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8/303)

그건 내가 잡을 거야

정엽이, 정태와 함께 가진 시간은 태영쇼핑의 구정진이가 오기 전과, 구정진이 먼저 돌아간 후로 나뉘었다.

“오, 마이 브로! 역시 제일 먼저 왔네?”

넥타이만 안 했다 뿐이지, 제법 이 호텔의 주인 자세가 나오는 정엽이었다.

혼자 바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손정태 사장은 아직 안 왔어?”

“너는 정태한테도 그렇게 부르냐?”

“뭐가?”

“형이라고 안 부르고 꼬박꼬박 이름에 사장까지 붙여서 부르냐고.”

잔에 남은 맥주 양을 보아하니, 작은 잔으로라도 같이 한 잔 마셔 줘야 할 거 같았다.

“구정진 부사장은 20분 정도 걸릴 거 같다고 방금 전화 왔어. 여기 저도 이거랑 똑같은 거 작은 잔으로 하나 주세요.”

바텐더에게 맥주 한 잔을 부탁해 놓고 넥타이를 풀었다.

조금 전까지는 전혀 갑갑함을 못 느꼈는데, 정엽이 놈이 시원하게 풀고 있는 걸 보니까 괜히 갑갑하게 느껴졌다.

“말 돌리기는. 나한테야 그렇게 부르더라도 회사 밖에서 정태한테까지 그렇게 부르는 건 에바 아닌가?”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갑냐? 왜 쓰잘데기없는 소릴 주렁주렁 길게 늘어놔?”

“으으음… 이 싸가지 밥 말아 처먹은 아름다운 자식. 어, 저기 정태 오네. 여기, 여기.”

뚜벅뚜벅 걸어오는 정태의 얼굴엔 왜 외부 손님을 불렀는데 이딴 바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냐는 듯 못마땅한 표정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손까지 안 흔들어도 어디에 있는지 다 보이거든?”

“으으음… 이 아름다운 자식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까칠한 거까지 그대로 쏙 빼닮았네.”

스툴 의자를 뒤로 빼며 정태가 물었다.

“친한 척은. 설마 손님 불러 놓고 여기에서 마시자는 건 아니지?”

“안에 룸 잡아 놨어. 세팅도 다 끝내 놨고. 오늘 하루 종일 너무 뛰어다녔더니 갈증이 나잖아. 혼자 맥주 한잔하고 있는데, 너희가 좀 일찍 온 거야.”

그 틈에 정태한테도 구정진이 20분 정도 늦어질 거 같단 이야기를 전해 줬다.

웃겼던 게, 정태 이놈이 쉽게 넥타이를 벗는 놈이 아닌데 나와 정엽이가 타이 없는 정장 차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기도 함께 넥타이를 벗어 버렸다.

“20분? 에이씨, 나는 술 잘 안 섞는데. 그럼 저기, 저도 여기 똑같은 거 이 걸로 한 잔 주세요.”

정태 앞으로도 똑같은 맥주 한 잔이 도착했을 때였다.

“그럼 나는 손님 오기 전까지 막간을 이용해서 영업이나 좀 해 볼까?”

정태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신 후 그 잔을 내려놓고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고, 난 바 테이블 위로 양쪽 팔꿈치를 올린 채 맥주잔을 들고서 정엽이를 바라봤다.

“정태야, 내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되냐?”

“안 불렀음 어쩔 뻔했어?”

“부탁 좀 하자.”

“하는 건 자유지. 들어줄지 안 들어줄지는 일단 들어 보고 판단할 일이고.”

“여기 호텔 있잖아? 제주점까지 다 통틀어서. 스너프에 ‘봄맞이 특별 이벤트!’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 좀 넣어 줄 수 있어?”

“고작 해낸다는 영업 전략이 유통판 배 불리는 프로모션 신청이야?”

“노노노… 그걸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정엽이 이놈이 멘탈이 대단한 놈이구나.

정태가 일부러 틱틱거린다는 건 나도 대충 눈치로 알겠는데, 그래도 저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긴다고?

“매출 올리겠다고 지금 바로 프로모션을 넣어 보겠다는 게 아니라 프로모션 효과가 얼마나 나오는지 미리 확인을 좀 해 보려고 그러는 거야.”

“스너프 트래픽을 검증해 보겠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1등 플랫폼의 트래픽 파워를 확인해 보겠다는 거지.”

“아직 우리 1등 아니거든?”

“항공을 잡고 있는데, 최소한 여행 상품 관련해선 스너프가 국내 1등 플랫폼이라고 봐야지.”

져 줄 듯 져 줄 듯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정엽이.

넘을 듯 넘을 듯하면서도 지켜야 하는 선은 지켜 주고 있는 정태.

이 두 놈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까 우습기도 우습고,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묘했다.

“어쨌든, 트래픽 파워 확인한 다음엔?”

“다음 주면 벌써 4월이야. 그다음 달은 5월이고.”

“그게 왜?”

“대한민국에서 한 달 내내 호텔 장사가 잘되는 달이 바로 5월이지. 결혼식, 가정의 달, 기타 등등… 1, 2월 장사는 아예 다 말아먹었잖아. 이번 달도 크게 다를 건 없고. 4월에 JK 드 누락 이름 달고 스너프 쪽으로 노출 좀 때려 보자. 5월 장사부터는 정상화시켜야지.”

“이벤트 내용은?”

“지점별로 하루 스무 명씩 객실 타입 상관없이 객실 반값. 조식 포함.”

“지점별로 다?”

“어.”

정태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맥주를 마신 후 이렇게 말했다.

“호텔 객실 판매는 1월, 그리고 11월이 가장 저조해. 스너프 기준이야.”

“부경호텔 시절 잡혀 있던 매출로도 그래.”

“그럴 때 반값 이벤트를 때리는 것도 사실 특급 호텔들은 꺼려. 시작부터 호텔 브랜드를 너무 저렴하게 만드는 거 아냐? 그렇게라도 해 보겠다면 내가 말은 해 놓을 수 있어. 그런데 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데?”

“아직은 여기가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낼 레벨은 아니지. 최대한 현실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중이야. 우선은 서비스 퀄리티를 증명해 내는 게 순서 아니겠어? 증명은 우리가 하는 거지만, 브랜드 파워는 고객들이 만들어 주는 거잖아. 잘 보여야지.”

“혹시 다른 플랫폼에도 이벤트 넣을 생각이야?”

“그렇게 해도 돼?”

“되겠냐?”

“물어보길래,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물어본 거지.”

“그 부분도 내가 JK 드 누락은 케이스가 특수한 케이스니까 우리 쪽 사람들한테 이야기 정도는 해 놓을게.”

“크흐!”

“원래는 안 되는 거야. 다른 상품들은 몰라도, 항공, 호텔 이쪽 상품들은 한국에선 이벤트 겹치게 넣는 거 아냐. 그건 스너프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도 안 좋아해.”

“알지, 알지. 그 정도는 나도 당연히 알지. 그런 의미로 치얼스….”

하지만 정태는 정엽이의 잔을 무시한 채 혼자 홀짝거리며 맥주를 입에 담았다.

“그럼 이제 마이 브로, 정훈이 차롄가?”

“거참, 진짜 손 많이 가네. 나는 또 뭐?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혼자서 나라 구하고 있는 줄 알겠네. 겨우 요만한 업장 몇 개 돌리면서 무슨….”

“어허이. 너한테는 내가 영업하자는 게 아니라 팔아 주겠다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웃어 줬다.

“내일 오전 중으로 내가 메일 하나 보내 줄게. 전 지점 상대로 식자재 종목을 정리해 오라고 해서 그런지 시간이 좀 걸리네.”

“왜? 우리 재경식품 물건으로 가공 식자재 다 바꾸게?”

그게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런 정성까지 쏟느냐는 식으로 물었더니 정엽이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JK 드 누락 정도 소비처면 티끌 모아 태산은 힘들더라도. 티끌 모아 먼지 소린 안 듣지 않겠어?”

“감동의 눈물이 흐르네.”

“지점별로 식자재, 가공 식자재 납품업체가 다 달라. 해당 납품업체에서 모든 브랜드 조미료, 수입 가공 식자재까지 다 취급을 하고.”

“…….”

“현재 우리 쪽으로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 대표들을 다 만나 봤어. 우리가 범재경가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런 중간 도매 업체들이 납품 넣는 매장들이 호텔뿐이겠어? 가급적이면 앞으로 우린 재경식품 생산품을 납품받아 쓸 생각이고, 그래서 어쩌면 재경식품과 다이렉트로 거래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전제를 깔아 놓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지. 너 그런 업체들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무시한 적 없다.

오히려 난 지금 정엽이 놈이 보고 있는 시야에 살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지금 편승일 사장을 시켜 준비하고 있는 가공식품 영업과 거의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정엽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업체들이 끼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상당해.”

“뭐라던데?”

“마진만 맞아떨어지면, 재경식품 제품들을 납품처 쪽으로 푸시를 못 해 줄 이유가 어디에 있겠냐고. 내가 나머지 디테일 부분까지 그 사람들이랑 이야기한다는 건 선 넘는 짓인 거고, 네가 생각만 있다고 하면 다리 정도는 놔 줄게. 우선 내일 내가 메일 보내면 담당자들 불러서 확인부터 해 봐. 우리 쪽에서 쓰는 제품들 브랜드, 마진 위주로 정리를 시켰거든. 거기에서 재경이 대체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대체가 가능하다면 마진은 얼마까지 맞춰 줄 수 있는지, 딱 그 정도만 확인하면 답 나올 거 아냐.”

정태의 눈치를 살피며 정엽이가 말을 맺었다.

“고마워서.”

“…….”

“딱히 먼저 해 준 것도 없는데, 계속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거 같잖아. 오늘 이런 자리까지 같이 불러 주고.”

그에 정태는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유지한 채 혼잣말을 하듯 짧게 말했다.

“누가 뭐라고 했나… 조울증이야, 뭐야? 별것도 아닌 걸로 갑자기 분위기를 깔고 있어, 안 어울리게.”

* * *

태영쇼핑 구정진 부사장의 등장.

그 친구 앞에서 정엽이와 정태는 사이좋은 사촌 형제였다.

우린 그 자리에서 구정진에게 재경과 태영의 건설적인 관계를 제안했고, 그에 대한 답례로 난 구정진으로부터 하여금 태영마트의 구현애 사장과의 자리를 제안받았다.

경쾌하면서도 서로 챙길 건 챙겨 가는 생산적인 자리였다.

구정진은 두 시간 정도 우리와 시간을 함께 보내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정엽이와 정태도 오늘 자리는 이게 끝일 거라 생각하고 함께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 녀석들에게 구정진 몰래 눈치를 줘 놓고, 나만 구정진과 함께 밖으로 나가 배웅을 해 주고 돌아왔다.

“갔어?”

“어.”

“왜? 더 마시자고?”

남자 넷이서 양주 한 병.

아쉬울 만도 하다.

나도 기분 좋게 마신 술이라 그런지, 전혀 취하지도 않았고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중이었고.

하지만 술을 더 마시자고 녀석들에게 일어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던 게 아니었다.

“오늘 장민석이가 회사에 왔어.”

“민석이 형이?”

“형은 무슨 형이야? 인간 같지도 않은 거.”

내 말에 정태는 인상을 썼고, 정엽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와 정태를 번갈아 쳐다봤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우리 집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가족회의 비슷한 걸 했던 모양이야.”

그 부분에선 정태 역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도 아니지. 유통 쪼갠 거야 자기들이 먼저 건 싸움이니까 그렇다 쳐도, 호텔은 자기들 입장에선 억울했을 거야. 그런데 거기다가 통신 찾아가서 노블레스 빼앗아 오고, 호텔 지분 13퍼센트까지 받아 냈으니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비정상이지.”

“그래서? 그걸로 뭐라고 해?”

“진짜인지, 아님 그냥 자기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작전 회의를 하자고 모여 놓고 자기들끼리 다퉜나 봐.”

“왜?”

“장민석이 말을 옮기고 싶지는 않아. 우선 내가 그 인간을 못 믿거든. 자기들끼리 왜 싸웠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건….”

“……?”

“우린 부경을 상대로 앞으로도 받아 내야 하는 게 많이 남았다는 거지.”

내 말에 정태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이내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푸하하하… 크크크큭… 야이씨! 너 돌아이냐? 그 말이 맞긴 해도, 그 타이밍에 나올 말은 아니지.”

정엽이도 나와 정태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너네 둘 다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형이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 않나?”

정태의 물음에 정엽이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어지간히 간땡이가 붓지 않은 다음에야, 11퍼센트 들고 간신히 호텔 경영권 잡은 사람이 최대 주주 상대로 지분 13퍼센트를 받아 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너네 큰이모 되시는 분이 마음이 무척 넓으셔. 나는 진짜 별말 안 했거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믿어 달라. 딱 그렇게밖에 말을 안 했는데, 통 크게 지분 13퍼센트를 떡! 하고 내놓으시는 거야. 깜짝 놀랐네.”

“퍽이나.”

“진짜야. 그럼 내가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네 큰이모인데 협박이라도 했을까 봐? 난 체질적으로 그런 거 못 해. 내가 마음이 얼마나 여린데.”

녀석들이 주고받는 농담을 잠시 들어 주다가 내가 말했다.

“다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잖아. 그쪽에서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그 말에 정태는 한쪽 입꼬리를 희한하게 말아 올리곤 말했다.

“제발 그래 주길 바랐지.”

“우리가 이 부분은 확실하게 해야 해.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든 그건 우리가 공격을 받는 게 아니야. 그쪽은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하는 거뿐. 공격은 처음부터 우리가 하는 거였어. 그리고 나는 그쪽이 반격을 하든 뭔 짓을 하든 멈출 생각이 전혀 없고. 우리 재경은 공격이 어울리지, 수비 같은 건 안 어울려. 내 생각은 그런데 우리 손정태 사장님 생각은 어떠신가?”

“오라고 해. 다 죽여 버릴라니까.”

“우리 손정엽 대표님은 아직 한국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돼서, 이게 지금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나 되는 중이실까 모르겠네.”

“전혀 구분 안 되는 중. 그런데 이건 알겠어.”

“뭐?”

“만약 공격을 해도 되는 거라면, 내가 제일 먼저 할 수 있을 거라는 거.”

“어떻게?”

“동부산 부지. 태산이 할아버지가 장선길 회장 직접 찾아가서 그걸로 딜 치고 오셨잖아. 근데 그거 없었어도 되는 거 아니었어? 정태 네가 찾아가서 뒤집고 온 걸로 이미 게임 끝난 거였잖아. 나는 그 양반 도움을 받은 게 전혀 없는데, 내가 왜 그 양반을 도와줘?”

두 눈엔 약간의 긴장감이, 하지만 봉긋 솟아오르고 있는 광대엔 기대가 들어찬 얼굴로 정태가 말했다.

“선길이 삼촌 울겠네. 하긴, 형 말이 맞지. 중간에 돌아서긴 했어도, 어쨌거나 초반엔 형 쪽으로 극딜 박았잖아. 그런데 장태산 회장님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는데, 그 딜을 함부로 바꿔도 되나?”

“태산이 할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 당신 인생의 사업관은 재경에 있을 때와 재경을 나온 뒤로 극명하게 갈린다고. 재경에서 했던 건 사업, 재경을 나와서 하고 있는 건 투자. 투자엔 얼굴 같은 건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런데 이런 내용을 작은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 건가?”

안 될 건 뭐가 있겠나.

우리끼리 먼저 마음을 맞춰 놓고, 이야기를 해 줘도 충분한 거지.

내가 봤을 땐 홍준이도 그런 걸 더 원하고 있을 것이고.

정엽이의 우려에 함께 조심성을 드러내는 정태.

난 이 두 녀석에게 확실한 내 의지를 보여 줬다.

“부경마트는 건드리지 마. 그건 내가 잡을 거야.”

“…….”

“그러겠다고 내가 오늘 구정진 부사장 초대해서 구현애 사장하고의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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