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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으세요

“‘퍼스펙티브’요?”

전략기획팀 강인성 과장으로부터 윤현정 팀장이 총괄을 맡고 있는 골프 웨어 브랜드의 이름이 나왔다는 소릴 들었다.

“네. 저 개인적으로도 중성적인 느낌이 강조되는 네이밍이라 현재 신상품 개발팀에서 준비 중인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퍼스펙티브, 퍼스펙티브… 묘하네요.”

솔직한 느낌이었다.

한 번에 뭔가가 팍! 하고 가슴에 날아와 꽂히는 맛은 없는데, 몇 번 소리 내어 발음하다 보니 입에는 착! 하고 감기는 느낌이다.

“나쁘지는 않은데, 네이밍이 좀 긴 거 같단 생각은 안 드세요?”

강 과장의 반응이 재밌었다.

“전혀 길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일부러 브랜드 길이를 맞췄나 싶던데요?”

“일부러요?”

“현재 골프 웨어 베스트 브랜드들을 보면, 공교롭게도 네이밍이 다 다섯 음절에서 여섯 음절 사이에서 끝이 납니다. 까스텔바작, 와이드앵글, 파리게이츠. 여기에서 타이틀리스트나 제이린드버그 같은 경우는 음절이 길어지는 대신 약자를 쓰기도 하죠.”

듣고 보니 그렇네.

퍼스펙티브….

아직은 낯설어서 그런 거겠지?

하긴.

한 번에 확! 하고 가슴에 박힐 필요가 있을까.

의류 브랜드라는 건 결국 시각 싸움인데.

“그리고 브랜드로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가 다양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요?”

“저도 처음 네이밍을 받고 네이밍 프로세스를 확인했는데, 관점과 시각, 그리고 균형감과 원근법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습니다. 골프와 아주 잘 어울리는 단어 같지 않습니까?”

“과장님은 퍼스펙티브에 꽂히셨나 보네.”

“네, 저는 ATM 쪽에서 좋은 보기를 올려 준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ATM 쪽에서 만든 네이밍이에요?”

“아닙니다. 윤 팀장이 만든 브랜드 콘셉트를 들고 외주 브랜드 네이밍 디자인 업체 6군데를 통해 총 12개의 이름을 받았고, 그중에서 최종 선택된 네이밍입니다. 기획 본부장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기획 본부장님이 저한테 과장님 생각부터 여쭤보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네요.”

다들 몸을 사린다, 이거지?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가 만든 기획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어찌 조심을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선 귀에 들어오는 정도는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나쁘지 않다….”

“로고 디자인이 어떻게 뽑히는지를 먼저 봐야 할 거 같아요. 눈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지, 귀에 들어오는 건 그다음 일 아니겠어요.”

“네, 참고해서 기획 본부장 쪽으로 전달하겠습니다.”

어느새 새 브랜드 론칭 발표가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영업부 연 부장님하고 하기로 한 식사 자리는 다 준비된 거죠?”

“네. 6시 반까지 준비해 달라고 예약해 놨습니다.”

확실히 사람 하나를 곁에 두고 움직이는 것과 혼자 움직이는 건 천지 차이다.

강 과장이 많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김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10분 정도 먼저 퇴근을 해서 강 과장의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연규호 영업부장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미리 예약해 둔 방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내가 직접 나서서 앞으로 우리 재경모직의 사업 범위가 이렇게까지 넓어질 겁니다… 하는 걸 보여 줄 위치가 아니다 보니, 번거롭지만 이렇게 부서장들과 사적인 자리로 위장한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번거롭다뿐이지, 귀찮지는 않다.

오히려 일선 계열의 부서장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 귀하게 여겨졌다.

지금이니까 그나마 부서장들이 나와의 시간을 어색해하는 것이지,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 내가 공식적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도 되는 자리에 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일선 현장의 부서장들은 날 어색해하는 게 아니라 어려워하고 무서워하지 않겠나.

값진 시간들이다.

“ATM 쪽에서 시니어즈 마케팅을 참 잘하고 있는 거 같아요. 매출이 반등하고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브랜드니까요. 모델 초이스도 잘된 거 같고, 올해도 역시나 시니어즈의 SS컬렉션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디자인이 잘 뽑혔습니다.”

“기존 동명물산에서 넘어온 영업팀 사람들은 영업부 안에서 흡수가 잘되고 있습니까?”

“서로 존중할 건 존중하고, 또 의견을 조율할 건 조율해 가면서 그렇게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시니어즈는 한 과장인가요?”

“한세준 과장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그분이 영업을 책임지고 있죠?”

“네.”

“해외 영업은요?”

“그건 스마일 스쿨 해외영업팀이 병행을 하고 있습니다.”

시니어즈의 기존 해외영업팀 팀장은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고 다른 회사로 갔다.

“교복하고는 장르가 아예 다른데 괜찮겠습니까?”

“최대한 해외 영업이 가능한 인원을 외부에서 끌어오긴 해야 합니다.”

“그런 내용이 있으면, 빨리빨리 인사과로 요청서를 넣어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시니어즈 건뿐만 아니라 새 브랜드 론칭에 맞추려면 경력직 추가 인원이 많이 필요하실 텐데, 아직 영업부 쪽에선 아무런 요청이 안 들어와서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본 겁니다. 술도 한잔하면서 편하게 이야기도 나눌까 해서요.”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재 영업부에 해외 파견 근무가 가능한 인원이 얼마나 됩니까?”

“해외 파견 근무요? 생뚜앙 지사 근무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기본적으로 영어가 되는 직원이….”

“많지 않죠?”

“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 내용.

하지만 연 부장에게 영업부의 맨파워 현주소를 알려 주기엔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공채도 작년 하반기 공채와 똑같은 부서별 공채로 이뤄질 겁니다. 사실 공채라고 할 수도 없는 거죠. 보니까 이제 대한민국에서 공채라는 개념 자체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 거 같고.”

“…네.”

“인력 충원 수를 현재 부장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것보다 10명 정도를 높여서 인사부로 요청해 주세요.”

“10명씩이나요?”

“시니어즈도 있고, 곧 새 브랜드도 론칭이 됩니다. 계속 우리 자체 브랜드를 쌓아 나가야죠. 해외영업팀을 더 크게 보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 파견 영업 직원도 준비를 해 주셔야 하고요.”

“파견 영업 직원은 왜….”

“고성표 부장님이 현재 파리에 넘어가 계시잖아요.”

“네.”

“해외 지사 건물 매입을 준비 중에 계세요. 곧 이사 준비를 시작할 거예요. 우리 브랜드가 생겼는데, 또 계속 만들어질 건데 우리도 남의 해외 브랜드 받아 와 대신 팔아 주는 것만 할 게 아니라, 해외 지사 통해서 가져가 팔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옆에서 강 과장이 말없이 나와 연 부장의 술잔을 채워 주었다.

“우리 재경모직은 언제쯤 KS 인터내셔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KS 인터내셔널이요?”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뇨, 놀란 게 아니라 워낙 뜬금없이 그쪽 이름을 말씀하셔서요.”

“생각은 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

“만약 아직 그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

“차준영 대리는 요즘 어떤가요?”

“차 대리요?”

난 고개를 끄덕여 놓고 물었다.

“지난 하반기 인센티브 정산하면서 보니까, 결국 영업부 전체 개인 실적 1위를 했더군요.”

“과장님 앞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차 대리 건은 정말 과장님 역할이 크셨습니다. 그때 그렇게 못 잡았음 영업부 자체적으로 정말 큰 손실이 될 뻔했습니다.”

“저보다는 부장님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기 때문이겠죠. 도대체 얼마나 일 잘하는 인재이길래, 부장이 대리 승진을 시키겠다고 이달의 사원상을 두 번이나 받게 만들었을까… 그 생각만 가지고 잡았던 겁니다, 저는.”

“앞으로 차 대리는 더 날아다닐 겁니다. 그냥 딱 보면 알아요.”

너보단 내가 더 잘 알겠지.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는 친구를 그렇게 좁은 하늘 안에서만 놀게 하면 안 된다.

“그 차 대리를….”

우선 술잔을 들었고, 연 부장과 가볍게 잔을 맞춰 입에 털어 넣은 후 말을 이었다.

“이번에 론칭하게 될 골프 웨어 영업팀으로 배정을 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차 대리를요?”

“네.”

“음… 그건 좀….”

역시나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는 연 부장.

“본인이 옮기겠다고 할까요? 이미 영업2팀에서 에이스로 활동을 하고 있고, 맡고 있는 브랜드들도 쟁쟁한데 굳이….”

“한번 물어나 봐 주세요. 제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고 하시면서요.”

이렇게 못을 박아 놔야 내 생각을 짬 시킬 엄두를 못 내겠지.

“저 역시 인사부 일을 하면서 부장님 못지않게 차 대리를 귀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연 부장은 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길게 보는 겁니다. 차 대리가 맡고 있는 브랜드들. 차 대리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거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맡고 있는 브랜드 자체가 좋죠.”

“…….”

“그 좋은 브랜드들을 들고 좋은 성적을 못 만들어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잖아요. 그게 어디 브랜드 실력인 거지, 우리 영업 직원들의 진짜 실력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차 대리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다른 직원이 맡았을 때와 비교해 더 크게 띄우고 있다는 걸요. 그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그 재능을 실력으로 만들어 줘야죠.”

“…….”

“새로 론칭할 골프 브랜드. 분명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될 수밖에 없게끔 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될 수밖에 없게끔요?”

“네, 그건 지금 설명을 드리기엔 자리가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요, 아무리 판을 잘 짜도 그 판을 촘촘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판을 짜는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번엔 내가 직접 연 부장의 잔을 채웠다.

“골프 웨어 브랜드가 확정되고 전담 영업팀을 꾸리실 때, 그 팀의 대리는 차 대리한테 맡겨 보세요. 제가 제안을 한 거라고 말씀하시면, 틀림없이 하겠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영업하는 사람한테 인센티브는 중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더 중요한 게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부장님께서 인센티브 비율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저희 쪽으로 보내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자체 브랜드와 라이선스만 가지고 대신 팔아 주는 브랜드에는 남는 마진이 다른데, 인센티브도 달라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회사가 그 정도 융통성도 발휘를 못 해 주겠습니까? 오히려 부서장들에게 그런 융통성을 기대하고 있겠죠.”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말과 함께 술잔을 비운 연 부장.

그는 곧 왜 하필이면 과장급을 지목하는 게 아닌 대리급의 차 대리를 지목한 거냐고 내게 물었다.

“영업이라는 건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증명을 하는 거죠.”

“……?”

“백날 우리 물건 좋다고 설명만 하면 누가 그 설명을 들어 주겠습니까? 누가 그 설명만 듣고 사겠냐고요. 그냥 사람들이 좋다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증명하는 게 진짜 영업 아닙니까?”

“…네, 그렇죠.”

“그걸 저한테 증명해 줬어요, 차 대리가. 처음 사직서를 가지고 인사부를 찾아왔을 때, 제가 생뚜앙 지사를 제안했죠.”

“네, 알고 있습니다.”

“다음 날 그 지원서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저한테 주더군요.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고, 하지만 파견 근무 말고 그냥 계속 영업2팀에 남겠다고 하면서요.”

“…….”

“영업부 전체 개인 실적 1위를 한번 해 봐야겠다고, 그걸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졌다고 했어요. 그런 다음 파견 근무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을 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흠….”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게 얼마나 신나고 재미가 있는지를 알기 시작했을 겁니다. 거기에 한번 맛을 들이면, 인센티브보다 더 큰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그런 기질이 없는 사람은 영업 실적 1위를 할 수가 없어요. 지기 싫은 본능,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솔직함. 그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걸 이미 증명했잖아요. 그래서 차 대리인 겁니다.”

* * *

손자의 몸에서 본격적인 새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손중길.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크기는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진 부경 백화점 2층의 여성복 코너.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가벽으로 입구가 막혀 있는 매장이 하나 있다.

바로 시니어즈 여성복 매장이었다.

폐점과 동시에 인테리어 마무리 작업을 해야 했기에 신기한 팀장을 비롯해 VMD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2주에 걸쳐 진행됐던 인테리어 공사.

바로 내일부터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밤새 모든 마무리 작업을 끝내 놓아야만 했다.

신기한 팀장은 출력한 이미지와 실물 디스플레이 소품들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확인을 시작했다.

그 옆으로는 상품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따라 나온 팀원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다.

팀장의 최종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디스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다.

“조명 좋고, 아코딩(스탠딩 디스플레이)은 됐고, 마네킹도 됐고, 상판도 이만하면 됐고, 벽판… X 됐고.”

“……!”

팀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팀장은 얼른 현장 소장을 불렀다.

“소장님, 벽판 이거 왜 이래요?”

“벽판이 왜?”

“이거 우리가 뽑아 준 이미지랑 다르잖아요.”

현장 소장은 한발 빠질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고 있던 참이다.

“뭐가 달라요? 다를 수가 있나.”

“아니, 눈이 있으면 보세요.”

신기한 팀장은 들고 있던 이미지를 현장 소장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지금 카운터 쪽으로 이만큼이나 나와 버리면 어떻게 해요? 브랜드 노출 공간이 너무 답답해 보이잖아요.”

“아니지. 그건 우리한테 물어볼 게 아니라, 벽판 발주를 넣은 사람한테 왜 이렇게 발주를 했느냐고 물어야지.”

“뭔 소리야?”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신기한 팀장이 현장 소장의 발목을 잡았다.

“실수가 났으면 다시 맞추자고 하면 되는 거지, 왜 소장님답지 않게 안 하던 억지를 부려요? 벽판이 언제 사이즈 딱 맞게 들어온 적 있어요? 이거 이만큼 걷어 내야 한다. 다시 뜯어서 한 20센티 정도 잘라서 다시 붙여 주세요.”

그제야 현장 소장이 실수를 인정하듯 신 팀장 곁으로 슬쩍 다가갔다.

“이번만 그냥 이대로 가자.”

“무슨 소리 합니까, 지금.”

“내일 오픈이잖아요. 지금 이거 뜯어서 자르고 다시 붙이면, 내일 아침이나 돼야 말라.”

“사이즈 잘못 잡혔다는 거 언제 아셨어요?”

“나도 금방 알았어. 벽판은 항상 제일 마지막에 붙이잖아. 일 시켜 놓고 잠깐 다른 현장 갔다 와서 보니까, 이렇게 돼 있네. 근데 크게 나쁘지도 않잖아. 높이가 맞으니까 너비도 이대로 가는 줄 알고 그냥 박은 모양이야. 신 팀장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지, 본사 사람들은 봐도 몰라.”

“누가 봐서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브랜드가 답답해 보인다고요, 브랜드가. 나랑 같이 장사한 지 원박투데이도 아니면서 이러면 진짜 곤란하죠. 이럼 소장님네 사무소를 추천한 제가 뭐가 됩니까?”

자기 팀원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짓고 있는 현장 소장.

그리고 신 팀장을 따라 상품 디스플레이를 하러 온 본사 VMD 팀원들까지 숨을 죽이며 신 팀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뜯으세요.”

“하….”

“뜯어서 치수 정확하게 맞추고, 이렇게 꼼수 쓰지 말고 브랜드 로고도 정상 자리에 붙여 주세요.”

다들 눈을 질끈 감거나 아랫입술을 깨무는 등, 실수가 난 당사자를 노려보며 답답함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잠깐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 시간에 누가 가벽으로 막아 놓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일까?

안에 모인 모두는 의아한 표정으로 가벽에 난 간이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장님?”

손정훈 과장이 전략기획팀 강인성 과장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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