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프 한번 같이 친 적 있어 (173/303)

골프 한번 같이 친 적 있어

곳곳에 보이는 빈자리.

정엽이는 그 빈자리만큼의 아쉬움을 힘든 미소로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정엽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늘이는 마음이 안 좋았다.

할아버지의 초대에 긍정적인 회신을 준 11인 중, 7명만이 자리에 나왔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잖아.”

정엽이의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펼치며 하늘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정엽이는 오히려 자신은 이 정도로 인원이 모일 줄은 몰랐다며, 애써 만족하는 미소를 보였다.

“오늘 못 오신 분들은 아마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따로 연락을 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누구보다 마음이 불안했던 건 하늘이 본인이었다.

할아버지가 직접 전화를 돌려 각자의 스케줄을 맞춰 가며 만드신 자리.

처음부터 사정상 참석을 못 할 거 같다고 한 것도 아니고, 참석을 하겠다고 해 놓고 네 명이나 불참을 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런 상황의 감정 대처 경험이 부족한 하늘이는 불안하기만 했다.

증권가.

이야기가 빨리 도는 동네다.

한국에 들어와 정엽이가 만난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해당 내용에 대해 부경호텔 쪽으로 아직 아무런 말이 안 들어갔을 리가 없다.

그리고 애초에 장 회장이나 정엽이도 우회적 지분 확보가 아닌, 공개적 지분 확보를 하겠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고.

하늘이는 단 4명이 불참을 했을 뿐인데,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장 회장 역시 차남 장영우와 함께 오늘 자리에 응해 준 사람들을 상대로 얼굴에 함박웃음까지 걸어 놓고 힘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도시락도 오랜만에 이렇게 먹으니까, 맛이 괜찮네.”

할아버지의 음식 맛 칭찬에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누군가는 “여럿이서 같이 먹으니까, 맛이 좋을 수밖에요.”라며 장 회장의 기분을 맞추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돗자리만 준비해 왔으면, 이거 이대로 들고 밖에 나가서 먹었음 한 맛 더 났겠습니다. 하하하. 날씨가 너무 좋네.”라는 식으로 한술 더 떠 분위기를 잡아 갔다.

장 회장의 요청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도 알고 있었다.

참석하지 않는 4명이 무엇 때문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 놓고도 당일에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랬기에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더 크게 말하고, 더 크게 웃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불참이 만들어 낸 묘한 긴장감만큼의 너스레로 어떻게든 기운 있는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이는 세미나 테이블 아래로 폰을 숨겨 정훈이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식사가 빨리 끝날 거 같아. 먼저 가서 둘러보고 있을 테니까 그쪽으로 바로 와.

답장이 온 것만 확인을 하고, 재빨리 폰을 가방 속으로 넣은 하늘이는 형식상 들고만 있던 젓가락을 도시락 위로 올려놓고 뚜껑을 닫았다.

벌써 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이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차를 준비시키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도시락 역시 아직 절반 이상이나 남았지만, 더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어디 보자….”

손녀딸이 미리 해 준 체크 덕에 시간을 확인할 명분이 생긴 장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인간적으로다가, 크게 바쁜 것도 없는데 커피는 한 잔씩하고 넘어가야 안 되겠어요?”

그 말에 사람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 중이던 도시락 뚜껑을 닫기 시작했다.

하늘이는 얼른 대기 중이던 호텔 직원 곁으로 가서, 미리 준비해 놓은 다과 테이블에서 커피 서비스를 준비해 달라고 일러둔 뒤, 옆방에서 식사 중이던 미래금융 본사 수행원들을 시켜 차를 대기시키게 만들었다.

* * *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래, 가서 문 좀 활짝 열어 놓고 있어.”

“네.”

호텔 로비 앞.

줄지어 세워진 차량 중 가장 앞에 세워진 검은색 카니발 안으로 정엽이와 장영우가 들어갔다.

장 회장과 하늘이가 타고 갈 차는 조금 이따가 올라올 예정이었다.

정엽이와 장영우가 탄 차량이 철재 가벽을 둘러놓은 부지를 개방하기 위해 먼저 출발을 했고, 그 자리로 검은색 벤틀리 차량이 들어와 섰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60대 중반의 남성이 차 뒷좌석에 오르기 전 예의상 장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차는 왜 아직 안 올라왔습니까?”

“곧 올라올 거예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 있어요.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내가 한 10년만 젊었으면 다 같이 천천히 마실 삼아 걸어가자고 하려 했어.”

“그것도 좋지요.”

“가서 또 걸어야 할 길이 천 길이야. 먼저 가 있어요. 나도 금방 따라갈 테니까.”

“네.”

뭐에 그리 감사한 게 많고, 챙겨야 할 예의가 많은 것일까.

상대는 벌써 점심 식사에 커피까지 함께 다 마셔 놓고, 차로 고작 5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서 다시 만날 것임에도 장 회장을 향해 수차례 고개를 숙인 뒤 차에 올랐다.

그렇게 몇 대의 차를 먼저 보낸 후, 장 회장과 하늘이가 타고 갈 차가 앞으로 다가와 섰다.

손녀딸이 대신 열어 준 문 안으로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오른 장 회장.

하늘이도 얼른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

“왜 평소 입에도 안 대던 커피를 다 마셔요?”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하늘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안 그래도 잠도 없으시면서.”

하지만 장 회장의 표정은 차에 오르기 전과 천지 차이였다.

노기가 잔뜩 낀 할아버지의 모습에 하늘이가 멈칫할 정도로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

장 회장이 차에 오르는 걸 도왔던 수행원이 아직 운전석에 오르기도 전이었다.

“네 애비한테 전화 넣어라.”

“…할아버지.”

“얼른.”

이렇게까지 화가 나신 할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늘이의 기억 속, 자신의 앞에서 할아버지가 가장 불같이 화를 내셨을 땐 당신이 아끼시던 시계를 하늘이가 가지고 놀다가 고장을 냈을 때였다.

그 시계는 손중길 회장님께서 재경 그룹 임원들에게 선물로 하나씩 주셨던 시계였는데, 평소 차시지도 않던 그 시계를 가지고 놀다가 고장을 냈다는 이유로 어린 하늘이에게 앞으로 허락 없이는 할아버지 방에 들어오지 말란 말씀까지 하셨을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게 언제 적 일인가.

그때의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하늘이의 눈에 비친 지금의 할아버지는 당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계셨다.

자동 반사적으로 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하늘이는 몇 번의 신호음 후 들려온 아버지의 음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폰을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봉만춘이가 안 왔다. 김성민이, 정길용이, 최만호. 이렇게 넷이 안 왔어.”

그사이 수행원이 운전석에 올랐고, 하늘이는 할아버지의 통화가 방해받지 않도록 백미러로 수행원과 눈을 맞추며 지금 바로 출발을 하자는 눈치를 줬다.

“딴 놈들은 조금 더 지켜보고, 봉만춘이 쪽으로 담아 준 투자 지분, 지금 바로 다 빼라. 그거 빼서 봉만춘이, 김성민이, 정길용이, 최만호 이 네 놈 제외한 오늘 자리에 얼굴 비춘 놈들 쪽으로 사이좋게 나눠서 투자 담아 줘. 지금 담아 줘. 그래야 나중에 술 한잔하면서 웃을 일도 생길 거 아니야.”

―봉 회장한테 제가 지금 전화 한번 넣어 볼까요?

“넣긴 뭘 넣어? 이유야 뻔하지. 다른 이유가 있었으면 못 오면 못 오는 이유 들고 먼저 전화가 왔을 거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하늘이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안 그래야 하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아버지.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봉 회장 빼고 또 어디에서 안 왔다고 하셨어요? 대정문고 김 대표, 유성재지 정 회장, 또 누가 안 왔다고요?

“최만호.”

―어휴, 최 대표도 안 온 거예요?

“망할 놈들. 지 놈들 필요할 땐 가랑이 사이를 기어 보래도 길 것처럼 하던 놈들이 오늘내일하는 이 늙은이가 아쉬운 소리까지 섞어 가며 부탁을 했는데, 오겠다 약속을 해 놓고 사람을 우습게 만들어? 처음부터 힘들겠다고 한 놈들보다 이놈들이 더 나쁜 놈들이야. 봉만춘이 쪽으로 담아 준 거 다 빼서, 오늘 여기 온 놈들한테 갈라 넣어 줘. 뭐라도 받아먹어야 딴마음 품기가 어렵지.”

―네, 전화 끊고 바로 처리할게요.

전화를 끊고도 장 회장은 한참 동안 화를 다 삭여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손녀딸의 전화기를 돌려줄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을 정도로.

“그래도 할아버지, 서행유업은 우리 미래금융하고는 가장 오래된 파트너 중 하나예요. 섭섭하다고 해서, 그렇게 오래된 파트너 쪽으로 담가 준 지분을 바로 다 빼 버리는 건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보기가 많이 안 좋을 거 같은데?”

그 말에 장 회장은 자신이 아직까지 하늘이의 폰을 들고 있었다는 걸 이제 막 알아차렸다는 듯, 손녀에게 폰을 돌려준 뒤 애써 화를 삭이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하겠다는 게 국민학교 반장 투표야? 지더라도 근소한 차이라면 부반장이라도 해 먹을 수 있는, 올해 못 해도 내년, 그 내년에 또 기회가 있는 그런 반장 투표냐고.”

“…….”

“다음이라는 게 없는 선거다. 그걸 지금 정엽이가 하고 있는 거고. 이 할애비, 네 애비, 삼촌은 20년, 30년 되는 세월을 지금 이 선거판에 정엽이를 세워 보겠다고 칼을 갈아 왔어.”

“그걸 제가 모르지는 않죠. 하지만 서행유업은….”

“서행유업이 우리 미래금융의 오래된 파트너이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이번 부경호텔 경영권에 우리 미래금융이 얼마나 진지하게 정엽이를 지원할 작정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 줄 수 있는 거야.”

“……!”

“이렇게 쉽게 돌아서는 놈들은 언제든 아쉬울 게 생기면 얼굴에 철판 깔고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야. 그때 가서 받아 주고 안 받아 주고는 오야 마음이고. 장가 쪽 우호 지분에서 빼 오는 건 힘들어도, 이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최소한 우리 편 들어 줄 사람들은 빼앗기면 안 될 거 아니야. 서행유업? 부경호텔 지분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쪽으로 투자 같은 건 넣지도 않았어. 지금 네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곧 시작할 본사 생활에 아주 값진 재산이 될 거다.”

이미 충분히 할아버지의 새로운 모습, 그 모습이 보여 주고 있는 새로운 세상에 하늘이는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연예 기획 쪽 투자 일이 험하다고 해도, 지금부터 네가 금융 본사에 들어와서 하게 될 경험들은 기획 쪽 일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상황들 태반이야.”

“…네.”

“잘 봐라. 이 할애비가 어째서 너한테 정훈이 놈을 붙였는지, 그놈이 어째서 이 할애비도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대단한 놈인지.”

잠시 후 도착한 4만 8천 평 부지의 입구 앞.

마땅한 주차장조차 없는, 말 그대로 공터 개념의 부지.

하지만 주위 이케아나 동부산몰 쪽에서 자기네 광고판으로 협찬을 넣어 준 높이 2미터짜리 철재 가벽이 넓은 4만 8천 평 부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철재 가벽의 입구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파트 공사 현장의 입구처럼, 대형 덤프트럭 한두 대가 동시에 들어가고 나올 수 있을 정도 너비의 입구.

하지만 지금부터 그 안으로 함께 들어갈 사람들이 타고 온 차는 모두 차도와 인도 경계로 세워져 있었다.

아무런 지반 공사도 안 되어 있어, 차를 타고 들어가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리라.

장 회장은 언제 차 안에서 불같이 화를 냈나 싶을 만큼 환한 미소를 얼굴에 걸어 놓고 차에서 내렸다.

“정훈이는 도착까지 얼마나 걸린대?”

정엽이가 다가와 하늘이에게 물었다.

“10분 정도 더 걸릴 거 같다는데?”

그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들은 장 회장이 정훈이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 길거리, 공터 부지 앞에 계속 세워 둘 수가 있겠냐며 먼저 들어가자고 말했다.

“이 땅이 공상에 나와 있는 면적이 4만 8천 평이지, 아까 우리가 도시락 까먹은 거기랑 비교를 하면 5만 평짜리라고 봐야 해요.”

지팡이로 부지의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짚어 가며 가장 선두에 걸고 있는 장 회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도로가 바로 앞에 있잖아. 아까 거기처럼 들어가서 지하 주차장까지 한참을 더 들어갈 필요도 없는 거지. 거기다 지금 보면 알겠지만, 완전 평지잖아.”

중학교 다닐 때였나? 딱 그만큼 어렸을 때 온 가족 다 같이 휴가차 부산에 내려왔다가 구경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하늘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이 땅의 가치들이 이제야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한 땅을 할아버지가 사 놓으셨다는 생각.

“부산에서 이런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차기 개발 계획까지 다 나와 있고, 거기에 이 정도 공상 면적이 그것도 평지로 다 잡히게 나오는 곳이 아직 있을까?”

장 회장과 함께 걸음을 옮기며 그 주변 인프라부터 시작해 실제 4만 8천 평으로 실감할 수 있는 면적을 확인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장 회장의 설명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금만 나가면 송정 바다야, 거기에서 차 타고 조금만 더 나가면 해운대, 광안리야. 길 다 닦여 있겠다, 더 이상 외지에서 부산 내려오는 사람들이 박 터지게 해운대 쪽으로 호텔을 잡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잘들 봐. 10년 전에 여기에 아무것도 없었다. 일산 따라 한다고 전원주택촌 잠시 형성됐던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여기에. 그랬던 여기가 10년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어. 앞으로 10년 뒤엔 어떻게 바뀔 거 같아? 내가 그게 궁금해서라도 앞으로 10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하하하.”

“내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눈이 있으면 잘 봐요들. 이 땅은 아난티하고 결이 달라. 여긴 호텔보다는 아파트를 올려야 되는 땅이에요. 평지에, 도로 접근 용이해, 오시리아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야. 그런데 여기에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 리조트를 짓겠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요? 객실 분양을 안 하겠다고 해도 돈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돈 싸 들고 와서 분양을 하라고 할 판 아니겠냐고.”

장 회장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무리가, 그 넓은 공터의 중간쯤까지 갔을 때였다.

저 멀리에서 검은색 제네시스 신형 한 대가 비포장 공터를 겁도 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정훈이의 차를 보는 순간 그저 반가움이라고만 하기엔 부족한, 든든함에 가까운 감정이 올라오는 하늘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선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하늘이는, 그 차 뒷좌석에서 선글라스를 챙겨 쓰며 내리는 정훈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선글라스는 또 뭐야?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정훈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것도 잠시, 차 반대쪽 뒷좌석에서 내린 인물을 보는 순간 하늘이는 미간 사이 주름을 만들어 내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

그리고 번뜩 기억이 난 얼굴.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정엽이의 물음에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어. 예전에 골프 한번 같이 친 적 있어. 나랑 정훈이 오빠, 그리고 저분이랑 저분 아내분. 이렇게 넷이서.”

“누군데?”

“윤기태 부회장이라고….”

“동명물산 윤기태 부회장?”

하늘이는 깜짝 놀랐다.

정엽이가 윤 부회장의 이름만 듣고도 동명물산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의아했다.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그때까지도 하늘이는 모르고 있었다.

국내 골프장 리조트 사업 1위 기업인 동명물산이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동종 업계라 할 수 있는 부경호텔의 지분 4.8퍼센트를 확보하고 있는 대주주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을.

“뭐? 동명물산이 부경호텔 지분 4.8퍼센트를 가지고 있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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