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제일
편승일 사장과 모범태 전무. 거기에 조동희 전무와 가공식품사업 부문장, 외식사업 부문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내가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봤다.
앞으로 내가 재경식품을 끌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가장 선두에서 노를 저어 줄 이 다섯 명.
이 다섯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한 호흡을 맞춰 가게끔 하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일 테니.
“재경식품이 외식사업부 쪽으로 집중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업계 순위 5위 안에서는 항상 놀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요?”
이건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 거니까.
“외식사업부 쪽으로 본격적인 투자가 들어간 게 5년입니다. 그전부터도 요식 브랜드 운영을 꾸준히 해 오긴 했지만, 대대적인 투자를 넣기 시작한 건 손정태 당시 식품 상무가 입사를 하면서부터였죠.”
정태의 무능함을 꼬집기 위함은 절대 아니었다.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거 자체가 결국은 뭔가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는 증거일 테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아니하며, 그래서 결국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해 조직 자체를 멈춰 있게만 만드는 리더보다 무능한 리더가 어디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정태는 최소한 이곳 식품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노를 저었을지언정, 조직 전체가 꾸준히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만들어 낸 성과는 있다고 봐야 했다.
이 조직 전체를 상대로 움직이는 근육, 시도하고 실패한 뒤 다시 또 다른 시도를 곧바로 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근육만큼은 제대로 만들어 놓았다고 인정해 줘야지.
그리고 난 그 성과를 지난 30년 세월 동안 아무런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교복 사업과 해외 브랜드 수입, 유통으로만 조직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던 모직과 비교해 훨씬 더 높게 보고 있는 중이다.
“현재 우리 재경의 외식사업부 위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매출 규모로만 따졌을 땐 에이디 F&B, MJ, 착마(착한마을) 다음입니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MJ를 제외하고는 에이디나 착마 둘 다 외식사업부 자체가 올투인(특정 사업 자체가 해당 기업의 사업 전체인 형태) 기업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재경이 올투인 기업 두 개를 못 잡았습니다. 5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식품 전체가 사활을 걸다시피 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치고는 너무 저조하지 않습니까?”
“…….”
“그 기간 동안의 노력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식품 전체가 매달려서 5년 동안 만들어 낸 결과물이 여전히 업계 4위라면 지금쯤 우리의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볼 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난 모범태 전무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코로나 시국은 우리 재경식품만 운이 안 좋아 겪은 위기가 아닙니다. 최소한 동종 업계의 모든 기업에 공평한 위기였죠. 그 위기를 에이디 F&B처럼 기회로 만들어서 업계 1위로 올라간 기업이 있나 하면 착마처럼 수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3위로 뚝 떨어진 기업도 있고, 우리 재경처럼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을 하는 거란 생각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기업도 있습니다.”
식품에서의 3주 차.
이미 편 사장을 시작으로 자리에 모인 모두가 나의 스타일, 기질, 그리고 모직에서 만들어 낸 나의 성과들이 그저 운으로 만들어진 게 아님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외식 업계에서는 ‘마구제일’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죠?”
마구제일.
마케팅이 9, 제품력이 1.
맛이라는 건 이미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기에 결국은 매장의 입지나, 홍보 효과 등 마케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하는데, 누가 처음에 만들어 쓴 말인지는 몰라도 센스 하나는 참 대단하다 싶다.
“MJ는 자기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애들이니까, 그냥 그렇다고 치고. 결국은 우리 재경식품이 대기업이라는 간판을 걸고도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에서조차 올투인 기업인 에이디나 착마를 잡지 못했다는 결론 아닙니까? 5년을 해서 못 잡았는데, 여기에서 몇 년을 더 쓴다고 잡을 수 있을까요? 잡을 수 있다고 쳐도 그게 식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이 친구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타협의 여지를 주고 싶지가 않았다.
“시골통닭. 우리 이거 정리합시다.”
현재 재경의 외식사업부 안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 수를 가지고 있는 시골통닭.
평판도 나쁘지 않다.
제품력도 괜찮고.
“방금 뭐를 정리하자고 하신 거예요?”
모범태 전무는 바로 자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외식사업 부문장에게 물었다.
당황을 하기는 외식사업 부문장 역시 마찬가지.
편승일 사장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는 듯, 소파 깊숙하게 등을 기대어 앉아 나와 조동희 전무의 표정을 살폈다.
“본부장님. 방금 시골통닭을 정리하자고 하신 겁니까? 4000짜장 아니고, 시골통닭이요? 지난주에 저랑 같이 해외 수출 가능성을 놓고 이야기 나눴던 시골통닭 말입니까?”
모 전무는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본부장님, 시골통닭은 앞으로 국내 시장 안에서만 펌프질이 최소 두세 번은 더 남은 아이템입니다.”
펌프질.
공격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으로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올리고, 그와 동시에 가맹점 수 확장을 꿰할 수 있는 작업.
“크게 비싼 배우를 모델로 광고를 만들지 않고도, 유튜브 먹방 채널 쪽으로 가성비 좋은 유료 광고 협찬 몇 번 넣은 걸로 좋은 시장 반응을 유도해 낸 아이템이라고 제가 지난주부터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는데….”
“네, 그래서 시골통닭을 정리하자는 겁니다.”
“……?”
“현재 우리 재경이 가지고 있는 외식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브랜드일테니까요. 그리고 그 자체 가치보다 몇 배나 더 되는 유동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유동 이익이요?”
“에이디, MJ, 착마. 이 셋 중에 우리가 시골통닭을 시장에 던지면 어디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거 같습니까?”
답이 너무나 명확한 질문이다.
착한마을.
“무조건 착마겠죠? 코로나 시국 동안 모두가 어려웠지만, 그 와중에도 에이디가 수혜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착마가 가장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배달 종목에 있었으니까요.”
에이디 F&B 같은 경우는 치킨 브랜드부터 시작해서 족발, 보쌈, 떡볶이, 피자 같은 배달에 용의한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키워 낸 외식 기업이다.
반면에 착마의 경우는 대패삼겹살을 시작으로 김밥 전문점 브랜드, 쌈밥집, 일본식 라멘, 한정식, 다이닝 레스토랑과 같은 배달보다는 직접 매장에 찾아가서 매장의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종목 위주의 사업들에 집중을 해 오고 있었다.
코로나 시기의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업계 3위 자리를 지켜 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토대가 단단하고,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증거.
코로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끼고 치킨, 피자 쪽으로 브랜드 개발에 전력을 쏟았으나, 시장에 나온 착마 쪽의 브랜드들의 성적은 저조하기 그지없었고, 가맹 사업으로 발전시키기도 전에 철수가 된 경험이 있다.
“현재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시골통닭의 가맹점들과의 계약 조건을 2년간 보장을 해 줘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200억으로 접근을 해 보세요.”
모 전무는 이젠 말릴 힘도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200억이요? 200억?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시골통닭을 200억에 시장에 내놓겠다고요? 본부장님, 현재 시골통닭의 전국 가맹점 수가 488곳입니다. 가맹점에서 우리 본사 쪽으로 오픈부터 2년 기준 올려 줄 기대 수익을 업장 하나당 평균 9천만 원을 잡고 있죠. 여기엔 로열티 외에도 매장 인테리어, 재료 납품, CS 처리 커미션 등… 매니지 코스트가 다 붙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 교촌이 전국에 1,300개가 넘는 매장을 돌리고 있다는 것도 아십니까?”
“정확하게는 1,348개라고 나와 있더군요. 작년 기준이긴 하지만.”
“비비큐 매장이 1,700개가 넘습니다. 비에이치씨는요? 역시 1,700개가 넘습니다. 처갓집, 페리카나, 네네, 굽네… 다 가맹점 수 천 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라고요. 평균 가맹 사업 업력이 13년 이상씩은 되는 브랜드들이고요. 그에 반해 시작이 늦었다뿐이지 우리 시골통닭은 사업 시작 단 5년 동안 488개 매장, 곧 500번째 가맹점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향후 3년 안에 천 개 업장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런 브랜드를 팔자는 것도 납득이 안 되지만, 그걸 200억에 던지자고요?”
조 전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모 전무의 계산에 동의를 했다.
“시골통닭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200억 때문에 가르자는 건… 저는 납득이 잘 안 갑니다, 본부장님.”
“도대체 하루에 고작 하나씩밖에 황금알을 못 낳는 거위가 우리 재경식품에 왜 그렇게 소중한 겁니까?”
“…네?”
“아니, 그 거위가 방금 전무님이 말씀하신 황금알을 하루에 열 개, 스무 개씩 팍팍 낳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찔끔찔끔 고작 하루에 하나씩 밖에 못 낳는데, 그런 거위 배를 200억에 가르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냐고요. 우리 재경식품의 가치가 고작 요만한 황금알 하나에 안절부절못해야 하는 수준인 겁니까?”
“하, 본부장님….”
그동안 애써 중립 기어를 놓고 있던 편승일 사장도 결국엔 모 전무의 편에서 입을 열었다.
“200억이라는 브랜드 가격이 현재 전국 가맹점 수 500개 미만의 브랜드라는 점에선 브랜드 가치만 놓고 보면 어쩌면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 전무의 말처럼 시골통닭은 앞으로 브랜드 발전 가능성이 무척 큰 브랜드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본부장님께서 측정하신 200억이 많이 아쉽긴 하네요.”
결국 식품으로 함께 넘어오기 전부터 나와 많은 생각을 공유했던 조 전무가 자리에 참석한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 거위가 얼마나 오래 살 거 같아요?”
“…….”
“그 거위가 낳는 알은 황금이라 황금을 낳을 수 있는 또 다른 거위를 낳을 수도 없지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목적 없이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가 부서지고 또 다른 목적지를 찾아 방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투자사고,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하는 게 투자라면 내 손에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최대한 오래 하루 하나씩 황금알을 낳아 주길 바라야겠죠. 금이라는 건 어쨌거나 그 투자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거니까. 하지만 우리 재경식품은 투자사가 아니죠. 우리가 만든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결국은 제조와 유통, 영업 삼박자를 잘 맞춰야 하는 조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무님….”
모 전무가 반박을 하려 시도를 했지만, 조 전무가 재빨리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아 놓고 말을 이어 갔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거위는 하루에 황금알을 하나밖에 못 낳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 거위를 착마 쪽으로 적당한 가격에 넘겨주게 되면, 우린 착마로부터 거위값도 받아 낼 수 있고 그 거위가 하루에 하나씩밖에 못 낳았던 황금알을 하루 두 개, 세 개, 네 개씩 따로 챙길 수도 있게 되는 거예요. 우리가 힘들게 키우지 않더라도.”
“어, 어떻게요?”
“우리 재경식품의 주 종목은 외식 사업이 아니라 식품 가공 사업이니까.”
“……?”
“본부장님이 하시려는 말씀은 지금부터 우리는 에이디, MJ, 착마… 다른 외식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동종 업계 경쟁사로 보지 말고 우리의 잠재 고객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제야 편 사장과 가공식품사업 부문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설마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다.
조 전무가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다 설명을 해 줬음 그게 그 말인 거지.
가공식품사업 부문장을 쳐다보며 내가 말했다.
“착마 산하의 외식 브랜드가 16개죠. 그중에서 김밥 전문점의 가맹점 수는 압도적이고요. 특수 종목이긴 하지만 웨딩 홀 뷔페 브랜드, 단체 급식 브랜드까지 포함을 하면 총 1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업계 순위는 사실상 코로나 여파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집계가 된 것이기 때문에 곧 다시 착마가 업계 1위로 올라설 거라는 부분에 저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그 부분에 있어선 다른 사람들도 조심스럽게나마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 착마의 18개 산하 브랜드, 3천 개가 넘는 업장들에서 우리 재경식품의 식용유를 쓴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
“만약 시골통닭까지 거기에서 가져간다면, 그래서 모 전무님 말씀대로 향후 3년 안에 시골통닭의 가맹점 수가 천 개에 도달하게 된다면 착마 산하의 브랜드 업장은 4천 개가 넘는 거네요? 그런 착마의 전 매장이 우리 재경식품의 고추장, 된장, 간장, 두부, 고춧가루, 참기름, 햄, 물엿, 조미료, 당면, 밀가루… 하다못해 우리가 수입하는 원두를 쓴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착마는 이미 수출에 성공한 브랜드도 몇 개나 되잖아요.”
“착마도 자체 원재료 생산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체 소비이기 때문에 그 생산 라인의 한계도 분명하고요.”
“…….”
“무엇이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요? 시골통닭? 아님 그걸 그쪽에서 거절하기 힘든 가격에 던져 주고 잡아 낼 그들과의 관계?”
“…….”
“우리 비즈니스합시다, 비즈니스. 정신 승리 그만하고. 열정도 좋고, 도전 정신도 좋지만 그런 건 우리 직원들이 해서 뭔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냈을 때나 아름다운 거지, 우리처럼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며 항상 유의미한 결과물만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들은 열정, 도전 같은 눈에 안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바로 현금화시킬 수 있는 실물 쪽으로 배팅을 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무형의 가치가 우리 재경식품의 미래를 바꿔 놓을 혁신적인 뭔가가 아니라면 말이죠.”
다시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물었다.
“시골통닭이 우리 재경식품의 미래를 바꿔 놓을 혁신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아직도 시골통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니까, 그 배를 가르면 안 된다고 생각들 하시는 거예요?”
결국 이야기는 돌고 돌아서 다시 마카롱, 티라미수 베이스의 숍 브랜드 론칭으로 주제가 흘러갔다.
역시 이번에도 모 전무가 물었다.
“아무래도 상품의 기본 가격대가 있다 보니, 대중화를 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을 거 같지 않습니까?”
“지금껏 외식 브랜드 쪽에서는 크게 히트시킨 ‘마구제일’의 사례가 없었으니, 이번엔 만들어 내야죠.”
그러겠다고 스너프를 인수시킨 건데….
“지금 우리에겐 스너프라는 온라인, 오프라인 양쪽으로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스너프 쪽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책임이 있고요. 제가 기획안에 넣었던 ‘샘스 핫도그’라는 브랜드.”
샘스 핫도그.
미국의 유명한 핫도그 프랜차이즈 브랜드.
서브웨이는 벌써 한참 전에 한국에 들어와 초록 간판을 수놓고 있는데, 아직 살색 간판의 샘스 핫도그는 한국에 상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고비드’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다행히 둘 다 아직 한국엔 들어오지 않았죠.”
“…….”
“여기에 기획안에 넣지는 않았지만 베이커리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데, 베이커리 브랜드는 아마 ‘쁘띠 기뿔리’라고 프랑스 브랜드 측과 조만간 미팅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미 해외 현지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브랜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고, 그럼에도 아직 한국엔 소개되지 않고 있는 브랜들.
핫도그와 토스트 전문점, 아이스크림, 베이커리 브랜드, 거기에 마카롱과 티라미수 베이스의 숍 브랜드까지.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 내기만 한다면….
재경 식품의 외식사업부는 이미 그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업계 순위를 장악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우리에겐 스너프 못지않은 강력한 유통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태영백화점 쪽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편 사장의 물음에 난 짧게 고개를 흔든 후 차례대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쳐다봤다.
“우리 입장에서 태영 쪽 유통판은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필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떤 강력한 유통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 재경 그룹이 뭘 가지고 있습니까?”
“……?”
“항공. 국내 항공 업계 1위의 재경항공이 바로 우리 재경식품의 가족입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공항은 우리 재경항공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들이고요. 국제선, 국내선 가릴 것 없이 국내에 있는 모든 공항 청사에 반드시 꼭 들어가 있는 브랜드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CU,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난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스너프의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들뿐 아니라 국내의 모든 공항 청사 안으로도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낼 마카롱 숍 브랜드를 시작해서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브랜드들이 스타벅스, 던킨도너츠와 함께 다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전무님과 외식사업 부문장님께는 앞으로 우리가 가진 유통판을 무기로 제가 앞서 언급한 샘스 핫도그와 고비드 아이스크림 쪽과 접촉해서 국내 라이선스 협상을 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저는 스너프 쪽과 만나서 스너프 자체 상품권으로 우리 쪽 외식 브랜드 매장을 이용, 배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맞춰 보겠습니다. 그리고 스너프의 포인트 적립에 우리 브랜드들도 함께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항공 쪽과 만나서는 앞으로 우리의 기획이 현실화가 되었을 때, 컴플레인 바우처로 재경식품의 브랜드 이용권을 줄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결국 모 전무는 편 사장의 표정을 읽은 후 그간 자신이 그려 왔던 외식사업부의 모습을 포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저도 그렇게 방향을 다시 잡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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