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잔인한 상황이 만들어졌네요
“할 말이 뭐길래, 집에서 하면 되지 이 시간에 회사까지 찾아와?”
30분 전, 손홍준 회장은 아내, 장혜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잠깐 회사로 찾아갈까 하는데, 미리 잡혀 있는 약속은 없느냐고.
목소리와 함께 흘러 들어오는 배경 소리를 듣자 하니 집은 아닌 거 같았다.
어디냐며, 왜 평소엔 오라고 해도 발길을 가급적 삼가는 회사까지 직접 찾아오겠다고 하는 건지 물었다.
그 물음에 장혜란은 대답 대신 지금 바로 출발을 하면 30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미리 잡혀 있는 약속이 없느냐고 똑같이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야?”
손 회장은 장혜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비서에게 커피 두 잔을 넣어 달라고 했다.
“난 됐어요. 마시고 왔어. 당신은 생각 있으면 한잔하시든지.”
“아냐, 그럼 나도 됐어. 이 방 신경 쓰지 말고 나가서 일 봐.”
회장의 지시에 비서는 고개를 숙인 뒤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언니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처형을?”
미래금융을 등에 업고 있는 정엽이, 드모어 인베스트먼트가 위협적인 저항 지분으로 돌아선 부분 때문이겠지.
짐작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 부분에 있어 한발 뒤로 물러서 있겠단 뜻을 아내에게 표정으로 전달하고 있는 손 회장이었다.
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게 된 상황.
“어제 정훈이가 부산엘 내려갔다네.”
장혜란의 표정 역시 무척 난처해 보였다.
장태산 회장이 정엽이를 데리고 부경호텔 주주들과 함께 부산에 땅을 보러 내려갔다는 내용은 이미 남 사장을 통해 전해 들었다.
어제 정훈이가 부산에 내려간 이유 역시 그와 상관이 있을 것이고.
미간 사이 주름이 만들어진 남편의 모습을 쳐다보며 장혜란이 말했다.
“그것도 혼자 내려간 게 아니라 동명물산 부회장이랑 함께 갔던 모양이에요.”
결국 손 회장은 내선 전화로 비서를 다시 호출했다.
물 두 잔을 안으로 가져오게 만든 뒤, 그 물을 한 모금 마실 때까지 손 회장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다.
“당신이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좀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누굴?”
“정훈이요.”
“정훈이가 왜? 무슨 말을 하라고?”
“당신까지 정말 왜 그래요? 당신 설마 부경호텔 지분 정엽이한테 쓰라고 줄 생각은 아니죠?”
“…….”
대답이 늦어지는 남편을 향해 장혜란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이래? 왜 대답을 못 해요? 정엽이도 그거 때문에 당신한테 밖에서 만나자고 했던 거 아니었다며?”
“그래서 처형은 뭐라던데?”
“왜 말머리를 돌려요?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정훈이가 동명물산 부회장을 데리고 부산에 내려갔던 거.”
“거 사람 참.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나? 내가 미리 알았음 당신한테 말을 안 했겠어?”
날카로워진 남편의 심기에 장혜란은 애써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처형은 뭐라더냐고.”
“뭐라고 하긴 뭘 뭐라고 해요? 그 이야기 듣고 나도 깜짝 놀랐는데. 혹시 나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지 그거 물어본 게 끝이었어요.”
“당신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
“여보.”
“그랬으면 현재 처형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는 게 있나?”
“진짜 왜 이래?”
손 회장은 생각했다.
이게 과연 정훈이 놈이 생각없이 저지른 일인 것일까, 아님 의도를 한 결과물일까.
분명 경솔한 행동을 한 게 맞긴 하다.
집안 관계가 엉켜 있는 내용.
최소한 자신에게는 물어봤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회사 일로 정훈이가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잡음이 나올 것도 예상 못 하고 경솔하게 움직였을 리가 없다.
손 회장은 일부러 잡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혹은 부경호텔에 감도는 전운의 중심에 정훈이가 자발적으로 들어가기 위해 벌인 일일 거라는 쪽에 힘을 싣고 있었다.
“정훈이 생각은 확실히 알겠고, 정태 생각도 들어 봐야 하지 않겠어?”
“이 일에 애들 생각이 뭐가 중요해요?”
“애들 생각이 왜 안 중요해?”
“아예 부경이랑 등을 돌리겠단 뜻이에요? 여보. 어쨌거나 부경은 애들 입장에선 외가예요. 남이 아니라고. 작년에 선열이 쪽이랑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 오빠들, 언니 쪽으로는 우리가 먼저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당신, 그리고 내 생각인 거고 정태 생각이 어떤지도 한번 물어봐야 되지 않겠냐는 거야.”
“점점… 진짜 왜 그래요, 당신까지.”
“당신이 지금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입장에 장혜란은 코로 뜨거운 숨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어요?”
“나나 당신, 우리가 천 년, 만 년 살 거 같아?”
“……?”
“앞으로 길어 봤자 10년이야. 내가 재경을 이끌고 가는 건. 10년이나 더 이끌고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지금부터는 결정도 책임도 그 두 놈이 직접 하고, 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지. 결정을 하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도 다 연습이 필요한 거야.”
아쉬움이 가득 찬 눈으로 혼잣말을 하듯 손 회장이 말했다.
“나 봐, 그런 연습 하나 없이 바로 이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얼마나 험한 꼴을 많이 당했어?”
하지만 손 회장은 이내 두 눈에 기분 좋은 미소를 심었다.
“그놈들은 그런 일 안 겪어도 되게끔 만들어 놔야지. 그리고 요즘 정태, 정훈이 회사에서 하는 거 봐. 내가 이 자리에 앉은 이후로 요즘처럼 아무것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던 적이 없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장혜란 역시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30년 넘게 달고 있었던 남편의 불면이 별다른 약을 따로 쓴 것도 아닌데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의 불면이 자연 호전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장혜란이었다.
“작년에 처남 회사 절반을 가져온 게 크긴 하지만, 어쨌든 정태가 2년도 안 된 상태에서 스너프를 그쪽 업계 2위까지 올려놨어. 트래픽 비즈니스 플랫폼은 잠재력이 항공하고는 비교가 안 돼. 해외 유저들을 계속 끌어올 수 있는 거거든. 제대로 잘만 키워 놓으면 스너프가 재경항공을 매출 규모로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야.”
“…….”
“그걸 누가 했는데? 내가 했어? 당신이 도왔어? 아님 녀석들 외가에서 눈곱만큼이라도 지원을 해 준 게 있어? 없어. 오로지 그 두 놈이 만들어 낸 거야. 정훈이가 던진 아이디어를 정태가 실물로 만들어 내고, 거기에 정훈이가 계속 미래금융이랑 스너프를 엮이게 만들어서 지금은 정태가 빠른 속도로 살을 붙여 나가고 있다고.”
손 회장이 다리를 꼬는 동안 옆에서 장혜란은 물잔을 기울였다.
“내 자식들이지만, 샘이 날 지경이야, 내가 지금. 그놈들 아비이기 이전에 재경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나 스스로에게 참 자주 던져 봐. 그럴 때마다 어떤 대답이 들려오는지 알아? 힘들다. 나는 저렇게까지 스너프를 키워 낼 수 없었을 거 같다야. 그런데 어떻게 정태 생각을 안 물어볼 수 있겠어? 당연히 물어봐야지.”
“하아….”
“한숨 쉴 거 없어. 지금 당신 입에서 왜 한숨이 나오지? 부경호텔을 처형네에서 계속 운영을 하나, 정엽이가 경영권을 가져가나 그게 우리하고 무슨 큰 상관이 있지?”
“…….”
“나는 지금 우리 재경의 미래가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밝아지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당신은 이 와중에도 우리 재경이 아니라 당신 친정 식구들 생각이 먼저 앞서는 거야?”
“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그런 게 아닌데, 어떻게 우리 재경을 중심으로 생각을 안 하고, 처형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있어? 우린 우리 재경에 도움이 되는 선택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러기로 나랑 약속하지 않았나? 부경 계열사 지분을 우리 재경에 귀속시키지 않고 당신이 직접 관리하겠다고 했을 때.”
장혜란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애들한테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전화 걸어서 둘 다 오늘 저녁 집으로 오라고 해. 정태한테는 혼자 오라고 하고.”
“수경이는 부르지 말라고요?”
“와서 뭐 할 거야? 와서 승현이 보는 거 말고 할 게 더 있어? 그냥 집에서 승현이 보고 있으라고 하고, 정태만 오라고 해. 정훈이한테는 어제 왜 부산에 내려갔냐느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건 내가 직접 물어볼 거야.”
* * *
“듣자 하니, 어제 동명물산 윤 부회장하고 같이 부산에 내려갔다고?”
누구 하나 놀라는 사람이 없었다.
동생을 바라보는 정태의 눈에도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네.”
대답을 하는 정훈이의 모습에서도 크게 어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장혜란은 입이 간질거렸다.
남편의 말만 없었다면, 왜 그런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한 거냐고 크게 따져 물었을 것이다.
“왜?”
아버지의 물음이 떨어짐과 동시에 정태는 침을 삼켰다.
동생 정훈이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더 정확하게는 어떤 핑계를 만들어 낼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훈이의 입에서 대답이 나옴과 동시에 정태는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한 번쯤은… 한 번쯤은 누군가가 우리 재경의 자존심을 위해 그렇게 움직여 주길 바라고 계실 거 같아서요.”
그에 손 회장의 눈매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누가? 내가?”
“네, 회장님이요.”
“우리 재경의 자존심을 위해 그렇게 움직여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재경을 이끌어 오시면서, 우리 재경 사람들, 우리 재경 직원들의 생살여탈권 말고 우리 재경을 속이고, 외면하고, 등을 돌린 사람들의 생살여탈권을 잡아 본 적이 없으셨잖아요. 항상… 속고, 외면만 당해 오셨지.”
장혜란은 불안한 듯 숨을 죽인 채 남편의 표정 변화에 집중했고, 정태는 숨을 들이마시며 동생의 단단한 눈빛을 눈에 담았다.
“지금껏 억눌러 오셨던 그 감정들, 이번 기회에 원 없이 한번 풀어 보시라고 그랬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대화에 끼어든 장혜란을 쳐다보며 정훈이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동명물산이 가지고 있는 4.8퍼센트는 이번 레이스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명물산이 드모어 인베스트먼트를 지지하게 되는 순간 우리 재경이 가지고 있는 12퍼센트는 캐스팅 보트가 되게 됩니다.”
“……!”
“장혜선 대표의 18.7퍼센트. 사업 총괄 박현민의 7.4퍼센트. 우호 지분 16퍼센트까지 42.1퍼센트. 그 외 다른 지지 지분도 있을 테니까 넓게 보면 52퍼센트 정도는 현 경영권을 지지하겠죠. 그런데 동명물산의 4.8퍼센트가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쪽으로 움직이게 되면 50퍼센트대가 무너지게 됩니다. 동명물산의 이동으로 우호 지분들이 흔들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겠죠. 지분 구조가 잘게 부서져 있는 만큼 8퍼센트대 밑으로의 지분은 이번 레이스에서 캐스팅 보트가 될 수가 없습니다. 즉, 이번 레이스에서 우리 재경은 부경호텔의 생살여탈권을 들고 있는 유일한 세력이 되는 겁니다.”
그다음 이어지는 정훈이의 말에 장혜란은 물론이고 정태까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큰아버지 돌아가시고, 회장님이 지금의 재경 그룹을 이끌어 가게 됐을 때 부경의 전 회장님은 이런 식으로 우리 재경 그룹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쥐고 우리 계열사들을 하나둘씩 부경 그룹 쪽으로 빼앗아 갔던 거 아닙니까?”
장혜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태 역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동생 정훈이와 미래금융, 손정엽에 대한 불편한 감정보다 부경 그룹에 대한 악감정이 먼저 앞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부경 그룹. 회장님을 속인 상대죠. 미래금융. 회장님께 오랜 시간동안 등을 돌렸던 상대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부경호텔의 존폐. 미래금융이 손정엽을 지금 이 레이스에 세우기 위해 해 온 모든 노력이 결실을 보느냐 물거품으로 돌아가느냐는 전적으로 회장님 결정에 달려 있게 됐습니다.”
“…….”
“그리고 어느 쪽 손을 들어 주시든, 회장님의 손을 받은 상대는 자발적으로 우리 재경의 깊은 파트너가 되겠다 할 겁니다. 당연히 부경호텔 안에서의 우리 재경의 지분 비율도 더 높게 잡아 주겠다 할 거고요.”
꽤 오랜 시간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뜨리며 정태가 물었다.
“미래금융은 어쨌거나 네 처가가 될 상대야. 괜히 미래금융, 정엽이 형 돕겠다고 생각 없이 움직였다가 아차 싶어서 말장난하는 거 아냐?”
그 물음에 정훈이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버렸다.
아주 차가운 눈으로 정태를 쳐다보며 정훈이가 말했다.
“참 이상해. 이해가 안 돼.”
“뭐가?”
“미래금융이랑 다시 관계가 좋아지고 나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게 바로 스너프인데, 왜 자꾸 미래금융한테 이용당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 지금 우리 재경이 어디 가서 이용이나 당하고 다닐 정도로, 형편없는 기업은 아닐 텐데? 그리고 아직 안 했어, 결혼.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처가가 내 가족이 품고 사는 상처보다 중요할까.”
“…….”
다시 시선을 돌려 손 회장을 쳐다보며 정훈이가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회장님. 저한테 가장 큰 가치는 재경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한테는 회장님이 곧 재경이고요. 어느 쪽을 선택하시든 그간 회장님을 더 많이 괴롭혀 왔던 상대를 밟을 수 있는 쪽으로 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영악한 놈!
손 회장은 올라오고 있는 소름을 억지로 숨겨 내며, 이번엔 정태에게 물었다.
“정태 네 생각은 어때?”
그에 정태는 어이없는 웃음을 토해 냈다.
손정엽이에게 호텔 사업이 들어가는 건 당연히 배가 아프다.
그동안 지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동안 아버지가 형님을 죽음으로 내몬 잔인한 경영인이라고 세상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을 때, 그런 비난을 받으며 어떻게든 재경을 지켜 내실 동안 지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동안 우리 집에서 야금야금 빼돌린 돈으로 엉큼하게 이런 작당을 한 놈이다.
그럼에도 호텔 사업이 여전히 부경 쪽으로 남아 있는 건 싫었다.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 이건 어쩌면 기회다.
정태 역시 언젠가는 부경 쪽으로 빼앗긴 계열사들을 다시 다 찾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재경 손에 직접 피를 묻혀 큰이모를 상대로 호텔 사업을 빼앗아 오는 것보다는 손정엽이 손에 피를 묻히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외가보다는 손정엽이를 상대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일일 테니.
그리고 어쨌거나 현재 정태가 맡아 나가고 있는 스너프는 미래금융과 투자 건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관계.
정태는 정훈이를 쳐다보며 대답만 손 회장에게 했다.
“사업이냐, 큰이모 쪽과의 관계냐…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하고, 계획적이었다고 하기엔 너무 잔인한 상황이 만들어졌네요.”
“그래서 네 생각이 뭐냐고.”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장혜란은 혀끝으로 입술을 적셔 가며 아들이 내놓을 대답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정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정엽이 형. 일단은 무슨 생각으로 부경호텔을 가져가려고 하는지, 그걸 가져가서 얼마나 잘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지.”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정엽이 형을 다시 집으로 한번 부르시죠.”
정태는 자신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눈길을 외면한 뒤 말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분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정훈이 말대로 이번 레이스의 캐스팅 보트는 우리 재경이죠. 한국에 들어와서 부경호텔로 뭘 하겠다고 하는 건지, 그리고 더 높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재경이 자신에게 호텔 경영에 기회를 주게 되면 우리 쪽으로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따져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에 손 회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정훈이에게 말했다.
“내일 정엽이 집으로 와 보라고 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