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7화 (217/303)

아까비

밖에서 시원한 바람도 맞아 가면서 이야기를 했음 좋겠던데, 굳이 좁고 어두운 조사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대신 담배는 피워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건 상관이 없다고 한다.

친절하게 종이컵 안으로 휴지 한 장을 깔고 물을 채워 재떨이까지 준비해 주네?

담배를 한 대 권했더니, 그건 또 별말 없이 받아서 함께 불을 붙이는 최민성 검사였다.

“장태산 회장님이 직접 담당 검사로 지목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밑밥은 안 깔아도 됩니다.”

“혹시 이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 내용도 다 녹음이 되는 겁니까?”

“아뇨. 왜요?”

“장 회장님이 지목한 검사라는 부분에서 불편해하시는 거 같아서요.”

녹음이 된다 한들, 조심할 내용도 없다.

“당연히 불편하지요. 검사 배정 자체에 외압이 있었다는 건데, 거기에 안 불편해하면 그게 검삽니까?”

“그런 외압 자체를 불편해하시는 분이 어째서 우리처럼 기업 하는 사람들이 받고 있는 외압은 신경을 안 써 주십니까?”

“무슨 외압이요?”

“사업하는 사람들한테 외압이라는 게 뭐 따로 있겠습니까? 내가 해야 하는 사업에 누군가가 고의로 집중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외압인 거지. 우린 상품을 만들어서 그걸로 재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인데, 우리가 지금 오로지 그 일에만 집중을 못 하고 있다고요. 검사님도 검사님이 하고 있는 수사에 누가 끼어들어서 검사님의 수사 방향, 속도, 밸런스를 깨뜨리면 짜증 나시죠?”

“…그렇죠?”

“그 짜증이 왜 우리라고 안 나겠어요? 우린 돈을 벌어서 직원들 월급을 챙겨 줘야 하는 사람들인데, 돈은 돈대로 못 벌게 하고, 직원들 월급은 월급대로 나가게 하면 됩니까?”

“그걸 우리가 그랬습니까?”

“돕고 있지 않습니까?”

“도와요? 누가요? 제가요?”

“미래금융 게이트. 왜 거기에 우리 재경, 그리고 미래금융이 혐의가 없다는 내용을 안 밝히세요? 거기에 혐의가 없다는 걸 먼저 정확하게 해 주고, 그다음에 부경통신과 장선길 회장에 관한 내용을 파는 게 순서 아닙니까?”

”그 부분은 더 이상 제 담당이….”

“우리처럼 기업 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이슈가 외압이라고요.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에 큰 걸림돌, 방해가 되는 외압. 더 이상 검사님 담당이 아니다? 전까지는 검사님 담당이었잖아요. 파도 뭐가 안 나오잖아요. 그럼 검사님 담당일 때 파도 뭐가 안 나온다는 걸 밝혔어야 맞는 거 아닙니까?”

썩어 빠진 조직.

내가 피땀 흘려 일군 재경.

그 재경으로 하고 있는 기업 활동.

그 기업 활동으로 내고 있는 세금.

그 세금으로 굴러가고 있는 이 개똥 같은 조직.

정말 경멸한다.

“그것도 못 해 놓고, 조금 전 밖에서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우리 같은 기업 하는 사람들한테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말해 줄까요? 벌어야 할 돈을 못 버는 거. 그래서 써야 할 돈을 줄일 수밖에 없는 거. 뭐부터 줄일 거 같아요? 당연히 직원들 인건비죠. 그게 줄어들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사람을 놓칩니다. 사람을 놓치면 다 놓치는 거예요. 우리 사람들은 검사님 같은 공무원이 아니거든. 근무 환경에 대한 비교 대상이 많다는 말이죠. 지금 우리는 부경통신이 짠 판에서 검찰, 그리고 언론이 작정하고 칼춤을 춘 덕에 사람 놓치고 다 놓치게 생겼어요.”

“…….”

“근데 내가 지금 무서운 게 있겠어요? 태영마트하고 같이 손잡고 부경마트 찍어 누르고 있는 거? 그거까지 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한테 지금 뭘 어떻게 하라고? 이봐요, 검사님.”

“…네.”

“별명이 기업 저격수라면서요? 그 정도면 반부패수사부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봐야죠? 근데 우린 달라요. 우리 같은 기업 하는 사람들은 저격으로 상대를 죽이고 끝내기만 하면 손해예요. 그거 죽여서 뭐 할 겁니까? 돈이 안 되는데.”

“그런데 왜 그렇게 부경마트는 악착같이 조지고 있는 겁니까?”

“총알값은 건져야죠.”

“총알값?”

“검사님은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총알 구해서 저격수 소리 듣고 있는 거지만, 우린 아니죠. 우린 우리가 쓴 총알값은 잡은 사냥감을 팔아서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사냥꾼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그쪽에 더 가깝지 않겠어요?”

“그래서 지금 그쪽 사냥감이 부경마트다 그 말이에요?”

“설마하니 내가 지금 부경마트 하나 잡겠다고 이거 들고 검사님을 찾아왔겠어요? 우리 재경, 그렇게 형편없는 기업 아닙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부정한 기업이란 이미지로 큰 망신을 당해 놓고, 고작 부경마트 하나 잡는 걸로 마무리 지을 수가 없다고요.”

“이야, 진짜 재밌네. 아무리 검찰을 홍어 X으로 보는 재벌이라도, 어떻게 그런 살벌한 소리를 여기까지 찾아와서 그것도 담당 검사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나요. 그게 자신감이라고 다를까요?"

“우리 세계에선 아주 당연하고, 일반적인 내용인데, 그게 검사님 귀엔 살벌하게 들렸나 보네요? 검사님. 그거 아세요?”

“뭘요?”

“사람은 태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습니다.”

눈썹을 꿈틀거리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뜻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최 검사였다.

“아무리 자기 손으로 태산을 쌓아 올린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넘어지는 건 결국 작은 돌부리 때문이죠.”

“…….”

“그 당연한 이치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평상시 하는 행동에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검사님 보시기에 우리 재경이나 미래금융이 눈앞에 튀어나와 있는 작은 돌부리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거 같습니까? 태산보다 더 어렵게 생각하고, 조심하는 게 돌부립니다. 우린 그렇게 사업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겁니다.”

난 정태한테 받아 온 서류 봉투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최 검사 쪽으로 밀어 주었다.

최 검사는 얼른 그 서류 봉투를 열어 그 안에 든 내용을 확인한 뒤, USB 안에 든 내용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사진이 찍힌 전체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어요. 중간에 편집된 내용 일체 없고, 원본 그대로니까 다 보시는 데 시간은 좀 걸릴 거예요. 저도 다 보는 데 30분 넘게 걸리더군요.”

“우선, 이건 감사합니다. 아주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 거 같네요.”

“그건 빈손으로 오기 민망해서 챙겨 온 거라고 생각해 주시고, 미래금융 게이트 건부터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 주세요.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우리 입장 다 설명하고 이런 증거물까지 다 챙겨서 가져왔는데, 여기에서 다시 미래금융 게이트 건은 더 이상 검사님 담당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이런 부탁까지 외압이라고 뭉뚱그려 버리면, 그땐 진짜 외압이라는 걸 시도해 볼 수밖에 없어요.”

“미래금융 게이트 건은 아무리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정리가 될 겁니다.”

“정리만 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아마 저희 검찰 측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겁니다.”

“믿어도 됩니까?”

“현재 검찰 내부에서도 아주 예민하게 다루고 있고,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내려온 사안이에요. 어디에서 내려온 사안인지는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알고 계실 거라고 봅니다.”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일개 평검사를 상대로 더 이상의 압박은 무의미했고, 태산이의 말대로 검사로서의 자존심, 소신이 있어 보였다.

이런 친구를 울려서 뭐 하겠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이 친구가 마련해 준 종이컵 재떨이가 아니라, 커피가 담긴 종이컵 속으로 피우고 있던 담배를 떨궈 끄려고 할 때였다.

“제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만,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은 어떻게 준비 중이십니까?”

그때 눈치를 챘다.

아, 이거 뭐가 있구나!

이 방에 뭐가 있는 거구나.

그래, 아까 복도에서 상대를 할 때와는 달리, 이 방에 들어와서부터는 너무 고분고분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준다고 했다.

조사실 한쪽 벽면은 이중 거울 유리 벽이었다.

그 이중 거울 유리 벽을 한번 흘깃한 후 최 검사를 빤히 쳐다봤더니, 마치 내가 무슨 의심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내가 하고 있는 의심이 맞는다는 식으로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였다.

이 친구 봐라?

내가 속으로만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는데, 다시 한번 진지하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손해 배상 청구 소송도 빠르게 준비를 하셔야 할 거 아닙니까.”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기업 피해 소송에 이 정도 규모의 소송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소송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하셔야죠.”

“오늘 아침에 법무 법인 해명 통해서 공동 소송 소장을 제출한 상태고, 늦어도 오늘내일 중으로 부경통신 쪽으로 이야기가 들어가겠죠.”

저 옆방에 장선길이가 있다 이거지?

지금 이 대화 내용을 다 듣게 하고 있었다?

우리 편이다 이건가?

“딱히 그 소송에서 이길 마음은 없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금융 게이트로 인해 우리 재경과 미래금융, 그리고 미래금융과 관련된 기업들이 본 통상적, 정신적 피해를 최대한 길게 부경통신이 받을 수 있도록 되돌려 주는 게 목적이거든요. 우리야 애초에 소송에 반드시 이겨서 손해 배상금을 받아 내는 게 아닌, 부경통신, 그리고 장선길 회장의 파멸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최대한 길게 끌 거예요. 부경통신 입장에선 아주 괴롭고 피곤한 싸움이 될 겁니다.”

* * *

재경식품 손정훈 상무와 헤어진 뒤, 최민성 검사는 곧장 바로 옆 조사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장선길 부경통신 회장이 홀로 여유를 부리며 앉아 있었고, 이제 막 안으로 들어선 최민성 검사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비웃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왜 재미도 없는 이벤트를 열고 그래?”

“심심하실까 봐, 제 딴에는 신경을 쓴다고 쓴 건데 재미가 없으셨어요?”

“참 감 없다. 내가 정훈이 같은 애송이 놈 하는 말에 눈이나 깜빡할 거 같아요?”

하지만 장선길 회장이 모르고 있는 내용이 있다.

이미 최민성 검사는 법무 법인 해명 쪽을 통해 미래금융과 재경 그룹이 준비 중인 공동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자신이 조사 중인 부경통신의 정계, 법조계, 언론 쪽과 맺고 있는 카르텔, 부정부패 내용과 미래금융, 재경 그룹이 준비 중인 소송 건은 아예 별개의 내용이었기에 그 정도 정보는 검사로의 양심을 팔지 않고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바깥 사정 정도는 미리 알고 계시라는 뜻에서 준비한 이벤트였는데, 반응이 너무 건조하시네. 앞으로는 따로 신경을 안 써 드려야겠다.”

“흥! 공동 소송? 얼마든지 하라고 해요. 이미 그런 소송 같은 거엔 면역이 되어 있어. 나도 그렇고, 우리 법무팀도 그렇고. 지가 무슨 수로 전에 없던 규모의 소송을 준비할 거고, 그걸 또 최대한 길게 끌어? 손해 금액이야 뻔한 거고, 그거 줘 버리면 끝나는 게 소송인데.”

“법을 상당히 잘 아시네요? 저보다 더 잘 아시는 거 같아?”

“검사님 생각엔 그 소송이 안 빠그라지고 끝까지 갈 거 같아요?”

세상을 비웃는 듯한 웃음.

그 웃음에 함께 반응을 해 주는 척을 하면서도 최민성 검사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저 인간의 얼굴에 띤 웃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제 생각엔 안 빠그라지고 끝까지 갈 거 같은데요?”

“검사 생활을 영 헛방으로 하셨네. 하긴 기업 죽이는 일만 해 오다니 민사 쪽은 약할 수밖에 없는 건가? 검사님.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공동 소송이 판결이 날 때까지 간 경우가 과연 몇 퍼센트나 될 거 같아요? 10퍼센트 밑이에요. 왜? 공동 소송이니까.”

물었다!

최민성 검사는 속으로 확신을 했다.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고 있는 장선길 회장.

뭔가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공동 소송이 왜 공동 소송이에요? 소송의 당사자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공동이니까. 근데 이 나라 대한민국이 법 하나는 진짜 기똥차게 만들어 놨어. 그 당사자 중 한 명만 빠지면 소송 자체가 아예 성립이 안 된다니까? 하하하."

“과연 그 소송에 빠질 당사가 나올까요?”

“그건 지켜보세요. 나도 모르지, 뭐. 하하….”

“글쎄요. 그 ‘공동’의 당사자가 제가 알기론 미래금융과 재경 그룹뿐인 걸로 알고 있는데, 재경 그룹과 미래금융이 빠질 일은 없지 않을까요?”

“뭐, 뭐요? 어째서 재경하고 미래금융 뿐이라는 거예요?”

“제가 듣기론 그랬어요. 혹시라도 중간에 뒤에서 따로 부경통신 쪽과 합의를 보고 소송에서 빠지겠다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아예 처음부터 소송을 재경 그룹과 미래금융에서만 준비를 했다고 하는 거 같던데?”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거봐요. 내가 딴에는 신경을 쓴 이벤트였다니까?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거거든, 이게. 왜요? 그쪽 법무팀으로 전화 한 통 해 볼래요? 폰 빌려줘요?”

장선길은 최민성 검사가 내미는 폰을 망설이지 않고 가로챘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물어뜯는 장 회장의 모습을 최민성 검사는 가볍게 비웃어 주며 맞은편 의자를 빼어 자리에 앉았다.

“나야.”

―네, 회장님.

“재경, 미래금융 쪽에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넣은 거 알고 있어?”

―네, 회장님. 그렇지 않아도 제가 지금 이거 정리 끝나는 대로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

다급해하는 법무팀장의 음성에 장선길의 불안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맞은편에 앉아 자신을 비웃고 있는 최 검사의 모습이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호, 혹시 소송 당사자가 재경, 미래금융만 있는 거야?”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게 지금 중요해, 이 새끼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재경, 미래금융에서만 소송을 공동으로 넣을 수가 있느냐고!”

―제가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미래금융 쪽 투자로 함께 엮여 있었던 업체 쪽으로 재경식품 손정훈 상무가 피해 금액만큼의 위로금을 미리 지급을 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기간 동안 난 통상 피해 금액에 위로금까지, 만약 공동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를 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미리 다 미래금융 쪽 투자로 함께 엮여 있었던 업체들 쪽으로 지급을 하면서, 해당 소송에는 빠져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답니다.

“그게… 말이 돼?”

―우선 소송법상 문제될 내용은 아닙니다.

“누가 지금 법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 새끼야!”

―…….

“지금 당장 들어와!”

―네, 알겠습니다.

버릇이 나오려고 했다.

통화를 끝낸 폰을 자기 분에 못 이겨 있는 힘껏 집어 던지려던 장선길 회장.

그는 이내 싱긋이 자신을 쳐다보며 웃고 있는 최 검사의 모습에 억지로 분을 삭이며 테이블 위로 폰을 내려놓았다.

“던져도 되는데, 왜. 던져요, 괜찮아.”

“…….”

“아까비. 너무 오래 써서 이참에 회장님 돈으로 새로 하나 바꾸나 싶어 빌려줬던 건데, 괜히 전화비만 나오게 생겼네.”

“아까 보니까… 하아… 이상한 서류 봉투 같은 거 주고받는 거 같던데, 뭐요?”

“아, 그거? 별거 아니에요.”

“뭐냐니까?”

“참 감 없다. 아직도 그렇게 괄괄한 걸 보면.”

“너 이 새끼, 여기 나가는 즉시 내가 진짜 죽인다, 너.”

“최대한 오래 붙잡고 있어야겠네. 하루라도 오래 살려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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