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요?
태산이가 만들어 낸 큰소리 때문이었을까.
방문이 살짝 열리며, 안의 상황을 확인하려는 태양이의 얼굴이 보였다.
장태양.
하늘이의 남동생이다.
얼마 전에 전역을 했다.
그리고 나는 태양이 녀석의 존재로 하여금 하늘이가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잘하는 녀석인지도 알게 됐고.
분명 내게 태양이를 설명할 땐 자진해서 군 복무를 마치기 위해 하던 공부를 잠시 접고 한국으로 들어와 입대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태양이는 어떻게든 군대를 빼고 싶어 했는데, 하늘이 이 녀석이 태양이의 모든 카드를 다 막아 놓고 반강제로 입대를 시켜 버렸던 거다.
아마 내게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했을 땐, 지금처럼 얽히게 될지 몰랐겠지?
하긴 그건 나도 몰랐지.
태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과연 정훈이 놈이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철딱서니가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를 참 잘 따른다.
딱히 해 준 것도 없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건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그냥 잘 따른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몇 번 본 적도 없는데 만날 때마다 아주 깍듯하다.
자기 누나 하늘이를 대할 때와는 아주 딴판.
“왜?”
문밖에서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녀석에게 물었다.
“큰소리가 나는 거 같아서요.”
“아냐, 별일 아냐. 그냥 나가 있어.”
“형. 혹시라도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면 바로 저 부르세요. 저 바로 밖에 있으니까.”
그 말에 태산이는 한숨을 내쉬었고, 난 기가 막혀서 웃음을 터뜨렸다.
태양이가 문을 닫고 나간 뒤, 장기 알을 어질러 그만두자는 뜻을 내비친 후 태산이가 물었다.
”네가 지금 벌써부터 여유를 부리는 거냐?”
“여유요? 무슨 여유요?”
“그런 게 아니라면 그렇게 힘들게 다시 받아 온 사업들을 어떻게 곧바로 정태가 가져갈 수 있게 만들어? 손 회장이 그렇게 하자고 해도 서운한 내색을 해야 할 놈이, 손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네가 먼저 그런 말을 꺼내?”
그래서 장기판 위의 장기 알들을 갈라내며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테레사’ 아시죠?”
현 대한민국 트래픽 비즈니스 업계 1위 기업 테레사.
“그게 왜?”
“테레사가 출범된 지가 15년밖에 안 된대요. 처음에는 SNS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광고료로 기업을 운영하다가, 이게 좀 커지기 시작하니까 쇼핑 쪽으로 사업을 확장시켰죠. 거기에서 소위 말하는 진짜 대박이 터진 거예요. 그러다가 이것저것 다 건드리기 시작한 거죠. 택시 사업도 하고 금융 사업도 하고, 심지어 연예 엔터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시켰어요.”
“…….”
“테레사 총수 개인 재산이 국내 서열 3위라고 합니다. 업력이 15년밖에 안 된 테레사가 국내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들어와 있어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굴뚝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트래픽 비즈니스로만 거기 총수의 개인 재산은 국내 서열 3위이고 테레사의 국내 재계 순위는 9위, 10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우리 재경을 다 합친 것보다 매출 턴 오버가 훨씬 더 많이 잡힌다는 거죠.”
그제야 태산이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래, 이게 내 친구 태산이다.
비록 지금은 내가 손중길이가 아닌 손정훈이지만, 언제나 지금처럼 내 곁에서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던 친구가 바로 태산이었다.
“스너프에게 그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
“만약 손정태 사장에게 그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면요.”
“그걸 네가 확인을 해 보고 싶다 그 말이야?”
“저는 잘 모르겠어요.”
“뭘?”
“손정태 사장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상당히 후한 이유를요. 그게 어느 정도라면 예의상 치켜세워 주는 거라고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좀 과한 거 같더란 말이죠. 그와 동시에 저는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무슨 의심?”
“제가 손정태 사장에 대한 평가를 가족이라고 너무 박하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요.”
염려가 된다는 듯 태산이가 조심히 물었다.
“혹시 손 회장도 네가 이렇게 집안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서 정태에 대한 평가질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난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평가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거예요. 박하게 주고 있는 제 평가가 틀렸기를요. 이제 겨우 백화점 하나 다시 가져왔습니다.”
태산이는 혀끝으로 말라 있는 입술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런 태산이에게 말했다.
“이제 아실 거 아닙니까. 그때 제가 할아버지 앞에서 했던 다짐이 그냥 말로만 했던 다짐이 아니었다는걸. 진짜 다 다시 가져올 겁니다. 가져와서 딱히 쓸데가 없다손 치더라도, 설혹 가져와서 버리게 되더라도 일단은 다 다시 가져와서 우리 손으로 직접 버리게 만들 겁니다. 그렇게 해야….”
갈라낸 초록색 장기 알과 빨간색 장기 알을 통에 각각 쓸어 넣은 후 태산이에게 말했다.
“부경도 그렇고, 그 어떤 기업이라도… 다시는 우리 재경을 업신여기지 못할 거 아닙니까.”
긴장을 하고 있는 태산이의 표정을 풀어 줄 요량으로 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걸 저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손정태 사장과 함께 해내야 의미가 있는 거죠. 반드시 우리 회장님, 그리고 손정태 사장과 함께 우리 재경을 다시 반열 위로 올려놓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 * *
혼자 먼저 거실로 나갔다.
내가 던진 각오 때문에 태산이는 생각이 깊어진 모양이다.
태산이는 내게 곧 따라 나갈 테니까, 먼저 나가서 애들이랑 같이 놀고 있으라고 했다.
거실엔 영석이와 하늘이, 그리고 태양이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쪼르르 태양이가 다가와 날 소파 쪽으로 안내했다.
“아까 할아버지 왜 그런 거예요?”
“별거 아냐.”
“형이 이해하세요. 형도 곧 알게 되겠지만, 이 집의 평화를 깨뜨리는 사람이 딱 둘이 있어요. 할아버지, 그리고 저기 저거.”
하늘이는 자신을 턱짓하는 태양이를 향해 베고 있던 쿠션을 던지려다 영석이의 엄한 눈길을 받고 애써 참았다.
“너 그러다 맞으면 진짜 아프다.”
마치 조금 전 하늘이가 한 말을 들었냐는 식으로 내게 태양이가 말했다.
“형이 있으니까 저렇게 말로 하는 거지, 형만 없었음 진짜 때려요.”
“그래도 누나한테 저기 저거는 좀 그렇지 않나?”
“그런가요?”
“좀 그래. 누나가 물건도 아니고, 그런 표현은 좀 별로다.”
“고칠게요.”
이 정도면 거의 날, 아니 정훈이를 신처럼 떠받드는 거 같은데?
나와 하늘이가 졸업한 대학을 다니는 중이라고 들었다.
그렇다고 정훈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던 건 아닌 거 같고.
나 이상으로만 계산을 해 봐도 정훈이가 대학을 졸업한 뒤에 그 학교에 입학을 했다는 결론인데, 도대체 정훈이에게 왜 이렇게까지 호의적인 걸까?
정훈이 놈이 살아온 흔적을 살펴보면 딱히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호감을 얻을 만큼 괜찮은 구석이 있었던 놈은 분명 아닌데 말이다.
“비켜. 좀 일어나. 집에 손님 불러 놓고 뭐 하냐, 지금? 아, 일어나라고. 형도 좀 앉으시게. 깡패야? 이 넓은 소파 혼자서 다 쓰고 앉아 있어.”
발끝으로 하늘이를 툭툭 건드리며, 태양이는 내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마지못해 일어난 하늘이는 결국 쿠션으로 태양이의 가슴팍을 때렸고, 누나에게 이런 구타를 당하는 게 얼마나 이골이 났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내 옆으로 딱 붙어서 앉네?
“형 보고 싶은 거 보세요.”
리모컨을 내게 건네며 태양이가 말했다.
그러자 하늘이는 눈에 칼을 달고서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둘 다 죽여 버릴 거라고 말했다.
“형 요즘도 스포츠카 수집하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스포츠카?”
“왜 학교 다닐 때, 요일별로 차 바꿔서 타고 다니셨잖아요.”
“내가?”
정훈이 이놈 이거….
이젠 화가 안 난다.
그저 웃길 뿐이다.
“에이, 왜 그러세요? 우리 학교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그거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난 하늘이를 잠시 쳐다본 후, 이번엔 영석이의 표정을 살폈다.
진짜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아님 일부러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영석이는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집어 입에 넣었다.
“그게 얼마나 임팩트가 강했음, 저는 학교에서 형 보지도 못했는데 선배들이 틈만 나면 우리 학교에 손정훈이라는 레전드가 있었다는 소릴 다 하겠어요?”
“레전드?”
“그럼요. 레전드죠. 형은 우리 학교 한인 커뮤니티 안에선 레전드 오브 레전드예요. 형.”
“또 왜?”
“언제 기회 되면 저 형 집에 한번 놀러 가면 안 돼요?”
“집에?”
“네.”
“왜?”
“그냥요. 형이 가지고 있는 슈퍼 카들 구경도 좀 하고… 흐흐흐….”
대수롭지 않게 그러라고 했다.
“너 그러면 복학은 언제 하냐?”
이게 예민한 질문이었던 걸까.
순간 태양이의 표정은 시무룩해졌고, 줄곧 티브이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영석이도 고개를 돌려 나와 태양이를 쳐다봤다.
하늘이 역시 신경을 안 쓰는 척하면서도 곁눈질로 태양이의 대답을 궁금해하는 기색이었고.
“아직은 계획이 없어요.”
“복학하는 데 무슨 계획이 필요해?”
결국 하늘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복학 안 하겠대.”
그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린 채 태양이에게 물었다.
“1년만 더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난 네 누나한테 그렇게 들었는데. 3학년까지 하다가 군대 때문에 들어온 거라며?”
“미친 거지. 남들은 가고 싶어도 비싸서 못 가는 학교에 들어가 놓고, 1년이면 끝나는 과정을 그 1년 때문에 지난 세월 허송세월로 만들겠다는 거야, 저 철딱서니 없는 자식이.”
이야….
이건 내가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하늘이 편을 안 들 수가 없겠는데?
“넌 좀 모르면 가만히 있어.”
누나에게 너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 가며, 태양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낄 데 안 낄 데 다 끼고 있어.”
영석이가 진짜 신식 아버지구나.
이런 철딱서니 없는 아들놈을 안 쥐어패고 이렇게 자신감 있게 키워 낸 걸 보면.
나는 때려죽여도 신식 아버지가 될 순 없겠다 싶었다.
물론 내가 홍명이, 홍준이, 여정이를 키울 때완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지만, 내 자식 놈들이 내 앞에서 저런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면 바로 손이 올라갔을 거다.
“태양이 너 형 사는 집에 와 보고 싶다고?”
“네.”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듯, 헤헤거리며 태양이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주중엔 형이 회사 일 때문에 시간 비우기가 힘들 거 같고, 토요일 저녁 어때?”
“이번 주요?”
“응. 그냥 간단하게 배달 음식 몇 개 시켜 놓고 편하게 형 집에서 같이 놀자. 딱히 할 건 없는데, 정 와 보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런 다음 하늘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누나도 같이해서.”
* * *
다음 날 스너프 본사 임원 회의실.
14명의 임원이 사장 손정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한 모습으로 손 사장의 등장을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엔 사뭇 비장함까지 스며 있었다.
손 사장은 아침 미팅을 마련하는 인물이 아니다.
특히 전 사업부 임원을 한 자리에 소집할 때는 출근 후 몸이 어느 정도 풀려 있을 늦은 오전이나, 점심시간 이후를 이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출근과 동시에 전 임원들 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그에 대부분의 임원은 부경유통의 백화점, 면세점, 아웃렛 사업권을 재경이 다시 가져오는 데 회장님의 둘째 아들의 공이 절대적이었다는 부분을 손 사장이 의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오해가 풀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선 손정태 사장.
그의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때문에 방심을 하는 임원은 아무도 없었다.
종종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손 사장.
그런 모습 때문에 아직 삼십 대 중반밖에 안 되는 젊은 나이임에도 임원들 모두를 긴장시키며 휘어잡을 수 있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자리에 앉으며 손 사장이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에 미리 자리해 있던 임원들도 함께 기분을 맞추었다.
“날씨가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거 같아요.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직원들 컨디션까지 챙길 수 있도록 하셔야겠어요.”
“네.”
임원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론을 뽑아냈다.
“특히 물류 창고 쪽 소방 시설 다시 점검해 주시고요. 날씨가 추워지면 현장 근로자들이 가장 힘듭니다. 난방 관련해서 부족함 없이 지원은 해 주시되, 안전에 관한 주의도 귀찮을 정도로 계속 주입을 해 주세요.”
“네.”
정태는 형식적인 기본 사안에 대해 한번 짚어 놓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부경백화점, 면세점, 아웃렛… 이걸 우리 재경 그룹이 다시 가져왔어요. 어제 그룹 회장님과 밤늦게까지 술잔을 나눴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어제만큼 회장님 얼굴이 편안해 보였던 건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저도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손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임원들의 긴장감은 이유 없이 더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죄송스러운 마음도 함께 들더군요.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그간 나는 왜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만한 일을 내 손으로 직접 해내지 못했나….”
어느 누군가는 긴장이 극에 달해 침을 꿀꺽 삼키며 목울대가 울렁이는가 하면, 다른 어느 누군가는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는 신경성 대장염이 도지기도 했다.
“하… 참, 그런 거 같아요. 열심히만 한다고 이게 꼭 최선은 아닌 거 같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앞으로는 우리도 좀 분발이라는 걸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선만 다할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똑똑한 방향으로… 그렇게 분발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이번에 다시 가져온 백화점, 면세점, 아웃렛… 그걸 우리 스너프가 받기로 했어요.”
그 말에 임원들의 시선은 천지 사방, 목적 없이 회의장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치를 보는가 하면, 눈빛으로만 서로가 서로에게 지금 이게 무슨 소리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하는….
“우리 스너프에서 그 오프라인 유통판들을 다 끌어안고 유통 쪽에서 최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길 주문을 하시네요.”
그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류재현 전무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원래 재경항공에서 티켓팅 부문 총괄 본부장으로 있던 인물이다.
그런 류재현을 손 사장이 그룹 본사 상무에서 스너프 사장으로 옮겨 오며 직접 데리고 와 전무 자리에 앉혔다.
모직의 조동희 전무 섭외가 불발된 다음 차선책으로 손 사장이 선택한 인물일 만큼, 그룹 안에서 넓은 인맥과 다양한 경험을 두루 한 인물이기도 하다.
“혹시 회장님께서 어떠한 의도를 깔고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류 전무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손 사장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전 임원들에게 보인 후, 대답했다.
“의도요? 무슨 의도요?”
“해당… 사업들은….”
해당 사업들을 다시 가져오는 데엔 모직에 있는 손정훈 과장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냐는 말이 류 전무의 입안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에 손 사장은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놓고 전 임원들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요? 좋은 소식 아닌가? 우리가 그 사업들을 다시 받아 온 것도, 그 사업들을 우리 스너프가 맡게 된 것도 너무 좋은 소식들 아니에요?”
“…….”
“저는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