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1화 (221/303)

그러고 나서 죽어

“정재현 씨?”

한산한 카페 안이었다.

통화로만 인사를 나눴던 정재현이라는 친구가 무척 평온한 눈길로 창밖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정훈 상무님이세요?”

“네.”

그렇다 할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우린 서로를 쳐다보며 마주 보고 앉았다.

언제부터 와 있었던 것일까.

그가 마시고 있던 음료 잔은 이미 절반 이상이나 줄어 있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있었다.

가능한 한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안 마시겠다고 최대한 줄이고 있는 중이었기에, 작은 오렌지 주스 한 통을 계산해와서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렇게 우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합의를 하실 줄 알았는데, 그냥 법적 처벌을 원하는 쪽으로 가시더군요.”

정재현.

장선길이의 전 운전기사.

“저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알았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원했던 건 돈이 아니라 그 인간이 비록 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일지라도 저로 인해 최소한의 처벌이라도 처벌다운 처벌을 받게 만드는 것이었다는 걸요.”

“그래도 사안이 컸던 만큼, 합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꽤 큰돈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번 일을 통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특히나 잘산다는 말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당연히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만, 돈이 많다는 건 부자라는 말이지, 그 부자가 꼭 잘산다는 말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말해 놓고 싱긋이 웃던데, 그 웃음에서 지금 이 친구가 이번 일을 통해 아주 큰 뭔가를 얻어 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는 잘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부자가 된다는 것과 잘산다는 게 같은 의미였다고 착각을 해 왔던 거 같아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얼굴이 좋아 보여서 마음이 놓이네요.”

“한 번쯤 이렇게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이 제게도 꼭 필요했던 거 같아요. 돈만 벌어다 주는 것이 가장의 모든 역할이 아닐 텐데, 회사 일을 핑계로 육아나 다른 집안일에 너무 소홀했더라고요. 잠시 쉬면서 저 스스로도 돌아보고, 그동안 같이 못 놀아 줬던 딸이랑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까, 그간 놓치고 지나갔던 제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아주 좋습니다, 요즘.”

“다행이네요.”

“그런데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진작에 시간을 내려고 했는데, 핑계 같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말과 함께 테이블 위로 얇은 서류 봉투 하나를 올려놓았다.

“재경식품 입사 서류 전형이에요.”

정재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사부 사람을 시켜서 만나 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정재현 씨가 거절을 하게 되면 제가 정재현 씨를 직접 만나 볼 일은 영영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온 거예요.”

“저한테 이런 걸 왜 주시는 겁니까?”

“말했잖아요. 원래라면 제가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인사부 사람을 시켜서 만나 보게끔 했을 거라고. 인사부에서 외부인을 회사 밖에서 만나 이런 입사 서류 전형을 전달하는 게 무슨 의미겠어요?”

“…….”

“상식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현재 정재현 씨가 받을 수 있는 최고 대우 조건을 붙여 놨어요. 부경통신에서 하셨던 일과 크게 다른 내용의 업무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업무의 범위는 정재현 씨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고, 음… 실은 제가 상당히 고리타분한 사람이에요.”

숨을 참으며 내가 꺼내 놓은 서류 봉투와 날 번갈아 쳐다보는 정재현이었다.

“내 말이 무조건 다 맞는다는 건 아니니까, 그냥 적당히 알아서 걸러 들으세요. 정재현 씨 말처럼 돈 많은 부자가 꼭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죠. 특히나 혼자 살고 있는 게 아닌 아이까지 잘 키워 내야 할 책임이 있는 가장이라면 더욱더 그렇지 않겠습니까?”

“…….”

“그동안 놓치고 지나갔던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챙겨 보면서 귀한 시간을 잘 보내고 계시는 모습,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기한은 없습니다. 현재 보내고 있는 좋은 시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면, 한 집안의 가장 정재현이 아닌 사회적 성취에 뜻이 있었던 정재현이 다시금 욕심이 나면, 그 성취를 혹시라도 우리 재경식품에서 새롭게 도전해 이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좋으니까 이 입사 서류 공란을 채워서 절 찾아오세요.”

“저한테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전 이미 제가 가지고 있었던 장선길 회장의 모든 치부를 다 검찰 쪽으로 전달을 한 상태인데요?”

“마음이 쓰여서요. 걱정도 됐고.”

미간을 찡그리며, 다른 속내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 어린 눈초리로 날 쳐다보는 정재현이었다.

“분명 사회적 성공에 뜻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을 합니다. 그 뜻과 욕심은 결국 정재현 씨의 가족들을 위한 뜻이었을 것이고 욕심이었을 테죠. 또 그에 맞는 노력도 많이 하셨을 거고.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부경통신의 전략기획팀에 입사를 해 한 기업의 오너 차량 핸들을 몇 년씩이나 잡을 수 있었겠어요?”

“…….”

“그런 정재현 씨의 목표와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린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큰 용기를 내어 주셨습니다. 그 용기에는 부경통신 쪽에서 정재현 씨와 정재현 씨 가족에 대한 물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거운 숨을 깊게 들이마신 정재현은 천천히 그 숨을 내쉬며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는 그 상대가 누구라도 우리 재경을 위협하는 존재는 절대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제게 재경은 우리 재경의 직원들입니다. 급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천천히 생각을 해 보시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 * *

장선길이가 송치되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차 안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인성 차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아 보이던가요?”

“보이는 게 중요하겠습니까? 그 속이 중요한 거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나오시는 거 같던데….”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시간을 주는 게 더 중요할 거 같았어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백미러로 나의 표정을 살핀 후 강 차장이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제 생각을 좀 말씀드려도 될까요?”

강 차장이 묻지도 않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다.

“네.”

“솔직히 저는 살짝 걱정이 됩니다, 상무님.”

“걱정이요? 무슨 걱정?”

“사정은 딱하지만, 어쨌거나 한 기업의 총수 차량을 운전했던 사람이, 그 차량 안에서 오고 갔던 대화 내용, 통화 내용을 녹음했습니다. 또 그걸 검찰에 전달하면서 공개를 했고요.”

내가 그렇다 할 반응을 안 해 주자, 다시 한번 백미러로 나의 기분을 살피는 강 차장이었다.

“해선 안 될 일을 한 겁니다.”

“…그렇죠.”

“저 역시 마음이 안 좋지만… 그리고 결국은 상무님께서 결정을 하실 일이지만, 과연 재경식품의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 것이며, 적응은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조금… 찝찝합니다.”

“어떤 부분이 찝찝하단 말이에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한 번 그랬던 사람은, 언제든 또 그럴 수 있는 겁니다.”

“고쳐 쓰는 게 아니다… 강 차장.”

“네, 상무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루 중 나랑 가장 많은 시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강 차장이 그런 말을 하면 나 놀라요.”

“…네?”

“고쳐 쓰긴 뭘 고쳐 써요? 사람이 기계예요?”

“아니, 제 말은….”

“우리가 뭐라고 귀한 사람을 고치고 자시고를 할 수 있겠냐고. 그리고 고치긴 뭘 고쳐요? 고장이 난 곳이 애초에 없는데.”

“…….”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치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정말 단 한 번이라도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이라는 걸 해 본 사람을 내가 본 역사가 없어요.”

“…….”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으면서 그냥 말이 그럴듯하니까, 꽤 쿨해 보이고, 시원시원해 보이니까.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표현 별로 안 좋아해요. 앞으로 내 앞에선 그런 표현 가급적 삼가하세요.”

“…네, 죄송합니다.”

“오죽했음 그랬을까.”

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혼잣말을 하듯 낮게 중얼거렸다.

“오죽했으면.”

여전히 차창 밖 세상을 쳐다보며, 강 차장에게 말했다.

“사람이 상했잖아요. 못된 사람한테 당해서 뼛속까지. 그런 사람을 어떻게 고쳐요? 고칠 수만 있음 고쳐 주고 싶네.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우리 너무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맙시다. 그렇게 팍팍해지겠다고 열심히 살고 있는 거 아니잖아요.”

“…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쯤에서 대화를 끝내긴 했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조건 차갑고 냉정한 것이 현명하고 이성적이라고 믿는 세대.

손해를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손해를 볼 것도 아닌데 그저 손해라는 뉘앙스, 그렇게 될 수 있는 분위기 자체에 격렬한 두드러기 반응을 드러내는 세대.

그 세대가 주축이 되어 가고 있는 시대.

이런 시대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이 친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지금의 시대는 결국 앞선 세대가 만들어 낸 산물일 테니.

그렇게 각박한 건 결코 좋지 못하다는, 그 당연한 걸 가르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결국은 가르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 것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괜한 고집이고, 아집쯤으로만 생각을 할 테니.

그런 세상 아닌가.

다른 사원들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속이 상할 거 같은데, 항상 함께하고 있는 강 차장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까, 살짝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마음도 잠시.

장선길이의 면회를 신청해 놓고, 그놈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다시금 가라앉았던 기분에 묘한 긴장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장선길이의 현재 모습을 실제로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

그놈이야 이 모습의 나를 알겠지.

그런데 나는 최근 뉴스에 잠깐잠깐 등장하는 그놈의 모습만 티브이,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을 했을 뿐, 직접 만나서 상대를 해 본 적이 아직은 없었다.

면회를 신청하고 20분 정도나 시간이 흘렀을까.

꼴에 거물급 경제인라고 면회 장소부터도 별도의 공간으로 배려받고 있었다.

비록 아크릴판 가림막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긴 했지만, 그 가림막만 없었다면 외부의 간섭이 전혀 안 느껴지는 독립된 공간.

그 안으로 교도관의 지시를 받으며 수감복 차림의 장선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감 생활이 꽤 체질인 모양이다.

흰머리 새치로 하얗게 뒤덮힌 머리카락만 제외를 한다면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눈에 힘이 빠지지 않은 걸 보니, 지금 이 상황이 무척 억울한 모양이네.

“너는 삼촌을 보고도 인사를 해야겠단 생각이 안 드는 모양이지? 싸가지 없는 새끼.”

“그 꼬라지를 하고 있으면서도 인사는 받아야겠나 보지?”

“뭐라고 한 거야?”

“그 안에서까지 회장이면 어떻게 하나, 이 사람아. 무릎 꿇고 바짝 엎드려서 한 번만 살려 달라고 손발이 닳도록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인사? 고작 내 인사나 받자고 보자고 부른 건가?”

내가 쓰는 반말에 충격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이게 편한데.

한 번이라도 이 몸을 하고서 서로 왕래가 있었던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 새로운 왕래가 있을 사이도 아닌데 존대는 무슨.

장선길이는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같이 웃어 줬지.

고작 이딴 놈, 이딴 놈들한테 찢어진 나의 재경이 가여워서, 그 전에 이딴 놈들을 홍준이의 처가 식구로 삼은 나의 어리석음에 화가 나서, 그보다 더 전에 나의 어리석음이 홍명이 놈의 명줄을 재촉시켰다는 죄책감에….

장가에서 반드시 한 놈 정도는 재경이 잃어버린 25년 세월을 똑같이 시간으로 처벌받게 만들고 싶었다.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게 시간이라는 거 아니겠나.

그 시간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는 유일한 형벌.

바로 징역.

생각을 해 보면 장선길이를 상대로 선택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복수이기도 했다.

지 무덤, 지가 판 거지.

“지금 하고 있는 장난질, 그만하면 충분하니까 그만둬라.”

“참 이런 걸 보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꼭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 거 같고… 어쩜 이렇게까지 안 변할 수 있지?”

“……?”

“빌어도 부족한 판에, 그렇게 고압적인 자세로 말을 하면 아직 버틸 만한가 싶어 마음이 약해질 기회가 생기겠냐고, 이 사람아. 참 답답한 사람이네. 뭘 몰라도 이렇게까지 모를 수가 있나?”

“원하는 게 뭐야?”

“왜? 말하면 들어줄 건가? 허, 허허. 네가 안 도와줘도 원하는 것쯤은 내가 알아서 손에 넣어. 딱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이구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거들먹거리기는. 그런 건 예의상 물어보더라도 그쪽이 아니라 내가 물어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왜 보자고 했는데?”

“5천 억.”

“5천 억?”

“지금 잡고 있는 소송 이쯤에서 정리하는 걸로 해라. 소송 관련 판결 배상금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천억 위로는 더 못 올라가. 결과는 뻔한 거야. 그거하고 상관없이 삼촌이 네 개인 계좌로 깨끗하게 들어가도록 만들어서, 5천억 넣어 줄게. 그쯤에서 정리하는 걸로 하자. 지금 잡고 있는 소송 취하하고 당장 은행 대출권 통해서 막고 있는 줄 풀어.”

장선길이의 두 눈을 지긋이 쳐다보며 물어봤다.

“막고 있는 걸 푼다고 그쪽으로 돈이 흐를 거 같지는 않은데? 요 며칠 이상한 거 못 느끼셨나?”

“……?”

“아무리 해외 투자사 빠지고, 금융권 자금줄이 막혀 버렸다고 해도, 그래도 명색이 부경통신인데 주가가 너무 빠지기만 한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그렇잖아, 이 사람아. 내가 이런 거까지 다 말을 해 줘야 하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일을 안 하나 보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부경통신 정도 되면 다른 통신 삼사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이번 기회에 부경통신을 또 다른 채널로 삼아 보려고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을 시도해 보는 쪽이 나와야 정상 아닌가? 그런 물타기 한 번 정도 나와 주면 개미들 따라붙고, 일시적이라도 반등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런 거 전혀 없이 계속 빠지기만 하잖아.”

“…….”

“그게 무슨 뜻일까?”

“너 설마….”

설마는 무슨.

당연히 다른 통신 삼사 쪽과도 다 접촉을 했고, 재경과 미래금융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경통신을 업어 가야겠다는 뜻을 단단하게 전달해 놓은 상태다.

현재 우리 재경에게는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와 막강한 유통 채널 스너프가 있다.

통신 삼사가 우리 재경을 무서워하기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지만, 결코 쉽고 만만하게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옆엔 미래금융이라는 막강한 금융 기업이 버텨 주고 있고.

그와 함께 우리 재경과 미래금융은 장선길이 만들어 낸 장난질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큰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고, 그로서 부경통신을 힘으로 가져와도 될 만한 적당한 명분까지 갖춰진 상태.

“주로 보면 이럴 땐 그 설마라는 놈이 사람을 잡지.”

“정훈이 너 이놈. 정말 삼촌 상대로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처남 기업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는 놈도 있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지금 바로 만들어 굴릴 수 있는 최대치가 5천억이다, 이거지? 그 정도 정보라면 여기까지 찾아온 차비 정도는 되겠다. 다른 할 말 더 있으신가?”

“너 정훈이 이 새끼 진짜 너….”

“어차피 남은 인생 거의 대부분을 그 안에만 있을 건데, 무슨 미련을 그렇게 가지나. 그냥 끝난 거야. 판사 입에서 다 끝났다는 말 먼저 나오기 전에 꼭 반드시 내 입으로 해 주고 싶어서 찾아온 거고. 그래도 사람이 측은지심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네 자식들까지 건드리고 싶지는 않다. 그놈들이 지금 이 사달에 무슨 상관이 있다고. 다 네가 한 거잖아. 너 하나로 끝내.”

“……!”

아직 면회 시간은 충분한 거 같았지만, 더 길게 할 이야기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후, 바들거리는 장선길이를 내려다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부디 건강 잘 챙겨서 중간에 잘못되지 말고 나라가 주는 형량 다 채운 후 살아서 나와. 그래서 너와 네 형제들이 짓눌러 놨던 우리 재경이 얼마나 대단해져 있는지 꼭 네 두 눈으로 확인을 하고, 그러고 나서 죽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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