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4/303)

제대로 한번 놀아 보자

―저희 미래금융은….

더 이상 태산이가 티브이에 나와서 하고 있는 기자 회견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충분히 이 친구가 뭘 원하는 건지, 반드시 뭘 해내겠다는 건지 알 거 같았다.

티브이를 끌까 하다가, 그대로 틀어 놓은 채 냉장고에서 물을 한 병 꺼내 왔다.

그 물을 마시며 티브이 화면에 잡히고 있는 늙어 버린 내 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희한할 정도로 이 친구가 말하고 있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저 이 친구가 내가 없었던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만 내 눈에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젊어도 봤고, 늙어도 봤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또 젊어져 있다.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세월을 겪어 보니 참 재밌는 이치를 하나 깨닫게 된다.

바로, 아무리 몸뚱아리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마음의 나이는 젊음 그 자체라는 것.

정말 신기하다.

분명 겉모습은 구십 먹은 노인의 그것인데, 왜 내 눈엔 여전히 30년 전 내 옆에서 재경을 함께 이끌어 주었던, 여전히 건장했던 태산이의 모습만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나도 그런 거 같다.

나도 여전히 합당포에서 호표 고무신을 신고 뛰어다니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재미있지 않나?

난 고무신을 신고 합당포 장터를 뛰어다니던 내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만들어진 기억인지 내 기억 속엔 삐쩍 마른 몸으로 고무신 안에 불편한 자갈이 들어가 내 발톱을 괴롭히는 고통 따윈 안중에도 없고 열심히 뛰어만 다니던 그때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고.

하긴, 우리 모두가 성인군자일 수 없고 한낱 돈 버는 장사꾼들일 뿐인데 고작 100년도 살아 내지 못하는 우리가 바뀌면 뭐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겠나.

태산이도 아직 저렇게 피가 끓고 있는데….

생각이 거기에까지 날아가 닿는 순간, 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평생을 돈 버는 장사꾼으로 살아온 내가, 왜 이제 와서 성인군자인 척 굴고 있는 것일까.

부경이라는 이름.

성가시다.

앵앵거리는 모기 새끼 한 마리 때문에 귀중한 내 잠을 방해받는 기분.

그냥 적당히 앵앵거리다가 사라졌다면 모르겠는데, 계속 내 주위를 맴도니까 더는 관대해질 수가 없겠다.

여기에서 또 다른 관대함을 만들어 내는 순간, 그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다.

구십 넘게 먹고, 지팡이 도움 없이는 혼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태산이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내 친구 눈감기 전에 원하는 세상을 구경 정도는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줘야겠다.

좋다.

제대로 한번 놀아 보자.

티브이에선 여전히 태산이가 이번 드모어 인베스트먼트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검찰과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해당 내용에 관해 한 치의 숨김도 없이 명명백백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해당 의혹이 풀리는 모든 과정이 관심을 가져 주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상세히 전달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해당 의혹이 어떻게 불거져 나왔는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저희 미래금융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 언론 쪽으로 제보가 들어가 가짜 뉴스가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자체 수사 기조를 무시한 채 압수 수색이라는 강도 높은 표적 수사를 강행한 검찰 측으로 어떠한 외압이 들어갔던 건 아니었는지… 그 모든 내용에 대해 해명을 받아 내도록 하겠습니다.

20분 넘게 진행된 기자 회견이었다.

그 기자 회견이 끝남과 동시에 난 곧바로 강인성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상무님.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심 했어요?”

―아뇨, 기자 회견을 보느라 아직 못 했습니다.

“그럼 천천히 식사부터 하고, 한 시 반까지 집으로 와 주세요.”

―상무님은 식사하셨습니까?

“난 간단하게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한 시 반까지만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부경통신의 장선길 회장은 약속 장소로 향하던 차를 돌리게 만들어야만 했다.

검찰 측 고위 관계자와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미래금융 측이 마련한 기자 회견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을 직감한 상대가 서둘러 식사를 다음으로 미루자고 제안을 해 왔기 때문이다.

장선길 역시 차 안에서 비서실장이 마련해 준 패드로 해당 기자 회견을 모두 확인한 상태였다.

역풍의 조짐이 장선길 회장을 덮쳐 오고 있었다.

장선길은 감히 식사를 다음으로 미루고 있는 검찰 측 고위 관계자를 상대로 따져 묻기 시작했다.

“그러게 무슨 일을 그렇게 맥락 없이 처리를 합니까?”

―면목 없습니다, 회장님.

“정확한 앞뒤 정황도 안 따져 보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수사를 진행해서 일을 이렇게까지 키워 놓는다고? 기자 회견 하는 거 보니까 미래금융에서도 가만히 안 있을 거 같은데,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기사도, 그 옆 조수석에 앉아 있는 비서실장도 장선길 회장의 태세 전환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저한테 그렇게 물으시면 제가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하는 건지….

“말을 왜 그렇게 합니까?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 생기겠네.”

―네?

“그러게, 뭔가 수사를 할 거면 확실한 정황을 잡고 했어야지. 제대로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명색이 배운 거 많은 엘리트 집단이라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무작스럽게 해요?”

―회장님. 지금 이건 저희 쪽에서 무리를 한 게 아니라, 저희는 순차적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언론에서 깜빡이도 안 켜고 밀고 들어와서 꼬인 거예요.

“그런 부분을 잘 이용해서 수습하는 데 활용을 하는 수밖에 더 있어요? 나한테 그런 말 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옵니까?”

―하아, 회장님.

“한숨을 쉬더라도 딴 데 가서 쉬어요. 왜 내 앞에서 한숨을 쉬는 거지? 한숨은 지금 내가 쉬어야 해, 이 사람아.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지 말이야. 내가 그간 이리저리 챙겨 준 밥값이 얼만데, 그 밥값도 못 하면 어쩌자는 거야?”

통화 중이던 장선길 회장의 폰으로 새로운 전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부경화학 장선동 회장의 전화였다.

“전화 들어오고 있으니까, 일단 통화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합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로 통화를 하는 건 당분간 서로 삼가를 합시다. 곧 좋은 날 오겠지. 날 좋을 때 같이 공을 치든, 밥을 먹든 하는 걸로 하고, 어쩌겠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 적당히 잘 주워 담아서 수습을 하는 수밖에 더 있겠냐고.”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회장님 입장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전화 끊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

“이런 버러지 같은 새끼가….”

장선길은 감히 자신을 상대로 고작 법쟁이 나부랭이가 먼저, 그것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가 들어왔다고 계속해서 깜빡거리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애써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왜요? 요즘 많이 외로워요? 왜 자꾸 남 일하는 시간에 전화를 하고 그래요?”

―너 금방 장태산 그 노인네 기자 회견 하는 거 봤지?

장선동의 다급한 음성에 장선길은 피곤한 통화가 시작될 거 같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왜. 뭐 어쩌라고요?”

―분명히 그때 전화로 너한테 이야기했다. 이건 네가 한 거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야.

“불난 집에 부채질하겠다고 전화한 거요?”

―그러게 왜 그 나이 먹고 불장난을 해? 네가 한 불장난에 타는 건 네 집 하나면 족하다는 말을 하는 거야. 괜히 엄한 우리 집으로 그 불길 옮겨붙지 못하게 만들라고.

“이젠 하다 하다 형님까지 이러는 거요? 원래부터 이런 분인 거 알고는 있었지만, 이 와중에 전화를 걸어서 할 말은 아니지 않아요?”

―그건 네 생각이고. 그러게 왜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을 안 들어 처먹어?

“뭐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처먹어? 지금 나한테 처먹어라고 한 거요?”

―내가 지금 너한테 더한 말인들 못 할까. 장태산 그 영감 지금 바싹 독이 올라 있어. 못 느꼈어? 그 독을 누가 올렸는데? 아버지가 만호라고까지 말씀하시면서 조심하라고 했던 인간이야. 그런 인간이 저렇게 독이 올라서 여기저기 다 들쑤시고 돌아다니는데, 너 같으면 내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겠어?

“들쑤시고 다닌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어딜 어떻게 들쑤시고 다닌다는 건데?”

―네가 한 걸 그 양반이라고 못 할 줄 알았어? 오히려 기자 회견 통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한 명분까지 다 만들어 놨겠다, 벌써부터 여론까지 돌아서고 있는데 그 양반이 지금 못 할 게 뭐가 있겠냐고.

“…….”

―너 인마, 지금 벌집 쑤셔 놓은 거야, 그것도 독이 바짝 올라 있는 벌집. 너 이거 수습 제대로 못 하면 상황 이상하게 풀린다. 내가 네 걱정 해 주는 건 딱 여기까지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번 일에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그 부분에서 네가 섭섭해할 이유 같은 건 없는 거야.

“섭섭함이라는 것도 기대가 있어야 생길 수 있는 거 아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난 형님한테 기대라는 걸 해 본 역사가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장선동과 통화를 끝낸 장선길은 마음이 급해졌다.

“재경 본사로 가자. 손 서방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우선 차부터 돌리게 만든 뒤 장선길은 손홍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수석에 앉은 비서실장은 장선길 회장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능숙하게 고개를 돌려 장 회장의 심기를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 그래 손 서방. 점심 식사는 했어?”

―이제 하러 나가는 중입니다.

“아, 그래? 그거 잘됐네. 나도 아직 점심 전인데, 손 서방 시간 괜찮으면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할까?”

바로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뜬금없이 옆 차선에서 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었고, 그에 운전기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뒷좌석에서 통화 중이던 장선길 회장이 앞으로 쏠려 우스운 모양이 연출되어 버렸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장선길 회장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비서실장이 얼른 몸을 돌려 장선길 회장의 상태를 확인했고, 운전기사 역시 바짝 긴장을 한 상태로 백미러를 통해 거듭 고개까지 숙여 가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선길 회장은 아직은 통화 중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 통화에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했지? 미안해. 방금 내가 뭐라고 한지 못 들었어.”

―당분간은 서로 조심을 좀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어요.

“조심? 무슨 조심? 우리 사이에 조심할 게 뭐가 있을까?”

―바로 조금 전에 미래금융 장 회장님이 기자 회견 하셨는데, 혹시 못 보셨어요?

“그랬어? 몰랐네, 나는. 안 그래도 요즘 미래금융이 많이 시끄러운 거 같던데, 그거 때문에 하신 건가?”

―못 보셨구나. 하긴 형님이 한가하신 분도 아니고, 관심이 없었으면 못 보셨을 수도 있죠. 그런데 미래금융도 미래금융이지만, 스너프부터 시작해서, 모직까지 우리 재경이 미래금융하고 최근 2년 동안 연계된 사업이 많다 보니 저희도 타격이 작지가 않았어요.

“그러니까. 안 그래도 요즘 그거 때문에 신경 쓸 일 많을 거 같아서 따로 연락을 못 했어, 내가. 그래서 겸사겸사 손 서방 시간 괜찮으면 같이 점심이나 할까 해서 전화했지. 따로 약속 같은 거 없으면 같이 점심이나 하지.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좀 나눠 보고.”

―다음에 하는 걸로 하십시다, 형님. 따로 약속이 있는 건 아닌데, 제가 요즘 여유 있게 숟가락을 들 형편이 아니라서요.

“누가 밥만 먹자고 전화를 한 거겠어? 서로 도울 일은 없는지 그런 것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뾰족한 수도 생길 수가 있는 거고. 다 그런 거지, 안 그래? 여론이라는 게 그렇다, 손 서방. 아무리 요즘 시끄러운 게 미래금융 때문이라지만, 어쨌든 거기에 재경의 이름도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잖아.”

―허허허… 그러게요.

“시대가 많이 변했어. 옛날이랑은 달라. 이젠 우리 재벌들도 적당한 선에서 해명을 할 건 해명도 해 주고, 수습을 하려는 모습 정도는 보여 줘야지, 너무 예전 생각만 하고 알아서 무마가 되겠지…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거기에 괘씸죄라는 게 따로 붙는 시대라고.”

―괘씸죄… 표현이 참 그럴싸합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그런 표현을 참 자주 쓴다고 하더라고. 나 지금 손 서방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 중인데,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

―죄송합니다, 형님. 오늘은 좀 힘들 거 같고요, 제가 조만간 따로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같이 밥 한 끼 하자고 전화 건 사람 무안하게 이럴 거야, 진짜?”

―우리 사이에 이런 걸로 무안해질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요, 형님. 안 그렇습니까?

“…….”

―제가 조만간 따로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오늘은 제 걱정 해 주시는 형님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끊어진 전화.

장선길 회장은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목 근육을 풀었다.

그런 장선길에게 비서실장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다시 차를 돌립니까?”

“아냐, 차 돌리기 전에 잠시 저기 한쪽으로 차 좀 세워 봐.”

장선길을 태운 차가 도로 한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갔고,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세워졌다.

비서실장은 상체를 뒤로 빼고는 있었지만, 장선길 회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야이, 새끼야.”

장선길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란 비서실장은 자신을 향해 내뱉는 말이라 생각을 하고 얼른 고개를 들어 회장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장 회장의 손이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조롱하듯 내리치기 시작했다.

탁, 탁!

한 대, 두 대… 처음엔 가벼웠던 손매에 점점 힘이 붙어 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운전기사의 머리채를 잡고 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누가. 운전을. 그따구로. 하라고 했어? 아까 브레이크 왜 잡았어?”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몸을 움추리고 있는 운전기사를 향해, 악이 터질 대로 터진 장선길은 이번엔 발길질을 해 대기까지 했다.

그 좁은 차 안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운전기사를 향해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화풀이를 하듯 거침없는 발길질이 이어졌다.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운전만 하는 새끼가 그것조차 제대로 못 해내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퍽!

급기야 운전기사가 쓰고 있는 안경이 어딘가로 날아갔다.

화풀이를 위한 짐승과도 같은 발길질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내가. 너 같은 새끼한테. 왜. 내 피 같은 돈을. 월급으로. 줘야 하는 거냐고.”

말이 끊어질 때마다 발길질의 강도는 강해지고 있었고, 급기야 구둣발에 긁힌 운전기사의 한쪽 얼굴에선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

퍽!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대답 안 하지? 어?”

퍽!

“대답 안 해?”

그런 장선길의 짐승 같은 모습, 그리고 그 짐승에 의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 운전기사의 모습을 보고 있던 비서실장은 결국 자신의 두 눈을 감아 버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