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무 애 취급하지 마시라고 (125/303)

너무 애 취급하지 마시라고

부경가 유통 쪽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모양이었다.

집안일 봐주는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물려 놓고 거실에서 홍준이, 장혜란과 부경백화점을 다시 받아 오는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그럼 지금 KS 인터내셔널, 한일 어패럴 쪽에서 컨트롤하던 브랜드들 재고는 다 떠안은 거야?”

“네. 우선 큰 기업 쪽 브랜드 재고는 다 떠안았고 동성패션 같은 중소 수입 업체 쪽 브랜드들은 지난주에 조율 끝냈으니까, 이번 주 안으로 물류 창고 사용에 관련된 내용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올 겁니다.”

“재고 받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건데, 자금적으로 큰 문제는 없겠지?”

홍준이도 그룹 본사에서 돈줄이 흐르는 큰 줄기만 읽고 있지, 계열사별 구체적인 자금 지출 상황에 대에선 일일이 다 신경을 못 쓰고 있는 눈치였다.

확실히 이런 부분이 많이 약한 놈이다.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는 눈과 사업 선구안, 그리고 추진력이 좋아서 분명 순간적인 폭발력은 있는 놈인데 섬세하지가 못하다.

딴에는 자신의 그런 약점을 데리고 있는 주위 사람들로 대신 채우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 같긴 하다만, 주방을 직접 볼 수 있는 사장이 카운터만 보고 있는 식당과 주방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인 사장이 카운터만 보고 있는 식당의 음식 맛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저 나이 먹고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녀석을 내 입맛대로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는 내가 자식 놈 부족함을 대신 채워 주는 수밖에.

“인보이스 기한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큰 기업들이야 자기들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익익월 정산까지만 맞춰 줄 수 있으면 문제없을 거 같다는 입장이고 중소 수입 업체들 쪽으로만 신경을 써 주면 됩니다.”

“이건 내가 남 사장하고 따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시점에선 계산에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

“실수가 나올 수 있는 틈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한테는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재고라도 떠안아 주면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 줘야 나중에 우리가 백화점 사업을 가져왔을 때 업체들 쪽으로 잘해 보자는 말이라도 먼저 꺼내 볼 수 있는 거죠.”

“그건 그렇다. 자기들이 컨트롤하던 브랜드들까지 다 가져와 놓고 재고까지 안 떠안아 주면 빈정 상해서 우리 쪽으로 오줌이나 싸겠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던 중에 장혜란의 폰으로 부경유통 쪽 전화가 걸려 왔던 거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장혜란.

늦어도 이번 주, 빠르면 오늘내일 중으로 부경유통 쪽에서 전화가 올 거라고, 준비하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내가 미리 했었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했던 예상대로 정말 자신의 막냇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자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나와 홍준이는 장혜란이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잠시 하던 이야기를 끊었다.

통화는 금방 끝이 났다.

장혜란은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고, 통화가 끝날 때까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로 사업 관련된 내용은 자신이 아닌 홍준이와 직접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아마도 그쪽에서 자연스러운 자리를 중간에서 만들어 주길 장혜란에게 부탁한 모양인데, 그 부탁에도 장혜란은 모멸찬 거절 대신 홍준이와 직접 통화를 해서 자리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며 우회적인 거절의 입장을 밝혔다.

그 통화가 인상적이었던 건 홍준이의 존재를 매형이란 표현 대신 회장님이라고 지칭하며 확실한 선을 그어 주려는 장혜란의 의지 때문이었을 거다.

“뭐래?”

통화를 끝낸 장혜란에게 홍준이가 물었다.

옆에서 다 들어 놓고 묻긴 뭘 또 물어?

“내일쯤 당신 시간 괜찮을 거 같냐고요.”

“그래서?”

“직접 물어보라고 했어요.”

이번엔 홍준이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홍준이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발신자 번호를 쳐다보더니, 다리를 꼬며 전화를 받으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만나 주세요.”

전화를 받으려다 말고 날 쳐다보는 홍준이에게 내가 다시 말했다.

“그게 더 낫지 않아요? 큰외삼촌은 내일 제가 어머니 모시고 둘이서 만나 볼게요. 어차피 회장님은 그 자리에 안 가실 생각이셨잖아요.”

“흠….”

“만나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거 같다고요. 그쪽 입장은 이미 확실히 다 알아 버렸고, 이젠 우리 쪽 입장도 회장님께서 직접 전달을 해 주셔야죠. 우리 예상대로 그쪽에서 가지고 있는 패의 한계도 금방 다 확인을 했는데 굳이 감정싸움 할 필요 있습니까? 안 만나 주시면 그게 더 보기가 안 좋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 * *

“어떻게 될지는 저도 가 봐야 알 거 같은데, 아무리 늦어도 퇴근 시간 전까지는 들어오겠습니다.”

차마 김원호 부장과 박종근 차장을 상대로 부경화학의 장선동 회장을 만나러 간다는 말은 못 했다.

대신 정훈은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룹 본사에서 호출이 들어왔다는 두루뭉술한 거짓말로 오전 미팅 이후부터는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겠다는 양해를 구해야 했다.

오전 미팅을 끝내고 회사를 나선 손정훈.

미리 약속을 잡은 장혜란이 모직 본사 건물 앞으로 차를 세워 놓고 뒷좌석에 앉아 둘째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훈은 장혜란이 앉아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반대쪽 문을 열어 그녀의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이내 기사는 부경화학 본사를 향해 차를 출발시켰고, 그 차 안에서 장혜란은 다시금 정훈을 통해 긴장된 마음을 위로받았다.

“정말 네 큰외삼촌이 엄마 편에 서 줄 거 같아?”

무심하게 앞만 주시하고 있던 정훈은 그 질문이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도록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비록 짧은 외마디 대답이었지만, 결코 성의 없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리고 장혜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짧은 대답을 내놓기 위해 자신의 둘째 아들이 얼마나 속으로 많은 계산을 해 봤을지를.

영락없는 철부지 막내아들인 줄만 알았다.

그랬던 아들이 이젠 자신의 남편도 해 주지 못했던 든든한 안전 막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어째서?”

“정확하게는 어머니 편이 아니라 우리 재경 그룹의 편에 서는 거겠죠. 저울질이 전혀 필요 없는 비교잖아요.”

“저울질이 필요 없다?”

“같은 부경 이름을 쓴다고 어디 같은 회사예요? 외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분사시켜 내보낸 지 벌써 25년도 더 지난 타 기업이에요, 큰외삼촌 입장에서도. 시총 3조 8천억짜리 부경쇼핑. 거기에 마트 사업까지 붙여도 시총 9조 2천억의 우리 재경항공 하나만 못해요.”

“…….”

“어머니를 정말로 부경가 일원으로 생각을 하고, 자기가 장남으로 형제들 간의 다툼에 책임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양반이었음 어머니가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넣기 전에 먼저 연락이 왔겠죠.”

“네 큰외삼촌한테 부경가는 자기 식구들, 네 둘째 외삼촌네 가족들 말고는 없어.”

“그러니까요. 지금 우리 가족 만나러 가는 거 아니잖아요. 비즈니스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 만약 큰외삼촌이 거절을 하면 다른 상대를 찾으면 되는 거예요.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기특하고 든든한 마음에, 장혜란은 정훈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어 올렸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언제나 살갑고, 특히 자신의 앞에선 애교쟁이 아들인 정훈이 크게 놀랄 일도 아닌데 서둘러 손을 빼는 게 아닌가.

“…….”

정훈은 장혜란의 손길을 거부한 게 못내 신경이 쓰였던지 얼른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 참, 깜빡하고 해야 하는 업무 지시 하나를 빼놓고 그냥 나왔네.”

얼른 폰을 꺼낸 정훈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어딘가 모르게 이질적인 아들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장혜란도 이내 대수롭지 않게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 * *

“정훈이 넌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왜요? 같이 안 들어가고?”

“엄마 먼저 들어가서 큰외삼촌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 금방 끝나. 나중에 엄마가 전화할 테니까, 그때 들어와.”

부경화학 본사 회장실 문 앞이었다.

회장실 비서 한 명이 직접 안으로 장혜란을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정훈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 자리해 있는 접견용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 회장실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회장실 안으로 들어선 장혜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장선동 회장을 향해 들고 있던 이브닝 백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에 장선동 회장 역시 함께 짤막한 고개인사를 건넸다.

“왔어? 시간도 어중간한데 밖에서 같이 점심이나 하자니까, 뭐하러 귀찮게 여기까지 올라와?”

“바쁜 분 아니요, 우리 큰오라버니. 잠깐 얼굴 보고 얼른 자리 비켜 드려야지, 바쁜 분 붙잡고 계속 있을 수 있나.”

“커피 할 거야?”

소파에 앉으며 장혜란이 대답했다.

“뭐라도 좀 마셔야 덜 심심하지 않겠어요?”

“커피 두 잔.”

장선동 회장은 기다리고 있던 비서에게 커피 두 잔을 주문해 놓고, 여동생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소파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커피가 들어올 때까지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고, 커피가 들어온 뒤부터 부경쇼핑 쪽과 불거지고 있는 갈등으로 대화의 주제를 천천히 옮겨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네 전화 받기 전부터 내가 먼저 손 서방한테 전화를 넣어 볼까 하던 참이었어.”

“생각만 하지 말고 전화를 한번 해 보지 그러셨수?”

“이거 또 괜히 전화를 했다가 오지랖 부린다는 소리나 들을까 싶어 망설여지더라고.”

“우리 집 그이가 어디 사춘기 어린애유? 참 가만 보면 우리 큰오라버니 레퍼토리 진부한 건 발전이 없어. 우리 사이에 무슨 체면치레유, 체면치레가. 커피 들어왔음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하면 되는 거지.”

장선동 회장은 양쪽 무릎 위로 팔꿈치를 붙이고서 양쪽 손바닥을 가볍게 비벼 댄 후, 두 팔을 넓게 벌렸다.

“어디가 본론인지 내가 알 방법이 있나. 본론이야 만나자고 한 사람이 들고 있는 걸 텐데. 그래, 무슨 일로 속도 시끄러울 텐데 여기까지 찾아왔어?”

“지금 밖에 정훈이 있어요.”

“정훈이도 같이 왔어? 그럼 데리고 같이 들어오면 되지, 뭐 하러 밖에서 기다리게 만들어? 들어오라고 해.”

“애 앞에서 어른들 후진 거 보여 줄 일 있어요?”

“후져? 우리가? 하하하. 우리가 뭐가 후져?”

다리를 꼰 채,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담고 혀로 몇 차례 굴리다가 장혜란이 입을 열었다.

“오빠.”

장선동 회장은 대답 대신 커피 잔을 입술에 붙였다.

“선열이네 백화점. 그거 내가 받아서 우리 애들 나중에 형편껏 나눠 가질 수 있게 해 줄까 싶어요.”

장선동은 장혜란이 이곳까지 직접 찾아오겠단 연락을 넣었을 때부터 이 비슷한 내용이 나올 거라는 걸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입술에 붙이고 있던 커피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고 양 볼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내가 이래서 우리가 후지다는 거야. 애 혼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말 빙빙 돌려야겠어요?”

“안 돌리고 바로 한다고 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은데?”

“따로 선열이한테 연락받은 적 있어요?”

“태영 쪽 관련된 기사 처음 나왔을 때, 내가 먼저 전화를 건 적이 있긴 하지.”

“뭐랍디까?”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더라고. 금방 조용해질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정도로만 말을 하던데, 나도 이제 늙었잖아. 너희가 애들도 아니고, 손 서방이 적당한 선에서 겁 좀 주고 말겠다 싶어서 더는 안 물어봤어.”

“그게 전부예요?”

“그러다 지난주에 다시 또 기사가 나왔을 땐, 어쩌면 손 서방이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기분이 들긴 했어.”

장혜란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커피 잔을 눈높이까지 올리며 말했다.

“음. 커피 향 괜찮네.”

그리고는 다시 테이블 위로 그 잔을 내려놓는 장혜란을 향해 장선동이 물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으로 같이 올 거면 손 서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태를 데리고 왔어야지 왜 정훈이를 데리고 왔어?”

“내가 데리고 왔다고 하기보다는 내가 여기까지 오게끔 만든 게 정훈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애 앞에서 우리 후진 어른은 되지 말자고 나 혼자 먼저 들어온 거 아니겠어요?”

장선동은 몇 차례 눈을 깜빡거렸다.

“올 구정 때 나한테 그럽디다. 엄마. 엄마가 들고 있는 부경 계열사 지분들 그거 나 주면 안 돼요? 하고.”

계열사 지분이라는 소리 앞에 장선동의 눈썹 끝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써 담담한 척 재빨리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지었다.

“다 컸네.”

“그럼. 애 나이가 몇인데.”

“근데 벌써부터 그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건 좀 이른 거 아닌가? 손 서방이 뭐라고 안 했어?”

“없을 때 했지.”

“그래서?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이브닝 백에서 폰을 꺼내 무릎 위로 올려놓고 장혜란이 말했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건가 보다… 하면서 귀담아듣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딴에는 계산을 많이 해 보고 아버지 없을 때 용기 내서 엄마한테 그런 말을 꺼낸 걸 텐데 애 기죽게 무시를 할 수도 없겠는 거예요.”

“그래도 그런 말을, 그것도 먼저 하기엔 아직 좀 이르다.”

장혜란은 알고 있었다.

걱정을 하는 척 연기를 하고 있는 자신의 큰오빠가 현재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마도 속으로는 자식 교육을 그렇게까지 시켜 놓지 못한 걸 비웃고 있겠지.

함께 미소를 지으며 장혜란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알았다. 지금 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회사들 말고 그게 갖고 싶다고 하면 주마. 그런데 그걸 내가 그냥 줄 수는 없다. 내가 널 믿고 그걸 너한테 줘도 되겠단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증명을 해 봐라, 그랬어요.”

“무슨 증명.”

“재경모직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아 보라고 했어요. 내가 한 말이긴 한데, 나도 까먹고 있었지. 그걸 이렇게 빨리 해낼 줄 낸들 알았겠수?”

이번엔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선동이 물었다.

“재경모직이 현재 업계 1위야?”

그 정도로 모직 관련 사업은 화학과 물산, 화재를 잡고 있는 장선동의 입장에선 관심 외 분야였다.

“아직은요. 그런데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그렇게 될 거 같아요. 아니, 그렇게 될 거예요.”

“그걸… 정훈이가 한 거라고?”

“그러니까 애 들어오면 너무 애 취급하지 마시라고. 그래서 내가 혼자 먼저 들어온 거예요.”

장선동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을 여유 있게 받아 내며 장혜란이 다시 한번 말했다.

“오빠. 원래 돈 안 되는 사업이 손만 많이 가고 가는 손에 비해 표가 안 난다는 거 잘 알고 계시죠?”

“그래서 내가 자잘한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 아니냐.”

“1년도 안 걸렸수. 내가 그 약속해 준 지. 근데 그걸 해내더라니까?”

“…….”

“돈 좀 만들어 달라고 할 거요, 오빠한테. 그래도 오빠가 우리 애들 입장에선 양가 통틀어 최고 어른 아니요. 너무 애처럼만 보지 말고 진지하게 만나 줘요.”

“들어와 보라고 해.”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