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서비스 준비하겠습니다
토요일 저녁.
현 부경호텔의 소공동점 라운지에서 정엽이를 만났다.
장소는 내가 일부러 이곳으로 정했다.
우리 재경이 호텔 사업을 시작할 때 이곳이 재경호텔의 본점이었다.
정훈이로 다시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재경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몇 번 와 본 적이 있다.
연식이 있다 보니 전체적인 시설은 많이 낙후가 되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맞춰 리노베이션을 해 가며 아직도 운영을 잘해 나가고 있는 업장이다.
특히 증축한 신관이 물건이다.
이런 걸 보면 부경 쪽에서도 호텔 사업을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다.
“저기 있네.”
정엽이와 함께 등장한 하늘이가 먼저 날 발견했다.
나 역시 기다리는 게 지루해 정엽이와 하늘이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들 곁으로 갔다.
“애는 좀 괜찮아?”
어린 데이빗에게는 요 며칠 힘든 일정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감기 몸살기가 있다고 해서 하늘이가 병원을 데리고 갔다가 안나와 함께 집에 데려다준 후 정엽이하고만 약속 장소로 왔다.
“감기 기운이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소화가 잘 안 됐던 거 같애. 물갈이를 하나 봐.”
“애가 이것저것 신기해서 피곤한 걸 못 느껴 그렇지, 알게 모르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한국 오는 첫날부터 여기저기 계속 데리고 다녔잖아. 그건 그렇고 안나하고 데이빗만 집에 남겨 놓고 와도 되는 거야?”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안나도 요 며칠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피곤해 보이고. 그래서 데이빗 데리고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 한 거야. 그리고 기사님도 나 도착할 때까지 집 근처에서 대기해 주시기로 했고.”
호텔 로비를 둘러보며 정엽이가 피식거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여기에서 보자고 했어?”
“의미가 있을 거 같아서.”
“무슨 의미?”
“다시 가져오기 전에 이렇게 손님으로 같이 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 아냐.”
그 말에 하늘이는 내가 한 말이 유치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정엽이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들어가자. 데이빗도 없는데 식사는 그렇고, 간단하게 위스키나 한잔하자.”
“위스키?”
위스키는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니냐며 날 쳐다보는 하늘이에게 내가 약속을 하나 해 줬다.
“너 위스키 안 좋아한댔지?"
“나한테는 너무 써. 그래서 맛으로 마실 줄은 모르고, 그냥 마지못해 마시는 정도? 제작사 쪽에서 한 번씩 접대 들어오면 못 이긴 척 따라가서 얻어먹을 때나 마시고.”
“제일 비싼 위스키는 아니야.”
“또 뭐래?”
“그런데 아마 돈 주고 마실 수 있는 위스키 중에선 제일 구하기가 힘든 위스키일 거야. 아니지, 여기가 아니면 이젠 불가능이라고 해야지.”
옆에서 정엽이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무슨 위스키인데.”
“있어, 그런 게. 나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고 여기에 없으면 많이 아쉽겠다… 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여기에 그 술이 진열이 되어 있네.”
“보통 그런 희귀 보틀은 진열용 엠프티 보틀이지 않나?”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오래돼서 많이 날아가긴 했던데, 새 병이야.”
우린 ‘재킴스’ 바(Bar)로 올라갔다.
아직은 많이 이른 시간이라 오픈은 되어 있었지만, 손님이 전혀 없는 업장이었다.
“뷰 좋은 소파 쪽 자리 있으면 하나 추천해 주세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일반 소파보다는 상당히 낮은, 앉으면 무릎이 시선 기준으로 무척 높게 올라오는 자리였다.
우리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 자리로 우릴 안내했던 종업원은 들고 있던 메뉴판을 펼쳐서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고, 난 하늘이 쪽으로 그 펼쳐진 메뉴판을 돌려놓고 그곳 직원에게 말했다.
“그때 와서 보니까 저기 진열된 위스키 중에 달모어 1941이 있는 거 같던데, 그거 가져다주세요.”
“달모어 1941이요?”
“네.”
“죄송합니다, 손님. 달모어 1941은 판매용이 아니라, 진열용입니다.”
재밌다는 식으로 정엽이가 웃음을 터뜨렸고, 하늘이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판매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진열용도 아니죠?”
내 말에 종업원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이 있는 술이잖아요.“
내 술이다.
내가 좋은 술을 따로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걸 알고 정 회장님이 선물을 해 주셨던 술이다.
41년의 달모어를 요즘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80년대 중후반 위스키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41년의 달모어는 지금의 달모어보다 더 높게 평가를 받았던 주종이다.
41년의 달모어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서 뽑은 녀석들을 48년이 지난 89년도에 딱 48병밖에 생산을 하지 않았다.
그중 두 병이 한국으로 들어왔고, 한 병은 나와 정 회장님이 그 자리에서 바로 뜯어 맛을 봤다.
그리고 남은 한 병이 바로 이곳 재킴스에 진열되어 있는 저놈.
“술병 밑에 라벨 같은 거 따로 붙여 놓지 않았을까요? 그런 게 없다고 해도 위스키 박스에 손중길이라고 선물 받은 사람의 이름이 정확하게 새겨져 있을 겁니다.”
“네, 그렇긴 한데….”
“저희 할아버지예요.”
“네?”
난 정엽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가 그 손중길이라는 분의 장손자, 그리고 저는 막내 손자.”라고 말해 주었다.
“아….”
“돌아가신 분이 다시 살아 돌아와서 저걸 찾으실 일은 없을 거고, 손자들이 와서 아끼셨던 술 한 병 사이좋게 뜯겠다는데 그걸로 뭐라고 하진 않으시겠죠. 달모어 1941 말고도 진열되어 있는 위스키 중에 제 할아버지 컬렉션이 꽤 되잖아요. 그것들 오늘 다 뜯겠다는 거 아니니까, 오늘은 달모어 1941만 한 병 가져다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매니저님한테 확인부터 받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시간을 준 다음, 정엽이와 하늘이를 보며 싱긋이 웃어 줬다.
“다른 건 어지간하면 다 구할 수 있는 컬렉션들이고, 지금 가져올 저게 그나마 이런 자리에 퍽 어울릴 만한 술일 거야.”
정엽이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웃음을 흘려 가며 말했다.
“달모어 1941이면… 야, 나는 그런 빈티지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저걸 돈 주고 사면 얼마나 해? 억 단위까지 올라가는 거 아냐?”
억 단위라는 소리에 하늘이는 두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 매니저가 직접 자리로 왔다.
“안녕하십니까, 업장 매니저 이정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오….”
물론 쉽게 뜯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자기들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기준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
“재경 그룹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미리 연락을 주고 오셨다면 모시는데 조금 더 신경을 썼을 겁니다.”
“지금도 충분합니다.”
“혹시 저희 대표님과 따로 연락은 하고 오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마도 나와 정엽이가 재경가 사람이 맞는지, 그 확인을 거치려는 모양이었다.
그가 시도하는 절차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선 난 내 명함을 먼저 전달했고, 달모어를 뜯는 데 다른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그쪽 대표와 통화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의향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내가 건넨 명함을 짧게 확인한 후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매니저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런 확인 절차까지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 쪽에서 달모어 1941을 서비스해도 되는지에 관한 확인이 필요해서 그런데, 스타트를 다른 주종으로 하실 것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난 오늘 달모어를 따는 모습을 반드시 정엽이 놈에게 보여 주고 싶었고.
“어떤 주종을 선택하시든, 스타트로 하실 주종은 저희 쪽에서 컴프 서비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달모어로 가져다주세요.”
“…….”
“같은 불판에 어떻게 꽃등심, 삼겹살을 같이 굽습니까? 시작한 걸로 끝을 봐야지.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술 우리가 마시겠다는데, 거기에 무슨 확인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러자 옆에서 정엽이가 다른 좋은 술이 있으면 그걸로 선택해서 마시자며, 괜히 일하는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고 날 설득했다.
하늘이의 표정 역시 내가 그만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가져다주세요. 서비스 차지는 얼마를 부르시든 제가 부담을 할 테니까, 달모어 가져다주세요.”
결국 매니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후 잠시만 기다려 달란 말과 함께 바 쪽으로 돌아갔다.
“다른 술 먹자. 여러 사람 피곤하게 뭐 하러 그래?”
난 그런 마음 좋은 소리를 하는 정엽이를 엄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큰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떻게 하지?”
“뭐?”
“남 피곤할까 봐, 내 권리를 포기하는 미련함이 어딨어?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지.”
이번엔 하늘을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리는 거야?”
“…….”
“이렇게 안 하면 사람들은 몰라. 알아도 그냥 모르는 척을 하지. 왜? 모르는 척을 하면 자기 것이 되는 줄 아니까. 이 호텔도 마찬가지야. 원래는 부경이 아니라 재경이어야지.”
“……!”
“총 48병만 생산을 한 술이야. 당연히 사전 예약제였고. 가격이 있는 스페셜 에디션이었던 만큼 달모어 쪽에서는 선물로 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상자 안쪽에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을 해 놨어. 그 상자까지 저렇게 보란 듯이 함께 진열이 되어 있잖아, 손정엽.”
형이라는 호칭을 빼 버리고 이름을 바로 불러 버리자, 하늘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와 정엽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사촌 형, 동생 관계보다는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우리 관계 말이야.”
“편할대로 해.”
“내일 회장님 만나면 지금 내가 저 매니저를 난처하게 만든 것처럼 그렇게 손정엽의 것을 주장해.”
“…….”
“당연히 부경호텔 지분 12퍼센트는 손정엽의 것이 아니야. 엄밀히 말해 우리 재경 그룹의 지분이지. 하지만 그 지분으로 손정엽이가 더 이상 외국 생활을 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반 정도는 충분히 지원을 해 줄 수 있어야 돼. 난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 그간 두 집안 사이에 있어 왔던 불편한 관계. 난 그런 건 잘 모르겠어.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이건 분명할 거야. 그때의 손정엽은 뭔가를 혼자 결정하기에 너무 어렸고, 그렇기 때문에 두 집안의 불편한 관계는 손정엽이 만든 게 아닐 거라는 거. 내일 회장님 만나서 잘 설득시켜.”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서, 데이빗 때문에 안나가 함께 못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던 거다.
잔소리 비슷한 이야기를 대충 정리하려고 할 때였다.
그 순간 내 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박현민.
정태, 정훈이의 이종사촌 형제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친구다.
부경호텔의 오너 장혜선의 아들.
현재 부경호텔에서는 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일전에 부경통신 쪽 결혼식 날 잠깐 봤는데, 살짝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 정엽이와 비슷하거나, 한두 살 정도 많을 거다.
“여보세요?”
―정훈아, 너 지금 혹시 우리 호텔에 있어?
전화를 받으며 바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통화를 하는 내 모습을 확인한 매니저가 얼른 나와 마주친 시선을 피하고자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가 버렸다.
“어, 맞아.”
―그럼 진짜 네가 재킴스에서 달모어 1941을 찾고 있는 거라고?
“여기 직원들 철저하네. 그거 확인하겠다고 사업 총괄한테까지 연락을 넣은 거야, 지금?”
―야, 그건 안 돼.
안 돼? 뭐가 안 돼?
―다른 술 마셔라. 오늘 네가 마시고 가는 술은 형이 다 계산해 줄 테니까, 안 되는 술 찾지 말고 다른 술 마셔.
“왜 안 돼? 이거 우리 할아버지 컬렉션이야.”
―그런데 그게 지금은 우리 호텔 재고로 잡혀 있어.
“인벤토리 다시 해야겠다. 세상에 어느 업장이 손님이 킵을 해 놓은 술을 자기네 재고로 잡아?”
―야, 그건….
“우리 할아버지 개인 컬렉션이라고. 부경호텔이 재경호텔이었을 시절, 재경호텔 돈으로 구입을 한 술이 아니라, 여기 우리 할아버지 컬렉션들은 하나같이 다 할아버지가 어디에서 선물을 받으시거나, 아님 사비로 사서 여기에 킵을 해 놓고 진열을 하게 해 놓으셨던 거라고.”
―…….
“무슨 호텔 장사를 이렇게 해? 아무리 중간에 소유가 바뀌고 호텔 이름도 바뀌었다지만, 기존 고객이 킵을 해 놓은 술을 자기네 재고로 잡는 법이 어딨어?”
―정훈아.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걸 이제 와서 그 술이 너네 할아버지 개인 컬렉션이었으니까 너희 거라고 그러냐?
“설마 내가 지금 이거 가지고 형이랑 법 이야기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러지 말자, 우리 인간적으로. 오래 킵이 된 술이니까 당연히 특별 서비스 차지 정도는 해 주고 갈 거야. 근데 왜 킵이 된 술인 걸 뻔히 다 알면서 그걸 호텔 재고인 거처럼 말을 해? 킵을 한 사람이 사정상 찾아와서 서비스를 더 이상 못 받게 되면 당연히 그 가족이 와서 마시는 거지.
―하… 그래, 알았다. 그러면 정훈아. 일단 오늘은 다른 술 마셔라. 형이 조만간에 그 업장 GM이랑 이야기를 해서 너네 할아버지 컬렉션들 다 리스트 뽑아서 가격 평가 한번 받아 볼게.
“그걸 왜 받아?”
―평가액만큼 너희 쪽으로 주면 되는 거 아냐.
말 같은 소릴 해야지….
―현재 그 업장에선 너네 할아버지 컬렉션들이 아주 중요한 인테리어 소품이야.
“아니, 그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는데, 왜 손님이 킵을 해 놓은 술로 인테리어를 하냐고.”
―어떻게 너네 할아버지가 이 호텔에 손님인 적이 있을 수가 있냐?
“뭔 소리야? 당연히 호텔을 이용할 땐 다 돈을 내고 이용을 했겠지. 형네는 안 그래? 오너가라고 호텔 이용해 놓고 돈도 안 내고 그냥 가고 그래?”
―그런 건 아니지만… 야,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거기 재킴스가 너네 할아버지 컬렉션들 맡아 놓는 술 창고냐? 그동안 얼마나 신경을 써서 보관을 해 왔는데, 우리가.
“그래서 내가 특별 서비스 차지를 하겠다는 거 아냐. 그리고 동네 바도 아니고, 명색이 오성급 특급 호텔에서 킵한 술 좀 오래 보관해 왔다고 그걸 아주 대단한 일처럼 말을 해? 당연히 그 정도 서비스가 따르니까, 손님들도 그 비싼 서비스 차지 해 가면서 호텔을 이용하는 거지.”
―하, 자식 거 진짜….
결국 적당한 타협안을 던져 줬다.
“다 마시지도 못해. 그냥 한두 잔씩 맛만 볼 거야. 남는 거 다시 진열해 놓으면 되잖아. 진짜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사람 섭섭하게 할 거야?”
―야 이 자식아, 그게 왜 별것도 아니야? 달모어 1941이야. 이건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술이라고. 일전에 손님 중에 미친 컬렉터가 한 명 있었는데, 2억 부르면서 자기한테 팔라고 한 적도 있었던 술이야.
“그러니까 내가 맛을 좀 봐야겠다고.”
저 멀리 바 앞을 서성이는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고, 박현민과 통화를 이어 가며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매니저에게 박현민과 통화 중이던 폰을 건넸다.
“전화 한번 받아 보세요.”
몸을 아예 바깥으로 틀어 두 손으로 폰을 귀에 붙인 채 박현민의 전화를 받은 매니저는 통화 내내 “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와 같은 대답만 내놓았다.
그리고 통화가 다 끝났는지, 공손하게 폰을 내게 돌려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서비스 준비하겠습니다.”
난 그런 매니저에게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고맙단 인사를 건넸다.
“부탁 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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