세라도 기자를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위압적인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건… 이게 이 나라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너 재벌 처음 만나 보지?”
“뭐요?”
“우리가 어떤 인간들인지 모르는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실제로 재벌은 처음 상대해 보는 거지? 하긴 사회부, 경제부 기자도 아니고 연예부 기자가 재벌을 실제로 상대해 볼 기회가 얼마나 있었겠어. 안 그래?”
난 다시 한 발 앞으로 걸어가며 상대를 완벽하게 벽으로 몰아세웠다.
“뭐, 뭐 하는 거야, 지금?”
“협박하는 거잖아. 딱 보면 몰라?”
“…….”
“내가 사회부나 경제부 기자들이 세상에 진실을 알리겠다고 목숨을 거는 건 참 존경스럽게 생각을 해. 나는 절대 그렇게 못 할 거 같거든. 그런데 개중에 그렇게 하는 훌륭한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 근데 너는 뭐냐?”
상대의 목에 걸린 기자증을 손에 쥐고 찬찬히 살펴본 뒤 그 기자증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당겨 버렸다.
그러자 그 힘에 내 쪽으로 한 발 다가온 정창호는 억지로 그 기자증을 되찾기 위해 내 손을 뿌리쳤다.
“이거 놔아!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왜 이렇게 쓸데없는 데 목숨을 걸어? 채서린이가 마약을 했어, 뭘 했어? 채서린이가 미성년자야? 호텔에서 성매매를 했어? 왜 다 큰 성인이 충분히 갈 수 있는 호텔방에 들어간 걸 이딴 식으로 기사를 만들어서 사람을 매장시켜?”
“그 시간에 공인이 자기 얼굴을 완벽하게 다 가리고 호텔방에 들어가는 거 자체가 의심의 여지를 두는 거 아냐? 누가 알겠어? 그 안에서 그쪽 말처럼 채서린이가 마약을 했을지, 아님 스폰서 상대로 성매매를 했을지.”
“그 말은 지금 내가 채서린이 스폰서라는 말인 거네? 이야… 이 말은 상당히 위험한 말이 될 수밖에 없겠는데?”
“뭐,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그런 말인 거지.”
“그럼 지금 너는 그런 팩트 체크도 안 된 너만의 추측에 아까운 목숨을 걸고 있단 말인 거네? 너 기자 맞아?"
“협박 적당히 하지? 우린 이 정도 협박에는 아주 이골이 난 사람들이거든.”
“아직 협박만 하고 행동으로 옮긴 상대를 제대로 못 만나 본 모양이지.”
“…….”
한 발 뒤로 물러나 상대의 티셔츠 깃을 바로 매만져 주며 물었다.
“채서린이가 왜 공인이야?”
“공인이지, 채서린 정도면.”
“기자라는 놈이 공인이 뭔지도 몰라? 채서린이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 아니면 공직 생활을 해? 왜 채서린이가 공인이야?”
“공인의 정의를 그런 식으로만 한정 지을 수는 없지. 채서린급 정도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공인이야. 공인이면 공인답게 행동을 해야 하고.”
“맞는 말이네.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공인의 범주에 넣어도 된다… 일리가 있어.”
자신의 셔츠 깃을 매만져 주는 내 손을 뿌리치며 상대가 말했다.
“지금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할 테니까, 그만 돌아가요.”
“아니, 그럴 거였으면 안 왔지. 그럼 너도 공인이네?”
“뭐?”
“네 말대로 하자면 너도 공인이지. 네가 쓴 기사 몇 줄이 많은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잖아, 지금. 채서린이는 매장을 당하고 있고. 그렇게 따지면 네가 더 공인 아니야? 그런 공인이 공인답게 행동을 해야지, 세상에 알리겠다는 진실을 돈 몇 푼 받고 뒤로 미뤄?”
“……!”
“이럴 땐 돈을 준 놈이 나쁜 놈이냐, 아니면 달라고 협박을 해서 받아 낸 놈이 나쁜 놈이냐? 둘 다 나쁜 놈인 건 맞지만, 굳이 위아래를 따지자면 받아 처먹은 놈이 좀 더 악질 아니냐?”
“…….”
“호텔 CCTV 까 보면 바로 답이 나올 건데, 있잖아. 채서린이 객실로 올라오고 20분도 안 지나서 나 바로 내려왔어.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은 게 너니까 누구보다 네가 잘 알 거 아니야? 네가 봤을 땐 내가 남자로서 그렇게 약해 보여? 20분 만에 끝내게? 아냐. 나 그렇게 안 약해.”
“…….”
“내가 채서린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볼 게 좀 있었어. 그런데 도처에 너 같은 기레기 새끼들이 너무 많이 깔렸다 보니까, 밖에서 얼굴을 까고 만나자고 할 수가 없더라. 너 연예부 기자라며. 채서린 같은 애들 수도 없이 봐 왔을 거 아냐. 안 불쌍하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마음 편하게 밖에서 사람도 못 만나고, 그렇게 음지로, 음지로 숨어서 사생활을 즐길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 안 불쌍해?”
“그런 삶의 대가로 돈 많이 벌잖아.”
“걔네들이 그렇게 돈 버는 게 억울해?”
“…….”
“정정 기사를 내라는 이야기는 안 할게. 너 같은 놈들도 먹고는 살아야지. 대신 추가 기사는 내지 마라.”
난 녹음 중이었던 스마트폰을 꺼내 지금까지의 대화가 모두 녹음되고 있었다는 걸 보여 준 뒤 다시 말했다.
“이거는 내가 너희 쪽 대장한테 전달할 거야. 이거하고는 별개로 만약에 데일리 온에서 이번 건으로 채서린이 관련해서 추가 기사가 올라오면 그땐 지금처럼 나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재경 그룹 전체가 올 거야.”
“……!”
“농담 아니야. 괜히 진짜 오나, 안 오나 그거 궁금하다고 목숨 걸고 실험 안 해 보는 게 좋을 거야.”
“…….”
“얼굴, 사생활 다 팔아 가며,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하는 애들 너무 괴롭히지 마라. 그렇게 살고 싶냐? 나이를 먹었음 나잇값을 좀 해. 암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도 용돈까지 받아 갔음 양심상 네 손으로 사람을 매장시키지는 말았어야지. 여기까지는 내가 봐줄게. 진짜 많이 봐주는 거야. 여기에서 내가 더 오버하는 것도 우스운 거니까. 근데 여기에서 네가 더 나가면, 그땐 네가 날… 아니지, 그때 네가 우리 재경을 무시하는 게 되는 거야. 생각 잘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