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1등을 해야지
“부장님, 저 손 과장입니다.”
1시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렸다.
사업 구상도 하고, 부경 쪽 계열사들의 재무제표도 분석을 해 보고 영화도 한 편 보면서 1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생뚜앙 지사로 넘어가 있는 고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한국은 많이 늦은 시간일 텐데,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것저것 하면서 부장님 출근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세요, 과장님. 저 6시면 일어납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연락하실 일 있으면, 여기 시간 신경 쓰느라 늦게까지 기다리지 말고 편하게 전화 주세요.
“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요.”
―어쩐 일이세요?
“지사 사무실 이사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건지, 꽤 오래 연락을 못 했잖아요. 여차여차 전화 한번 해 봤습니다.”
생수병 하나를 들고 거실을 걸어 다니며 통화를 이어 갔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다음 주쯤에 전화를 한번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여기 사람들 일 시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뭘 하나 시켜 놓으면 바로 시작하는 법이 없습니다. 새 사무실로 쓸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신통치 않아서 뜯어내고 아예 새 걸로 교체를 시켜 놨는데, 2주 전에 시킨 그 일에 어제 업체가 결정됐어요.
“그게 또 걔네들 스타일인데 어쩌겠습니까? 적당히 주장할 건 주장을 하고 크게 중요한 내용이 아닌 건 그쪽에 맞춰 가면서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그렇게 하고는 있는데, 한국이었음 일주면 끝낼 일을 한 달씩 그렇게 붙잡고 있으려니까 제가 원래 이렇게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나 하는 의심까지 들더라니까요? 하하하.
“하하하. 급한 거 없습니다. 서두르실 거면 사무실 이사 부분보다 직원들 주거 부분에 더 신경 써 주세요. 사무실 이전과 동시에 직원들이 그 근처에서 출퇴근할 수 있게끔요.”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렌트 비용 범위를 정해 주고 자율적으로 구하라고 해 놓으니까, 다들 신이 나서 알아보고 있는 거 같아요. 벌써 집 구해서 이사 끝내고 지금 사무실로 40분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는 직원도 있습니다.
“전에 통화할 때보다 목소리가 좋습니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아님 주위 사람들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꼭 신입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새롭고 그래서 긴장도 되고, 잊고 지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요즘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았다.
“다음 주에 엘리베이터 공사만 끝나면 바로 사무실 이사가 가능한 겁니까?”
―이사는 언제든 해도 됩니다. 지금 있는 사무실 계약 기간이 아직 몇 달 더 남아 있어서 다들 여유가 있는 거지, 매입한 건물은 엘리베이터 제외하고는 사실상 손을 봐야 하는 부분은 다 손을 본 상태예요.
“제가 한번 넘어갈까 합니다.”
―네, 오셔야죠. 과장님이 추진한 이전인데, 직접 오셔서 건물도 실제로 보시고, 주위 환경도 확인하셔야죠.
“회장님이 오케이를 한 부분이니까 그걸 확인하겠다고 가려는 건 아니고요, 보니까 작년에는 5월에 감사 겸해서 사장님이 직접 지사를 방문하셨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그때는 저도 동행을 했습니다.
“그걸 조금 앞당겨서 사장님을 모시고 한번 가 볼까 합니다.”
―아, 네. 일단 그렇게 알고는 있겠습니다.
“아직 사장님한테 건의를 드린 내용은 아닌데, 지금 본사도 골프 웨어 브랜드 퍼스펙티브 론칭을 앞두고 정신이 없어요. 그 일정이 잡히면 더 정신이 없을 거 같고요. 론칭 전에 사장님께 같이 한번 넘어가자고 할 생각이라서 그 부분을 미리 좀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 드린 거예요.”
―네, 그런 부분이야 과장님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하자고 지사장님하고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났습니다. 정확한 일정 나오면 전화만 한 통 주세요.
“지사장님은 잘 계시죠?”
―정신없으시죠.
“앞으로 더 정신이 없어질 겁니다. 지사 규모 커지기 전에 부장님이 지사장님 모시고 가끔씩 술자리도 만들고 하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과장님 연락 온 거 지사장님께도 따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네, 그럼 또 연락드릴게요.”
* * *
생뚜앙 지사 감사 방문 건으로 혼자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던 하루였다.
내가 해외 파견 인사 모니터 자격으로 인사부를 대표해 감사팀에 포함이 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남 사장과 일정을 조율했다.
남 사장은 곧 감사팀장을 불러 방문팀을 꾸리게끔 지시를 내렸고, 조동희 전무와 일정을 맞춰 남 사장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조 전무가 남 사장을 대신해 처리할 업무들을 조율해 나갔다.
역시나 오늘도 김 부장은 HRO의 팀원을 언제 충원할 거냐는 똑같은 재촉을 빠뜨리지 않고 했다.
지겹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련히 알아서 안 할까.
난 그런 김 부장에게 언제나 그랬든 따로 준비하고 있는 내용도 없으면서 곧 팀이 갖춰질 거란 뜬구름 잡는 대답으로 그의 그물망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나 5분 뒤에 퇴근해.”
퇴근 준비를 다 끝내 놓고 하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은 진작에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저녁은 몇 번 같이 가 본 적이 있는 루프톱 와인 바에서 가볍게 하자고 제안했다.
운전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바겐.
성능이야 비할 바가 있겠냐만, 이렇게 높은 차량은 내가 손중길이었을 시절 20대 후반에 미군 부대로 식자재를 납품할 때 직접 몰고 다녔던 육공 차량 이후 처음이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비 작동법도 크게 달라서 하늘이를 데리러 가는데 운전 때문에 꽤 애를 먹었다.
하늘이가 내 앞에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거 같아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는 있는데, 정말 참 이만한 일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컸다.
그와 동시에 하늘이가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또 푹 빠져서 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겠다 싶기도 했다.
하늘이가 시키는 대로 미래기획 건물 앞에 차를 세워 놓고 그 주위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두 잔을 사서 나왔다.
그사이 하늘이는 퇴근을 하고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 장면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을 거라고 하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늘이를 만나 커피를 건넸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설마 오늘 사진 찍힐 거라고 머리에 힘준 거야?”
“입술 색깔 그렇게 해 놓고 그런 말 하고 싶냐?”
“나 원래 가끔씩 이 색깔도 쓰거든?”
“옷은 또 뭐야, 이거?”
“저기, 뒤에서 지금 사진 찍고 있거든? 좀 매너 있게 차 쪽으로 안내 좀 해 주지?”
“네 덕에 내가 참 가지가지 해 본다.”
차에 올라 물어봤다.
“혹시 우리 밥 먹으러 가는 데까지 따라오는 거야?”
“장소는 미리 알려 줬어. 자리도 내가 다 예약해 놨고.”
“그렇게 대놓고 할 거면, 그냥 같이 움직이자고 해. 왜 이렇게 뭘 번거롭게 해?”
“이렇게 하는 게 서로 편한 거야.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게 네가 내버려두질 않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
“혹시 뭐 집에서 말대답하는 거 연습해?”
“넌 연습을 좀 해야겠다, 야. 살살 해 주는데도 어떻게 한마디를 못 이기냐?”
“어쩜 이렇게 얄밉지? 때릴까, 진짜….”
그리고 루프톱 와인 바까지 가는 동안 하늘이가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않아도 되게끔 조심스레 물었다.
“네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만, 어제 채서린이 방송 그거 스캔들 기사 처음 터뜨린 기자가 보면 문제 생기지 않겠어? 원래 바로 기사 터뜨리려고 하는 거 채서린이 쪽 소속사한테 돈 받고 기다려 줬다가 올린 걸로 난 알고 있는데.”
“그런 데일리 연예가 언론 쪽에서 제일 눈치를 많이 보는 상대가 어딘지 알아?”
난 운전대를 살짝 꺾으며 곁눈질로 하늘이를 쳐다봤다.
“바로 우리 같은 영상 제작 투자사 쪽이야. 특종이야 하늘이 주는 거지만, 그런 특종을 무슨 수로 매일같이 터뜨리겠어? 홍보 관련 기사, 영사 제작 단계, 투자 확정, 작품 편성에 관한 모든 정보는 영상 제작사가 아니라 우리 같은 투자사에서 기획하고 시장에 던지는 거야. 그런 데일리 연예 같은 언론들은 우리가 던져 주는 걸 받아먹으면서 현상 유지를 하다가 가끔씩 특종이라는 보너스를 챙기는 거고. 장사 계속하려면 줄 잘 서야지.”
“적 만들어 좋을 거 하나 없다.”
“그걸 그 인간도 알아야지.”
마음에 드네.
그래, 그건 네가 맞다.
네가 걱정돼서 해 준 말이긴 해도, 사실 적은 너만 단단하고 압도적인 힘을 갖추고 있으면 네가 뭔 짓을 해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네게 그만큼의 충분한 힘이 있다 확신이 들면, 지금처럼 저돌적으로 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긴 할 거다.
태산이가 가르쳐 준 건지, 아님 영석이한테 배운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잘 배웠네.
자격이 있다.
* * *
티 테이블 크기의 하얀 크로스가 입혀진 작은 라운드 테이블이었다.
그 테이블로 안내를 받은 나와 하늘이는 얼마 안 떨어진 자리에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카메라를 매만지는 남자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하늘이가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줬다.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 자연스럽게.”
“내 눈엔 지금 네가 상당히 부자연스러워.”
“오빠 인스타 안 하지?”
“안 해.”
“나 실은 이 사진 이거 행사 끝나자마자 내 인스타에 올렸다? 괜찮지?”
태산이의 생일 파티 때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나와 하늘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런 걸 왜 올려?”
“지금을 대비해서 미리 올려놓은 거지. 어제 그 방송 나가고 부랴부랴 이런 사진 내 계정에 올려놓으면 속 보이잖아.”
“…….”
“아, 그냥 이거 봐. 딴 데 보지 말고. 봐, 채서린이 좋아요 눌렀어. 내가 차마 여기에 댓글을 달라고는 못 하겠더라. 그래도 미리미리 이런 거 확보해 놓고 있으면 좋으니까 좋아요는 누르라고 했어.”
“…….”
“나도 SNS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지금은 좋아요가 이거밖에 없는데, 내일 우리 데이트하는 장면이랑 할아버지 생신날 찍은 사진이 기사에 나오면 채서린에 대한 여론도 크게 긍정적으로 돌아설 거고, 그때 내 계정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거야.”
“…….”
“채서린도 조만간 비공계로 돌려놓은 계정 풀 거고, 다행히 내가 프레지아 꽃향기 때랑 초특급 연애기사 때 다 같이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어서 줬으니까 그거 채서린 SNS에 올라가면….”
“너 솔직히 말해.”
“뭘?”
“너 지금 이거 즐기고 있지? 너도 그 뭐야? 그거….”
“그거?”
“그래, 그거. 관종. 너 관종이지?”
“진짜 확 때릴 수도 없고, 저 입 저거 진짜 어떻게 하지?”
“재밌냐?”
하늘이는 두 눈에 힘을 주며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누군 지금 재밌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아니,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고작 엎어진 드라마에 투자만 다시 해 달라고 한 거였는데, 그 일에 네 얼굴, 내 얼굴, 양쪽 집안까지 다 팔아 가며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뭐?”
“좀 한번 말하면 알아들어라. 방금 그 말이 어려웠냐? 영상 투자 관련된 일 하는 거, 그거 재밌냐고.”
어이가 없다는 듯 하늘이가 말했다.
“누가 일을 재미로 해?”
“재미도 없는 일을 왜 해?”
“그러는 오빠는 지금 모직 쪽 일 재미가 있어서 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난 완전 재미있는데?”
“웃기고 있네.”
“진짠데? 난 진짜 재미가 있어서 하고 있는 거야. 난 재미없는 건 안 해. 지금 너 따라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거도… 나름 하늘이 이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돈도 안 되는 이 짓을 이렇게 최선인 듯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재미가 있어서 따라 해 주고 있는 거고.”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 그 모습이 퍽 보기가 귀여워 보여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른다. 이게 왜 돈이 안 돼? 어제 내가 말하는 거 뭐로 들었어? 채서린이가 악녀검사 나오는 내내 시니어즈를 입기로 했다니까?”
“그런데?”
“바보니? 이 상황에서 그런데, 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 채서린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야. 요즘 한국 드라마가 채널 안에서만 풀리고 끝이야? 다 넷플릭스니, 디즈니니 여타 OTT로 풀려서 세계로 나가고 있어. 악녀검사도 아직 확정은 난 게 아니지만 6화까지만 채널 단독으로 가고 7화부터는 넷플릭스 쪽이랑 동시 방영을 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어떻게 나보다 뭘 더 몰라? 요즘 한국 드라마가 왜 여타 영화나 다른 영상 쪽보다 이런 쪽에서 파급력이 큰 건데? 두 달 동안 피피엘 상품들이 쉬지 않고 전 세계로 노출이 되는 거야.”
“거봐. 할 수 있었잖아.”
“뭘? 뭘 할 수 있었다는 거야?”
“악녀검사 말이야. 충분히 재투자 가치가 있는 거였잖아. 네 말대로 채서린이 있는데.”
“…….”
차마 자기 잘난 걸 자랑하며 칭찬을 바라는 하늘이를 상대로 아쉬운 부분을 지적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사업을 보는 시야가 넓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니.
채서린이 아무리 파급력 있는 힘을 가진 연예인이라도, 그런 연예인 하나를 잡았다는 이유로 브랜드가 크게 성장을 할 거였음 이 바닥에 절절매는 브랜드들이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나.
비록 모직 쪽 사업에 적용시키기엔 많이 부족하고 수준 이하의 전략이긴 하나, 영상 기획 쪽 일만 해 오던 녀석이 사업을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기본 머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했다.
확실히 기질적으로만 놓고 보면 제 할애비인 태산이보다 하늘이가 사업적으로 더 적합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거 같네.
아직은 칭찬만 해 주고 싶었다.
칭찬과 인정이 이 녀석으로부터 하여금 어떠한 싹을 틔우게 만들지도 살짝 궁금해지고 있었고.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재미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일단 나쁘지는 않아.”
“좋아서 미치겠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일단 나쁘지 않은 수준일 뿐인데 거기에 결혼을 걸어?”
“좋아서 미치겠다고 하면 뭐 어쩔 건데?”
“그렇게 좋아하는 일인데, 왜 여태 1등을 못 하고 있냐?”
“…뭐?”
하늘이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내게 들켰다.
“너 벌써 미래기획에 팀장으로 들어간 지 3년이나 된다며. 근데 어째서 미래기획은 그쪽 분야에서 여전히 2위야?”
“푸흡… 설마 지금 나 웃긴 거야?”
“쪽팔려서 그러는 거야, 아님 진짜 내 질문이 웃겨서 그렇게 웃는 거야?”
“…….”
“좋아하면 1등을 해야지. 그렇게 만들어야지. 남의 회사를 대신 키워 주는 것도 아니고, 너네 집안 회사 일인데.”
“…….”
“그러고 싶어서 나라면 질색을 하던 놈이 내 옆에 서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어차피 기업가 자식으로 태어난 이상….”
“아직 어떻게 하는 건지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는 거 같지만 방향 감각은 네가 있는 거 같다. 미래기획에 영상투자팀 말고도 광고 기획이 꽤 실적이 괜찮더라.”
“…….”
“시니어즈부터 시작해서 재경모직이 수입 유통하고 있는 전 브랜드에 관한 홍보, 마케팅은 우리 ATM이 기존 업체 스톱하고 미래기획 쪽으로 손을 내밀 거야. 드라마 PPL 투자도 가급적이면 우리 재경모직이나 재경식품 통해서 확보해. 그간 양쪽 회장님 관계 때문에 못 하고 있었던 거잖아.”
“나는 1등을 할 자신이 있는데, 오빠는 모직을 1등으로 올려놓을 자신이 있어? 그렇잖아. 자기도 못 하고 있는 걸 남한테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거. 그거 좀 우습지 않나?”
“너는 사업을 자신으로 하냐?”
“그럼?”
“확신으로 하는 거지.”
“완전 어이없네?”
“네가 어이가 없는 건 아직 네 할아버지 안목에 의심이 남아 있기 때문인 거고.”
“…….”
“사진 찍히는 거 이건 오늘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더 할 게 있으면 미리 이야기해. 나 다음 주에 파리 출장 잡혔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가기 전에 해 주고 갈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