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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답다 (101/303)

내 손주답다

지사 방문 공식 일정은 내일부터라고 한다.

지사장을 비롯한 현지 파견 직원들의 의전으로 건물을 확인하고 호텔로 왔다.

그곳에서 단체 체크인 절차를 끝낸 뒤, 그들이 준비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모두가 며칠간 이어질 공식 일정이 어떻게 짜일지 걱정 반, 기대 반.

그 와중에 딱 두 사람, 남 사장과 신기한 팀장의 눈빛만 균형이 잡혀 있었다.

남 사장이야 자기가 일정을 만들 수 있는 입장이니 충분히 균형이 잡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신 팀장 역시 내가 준 역할이 확실하니 공식 일정에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지.

토요일까지 이어질 일정은 그 식사 자리에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그걸 식사 중간에 자리를 비운 비서실장이 얼른 서류화를 시켜 가져왔고, 지사장과 고 부장, 한국에서 함께 넘어온 모든 인원에게 한 장씩 전달했다.

그 일정을 확인한 남 사장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오늘의 공식 일정은 모두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식사가 끝이 나고 첫날 의전을 끝마친 지사 직원들이 돌아간 후였다.

똑. 똑.

한 층 아래, 하지만 남 사장과 정확히 같은 라인의 방을 배정받았다.

밤 9시가 조금 넘어서 남 사장의 객실 문을 노크했는데, 문을 여는 건 남 사장이 아닌 비서실장이었다.

“어? 과장님. 과장님이 이 시간에….”

나도 놀랐다.

안에선 남 사장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만 현관 쪽으로 살짝 빼어 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거실 테이블 위로는 많은 서류들이 올려져 있었고, 비서실장은 남 사장의 눈빛을 받고 부랴부랴 그 서류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쩐 일이야?”

“제가 방해한 겁니까?”

“원래 일 못하는 사람들이 미팅을 자주 가지잖아.”

눈으로만 비서실장을 물린 남 사장.

비서실장은 이내 챙긴 서류들을 들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조금 이따가 다시 와도 되는데요.”

괜히 나 때문에 중요한 대화를 뒤로 미루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비서실장을 잡아 보려 했지만, 남 사장이나 비서실장 모두 크게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남 사장의 깔끔한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짐을 풀어놓는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벌써 붙박이 수납장 속엔 방문 일정 동안 매일 갈아입을 정장이 셔츠와 타이까지 한 벌로 정리되어 걸려 있었고, 구두는 벌써 내일을 위해 손질이 되어 있었다.

이런 걸 사람을 시켜서 정리했을 리는 없다.

“앉아.”

서류가 모두 치워진 테이블 위로는 남 사장과 비서실장의 것이었을 두 개의 온더록스 잔만이 남아 있었다.

두 잔 모두 아직 얼음이 절반도 녹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가 그 둘의 대화를 너무 빨리 끊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잔할래?”

“저 그냥 이거 마실게요. 뭐가 사장님 잔입니까.”

“됐어, 그냥 새 거 마셔. 왜 남이 입을 댄 걸 마셔?”

“아깝잖아요.”

“그거 아껴서 부자 되겠다.”

저거 지금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그대로 따라 하는 거 아냐?

굳이 비서실장이 입을 댄 잔을 객실 바 싱크대 안으로 버려 놓고 새 잔을 꺼내 거기에 얼음 두 알을 담고 위스키를 조금 따라 내게 권했다.

자리에 앉으며, 조금은 풀어진 모습으로 양말을 벗은 뒤 온더록스 잔을 들고서 남 사장이 물었다.

“안 그래도 주 실장하고 건물 이야기 중이었어. 직접 와서 보니까 더 기가 막히네. 잘했다.”

그런 이야기를 비서실장하고 나눴다?

에라이, 이 친구야….

그런 친구들이 무슨 건물 보는 눈이 있을 거며, 이미 매입한 건물을 앞에 두고 자네 앞에서 좋다는 말, 잘 샀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이럴 때 보면 똑똑한 거 같다가도 허당인 거 같단 말이야.

“그게 어디 제가 한 겁니까? 다 지사 관계자들이 수고를 한 거죠.”

“이 시간에 잠이 안 와서 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강 과장 놔두고 술 생각이 나서 날 찾은 건 더더욱 아닐 거 아냐. 왜? 무슨 할 말 있어?”

“정엽이 형은 언제 만나실 겁니까?”

찰나.

정말 짧은 찰나였다.

하지만 남 사장이 당황을 하는 그 짧은 찰나를 난 놓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도 안 보고 그냥 가실 건 아니시잖아요.”

“우선은 일이 중요하니까, 그 부분은 차차 생각해 볼 거야.”

“에이. 김치 냄샌지, 장아찌 냄샌지, 젓갈 냄샌지 암튼 그런 냄새가 이 방에 진동을 하는데요, 뭘.”

“…….”

“고모가 정엽이 형 가져다주라고 싸 준 거 아닙니까?”

내가 싱긋이 웃으며 묻자 피식하고 웃으며 남 사장이 말했다.

“냄새 많이 나냐?”

“지금은 별로 안 나는데, 아까 처음 들어올 때 냄새가 확 나더라고요.”

“참 너희 고모도 이런 거 보면 성격 이상해. 정 가져다주고 싶으면 자기가 직접 오면 될 걸 꼭 이렇게 일하러 온 사람한테 냄새 때문에 신경 쓰이게 한 보따리를 챙겨서 심부름을 시킨다니까?”

온더록스 잔을 입술에 붙여, 그 입술에만 살짝 위스키가 젖게 만들어 맛을 본 뒤 말했다.

“정엽이 형도 저 오는 거 알잖아요.”

남 사장은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내뱉지 않은 상태로 날 빤히 쳐다만 봤다.

“하늘이가 다 말했을 거예요. 장 회장님 생신 때도 원래라면 가족들 다 데리고 참석을 할 계획이었다면서요? 우리 가족이 온다는 소릴 듣고 백모님이 안 가겠다 하셔서 참석을 안 한 거고.”

“보고 싶어?”

“봐야죠. 보고 싶은 게 아니라.”

“…….”

“저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사장님하고 같이 여기까지 왔는데, 사장님만 만나고 그 자리에 저는 안 가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이게 이번 일정에 굳이 네가 같이 온 목적인 거처럼 들린다?”

“겸사겸사죠. 정엽이 형은 어떻게든 나올 거고, 백모님은 저 있다고 하면 안 나오시려나요?”

“그건 내가 알 수가 없지.”

“토요일까지 며칠 남았잖아요. 혹시라도 백모님이 저 때문에 자리에 안 나오겠다고 하시면, 다 같이 만나는 건 하루 정도 더 시간을 빼서 보시면 안 됩니까?”

“정엽이는 봐야겠다?”

“이미 하늘이 통해서 제가 만나 보고 싶어 한다는 건 들어 알고 있을 거예요.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얼굴이라도 좀 보자고 전해 주세요. 가족이잖아요, 어쨌거나. 부탁 좀 드릴게요, 고모부.”

내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사장님에서 고모부로 바꾸는 순간 남 사장은 짧은 고민 끝에 내가 있는 앞에서 바로 정엽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뭔가에 노골적으로 안달을 하는 사람은 아닌데, 통화 중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 한 정엽이의 음성에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정엽이와 통화를 끝낸 남 사장은 내일 저녁에 정엽이가 그의 처와 그 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들을 데리고 나온다고 하니, 편하게 같이 식사나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회장님도 내가 지사 방문할 때마다 정엽이를 보고 간다는 건 대충은 알고 계실 거다.”

“모를 수가 없겠죠.”

“근데 너랑 같이 만났다는 걸 아시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그건 고모부가 편하실 대로 하세요. 그런 내용까지 제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요. 뭘 잘한 게 있다고 이젠 집안 최고 어른이 되어서 그런 부분까지 불편해하시겠어요?”

“뭐?”

“유치하잖아요.”

“…….”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

“이유야 어찌 됐든, 상황이 어땠든… 충분히 품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 했다는 건 회장님의 그릇이 아쉽게도 그것밖에 안 된다는 거겠죠.”

“정훈아.”

“아쉽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게 잘못이란 말이 아니라. 좀 더 큰 사람일 순 없었을까, 그랬음 오늘의 재경이 이렇게까지 형편없이 뒤로 밀려 있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에요. 고모부도 솔직히 그런 생각… 자주 하지 않으셨어요?”

* * *

다음 날, 정엽이 이놈이 자기 처와 아들을 데리고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 직접 찾아왔다.

식당도 자기가 예약을 해 놨다고 하고.

“…….”

호텔 로비에서 살짝 금발기가 감도는 머리카락의 키 큰 여자 한 명과 딱 봐도 한국인인 정엽이,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태어난 또렷한 이목구비의 아기를 보는데,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홍명이 놈이 내 눈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고모부!”

나와 남 사장을 발견한 정엽이 놈이 얼른 들쳐 안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는데, 녀석의 처 되는 사람은 남 사장과의 이런 만남이 제법 익숙한지 한국식으로 고개까지 깊게 숙여 가며 어색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정훈이!”

너무 적응이 안 됐다.

아무리 봐도 내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아는 척을 해 오는 이놈은 정엽이가 아니라 내 아들 홍명이다.

어쩜 이렇게 찍어 낸 것처럼 제 아비와 똑같이 성장했을까.

내 손을 잡은 솥뚜껑만 한 큰 손도 제 아비와 영판 같고, 누구보다 불편할 이 자리에서 가장 호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까지 홍명이 놈을 그대로 찍어 놓았다.

“이야… 고모부.”

“왜?”

“얘가 진짜 그 코찔찔이 정훈이에요?”

“네가 직접 물어보면 되지, 바로 앞에 놔두고 왜 나한테 물어봐?”

“믿기지가 않으니까 그러죠. 너 진짜 정훈이야? 완전 몰라보겠다.”

나는 멀리에서도 바로 알겠던데….

“너 형 기억은 나냐?”

“기억이 왜 안 나? 당연히 나지.”

“당연할 수는 없는 거지. 언제 보고 안 봤어? 나는 하늘이 통해서 네가 나 만나 보고 싶어 한다는 말 듣고 이놈이 날 기억이나 하고 보자고 하는 건가? 하면서 완전 의외였거든.”

“우리 말 다 알아들어?”

난 바로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정엽이의 처를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못 알아듣지.”

“그럼 인사라도 시켜 줘.”

정엽이의 입에서 유창한 불어가 나왔다.

하지만 ‘안나’라는 이름의 정엽이 처는 불어가 아닌 영어로 내게 영어가 가능한지를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배려 있는 미모의 사람을 아내로 맞이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간 어떻게 살았든,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았든 지금은 무척 행복하겠구나 싶었다.

“안나, 나 우리 조카 한 번만 안아 봐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얼마든지 안아 보세요. 데이빗. 데이빗! 엄마가 호텔에선 뛰는 거 아니라고 말했지? 이리 와서 삼촌한테 키스해 줘.”

내가 제 애비와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분명 낯선 사람이라 거부를 할 만도 한데, ‘데이빗’이라는 정엽이 놈의 아들은 내게 안기어 두 팔로 내 목을 감기까지 했다.

정말 복잡하고도, 내 의지로는 추스르기 힘든 묘한 감정들이 데이빗을 안고 있는 동안 날 힘들게 만들었다.

난 정엽이와 그 처가 입고 있는 옷, 신고 있는 신발, 들고 있는 가방까지 데이빗을 품에 안고 유심히 확인했다.

묘한 이질감.

이걸 어떻게 나 스스로 납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날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홍명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외모.

안나 역시 결코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특유의 품격이라는 게 있다.

홍명이는 내게 자랑이었다.

나에겐 씻어 낼 수 없는 억척스러움이라는 게 있었는데, 내가 가진 억척스러움 대신 제 어미가 가진 품위와 고상함을 잘 물려받은 녀석이 바로 홍명이었다.

총명하기도 했고, 호탕하기도 했으며, 남들에게 보이는 여유와는 반대로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다운 기질도 가지고 있는 놈이었다.

그런 제 애비의 기질을 다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처 되는 사람 역시 아주 곱고, 품격 있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인 게 분명한데… 왜 이 자리에 이렇게까지 볼품없이 해서 나왔을까?

이건 어느 정도 의도가 깔려 있는 연출이라고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숨겨 놓고 정엽이가 예약을 해 놨다고 하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머리카락과 손톱.

아주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이 정도로 헤어스타일과 손톱을 신경 써서 정돈하고 다니는 놈이 저딴 시계를 차고 있다고?

안나의 테이블 매너는 고지식했던 이탈리아의 80년대를 몸소 체험했던 내 기준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매너였다.

이 정도 테이블 매너를 가지고 있는 파리 여성이 이런 다이닝 레스토랑을 그것도 남편이 예약을 했는데, 청바지를 입고 나온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엽이 이놈.

숨어 지낸 거구나, 그동안.

이빨과 손톱을 날카롭게 갈면서, 그간 파리에 숨어 지내 있었던 거구나.

그래, 내 손주답다.

손중길이 장손주다워!

어떻게 살고 있든 실망할 마음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할 준비는 항시 하고 있었다.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었구나.

고맙구나.

“야, 정훈아. 나 하늘이한테 이상한 소리 들었다?”

“무슨 소리?”

“태산이 할아버지 생신날, 너랑 하늘이 결혼 발표 비슷하게 했다면서?”

나이프로 적당히 덜어 낸 푸아그라를 딱딱한 바게트에 바르며 정엽이가 놀리듯 물었다.

“그러게. 그 자리에 형도 있었음 참 좋았을 건데.”

“앞으로 자주 만나면 되지.”

“그러자.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앞으로는 자주 좀 보자. 한국 들어올 일 있음 하늘이를 통하든 고모부를 통하든 이야기 좀 해 주고. 아니다. 그냥 직접 연락해도 되잖아.”

숨기고 있는 이빨이 뭘지, 어떤 손톱을 숨기고 있을지가 궁금해 일부러 내 명함을 건네 봤다.

“그래, 앞으로는 서로 연락 자주 하자.”

그러자 그 명함을 건네받고 얼른 자기 명함을 내게 건넸는데, 난 그 명함을 보자마자 이건 정엽이 놈의 진짜 명함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이래도 전에 다니던 회사는 큰 회사였어. 근데 확실히 큰 회사에 다니니까 내 시간이 없는 거야. 그래서 우리 데이빗 태어나자마자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내 시간이 보장되는 회사로 옮겼지.”

“데미안? 여기에서 쓰는 이름이야?”

“응, 이젠 정엽이라는 이름이 어색해.”

안나의 표정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말했다.

“그럼 데이빗도 아빠 이름은 정엽이 아니라 데미안으로 알고 있겠네?”

“그렇지.”

“데이빗은 국적이 한국이야, 프랑스야?”

“당연히 프랑스지. 아빠, 엄마가 둘 다 프랑스 국적인데.”

“귀화를 했어?”

“너도 참.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렇단 말인지….

그냥 반갑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내게 알 수 없는 희망과 기대심을 가지게 만드는 정엽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강인성 과장을 찾았다.

“신 팀장님은요?”

“아직 안 들어왔어요.”

설마 아직 이전할 지사 사무실 건물에 있다고?

“계속 그 건물에 있는 거예요?”

“네, 저도 7시까지 같이 있어 주다가, 도저히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먼저 들어왔습니다.”

“아니, 아직 아무것도 없는 거기에서 뭘 한다고 이 시간까지 거기에 있어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노트북 펼쳐 놓고 계속 뭘 하는데, 제가 봐서 알겠습니까?”

“저녁은요?”

“저는 먹었는데, 신 팀장은 생각이 없다길래 따로 챙겨 주지도 못했어요.”

벌써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괜히 걱정이 되어서 신 팀장한테 전화를 걸어 봤더니, 여전히 그 안에서 인테리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진짜 돌아이네.

난 얼른 택시를 타고 오라고 지시를 한 다음, 강 과장에게 말했다.

“우리 쪽 항공, 식품, 모직. 그리고 부경 그룹의 전 계열사를 상대로 지분 구조를 한번 훑어보세요.”

“부경 그룹도요?”

“네.”

“어떤 지분 구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디든 프랑스 투자사가 끼어 있는 게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프랑스 투자사요?”

난 고개를 끄덕여 놓고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우리 쪽으로는 없을 거 같고, 부경 계열사 쪽으로는 거기가 어디든 무조건 한 곳 이상엔 프랑스 투자사가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거 같아요.”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항공, 식품, 모직 쪽으로도 확인을 해 보세요.”

“모직엔 없습니다.”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식품 쪽도 없다.

하지만 항공 쪽은 워낙 우회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곳이니만큼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경 쪽엔 반드시 프랑스에 자리를 잡고 있는 투자사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이 있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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