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122/303)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강원도의 한 드라마 야외 촬영 세트장.

아무런 연락도 없이 촬영 현장에 도착한 하늘이는, 미래기획 이름으로 미리 보내 놓은 커피차 상황부터 확인했다.

“다들 샌드위치랑 커피는 드시고 촬영하시는 거죠?”

그리고 한쪽에선 투자사 팀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촬영 동선을 따고 있던 감독이 버선발로 다가왔다.

“팀장님!”

하늘이는 양손에 들고 있던 커피 컵을 흔들어 보이며 함께 반가운 마음을 전달했다.

“감독니임! 이게 진짜 얼마 만이에요!”

커피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주에 보지 않았나?”

“그러니까.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난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거 같죠?”

피이… 하며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려 놓고 감독이 물었다.

“근데 도대체 이게 다 뭐예요?”

“뭐가요?”

“이 커피차. 팀장님이 보내신 거라면서요?”

“아니, 나는 마지막 신 촬영을 강원도에서 하는 줄 몰랐죠. 알았음 내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촬영 마무리 잘되고 있는지 확인을 했더니, 다들 강원도 넘어와서 촬영 중이라고 하는 거예요. 아차 싶었어요. 얼른 커피차라도 보내야겠다 싶어서 보냈고, 급하게 찾아왔어요.”

“왜….”

하늘이는 얼른 감독의 팔짱을 끼며 걸음을 옮겼다.

“같이 좀 걸을까요?”

“…네, 뭐….”

스태프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까지 감독을 끌고 들어간 뒤 그제야 팔짱을 풀어 주며 하늘이가 말했다.

“아직 장면 몇 개 더 남았죠?”

“많이 남았어요. 여기에서 마무리 치고 들어가긴 할 건데, 아무리 빨라도 목요일까지는 끌고 가야 할 거예요.”

“숙소는요? 오면서 대충 둘러봤는데, 근처에는 마땅히 괜찮은 숙소도 없는 거 같던데?”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펜션촌 나옵니다. 거기 통으로 빌려서 쓰고 있어요.”

“배우들 컴플레인 같은 건 없어요?”

“다들 시청률 치료 받으면서 하고 있는 중이죠. 성적이 안 좋았으면 강원도에서 마무리 짓자는 이야기도 못 꺼냈을 거예요.”

“하긴, 그런 게 있긴 있어요, 그죠?”

“그럼요. 크죠, 그런 게. 그리고 자체 예상은 이번 주말 11화, 12화에서 시청률 맥스를 찍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고. 다들 지금 신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걱정은요, 무슨. 제가 감독님을 몰라요? 괜히 주말극 시청률의 제왕이란 별명이 있냐고요. 촬영장 분위기만 봐도 딱 알죠.”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며 감독이 물었다.

“악녀검사는 좀 어때요? 듣자 하니 거기도 촬영장 분위기 좋다던데?”

“거긴 좋을 수밖에 없죠. 한 번 엎어졌던 거잖아요.”

“엎어진 작품 다시 세워서 진행하는 게 진짜 어려운 거예요.”

“에이, 아니죠. 배우, 스태프들 간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작가, 감독 사이에 이견이 안 좁혀져서 엎어졌던 게 아니잖아요.”

“하긴, 그건 또 그래. 서린이 걔가 또 보통 악바리예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악녀검사 거기에 올인할 거라고,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는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아예 킵 수준이 아니라 거절을 하고 있다면서요?”

“그런 모양이에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보기하고 다르게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요.”

“티저 나온 거 보니까, 다들 칼 갈고 뽑는 거 같던데?”

“다른 작품도 아니고, 감독님 작품 후속작이잖아요. 얼마나 부담들이 크겠냐고.”

노골적인 인사치레라도 그 인사치레가 듣기 싫지만은 않은지, 감독은 그저 웃기만 하다가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진짜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감독님 그거 아시죠?”

“…뭘요?”

“제가 하는 일이 투자지만, 개연성 없는 PPL은 제가 감독님보다 더 정말 혐오한다는 거.”

하늘이의 입에서 PPL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감독의 얼굴엔 어색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종방 앞두고 중요 신 다 찍은 상황에서 제가 PPL을 받아 온 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받아 왔다고 해도 괜찮은데요?”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팀장님이시잖아요.”

“감독니이이이임….”

하늘이는 울먹이는 연출을 하며 다시 감독의 팔짱을 깊게 꼈다.

그 팔짱을 적절히 걷어 내며 감독이 말했다.

“팀장님이 언제 무리한 PPL을 강요하신 적 있습니까. 그거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한 시대인 거고, 그 와중에서도 팀장님은 최대한 작품 몰입에 방해가 안 되는 제품들만 가져다주신다는 걸 업계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고요. 그래서 채널 편성 상관없이 미래기획 쪽 물고 있는 제작사 작품이 인기가 있는 거죠.”

“나 지금 눈물 날 거 같아. 이거 보여요? 이거 눈물. 히잉… 진짜 감독님 감동이다.”

“근데 여기 강원도예요. 이게 조금 걸리네.”

“상관없어요. 다음 신 넘어갈 때 예은 배우 의상에만 변화를 한번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가능해요?”

“옷?”

“네.”

“무슨 옷?”

“내가 이럴 줄 알고 종류별로 다 가지고 왔어요. 이쪽으로 잠깐만 와 봐요.”

하늘이는 감독을 자신이 세워 둔 차 쪽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뒷좌석 문과 차 트렁크를 열어 준비해 온 모든 것을 꺼냈다.

급하게 행거가 만들어졌고, 그 행거 위로 다양한 분위기의 여성복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아무거나 한 벌만 부탁드려요.”

“잠시만요. 야, 원석아!”

“네, 감독님!”

“예은 씨 코디 좀 와 보라고 해!”

의상을 직접 고를 사람을 불러 놓고 감독이 물었다.

“시니어즈. 이 브랜드에서 PPL이 들어온 거예요?”

“아뇨. 이거 PPL 아니라니까요?”

“그럼요? 아차차! 잠깐만. 시니어즈 이게 혹시 재경 그룹이 하는 브랜드예요?”

그 물음에 하늘이는 싱긋이 웃기만 했다.

그제야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을 더 불렀다.

“야, 원석아!”

“네!”

“나정이 코디도 좀 와 보라고 해!”

“네!”

“아니다!”

“부르지 말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현장에 있는 코디들 다 이쪽으로 와 보라고 해! 남자 배우들 입힐 건 없어요?”

“없는데….”

“가지고 오지 왜….”

“에이 씨… 난 감독님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줄 몰랐죠.”

* * *

몇 시간 뒤 서울.

“설마설마했어요. 어떻게 진짜 강원도까지 바로 쏠 생각을 다 하셨어요?”

“그러게요. 내가 한 거지만, 나 오늘 진짜 좀 대단한 듯.”

회사로 돌아온 하늘이는 다른 팀장에게 싱거운 소릴 만들어 낸 뒤 곧장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 미팅실 쪽을 힐긋거리며 물었다.

“저 안에 있는 거예요?”

“네.”

“저 사람들 언제 왔어요? 오래 기다린 건 아니죠?”

“아뇨. 10분? 온 지 그 정도밖에 안 돼요. 커피 이미 들어갔고, 이야기 나누라고 자리 비워 줬어요.”

“잘했네. 고마워요. 그럼 난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고 나올게요. 본부장님 결재 건은 놔두세요. 제가 정리해서 올릴 테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세요. 커피 드시겠어요?”

“노, 노, 나 오늘 카페인 치사량 꽉 찼어요. 가면서 한 잔, 가서 한 잔, 오는 길에 안 졸겠다고 또 한 잔. 나 오늘 밤에 잠 못 잘 거예요. 난 괜찮으니까 일 봐요.”

미팅실 안에선 채서린과 그의 소속사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결 좋아진 얼굴의 채서린을 보고 있자니, 하늘이의 마음 역시 함께 편해지고 있었다.

서로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관계.

그 불편한 관계의 중심엔 정훈이가 있었다.

비록 그 과거가 정훈이의 기억엔 없다지만, 채서린의 기억 속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정훈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빼앗길 줄 몰랐기에 하늘이에게 채서린은 크게 대수롭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데 정훈이에게 감정을 빼앗긴 지금도 이상하게 그의 과거인 채서린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묘한 감사함이, 불필요한 미안함이 느껴지는 상대였다.

“약속 시간 맞춰서 도착한다고 엄청 밟았는데, 그래도 제가 좀 늦었네요.”

“천천히 오시라니까요. 오늘 저희는 별다른 스케줄도 없었는데….”

“에이, 그래도 그럴 수 있나요. 제가 뵙자고 먼저 연락을 드린 건데.”

오늘 이 자리는 꼭 채서린의 소속사 대표를 중간에 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결국은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이니까.

“디엠티 프로덕션이랑은 같이 일 여러 번 해 보셨죠?”

“그럼요. 서린이 말고도 디엠티 쪽이랑은 작업을 여러 번 같이 해 봤죠.”

소속사 대표가 애를 쓰며 자리를 부드럽게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디엠티 프로덕션 쪽으로 시니어즈 광고 의뢰를 넣어 뒀어요. 당연히 그쪽에서 직접 컨택을 해야 하는 영역이긴 해도, 그쪽이 제안한 모델 중 서린 씨가 끼어 있다 보니 제가 직접 컨택을 하게 됐네요.”

미팅의 목적은 상대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둘러 갈 이유는 없었다.

“혹시 중간에 오해가 생길까,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시니어즈뿐 아니라 재경모직 쪽 전 브랜드 광고물을 저희 쪽에서 위탁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채서린의 반응은 무척 침착하고 잠잠했다.

“저희 쪽에서도 어레인지 정도만 하는 거지, 실제 광고 영상물은 콘셉트에 맞는 프로덕션 쪽으로 의뢰를 하고 있습니다.”

“네. 일반적이죠.”

얼굴에 절실한 미소를 담고서 소속사 대표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 많이 의외였어요. 디엠티 프로덕션에서 광고주 쪽 사람과 채서린 씨 사이에 있었던 스캔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추천 모델로 채서린 씨 이름을 함께 넣어 놓은 거예요. 전화로 물어봤죠. 왜 서린 씨를 추천했는지.”

“…….”

“고민을 많이 안 해 봤다고 하는 거예요. 그냥 딱 시니어즈의 콘셉트를 공부하는 내내 그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해 낼 모델 두 명이 떠올랐는데, 그중 한 명이 서린 씨였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 물어봤어요. 혹시 재경가 차남이랑 채서린 배우 사이에 있었던 스캔들을 모르냐고. 안다고 해요. 그러면서 ‘그게 왜?’라고 하네요. 그냥 스캔들일 뿐 아니냐고.”

“…….”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그게 왜? 그냥 그저 그런 스캔들일 뿐이잖아. 난 악녀검사 촬영 내내 서린 씨한테 시니어즈를 입힐 생각까지 하면서, 왜 메인 모델로 서린 씨를 섭외할 생각을 못 했을까요?”

채서린이 살짝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물었다.

“저야 아직은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니죠. 그런데 광고주 입장에선 아직은 제가 다소 불편한 모델이지 않을까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럼 감정들까지 이번에 서린 씨가 시니어즈 메인 모델을 받으면서 정리를 해 주길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어요.”

“제가 어떤 의미로 방금 그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저는 계산이라는 건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서린 씨는 당연할 거고, 대표님도 손정훈이라는 사람에게 고마운 감정 가지고 계시죠?”

소속사 대표가 얼른 대답했다.

“그걸 말로 해서 뭐 하겠습니까?”

하늘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숨기고 있는 채서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그런 고마운 감정이 계속 유지가 될 필요가 있을 때가 있고, 어떨 땐 유지보다는 정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정리요?”

“계속 손정훈이라는 사람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유지가 된다면, 결국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거잖아요.”

순간 채서린의 얼굴에 미세한 흔들림이 일어났지만, 하늘이는 못 본 체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중간에서 많이 피곤해질 거 같아요. 정리를 해 주세요. 그 정리가 어느 쪽에서건 완벽하게 끝이 나야, 제가 뭘 제대로 시작을 해 보더라도 시작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채서린이 말했다.

“미래기획이 투자한 드라마까지 끼어 있는 지금, 중간에서 가장 많은 계산과 생각을 하실 분은 누가 뭐래도 팀장님 아니겠어요? 그런 팀장님이 하신 계산이라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정답에 가까운 계산이라고 봐야겠죠.”

“개런티는 어느 선까지 맞춰 드려야 할까요? 아 참, 참고로 손정훈은 제값을 주라고 했어요. 저 역시 그 사람 성격을 이젠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나중에 혼날 짓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고요.”

채서린은 혼자서 작은 목소리로 ‘제값’이라는 표현을 읊조렸다.

그런 채서린에게 하늘이가 말했다.

“피카소 이야기를 하네요.”

“피카소요?”

“말년의 피카소는 그림 한 장 그려 내는 데 5분도 안 걸릴 때가 있었대요. 그런데도 엄청난 금액을 받고 그림을 그렸겠죠? 그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 정도 명성을 얻기까지 그가 한 노력을 우린 알아주자는 거겠죠.”

채서린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거 영광이네. 감히 저 같은 사람이 피카소에 비교도 다 당해 보고. 그런데 그런 피카소도 때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안 받고도 그림을 그린 적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요?”

“팀장님이요.”

“…….”

“저 팀장님 좋아해요.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절요?”

“네. 팀장님한테 받은 도움, 이게 과연 그림 한 장으로 퉁칠 수 있는 걸까요?”

“손정훈이 아니라 저요?”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지금 손정훈이 아니라, 팀장님께 감사해야죠.”

채서린은 당당했다.

“저는 제가 손정훈에게 그 정도 도움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스캔들 터졌을 때, 제가 많은 부분을 안고 갔어요.”

당당하고 명쾌한 채서린의 입장에 하늘이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개런티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소속사 대표와 모두 정리가 끝난 듯, 채서린은 소속사 대표와 눈을 마주친 후 함께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그날 저랑 같이 움직일 제 매니저, 코디 차비 정도만 챙겨 주세요. 저희 쪽에선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그런 계약 조건이라면 제가 손정훈한테 혼이 날 거 같은데요?”

“혼이요? 왜요?”

“서린 씨를 재경모직 쪽으로 추천한 게 저니까요.”

“그 추천에 재경모직 쪽 반응은 어떻던가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같이 있을 이유도 없겠죠? 그리고 저 역시 우리 미래기획 자체 홍보가 아닌, 광고 대행을 하는 입장에서 모델료를 절충시킬 이유는 없어요. 돈 많은 광고주 쪽에서 제값을 주라고 하는데, 우리가 굳이 제값을 깎을 필요가 있을까요?”

“…….”

“서린 씨.”

하늘이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채서린을 불렀다.

채서린이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길 기다렸다가, 싱긋이 웃으며 하늘이가 말했다.

“우리 앞으로 같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번 작품만 같이 하고 치울 거예요?”

“…….”

“그럼 내 입장에선 완전 손해죠. 그 큰 리스크 다 떠안고 엎어진 작품에 재투자를 강행했는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돌아오는 게 이 작품이 끝이면 손해잖아요.”

그 말에 채서린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서린 씨와 더 좋은 작품들, 더 많이 같이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멍청한 투자자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하늘이는 이번엔 채서린이 아닌 그녀의 소속사 대표를 쳐다보며 물었다.

“서린 씨 모델료, 어느 정도 선이면 좋을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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